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모두가 잠든 거리로 걸음을 내딛는 남녀가 한쌍
남자는 상당한 장신에 눈가에 상처가 있으며
머리는 흑발이고 그 위로 후드를 쓰고 있었다,
여자는 와이셔츠와 가죽바지, 그리고 그 위에 가죽 자켓을 걸치고 있었다.
아름다운 외견에 옅은 금발을 당당히 드러낸 그녀는 역시 남자와 같이 20대 평균 보다 훤칠한 키를 가지고 있었다.
남녀의 정체는 잭슨과 세로스, 십이성재보 탐색을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었다.
“계획은 있나?”
“일단은, 생각해 둔 게 있기는 한데...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도 혹시 뭐 생각해 둔 것 있어?”
잭슨의 질문에 세로스는 잠시 빤히 잭슨을 바라보면 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없다!”
“당당하지마!!”
그 기가막힐 정도의 당당함에 머리를 감싸 쥐는 잭슨을 보고 세로스는 말을 이었다.
“농담이다, 뭐, 특별한 방법을 생각해 둔 것은 아니다, 일단은 술집을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 몇 곳을 뒤져 볼 생각이었다”
“나름 생각해둔 건 있었군......”
그녀가 말하는 커뮤니티란 특정한 업종, 혹은 직무나 목적을 공유하는 자들이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만드는 정보교류집단을 의미하는데 조합이나 길드와 닮은 부분이 있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정보의 공유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서로에 대한 간섭이 적은 편이다.
“말은 쉽지만 그리 간단하지는 않을 걸?”
문제는 서로에 대한 간섭이 적다는 것이지 커뮤니티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간단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인원이 소수던 다수던 커뮤니티란 집단은 사실상 같은 직종종사자들 사이에 형성된 친목집단인 만큼 그 직종에 속하지 않은 자들에 대해서는 상당한 폐쇄성을 가진다.
갑작스레 나타난 이방인 2명에게 무언가 유력한 정보가 있다고 해도 순순히 넘길 가능성은 한 없이 0에 가깝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커뮤니티를 찾는 것만도 쉬운 일은 아니지...”
“그건...확실히 그렇겠지.”
소수 집단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들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난제이다.
“뭐, 완전히 못 써먹을 방법은 아니지만 별로 효율이 좋을 것 같지는 않네.”
“흠, 그럼 넌 뭔가 대안이라도 있는건가?”
“......대안이 없었다면 의뢰를 받지 않았겠지”
나는 그녀를 세로스를 향해 씨익 웃어보이고는 앞장서 걸어나갔다.
“어디로 갈 생각이냐?”
“뭐, 일단 따라오라구!”
어두워진 에이던의 거리를 세로스를 선도해서 걸어나간다.
향하는 곳은 어제와 같은 어비스 스트리트......가 아닌 골든 스트리트, 일명 항금거리였다.
“이 곳은......”
“황금거리, 에이던에서 가치있는 물건들은 거의 전부 한 번씩은 거치는 장소지”
황금거리는 그 이름대로 황금 이상의 가치를 가진 물건들이 음지에서, 혹은 양지에서 거래되는 장소이다,
던전거리를 바로 옆에 끼고 있어서 던전에서 발굴된 진귀한 아티펙트나 소재등이 최종적으로 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에이던 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교역을 위해 들른 상인이나 혹은 값비싸고 휘귀한 물건을 찾으러 온 부호들로 인해 거리는 심야라는 것이 무색하게 떠들썩했다.
“심야인데도 사람들이 무척 많군......”
“그럴 수밖에 원래 이 거리의 주 고객이 에이던을 거쳐가는 교역상인들이거든, 그 양반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밤도 낮도 없으니까 말이야”
그렇기에 그런 교역상들은 아침에 올지 밤에 올지 알 수가 없는 법이다, 당장 황금거리만이 아니라 상업지구 쪽에서도 이런 이들에게 식료품등을 팔기위해 밤에도 낮에도 항상 불이 켜져 있다.
“그런데 여기를 찾아온 이유가 뭐냐?”
“내 말 못 들었어?”
에이던에서 값어치 있는 물건은 전부......
“이 ‘황금거리’ 로 모인다?”
“그래”
“하지만 십이성재보즘 되는 물건이 이 곳에 있다면 벌써 에이던 전체, 아니 전세계에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져있겠지.”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여기서 찾으려는 것은 십이성재보의 정보다”
“정보?”
그렇다, 이 황금거리를 채우는 것은 분명 대부분인 돈 많은 교역상이나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부호들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의 틈바구니 사이, 그 사이에 끼어서 황금거리에서 거래되는 진귀한 물건들을 공수해오는 이들이 있었으니 세간에서는 그들을......
“트레져 헌터...라고 부르지.”
“트레져 헌터?? 그...각지의 던전이나 비경에서 재보를 찾는 이들을 말하는 건가?”
“그래, 그리고 이 황금거리가 그들에게있어서는 근거지인 셈이지.”
에이던의 트레져 헌터들은 대게 던전에서 보물을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던전중에는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찾아낼 수 없는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는데 트래져 헌터들은 바로 그런 곳을 공략해서 보물을 찾아내서 이 곳, 황금거리에서 매매한다.
“그건 좀 이상하군? 네 말에 따르면 결국 트레져 헌터들도 모험가 인 것 아니야?”
“그렇긴 하지, 애초에 던전에는 모험가로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출입 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구태여 던전에서 멀리 떨어진 이 곳 황금거리를 근거지로 삼을 필요가 있는건가?”
세로스의 말은 일견 정론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현실을 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다.
“그건 말이야, 기본적으로 모험가들은 트레져 헌터들을 좋아하지 않아.”
“어째서지?”
세로스는 그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윳거렸다.
“뭐, 이유야 이것저것 있지만 결국 요체는 던전에서 단물만 빼먹는 놈들이라 여겨서 싫어하는 거지”
“뭐냐 그게? 던전으로 먹고사는 것은 모험가나 트레져 헌터나 매한가지 아닌가?”
맞다, 그녀의 말 대로 모험가도 트레져 헌터도 각자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살려 던전에서 수입을 얻고 먹고 살아 가는 직업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몬스터를 상대하는 방식이다.
“모험가에게 있어서는 몬스터를 만났을 때의 기본적인 대처법은 쓰러트린다야, 하지만 트레져 헌터들에게 있어서 몬스터의 기본적인 대처법은 피한다, 혹은 현혹시키고 도망간다가 기본이란 거지”
물론 여기까지만 들으면 몬스터를 상대하지 않는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던전이란 곳은 그 곳에서 태어나는 몬스터들을 계속해서 해치우지 않으면 계속해서 몬스터가 늘어나다가 끝내는 그 곳에서 몬스터들이 역류하게 되는 곳이다, 그렇기에 모험가들이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은 자신들의 지갑을 두툼하게 하는 것 이외에도 이 던전의 역류를 방지하는 공공선적인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레져 헌터들은 몬스터를 잡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지, 즉, 던전의 역류를 막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거야, 아니 반대로 던전을 헤집기는 모험가들 이상으로 헤집기 때문에 몬스터들의 활동은 촉진하고 던전내의 몬스터들을 난폭하게 만들어서 같이 던전에 들어와 있는 모험가들에게는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다는 거지.”
“그렇기에 모험가들에게 미움 받는건가?”
“그래, 심한 경우에는 트레져 헌터라면 보자모자 면전에 욕을 하거나 주먹다짐을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까...”
그렇듯 모험가들에게는 혐오의 대상에 가까운 존재들이 트레져 헌터다, 그렇기에 모험가들의 근거지인 어비스 스트리트에 자리잡지 못하고 이곳 황금거리에 그들은 자리잡은 것이다.
그렇게 세로스에게 황금거리와 트레져헌터에 대해서 설명하는 사이 우리는 목표로 하던 장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뭐, 보시다시피 카페다.”
정확히는 황금거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손님으로 삼는 24시간 카페다.
“일단 들어가 보자구”
“그러지”
그렇게 우리는 카페, ‘보석의 밤’ 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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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선 카페의 안은 심야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비는 시간에 야식을 먹으러 온 각 경매장의 직원들부터 교대가 끝나고 퇴근전에 식사를 마치려는 아티펙트 상점이나 귀금속 가게의 가드맨, 교역상들에게 고용된 노동자들과 부호가 잠든 사이에 밤놀이를 나온 사용인들까지 가지각색의 사람이 들어찬 가게 안에서 하늘한 단정한 웨이트리스 제복과 사용인복을 입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연스레 가게에 들어온 우리들을 안내하기 위해 직원 한 명이 다가왔다.
“두 분이신가요? 연인 사이시군요 후훗~ 으슥한 자리로 안내해 드릴게요~”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변명하기도 전에 이상하게 탠션이 높은 직원은 우리를 가게의 구석진 자리로 안내하고는 사라져갔다.
“너랑 내가 그렇게 보이는건가? 불쾌하군”
“너한테 그런 말을 듣는 내가 제일 불쾌해...”
그렇게 시답잖은 문답을 반복하는 사이 나는 그녀에게 내 옆에 앉으라고 말했다.
“...어째서?”
“아니, 다 이유가 있으니 그냥 내 말 좀 들어줘...”
그렇게 질색하는 세로스를 달래고 우리는 비치되어 있는 메뉴판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트레져 헌터들과 접촉해서 정보를 얻겠다는 거지?”
“뭐 기다려 봐, 그래서 넌 뭐 먹을래?”
“...밤중에 먹으면 아침에 부어서 그다지 먹고 싶지 않다만......”
너무나도 여성스러운 대답에 나도 모르게 말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자 세로스는 ‘뭐 할 말 있나?’ 라고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불쾌해진 그녀를 또 다시 달래주면서 나도 메뉴판을 하나 하나 확인해 갔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가게는 직원의 그날 그날의 추천메뉴를 맛보는 것이 제일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메뉴판 한 귀퉁이에 숨겨져 있는 의외의 별미를 고르는 재미도 있다.
“뭐, 못 먹을 수준의 쓰레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알이야...”
“응? 무슨 소리했나?”
“아니, 너도 메뉴는 정했어?”
“그래”
“그럼 직원을 부를까.”
테이블에 세팅되어 있는 작은 종을 가볍게 울리자 여직원이 한 명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다가왔다.
“네, 손님, 주문하실 메뉴는 정하셨나요?”
웃는 낮으로 다가운 점원에게 우리가 정해진 메뉴를 말해주고 나는 몇 마디를 덧 붙였다.
“오늘 빵 메뉴를 주문하면 잼[JAM]이 나오나요?”
웃는 얼굴로 우리의 주문을 받던 직원은 잠시 뚫어져라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보석[GEM]의 밤 인걸요~ 당연히 드리죠”
“딸기 맛 루비로 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아쉽게도 그건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럼 블루베리 맛 아쿠아 마린으로”
“네 알겠습니다”
친절한 스마일로 주문을 받은 웨이트리스는 처음과 같은 미소와 함께 우리테이블을 떠나갔다.
“......아까의 문답은 뭐냐?”
“뭐긴 뭐겠어, 암호지 암호.”
“암호?”
“그래, 이 황금거리에서 보석[GEM]이라는 이름이 붙은 음식점들은 말이야, 사실 전부 트레저 헌터와 연결된 가게거든, 아까처럼 접선 암호를 말하면 여러 가지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과연......”
“미리 말해두는데 암호는 그날 그날 바뀐다, 내일 다시오면 지금의 암호는 안 통한다고.”
“쳇, 말 안해도 안다”
그렇게 우리가 별 영양가 없는 문답을 나누는 사이 보석의 밤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2인조가 있었다.
찢어진 청바지와 고스한 분위기의 문구가 들어간 튜브탑, 그리고 체구보다 상당히 큰 무릎까지 내려오는 코트 차림에 한 쪽 귀에 난잡하게 피어싱을 한 다크서클이 인상적인 작은 키의 단발머리 소녀가 한 명,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180을 가볍게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거구에 반쯤 감긴 눈의 신부복을 입은 옅은 노란머리의 중년남자가 한 명.
너무나도 인상적인 모습의 2인조가 등장했음에도 주변의 사람들은 별달리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다.
“기척을 숨기고 있군”
“거기에 사람의 시야를 흘리는 기술도 쓰는 것 같은데.”
몬스터들을 피해 던전을 활보하는 게 트레저헌터의 기본이다, 그런만큼 트레저헌터들은 같은 랭크의 모험가들에 비해 은신과 관련된 기술이 크게 두드러진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선 이인조는 일직선으로 우리들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테이블 앞에 선 이인조 중 검은 단발머리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댁인가? 정보를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이?”
“그래, 이번엔 잘 부탁하도록 하지”
그렇게 십이성재보 추적 첫 날의 진정한 막이 올랐다.
오늘은 좀 많이 늦었네요, 다음번에는 더 많은 분량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덤으로 새로운 일러스트도 같이 가져오도록 해보겠습니다~
네이버 첼린지 리그에서도 연재중입니다, 시간나시면 한 번 즘 들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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