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요우.」
도착하기전부터 너머로 보였던 꼬마 아가씨. 루시를 보자마자 데비앙은 그렇게
차의 창문을 반쯤 내리고 고개를 디밀어 손짓했다. 그런 그를 보자마자 한숨 쉬
며「요우...」하고 따라 대꾸해주는 루시.
그녀는 한 카페 건물 정문 옆 근처에 다소곳하게 서있다가 그렇게 손을 뻗었다.
「데리러왔어. 올슨은?」
「일.」
담담하게 대답하는 꼬마 아가씨. 차문을 열고 밖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밟는다.
화려한 옷차림새덕에 지나가던 바쁜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곤 한다. 물론,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
「너무한다. 꼬맹이를 혼자 놔두고 후다닥 자기 일 있다고 내뺀거야?」
「내뺀거 아냐. 그리고 난 꼬맹이가 아냐.」
「푸핫? 아하하...!」
꼬맹이가 꼬맹이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자 데비앙은 웃음이 터져나와 그대로 큰 소
리로 웃으려 하다가,
「...」
「...하...하...」
매서운 그녀의 눈빛에 웃으려고 크게 취한 포즈 그대로 뒤로 돌아 헛기침 한다.
하지만 영 등뒤로 꺼림직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다시 뒤로 돌아 아무거나 화재
를 돌릴 꺼리가 없나 살펴보기로 한다.
...! 마침 좋은게 있다.
「그 노트는 왠거야?」
데비앙의 눈동자가 먹잇감을 찾은 동물의 그것처럼 평소에 없을 생기로 가득찬
체 번뜩인다.
「...그냥 연습장.」
...그녀가 알고 있는 한 데비앙이라고 하는 사람이 저런 눈매를 하면 대게 좋지
않은 무언가가 일어난다. 그녀는 흔히 말하는 여자의 감과 경험을 통해 발달한
위험을 인지하고 무의식적으로 한발 물러선다.
「연습장??」
「연습장.」
...그리고 살짝 감춘다. 평소에 잘 볼 수 없는 그 어린아이같은 행동에 데비앙은
당황했지만 그것보다 두세배로 밀려오는 호기심이 그를 자극했다. 그는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편이고 또 그것을 해소하지 못하면 잠도 못자는 성격이다.
「얍.」
「...!」
빙글 춤추듯 돌다가 잽싸게 「그냥 연습장」이라는 노멀한 이름의 물건을 뺏으려
했는데, 움찔거리며 그녀가 피하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역효과다.
그녀는 더욱더 나를 경게하고, 그리고 노트를 양손으로 쥐고 더 깊숙히 가슴 속에
파묻어버리고 말았다.
「...구.궁금해진다. 궁금해진다. 루~시 뭘 숨기고 있는거야아~」
「시, 시끄러워! 저리가!」
「매정하구만~ 그럼 그냥 돌아가볼...」
차로 돌아가려던 데비앙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이 순간 광속으로 턴 한
다.
「...수야 없지!! 우하하하하!!」
...그리고 초라고 하기도 민망한 찰나에 소녀에게서 연습장을 뺏어낸다.
전력의 전력을 다한 필사적인 움직임. 18살이나 되먹은 데비앙은 꼬맹이를 상대로
자기가 내뿜을 수 있는 최고의 스피드와 순발력을 발휘하는데 성공했다.
실로, 더럽고 치사한 순간이었다.
「내놔!!」
「그럴수야 없지. 흐흐흐. 그럼 평소에 숨길것도 없는 꼬맹이 나름대로 비밀을 열
어볼까나~?」
열어볼까나 라는 단어 한글자 한글자에 악센트를 주며 연습장을 하늘 높이 치켜들
며 승리감에 도취한 데비앙. 그는 바둥거리는 소녀의 필사적인 공격을 가볍게 피하
거나 받아내면서 연습장을 열...
「...엉?」
...어보는데 실패했다.
잠깐 바람 소리가 나는가보다 했는데,
그 감각이 뇌로 전달되었을 무렵 양손은 허공에서 춤추고 있었던 것이다. 묵직한
무게감 대신 그의 두 손에는 허무함만이 쥐어져 있다. 헛스윙이라던가 할때에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데비앙은 멍한 상태로 졸지에, 하늘 위로 유유히 떠가는 구름을 잡고야 말겠다는
듯한, 굉장히 우스꽝스럽고 바보같은 포즈가 되어버렸다.
「고마워. 죠셉. 역시 죠셉밖에 없다니까!」
「소중한 물건. 빼앗기지 않게 조심해.」
「응.」
데비앙이 사태를 깨달았을 즈음에 이미 소녀의 비밀 연습장은 죠셉의 손에 의해 다
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굉장히 기쁜 얼굴로 죠셉을 향해 미소를 한번,
그리고 이쪽을 향해 혀를 내밀며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오.」
데비앙은 연습장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죠셉의 매서운 눈동자에 그만 포기
하기로 결심하고 말았다. 양팔을 벌리고 한숨을 쉬며 포기와 함께 소녀에게 항복의
의사표시를 알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소중하게 연습장을 자신의 품에 안고 나를 노
려볼 뿐이었다.
그 모습이, 올슨의 말대로 어쩐지 작은 새끼 여우를 연상시켰다.
「타시죠. 공주님.」
데비앙은 머리를 글적거리면서 그런 그녀의 경계어린 눈빛에다 차문을 열어주며 타
라는 시늉을 했다. 굉장히 정중한, 역시나 연극에서나 나올법한 과장된 움직임으로
말이다.
「...컥...!?」
...그러나 아직도 화가 난 그녀는 옛기사처럼 무릎까지 꿇은 그의 허벅지를 걷어차
고는 잽싸게 차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뒤를 이어 죠셉이 알듯 모를듯한 눈으로 날
쳐다보다가 들어가 버렸다.
차. 착각이었을까.
어쩐지 냉소를 흘렸던거 같은는데 저자식...!
「뭐 해? 안타고. 내버려두고 간다?」
끙끙거리고 있으려는데 차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열받아.」
나는 허벅지에서 사라지지 않은체 머물고 있는 고통에 낑낑거리며 차 안으로 들어
갔다. 쌀쌀한 공기와 바람, 사람들의 거니는 소리는 차문을 닫자 그대로 사라져버
렸다.
차는 넓었고 뒷자석은 세명이 꾸역꾸역 들어갔음에도 여유 공간이 있었다. 신입
운전수는 출발하라는 그들의 명령을 기다리면서 무덤덤하게 창너머의 거리를 바라보
다가 룸 미러를 힐끗거렸다.
...한명의 꼬마가 합류하여 마침내「올슨의 아이들」맴버가 다 모인 셈이었다.
그 대단한 올슨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가진 자들이었다. 신입 운전수는 그런 자들
을 태우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지만 동시에「정말 저런 꼬맹이들이?」
하는 의구심과 함께 자기의 나이가 벌써 40대로 꺽여가고 있다는 사실에 불쾌한 기
분이 들었다. 저런 꼬맹이들을 이만큼이나 나이 먹은 자신의 위에 있다는 것이 상
당히 불만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운전수는 자기도 모르게 버릇처럼 담배를 하나 꺼내어 피우려다가 멈칫했다. 뒷
좌석의 세사람 모두가 자신에게 시선이 고정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들의 시선에 담배를 입에 올리려던 손을 차마 입에 가져가지는 못하고 헛기
침을 하며 다시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금연 하세요. 몸에 해로워요.」
루시가 얼굴을 빼곰히 앞으로 내밀며 그렇게 말한다. 그러자 이윽고 데비앙이 그녀
의 화를 풀 생각인건지 거든다.
「일단 주위사람에게 피해가 가죠. 냄새가 어지간히 독하잖아요?」
...마지막으로 잠자코 있던 죠셉이 양 옆으로 포진되어있는 꼬마와 꼬마와 다를 것
없는 소년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며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100% 담배잎으로 만 것도 아니고, 시가 만들다 남은 질 떨어지는, 소위 찌그
레기들을 넣고 그 질떨어짐을 감추기위해 화학첨가물로 범벅을 한 것은 상품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차 안은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운전수는 한참동안이나 그들과 함께 굳어있다가 정신이 들기 시작하자 어색하게 웃
으며 말했다.
「...추,출발 할까요?」
------------------------------
ㅇㅇ
「요우.」
도착하기전부터 너머로 보였던 꼬마 아가씨. 루시를 보자마자 데비앙은 그렇게
차의 창문을 반쯤 내리고 고개를 디밀어 손짓했다. 그런 그를 보자마자 한숨 쉬
며「요우...」하고 따라 대꾸해주는 루시.
그녀는 한 카페 건물 정문 옆 근처에 다소곳하게 서있다가 그렇게 손을 뻗었다.
「데리러왔어. 올슨은?」
「일.」
담담하게 대답하는 꼬마 아가씨. 차문을 열고 밖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밟는다.
화려한 옷차림새덕에 지나가던 바쁜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곤 한다. 물론,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
「너무한다. 꼬맹이를 혼자 놔두고 후다닥 자기 일 있다고 내뺀거야?」
「내뺀거 아냐. 그리고 난 꼬맹이가 아냐.」
「푸핫? 아하하...!」
꼬맹이가 꼬맹이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자 데비앙은 웃음이 터져나와 그대로 큰 소
리로 웃으려 하다가,
「...」
「...하...하...」
매서운 그녀의 눈빛에 웃으려고 크게 취한 포즈 그대로 뒤로 돌아 헛기침 한다.
하지만 영 등뒤로 꺼림직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다시 뒤로 돌아 아무거나 화재
를 돌릴 꺼리가 없나 살펴보기로 한다.
...! 마침 좋은게 있다.
「그 노트는 왠거야?」
데비앙의 눈동자가 먹잇감을 찾은 동물의 그것처럼 평소에 없을 생기로 가득찬
체 번뜩인다.
「...그냥 연습장.」
...그녀가 알고 있는 한 데비앙이라고 하는 사람이 저런 눈매를 하면 대게 좋지
않은 무언가가 일어난다. 그녀는 흔히 말하는 여자의 감과 경험을 통해 발달한
위험을 인지하고 무의식적으로 한발 물러선다.
「연습장??」
「연습장.」
...그리고 살짝 감춘다. 평소에 잘 볼 수 없는 그 어린아이같은 행동에 데비앙은
당황했지만 그것보다 두세배로 밀려오는 호기심이 그를 자극했다. 그는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편이고 또 그것을 해소하지 못하면 잠도 못자는 성격이다.
「얍.」
「...!」
빙글 춤추듯 돌다가 잽싸게 「그냥 연습장」이라는 노멀한 이름의 물건을 뺏으려
했는데, 움찔거리며 그녀가 피하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역효과다.
그녀는 더욱더 나를 경게하고, 그리고 노트를 양손으로 쥐고 더 깊숙히 가슴 속에
파묻어버리고 말았다.
「...구.궁금해진다. 궁금해진다. 루~시 뭘 숨기고 있는거야아~」
「시, 시끄러워! 저리가!」
「매정하구만~ 그럼 그냥 돌아가볼...」
차로 돌아가려던 데비앙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이 순간 광속으로 턴 한
다.
「...수야 없지!! 우하하하하!!」
...그리고 초라고 하기도 민망한 찰나에 소녀에게서 연습장을 뺏어낸다.
전력의 전력을 다한 필사적인 움직임. 18살이나 되먹은 데비앙은 꼬맹이를 상대로
자기가 내뿜을 수 있는 최고의 스피드와 순발력을 발휘하는데 성공했다.
실로, 더럽고 치사한 순간이었다.
「내놔!!」
「그럴수야 없지. 흐흐흐. 그럼 평소에 숨길것도 없는 꼬맹이 나름대로 비밀을 열
어볼까나~?」
열어볼까나 라는 단어 한글자 한글자에 악센트를 주며 연습장을 하늘 높이 치켜들
며 승리감에 도취한 데비앙. 그는 바둥거리는 소녀의 필사적인 공격을 가볍게 피하
거나 받아내면서 연습장을 열...
「...엉?」
...어보는데 실패했다.
잠깐 바람 소리가 나는가보다 했는데,
그 감각이 뇌로 전달되었을 무렵 양손은 허공에서 춤추고 있었던 것이다. 묵직한
무게감 대신 그의 두 손에는 허무함만이 쥐어져 있다. 헛스윙이라던가 할때에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데비앙은 멍한 상태로 졸지에, 하늘 위로 유유히 떠가는 구름을 잡고야 말겠다는
듯한, 굉장히 우스꽝스럽고 바보같은 포즈가 되어버렸다.
「고마워. 죠셉. 역시 죠셉밖에 없다니까!」
「소중한 물건. 빼앗기지 않게 조심해.」
「응.」
데비앙이 사태를 깨달았을 즈음에 이미 소녀의 비밀 연습장은 죠셉의 손에 의해 다
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굉장히 기쁜 얼굴로 죠셉을 향해 미소를 한번,
그리고 이쪽을 향해 혀를 내밀며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오.」
데비앙은 연습장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죠셉의 매서운 눈동자에 그만 포기
하기로 결심하고 말았다. 양팔을 벌리고 한숨을 쉬며 포기와 함께 소녀에게 항복의
의사표시를 알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소중하게 연습장을 자신의 품에 안고 나를 노
려볼 뿐이었다.
그 모습이, 올슨의 말대로 어쩐지 작은 새끼 여우를 연상시켰다.
「타시죠. 공주님.」
데비앙은 머리를 글적거리면서 그런 그녀의 경계어린 눈빛에다 차문을 열어주며 타
라는 시늉을 했다. 굉장히 정중한, 역시나 연극에서나 나올법한 과장된 움직임으로
말이다.
「...컥...!?」
...그러나 아직도 화가 난 그녀는 옛기사처럼 무릎까지 꿇은 그의 허벅지를 걷어차
고는 잽싸게 차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뒤를 이어 죠셉이 알듯 모를듯한 눈으로 날
쳐다보다가 들어가 버렸다.
차. 착각이었을까.
어쩐지 냉소를 흘렸던거 같은는데 저자식...!
「뭐 해? 안타고. 내버려두고 간다?」
끙끙거리고 있으려는데 차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열받아.」
나는 허벅지에서 사라지지 않은체 머물고 있는 고통에 낑낑거리며 차 안으로 들어
갔다. 쌀쌀한 공기와 바람, 사람들의 거니는 소리는 차문을 닫자 그대로 사라져버
렸다.
차는 넓었고 뒷자석은 세명이 꾸역꾸역 들어갔음에도 여유 공간이 있었다. 신입
운전수는 출발하라는 그들의 명령을 기다리면서 무덤덤하게 창너머의 거리를 바라보
다가 룸 미러를 힐끗거렸다.
...한명의 꼬마가 합류하여 마침내「올슨의 아이들」맴버가 다 모인 셈이었다.
그 대단한 올슨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가진 자들이었다. 신입 운전수는 그런 자들
을 태우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지만 동시에「정말 저런 꼬맹이들이?」
하는 의구심과 함께 자기의 나이가 벌써 40대로 꺽여가고 있다는 사실에 불쾌한 기
분이 들었다. 저런 꼬맹이들을 이만큼이나 나이 먹은 자신의 위에 있다는 것이 상
당히 불만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운전수는 자기도 모르게 버릇처럼 담배를 하나 꺼내어 피우려다가 멈칫했다. 뒷
좌석의 세사람 모두가 자신에게 시선이 고정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들의 시선에 담배를 입에 올리려던 손을 차마 입에 가져가지는 못하고 헛기
침을 하며 다시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금연 하세요. 몸에 해로워요.」
루시가 얼굴을 빼곰히 앞으로 내밀며 그렇게 말한다. 그러자 이윽고 데비앙이 그녀
의 화를 풀 생각인건지 거든다.
「일단 주위사람에게 피해가 가죠. 냄새가 어지간히 독하잖아요?」
...마지막으로 잠자코 있던 죠셉이 양 옆으로 포진되어있는 꼬마와 꼬마와 다를 것
없는 소년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며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100% 담배잎으로 만 것도 아니고, 시가 만들다 남은 질 떨어지는, 소위 찌그
레기들을 넣고 그 질떨어짐을 감추기위해 화학첨가물로 범벅을 한 것은 상품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차 안은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운전수는 한참동안이나 그들과 함께 굳어있다가 정신이 들기 시작하자 어색하게 웃
으며 말했다.
「...추,출발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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