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와 여동생은 걸렸지만 나는 멀쩡해! 그래서 나는 최면을 풀 수 없어!
“흠. 다시 봐도 변태들이 모여 사는 집이구나.”
나는 우리 집을 녹화한 화면들을 보고서 말하는 가게 주인에게 되받아쳤다.
“당신한테만은 듣고 싶지 않은 소리야.”
“무어라!? 그 소리는 마치 내가 너희들 보다 더 심한 변태 같단 소리로 들리잖느냐!”
“아니, ……더 심한 변태 맞잖아. ……자각하지 못 하는 거냐.”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 여자애는 크윽! 하면서 머리를 쥐어 감쌌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귀엽게 보일 테지만 (나이를 따진다면 대략 10~11살 정도 되어 보이는 귀여운 금발 로리처럼 보이니……)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어른이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일단 어른인 것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그녀가 갖고 있는 사진들 속에서 그녀가 어려지게 되기 전 모습의 사진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어려지게 되었는가? 물어보아도 말은 안 해준다. 이유는 딥키스를 하면 알려준다고 하는데 거부감 때문에 그 후론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정말이지, 그 때는 소름이 끼쳤어. 속은 어른이라도 겉모습이 어린 아이랑 딥키스라니 범죄잖아, 완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쯤,
“자, 말해 보거라.”
…………?
내가 이해하지 못한 채 멀뚱히 서 있으려니 로리가 말하였다.
“뭘 그리 뜸을 들이는 거냐. 네가 여기에 온 목적은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다고 해서 바로 해주는 건 아니지. 물론, 부탁을 들어주겠다만?”
아, 그런 거였군. 그럼 당장 부탁을 드려보도록 하자.
“나의 누나와 여동생을 원래대로 되돌려줘.”
“훗. 싫다.”
“어째서!?”
로리의 즉답에 나는 당황하였다. 그보다 웃는 모습이 살짝 재수 없게 느껴졌다.
“음. 진정해라. 거절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다만?”
“나의 최면 실험을 도와주면 한다.”
…………로리의 말을 듣고서 3초 후, 나는
“거절한다. 내가 스스로 누나와 여동생을 되돌려 보도록 하지. 그럼 이만.”
“기, 기다려라! 이번 실험은 그렇게 위험한 게 아니니! 약~간! 약~간 네게 피해가 있을 뿐이다!”
“내게 약간 피해가 있다는 것 자체부터가 위험한 거잖아!”
그렇게 말한 나에게 로리는 흠 하고 자랑스러워하듯이
“뭐 부작용으로 후유증이 생길 수는 있다만…… 그러나! 최면술의 연구를 거듭하여 여러 가지 최면을 걸어본 나는 그런 실수는 안 만든다!”
“이전에도 그전에도 저번에도 어느 때나 그렇게 말한 넌 실수를 저질렀어! 이 바보야!”
“바, 바보라니……! 실례다! 나는 바보가 아닌 조금 야한 바보일 뿐이다!”
“그게 그거잖아!”
그보다 조금 야한 게 아니라고……!
내가 왜 이렇게 로리의 최면 실험을 싫어하냐면,
로리가 내게 최면을 걸을 때마다 매일 부끄러운 짓(조금 야함도 포함)을 시키기 때문에 전력으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고 난 후에는 엄청난 피로감과 수치심이 MAX! 돌파한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비장의 수단이다.”
가게 밖으로 나가려던 나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로리가 가지고 있는 사진이었다.
……저게 비장의 수단? 사진에 비치는 것은 어떤 여자의 새빨간 얼굴이었다.
어라, 뭐지? 자세히 보니…… 내가 아는 누군가를 많이 닮았는데? 설마……
“누나!?”
“후후후. 눈치를 챘나? 그래. 바로 네 녀석의 누나가 앗흥 아흥 하는 사진이다! 게다가 동영상으로 보관도 하고 있지!”
앗흥 아흥이라니…… 그게 뭐야 하고 있던 나는
핫!? 하고 생각해 냈다.
“혹시 그건 그거냐? 그……누나의 스스로?”
“음? 스스로?”
나의 은어를 알아채지 못한 로리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속삭였다.
그랬더니, 로리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선
“아, 아! 그, 그렇다! 네 녀석의 누나가 앗흥 아흥 하는 그 스스로다! 뭐, 의미는 다르지만 말이야…….”
로리가 말한 뒷부분은 잘 안 들렸지만 확신하였다. 저 녀석은 나와 약속했던 것을 어기고 누나의 방을 도촬하였다! 요, 용서 못해!
“나에게도 그 사진을 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여기서 선포한다.”
“응?”
……앗차, 말실수하였다! 이게 아니지!
“아니, 그러니까 왜 도촬을 한 거야. 약속했었잖아. 누나랑 여동생의 방은 안 건드리기로…… 프라이버시가 있는 곳은 안 된다고 하였잖아. 내 방이나 우리 집 거실 같은 곳은 상관없지만 말이야.”
“그게 그러니까…… 음. 뭐라고 말을 해야 되나.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네 녀석의 누나가 거실에서 앗흥 아흥을 갑자기 시작하는 바람에…… 그만.”
“그만 뭐? 그래서 저절로 녹화됐다는 거냐.”
“그, 그런 셈이다.”
……하아. 누나도 참. 어째서 거실에서 그런 짓을 한 거야. 그보다 여동생이랑 내가 집에 매일 집에 있을 텐데도 거실에서 했단 말인가? 말도 안 돼. 그 성실한 누나가……
“어쨌든 난 조건을 어기지 않았다. 거실은 녹화를 안 한다고는 하지 않았으니.”
하긴 거실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나. 그렇다면……
나는 후우 하고 한숨을 쉬고,
“알았어. 그렇지만 내가 최면 실험을 하고 나면 그 데이터는 지워.”
“그렇게 하지. …응?! 그럼 실험을 당하겠다는 거냐!?”
“당하긴 누가 당해! 도와주는 거지!”
“응! 도와주는 거다!”
………………
………………
으으, 굴욕이다……!
내가 이 녀석에게 이런 짓을 하고 있다니! 제길! 아무리 누나를 위해서라지만……!
이건 좀 아니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