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황금의 사역마 -EX화-
-배신의 마녀-
이길 수 없는 전쟁이였다.
애초에 수적인 차가 압도적이다.
전쟁이란 많은 "요소"에 의해서 승패가 결정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요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수"라는 거다.
적군보다 얼마나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는가..
이것이야 말로 최고의 전략.
하지만 지금 이순간, 알비온의 땅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그러한 상식을 뛰어넘어 있었다.
사우스고타를 중심으로 펼쳐진 수맥,
그 수맥이야 말로 사우스고타의 상징이자 알비온의 "최중요 자원".
그렇기 때문일까.. 이스칸달은 이곳을 반란군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진격을 시작했다.
반란군이 사우스고타에 다다를 쯤..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눈압에 보이는 압도적인 수의 "토벌대".
그들은 반란군의 소식을 뒤늦게 접한 "알비온 왕가"의 명령에 의해 규합된 귀족들의 군대였다.
[적군의 수는?]
거대한 흑마에 올라탄 이스칸달의 물음에 두건을 쓴 여인이 대답한다.
[2만... 아니, 3만입니다.]
[쯧, 알비온 왕가도 어지간히 우리가 마음에 안들었나 보구만..]
말 그대로였다.
5천도 되지 않는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3만이라는 대군을 투입한 알비온 왕가의 분노가 느껴진다.
[문제는 육군의 수가 아닙니다.. "토벌대"에겐 "렉싱턴"호라고 불리우는 강대한 공군이 있습니다.
설사 "지상군"이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알고 있다. 최우선 목표는 "제공권".
"하늘"을 손에 넣는 자가 천하를 얻게되는 시대가 도래한거지!]
하르케기니아 대륙에는 "풍석"이라는 광물이 있었다.
마술적 속성으로는 "바람"에 속하는 이 광물은,
마력을 동력으로 해서 "부유마술의 지속화"를 가능케 했다.
결과적으로 하르케기니아 대륙에선 "배"를 공중으로 띄우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것은 자연적인 군사력의 확장을 불러왔다.
바야흐로, 거대 함선의 운용을 통한 "제공권 장악"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게 되는 시대가 된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란군은 더더욱 절망스러웠다.
아군에게 공군이라 부를만한 함선은, 낡은 2척의 운송선을 개조한 것 뿐이었다.
이것으로는 도저히 렉싱턴 호를 비롯한 수십척이나 되는 거대 함선들을 이길 방도가 없었다.
[!!! 적군이 진격을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는 "토벌대". 이것으로 전쟁은 시작됬다.
과연 우리들의.. 아니, 이스칸달의 전략이 성공할까?
처음 그의 전략을 들었을 때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그야말로 비상식적인 전략, 그는 그것으로 이 전쟁을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분명히.. 그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아군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것이다..
하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반란군은 적군의 압도적인 제공권에 의해 손도 못쓰고 패배하게 된다.
[메데이아, "대마술진"의 상황은?]
[완벽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상군"은 맞겨 두어라. 그럼... 뒤를 부탁하지.]
그대로 흑마를 이끌고 달려나가는 이스칸달.
그에겐 "고르디우스 휠"이라는 초강력 대군보구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아직" 사용할 시기가 아니였다.
군의 가장 앞까지 나아간 이스칸달은 그 거대한 신체를 힘껏 젖히며 소리쳤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들의 첫 전투이자 최대의 난관이 될 것이다!!
눈앞에는 3만이라는 대군이 존재한다!!! 하늘에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거대한 함선들이 가득하다!!!
그에 맞서는 우리들을 보라! "마케도니아군(반란군)"은 그야말로 소수다!!
그러한 소수의 군대에게 저정도 대군을 보낸 알비온 왕가의 의의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저 오합지졸들의 오금을 저리게 할 최강의 군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제군들은 보게될 것이다!!! 저 거대한 함선이 땅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두려워 할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짐을 믿고 따르라!!!!]
[[[우오오오와와아!!!!!!!]]]
포효하는 거인의 질주를 시작으로, 약 1천기로 구성된 기마부대가 내달린다.
[[[쾅!! 쾅!!!]]]
공중을 유영하던 거대 함선들의 함미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피~~~~~~~ 융!!!!!]]]
고막을 찢을 듯한 고음과 함께 땅에 내려 꽂히는 폭탄!
[[[푸확!!!!!!]]]
대지를 파헤쳐 버릴 정도의 엄청난 포격이 비처럼 쏟아진다.
그 폭격의 비를 헤치며 나아가는 기마부대.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수천명의 보병들!
따라야 한다. 절대로 따라가야 한다!
설사 바로 옆을 달리던 동료가 죽는다 해도!!
토막이 난 동료의 시체를 밟아야 한다고 해도!!!
거인이 멈추지 않기에 그들 또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장관이였다. 하지만 동시에 어리석다.
쏟아지는 폭격의 비를 뚫고 나아간다고 해도,
그들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3만이나 되는 대군이다.
그야말로 절망을 향해 나아가는 군대.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것은 일견 무모해 보이는 진격이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이것이야 말로 육군에게 있어 가장 올바른 전략중 하나였다.
제공권은 이미 적군의 손에 넘어가 있다.
압도적인 화력이 거대 함선에서 쏟아진다.
어물쩡 거리며 잔꾀를 부렸다간 그야말로 순식간에 육군은 전멸하는 것이다.
끝없는 포격을 뚫고, 드디어 그들은 도달한다...
거인이 이끄는 기마부대는 그대로 적군의 보병부대에 부딪혔다.
이스칸달이 이끄는 기마부대는 압도적이였다.
상당한 수가 포격에 죽었지만, 대열을 그대로 유지한채 적군의 보병부대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군마들의 무자비한 돌진에 보병들은 반항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채 짓밟히며 죽어간다.
이미 기마부대를 향한 포격은 멈춰있었다. 더이상 지상군을 공격하려 들다간 아군까지 말려들기 때문이다.
시작된 것이다. 육군과 육군이, 공군과 공군이 뒤엉켜 싸우는 대난전이!
그 무모하며, 가장 올바른 돌격을 지켜보던 메데이아.
자신의 임무는 지금부터 시작이였다.
육군이 서로 뒤엉켜 난전으로 바뀌었을때, 적군의 함대는 이쪽을 표적으로 노리게 된다.
단 두대뿐인 아군의 공군이였지만,
토벌대가 완벽하게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이쪽으로 향하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대마술진"으로 함대를 유도하세요!]
렉싱턴 호를 비롯한 모든 적군의 함대가 움직인다.
그 거대한 선체들은, 하늘을 덥어버릴 듯한 기세였다.
그들은 믿어 의심치 않고 있을 것이다. 이정도의 수라면 패배할리 없다고..
[조금더..]
대지에 드리우는 거대한 그림자들, 그 수십척이 넘는 함선들이 만드는 그림자는...
[조금만 더!]
감추어진 초거대마술진 위에 드리워졌다!!!
[지금입니다!! 제 3군(마법사부대)!!! 마력전개!!!]
[[[#%&\~~~~~!!!!!!!]]]
메데이아를 포함한 반란군의 모든 마술사들이 모여 마력개방한다.
소마술과 대마술을 복잡하게 풀어내 만들어진 이 "대마술진"이야 말로,
캐스터라 불리웠던 영령의 이름에 걸맞는 "무기"였다.
"대마술진"의 원리는 간단하다.
함선들의 주동력인 "풍석"의 속성은 "바람", 이 풍석을 역상성인 "불"의 마력으로 증폭시킨다.
아주 간단한 마술이다. 이것은 초보 마술사라도 할 수 있는 증폭원리인 것이다.
하지만.. 수백명의 마술사들이 모여 대마술진까지 사용한 마력증폭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였다.
노리는 것은 풍석의 과부하. 즉, 오버플로우(폭주)다!
[성공입니다, 메데이아님! 군함들의 고도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적들은 방심하고 있었다.
단 두대의 전함쯤이라면 아무런 전략도 필요없이 밀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거다.
그 오만함이 결국 함정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과부하로 인한 마력의 오버플로우(폭주)를 멈추기 위해 그들은 동력을 차단한다.
이렇게 되면 거대 함선들은 지상으로 창륙시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피~~~~~~~ 융!!!!!]]]
단 두대뿐인 반란군의 함대가 "제공권"을 장악하게 된다는 뜻!!
[[[쾅!!!! 투쾅!!!!!!!]]]
[으아아악!!! 살려줘!!!!!]
[히익!!!!]
그것은 학살과도 같았다. 땅으로 추락한 함대는 높은 곳에서 쏘아대는 포격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함선에서 빠져나와 도망치기에 바쁘다.
[렉싱턴 호에서 용기병부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
드디어 왔다.. 이것이야 말로 진짜 고비이다. 용기병, 와이번을 조종하는 마술사 부대.
만약 아군이 많은 수의 함대를 가졌다면 압도적인 화력으로 밀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 2대의.. 그것도 운송선을 개조해서 만든 불완전한 전함으로 용기사대(마술사들)를 막아내기엔 벅차다.
[어떻게든 지상군이 올때까지 버티세요! 전함을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는 패배합니다!!]
기막힌 솜씨로 기마부대를 움직이며 적군을 종횡무진하던 이스칸달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든다.
드디어 때가 왔도다.
적군의 함대(하늘)는 땅에 떨어졌다!
[오너라!! 고르디우스 휠!!!!]
가장먼저 쳐 부셔야 할 것은 "하늘"!
적들의 "하늘"을 떨어트리고,
짓밟는 것이야말로 이 하르케기니아 대륙에서 정복왕이 나아갈 제패의 길!!
[전군!!! 짐을 따르라!!!!!]
보라! 이 압도적인 돌격력을!!
이것이야 말로 초강대국 페르시아를 무너트리고,
전세계의 절반을 손에 넣었던 정복왕의 진격!!!
아득한 유린제패!!!!!
승부는 한순간에 결정났다.
3만의 대군은 정복왕의 미칠듯한 돌격력에 홍해가 갈라지는 것처럼 돌파되어 버린다.
그대로 적군의 추락해 버린 함대에까지 진격해 들어간 마케도니아군,
그 압도적인 진격속도에 둘로 갈라진 3만 대군은 추격이 늦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제공권"을 장악한 마케도니아군에게 있어 최적의 상황.
단 두대의 전함이 쏟아내는 포격에 의해 3만의 대군은 대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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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아아!!! 반란군 만세!!!!!!!]]]
[[[알렉산드로스 만세!!!!!]]]
사우스고타 입성.
반란군은 당당히 승리하여 이 땅을 손에 넣었다.
사우스고타를 가로지르는 입성식을 수많은 알비온의 국민들이 환영한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지지다. 이것이 정복왕의 카리스마라는 것인가...
위험하다. 이대로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마스터에게 받은 명령은 단 하나, "알비온을 이용해 전쟁을 일으켜라."
오래 전부터 알비온 왕의 무능한 통치는 백성들은 물론이고,
귀족들의 왕가에 대한 충성심 마저 잃게 만들었다.
이것을 이용하면 내란을 일으키는 것은 쉬울꺼라 생각했다.
예상대로다, 설마 이정도로 계획이 잘 진행될 줄은 몰랐다.
그래... 그저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 기적같은 승리와 백성들의 지지를 보게된 나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정복왕 이스칸달의 그릇을...
처음엔 그저 근육 바보라고 생각했다.
이용해 먹기에 정말로 쉬운남자다. 그렇기에 그가 영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도 상관없었다.
아니, 영령이기에 내란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꺼라는 얕은 계산을 하게 된거다..
그것이 실수였다. 설마 이정도의 대영웅일 줄이야...
전쟁을 일으키면 될뿐이다. 한마디로, 타국의 국력을 소모시키는 것으로 족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스칸달은 그정도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것을 정복할 것이다.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군략으로.. 끊이지 않는 제패욕에 휩싸여.
수 많은 나라들을 유린하면서...
...영웅이라는 자들은 언제나 그렇다.
스스로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타인을 짓밟는 것 따위, 너무나도 당연한 행위이겠지.....
좀더 이용하기 쉬운 남자를 선택했어야 했다.
이대로 가면 뒷수습이 안될 정도로 마케도니아군은 강해진다.
.................
그래.. 아직 늦지 않았다.
좀더 이용하기 쉬운자를 반란군의 수장으로 세우면 된다.
그를 죽이고...
죄책감 따위 없다. 나는 "배신의 마녀".
이미 그런 감정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많은 배신을 해왔다.
음.. 어떠한 방식으로 그를 죽일까?
기습으로 암살하는 방법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는 영령, 그것도 한 시대를 제패한 최상급 영령중 하나이다.
이미 대왕(더 그레이트)라 불리우는 그가 기습따위로 죽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좀더 효율적이고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하겠지...
..........그래,
기억났다.
생전, 알렉산더 대왕의 최후가...
승리를 축하하기 위한 연회가 벌어졌다.
호탕한 영웅호걸들이 둘러 앉아 술잔을 따르며 웃고, 떠들고, 즐긴다.
[하하하하! 그래서 말이다. 이 몸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그녀석에게 충고를 했던거다.
"너는 이 알렉산더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렇다면, 그 이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하고 말이지.]
[오오! 과연 재미있는 이야기로군요! 그래서 어떻게 됬습니까?
설마 그정도의 충고를 받고도 여전히 망나니짓을??]
[그런 멍청한 녀석이였다면 짐이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겠지!]
[[[우하하하하!!]]]
하아... 남자들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분위기에 휩쓸려 저런 시시한 이야기에 폭소를 터트리다니...
...............
잠시동안 그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 분위기는 기억속에 자리잡은 한때를 떠올리게 했다.
아르고 선.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이 배에서 서로를 믿고, 도우며 신화를 만들어 내었다.
그래..... 그곳에서 보았던 그들의 모습과 닮았다.
영웅이란 모두들 저런 걸까... 그저 함께 하는 것만으로 즐거워하고, 신뢰한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감정이다.
[저기..]
누군가의 부름에 돌아본다.
그곳에는 거대한 모자를 쓰고 있는 아름다운 금발의 소녀가 있었다.
정복왕의 마스터, 시조 브리밀의 정통 계승자중 하나.. 티파니아.
남자들만 가득한 연회엔 어울리지 않는 소녀가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이스칸달이라면 저곳에..]
[그... 아니요... 저는 메데이아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언제나 생각했던 거지만.. 이 소녀는 너무 수줍움이 많다.
그런대,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무언가 궁금한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뇨.. 그게.... 쓸쓸해 보이셔서...]
..............
꼬마 주제에...
[?! 죄.. 죄송해요... 그... 혼자 계시길래...
말상대라도 되고 싶어서.....]
[......]
[언제나 고마워요... 알렉산더씨께 들었어요.. 항상 큰 도움이 된다고요..]
[......]
[그래서.. 저기.. 될 수 있으면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 본다.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놀라는 소녀.
[몇번이나 가르쳐 줬을 텐데요. 저는 "엘프"가 아닙니다.]
소녀는 눈을 크게뜨며 입가에 손을 가져간다.
[쉿..! 누가 듣겠어요....!]
하아... 정말 우스운 반응이다.
"엘프"
이 하르케기니아 대륙의 인간들에게 있어선 "악마"와 같은 마이너스 이미지의 종족.
그런 고정관념을 이 대륙의 인간들은 가지고 있었다.
아니.. 비단 고정관념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엘프는 자신들의 영역에 인간이 들어올 경우 가차없이 죽인다고 한다.
그렇기에 "성지"를 성스러운 장소로 여기는 인간들은 엘프를 적으로서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나의 뾰족한 귀가 엘프들의 귀와 닮았다는 거다.
...도대체 이 황당한 상황은 무엇일까..
어째서 내가 엘프로 오해받아야 하는건지....
소녀는 나의 정체(오해이지만..)가 타인에게 알려지는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엘프와 인간의 혼혈인 티파니아.
그런 그녀이기에 나에게서 동질감 따위를 느끼는 것이리라.
흠.. 제법 귀엽단 말이야...
능욕해주고 싶을 정도로.
아무도 모르게 그녀에게 마술을 건다.
[아...]
[자, 이 술잔을 받으세요 티파니아.]
옛날, 한가지 실험을 한적이 있었다.
"용종을 죽일 수 있는 독의 제조가 가능할까?"
마술사라면 누구나 호기심에 이끌려 일말의 가능성에 도전해 보는 그런 시시한 실험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였다. 제조해낸 의사적인 "필사의 독약"은...
수 분이내로 용종조차 독살해버릴 정도의 극악한 효능을 발휘했다.
[후후후.. 그 술에는 "몸에 좋은 향료"가 들어 있답니다..
당신의 "사역마"라면 좋아하겠지요.
티파니아. 그것은 "당신이 직접 만든 술"입니다.]
[그렇군요... 이건 "제가 만든 술"... 메데이아씨는 참 친절하시네요.]
마술에 걸린 가녀린 꼬마 아가씨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믿어버린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영웅들에게 다가간다.
[알렉산더씨.]
[오오~! 이게 누구신가. 티파니아가 아닌가!
그래, 무슨 일로 이런 땀내나는 마초들에게 말을 걸어주시는지??]
[제가 직접 만든 술이랍니다. 드셔보시겠어요?]
[하하하! 미인이 권해주는 술잔을 거부하는 영웅따윈 없겠지!]
이걸로 끝이다. 그 옛날, 세계의 절반을 차지했던 대영웅.
그는 이 하르케기니아 대륙에서 조차 생전과 똑같은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다.
독살이라는 허무한 최후를....
[음? 이상하구나 티파니아여... 네가 술을 담글 줄 안단 말이냐?]
?! 설마...
[네? 어라.. 이상하네... 그러고 보니 내가 어떻게 술을...]
실수다.. 술을 담글줄 아는가 모른는가의 사적인 일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마스터와 사역마간의 유대가 가까울 줄이야..
그녀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만든 책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렇게 된 이상 물러설 수는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티파니아의 곁으로 다가간다.
[제가 술을 담그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렇지요, 티파니아?]
[아... 네.]
마술에 걸린 그녀는 나의 의지에 따라 대답한다.
[메데이아가 만든 술이란 말인가? 우하하하하!!]
.... 뭐지?
어째서 웃는거야..?!
심장이 뛴다.
불안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거인을 지켜본다.
[기억나는 구나. 성배전쟁때 마신 "신의 술"이 말이야.
영웅왕이 짐에게 준 그 술은 정말로 환상적인 맛이였다.
음.. 기대해도 좋을까 메데이아여? "신대의 시대"를 살아간 그대이니 말이야.]
[그... 글쎄요. 아무리 저라고 해도 신이 직접 담근 술을 능가할 자신은 없군요..]
마셔라.. 이제 그만 떠들고 마시라고!
[그럼 어디..]
그리고 죽는거다.
더이상 그런 큰 웃음소리따위 터트리지 못하게 된다.
네놈을 믿고 의지하던 신하들의 비명이 들려오는 듯하구나! 아하하!!
그래.. 나는 예전부터 네가 마음에 안들었어.
영웅은 언제나 소리치지.
내가 정의라고, 내가 꿈을 이루겠다고, 내가 모두를 짊어지겠다고...
전부 위선이야!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주제에...
쓸모 없어졌다고, 위해가 된다고 타인을 짓밟아 버리는 주제에!!
[.....]
뭐야?! 어째서 마시지 않는거지!! 왜...
그 순간, 거인과 여인의 눈이 마주친다.
[...메데이아, 한가지 묻고 싶구나.]
[.....]
나는 메데이아.
친동생을 갈갈이 찢어,
친부의 눈앞에서 그 시체를 바다에 던져버린다.
[그대는 짐을 믿는가?]
나는 메데이아.
불사의 마술로 속인 펠리아스 왕을,
갈갈이 찢어 그 시체를 바다에 던져버린다.
[......물론입니다.]
[하하하! 그래, 정말 우스운 질문을 해버렸군.
그대는 "이미 짐의 신하이지."
용서하거라, 잠시 그대를 의심했다.]
나는 메데이아.
사랑했다고 믿었던 남자에게 배신당해, 마녀가 된다.
[방금 짐의 눈에 비친 "증오"는 잘못 본 것이겠지...]
나의 진명은... 메데이아(배신의 마녀).
[짐은 "그대"를 믿고 있느니라.]
단숨에 술을 들이키는 거인.
[크... 정말로 맛없는 술이구만.]
그런대 어째서...
나를 믿는거야?!!!!
[끼아아악!]
[아.. 알렉산더님!!!]
도망치자. 모든 것은 끝났다.
영웅은 생전과 같이,
믿고 있던 신하에 의해 독살 당하는 거다.
그렇게 도망치려던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어째서 그 순간.. 웃을 수 있었던 거지?
마력행사에 들어간다.
오른손에 끼고 있는 반지에 마력을 담는다.
그와 동시에...
이마에 떠오르는 정체불명의 룬문자.
보구 묘드니트니른(신의 두뇌)
"최초의 마법사" 브리밀이 만든 "4개의 사역마 계인" 중 하나.
이 룬이 새겨진 자는 "이 세상의 모든 마법도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또, 그 마법도구를 올바르게 사용하기위한 지식과 보유스킬이 부가적으로 나타난다.
평범한 인간이 사용해도 "보구"라 불리우는 도구조차 능숙히 사용 가능하게 된다.
마법도구를 다루는 경지는 사용자의 지식과 마력등에 관련되지만,
보통 영령이라고 부르는 존재들에 필적할 정도의 극한의 숙련도 향상을 보인다.
물어야 한다. 그 웃음의 의미를...
단지, 그 생각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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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한 표정으로 어린 아이들을 내려다 보는 중이던 거인에게 두건을 쓴 여인이 다가온다.
[오, 왔는가 "마법사"?]
[하아.. 또 이런 곳에서 놀고 계신겁니까.]
두건을 썻기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인이였지만,
그녀의 자태는 분명 평범한 신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찌 되었는가?]
[... 언제나와 같이 거절했습니다.]
[응? 또 거절했다고???]
거인은 여인이 가져온 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 표정을 일그러트린다.
[이제 그만 포기하시는 것이 어떨까요? 더 이상의 "항복권고"는 무의미 합니다.
그들은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대로 전쟁이 장기화 된다면 병사들은 물론이고 민심마저..]
[승리는 하되 멸하지 않는다. 제패는 하되 욕보이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정복"이라는 것이다.]
여인은 생각한다. 저 근육 바보가.....
-EX화 End-
-배신의 마녀-
이길 수 없는 전쟁이였다.
애초에 수적인 차가 압도적이다.
전쟁이란 많은 "요소"에 의해서 승패가 결정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요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수"라는 거다.
적군보다 얼마나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는가..
이것이야 말로 최고의 전략.
하지만 지금 이순간, 알비온의 땅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그러한 상식을 뛰어넘어 있었다.
사우스고타를 중심으로 펼쳐진 수맥,
그 수맥이야 말로 사우스고타의 상징이자 알비온의 "최중요 자원".
그렇기 때문일까.. 이스칸달은 이곳을 반란군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진격을 시작했다.
반란군이 사우스고타에 다다를 쯤..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눈압에 보이는 압도적인 수의 "토벌대".
그들은 반란군의 소식을 뒤늦게 접한 "알비온 왕가"의 명령에 의해 규합된 귀족들의 군대였다.
[적군의 수는?]
거대한 흑마에 올라탄 이스칸달의 물음에 두건을 쓴 여인이 대답한다.
[2만... 아니, 3만입니다.]
[쯧, 알비온 왕가도 어지간히 우리가 마음에 안들었나 보구만..]
말 그대로였다.
5천도 되지 않는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3만이라는 대군을 투입한 알비온 왕가의 분노가 느껴진다.
[문제는 육군의 수가 아닙니다.. "토벌대"에겐 "렉싱턴"호라고 불리우는 강대한 공군이 있습니다.
설사 "지상군"이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알고 있다. 최우선 목표는 "제공권".
"하늘"을 손에 넣는 자가 천하를 얻게되는 시대가 도래한거지!]
하르케기니아 대륙에는 "풍석"이라는 광물이 있었다.
마술적 속성으로는 "바람"에 속하는 이 광물은,
마력을 동력으로 해서 "부유마술의 지속화"를 가능케 했다.
결과적으로 하르케기니아 대륙에선 "배"를 공중으로 띄우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것은 자연적인 군사력의 확장을 불러왔다.
바야흐로, 거대 함선의 운용을 통한 "제공권 장악"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게 되는 시대가 된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란군은 더더욱 절망스러웠다.
아군에게 공군이라 부를만한 함선은, 낡은 2척의 운송선을 개조한 것 뿐이었다.
이것으로는 도저히 렉싱턴 호를 비롯한 수십척이나 되는 거대 함선들을 이길 방도가 없었다.
[!!! 적군이 진격을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는 "토벌대". 이것으로 전쟁은 시작됬다.
과연 우리들의.. 아니, 이스칸달의 전략이 성공할까?
처음 그의 전략을 들었을 때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그야말로 비상식적인 전략, 그는 그것으로 이 전쟁을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분명히.. 그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아군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것이다..
하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반란군은 적군의 압도적인 제공권에 의해 손도 못쓰고 패배하게 된다.
[메데이아, "대마술진"의 상황은?]
[완벽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상군"은 맞겨 두어라. 그럼... 뒤를 부탁하지.]
그대로 흑마를 이끌고 달려나가는 이스칸달.
그에겐 "고르디우스 휠"이라는 초강력 대군보구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아직" 사용할 시기가 아니였다.
군의 가장 앞까지 나아간 이스칸달은 그 거대한 신체를 힘껏 젖히며 소리쳤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들의 첫 전투이자 최대의 난관이 될 것이다!!
눈앞에는 3만이라는 대군이 존재한다!!! 하늘에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거대한 함선들이 가득하다!!!
그에 맞서는 우리들을 보라! "마케도니아군(반란군)"은 그야말로 소수다!!
그러한 소수의 군대에게 저정도 대군을 보낸 알비온 왕가의 의의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저 오합지졸들의 오금을 저리게 할 최강의 군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제군들은 보게될 것이다!!! 저 거대한 함선이 땅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두려워 할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짐을 믿고 따르라!!!!]
[[[우오오오와와아!!!!!!!]]]
포효하는 거인의 질주를 시작으로, 약 1천기로 구성된 기마부대가 내달린다.
[[[쾅!! 쾅!!!]]]
공중을 유영하던 거대 함선들의 함미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피~~~~~~~ 융!!!!!]]]
고막을 찢을 듯한 고음과 함께 땅에 내려 꽂히는 폭탄!
[[[푸확!!!!!!]]]
대지를 파헤쳐 버릴 정도의 엄청난 포격이 비처럼 쏟아진다.
그 폭격의 비를 헤치며 나아가는 기마부대.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수천명의 보병들!
따라야 한다. 절대로 따라가야 한다!
설사 바로 옆을 달리던 동료가 죽는다 해도!!
토막이 난 동료의 시체를 밟아야 한다고 해도!!!
거인이 멈추지 않기에 그들 또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장관이였다. 하지만 동시에 어리석다.
쏟아지는 폭격의 비를 뚫고 나아간다고 해도,
그들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3만이나 되는 대군이다.
그야말로 절망을 향해 나아가는 군대.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것은 일견 무모해 보이는 진격이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이것이야 말로 육군에게 있어 가장 올바른 전략중 하나였다.
제공권은 이미 적군의 손에 넘어가 있다.
압도적인 화력이 거대 함선에서 쏟아진다.
어물쩡 거리며 잔꾀를 부렸다간 그야말로 순식간에 육군은 전멸하는 것이다.
끝없는 포격을 뚫고, 드디어 그들은 도달한다...
거인이 이끄는 기마부대는 그대로 적군의 보병부대에 부딪혔다.
이스칸달이 이끄는 기마부대는 압도적이였다.
상당한 수가 포격에 죽었지만, 대열을 그대로 유지한채 적군의 보병부대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군마들의 무자비한 돌진에 보병들은 반항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채 짓밟히며 죽어간다.
이미 기마부대를 향한 포격은 멈춰있었다. 더이상 지상군을 공격하려 들다간 아군까지 말려들기 때문이다.
시작된 것이다. 육군과 육군이, 공군과 공군이 뒤엉켜 싸우는 대난전이!
그 무모하며, 가장 올바른 돌격을 지켜보던 메데이아.
자신의 임무는 지금부터 시작이였다.
육군이 서로 뒤엉켜 난전으로 바뀌었을때, 적군의 함대는 이쪽을 표적으로 노리게 된다.
단 두대뿐인 아군의 공군이였지만,
토벌대가 완벽하게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이쪽으로 향하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대마술진"으로 함대를 유도하세요!]
렉싱턴 호를 비롯한 모든 적군의 함대가 움직인다.
그 거대한 선체들은, 하늘을 덥어버릴 듯한 기세였다.
그들은 믿어 의심치 않고 있을 것이다. 이정도의 수라면 패배할리 없다고..
[조금더..]
대지에 드리우는 거대한 그림자들, 그 수십척이 넘는 함선들이 만드는 그림자는...
[조금만 더!]
감추어진 초거대마술진 위에 드리워졌다!!!
[지금입니다!! 제 3군(마법사부대)!!! 마력전개!!!]
[[[#%&\~~~~~!!!!!!!]]]
메데이아를 포함한 반란군의 모든 마술사들이 모여 마력개방한다.
소마술과 대마술을 복잡하게 풀어내 만들어진 이 "대마술진"이야 말로,
캐스터라 불리웠던 영령의 이름에 걸맞는 "무기"였다.
"대마술진"의 원리는 간단하다.
함선들의 주동력인 "풍석"의 속성은 "바람", 이 풍석을 역상성인 "불"의 마력으로 증폭시킨다.
아주 간단한 마술이다. 이것은 초보 마술사라도 할 수 있는 증폭원리인 것이다.
하지만.. 수백명의 마술사들이 모여 대마술진까지 사용한 마력증폭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였다.
노리는 것은 풍석의 과부하. 즉, 오버플로우(폭주)다!
[성공입니다, 메데이아님! 군함들의 고도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적들은 방심하고 있었다.
단 두대의 전함쯤이라면 아무런 전략도 필요없이 밀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거다.
그 오만함이 결국 함정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과부하로 인한 마력의 오버플로우(폭주)를 멈추기 위해 그들은 동력을 차단한다.
이렇게 되면 거대 함선들은 지상으로 창륙시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피~~~~~~~ 융!!!!!]]]
단 두대뿐인 반란군의 함대가 "제공권"을 장악하게 된다는 뜻!!
[[[쾅!!!! 투쾅!!!!!!!]]]
[으아아악!!! 살려줘!!!!!]
[히익!!!!]
그것은 학살과도 같았다. 땅으로 추락한 함대는 높은 곳에서 쏘아대는 포격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함선에서 빠져나와 도망치기에 바쁘다.
[렉싱턴 호에서 용기병부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
드디어 왔다.. 이것이야 말로 진짜 고비이다. 용기병, 와이번을 조종하는 마술사 부대.
만약 아군이 많은 수의 함대를 가졌다면 압도적인 화력으로 밀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 2대의.. 그것도 운송선을 개조해서 만든 불완전한 전함으로 용기사대(마술사들)를 막아내기엔 벅차다.
[어떻게든 지상군이 올때까지 버티세요! 전함을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는 패배합니다!!]
기막힌 솜씨로 기마부대를 움직이며 적군을 종횡무진하던 이스칸달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든다.
드디어 때가 왔도다.
적군의 함대(하늘)는 땅에 떨어졌다!
[오너라!! 고르디우스 휠!!!!]
가장먼저 쳐 부셔야 할 것은 "하늘"!
적들의 "하늘"을 떨어트리고,
짓밟는 것이야말로 이 하르케기니아 대륙에서 정복왕이 나아갈 제패의 길!!
[전군!!! 짐을 따르라!!!!!]
보라! 이 압도적인 돌격력을!!
이것이야 말로 초강대국 페르시아를 무너트리고,
전세계의 절반을 손에 넣었던 정복왕의 진격!!!
아득한 유린제패!!!!!
승부는 한순간에 결정났다.
3만의 대군은 정복왕의 미칠듯한 돌격력에 홍해가 갈라지는 것처럼 돌파되어 버린다.
그대로 적군의 추락해 버린 함대에까지 진격해 들어간 마케도니아군,
그 압도적인 진격속도에 둘로 갈라진 3만 대군은 추격이 늦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제공권"을 장악한 마케도니아군에게 있어 최적의 상황.
단 두대의 전함이 쏟아내는 포격에 의해 3만의 대군은 대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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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아아!!! 반란군 만세!!!!!!!]]]
[[[알렉산드로스 만세!!!!!]]]
사우스고타 입성.
반란군은 당당히 승리하여 이 땅을 손에 넣었다.
사우스고타를 가로지르는 입성식을 수많은 알비온의 국민들이 환영한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지지다. 이것이 정복왕의 카리스마라는 것인가...
위험하다. 이대로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마스터에게 받은 명령은 단 하나, "알비온을 이용해 전쟁을 일으켜라."
오래 전부터 알비온 왕의 무능한 통치는 백성들은 물론이고,
귀족들의 왕가에 대한 충성심 마저 잃게 만들었다.
이것을 이용하면 내란을 일으키는 것은 쉬울꺼라 생각했다.
예상대로다, 설마 이정도로 계획이 잘 진행될 줄은 몰랐다.
그래... 그저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 기적같은 승리와 백성들의 지지를 보게된 나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정복왕 이스칸달의 그릇을...
처음엔 그저 근육 바보라고 생각했다.
이용해 먹기에 정말로 쉬운남자다. 그렇기에 그가 영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도 상관없었다.
아니, 영령이기에 내란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꺼라는 얕은 계산을 하게 된거다..
그것이 실수였다. 설마 이정도의 대영웅일 줄이야...
전쟁을 일으키면 될뿐이다. 한마디로, 타국의 국력을 소모시키는 것으로 족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스칸달은 그정도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것을 정복할 것이다.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군략으로.. 끊이지 않는 제패욕에 휩싸여.
수 많은 나라들을 유린하면서...
...영웅이라는 자들은 언제나 그렇다.
스스로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타인을 짓밟는 것 따위, 너무나도 당연한 행위이겠지.....
좀더 이용하기 쉬운 남자를 선택했어야 했다.
이대로 가면 뒷수습이 안될 정도로 마케도니아군은 강해진다.
.................
그래.. 아직 늦지 않았다.
좀더 이용하기 쉬운자를 반란군의 수장으로 세우면 된다.
그를 죽이고...
죄책감 따위 없다. 나는 "배신의 마녀".
이미 그런 감정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많은 배신을 해왔다.
음.. 어떠한 방식으로 그를 죽일까?
기습으로 암살하는 방법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는 영령, 그것도 한 시대를 제패한 최상급 영령중 하나이다.
이미 대왕(더 그레이트)라 불리우는 그가 기습따위로 죽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좀더 효율적이고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하겠지...
..........그래,
기억났다.
생전, 알렉산더 대왕의 최후가...
승리를 축하하기 위한 연회가 벌어졌다.
호탕한 영웅호걸들이 둘러 앉아 술잔을 따르며 웃고, 떠들고, 즐긴다.
[하하하하! 그래서 말이다. 이 몸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그녀석에게 충고를 했던거다.
"너는 이 알렉산더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렇다면, 그 이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하고 말이지.]
[오오! 과연 재미있는 이야기로군요! 그래서 어떻게 됬습니까?
설마 그정도의 충고를 받고도 여전히 망나니짓을??]
[그런 멍청한 녀석이였다면 짐이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겠지!]
[[[우하하하하!!]]]
하아... 남자들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분위기에 휩쓸려 저런 시시한 이야기에 폭소를 터트리다니...
...............
잠시동안 그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 분위기는 기억속에 자리잡은 한때를 떠올리게 했다.
아르고 선.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이 배에서 서로를 믿고, 도우며 신화를 만들어 내었다.
그래..... 그곳에서 보았던 그들의 모습과 닮았다.
영웅이란 모두들 저런 걸까... 그저 함께 하는 것만으로 즐거워하고, 신뢰한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감정이다.
[저기..]
누군가의 부름에 돌아본다.
그곳에는 거대한 모자를 쓰고 있는 아름다운 금발의 소녀가 있었다.
정복왕의 마스터, 시조 브리밀의 정통 계승자중 하나.. 티파니아.
남자들만 가득한 연회엔 어울리지 않는 소녀가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이스칸달이라면 저곳에..]
[그... 아니요... 저는 메데이아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언제나 생각했던 거지만.. 이 소녀는 너무 수줍움이 많다.
그런대,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무언가 궁금한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뇨.. 그게.... 쓸쓸해 보이셔서...]
..............
꼬마 주제에...
[?! 죄.. 죄송해요... 그... 혼자 계시길래...
말상대라도 되고 싶어서.....]
[......]
[언제나 고마워요... 알렉산더씨께 들었어요.. 항상 큰 도움이 된다고요..]
[......]
[그래서.. 저기.. 될 수 있으면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 본다.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놀라는 소녀.
[몇번이나 가르쳐 줬을 텐데요. 저는 "엘프"가 아닙니다.]
소녀는 눈을 크게뜨며 입가에 손을 가져간다.
[쉿..! 누가 듣겠어요....!]
하아... 정말 우스운 반응이다.
"엘프"
이 하르케기니아 대륙의 인간들에게 있어선 "악마"와 같은 마이너스 이미지의 종족.
그런 고정관념을 이 대륙의 인간들은 가지고 있었다.
아니.. 비단 고정관념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엘프는 자신들의 영역에 인간이 들어올 경우 가차없이 죽인다고 한다.
그렇기에 "성지"를 성스러운 장소로 여기는 인간들은 엘프를 적으로서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나의 뾰족한 귀가 엘프들의 귀와 닮았다는 거다.
...도대체 이 황당한 상황은 무엇일까..
어째서 내가 엘프로 오해받아야 하는건지....
소녀는 나의 정체(오해이지만..)가 타인에게 알려지는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엘프와 인간의 혼혈인 티파니아.
그런 그녀이기에 나에게서 동질감 따위를 느끼는 것이리라.
흠.. 제법 귀엽단 말이야...
능욕해주고 싶을 정도로.
아무도 모르게 그녀에게 마술을 건다.
[아...]
[자, 이 술잔을 받으세요 티파니아.]
옛날, 한가지 실험을 한적이 있었다.
"용종을 죽일 수 있는 독의 제조가 가능할까?"
마술사라면 누구나 호기심에 이끌려 일말의 가능성에 도전해 보는 그런 시시한 실험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였다. 제조해낸 의사적인 "필사의 독약"은...
수 분이내로 용종조차 독살해버릴 정도의 극악한 효능을 발휘했다.
[후후후.. 그 술에는 "몸에 좋은 향료"가 들어 있답니다..
당신의 "사역마"라면 좋아하겠지요.
티파니아. 그것은 "당신이 직접 만든 술"입니다.]
[그렇군요... 이건 "제가 만든 술"... 메데이아씨는 참 친절하시네요.]
마술에 걸린 가녀린 꼬마 아가씨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믿어버린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영웅들에게 다가간다.
[알렉산더씨.]
[오오~! 이게 누구신가. 티파니아가 아닌가!
그래, 무슨 일로 이런 땀내나는 마초들에게 말을 걸어주시는지??]
[제가 직접 만든 술이랍니다. 드셔보시겠어요?]
[하하하! 미인이 권해주는 술잔을 거부하는 영웅따윈 없겠지!]
이걸로 끝이다. 그 옛날, 세계의 절반을 차지했던 대영웅.
그는 이 하르케기니아 대륙에서 조차 생전과 똑같은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다.
독살이라는 허무한 최후를....
[음? 이상하구나 티파니아여... 네가 술을 담글 줄 안단 말이냐?]
?! 설마...
[네? 어라.. 이상하네... 그러고 보니 내가 어떻게 술을...]
실수다.. 술을 담글줄 아는가 모른는가의 사적인 일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마스터와 사역마간의 유대가 가까울 줄이야..
그녀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만든 책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렇게 된 이상 물러설 수는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티파니아의 곁으로 다가간다.
[제가 술을 담그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렇지요, 티파니아?]
[아... 네.]
마술에 걸린 그녀는 나의 의지에 따라 대답한다.
[메데이아가 만든 술이란 말인가? 우하하하하!!]
.... 뭐지?
어째서 웃는거야..?!
심장이 뛴다.
불안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거인을 지켜본다.
[기억나는 구나. 성배전쟁때 마신 "신의 술"이 말이야.
영웅왕이 짐에게 준 그 술은 정말로 환상적인 맛이였다.
음.. 기대해도 좋을까 메데이아여? "신대의 시대"를 살아간 그대이니 말이야.]
[그... 글쎄요. 아무리 저라고 해도 신이 직접 담근 술을 능가할 자신은 없군요..]
마셔라.. 이제 그만 떠들고 마시라고!
[그럼 어디..]
그리고 죽는거다.
더이상 그런 큰 웃음소리따위 터트리지 못하게 된다.
네놈을 믿고 의지하던 신하들의 비명이 들려오는 듯하구나! 아하하!!
그래.. 나는 예전부터 네가 마음에 안들었어.
영웅은 언제나 소리치지.
내가 정의라고, 내가 꿈을 이루겠다고, 내가 모두를 짊어지겠다고...
전부 위선이야!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주제에...
쓸모 없어졌다고, 위해가 된다고 타인을 짓밟아 버리는 주제에!!
[.....]
뭐야?! 어째서 마시지 않는거지!! 왜...
그 순간, 거인과 여인의 눈이 마주친다.
[...메데이아, 한가지 묻고 싶구나.]
[.....]
나는 메데이아.
친동생을 갈갈이 찢어,
친부의 눈앞에서 그 시체를 바다에 던져버린다.
[그대는 짐을 믿는가?]
나는 메데이아.
불사의 마술로 속인 펠리아스 왕을,
갈갈이 찢어 그 시체를 바다에 던져버린다.
[......물론입니다.]
[하하하! 그래, 정말 우스운 질문을 해버렸군.
그대는 "이미 짐의 신하이지."
용서하거라, 잠시 그대를 의심했다.]
나는 메데이아.
사랑했다고 믿었던 남자에게 배신당해, 마녀가 된다.
[방금 짐의 눈에 비친 "증오"는 잘못 본 것이겠지...]
나의 진명은... 메데이아(배신의 마녀).
[짐은 "그대"를 믿고 있느니라.]
단숨에 술을 들이키는 거인.
[크... 정말로 맛없는 술이구만.]
그런대 어째서...
나를 믿는거야?!!!!
[끼아아악!]
[아.. 알렉산더님!!!]
도망치자. 모든 것은 끝났다.
영웅은 생전과 같이,
믿고 있던 신하에 의해 독살 당하는 거다.
그렇게 도망치려던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어째서 그 순간.. 웃을 수 있었던 거지?
마력행사에 들어간다.
오른손에 끼고 있는 반지에 마력을 담는다.
그와 동시에...
이마에 떠오르는 정체불명의 룬문자.
보구 묘드니트니른(신의 두뇌)
"최초의 마법사" 브리밀이 만든 "4개의 사역마 계인" 중 하나.
이 룬이 새겨진 자는 "이 세상의 모든 마법도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또, 그 마법도구를 올바르게 사용하기위한 지식과 보유스킬이 부가적으로 나타난다.
평범한 인간이 사용해도 "보구"라 불리우는 도구조차 능숙히 사용 가능하게 된다.
마법도구를 다루는 경지는 사용자의 지식과 마력등에 관련되지만,
보통 영령이라고 부르는 존재들에 필적할 정도의 극한의 숙련도 향상을 보인다.
물어야 한다. 그 웃음의 의미를...
단지, 그 생각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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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한 표정으로 어린 아이들을 내려다 보는 중이던 거인에게 두건을 쓴 여인이 다가온다.
[오, 왔는가 "마법사"?]
[하아.. 또 이런 곳에서 놀고 계신겁니까.]
두건을 썻기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인이였지만,
그녀의 자태는 분명 평범한 신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찌 되었는가?]
[... 언제나와 같이 거절했습니다.]
[응? 또 거절했다고???]
거인은 여인이 가져온 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 표정을 일그러트린다.
[이제 그만 포기하시는 것이 어떨까요? 더 이상의 "항복권고"는 무의미 합니다.
그들은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대로 전쟁이 장기화 된다면 병사들은 물론이고 민심마저..]
[승리는 하되 멸하지 않는다. 제패는 하되 욕보이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정복"이라는 것이다.]
여인은 생각한다. 저 근육 바보가.....
-EX화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