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내가 마주보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긁적 긁적
자다가 부스스해진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일단 이 분위기를 깨기 위해 아무 행동이나 하기로 했다.
“일단 들어와, 마실 건 커피면 되겠지?”
무언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나는 뒤돌아서 테이블 쪽 찬장으로 향했다.
찬장에 있는 커피의 브렌드가 뭐였는지 같은 그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며 세로스로부터 뒤돌아 서고 한 발을 내딛는 찰나...
후웅-!
“윽!?”
내 뒤통수를 향해 세로스가 날카로운 돌려차기를 날려왔다.
간발의 차이로 고개를 숙여 피하고 찬장 방향으로 내딛었던 왼쪽 발을 축 삼아 몸을 회전시켜 세로스를 정면에 두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타이밍에 세로스가 몸을 날려 내 쪽으로 테클을 걸어왔다.
후욱-!
“윽!?”
빠르다, 그리고 강하다!
하반신을 뒤로 빼서 자세를 낮추어 바닥에 눕는 상황을 피하고 위에서부터 세로스의 몸을 찍어누른다.
하지만 세로스는 내가 무게를 얼마나 실어 누르던 아랑곳하지 않고 힘으로 내 몸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으득! 뿌득!
원축[발에서 방출한 기를 넓게 펼쳐서 넓은 범위의 지면을 붙잡음으로 자신의 체중 이상의 힘에도 밀리지 않을 수 있는 기술]을 쓰고 있음에도 방의 나무 바닥이 통째로 삐걱이고 뒤틀리면서 기괴한 형태로 뒤틀린다.
그 뒤틀림이 커질수록 내 몸은 점점 세로스의 괴력에 뒤로 밀려가고 있었다.
맞닿은 신체에서 무식 할 정도로 격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단단하고 강하다,
순수하기에 그만큼 강한 개념에 입각해 단련된 그녀의 운기법은 내 몸을 이제는 방의 중간까지 강제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벽에 처박힐 게 뻔했기에 지지부진하고 정직한 힘겨루기는 때려치우기로 했다.
검지와 중지를 하나로 모으고 그 곳에 힘을 집중시킨다.
강기법[剛氣法]으로 모인 기운을 경화 시키고 어깨에서 손목에 이르는 신체에 연체술[煙體術]을 사용해 탄력을 끌어올린다.
기술을 쓰겠다 생각하고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0.2~0.3초.
세로스의 등, 그 중에서도 그 대로 꿰뚫으면 쇄골을 부술 수 있는 위치를 노린다.
TENDOOM FINGER ARTS -FIRST FINGER-
멸륜십지-[滅輪十指]-그 첫 번째 손가락
PASS FINGER
월투지-[越透指]-
채찍처럼 휘둘러진 지공이 세로스의 등에 구멍을 만들려는 순간.
방금 전까지 테클을 건 자세로 내 몸을 놓지 않던 세로스는 순식간에 내 몸을 놓고 저세를 더 낮추어 내 등 뒤로 돌아들어간다.
“윽!?”
세로스가 사라진 허공에 월투지가 박히고 그 순간 손끝에서 전사된 칼 끝 같이 날카로운 기운이 바닥에 작고 깊은 구멍을 만들었다.
“칫!!”
내 뒤로 돌아간 세로스는 그 속도를 잃지않고 그대로 왼쪽발을 낚아채려고 손을 뻗었다.
그대로 잡히게 된다면 중심은 무너지고 강제로 그래플링으로 넘어가게된다.
체격과 체중은 물론 내 쪽이 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자신있게 걸어오는 국면을 정직하게 따라줄 정도로 난 바보가 아니다.
결코 방금 전의 괴력에 쫀게 아니다.
갈고리처럼 낚아채려 드는 세로스의 오른손을 발을 가볍게 빼는 걸로 피해냈다.
그리고 그 순간.
낚아채듯 휘둘러지던 세로스의 오른손이 그대로 바닥을 짚었다.
“뭐!?”
후웅-!
바닥을 짚은 오른손을 축으로 세로스의 몸이 허공으로 튀어오른다.
그리고 그대로 양 다리를 내 어깨위에 올리고 올라탔다.
앞뒤가 바뀐 목말 자세...흔히들 말하는......
“행복잡......”
순간 세로스가 체간의 탄력을 축 삼아 몸을 뒤로 쓰러트린다, 자연스럽게 그 체중 이동에 따라 내 몸이 허공에 떠오른...
“...지 않아!!”
“!?”
쿠당탕!
행복잡...아니 프랑켄 슈타이너와 닮은 기술을 시전한 세로스는 확실하게 들어간 자신의 기술이 도중에 실패한 것과 동시에 오른쪽 허벅지에 예리한 통증이 달리는 것을 느끼고 잡기를 풀고 바닥에 뒹굴 듯이 내려와 잭슨과 거리를 벌렸다.
“......어느세...”
한인해보니 오른쪽 다리에 예리한 날붙이로 배인 것 같은 상처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
심체[心體]로 기를 깨우고, 운기[澐氣]로 육체를 강화한다, 육체의 근력 반사신경, 그리고 자체적인 강도와 경도까지...이세계 무인에게 있어서는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단련법, 당연히 세로스 그녀또한 그러한 단련을 거쳤고 그 중에서 특히 무거운 갑옷을 걸치고 싸우는 기사검술을 몸에 익히고 있었다.
통상 20KG 무거울 경우에는 40KG도 넘기는 갑옷을 걸치고 싸우는 것이 기사검술의 기본이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제는 갑옷 자체에 동력원이 들어가게 되었지만 그렇다해도 정통적으로 중갑을 입고 싸우는 기사 검법인 만큼 그녀또한 자신의 수준 이상의 괴력을 몸에 붙이고 있었고 반대로 방어를 중갑에 맡기는 만큼 육체 자체의 경화 강화 기술은 급이 좀 떨어졌다.
그렇다 해도.
그렇다 해도 결코 그녀는 어수룩하게 단련하지 않았고 그녀를 가르친 이들도 허술하게 가르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몸에 눈앞의 잭슨은 기술에 걸린 찰나의 순간에 상처를 냈다.
눈 앞의 남자.
잭슨.
이 남자...절대 B급 따위가 아니다.
갑자기 홀연나타나 아가씨를 홀려보린 남자.
그 냉정하던 아가씨를 이상하게 만들어버린 남자.
“...네놈은 정체가 뭐냐”
잭슨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세로스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육박해왔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맛 붙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고 연격을 때려박고 또한 서로 쳐낸다.
지구의 중화무술에서 말하는 지근거리에서 손과 손을 엮고 벌이는 싸움인 추수[推手]와 닮은 모습으로 주먹을 주고받던 두 사람.
파괴력은 세로스가 더 높다.
하지만 빠르기와 유연함은 잭슨이 앞선다.
팽팽한 접전의 끝 세로스가 승부수를 던졌다.
공방이 이어지던 중 한순간 생기는 타격의 공백.
세로스는 처음의 기습때와 같이 돌려차기를 날렸다.
자세가 크지만 들어가기만 하면 공세의 우위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잭슨은 이미 기습으로 한 번 당한 공격에 곱게 맞아줄 만큼 어수룩하지 않다.
공격이 최대 위력을 발휘하는 장소에 도달하기 전 한 발 앞으로 내 딛고 세로스의 허벅지 부분으로 타점을 바꾼다.
돌려차기를 막은 그 순간 반대쪽 손으로 다시 멸륜십지를 시전한다.
순간
잭슨의 상체를 가격했던 세로스의 다리가 미끄러지듯 그대로 내려와 바닥을 밟았다.
자연히 돌려차기로 인해 위로 들려있던 상체도 아래로 낮게 내려갔다.
그리고 내려놓은 다리를 축삼아 몸이 빠르게 다시 한 번 잭슨의 뒤를 잡았다, 그 대로 달라붙어 백드롭을 시전하려는 순간.
퍼퍼퍽!
“윽!? 카아!?”
알 수 없는 각도에서 알 수 없는 공격을 당한 세로스가 허공으로 튕겨져 바닥을 뒹굴었다.
“응, 으으웩”
바닥에 널부러진 세로스는 몸을 웅크리고 배를 부여잡고는 고통에 표정으로 세어나오는 신음을 참고 있었다.
“저,전신경[全身勁]......?”
세로스는 타격을 당한 자신의 배를 움켜잡고는 자신이 무엇에 얻어맡았는지 생각해봤고 곧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잭슨의 등, 정확히는 왼쪽 허리 부근에서 충격이 발산되었다, 세로스는 그것이 어떤 기술인지 알고 있다.
전신경[全身勁]
이름그대로 온몸에서 충격을 발산하는 기술이다.
인체의 사지, 특히 그 중 손과 발은 육체에서 기를 발산하기에 가장 좋은 부위이다, 차례로 그 다음이 아랫팔과 종아리, 그리고 상완과 허벅지 까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사지 말단으로 갈수록 힘을 전달하기 쉽고 몸의 중심으로 갈수록 외부로 힘을 방출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기를 발출하는 기술은 대부분은 손과 발을 근원으로 삼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렵다고 했지 불가능한건 아니다.
비유하자면 차의 제로백과 같은 것이다, 달릴 거리가 충분히 있어야 차의 최고 속력이 나오기는 하지만 엔진을 어떻게 손보고 차체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는 매우 짧은 거리에서도 최고시속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눈앞의 잭슨이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었다.
손이나 발, 혹은 사지만이 아닌 몸의 중심에서도 충분한 위력의 기경을 발산할 수 있다.
‘즉...처음부터 그래플링은 안 통했다는 건가...’
통증에 신음하면서도 세로스는 몸을 떨면서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
눈앞에는 정승처럼 우뚝 선 잭슨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통을 무릎쓰고 튀어올라 목을 노리고 손을 날리는 순간.
퍼억-!
“커억!”
가슴을 향해 잭슨의 발이 박혔다.
“카악!?”
다시 바닥에 처박힌 세로스는 바닥에 대자로 엎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위로 잭슨이 마운트를 점했다.
“......넌 대체......”
방금 전의 일격으로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호흡에 멍해지는 정신 속에서 세로스는 잭슨의 치켜든 오른쪽 주먹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 이건 죽는다.’
콰앙!
잭슨의 주먹이 내리쳐졌다
너덜너덜해진 나무바닥이 동심원의 형태로 퍼지는 충격에 박살나고 가루가 되어 허공에 휘날렸고.
잠시 뒤 다시 바닥에 내려앉았다.
네이버웹소설에서도 연재중입니다, 시간나시면 한 번 들려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