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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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파 스토리 총정리 1부 - <지난편 링크>
- 던전 앤 파이터 : 세계관
■ 던파 스토리 총정리 2부 - 현재 페이지 ●
- 아라드 역사 전반기 (아라드력 0~600년)
■ 던파 스토리 총정리 3부
- 아라드 역사 후반기 (아라드력 650~1000년)
■ 던파 스토리 총정리 4부
- 모험가 이야기 1 (엘븐 가드~시간의 문)
■ 던파 스토리 총정리 5부
- 모험가 이야기 2 (안톤~루크)
■ 던파 스토리 총정리 6부
- 모험가 이야기 3 (천계 내전~제2차 마계회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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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이 죽은 자의 성을 통해 당도한 곳은 아라드 행성의 상층부에 위치한 <천계>라는 곳이었다. 아라드 행성은 지상의 아라드 대륙과 하늘 위의 천계 대륙, 그리고 그 사이의 바다인 ‘미들오션’으로 나뉜 기묘한 환경을 갖고 있었다. 아라드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두 세계를 그 사이에 놓인 <하늘성>을 통해 왕래하곤 했다.
독특한 환경을 가진 <아라드 행성>
천계는 본래 마법이 발달한 세계였다. 하지만 바칼은 힐더의 계획을 철저히 방해하기 위해 천계를 점령하고 마법을 금지시켜 천계인들에게 시련을 내렸다. 사도는 사도를 죽일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시련을 딛고 성장함으로써 힐더와 카인에게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게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의도였다. 다만 아라드인들을 단련시켜 사도를 물리칠 ‘칼날’로 사용한다는 건 힐더의 계획이기도 했다. 따라서 바칼은 하늘성을 봉인해 천계를 고립시키고 마법 금지령을 내려 그들이 마법 대신 다른 힘을 발전시켜 마법에 통달한 힐더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이 그가 마법을 금지한 이유였다.
천계를 점령하고 마법을 금지한 바칼
얼마 후 바칼을 찾아온 한 여인이 있었다. 마계 출신의 점술가, 아이리스였다. 그녀는 스스로를 예언가라 칭하며 바칼에게 한 가지 예언을 했다.
“폭군이 사도의 자리에서 물러날 때, 그는 세 마리의 마물을 만들고 마물에게 명령을 할 것이다. 첫 번째는 심해 아래의 대지 위에, 두 번째는 심해 아래의 설산 꼭대기에, 세 번째는 심해 아래의 땅속 깊숙한 곳에. 그럼으로써 주인의 바람은 완성될 것이다.“
바칼은 그녀가 힐더의 측근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예언, 즉 힐더의 의지는 곧 자신의 계획과도 일맥상통하기에 그 의도를 따라주기로 했다. 예언대로 ‘세 마리의 강력한 용’을 창조하여 천계 아래의 심해 너머에 존재하는 땅에 순차적으로 내려보낸 것이다. 그만큼 바칼은 자신감이 매우 충만했다.
아라드 대륙에 세 마리의 용을 내려보낸 바칼
한편 아랫 세계 아라드 대륙의 인간들은 하늘성이 봉인되어 천계와 연락이 끊긴 후로 점차 그들을 잊어갔다. 그리고 아랫 세계 나름의 역사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 상징과 같은 사건이 바로 새로운 역법 ‘아라드력’을 선포한 일이었다.
아라드력 68년, <펠 로스 제국>이 최초로 아라드 대륙을 통일했다. 펠 로스는 초강대국으로써 아라드 역사에 유례없을 정도로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157년, 펠 로스 제국의 황제는 예언가를 자칭하는 여인으로부터 불길한 예언을 듣는다.
“마물에게 이긴 한 쌍의 이리를 찬양한 노래가 왕의 위에서 울려 퍼지고, 연로한 사자인 국왕은 언젠가 이리들 손에 멸할 것이다.”
아이리스의 예언에 나오는 한 쌍의 이리가 누구인지 황제는 금방 알 수 있었다. 현재 펠 로스 제국의 전설적인 전사로 추앙받고 있는 장수 카잔과 그를 보좌하는 대마법사 오즈마가 분명했다. 그들은 현재 대륙의 내로라하는 전사들 중에서도 단연 최강이라 일컬어졌다. 갑작스레 나타나 세상에 큰 해를 입히던 ‘광룡 히스마’를 토벌한 것도 그들이었다. 그들의 뛰어난 능력 덕분에 펠 로스는 제국을 통일할 수 있었고, 따라서 제국의 시민들에게 인기도 매우 높았다. 황제는 그들이 두려웠다. 예언을 들은 뒤로 그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바칼이 내려보낸 첫 번째 용 ‘광룡 히스마’를 물리친 카잔과 오즈마.
얼마 후, 카잔이 제국에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문이 빠른 속도로 퍼졌다. 그 소문을 믿기 힘들었던 카잔의 친우 오즈마는 황제의 명을 받아 수만의 군세를 이끌고 카잔을 찾아가 직접 물었다. 하지만 진실은 더욱 가혹했다.
“오즈마여, 나는 반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네. 단지 나를 음해하려는 무리들로부터 이 한 몸 지키려는 것이야.”
“친구여, 그렇다면 잠시 병사를 물리게.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이 분명하네. 내 직접 황제 폐하께 아뢰어보겠네.”
“이보게, 나를 음해하려는 무리가 바로... 황제라네!”
카잔의 말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장군들을 놔두고 굳이 카잔의 친우였던 오즈마에게 카잔의 숙청 명령을 내린 것 역시 카잔과 오즈마를 동시에 일망타진하기 위한 황제와 제국 기득권의 음모였다. 이러한 조짐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카잔과 오즈마는 결국 속수무책으로 붙잡혀 반란의 주모자가 되고 말았다. 이후 그들은 눈이 적출당하고 두 팔의 힘줄이 뽑혀나가는 가혹한 형벌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일가친척 또한 모조리 몰살당했으며, 황제는 오즈마의 약혼녀까지 자신의 첩으로 들여 오즈마의 영혼을 두 번 죽였다. 모든 희망을 잃은 오즈마는 인간이란 존재 자체에 환멸을 느끼고 지구상의 모든 인류를 절멸시킬 강대한 힘을 갈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부름을 기다렸다는 듯, 그의 눈앞에 한 명의 사신이 나타났다.
이 사신이 누군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야기 흐름상 힐더에 관련된 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신은 오즈마가 원하는 강대한 힘을 주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일깨워’ 주었다. 사실 오즈마는 제11사도였다. 본인은 몰랐겠지만, 그는 태생부터 위대한 의지의 어두운 일면의 힘을 갖고 있었다. 오즈마를 찾아온 사신은 그저 그 힘을 자각하게 해주었을 뿐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자신의 진정한 힘에 광소를 터뜨린 오즈마는 스스로를 혼돈의 신이라 자칭하며 곧장 카잔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의 목숨도 거두어 카잔을 소멸의 신으로 만들었다. 함께 세상에 복수하자는 이유에서였다.
죽음에서 일어난 자, 혼돈의 오즈마.
그러나 카잔은 거절했다. 그는 그대로 귀신으로써 홀로 세상을 떠돌았다. 다만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나, 그의 그러한 행동으로 인해 세상에는 ‘카잔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불치병이 생기게 된다. 카잔 증후군이란 평소엔 별다를 바 없지만, 감정이 격앙되는 상황이 오면 본인을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미쳐 날뛰며 소위 광전사가 되는 증세였다. 눈의 흰자위가 검게 변하고 눈동자는 붉어지며 신체능력은 대단히 상승하지만 이성을 잃고 눈앞의 모든 것을 파괴하려 든다. 이 병은 특히 비사회적이고 어두운 삶의 패턴을 가진 ‘귀검사’들이 많이 걸렸는데, 이 증후군에 걸린 귀검사들을 사람들은 버서커라 불렀다.
귀검사란 ‘귀수’라 불리는 원인 모를 증상으로 한쪽 손이 뒤틀리고 귀신과 가까이하게 된 전사들을 말했다. 언제부턴가 발생하기 시작한 이 증세를 대하는 패턴은 전사들마다 달랐다. 운명을 거부하고 귀신을 애써 무시하며 손에 쥔 현실의 무기를 잘 다루는 방법에 집중하는 웨펀마스터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귀신의 힘에 매료되어 그 힘을 더 끌어내기를 목표하는 이른바 소울브링어라 불리는 자들도 있었으며, 아예 원귀를 육신 안에 받아들이고 귀인화되어 검귀가 된 자들도 있었다. 또한 시력을 포기하고 파동을 깨우친 자들은 아수라라고 불렸다. (※ 정확히 귀수 증상이 세상에 나타나는 건 수백 년 후다. 그전까지는 아주 희박한 확률로 일반인들이 카잔 증후군에 시달리는 정도였을 것.)
귀신이 되어 떠돌게 된 펠 로스 제국의 영웅 카잔.
한편 오즈마는 자신을 추종하는 3인의 암흑기사를 이끌고 아라드 대륙에 전염성이 강한 ‘피의 저주’를 퍼뜨려 큰 소요와 혼란을 일으켰다. 저주에 걸린 인간은 ‘위장자’라는 악마로 변질되어 악의로 가득한 살육을 일삼았다. 그러나 그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진 일반인과의 구분이 불가능했기에 시민들은 늘 주변에 위장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게다가 급기야 서로가 서로를 불신한 나머지 무의미한 마녀사냥과 극단적인 내분이 성행하면서 그야말로 세상은 혼돈과 광기로 치달았다.
위장자로 가득한 세상
이러한 절망의 상황에서 홀연히 나타나 세상을 구원한 소년이 있었다. 바로 성안(聖眼)의 미카엘라였다. 대천사 미카엘의 축복을 받아 영원히 늙지 않는다는 이 소년은 계시를 통해 최초로 위장자와 인간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갖고 있었다. 미카엘라는 자신과 같이 계시를 받아 위장자를 구분할 수 있는 자들을 소집해 그들을 ‘프리스트’라 칭했다.
진실을 꿰뚫어 보는 자, 성안의 미카엘라.
미카엘라는 커다란 거병을 이용한 엑소시즘 능력과 격투술인 신격권을 개발하여 프리스트들을 다수 양성하는 등 위장자들을 퇴치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했다. 그중에는 위장자에 대한 분노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악마화되어 악마들에게 복수를 부르짖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각각 크루세이더, 인파이터, 어벤져라 불렸다.
한편으론 계시를 받지 못한 자들이 위장자를 색출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했는데, 소위 ‘검은 교단’이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일군의 소녀들을 납치해 그녀들에게 강제로 위장자의 혈액을 주입했다. 위장자는 위장자를 알아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남성보다 여성이 위장자화가 느리다는 사실을 이용해 그녀들을 거짓 계시를 받은 사제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그녀들 대부분은 프리스트 교단에 의해 구출되어 거두어졌다. 이후 그녀들은 각각 자신들의 특성을 살려 신탁을 받은 무녀가 되거나, 이단심문소 소속의 이단심판관이 되거나, 성흔을 통해 7가지 죄악의 힘을 끌어내어 미스트리스가 되거나, 또는 진실한 계시를 받아 세라핌이 되었다. (※ 여프리스트 스토리도 사실 한참 후의 이야기지만 그냥 여기 편입하겠다.)
그동안 펠 로스 제국은 대륙 서북쪽의 국가 <수쥬>와도 동맹을 맺었다. 위장자와의 본격적이 전쟁을 위해서였다. 수쥬는 비록 소국이지만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깊은 나라였다. 그들의 템플(절)은 최근 퇴마사를 앞세운 ‘수쥬 항마단’을 구성하여 사악한 마기와 싸우고 있었다. 그들이 참전함으로써 사실상 아라드 전체가 오즈마에 대항하게 된 셈이었다. 아라드력 253년, 그렇게 인류와 위장자 간에 마침내 <검은 성전>이 시작되었다. 성전은 이후 100년 간이나 이어진다.
위장자와의 결사항전을 시작한 프리스트
인류의 기나긴 항쟁은 물러설 곳 없는 땅 <검은 대지>에서 결착되었다. 검은 대지는 그야말로 살아서 갈 수 있는 지옥이었다. 동료가 위장자가 되어 동료를 죽이고, 그 위장자를 다른 동료가 망설임 없이 죽이는 참극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길고 긴 싸움에 땅은 썩어 문드러졌으며, 하늘은 불길한 빛깔로 일렁거렸으니 그 광경이 실로 무간지옥이었다.
미카엘라를 포함한 ‘성스러운 5인’은 이러한 지옥도를 뚫고 마침내 오즈마에게 도달했다. 그들은 프리스트들 중에서도 가장 신성력이 강하다 일컬어지는 자들이었다. 신격권을 극한으로 연마한 인파이터 신풍-볼프간트 베오나르, 커다란 방패와 판금갑옷을 입고 최전방에서 아군을 보호한 팔라딘의 시초 샤피로 그라시아, 뛰어난 치유 능력으로 프리스트의 불사단을 이끈 크루세이더 밀란 로젠바흐, 수쥬 고유의 기술을 프리스트 교단의 신성력과 최초로 결합시킨 퇴마사 용투사 – 신야. 이들 5인은 오즈마의 광기에 맞서 건곤일척의 각오로 치열한 혈전을 벌였고, 그 결과 마침내 오즈마를 3인의 암흑기사와 함께 이공간 속에 봉인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렇게 검은 성전은 인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아라드력 347년의 일이었다. 이후 미카엘라는 벨 마이어 지역에 프리스트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대성당 ‘레미디아 바실리카(Lemidia Basilica)’를 세우고 아라드 각 지역에 프리스트를 지속적으로 육성 및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오즈마가 사라진 이후에도 위장자들은 세상에 그대로 남아 암약했기 때문이다.
검은 성전을 승리로 이끈 성스러운 5인
모든 만반의 대비를 마친 미카엘라는 검은 대지로 돌아가 홀로 수백 년간 오즈마의 봉인을 지켰다. 그런데 이 긴 시간 동안 오즈마와 미카엘라는 언젠가부터 서로에게 비슷한 기운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 결과 자신들의 존재가 ‘사도’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에 미카엘라는 더더욱 오즈마를 죽이지 않고 영원히 가둬두고자 마음먹었다. 미카엘라 역시 ‘모든 사도가 죽는다면 세계가 멸망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은 바 있었기 때문이다.
(※ 현재 오즈마와 미카엘라에 관한 스토리는 메인에서 제외되어 공백이 된 상태다. 향후 리메이크되어 재편입된다면 본 글도 수정될 수 있지만 애초에 온라인 게임 설정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가볍게 보는 것이 좋겠다.)
현재는 스토리 없는 파밍 던전용 보스로만 만나볼 수 있는 오즈마와 미카엘라.
성전 이후 아라드 대륙은 크고 작은 전쟁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100년에 걸친 전쟁의 여파로 펠 로스 제국이 급격히 쇠락하여 통제권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에 펠 로스는 소국인 수쥬국을 점령해 국면 전환을 꾀하려 했으나 그들은 이미 수쥬조차 집어삼킬 힘이 없었다. 수쥬는 펠 로스와의 수성전에서 승리했다. 게다가 367년에는 펠 로스 황제가 병사하면서 결국 제국은 여러 개의 제후국으로 갈라지고 만다.
한편 아라드에는 검은 성전과 별개로 또 다른 소요가 일어나고 있었다. 천계에서 바칼이 내려보낸 3마리의 용 중 나머지 두 마리 때문이었다. 그들은 각각 땅속의 흑요정 왕국, 그리고 반투족이 사는 북쪽의 설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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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요정의 기원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먼 옛날, 아라드는 인간과 요정, 난쟁이들이 공존하는 천혜의 땅이었다. 미의 여신 베누스는 아라드의 인간 남성 나르시스를 사랑했다. 하지만 나르시스는 요정 라디아를 사랑했고, 이는 난쟁이 왕국의 왕 ‘타닉타르’의 고발로 베누스의 귀에 들어갔다. 이에 시기를 느낀 베누스는 라디아 부족의 요정들에게 저주를 내려 그들을 어두운 피부를 가진 흑요정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르시스 역시 베누스의 저주로 흉측한 모습을 가진 괴물이 되고 말았다.
베누스의 저주로 요정의 신성한 마력마저 잃은 흑요정들은 어둠의 사제 ‘드비아나’의 인도 아래 새로운 터전을 찾았다. 그곳은 대륙 남동쪽 알프라이라 산 깊숙한 곳에 있었다. 그들은 거대한 지하 동굴의 탁한 공기와 땅에 스민 독기를 정화하고 그곳에 새 삶의 터전 <언더풋>을 건설했다. 이후 언더풋은 흑요정의 나라 <펜네스>의 수도가 된다. (※ 저주를 받지 않은 나머지 요정들은 대륙 서쪽의 ‘그란 플로리스 숲’으로 들어갔다.)
흑요정의 기원에 얽힌 이야기
한편 난쟁이 타닉타르는 베누스에게 진실을 고한 대가로 전설의 황금맥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그는 곧바로 지하땅굴을 파고 들어가 황금맥을 발견한 후 그곳에서 얻은 부로 지하도시 <노이어페라>를 건설해 한동안 번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흑요정들은 자신들이 베누스의 저주로 신성력을 잃은 원인이 욕심 많은 난쟁이 왕 타닉타르 때문이었음을 알아냈다. 이를 처음 알아낸 것은 펜네스의 왕 ‘군트람’이었다. 분노한 군트람은 즉시 펜네스의 군대를 이끌고 노이어페라로 쳐들어가 타닉타르의 목을 베었다. 그리고 그들이 부당하게 얻은 대가로 이룬 노이어페라를 빼앗아 흑요정의 도시로 만들었다. 이후로 한동안 흑요정들은 지하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간다.
난쟁이 타닉타르를 죽이고 노이어페라를 얻은 흑요정 군트람
흑요정이 다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라드력 252년, 오즈마가 아라드에 전쟁을 선포했을 시기였다. 이 시기 흑요정의 큰 부족들을 정복해 공포의 대왕이라 불리던 학살자 발라크르는 위장자와 결탁하고 지상에 남은 요정들을 공격했다. 흑요정이 흔히 말하는 국가로서의 틀을 잡은 것도 발라크르가 흑요정을 지배한 바로 이 시기였다. 하지만 이듬해 발라크르는 전쟁 도중 사망했다. 직후 본래 왕가의 혈통을 가진 알에이드가 새로운 왕이 되면서 흑요정들은 다시 지하에서 조용히 살아가나 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바칼이 내려보낸 두 번째 용인 ‘사룡 스피라찌’가 깨어난 것이다. 스파라찌는 땅속의 흑요정들을 잔인하게 도륙했다.
스피라찌를 토벌한 것은 흑요정 마법사들이었다. 그들은 간신히 사룡을 물리친 후 ‘원로회’를 만들어 다시 이런 위기가 일어났을 때 대비를 잘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자 했다. 하지만 원로회는 점차 정치 세력화되어 변질되기 시작했고, 더군다나 본래 요정의 신성한 기운을 잃은 흑요정들의 마력은 갈수록 변변찮은 것이 되어 마법사에게 더 이상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에 흑요정의 통치자들은 대신 그들 세계에서 암암리에 활동하던 자들의 능력을 이용하기로 했다. 바로 ‘도적’들이었다.
흑요정에 의해 토벌된 ‘사룡 스피라찌’와 흑요정 사회에 새롭게 부상한 도적들
한동안 지하 동굴에서만 살아온 흑요정들은 자연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때문에 약탈은 아주 오래전부터 흑요정들의 중요한 생존방식 중 하나였다. 타고난 신체적 조건 덕분에 그들의 도적으로서의 악명은 다른 종족의 상인들에게는 공포의 대명사였다. 흑요정 통치자들은 이 도적들을 억제하는 대신 그들 중 특히 뛰어난 자들을 모아 그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비밀부대를 창설했다. 엄격한 훈련과 테스트가 진행되었고 이를 거쳐 마침내 이 부대에 소속된 자들은 로그라 불렸다.
검은 성전이 막 끝났을 무렵, 최강의 로그라 불리던 북서풍의 할레스가 펠 로스 제국에 붙잡혔다. 흑요정의 왕은 그들에게 흑요정의 마법을 가르쳐주는 조건으로 할레스를 돌려 받았다. 이후 할레스는 흑요정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뒤 로그들을 규합시켜 특수부대 <던브레이커즈>를 창설했다. 로그의 주요 임무는 첩보였다. 그들은 다른 종족 혹은 국가의 정보를 수집해 펜네스 왕국이 외교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흑요정들이 지하에 갇혀 살면서도 세상의 정황을 살펴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이유는 로그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때문에 로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반대로 그런 로그들을 매우 싫어하는 흑요정 도적들도 있었다. 뒷골목 시절을 잊고 왕실 물을 좀 먹더니 점점 콧대만 높아졌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예전처럼 어둠 속에서 암약하며 주로 암살을 행했는데, 세상은 그들은 섀도우 댄서라 불렀다. 로그들은 반대로 섀도우 댄서들을 자신들처럼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지고도 고작 숨어서 암살이나 한다며 비난했다.
로그와 섀도우 댄서가 서로를 비난하는 동안, 전혀 다른 길을 택한 도적들도 있었다. 예컨대 사령술사였다. 그들은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내 힘의 원천으로 삼는 자들이었다. 채 원소로 흩어지지 못한 영혼을 억지로 가두어 부릴 수 있게 되면 원소의 힘을 빌려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손쉽게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귀신이라 부르는 이 힘을 흑요정들은 ‘사령’이라 불렀다. 그들은 심지어 전대 왕 발라크르의 영혼을 스스로의 몸에 빙의시켜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디 흑요정들은 조상을 숭배하는 문화를 가진 자들이었기에 대부분이 이런 사령술사들을 비난했다. 환생을 믿는 흑요정들에게 사령이란 행위는 매우 모독적인 일이었다. 다만 원로회는 이들의 힘에도 눈독을 들여 몇몇 사령술사들을 원로회에 소속시켰다. 그만큼 그들은 매우 실용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또는 아예 흑요정의 세계에서 멀리 떠나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킨 도적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쿠노이치라 불렸다. 발라크르 시절에도 그의 소집을 거부하고 수쥬의 수도 <쇼난>으로 떠나 살아가던 이들은 쇼난 고유의 힘인 넨과 차크라, 그리고 흑요정이 본래 사용하던 마법을 융합하여 독자적인 술법을 만들어냈다. 바로 ‘인법’이라 불리는 전투 기술이었다. 이 술법을 통해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쿠노이치들은 곧 쇼난의 왕족과 귀족들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다. 처음엔 가문의 주요 인물 호위나 경쟁 가문의 정보 수집 등을 맡기기 위해서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쇼난의 상류층은 쿠노이치를 몇이나 보유하고 있느냐를 가문의 영향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에 이르렀다. 다만 자신의 세력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는 군주들에 의해 쿠노이치는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흑요정의 주요 전력이 된 도적들. 남도적 내놔라 이놈들아
아라드의 땅속에서 흑요정들이 변화를 겪는 동안, 지상에서는 새로운 세력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스스로를 옛날의 강성했던 펠 로스 제국의 후예라 일컫는 ‘데 로스’ 세력이 우선 그 첫 번째였다. 그들은 현재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펠 로스 대신 자신들이 그 대체 국가가 되기를 꿈꿨다. 갈라진 제후국들을 다시 통일하여 강성했던 제국 시대의 부활을 목표한 것이다.
또한 아라드 대륙 남서쪽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국가가 탄생하기도 했다. 바로 <벨 마이어 공국>이었다. 본래 아라드 남서쪽 지역은 황폐한 사막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타난 대마법사 마이어라는 자가 광범위한 마법진을 펼쳐 비옥한 토지를 만든 것을 계기로 그 땅의 역사는 새로 쓰이게 되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 몰려든 대량의 난민들은 곧 그 풍요로운 땅 위에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 다만 마이어는 스스로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기려 신생 중립국의 이름을 벨 마이어라 지었으며 수도의 이름 역시 <헨돈 마이어>라 지었다. 아라드력 483년의 일이었다.
신생 <벨 마이어 공국>
벨 마이어는 곧 북쪽에 있는 요정들의 숲 <그란 플로리스> 지역까지 영역을 넓혔다. 동쪽의 해안가에는 해상 교통의 요충지로써 발달한 도시 <웨스트코스트>가 자리 잡았고, 서쪽에는 <노스마이어>가 공국의 상업 중심지로 발전했다. 이처럼 벨 마이어는 전반적으로 마법과 상업, 문화 모든 것을 장려하는 자유로운 국가였다. 건국자 마이어의 뜻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중립국 벨 마이어는 세계 각국의 모험가, 잡상인, 학자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으며 덕분에 회화, 음악, 시, 문학, 출판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가 골고루 발달했다. 또한 사람들은 비옥한 대 평야지대 덕분에 넉넉한 식량을 가질 수 있었고 그 영향으로 여가생활을 충실히 즐기는 매우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지중해의 산토리니 섬 건물들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헨돈 마이어의 건물들.
하지만 이들과 달리 벨 마이어의 북쪽에 위치한 혹한 지대 <설산>에서는 끔찍한 악몽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라드력 500년, 바칼의 마지막 세 번째 용 ‘냉룡 스카사’가 설산에 모습을 드러내 인간들을 공격해왔다. 설산에서 살아가던 부족 ‘반투족’은 냉룡을 물리칠 수 없었다. 그들은 안 그래도 아라드 대륙 가장 위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던 자들이었다. 그러나 냉룡 스카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자신들의 주거지인 <스톰 패스>를 떠나 동쪽의 스트루 산맥을 넘어 제국의 영토를 침범해야 했다. 갑작스러운 영토 침범에 반응한 많은 제후국들은 즉시 연합 군대를 조직했다. 그들은 반투족과의 접경 지역에서 약 30년 동안 긴 전쟁을 벌였다. 그런데 다행히 냉룡 스카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동면에 들어가 위협이 없어지자 반투족은 고향으로 다시 돌아갔고, 그로 인해 전쟁도 갑작스럽게 끝났다. 후일 이 전쟁은 ‘제1차 눈빛전투’로 기록된다.
설산에 밀어닥쳤던 ‘냉룡 스카사’의 위협
이처럼 아라드 대륙이 아이리스의 예언으로 말미암아 전쟁과 소요로 들끓을 동안, 마법이 금지된 천계에서는 마법 대신 ‘기계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들의 과학 문명은 고대 테라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었다. 이는 물론 힐더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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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은 자신의 용 군대를 앞세워 스스로를 신이라 일컬으며 천계를 지배했다. 그는 단순히 마법을 금지시킨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면 마법적인 재능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재능이 보이면 가차없이 잡아와 죽이게 했다. 천계인들에게 그는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폭군이었다.
잔학무도하게 천계를 폭압하는 바칼
바칼의 목적은 분명했다. 혹독한 시련을 통해 천계인들을 스스로 성장하게 만드는 것. 이를 위해선 다른 어떤 이의 개입도 없이 천계인이 독립적으로 힘을 길러야 했다. 하지만 마법을 금지한 후 대신 발전했다는 게 하필 고대 테라 문명과 똑 닮은 기계과학이라 바칼은 힐더의 개입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의심을 확신하게 된 계기가 바로 ‘7인의 마이스터’가 진행한 코드네임 게이볼그 프로젝트였다.
7인의 마이스터는 바칼에게 대항하고자 모인 레지스탕스 집단인 <이터널 플레임>에 소속된 7명의 천재 과학자들이었다. 그들은 바칼을 없애기 위해 당시 기술로는 절대 만들지 못할 기계병기를 만들고 있었다. 이름하야 대괴수용 결전병기 ‘게이볼그’. 그것은 만약 완성만 된다면 이론상 가히 바칼을 쓰러뜨릴 수 있을 만한 위력을 가진 초대형 기계로봇이었다.
메카닉 각성기에 나오는 바로 그 게이볼그.
7인의 마이스터 그룹의 리더는 이터널 플레임의 간부이자 당대 최고의 메카닉 테네브라는 남자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게이볼그 프로젝트가 이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테베브를 보좌하는 엘디르라는 여성 덕분이었다. 게이볼그 제작을 처음 제안했던 것도 그녀였다. 엘디르는 그야말로 모두가 듣도보도 못한 혁신적인 기술들을 선보이며 제작 전반에 큰 기여를 했으며, 프로젝트가 막힐 때마다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나머지 마이스터인 쿠리오(게이볼그 차원이동 장치 담당), 볼간(병기 제작 담당), 라티(조종석 및 컨트롤 패널 제작 담당), 오드뤼즈(소형 엔진 제작 담당), 젠느(테네브 마누라 담당)도 각각 중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엘디르가 없었다면 게이볼그 프로젝트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이볼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천재 메카닉 그룹 ‘7인의 마이스터’
바칼은 곧 게이볼그 프로젝트의 배후를 눈치챘다. 엘디르의 정체가 바로 힐더였다. (아나그램 Hilder -> Eldirh) 그녀는 천계인들 스스로의 순수한 힘이 아닌 자신의 능력을 개입시켜 바칼을 처치하고자 했다. 그녀가 바라는 목적, 즉 창신세기에 나온 예언대로 사도를 처리하면서도 아라드인들이 자신이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성장하게끔 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아직 힐더는 자신이 나중에 진행할 더 큰 계획을 위해 천계인의 발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고 그것을 위해선 방해가 되는 바칼을 반드시 먼저 죽여야 했다. 즉 ‘시련으로 연단된 칼’을 원하는 것은 힐더와 바칼 둘 다 같았으나 그 시기와 정도가 달랐던 것이다.
바칼은 힐더의 계획을 저지해야 했다. 지금 자신이 죽는다면 이후 모든 것이 힐더의 바람대로 흘러갈 것이 분명했다. 그는 곧 게이볼그 프로젝트의 모든 권한을 가진 리더 테네브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게이볼그 프로젝트를 멈춰주게나.”
“뭐? 하하하하하”
테네브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 대단한 거물이 갑자기 나타나 한다는 소리가 고작 이런 힘 빠진 부탁이라니. 그리고 너무 이상했다. 이미 프로젝트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면 왜 다 죽여버리지 않고 자신을 찾아와 이런 부탁을 하는 거지? 테네브는 곧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바칼은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들을 테네브에게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용의 행성, 힐더와의 만남, 마계라는 곳, 사도, 루크의 예언, 그리고 힐더가 하려는 일과 자신이 하려는 일들... 테네브는 그의 말을 믿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 없었다. 어차피 거절하든 안 하든 프로젝트는 중단될 것이다. 다만 바칼은 현재 엘디르 주도의 프로젝트를 중단하되, 연구 성과를 후대에 남길 기회를 주고 있었다. 물론 테네브가 이를 마다한다면 바칼은 그간의 성과를 모두 없애버리고 다시 그들과 같은 자들이 나오길 기다리면 될 뿐이었다.
고민 끝에 테네브는 바칼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는 배신자 역할도 맡기로 자처했다. 만약 현재의 프로젝트가 바칼에게 들켜 중단됐다는 것을 후대의 사람들이 안다면 바칼의 정보력에 겁을 먹고 저항조차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비록 죽어서도 배신자로 손가락질당하고 멸시받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테네브는 기꺼이 감수하고자 했다. 대신 그는 조건을 걸었다. 자신들의 기술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쿠리오를 살려줄 것, 그리고 자신의 아내인 젠느와 아이는 죽이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얼마 후 그들의 협의대로 바칼의 군대가 연구소에 들이닥쳤다. 테네브는 자신이 배신했다는 흔적들을 남기고 이미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목숨을 끊은 뒤였다. 마이스터 볼간은 미완성 상태의 게이볼그로 저항하다가 장렬히 산화했고, 라티는 안 그래도 흡연과 과로가 쌓인 상태에서 게이볼그가 파괴되는 장면을 보는 순간 쇼크를 견디지 못해 피를 토하고 죽었다. 마이스터 젠느 역시 자신의 연인 테네브의 배신을 알고 절망에 빠져 오드뤼즈에게 아이를 남긴 채 자1살했다. 살아남은 쿠리오는 게이볼그의 잔해를 모아 자신의 차원이동장치를 이용해 다른 차원에 옮긴 뒤 일시적으로 불러오는 방법을 특수한 암호문에 기록하여 숨겨놓았다. (※ 후일 이는 마이스터들의 각성기 ‘게이볼그 펀치’로 활용된다.) 그리고 그간의 모든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후세에 남기는 작업까지 마쳤으나 결국 그 역시 바칼의 추적자들에 의해 사망한다. 오직 엘디르와 오드뤼즈만이 살아남았는데, 엘디르는 이미 바칼군의 침공 이틀 전부터 행방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고 오드뤼즈는 쿠리오를 돕다가 어느 날 젠느의 아이를 데리고 홀연히 종적을 감췄다. 이때가 아라드력 303년의 일이었다.
훗날 이들이 남긴 유산으로 템페스터, 게일포스, 에이션트 트리거 등 수많은 메카들이 창안된다.
7인의 마이스터가 남긴 기술력은 천계인들이 기계혁명을 일궈내기에 충분했다. 천계인의 성장한 기술력은 바칼을 크게 위협했으며 그의 세력을 점점 몰아붙였다. 그렇게 천계인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을 때 오랫동안 모습을 감춰온 힐더가 마침내 스스로 바칼을 찾아왔다. 그녀는 바칼의 폭거가 막을 내릴 때가 왔음을 통보하려 온 것이었다. 천계인에 의한 바칼의 죽음은 미래의 역사에선 이미 공인된 것이므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 그녀의 말이었다. 바칼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분명 천계인의 발전된 기계병기는 바칼을 위협할 정도는 되었지만 아직 그 정도로 자신을 죽일 수 없으리란 것은 힐더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힐더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실제로 바칼을 죽이는 것은 천계인이 아닌, 자신이 엄선해 데려온 ‘미래에서 온 이들’이라는 것이었다.
때가 왔음을 통보하는 힐더.
아라드력 526년, 운명의 때가 왔다. 천계인들의 항쟁은 극에 달하여 바칼의 성은 물론 천계 전체가 불길로 붉게 물들었다. 바칼은 분명 고전하여 기력이 많이 쇠했으나 아직 그들의 손에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바칼은 마침내 힐더가 이야기한 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미래에서 온 이들. 이질적인 차림에 인간, 흑요정, 마계인 등 다양한 종족들로 구성된 그 정체불명의 집단은 미래의 힐더가 차원의 틈을 통해 과거로 보내온 당대 최고의 강자들이었다. 500년 후에 비로소 충분히 성장한 강자들, 그리고 자신이 상처 입고 쇠약해진 지금 이 시점. 그야말로 기막힌 타이밍이 아닐 수 없었다. 힐더가 자신의 죽음을 자신 있게 속단할 만도 했다.
아라드를 지키기 위해 바칼을 쓰러뜨리러 왔다는 미래의 ‘모험가’들
바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온통 불길이 가득했다. 문득 오래전 루크가 그림으로써 암시했던 불길 속에서 죽어가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바칼은 지금 이 순간, 저들에 의해 죽을 운명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미소 지었다. 미래에서 보낸 자들이라니. 힐더는 조급했던 것이 분명했다. 바칼이 게이볼그 프로젝트를 파쇄하고 자신의 죽음을 늦춘 탓에 힐더는 이런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것은 분명 힐더의 실수였다. 그들은 힐더를 진심으로 믿고 자신을 죽이러 온 것일까? 바칼은 힐더의 계획을 비틀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미래인들에게 마지막으로 몇 가지 진실을 알려주었다.
“너흰 천인들이 나를 죽였다고 배웠나? 이제 내가 진짜 역사 공부를 시켜주지. 내가 만약 오늘 죽는다면, 그것은 너희의 과거에도 그랬다는 것이다. 즉, 나를 죽인 것은 천인들이 아니라 언제나 너희였다는 이야기지.”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것은 미래인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그들은 분명 자신들의 역사에서 바칼이 500년 전 천계인들에게 죽었다고 배웠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지금의 행동으로 모든 역사 속에서 바칼은 언제나 천계인이 아닌 자신들의 손에 죽는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었다. 분명 자신들을 지금의 과거로 보낸 것은 힐더인데, 뭔가 이상했다. 게다가 그들은 또 다른 시간의 틈을 통해 바칼에게서 자신들이 쫓던 ‘후드 쓴 여자’의 정체를 들었다. 그것은 그들이 결정적으로 힐더를 불신하게 될 중요한 단서였다. 이제 이 ‘시련으로 연단된 칼’들은 힐더의 진의를 의심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에게 칼날을 들이댈 것이다. 바칼은 그것을 안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바칼은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미래에서 온 자들 사이에는 천계인들도 있었다. 세 마리의 용을 통해 촉발된 전쟁으로 단련된 자들도 있었다. 어쨌든 이들은 자신이 수백 년간 노력한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500년 후의 칼날들, 얼마나 성장했을까? 얼마나 강해졌을까? 바칼은 날카로운 안광을 번뜩거리며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날개를 넓게 폈다. 비록 상처 입었다 한들, 바칼은 여전히 용족의 창조주이자 신이었다. 그 압도적인 위용에 미래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씩 물러섰다. 모두의 얼굴에 본능적인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내 비록 기력이 조금 상했다고는 해도, 과연 정말로 너희가 나를 이길 수 있을까? 내가 오늘 죽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지라도, 나를 죽일 것은 너희가 아닌 미래에서 온 다른 자들일 수도 있지 않은가?”
거대한 용의 아가리가 크게 벌려지고, 그 안에서 강렬한 불덩이가 이글거리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인 바칼의 최후의 싸움
그날 바칼은 예언대로 불길에 휩싸여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가 죽어가면서 내지른 최후의 단발마는 본디 하나였던 천계의 대륙을 산산이 조각냈다. 천계의 땅은 크게 4개로 갈라졌으며 또한 바칼의 성은 대륙 밖으로 튀어나가 미들오션 아래의 하늘성 주변을 떠돌게 되었다. 이는 천계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역사의 갈래길을 걷는데 밑바탕이 된다. 바칼은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 것이다.
(※ 상술한 바칼의 스토리 역시 오즈마와 미카엘라처럼 초기화 및 리메이크되어 나중에 재편입될 수 있다. 7인의 마이스터와 관련한 디테일한 이야기도 웹툰의 내용일 뿐이니 적당히 큰 틀에서의 흐름만 기억하면 되겠다.)
비록 잔혹한 폭군이었지만, 힐더의 진의를 유일하게 파악하고 미래의 칼날들에게 아라드를 구원할 단서를 제공한 사도 바칼
바칼에 의해 부서진 천계의 대륙은 각각 이스핀 섬, 이튼, 웨스피스, 노스피스로 불리는 4개의 대륙과 히링 제도 등의 여러 열도로 갈라졌다. 천계인들은 이중 레지스탕스의 거점이었던 이스핀 섬에 ‘황도’를 세워 무너진 바칼 정권 대신 나라를 새롭게 건국했다. 새로운 국가의 이름은 일곱 번째 건국된 제국이란 의미로 <지벤 황국>이라 이름 지어졌다. (Sieben, 독일어로 7을 의미)
네 개의 땅으로 갈라진 천계에 새롭게 건국된 <지벤 황국>
지벤 황국의 정치 체제는 최고 사제가 국가의 최고 지도자 역할을 겸임하는 제정일치 형태의 신권 정치제였다. 건축, 문화는 바칼 압제 당시의 문화 양식에서 벗어나고자 고유의 독특한 양식을 발전시켰으며, 특히 안트베르 협곡 사이에 2중의 외벽을 통해 철옹성으로 지어진 황국의 수도 <겐트>는 화려한 문화와 찬란한 과학 문명을 꽃피워 사람들로부터 ‘신의 도시’라 일컬어지기도 했다. 이는 7인의 마이스터의 유지를 이어받아 새롭게 창립된 연구단체 ‘세븐 샤즈’의 역할도 컸다.
이 천계 과학 문명의 발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황도 동쪽, 이튼 섬에 지어진 <이튼 공업지대>였다. 이튼 공업지대는 대량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파워스테이션을 중심으로 그룬 조선소, 슬라우 공업단지, 귄테 과학단지 등의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상공업이 발달하는 등 천계 기계문명의 버팀목으로 발전했다. 반면 황도의 북쪽에 위치한 대륙 <노스피스>는 상공업보다는 천계의 귀족 가문들이 주로 거주하는 고귀한 땅이 되었다. 온화한 기후를 가진 황도 서쪽의 <히링 제도>는 천계인들의 휴양지가 되었으며 황도 남부에 위치한 군도 오스핀즈 제도는 <루프트 하펜>과 같은 항구 도시가 들어섰다.
각각의 특색을 지니게 된 천계의 지역들
그러나 천계의 모든 지역이 다 발전한 것은 아니었다. 천계인들은 4개로 나뉜 대륙과 섬을 잇기 위해 ‘해상열차’를 건조했다. 그러나 황도와 웨스피스를 잇는 열차의 선로만 계측이 어긋나 그곳에만 해상열차가 다니지 않게 되었고, 이로 인해 황도의 지원이 끊기자 웨스피스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의 <무법지대>가 돼버리고 만다. 이후 척박한 황무지의 무법지대 주민들은 철저한 차별 제도로 무시당하고 살아야 했다. 그러나 황도는 그런 무법지대를 개선하기는커녕 그대로 범죄자들과 그 후손들까지 가둬두는 용도로만 이용했다. 이에 무법지대의 주민들은 점차 황도에 대한 강한 반감과 분노를 가지게 된다.
해상열차가 연결되지 못한 탓에 고립되버린 <무법지대>
한편 천계 아래의 지상에도 새롭게 제국을 선포한 나라가 있었다. 펠 로스 제국의 잔존 세력이 뭉쳐 건국한 나라 <데 로스>였다. 이들의 목표는 과거 펠 로스의 영광을 되찾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이름뿐인 펠 로스를 스스로의 손으로 무너뜨려야 했다. 아라드력 655년, 마침내 펠 로스와 데 로스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 펠 로스의 병력은 3만, 데 로스의 병력은 30만이었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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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스토리까지는 던파스토리에 몰입했었는데 바칼 잡을 때 바칼이 저 몇마디할 때 약간 인지부조화 오면서 어..? 시1발 내가 꼭두각시인가..? 이런 느낌 들었을 때. 힐더 줮같았을 때 아직도 기억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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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칼 스토리 나왔을 즈음이 던파 스토리 리즈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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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바칼 스토리는 지금 봐도 최고의 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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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스토리가 갑이여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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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힐더 개객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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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힐더 개객끼 | 19.02.01 15: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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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 19.02.01 15: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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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저분 말은 바칼이 단순 차원의틈 파밍던전이 아니라 하나의 정식 레이드 컨텐츠로서 재편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뜻인 거 같네요. ....혹시 나오면 히스마 스파라찌 스카사 셋을 한 레이드에서 다 상대하게 되는 건 아닐까.... | 19.02.16 01: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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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식으로 말한걸 모르는게 아니라 제 닉넴을 보시면 절 레이드 한다구욤? 하는 의미의 '네?' 의 리플. | 19.02.19 20:54 | |
(IP보기클릭)223.32.***.***
그럴땐 네? 말고 저요? 라고 하심이 (쑻 5252, 너무 나갔다제 wwwwww) | 19.03.18 13: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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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더 - 최종보스 칼로소 - 엑스트라 보스 어쩌면 이렇게 나올 수 도 있을지도 모르지요. | 19.02.16 15: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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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스토리가 갑이여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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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대전이는 흑역사취급되서 평행세계가되었음 | 19.02.15 18: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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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네요 여기 사진 본것만으로 아라드대륙의 배력을 다시한번 느꼈네요 ㄷㄷ | 19.02.15 19: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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