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랭크 그리고…
“시스터 안나는 업무 때문에 못 오시고 세로스 이것은 술에 절어서 못 나오고 결국 이 꼬맹이들을 챙길 어른은 나 혼자…라는 건가”
“뭘 그리 혼잣말을 하고 있냐! 빨리 빨리! 이 쪽으로 와바라 잭슨 여기 재밌는 동상이 있다!”
“와! 잭슨 잭슨! 샤샤 봐! 동상이랑 손 잡았어!”
“야 샤샤! 그거 동상 아니야!! 그거 판토마임하는 사람이야!!”
“마르코! 너도 거기서 나와!!! 네가 밟고 있는 거 거리예술 하는 분이 그린 그림이야!!!!!”
“엘자! 제발! 너도 거리 공연하는 원숭이는 놔줘~!”
“개판이네…”
현재 우리가 있는 장소는 아논 스트리트, 에이던의 중심에 있는 비즈니스 스트리트와 레드 스트리트의 조금 남쪽에 있는 관광 거리였다.
그 옛날 영웅이라 불린 남자 아논, 그가 남긴 흔적들이나 보존된 친가들부터 시작해 에이던의 초기 역사를 상징하는 빛나는 관광지가 밀집된 아논 스트리트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관광 거리의 이름이 커지면서 예술적인 건물과 여러 거리예술꾼이나 공연물, 그리고 여러 거리 상인들이 모이게 되면서 국제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거기 5명의 꼬맹이들을 인솔하는 불행한 남자가 한 명…”
“야 너 왜 꼬맹이가 5명이야!! 날 끼워 넣으면 안되잖아!”
“그럼 손에 든 캐밥은 내려놓고 사고 치고 있는 애들이나 같이 좀 데려와 줘!!”
“웃, 너무 맛있어서 그만…”
입가에 묻은 소스를 수줍게 닦아내는 티레사를 뒤로하고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며 현재 진행형으로 사고를 치는 아이들을 데려왔다.
다행인 점을 꼽자면 이 거리에 이런 식의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만이 아니란 사실이다, 이름높은 관광 도시인 만큼 가족단위의 관광객부터 시작해서 학교 단위 관광객들까지, 에이던의 각 거리에서 주말을 맞이해 찾아온 손님부터 시작해 국외에서 찾아온 수많은 손님들까지 아논 스트리트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곳의 거리 공연자들도 이런 일이 익숙한 것인지 잡혀가는 아이들에게 웃으면 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잭슨! 샤샤 아이스크림! 맥크림 지방 홀스타인 우유 100%의 농후한 크리미함을 담은 소프트콘 사줘!”
“너 PPL받았니?”
“잭슨! 저기 검! 검! 검 사줘!”
“마르코~저거 아무리 봐도 받은 용돈보다 비싸잖아~아니 진짜 더럽게 비싸네?? 100길란??(1길란=1000원) 관광객 등쳐먹기 재대로네??”
“우와~지구나 여기나 이런 건 비슷하네”
“잭슨! 여기 지팡이! 지팡이! 붉은 보석 박힌 거!!”
“엘자!! 손 대지 마!! 그거 미해주 던전 출토품이야!!! 손대면 X되!!!”
아니, 미친 뭘 저딴 걸 행상에서 팔아??? 바로 근처에 있던 치안관에게 신고했고 그 행상인은 울상을 지으면서 물건의 절반을 진열대에서 치워야 했다, 아무래도 모험가가 1일 알바 겸 나왔던 모양이다.
“그나마 핀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은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그 잘생긴 얼굴이 수줍게 붉어졌다.
“아,아니에요, 잭슨씨가 평소 우리들에게 해준 거에 비하면 이런 건 당연하죠…”
이 놈 이거 얼굴도 이렇게 잘 생기고 말도 요렇게 예쁘게 하는 걸 보니 미래에는 여자 여럿 울리겠구만.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한 번 휘젓듯이 헝클어줬다.
“???”
부끄러워 하는 핀을 뒤로 하고 아이들과 관광을 이어갔다.
“아! 잭슨 거기! 거기 가야해!”
“티레사 17살의 나이에 맞는 어휘를 부탁할게 ‘거기’ 라고만 말하면 내가 어떻게 말아?”
“저번에 잡지에서 봤어! 포트 스트리트에서 자랑하는 제철 해물을 산지직송! 장인의 정신으로 만드는 해산물 직화구이 정식! 해산물 정식점 프레쉬 어퍼! 어차피 슬슬 밥 먹어야 하잖아!”
티레사의 말도 맞는 말이다, 언제까지나 길거리 음식으로만 배를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제 슬슬 제대로 밥을 먹을 시간이다.
“좋았어! 가자!”
““오오오오오!””
그리고 그렇게 도달한 프레쉬 어퍼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줄…엄청 기네…”
“나 방금 세어 봤어 총 36명 있어”
“우우 밥 언제 먹어 잭슨?”
“으으 너무 길다 그냥 고기 먹으러 가자!”
“마르코 시끄러! 오늘은 해산물이야!”
“예들아 제발 진정 좀….”
그렇게 실망감에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다른 걸 뭘 먹을지에 대해서 실랑이를 시작할 즈음…
“어? 잭슨씨! 그리고 얘들아!”
“어!? 너는……”
프레쉬 어퍼의 입장줄에서 우리를 알아본 사람은……
슥슥
모험가 길드 고층에 숨겨지듯이 자리한 길드장 실에서는 어비스 스트리트에서 다발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 그리고 여전히 진행형인 대형 사건인 모험가들의 실종과 던전 변이에 대한 일처리로 길드장 얀이 손을 바쁘게 놀리고 있었다.
“젠장 S랭크가 누구라도 한 명 돌아오길 바라긴 했지만 하필 와도…”
그 순간
콰앙!!
길드장 실의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어이 어이!! 내가 없는 동안 일이 많았다면 서 얀!!!”
“쳇! 맥스, 또 사고를 쳤더군?”
길드장실의 문을 부술 기세로 차고 들어온 남자는 에이던의 S랭크 중 한 명 이자 베놈 스피어[VENOM SPEAR]라는 이명을 가진 맥스 올랜드였다.
“사고라고 할 것도 없지~ 거룡들의 출몰지의 유력자 중 하나가 쓸데없이 무례하게 굴잖아? 그래서 뭐, 엉덩이를 걷어차주고 나한테 덤벼든 그 유력자의 호위들도 전부 두들겨 패 준 것 뿐이지~”
“너란 녀석은 정말이지…”
맥스가 두들겨 팬 유력자란 사람이 누군지는 얀도 알고 있다, 이전 모험가 생활을 할 때 만났었던 그 남자는 확실히 모험자에게 무례한 남자였고 자신 또한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을 뻔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렇다고 진짜 쥐어 패는 놈이 어디 있냐고……”
그렇다, ‘뻔 했다’와 ‘했다’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너 알고는 있는 거냐? 네가 두들겨 팬 그 무례한이 모험가 길드에 맡기는 의뢰 수주액이 얼마나 되는지?”
“알 바냐!? 돈을 인질로 모험가를 얕잡아 보는 녀석들은 용서못한단 말이다 나는!”
그렇게 말 하고 맥스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얀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와서는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는 들었다, 어비스 나이트! 그걸 쓰러트린 녀석이 있다면서?”
얀은 골머리가 아파왔다, 이런 식으로 괜한 호기심을 가지는 녀석을 막기위해 이전 사자의 미궁 던전에 연루된 자들에게는 최대한의 입막음을 시켰거늘…던전에 직접 들어간 4인 포함 그들의 파티는 아닐 터이니 새어 나간 것은 후속 처치를 맡았던 녀석들 쪽에서 누군가 인가?”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문제는 그런 길드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사의 자리에 네놈은 없었다는 거고!!”
“어이~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당장 긴급을 요하는 일이었다며? 연락을 받은 우리들이 바로 간다고 해도 하루 꼬박 걸리는 건 너도 알잖아?”
“그리고 거기서 역산 해 본다면 우리가 S랭크의 부재로 전전 긍긍할 때 네녀석은 그 유력자를 두들겨 패고 쫒겨나는 중이었단 거지…”
물론 이렇게 독설을 하기는 했지만 얀은 맥스가 길드에서 전보를 보내는 그 순간 최속으로 에이던으로 복귀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시간에 맞춰 돌아올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경박해 보이는 남자는 그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따뜻한 마음과 책임감을 가진 남자다, 분명 그건 알고 있지만…
“너무해~ 너무행~ 내가 어쩔 수 있는게 아닌데~”
“에잇! 시끄럽다! 어비스 나이트를 토벌한 건 길드의 비공식 도우미다, 당연히 신분도 비밀! 어떻게 네가 찾을 수 있으면 찾아보던지 하고 이제 썩 나가거라!”
“칫 쌀쌀맞기는~그럼 겸사겸사 휴일을 즐기는 김에 한 번 찾아볼까~…는 그 전에!!”
“그 전에?”
“마이 마돈나를 만나러 가 볼까!?”
“너 설마…마돈나라면 그 아이를 말 하는 거냐? 그, 적당히 해 주지 않겠나? 그 아이 상당히 곤란해 하는 것 같던데?”
“무슨 그런 소리를!! 마이 마돈나가 곤란해 할 리가 없잖아! 그냥 쑥스러워 하는 거라고! 아아~만나러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몸이 떨려~”
“…참고로 그 녀석 오늘 비번이다”
“뭐어어어어어어어어어!?”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디로 갔는 지는 나도 모르니까 이제 그만 가거라”
“읏!? 이런 시련이!! 하지만! 나의 사랑을 이런 작은 장애물로 막을소냐! 기다리십쇼 당신의 프린스 맥스가 당신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나가서 하면 안 되는가?”
오버스러운 맥스의 모습을 보면서 얀은 진심으로 눈 앞에서 사라져 주기를 원했다.
“리나씨이이이이이이잉!!”
하늘을 향해 손을 치켜든 맥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기행, 기행 그 자체였다.
“진짜 싫다…”
얀의 예술적인 표정은 덤이었다.
“정말 덕분에 살았어요, 리나씨가 없었으면 아직도 거리를 헤매면서 뭘 먹을지 아이들이랑 실랑이를 하고 있었을 거예요”
“아니에요! 당연한 일인걸요! 후후 애들이랑 같이 식사하는 것도 오랜만이라 정말 좋구요~”
“그래도, 오랜만에 친구끼리 나온 것 같은데 저희들이 끼어든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아아, 저요? 하하 신경쓰지 마세요? 그것보다 당신이 옛날부터 리나가 잭슨씨, 잭슨씨, 노래를 부르며 다니던 그 잭슨씨군요?”
리나의 옆 자리에서 신경 쓰이기 그지 없는 말을 하는 것은 곱슬머리 짙은 금발을 길게 기르고 있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인상적인 여인이었다.
“아, 아직 자기 소개를 안 했네요, 제 이름은 파인, 파인 잉글린이에요, 잘 부탁해요!”
파인이 인사를 하던 내가 파인의 인사에 반응을 하던 말던 아이들은 해산물 식사에 열중하느라 이 쪽에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핀은 커녕 티레사 조차도 맛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후후, 애들은 여전하네요”
“뭐, 그렇죠, 원래 이런 건 잘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음~역시 애들은 귀엽네~ 나도 빨리 결혼이나 할까?”
“어머? 그럴 상대는 있고?”
나와 상대할 때는 다르게 친구를 상대로 새초롬한 일침을 놓는 리나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런 리나의 모습에 파인은 심술궂은 표정을 짓더니…
“어머~너는 자기만 바라보는 일편단심 민들레 있다고 뾰족하게 말하는 거 봐라?”
“응? 리나 교제하는 상대 있었던 거야?”
“아,아 아! 아니에요!! 그,그런 상대가 아니라, 그건 뭐라해야 하나? 그,그래요! 짝남! 그 사람의 일방통행 짝사랑이라구요!”
뭔가 당황해서 말이 많이 이상하지만 넘어가기로 하고
“아, 그런데 확실히 리나씨 예쁘니까 그런 사람 한 두 명 정도 있다 해도 이상하지는 않네”
“예,예쁘…”
“하하! 잭슨씨도 보는 눈이 좀 있네~ 그거 알아요? 리나는 입사이래 길드의 여자친구 삼고 싶은 여자 랭킹에서 10위 밖으로 벗어나 본 적이 강자라구요~”
“하하 진짜 인기 많았구나? 뭐야? 왜 나한테는 그런 이야기 안 해줬어?”
“그,그건…”
“히히~누구씨에게는 알려지기 싫었나 봐요~남자들 중에는 너무 인기 많은 사람은 부담스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파인의 능글맞은 미소와 당황하는 리나, 그리고 맞장구치는 나와 계속해서 먹는 아이들로 이루어진 즐거운 대화는 곧 아이들의 대화가 끝남과 함께 종료되었다.
“음, 어,어떻게 할까요? 이제 서로 따로 가,갈까요?”
“무슨 소리야 리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당연히 같이 다녀야지~! 안 그래요 잭슨씨?”
“네, 놀러다니는 사람들은 많을수록 좋지!”
그렇게 우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르 이루고 있을 때…
“리나씨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무언가가 고속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북적이는 인파를 마치 미꾸라지고 미끄러지듯이 빠져나와 튀어나온 그것이 리나에게 달려들기 전.
스윽!
리나를 내 품 쪽으로 잡아당겼고 공중으로 날아든 물체는 바닥에 성대하게 들이박았다.
“우켁! 뭐,뭐냐 넌!! 리나씨랑 무슨 사이야!!!”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어머, 어머, 어떻게 어떻게, 너무 재밌어졌다~!”
“다음엔 저거 먹으러 가자 꼬맹이들아!”
각자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새로운 소동이 시작되었다.
네이버 챌린지 리그에서도 연재중입니다, 시간 남으실 때 한 번 들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