-3.불사의 도시
계승의 제사장을 뒤로 하고 주인공은 화톳불 근처에 앉아있던 사내가 말했던 언덕으로 올랐다.
언덕에 오르자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전사가 보였다. 붉게 이글거리는 눈과 말라비틀어진 피부.
망자였다. 한참을 두리번 거리던 전사는 주인공을 발견하자 단숨에 주인공을 향해 뛰어들었다.
주인공이 본능적으로 방패를 들어 공격을 막자 전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갑작스레 미친듯이
아무렇게나 칼을 휘둘러댔다. 갑작스런 공격에 엉겁결에 당해버린 주인공은 정신을 차리고 전사의
칼질에 빈틈을 노리고 공격했다. 주인공의 칼에 망자는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망자가된 전사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자 절벽을 낀 언덕위쪽의 다리에서 다른 망자가 주인공을 향해 뛰어들었다.
제대로 방패를 들어 공격을 막아낸 주인공을 재빠르게 칼로 공격하여 두번째 망자를 처리하였다.
그때 보이지 않던 구석에 숨어있던 병사의 찌르기 공격이 들어왔다. 수용소에서 보았던 병사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동일한 검술을 사용하는 이 병사는 아무래도 같은 나라에 소속된 병사들인것
같다. 이미 경험했던 검술이었기 때문에 주인공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공격을 방패로 막아내고
칼로 병사의 척추를 끊어버렸다. 그러자 병사는 고무줄 풀린 인형마냥 주저앉았다. 그때 바로 뒷쪽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리며 큰 화염이 일어났다. 자칫 주인공이 한걸음 뒤에 있었다면 그 화염을 온몸으로
뒤집어 쓸뻔했다.
화염병을 집어던지고 있던 망자는 주인공이 대충 위치해있을 법한 곳으로 아무렇게나 연속적으로
화염병을 집어던지고 있었다. 언덕위는 풀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에 화염병이 지속적으로 더 많이
주변을 불태우게 되면 언덕위가 모두 불바다가 되어버리고 말것이다. 주인공은 망자의 화염병이
다 떨어지기 전에 언덕이 모두 불타는 것이 염려되었다. 그래서 망자가 던지는 화염병의 간격을 재고
빈틈을 노려 달려들었다. 신속하게 계단을 뛰어올라가 망자의 목을 강하게 내리쳤다. 망자는 손에 들고
있던 화염병과 함께 언덕아래의 절벽으로 떨어졌다. 언덕위로 이어진 수로용 다리위에 있던 망자는
그 모습을 보고 급하게 아래로 달려내려왔다. 그러나 바로 주인공을 공격하지 않고 잠시 기다리는 듯이
보였다. 그때 주인공이 다리위쪽의 망자를 마주보고 대처하고 있던 순간 옆에서 거대한 배틀액스가
내리찍혔다. 미쳐 방패로 방어하지 못한 배틀액스는 주인공이 방패를 들고 있던 왼쪽 어깨에 박혔고
순간적인 고통에 주춤한 순간 앞에서 멍하니 기다리던 망자가 달려들었다. 주인공은 두번째 공격에
무릎을 끓었다. 배틀액스를 주인공의 어깨에서 뽑아낸 망자는 다시 공격하려 했다. 이번의 공격을
받으면 그대로 죽을것이다.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고통을 참아내며 방패를 들어올렸다.
커다란 방패에 내려쳐진 배틀액스는 굉음을 내며 튕겨져 나갔고 주인공은 그틈을 노려 망자를 베었다.
동시에 방패에 튕겨져 나간 부러진 검을 들고 있던 망자가 다시 뛰어들려했으나 주인공은 때를 노려
정확히 망자의 배를 그었다.언덕위의 망자들은 모두 처치하였으나 주인공은 점점 정신이 흐릿해져 갔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에스트 병을 들어 마셨다. 고통이 멈추어졌다. 주인공은 생각한다.
불사의 저주. 죽지않는 저주를 받은 것이다. 잊고 있던 고통에 잠깐이나마 삶을 느꼈지만 어깨에서
피가 콸콸 쏟아지지는 않았다. 언제였는지 식사를 해본 기억이 나지 않는것은 자신이 이미 죽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배고픔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이런 삶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것이
아니다. 불사의 저주를 멈추어야 한다. 교회 위에 있는 종을 울려 이 끔찍한 저주를 멈추어야한다.
주인공은 다시 일어나 언덕위에서 절벽너머로 이어져있는 다리아래쪽 수로를 향해 들어섰다.
수로안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이 있었다. 다만 주인공이 들어선 곳을 향해 들어온
빛과 수로가 끝나는 부분인것 같은 반대편의 빛이 희미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왼쪽에서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로 밑바닥으로 흐르는 물위에 뭔가가 있다. 커다란 덩어리 같은 무엇인가가 스물
스물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사각거리는 소리. 주인공은 좀 더 집중해서 보았다.
그것은 거대한 쥐였다. 어깨가 주인공의 무릎에 올정도로 거대하고 살찐 쥐가 시체를 파먹고 있었다.
주인공은 본능적으로 쥐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쥐는 끔직한 소리를 내지르며 뒹굴더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쥐는 정상이 아니었다. 쥐의 몸 사방에서 기어나오는 구더기는 쥐의 몸 어딘가가 썩어
문드러져 그곳을 파먹으며 사는듯 했다. 거대한 쥐를 밀쳐내고 시체를 살펴보았다. 시체에 손을 대려
하자 시체에서 나온 기운이 주인공에게 빨려들어왔다. 영혼의 힘. 쥐는 이 시체에 남아있던 영혼의 힘을
느끼고 그것을 파먹고 있던 것일까.
주인공은 아까 보았던 수로의 저편 으로 향했다. 수로 끝은 문에 의해 막혀있었다. 그래서 주인공은
빛이 들어오고 있는 반대쪽 통로로 나왔다.수로를 통해 나온 곳은 바로 불사의 도시. 불사자들이 모여
있는 도시였다.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 없이 오래된 도시는 든든한 석재로 이루어진 거대한 성곽을
이루고 있었는데 번창했을때의 이 도시가 얼마나 위대했는지 알수있게 해주었다. 수로에서 도시쪽으로
올라올수 있는 계단을 통해 나온 주인공이 마주한것은 망자들이었다. 이제 이 도시 안은 제 정신을 가진
자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망자들은 서서히 주인공의 영혼에 이끌려 주인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큰
동작으로 내려쳐진 배틀엑스를 방패로 막아 튕겨내고 반격을 시도했다. 커다란 무기의 운용은 빈틈이
커서 그 공격의 간격과 적의 빈틈을 정확히 만들어야 하는데 이미 망자가된 이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커다란 무기를 휘둘러 데었다. 맞을리가 없는 공격이었지만 만약 주인공이 잠시라도 방심했다간 엄청난
충격을 줄것이기 때문에 생각없이 휘두른다고 내버려 둘수도 없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마주한 망자들을
처리하고 반쯤 부셔진 목조 건널목을 건넜다.
맞은 편엔 화염병을 든 망자가 화염병을 던지려다가 너무 가까이 있는 주인공을 보고는 잽싸게 단검을
뽑아 들었다. 망자라도 불은 무서운 것일까. 이들에게 공포는 없을것이니 아마도 생전의 본능에 반응
하는 것이 분명했다. 주인공은 찌르기 공격으로 일격에 망자를 쓰러뜨렸다. 그리고 옆의 문으로 들어서자
멍하니 있는 망자를 보았다. 주인공을 봤음이 분명한데 이 망자는 멍하니 있었다. 주인공이 건물안으로
들어서자 그제야 천천히 칼을 들고 주인공을 공격하였다. 주인공은 어렵지 않게 망자를 제압했다. 건물안은
창고 같았다.
많은 상자가 쌓여있고 물건을 넣어두었을법한 나무통이 그득하여 주인공은 도움이 될만한 물건을 찾아
뒤져보았으나 말라비틀어져 바닥에 달라붙은 식자재들과 모두 증발하여 아무것도 남지 않은 술통들이었다.
이 도시는 폐허가 된지 수백년은 족히 되어 보였다. 이곳의 망자는 모두 수백년 동안 이곳에 있던 것일까.
그 누구라도 이런곳에 남겨진다면 제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것 같았다.
창고를 나와 반대편 건물에 들어서자 구석에 주저 앉은자가 있었다. 주인공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려했으나 이미 죽은지 오래 되어보였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서자 죽은 육체에 남아있던 영혼의
힘이 주인공에게 들어왔다. 이름없는 자의 영혼. 그도 선택받아 로드란을 방문하여 순례를 하던 자
였으리라. 주인공은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로드란을 찾아 불사의 사명을 완수하려 했는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며 수많은 불사자들이 로드란을 찾아왔고 이런식으로 영혼을 잃은 시체가 되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생각해봤다. 자신의 이름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가족들도 기억나지 않았다. 점점 깊은 절망속으로 빠져 들어갈 것 같은 주인공은 창고위쪽으로 향하는
계단을 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위로 올라서자 거대한 성곽의 전체적인 윤곽이 더욱 돋보이기 시작했다. 돌로 만들어진 성위의
도시. 천천히 조심스레 걸어가던 주인공위로 순간 어두컴컴한 그림자가 덮쳤다. 그리고 주인공이 무엇
인지 확인하려 고개를 들어 위를 본 순간 비룡이 착지 하였고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주인공은 주저 않고
말았다. 발의 크기가 사람보다도 더 큰 엄청나게 거대한 비룡이었다. 날개의 크기 만으로도 5층 목조
건물보다도 더 커보였다. 다행히도 비룡은 착지한 자리에서 바로 도움닫기를 하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성벽 저편으로 날아갔다.
주인공은 침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비룡이 발돋음을 한 자리는 그 무게를 짐작하고도 남을 만큼 깊은
자국이 남았고 거대한 발톱으로 움켜뒨 가장자리는 커다랗게 파여있었다. 만약 조금 더 늦게 비룡이
착지 했다면 주인공의 육체는 비룡에게 찢겨져 두토막이 났을 것이다. 주인공은 잊었던 옛 기억이
되살아 났다. 이런 거대한 비룡을 상대한다면 아무리 불사자라도 검게 탄 시체만 남게 될 것이다.
조금더 나아가자 하나 둘 망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무로 만든 커다란 목책이 세워진 성곽의 위는
언제였을지 모를 과거에 치루어졌을 전투를 연상케했다. 수많은 화살이 박혀있는 목책들 그리고...
주인공은 갑자기 날아든 화살이 어깨에 박혀 주춤했다. 화살 때문에 잠시 자세가 무너졌을때를 노리고
망자가 부러진 칼을 휘둘러댔다. 칼이 부러졌다고는 하지만 날카로운 쇠붙이의 공격력은 여전했다.
주인공은 재빠르게 목책 뒤로 몸을 숨겨 화살을 피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목책뒤 쪽에서 엄청난 파열음이
들리며 주인공 머리를 향해 배틀액스가 날아들었다. 최대한 몸을 숙여 뒤로 굴려 날아든 배틀액스를
피하고 방패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화살이 정면에서 날아왔기에 앞쪽을 주시했다. 팅! 방패를 들고
있지 않았다면 이 화살은 목을 꿰뚫고 지나갔으리라. 배틀액스를 든 망자는 양손으로 무기를 고쳐들고
다시 뛰어올랐다. 탱! 충격에 의해 방패가 튕겨져 나가자 연이은 공격이 쏟아져 들어왔다. 화살과
부러진 칼이 주인공의 몸을 난자하려고 달려들었다. 주인공은 재빠르게 오른쪽으로 굴러 화살을
피하고 본능적으로 부러진 칼을든 망자의 등에 칼을 꽂아넣었다. 배틀액스를 든 망자는 어떻게든
주인공을 쳐보려고 했으나 주인공은 망자를 방패삼아 배틀액스를 막고 그대로 망자의 목을 그었다.
양손으로 배틀액스를 들고 있던 망자는 미처 방어할 틈을 가지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때 다시금
위쪽의 감시대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근처에서 달려들던 망자를 처리한 주인공은 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아냈다. 감시탑으로 올라가던 길에서 기다리던 망자가 주인공을 보더니 다시 달려들었다.
망자가 손에든건 자루만 남은칼. 칼날이 전혀없는 것이었다. 공중에 의미없는 헛손질을 하는 망자를
쓰러뜨린 주인공은 계단을 올라가 감시탑에서 주인공을 향해 석궁을 쏘아대던 병사를 해치웠다.
주인공은 잠시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비룡만이 자신을 망자로 만드는 것은 아닐것이다. 순간의
그릇된 판단이 있다면 자신은 언제든지 정신을 잃고 망자가 될것이다. 수많은 공격에 흐려지는
정신을 차리고자 주인공은 에스트병을 꺼내 마셨다. 다시금 정신을 차릴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지나쳐온 성벽의 오른쪽으로 건물옥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석궁을 들고 있던 망자가 떨어뜨린
석궁을 챙기고 건물옥상을 다시 살펴보았다. 건물의 구석은 상자들로 가득했는데 상자 아래쪽으로
통로가 보이고 있었다. 필시 누군가 망자들을 막기 위해 상자를 쌓아놓은 것으로 보였다. 어쩌면 이
불사의 도시에 마지막으로 남은 생존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주인공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떻게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건물 옥상은 두명의 병사가 지키고 있었다. 방패와 창을든 두 병사는 멍하니 주인공이 옥상의 계단을
올라올때까지도 미동도 않고 있었지만 주인공이 옥상에 발을 디디는 순간 착! 하는 소리를 내며
공격자세를 취했다. 왠지모르게 주인공에게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자세의 약점 또한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주인공은 장검을 양손으로 고쳐쥐었다. 그리고 본능에 따라 큰동작으로 발에
힘을 실어 방패를 발로 걷어차버렸다. 큰 방패일수록 쉽게 걷어차이며 방패를 양손을 잡지 않는 이상
걷어차기 공격을 막아낼수 없음을 알고 있는 주인공은 망자의 방패가 옆으로 밀려나자 바로 양손으로
들고 있던 검으로 망자를 둘로 쪼개버렸다. 옆에 있던 망자는 자신의 옆에 있던 동료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보며 공격조차 하지 않고 주인공을 경계하기만 했다. 예전에 망자가 되기전의 불사자들이었다면
이들은 상상하기 힘들정도로 버거운 상대였을 것이다. 그러나 망자가 되어 자신을 잃고 영혼의 힘만을
갈망하는 자가 되어버린 뒤엔 그저 살아 움직이는 시체와 다를 것이 없었다. 주인공은 재빠르게 바로
옆에 있던 망자 역시 전과 같은 방법으로 방패를 발로 차고 빈틈을 노려 양손으로 검을 고쳐쥐고
내려쳤다.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창을든 병사가 쓰러졌다. 과거의 기억 때문일까. 과거의 나는 검을
쓰는 전사였던가. 주인공은 생각했다. 전쟁? 무슨 전쟁이 있었던가...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원하는대로 검이 휘둘러지며 어떤 적들은 약점마저 알고 있었다. 나는 뛰어난 전사였던가...
옆을 막고 있던 상자들을 부수고 계단을 내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분명 상점이 있던 곳이다.
옆에 있던 물건 진열대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물건들에 쌓인 먼지가 이곳은 이미
오래전에 폐허가 되버린 곳이라는 것도 말해주고 있었다. 생존자가 망자가 되지 않은 불사자가 남아
있을리 없었다. 주인공이 진열대를 살피던중 갑자기 진열대 뒤에서 뭔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진열대 옆으로 진열대 뒤쪽을 살펴보려던 찰나 거대한 도끼가 진열대를 사정없이 부수며 주인공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점점 전투에 익숙해져가는 주인공은 재빠르게 뒤구르기로 공격을 피한뒤
큰 공격뒤 바닥에 박혀버린 도끼를 빼들려는 망자의 목을 칼로 내리쳤다.
빼내지 못한 도끼를 손에 쥐고 목없는 시체가 옆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그때 상점의 테라스쪽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다.
"쉿...유리아. 누가 왔어."
이제 완전히 절망하여 포기하고 있을때 주인공은 드디어 생존자를 찾아낸 것이다. 주인공은 말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나가 보았다. 테라스엔... 망자가 앉아있었다. 붉게 이글거리는 안광은 그가 정신을 잃은
망자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망자인가? 주인공은 말을 걸어보았다.
"당신이 상점의 주인이오?"
앉아있던 망자가 대답했다.
"이봐,당신... 아무래도 정상인 것 같군. 여기온걸 보면 영혼은 잔뜩 모아서 온거겠지? 그렇다면 내
손님이지! 한번 둘러보라고 없는것이 없어."
이 불사자는 자신이 망자가 되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어쩌면 망자가 되기 직전의 상태이거나
상점의 주인은 계속 말을 지껄였다.
"영혼도 없이 여기 오지는 않았겠지? 멍청히 있지 말고 사버려! 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낭비 좀
하면 어때! 히히히히히히"
이 사람... 아니 이 망자는 상점 주인이 맞는건가? 주인공은 물어보았다.
"물건 조달은 어떻게 했소? 통로가 상자로 막혀있던데."
망자 상인은 멍하니 있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음? 내 물건?당연히 장물이지. 그럼 뭔 줄 알았어? 너도 맛이가면 내가 전부 다 챙겨올거야.
이히히힛."
모든 물건이 죽은자들의 것이란 말인가. 왠지 모르게 꺼름찍함을 느꼈다. 그러던중 주인공은 구석에
있던 물건을 발견했다. 무수히 쌓여있는 단검들과 화염병 더미. 양손에 방패와 검을 든 주인공에게
그마나 원거리에서 적을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상점 주인은 주인공의 눈길을 알아채고는 잽싸게 말했다.
"그래! 잘 골랐어. 너한테 딱이군. 아주 좋은 물건이라고. 히히"
주인공은 영혼의 힘을 어떻게 건내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영혼을 거래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건가?"
상점 주인은 표정없는 얼굴로 주인공을 쳐다보며 말했다.
"손 좀 내밀어봐. 그리고 나에게 대가를 건내어 준다고 생각해."
무슨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주인공은 상점 주인의 말대로 손을 건내고 생각했다. 물건의 대가. 순간
주인공은 몸안에 들어와 흐르던 영혼의 힘이 일부나마 건내어지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상점 주인이
말했다.
"봤지? 히히히. 고마워. 히히히히히."
주인공은 단검들과 화염병을 챙기고 상점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럼. 난 이만 가보겠네."
상점주인은 옆에 있는 나무통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쩐지 오늘은 장사가 잘될것 같았어. 그렇지 유리아?"
상점주인이 말한것을 들은 주인공은 깜빡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종을 치기 위해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주인공은 물어 보았다.
"잠시 물어볼께 좀 있는데 교회의 종을 찾아가려면 어디로 가야하오?"
상점주인은 멍하니 주인공을 보았다. 그리고 말을 했다.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종이라니. 난 그런건 몰라. 다만 여기도 많이 위험해졌어.
성루 꼭대기에는 소머리를 한 악마가 못가게 막고 있고, 하층에는 양머리를 하고 있는 악마가
지키고 있어. 그리고 불사의 교구로 들어가는 입구는 비룡이 막아 버렸다고. 젠장! 그놈들만 없
으면 내가 굴러다니는 물건들이랑 영혼들을 싹쓸이 할텐데..."
주인공은 다시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이곳의 망자들은 그 차림새로 보아 이미 수백년전의 이들
이고 이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을수 있다는 것을. 게다가 입구와 출구를
악마들과 비룡이 막아버렸다면 수로를 통해서 이곳으로 올라오는 것 외에는 나갈 길이 없는 것이다.
그나마 있는 통로는 주인공이 지나가다 비룡이 지나쳐가던 장소였다. 엄청난 위험이 사방에 둘러쳐져
있으니 제 정신이라면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정신이 반쯤 나가있던
상점 주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뒤에서 상점 주인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물건 더 안살거야? 쪼잔한 놈 같으니라고! 절벽에서 떨어져 죽어버려라... 죽어도 싸! 그렇지
유리아? 그래 그래 착하지. 히히."
상점주인은 옆에 있던 나무통을 쓰다듬으며 말하고 있었다. 그에게 제정신을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다시 상점안쪽으로 들어선 주인공은 테라스가 있던 방향의 외쪽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계단의 아래쪽으로 내려오자 수용소에서 봤던 넝마를 걸친 망자들이 주인공을 발견하고는 어기적
어기적 다가왔다. 재빠르게 달려가 횡베기로 앞의 두명을 쓰러뜨리자 뒤에 있던 놈들이 높이 뛰어
올라 찍어내리려던 것을 뒤로 굴러 피하고 앞으로 찌르기 공격을 했다.헛손질로 바닥에 칼을 내리
꽂았던 두 망자를 그대로 칼에 꿰어 죽었다. 놈들뒤로는 위쪽 지붕에 오를 수 있도록 사다리가 비치
되어 있었다. 주인공은 사다리 위로 올라섰다.
사다리 위쪽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자 여기 저기에 널려있는 시체들이 보였다. 아무렇게나 방치
되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일단 주인공은 그들을 수습해주기로 했다. 지붕위에 눈뜬채 죽어있던
시체의 눈을 감겼다. 그리고 사다리로 올라온 지붕의 반대편 아래를 내려다 보자 주인공에게 화염병을
던지려다 단검을 빼들었던 망자가 눈에 들어왔다.그리고 그 망자 위로 무너져내린 목조 다리가 보였는데
이곳 지붕에서라면 도움닫기를 해서 뛰어내리면 닿을 거리로 보였다. 주인공은 몇걸음 뒤로 물러나
빠르게 앞으로 달려 뛰어내렸다. 예상했던 대로 반대편으로 내려올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도 마찬가지로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은 순례자의 시체가 보였다. 처참한 몰골로
아무렇게나 뒹구는 시체를 바로 눕히고 옆에 있던 상자를 칼로 부수고 나무판자로 시체를 덮었다.
시체에 남아있던 영혼이 주인공에게 흡수됨을 느꼈다. 영혼은 따뜻한 자의 피에 끌려 이동되는
것처럼 망자들을 쓰러뜨릴때마다 망자의 영혼들이 자신에게 흡수됨을 느끼고 있었다.
주인공은 지쳐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게된 불사자를 보았다. 따뜻함을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천과
깃털뭉치를 손에 꼭 쥐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불사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생겨났다. 어린
아이들이라고 불사의 저주를 피해갈 수는 없다. 그러나 백년 이백년이 지날수록 불사의 저주를 받은자는
모두에게서 잊혀져가고 자신을 알던 모든 사람들이 죽고 없게 되면 스스로 누구인지 알수 없게 되어버렸다.
주인공은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그 역시 과거를 잃고 방황하는 모습에 과거의 기억 한조각이라도 좋으니
어떻게든 얻고 싶어 이곳을 방황하지 않았던가. 이제 움직이지 않게된 불사자가 들고 있던 깃털 뭉치를
보다가 문득 수용소에서 자신을 탈출 시켜주었던 새끼 까마귀가 생각이 났다.
자신이 건네준 넝마에 부리로 구멍을 뚫어 목에 걸치고는 흡족해하며 어미새를 불러 자신을 탈출시켜
주었던 새끼 까마귀는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그런말을 했었다.
'따뜻한거, 푹신푹신한거 가지고 돌아와. 좋은거 준다.'
어쩌면 자신이 수용소에서 나와 보게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작은 생명. 주인공은 새끼 까마귀를 위해
쓰레기처럼 더럽고 지저분하지만 따뜻하고 푹신푹신한 쓰레기 더미를 챙기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돌아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주인공은 상점 밖을 나와 석궁을 든 병사가 있던 감시탑으로 향했다. 감시탑 옆으로 탑으로 이어지는 목조
다리가 있었는데 안쪽으로 희미하게 불꽃이 보이고 있었다. 바로 화톳불이었다. 주인공은 수용소에서 보았던
기사의 글이 생각났다.
'지치면 화톳불에서 휴식을 취하라.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지친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주인공은 화톳불을 밝히고 앞에 앉았다. 아주 조금이지만 알 수 있었다.
그에게는 그의 검이 필요했다. 그가 늘 옆에 두고 아끼던 검. 바로 양손검이다. 장검을 양손으로 들었을때
생각이 났었다. 장검보다 길고 특대검보다는 날렵한 검. 양손으로 잡고 휘둘렀을때 강하고 빠르게 휘두를
수 있는 양손검. 바로 클레이모어였다. 그는 그 대검을 아주 아꼈던 기억이 살아났다. 손에 쥐었을때
느껴지는 묵직함 또한 기억에 살아나고 있었다. 그의 동료들과 대련했을때의 느낌.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던 거대한 홀. 웅장했던 성의 기억. 점차 되살아 나는 과거의 기억에 따라 주인공의 정신도 회복되어갔다.
주변을 둘러보자 탑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불사의 교구로 가기 위한 탑의 계단이 있던 곳이다.
그리고 계단 외에도 사다리가 있었지만 사다리는 위쪽으로 접혀져 손 닿지 않는곳에 있었다. 계단은 무언가
큰 충격을 받았는지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내려 도저히 딛고 올라설 수 없는 상태였다. 주인공은
밖으로 나와 탑 주변을 살폈다. 탑의 위쪽으로는 거대한 하늘다리가 있었다. 그리고 감시탑이 있는 곳에서도
그 하늘다리에 연결된 거대한 탑으로 갈 수 있는 구조물들이 이어져 있었다. 주인공은 그 감시탑에서 연결된
곳을 지나 화톳불이 있는 탑의 상부에 연결된 하늘다리로 갈 수 있는 탑을 향해 가야한다.
화톳불 앞 감시탑에서 다리로 이어진 구조물로 향하기 위해 석조 구름다리를 건너던 주인공은 바로 앞에서
갑자기 치솟은 불꽃에 놀라 뒤로 재빨리 피했다. 그리고 위쪽을 보자 망자들이 자신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을 보았다. 정확한 겨냥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그 망자들은 주인공이 아무 피해없이 구름다리를 건너도록
허락하지 않을듯이 계속 화염병을 던져대었다. 감시탑에서 이어지는 구조물의 지붕에 목조로 연결하여 확장시킨
지붕에서 던지는 화염병은 큰소리와 함께 위협적으로 폭발했다. 주인공은 망자들이 화염병을 힘껏 던지기
위해 큰 동작으로 팔을 뒤로 당길때에 맞추어 재빠르게 구름다리를 통과했다. 구름다리에서 이어진 건물안은
배틀액스를 들고있던 망자들이 주인공을 발견하고는 주인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명의 망자들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내고 검신을 옆으로 눕히고 크게 휘둘렀다. 방패에 무기가 튕겨져 나가 큰 빈틈을 보였던 두명의
망자는 내장을 쏟아내며 쓰러졌다. 그때 주인공 뒷편의 문이 벌컥 열리며 철갑옷의 무장을 갖춘 병사가 주인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주인공은 역시 당황하지 않고 방패로 망자의 무기를 튕겨내고 칼을 들어 망자의 목을 그었다.
그때 망자의 부셔진 투구 때문이었는지 투구에 박혀버린 검이 뽑혀 나오지 않았다. 주인공은 주저 없이 망자가
들고 있던 장검을 손에 들고 구름다리에서 건너와 들어오게된 건물의 안쪽을 살펴보았다. 주인공이 왔던 방향
으로 철창으로된 문이 있었다. 문은 바깥쪽에서 잠겨있는 듯했다.
주인공은 병사가 열고 들어왔던 문밖으로 나섰다. 앞쪽은 이 구조물의 위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오른편으로는
식당이 보였다. 주인공은 식당에서 생존자를 찾아보기 위해 들어섰다. 식당안에는 부러진 검을 들고 멍하니
주인공을 바라보는 망자가 있었다. 공격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있던 망자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주인공을
보더니 거리에 상관않고 미친듯이 춤추듯 자루밖에 남지 않은 부러진 칼을 휘둘렀다.
주인공은 적당한 거리에서 장검을 찔러넣었다. 그리고 식당의 안쪽 주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식당 구석에는
누군가 긴히 쓰기 위해 든든한 상자를 남겨놓았다. 그리고 그 상자를 열어보자 검게 그을려진 보통의 화염병
보다 두배는 커보이는 화염병이 들어있었다. 주인공은 그것을 챙기고 밖으로 나와 계단 위쪽으로 올라섰다.
망자 셋이 계단을 경계하며 서 있었다. 이때 도끼를 든 두명의 망자가 크게 뛰어오르며 주인공의 머리를 노리고
도끼를 내리찍었다. 주인공이 방패로 공격을 막아내자. 뒤쪽에 서 있던 망자가 잽싸게 화염병을 내던졌고 피할
겨를도 없이 주인공은 기름을 뒤집어 쓰게 되었다. 다행히도 방패의 크기덕에 모든 기름을 맞은것은 아니어서
튕겨나간 도끼 때문에 몸을 뒤로 젓히고 있는 망자 둘을 향해 칼을 휘두를 수 있었다. 고꾸라진 망자둘을 옆으로
밀어내고 화염병을 던지려는 망자를 향해 단검을 집어 던졌다. 단검이 팔목에 명중하자 망자는 때에 맞추어 병을
집어던지지 못했고 이때를 노려 주인공은 망자쪽으로 낮게 구르며 빠르게 일어나 검을 휘둘렀다. 망자는 손에
든 화염병을 미쳐 던지지 못하고 쓰러졌다.
주인공은 화염병을 챙겨 옆쪽 탑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하려 했으나 앞서 감시탑에서의 궁수를 떠올리고는
옆쪽 탑 위를 쳐다보았다. 석궁을 든 망자가 멍하니 계단 너머를 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서있는 자세 그대로
얼마 동안이나 움직이지 않았는지 검게탄 피부위로 희뿌옇게 쌓인 먼지마저 보였다. 탑의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자
멍하니 앞을 보고 있는 궁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재빠르게 칼로 궁수의 다리를 베어넘기고 자세가 무너지며 쓰러진
궁수의 목을 베어넘겼다. 저쪽 먼곳에서 탑을 바라보던 창병이 천천히 방패를 치켜들고 접는하는 것이 보였다.
주인공은 탑아래로 내려가 계단 아래쪽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망자들을 양손으로 든 장검으로 내리쳤다. 방패의
또 다른 약점은 상단을 방어하기 매우 애매하다는 것도 있었다. 방패로 완벽한 방어는 불가능하다. 어떻게 운용을
하는가가 제일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망자들은 그저 불사자가 되기 전 훈련의 본능대로 어기적 어기적 움직일 뿐
이었다. 양손으로 든검으로 검병 둘과 창병 하나를 계단 위쪽에서 내리치자 제일 앞쪽에 있던 망자의 자세가
흐트러지며 계단 아래로 미끌어졌고 그 망자의 팔다리에 엉켜 뒤따라 오던 둘 역시 미끌어져 내려갔다. 주인공은
검을 들고 계단 아래쪽으로 도약하며 검으로 내리찍었다. 팔다리가 이상하게 엉켜 움직이지 못하고 꼬여있던
셋은 그렇게 한번에 처리 되었다.
계단 아래쪽으로 내려오자 바로 앞으로 보이는 하늘다리에 연결된 탑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아래쪽으로 내려
가는 계단이 있었다. 주인공은 빠른 행동을 위해 위쪽계단으로 달려 올라갔다. 그때 계단의 위쪽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굴러떨어져 내려왔다. 그것은 쉽게 타는 기름 뭍힌 넝마를 나무통에 둘러놓은 것이었는데, 위쪽에
있던 망자는 주인공이 계단을 오르는 순간을 기다리다 그것에 불을 붙히고 밀어버렸던 것이었다. 다행히도
방패로 막아내어 온몸이 불에타지는 않았지만 덩어리가 워낚에 컸던 탓에 넝마옷이 크게 손상되었다. 주인공이
크게 손상을 입어 방패를 제대로 들수 없을 정도로 자세가 무너진 틈을 타 계단 위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검병이
달려들었다. 이 상태로 날아오는 검을 맞으면 꼼짝없이 망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주인공은 남아있던 힘을
끌어모아 계단 왼쪽으로 굴러떨어졌다. 다행히 검병의 칼은 석조계단에 튕겨져 나갔지만 주인공은 불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어졌다. 가까스로 에스트병을 꺼내들어 마시려는 순간 검병이 다시 달려들었다. 한모금 정도
마셨을까, 검병의 칼날이 목을 찌르고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죽지않는 저주에 걸린자. 불사자. 주인공은 목이
꿰뚫려도 죽지 않고 살았다.
재빠르게 검으로 검병의 목을 후려쳐 검병을 처치하였다. 목에 바람구멍이 난 주인공은 흐릿해져가는 정신을
붙잡기 위해 남은 에스트를 마셨다.
그리고 목을 쓰다듬었다. 피가 상처에서 묻어나긴 했지만 흘러넘치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에스트를
마실때 목 밖으로 세지도 않았다. 상처가 나지 않은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회복되는 것이다.
육체의 강함은 절대적인 불사인 것이다. 그렇다면 망자가 된 불사자들은 왜 그리도 쉽게 쓰러지는 것인가.
알 수 없었다. 정신의 힘이 다하면 육체는 껍대기일 뿐인 것인가. 주인공은 생각하며 탑위로 올랐다.
탑의 계단을 따라 위쪽 끝에 오르자 수용소에서 보았던 흰색 안개가 보였다. 그리고 누군가 바닥에 분필로
급히 써놓은 글씨가 보였다.
'탑위의 궁수2. 사다리로 올라갈수...'
주인공은 무슨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흰색 안개 때문에 밖이 전혀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탑위라니
밖으로 나가면 불사의 교회로 향할 수 있는 다리가 나온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은 알 수 없는
글씨를 보고 흰색안개를 향해 나아갔다. 안개 밖은 하늘이 훤히 보이는 성의 꼭대기 탑끼리 연결된 다리가
놓여있었다. 반대편 탑의 꼭대기로 가서 아래로 내려가면 교회로 향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바닥에 쓰여져
있던 글씨가 신경쓰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인공이 나왔던 통로 바로 옆쪽으로 탑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놓여 있었다. 적혀 있던대로 였다. 주인공은 조심스럽게 사다리를 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까마득히
보이는 저 아래쪽에 자신이 올라왔던 도시의 상점이나 식당, 제사장 또한 보였다. 이런곳에서 악마라도
나온다면 꼼짝없이 떨어져 죽을것이다.
주인공이 탑에 오르는 사다리를 거의 오를때쯤 기다렸다는 듯이 석궁을 겨냥하고 있는 두명의 병사를
발견했다. 미동도 않고 정확히 사다리가 끝나는 부분을 노리고 있던 둘은 주인공의 머리가 보이자 마자
석궁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재빨리 사다리 아래쪽으로 몸을 숙여 피하고 급히 사다리를 올라
갔다. 사다리에 매달린 상태로는 제대로 칼을 휘두를수가 없다. 어떤 상태라도 자신의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그래서 전투중 사다리에 오르는것을 지극히 꺼렸었다. 과거의 전사로서의
기억이었다. 자신의 부대원들을 훈련시킬때도 사다리를 이용한 전투는 절대적으로 해선 안된다고 알려
주었었다. 자신을 믿고 전장에 나가 싸웠던 용맹했던 전우들... 이제는 살아남은 자가 하나도 없다. 사다리
위쪽으로 급히 오른 주인공은 석궁의 약점인 장전속도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장전속도가 느린 석궁병들은
적이 급히 근처로 다가올 경우 석궁을 버리고 허리춤에 찬 단검을 빼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미 준비하고 덤벼든 자에게 그것은 대항하기엔 너무 늦은 행동이었다. 주인공의 예상대로 였다.
석궁을 버리고 검을 빼들려던 석궁병 둘의 머리를 칼로 쪼게 버렸다. 그리고 탑위에 오른 주인공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이 바로 불사의 도시 정상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탑에서 구름다리로 이어진 탑너머에
자신이 가야하는 교회의 종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머나먼 여정이 될것이었다.
주인공은 천천히 구름다리를 지나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났다. 상점주인은 그런말을 했다.
'성루 꼭대기에는 소머리를 한 악마가 못가게 막고 있고...'
그때였다. 주인공은 지축이 뒤흔들리는 느낌을 받으며 뒤로 주춤거렸다. 탑위쪽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하늘로 솟구치더니 구름다리위에 떨어졌다. 바로 소머리를 한 악마였다. 수용소에서 봤던 악마와 마찬
가지로 소머리를 한 이 거대한 악마는 건장한 청년 5명이 동시에 지날수도 있는 비교적 넓은 구름다리
였음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구름다리자체를 막아버렸다. 소머리 악마는 거대한 철퇴인지
도끼인지 구분할 수 없는 무기를 구름다리에 내리찍고는 거대한 포효를 내뱉었다.
"쿠오오오오!!"
저 무기에 스치기라도 하면 구름다리 밖으로 튕겨나갈것이 분명했다. 주인공은 뒤돌아 탑 안쪽으로
숨으려 했다. 그러나 탑의 입구는 흰색의 알수 없는 안개에 막혀 도무지 뚫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전까지의 안개들은 뚫고 들어온 이후엔 사라지고 없었는데 이것은 마치 주인공의 탈출을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완전히 막혀서 들어갈 수가 없게 만들고 있었다.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악마였지만 아직은
꽤 거리가 있었다. 주인공은 재빠르게 사다리로 올랐다. 수용소에서의 기사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악마의 머리를 노릴 수 있는 지점으로 갈 수 있어.'
저 거대한 몸으로는 도저히 사다리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자신은 검게 그을린
보통보다 두배는 더 큰 화염병을 가지고 있었다. 악마에게 완전히 가로막힌 통로보다는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던지는 것이 효과적이다. 화염병을 맞추기 위해 악마에게 다가갔다간 저 거대한 무기에
온 몸이 으스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사다리를 오르려는 모습을 보자 악마는 흥분해서 달려
들었다. 그리고 거대한 무기를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콰콰쾅!! 성벽이 나무조각들 처럼 부셔져 날아
갔다. 너무나 큰 충격에 주인공은 잡고 있던 사다리를 놓칠뻔했다. 똑바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육중한 돌덩이를 나무조각처럼 부셔내는 무기에 산산조각이 날것이다. 탑에 오른 주인공은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거기에 있던 악마는 무기를 후려친 뒤 아래쪽과 뒤쪽을 살피며 주인공을 찾았다.
으르렁 대는 소리를 내며 언제라도 휘두를 수 있도록 무기를 치켜들고 있었다. 주인공은 허리춤에서
화염병을 끌러내어 손에 들고 악마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크아아악!"
악마의 머리에 거대한 화염이 솟구쳐 올랐다. 탑에 올라있는 주인공에게 까지 열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악마가 고개를 들어 주인공을 본 순간 주인공은 두번째 화염병을 악마의
머리쪽으로 집어던졌다. 소머리의 악마는 고통속에 괴성을 지르며 거대한 무기로 탑을 후려쳤고
주인공은 충격때문에 자세가 흔들리며 탑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때. 주인공이 왼손에 옮겨
들고 있던 칼로 악마의 등쪽을 찌르며 그대로 그으며 땅에 떨어져 충격을 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악마에게는 거대한 상처를 남길 수 있었다.
"쿠와아악!!"
악마는 필사적으로 무기를 후려쳤고 빗맞았음에도 너무나 거대한 충격파 때문에 주인공은
구름다리 끝쪽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얼굴을 문질러 불을끈 악마는 붉게 타오르는 듯한 얼굴로
주인공을 노려보고 양손으로 무기를 내리찍으려 하였다. 동작이 크면 빈틈도 크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기억에 의존해 악마의 다리사이로 굴러 들어가 뒤쪽으로 피한 주인공은 악마가 온힘을 실어 내리찍은
무기를 피했고 악마의 무릅뒤쪽을 노리며 양손으로 크게 베어 냈다. 왼쪽 무릅이 꺽이며 쓰러지는
악마의 거대한 몸체는 주인공의 칼이 목에 닿을 정도로 내려 왔으며 그에 따라 주인공은 악마의 목에
양손으로 든 장검을 쑤셔넣었다.
"크어어어어어억!"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악마는 점점 밝은 빛을 내며 타올랐고 끝내 영혼의 결정이 되어 부셔
지며 주인공에게 빨려 들어왔다. 그때였다. 악마에게 깃들어있던 알수 없는 검은 영혼의 힘이 주인공
에게 빨려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성... 이상하게도 그 힘은 주인공이 손으로
쥘수 있을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원하면 다시 몸안으로 빨려들어왔다. 주인공은 무심결
에 손으로 꺼내든 인간성을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순간 검게 변한 영혼의 힘이 주인공에게 빨려
들어왔고 주인공은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신이 회복된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기억도...
자신은 과거에 왕국의 기사로서 사병들을 훈련시켰던 교관이었다. 어느날 왕국에 모함을 당해 북방의
수용소에 쫓겨나기 전까지 국왕의 명을 충실히 따르며... 잘 기억나지 않았다. 흐릿했지만 그래도 과거
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고 점차 기억을 되찾은 주인공은 이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전투 실력을
되찾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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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불사의 교구 (전편) 입니다. 다 쓰려면 몇일 걸릴거 같아요...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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