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딧치의 앞에 서있던 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만큼 머리색이 하얀색
인 남자였다. 멋을 낸건지 아니면 아무렇게나 자라난건지 백발의 머리
카락은 거친 인상을 주었다. 입은 옷 역시 망사도 아니고 몸에 딱 붙는
이상한 옷이었는데 특이한 것은 양팔이 모두 없다는 것이었다.
...꺠끗하게 오른쪽과 왼쪽의 팔이 잘려나가 있는지 없다. 이상한 디자
인의 옷은 그런 불쾌감을 줄이려는지 맞춤형으로 제작되어 잘려나간 그
부분을 덮어 놓듯, 그러니까 상체 자체를 가리듯 되어 있었다.
「...뭡니까.」
딧치는 그런 부분마저도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노골적으로 싫
은 기색을 띄며 물었다. 두 팔 모두가 없는 남자는 머물 생각도 없이 내
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딧치보다는 아니지만 굉장히 마르고 창백
한 그는 맨날 웃고 있는 남자와는 반대로 언제나 기분나쁜듯한 표정을 짓
고 있는 남자였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여러가지로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네가 처리할 일이 있다고 보스꼐서 말씀하시더군.」
「...?」
딧치가 의아해하자 백발의 두 팔 모두가 없는 남자이자 바로크 패밀리의
오른팔이라고 불리우는 미치광이 살인광. 리 쉬어가 고개를 치켜올렸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듯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고있던 부하인듯한 남자가
손까지 부들부들 떨면서 공손히 작은 봉투 하나를 이쪽에다 주었다. 얼굴
의 절반 이상이 피범벅이 되어있다. 두려움에 휩쌓인 눈. 아마도 뭔가를
잘못했거나, 혹은 그냥 심심풀이로 운 나쁘게 녀석에게 찍힌 모양일 것이
다. ...악취미다.
「...」
딧치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여전히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받아든 봉투를 찢
어버렸다. 내용물은 사진 몇장과 쪽지 한장뿐이다.
「뭡니까 이건.」
「보스께선 중요한 모임이 있으시거든. 그런데 훼방꾼이 될 놈인 듯 해.」
「이 자 한명이?」
「그래.」
딧치는 쿡, 하고 어이가 없어 코웃음을 치고는 조직 내부의 사람들도 함부
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위험인물. 리 쉬어를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장난 하시는 겁니까? 이 자 혼자서 뭘 어쩐다는 거죠? 방금 우리 애들
이 한바탕 뛰어논 덕에 경찰들도 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런곳에
이따위 남자가 뭘 할 수 있다는 겁니까?」
경찰은 낮의 충격적인 선전포고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분개했던 이
들도 있었지만 바로크 패밀리라는 건 오래전 구닥다리 마피아같은 단체가 아
니다. 경찰쪽에도 우리들의 사람이 있고, 또한 돈을 먹인 돼지들이 의견이
한데 모이지 않게 이곳저곳에서 손을 써놨을 것이었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절대적인 조직. 게다가 사실 벤과 카터 일행이 정
보전달이 이루어지기전에 전부 처리되었으므로 장소도, 시간도,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훼방꾼은 없다. 있다고 하면 내부자겠지만 아무리 봐도
사진 속의 이 남자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할 수 있어. 이 남자는「그 녀석들」의 개라고 하더군.」
그 녀석들. 이라고 하는 명칭에 딧치가 더욱 더 인상을 구기며 그를 바라보
았다가 다시 사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추정 본명. 올슨 그레이.
평소에 가명을 쓰는데 그 수가 셀 수 없을만큼 많음. 출생지, 주거지 불확실,
동행자로는 두명의 10대 소년들 목격된 바 있음, 직업 불명, 가족, 결혼 여부
불명, 불병, 추정, 불확실, 불명 불명 불명 불명.......
「무엇 하나 확실한게 없군. 제대로 조사한겁니까?」
「...」
사진에는 몇장인가 어딘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중년남의 모습이 보인다.
옷도 대부분 스타일이 비슷하고 변장이라던가 하는 것들은 하지 않는건지 일
정한 모습이다. 그나마 또렷하고 얼굴이 크게 찍힌 사진에는 회색 빛깔의 옷
을 입고 자가용인지 차에 타려고 하는 모습이었는데 전체적으로 봤을때 조금
딱딱한, 그러나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만, 눈이 죽어있다.
비치는 것이 없을만큼, 뭔가 중요한 것을 상실한 인형처럼 생기가 없다. 비
슷한 녀석들이야 많이 봐왔지만 이 남자만큼 죽어있는 것과 가까운 눈을 가진
자는 본적이 없었다.
병이거나, 맹인따위가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워만 있어도 시체라고 오인할것 같을만큼 짙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눈
동자. 딧치는 다른 것보다 그것이 가장 눈에 띄었고, 또한 관심이 갔다.
「...마음 같아선 올슨인지 뭔지 그냥 내가 죽여버리고 싶지만 보스께선 어쩐
지 너를 신용하는 듯 하더군.」
「보스의 눈은 정확하니까요.」
「실망시키지 말라고.」
「...그래서, 저는 뭘하면 됩니까?」
「간단해. 총이든「능력」이건, 뭐든 써서 갈갈히 찢어 죽여버려. 놈은 보기보
다 유명한 놈이더군. 별명이「해결사」라던데? 킥... 어때. 정말로 박살을 내버
리고 싶은 녀석 아니냐? 죽여버리고 싶어. 죽여버리고 싶어.죽여버리고 싶어...
!」
이상한 것에 발끈한 리가 그렇게 말하곤 분노의 찬 눈빛으로 말한다. 비쩍 마른
그가 미소를 짓자 딧치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은 둘 모두 비슷한 이미지지만
봉족혐오라고 할까. 딧치는 리 쉬어 본인 자체도 싫어하지만 저 광기를 머금은
미소는 더욱더 싫어한다. 물론, 그 미소를 본인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모
르고 있는 모양이다.사람은 떄떄로 가장 추악하고 보기흉한 모습을 하면서도 그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근데 이건 이상하군요. 고작 한명따위를 급습하는데 데리고 가라는 인원수가...」
「B.J 녀석은 계집년처럼 신중해서 말야. 하! 바보같아... 아니지. 그게 아니면
그거 아냐? 니가 못미더운거지 역시. 응? 캬하하하하하!!!」
「...」
「...뭔데 그 표정은.」
승부가 끝난 체스판을 두고 서로가 노려본다.
저 잘난척하는 미치광이 쓰레기가 보스에게 인정받다니 인정할 수가 없다. 언젠
가 떄가 되기만 하면...
「...」
「...흥.」
딧치가 시선을 옮겨 다시 올슨의 사진과 프로필등을 보자 양팔이 없는 리가 그
제서야 휙 돌아 어딘가로 부하를 데리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뒤늦게 꺠달았다.
리가 나타난 순간부터 모두는 식은땀을 흘린체로 경직되어 있었다는 것을.
「...」
딧치를 발로 테이블과 체스판을 걷어차고는 휘날리며 떨어지는 사진 중 하나
를 잡아챘다.
...불행한 표적.
「그들」의 휘하에 움직이는 한 중년의 남자가 여전히 말 없이 바쁘게 어딘가
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딧치의 앞에 서있던 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만큼 머리색이 하얀색
인 남자였다. 멋을 낸건지 아니면 아무렇게나 자라난건지 백발의 머리
카락은 거친 인상을 주었다. 입은 옷 역시 망사도 아니고 몸에 딱 붙는
이상한 옷이었는데 특이한 것은 양팔이 모두 없다는 것이었다.
...꺠끗하게 오른쪽과 왼쪽의 팔이 잘려나가 있는지 없다. 이상한 디자
인의 옷은 그런 불쾌감을 줄이려는지 맞춤형으로 제작되어 잘려나간 그
부분을 덮어 놓듯, 그러니까 상체 자체를 가리듯 되어 있었다.
「...뭡니까.」
딧치는 그런 부분마저도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노골적으로 싫
은 기색을 띄며 물었다. 두 팔 모두가 없는 남자는 머물 생각도 없이 내
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딧치보다는 아니지만 굉장히 마르고 창백
한 그는 맨날 웃고 있는 남자와는 반대로 언제나 기분나쁜듯한 표정을 짓
고 있는 남자였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여러가지로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네가 처리할 일이 있다고 보스꼐서 말씀하시더군.」
「...?」
딧치가 의아해하자 백발의 두 팔 모두가 없는 남자이자 바로크 패밀리의
오른팔이라고 불리우는 미치광이 살인광. 리 쉬어가 고개를 치켜올렸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듯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고있던 부하인듯한 남자가
손까지 부들부들 떨면서 공손히 작은 봉투 하나를 이쪽에다 주었다. 얼굴
의 절반 이상이 피범벅이 되어있다. 두려움에 휩쌓인 눈. 아마도 뭔가를
잘못했거나, 혹은 그냥 심심풀이로 운 나쁘게 녀석에게 찍힌 모양일 것이
다. ...악취미다.
「...」
딧치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여전히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받아든 봉투를 찢
어버렸다. 내용물은 사진 몇장과 쪽지 한장뿐이다.
「뭡니까 이건.」
「보스께선 중요한 모임이 있으시거든. 그런데 훼방꾼이 될 놈인 듯 해.」
「이 자 한명이?」
「그래.」
딧치는 쿡, 하고 어이가 없어 코웃음을 치고는 조직 내부의 사람들도 함부
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위험인물. 리 쉬어를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장난 하시는 겁니까? 이 자 혼자서 뭘 어쩐다는 거죠? 방금 우리 애들
이 한바탕 뛰어논 덕에 경찰들도 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런곳에
이따위 남자가 뭘 할 수 있다는 겁니까?」
경찰은 낮의 충격적인 선전포고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분개했던 이
들도 있었지만 바로크 패밀리라는 건 오래전 구닥다리 마피아같은 단체가 아
니다. 경찰쪽에도 우리들의 사람이 있고, 또한 돈을 먹인 돼지들이 의견이
한데 모이지 않게 이곳저곳에서 손을 써놨을 것이었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절대적인 조직. 게다가 사실 벤과 카터 일행이 정
보전달이 이루어지기전에 전부 처리되었으므로 장소도, 시간도,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훼방꾼은 없다. 있다고 하면 내부자겠지만 아무리 봐도
사진 속의 이 남자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할 수 있어. 이 남자는「그 녀석들」의 개라고 하더군.」
그 녀석들. 이라고 하는 명칭에 딧치가 더욱 더 인상을 구기며 그를 바라보
았다가 다시 사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추정 본명. 올슨 그레이.
평소에 가명을 쓰는데 그 수가 셀 수 없을만큼 많음. 출생지, 주거지 불확실,
동행자로는 두명의 10대 소년들 목격된 바 있음, 직업 불명, 가족, 결혼 여부
불명, 불병, 추정, 불확실, 불명 불명 불명 불명.......
「무엇 하나 확실한게 없군. 제대로 조사한겁니까?」
「...」
사진에는 몇장인가 어딘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중년남의 모습이 보인다.
옷도 대부분 스타일이 비슷하고 변장이라던가 하는 것들은 하지 않는건지 일
정한 모습이다. 그나마 또렷하고 얼굴이 크게 찍힌 사진에는 회색 빛깔의 옷
을 입고 자가용인지 차에 타려고 하는 모습이었는데 전체적으로 봤을때 조금
딱딱한, 그러나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만, 눈이 죽어있다.
비치는 것이 없을만큼, 뭔가 중요한 것을 상실한 인형처럼 생기가 없다. 비
슷한 녀석들이야 많이 봐왔지만 이 남자만큼 죽어있는 것과 가까운 눈을 가진
자는 본적이 없었다.
병이거나, 맹인따위가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워만 있어도 시체라고 오인할것 같을만큼 짙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눈
동자. 딧치는 다른 것보다 그것이 가장 눈에 띄었고, 또한 관심이 갔다.
「...마음 같아선 올슨인지 뭔지 그냥 내가 죽여버리고 싶지만 보스께선 어쩐
지 너를 신용하는 듯 하더군.」
「보스의 눈은 정확하니까요.」
「실망시키지 말라고.」
「...그래서, 저는 뭘하면 됩니까?」
「간단해. 총이든「능력」이건, 뭐든 써서 갈갈히 찢어 죽여버려. 놈은 보기보
다 유명한 놈이더군. 별명이「해결사」라던데? 킥... 어때. 정말로 박살을 내버
리고 싶은 녀석 아니냐? 죽여버리고 싶어. 죽여버리고 싶어.죽여버리고 싶어...
!」
이상한 것에 발끈한 리가 그렇게 말하곤 분노의 찬 눈빛으로 말한다. 비쩍 마른
그가 미소를 짓자 딧치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은 둘 모두 비슷한 이미지지만
봉족혐오라고 할까. 딧치는 리 쉬어 본인 자체도 싫어하지만 저 광기를 머금은
미소는 더욱더 싫어한다. 물론, 그 미소를 본인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모
르고 있는 모양이다.사람은 떄떄로 가장 추악하고 보기흉한 모습을 하면서도 그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근데 이건 이상하군요. 고작 한명따위를 급습하는데 데리고 가라는 인원수가...」
「B.J 녀석은 계집년처럼 신중해서 말야. 하! 바보같아... 아니지. 그게 아니면
그거 아냐? 니가 못미더운거지 역시. 응? 캬하하하하하!!!」
「...」
「...뭔데 그 표정은.」
승부가 끝난 체스판을 두고 서로가 노려본다.
저 잘난척하는 미치광이 쓰레기가 보스에게 인정받다니 인정할 수가 없다. 언젠
가 떄가 되기만 하면...
「...」
「...흥.」
딧치가 시선을 옮겨 다시 올슨의 사진과 프로필등을 보자 양팔이 없는 리가 그
제서야 휙 돌아 어딘가로 부하를 데리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뒤늦게 꺠달았다.
리가 나타난 순간부터 모두는 식은땀을 흘린체로 경직되어 있었다는 것을.
「...」
딧치를 발로 테이블과 체스판을 걷어차고는 휘날리며 떨어지는 사진 중 하나
를 잡아챘다.
...불행한 표적.
「그들」의 휘하에 움직이는 한 중년의 남자가 여전히 말 없이 바쁘게 어딘가
로 향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