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황금의 사역마 -5화-
-거인의 꿈-
압도적이였다.
온갖 살상용 마법들을 사용해도 통하지 않는다.
그가 강하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건 이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압도적인 강함이였다.
결국 마법사들은 패배했다… 쓰러진 마법사들을 내려다 보며 길가메쉬는 오만하게 선언했다.
[이 이상 짐에게 반하는 무리가 있다면, 그때는 진정 그들을 사형에 처하겠느니라.]
그의 강함을 직접 본 사람들 중에 누가 감히 나설 수 있을까..
그렇게 수십명의 마법사와 단 한명의 사역마간의 대결은… 사역마의 승리로 끝났다.
구경하던 학생들 중에 몇몇이 다가와 상처 입은 마법사들을 치유한다.
길가메쉬가 쏘아낸 흉기들에 직격한 그들은 빈사상태 였다.
몇몇은 정말 죽을지도 모를 정도의 치명상 인 듯 하다..
특히 가장 심하게 다친 것이 기슈다...
마법들과 흉기들이 부딪치는 순간.
기슈는 자신의 남은 골램 전부에게 방패를 들게 하고선 앞쪽으로 나아갔다.
아마도 자신의 골램들이 길가메쉬에게 통하지 않은 것에 굴욕적인 수치심을 느꼈으리라..
그 반동일까.. 그는 고집스럽게 마법사들을 지켜내 보였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마법이였을 것이다.
솔직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바보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귀족은 역시 귀족이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해야할 최적의 일을 해낸 것이다.
뭐.. 제일 앞쪽에서 길가메쉬의 공격을 받아 내었기에 가장 상처가 심한 것도 기슈지만..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꺼다.
[길을 열어라 잡종들.]
뒤쪽에서 들린 소리에 돌아보니 길가메쉬가 학원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방금 그가 말한 “명령”에 구경꾼들이 강물이 갈라지듯 사람 하나가 지나갈 길을 만든다.
냉큼 길가메쉬의 뒤를 따라 간다.
주위의 시선을 봐선 이곳에 남았다간 질문 공세를 받을 꺼 같았다….
어느새 인가 길가메쉬는 황금갑옷을 벗어 놓았다.
몇 번이나 봤지만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문득 궁금하게 느껴져 물어본다.
[저기.. 그 “매직 아이템”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거야?]
[게이트 오브 바빌론(왕의 재보)로 돌아가는 거다.
짐의 재보들이니 당연히 짐의 보물창고로 돌아가는 것이지 않는가.]
[음.. 그럼 그것들이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은 마법의 일종인 거야?]
[보구란 애초에 현세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단지 짐이 생전에 가지고 있던 것, 영령을 상징하는 “재보”들이기에 현세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보구를 되돌리는 것은 마술따위가 아니라 영령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재주이니라.]
아…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필살의 의지를 담은 마법을 만들어냈다.
그런 흉폭한 마법들에 “매직아이템”들을 던진다는 행위는 아무리 봐도 어리석은 짓이다.
부서져 버리는 거다.
그 귀중한 보물들을 부수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길가메쉬가 행했기에 의아하게 생각됬던 거다..
하지만 지금 길가메쉬가 대답한 내용으로 유추해보면 그가 사용하는 “매직아이템”… 그러니까 “보구”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라고 한다.
즉, 부서진다 해도 길가메쉬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다시 생성하는 것이 가능한 듯하다.
음… 무언가 사기스럽네.. 그 보구라는 것들은….
[그것보다.. 계집, 짐에게 그대를 보낸 것은 오스만 인가?]
[에?!!]
[역시나… 늙은이의 잔꾀였군.]
우우… 역시 이 녀석 한테는 못 당하겠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곧바로 눈치챈다..
[쯧. 조금은 왕을 생각하는 신하인줄 알았거늘.. 결국은 다른 잡종들과 다를 바 없구나.
잡종들을 지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짐의 편을 들은 것인가.]
[아.. 아니야! 적어도 아까 내가 한 말은 거짓이 아니라구!!]
그래.. 정말로 그가 임금님이라면… 아무리 사역마로서 소환되었다 하더라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이래보여도 나 또한 왕족이야. 길가메쉬가 고귀한 피를 가진 사람이란 건 알고 있다고.
그러니까… 나에게도 왕족으로서의 대우정도는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다못해 “계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만두어 주었으면 해!]
[하! 왕족으로서의 대우라고?? 계집에게 어울리는 호칭은 계집 뿐이다.]
…… 정말 못 말리는 사역마다.
한 나라를 다스리던 왕이란 자가 격식조차 모르는 것일까..
어떻게 고귀한 피를 가진 왕족의 영애에게 “계집”이란 상스러운 호칭을 붙일 수 있는 거지!
아… 그러고 보니 그는…
[짐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계집. 왕이란 홀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굽어보는 존재다.
알겠나. 그대는 물론이고 이 세상의 그 누구라도 짐에게 대우를 받을만한 자격 따위 없다.]
그는 폭군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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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앞으로 있을 이야기, 또는 이미 일어났을지도 모를 이야기였다.
한 소녀가 달이 빛나는 밤, 숲속을 거닌다.
달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금빛 머리카락과 마치 사슴과 같이 사뿐이 걸어가는 모습에 여신과도 닮은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숲속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던 소녀는 어느 순간 멈추어 선다.
나무가 울창하여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소녀를 비추기 위해 만들어 진 듯 숲속의 가지들을 뚫고 달빛이 들어오는 곳이 였다.
소녀는 품속에서 작은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나, 간절히 바라옵니다.]
그것은 노래와도 같은 음율 이였다.
하지만 소녀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마력은 그것이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 간절히 청하옵니다.
지금 이순간 어딘가에 있을 심복이시여
나와 아이들을 위한 강함과 상냥함을 가진 사역마시여!
나, 간절히 부르옵니다.
지금 이순간 이곳에 불리우시여!
나와 아이들을 위해 사역되며,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 주기를!!!]
소녀의 마지막 주문이 완성되며, 찬란한 빛이 순간 숲속을 가득 메운다.
그 강렬한 빛에 눈을 가리는 소녀.
태양빛과 같은 소환의 문에서 무언가 나오자, 문은 닫혀졌다.
눈을 자극하던 빛이 사라지자 소녀는 눈을 뜰 준비를 한다.
약간의 긴장과 걱정, 흥분을 가진 소녀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일생을 함께할 사역마 소환이었다.
그녀의 반응은 여느 마법사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것이 였다.
[에?!!]
소녀가 눈을 뜨고 본 것은 거인이었다.
마치 오크나 트롤과 같을 정도로 거대한 몸은,
인간이 아닌듯한 위압적인 분위기가 풍겨졌다.
소녀는 고개를 들어 자신이 소환한 거인의 얼굴을 본다.
강인하고 굵어 보이는 붉은 눈썹과 타오르는 듯한 붉은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거인이였다.
그 얼굴은 남자다운 카리스마가 느껴지며,
눈동자를 계속 보고 있다간 빨려 들어가 버릴 꺼 같은 신비함이 느껴졌다.
[음.. 소녀여, 그대가 날 소환하였는가?]
[그.. 어째서 인간이..]
소녀는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지식에 사역마로서 인간이 소환된다는 전례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혼란에 빠진 소녀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거인은,
자신의 그 거대한 손바닥을 쳐다보며 말한다.
[완벽하군! 그야말로 생전의 몸과 가장 가까울 정도의 완전하게 수육된 육체다.
아직 소환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나의 몸뚱이 하나 만으로도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혼란에 빠져있던 소녀는 거인의 흥분한 외침소리에 깜짝 놀랐다.
거인은 기뻐했다.
그 얼굴은 행복함이 가득하여 눈꼬리 휘어졌으며,
입가는 귀에 걸릴 듯 미소 짓고 있었다.
괴물과 같이 거대한 인간의 표정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순수한 미소였다.
그것은 마치, 소녀가 돌보고 있는 어린 아이들과 같은 행동이다.
소중한 장난감을 잃어버렸다 겨우 찾았을 때와 같은,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쁨이었던 것이다.
[오오!! 실로 기분 좋구나!
짐은 이 은혜를 보답하고자 한다.
소녀여. 그대가 원하는 소원이 있는가?
이 내가 이루어 줄 수 있는 소원이라면 무엇이라도 들어주도록 하지!!!]
소녀는 순간 생각했다.
나의 소원? 나에게 소원이 있었던가?
아.. 그래 그렇게 부를 만한 것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야 하는 것.
그렇기에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한 소녀는,
어딘가의 바보와 같은 소원을 말한다.
[제.. 제가 원하는 소원은 저와 아이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이루어 줄 수 없는 소원이에요..]
[세계 평화라… 이말 인가? 우하하하하하하하!]
갑작스러운 거인의 폭소가 숲속을 쩌렁 쩌렁 울린다.
그 웃음 소리에 온갖 동물들이 잠에서 깨어나며,
새들이 어두운 하늘로 날아올랐다.
소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창피했다. 눈앞의 거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터무니 없는 소원을 말한 것이다.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소원이다.
[하하하하하~~~아 콜록! 음!! 이거 실례했네.
그래, 실로 아녀자 다운 훌륭한 소원이로군.
하지만 곤란한데…
그 소원은 짐의 꿈을 이룬 후에 들어 주어야 겠구나.]
[꿈??]
그러고 보니 이 거인은 아까도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고 했다.
궁금해 졌다.
자신의 소원이 세계 평화라는 것에 비웃은 줄 알았으나..
이 거인은 그 소원을 “여자다운 훌륭한 소원”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절대 이룰 수 없을 꺼 같은 소원을,
거인은 자신의 꿈을 이룬 후에 들어 주겠다고 말한다.
일단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거인의 꿈이 궁금해졌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응?]
소녀의 질문에 잠시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는 거인.
그 웃기면서도 어딘가 귀여워 보이는 행동에 소녀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거인은 자신의 가슴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그야 당연하지 않느냐.
사내로 태어나서, 이정도로 건장한 몸을 가지고 있는 이상.
이루고 싶은 꿈은 한가지 뿐이 없지.]
거인은 마치 당연한 것을 말하듯 허리를 곧게 펴며 당당히 외친다.
[짐의 꿈은 세계 정복이다!]
-거인의 꿈-
압도적이였다.
온갖 살상용 마법들을 사용해도 통하지 않는다.
그가 강하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건 이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압도적인 강함이였다.
결국 마법사들은 패배했다… 쓰러진 마법사들을 내려다 보며 길가메쉬는 오만하게 선언했다.
[이 이상 짐에게 반하는 무리가 있다면, 그때는 진정 그들을 사형에 처하겠느니라.]
그의 강함을 직접 본 사람들 중에 누가 감히 나설 수 있을까..
그렇게 수십명의 마법사와 단 한명의 사역마간의 대결은… 사역마의 승리로 끝났다.
구경하던 학생들 중에 몇몇이 다가와 상처 입은 마법사들을 치유한다.
길가메쉬가 쏘아낸 흉기들에 직격한 그들은 빈사상태 였다.
몇몇은 정말 죽을지도 모를 정도의 치명상 인 듯 하다..
특히 가장 심하게 다친 것이 기슈다...
마법들과 흉기들이 부딪치는 순간.
기슈는 자신의 남은 골램 전부에게 방패를 들게 하고선 앞쪽으로 나아갔다.
아마도 자신의 골램들이 길가메쉬에게 통하지 않은 것에 굴욕적인 수치심을 느꼈으리라..
그 반동일까.. 그는 고집스럽게 마법사들을 지켜내 보였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마법이였을 것이다.
솔직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바보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귀족은 역시 귀족이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해야할 최적의 일을 해낸 것이다.
뭐.. 제일 앞쪽에서 길가메쉬의 공격을 받아 내었기에 가장 상처가 심한 것도 기슈지만..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꺼다.
[길을 열어라 잡종들.]
뒤쪽에서 들린 소리에 돌아보니 길가메쉬가 학원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방금 그가 말한 “명령”에 구경꾼들이 강물이 갈라지듯 사람 하나가 지나갈 길을 만든다.
냉큼 길가메쉬의 뒤를 따라 간다.
주위의 시선을 봐선 이곳에 남았다간 질문 공세를 받을 꺼 같았다….
어느새 인가 길가메쉬는 황금갑옷을 벗어 놓았다.
몇 번이나 봤지만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문득 궁금하게 느껴져 물어본다.
[저기.. 그 “매직 아이템”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거야?]
[게이트 오브 바빌론(왕의 재보)로 돌아가는 거다.
짐의 재보들이니 당연히 짐의 보물창고로 돌아가는 것이지 않는가.]
[음.. 그럼 그것들이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은 마법의 일종인 거야?]
[보구란 애초에 현세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단지 짐이 생전에 가지고 있던 것, 영령을 상징하는 “재보”들이기에 현세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보구를 되돌리는 것은 마술따위가 아니라 영령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재주이니라.]
아…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필살의 의지를 담은 마법을 만들어냈다.
그런 흉폭한 마법들에 “매직아이템”들을 던진다는 행위는 아무리 봐도 어리석은 짓이다.
부서져 버리는 거다.
그 귀중한 보물들을 부수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길가메쉬가 행했기에 의아하게 생각됬던 거다..
하지만 지금 길가메쉬가 대답한 내용으로 유추해보면 그가 사용하는 “매직아이템”… 그러니까 “보구”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라고 한다.
즉, 부서진다 해도 길가메쉬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다시 생성하는 것이 가능한 듯하다.
음… 무언가 사기스럽네.. 그 보구라는 것들은….
[그것보다.. 계집, 짐에게 그대를 보낸 것은 오스만 인가?]
[에?!!]
[역시나… 늙은이의 잔꾀였군.]
우우… 역시 이 녀석 한테는 못 당하겠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곧바로 눈치챈다..
[쯧. 조금은 왕을 생각하는 신하인줄 알았거늘.. 결국은 다른 잡종들과 다를 바 없구나.
잡종들을 지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짐의 편을 들은 것인가.]
[아.. 아니야! 적어도 아까 내가 한 말은 거짓이 아니라구!!]
그래.. 정말로 그가 임금님이라면… 아무리 사역마로서 소환되었다 하더라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이래보여도 나 또한 왕족이야. 길가메쉬가 고귀한 피를 가진 사람이란 건 알고 있다고.
그러니까… 나에게도 왕족으로서의 대우정도는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다못해 “계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만두어 주었으면 해!]
[하! 왕족으로서의 대우라고?? 계집에게 어울리는 호칭은 계집 뿐이다.]
…… 정말 못 말리는 사역마다.
한 나라를 다스리던 왕이란 자가 격식조차 모르는 것일까..
어떻게 고귀한 피를 가진 왕족의 영애에게 “계집”이란 상스러운 호칭을 붙일 수 있는 거지!
아… 그러고 보니 그는…
[짐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계집. 왕이란 홀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굽어보는 존재다.
알겠나. 그대는 물론이고 이 세상의 그 누구라도 짐에게 대우를 받을만한 자격 따위 없다.]
그는 폭군이었지…
----------------------------------------------------------------------------------------
그것은 앞으로 있을 이야기, 또는 이미 일어났을지도 모를 이야기였다.
한 소녀가 달이 빛나는 밤, 숲속을 거닌다.
달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금빛 머리카락과 마치 사슴과 같이 사뿐이 걸어가는 모습에 여신과도 닮은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숲속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던 소녀는 어느 순간 멈추어 선다.
나무가 울창하여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소녀를 비추기 위해 만들어 진 듯 숲속의 가지들을 뚫고 달빛이 들어오는 곳이 였다.
소녀는 품속에서 작은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나, 간절히 바라옵니다.]
그것은 노래와도 같은 음율 이였다.
하지만 소녀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마력은 그것이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 간절히 청하옵니다.
지금 이순간 어딘가에 있을 심복이시여
나와 아이들을 위한 강함과 상냥함을 가진 사역마시여!
나, 간절히 부르옵니다.
지금 이순간 이곳에 불리우시여!
나와 아이들을 위해 사역되며,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 주기를!!!]
소녀의 마지막 주문이 완성되며, 찬란한 빛이 순간 숲속을 가득 메운다.
그 강렬한 빛에 눈을 가리는 소녀.
태양빛과 같은 소환의 문에서 무언가 나오자, 문은 닫혀졌다.
눈을 자극하던 빛이 사라지자 소녀는 눈을 뜰 준비를 한다.
약간의 긴장과 걱정, 흥분을 가진 소녀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일생을 함께할 사역마 소환이었다.
그녀의 반응은 여느 마법사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것이 였다.
[에?!!]
소녀가 눈을 뜨고 본 것은 거인이었다.
마치 오크나 트롤과 같을 정도로 거대한 몸은,
인간이 아닌듯한 위압적인 분위기가 풍겨졌다.
소녀는 고개를 들어 자신이 소환한 거인의 얼굴을 본다.
강인하고 굵어 보이는 붉은 눈썹과 타오르는 듯한 붉은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거인이였다.
그 얼굴은 남자다운 카리스마가 느껴지며,
눈동자를 계속 보고 있다간 빨려 들어가 버릴 꺼 같은 신비함이 느껴졌다.
[음.. 소녀여, 그대가 날 소환하였는가?]
[그.. 어째서 인간이..]
소녀는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지식에 사역마로서 인간이 소환된다는 전례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혼란에 빠진 소녀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거인은,
자신의 그 거대한 손바닥을 쳐다보며 말한다.
[완벽하군! 그야말로 생전의 몸과 가장 가까울 정도의 완전하게 수육된 육체다.
아직 소환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나의 몸뚱이 하나 만으로도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혼란에 빠져있던 소녀는 거인의 흥분한 외침소리에 깜짝 놀랐다.
거인은 기뻐했다.
그 얼굴은 행복함이 가득하여 눈꼬리 휘어졌으며,
입가는 귀에 걸릴 듯 미소 짓고 있었다.
괴물과 같이 거대한 인간의 표정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순수한 미소였다.
그것은 마치, 소녀가 돌보고 있는 어린 아이들과 같은 행동이다.
소중한 장난감을 잃어버렸다 겨우 찾았을 때와 같은,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쁨이었던 것이다.
[오오!! 실로 기분 좋구나!
짐은 이 은혜를 보답하고자 한다.
소녀여. 그대가 원하는 소원이 있는가?
이 내가 이루어 줄 수 있는 소원이라면 무엇이라도 들어주도록 하지!!!]
소녀는 순간 생각했다.
나의 소원? 나에게 소원이 있었던가?
아.. 그래 그렇게 부를 만한 것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야 하는 것.
그렇기에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한 소녀는,
어딘가의 바보와 같은 소원을 말한다.
[제.. 제가 원하는 소원은 저와 아이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이루어 줄 수 없는 소원이에요..]
[세계 평화라… 이말 인가? 우하하하하하하하!]
갑작스러운 거인의 폭소가 숲속을 쩌렁 쩌렁 울린다.
그 웃음 소리에 온갖 동물들이 잠에서 깨어나며,
새들이 어두운 하늘로 날아올랐다.
소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창피했다. 눈앞의 거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터무니 없는 소원을 말한 것이다.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소원이다.
[하하하하하~~~아 콜록! 음!! 이거 실례했네.
그래, 실로 아녀자 다운 훌륭한 소원이로군.
하지만 곤란한데…
그 소원은 짐의 꿈을 이룬 후에 들어 주어야 겠구나.]
[꿈??]
그러고 보니 이 거인은 아까도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고 했다.
궁금해 졌다.
자신의 소원이 세계 평화라는 것에 비웃은 줄 알았으나..
이 거인은 그 소원을 “여자다운 훌륭한 소원”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절대 이룰 수 없을 꺼 같은 소원을,
거인은 자신의 꿈을 이룬 후에 들어 주겠다고 말한다.
일단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거인의 꿈이 궁금해졌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응?]
소녀의 질문에 잠시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는 거인.
그 웃기면서도 어딘가 귀여워 보이는 행동에 소녀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거인은 자신의 가슴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그야 당연하지 않느냐.
사내로 태어나서, 이정도로 건장한 몸을 가지고 있는 이상.
이루고 싶은 꿈은 한가지 뿐이 없지.]
거인은 마치 당연한 것을 말하듯 허리를 곧게 펴며 당당히 외친다.
[짐의 꿈은 세계 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