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 설칠 때 알아봤다.”
말없이 옆에서 걷고 있는 티레사는 비난의 말에도 대꾸하나 없이 그저 묵묵히 걷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A랭크 모험가한테 덤볐던 건데? 그 녀석의 상태가 갑자기 이상해져서 기습한번에 기절시킬 수 있었던 거지 만약 실패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은 해봤어.”
“......”
거기까지 침묵을 고사하니 나도 더 이상의 말은 그저 단순한 비난 밖에 되지 않는다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말 없이 걷고 있자니 옆의 티레사는 처음에는 조용히 걷고 있다가 슬슬 발이 아픈지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서 몸을 가볍게 해서 걷더니 이제는 바람의 정령으로 폴짝 폴짝 뛰면서 걷고 있었다.
“...너 말이야...조금 즘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일 수는 없냐?”
“흥! 그런 건 이미 충분했다, 그러니 이제는 패인을 분석하는 시간이다.”
건방지고 제멋대로인 티레사는 아무해도 이번의 카리아와의 승부에서의 패배가 상당히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너, 이번에 좀 위험했다는 건 알고 있어?”
“뭐가 말이냐?”
“카리아란 녀석이 마지막에 널 죽이려고 했잖아?”
“흠 그런가?”
“그런가가 아니야!!”
이상할 정도로 태연한 태도의 티레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해왔던 자신과 저렇게 어떻게든 돼겠지 라는 태도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티레사가 비교되어서 그런 것일까?
그런 나의 상념과는 무관하게 내가 소리친 것에 티레사도 뭔가 느끼던 것이 있었던 건지 잠시 우물쭈물 하면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화, 확실히 내가 경솔했다는 건 인정한다, 네가 보기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가 설치는 걸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
잠시 뜸을 들인 티레사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네가 옆에 없었으면 애초에 그런 바보같은 짓은 안 했을 테니까...”
“...내 탓을 하는 거냐......”
“아, 아니야!”
무심코 비아냥 거리는 말을 해버렸지만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만 쑥쓰러워져서 이렇게 말을 돌려 버린거다.
“뭘 보고 날 그렇게 신뢰 하는거냐?”
세로스도 그랬지만 티레사도 별다른 이유도 없이 고작B랭크 모험가일 뿐인 나를 믿어주는 것이 어쩐지 이상하게 느껴졌다.
“......감”
“감이냐, 뭐 그래 경우에 따라서는 그게 가장 믿음직 하기는 하지”
그렇게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시시각각 새벽은 가까워져 오고 여명은 조금 씩 밝아온다,
밝아오는 태양은 어둡고 습한 어비스 스트리트의 골목골목을 밝혀주며 우리 사이에 감도는 미묘한 분위기도 나려주었다, 그렇기에 그냥 웃어버리기로 했다.
이유 없이 자신의 감으로 자신을 신뢰한다는 소녀의 말에 더 이상의 사족을 다는 것은 분명 멋없는 짓이리라.
“집에 가자,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졸리네.”
“아, 그건 나도 인정! 가면 다시 자야겠어!”
“음~시스터 안나가 화낼려나”
그런 아무래도 좋은 말을 하면서 우리는 아침 해를 벗 삼아 우리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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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아옴에 따라 새들의 지저귐이 귀를 간질이고 커튼사이로 스며드는 한줄기 태양광에 천천히 눈을 뜬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옷을 갈아입는 사이 느껴지는 통증에 눈살을 찌푸린다.
통증과 함께 피드백 되는 것은 어제의 기억, 한 남자를 시험하기 위해 싸움을 걸었고 결국 패배한 순간의 기억.
B급 모험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강함과 판단력 그리고 기술과 테크닉, 무수한 강자들에 손에 훈련받고 뛰어난 실력자들과 절차탁마해오며 강해져온 그녀에게 자신 이상의 강자를 만나는 것은 결코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의 상대는 그 모두와도 무언가 달랐다.
분명 싸움은 결착이 나기 전 까지는 평행선을 이루면서 서로가 서로의 빈틈을 노리고 허를 찌르려고 했다, 그러다 한 순간의 실수로 자신이 허를 찔렸고 패배하게 되었다.
그녀가 느낀 감상은 상대 실력의 강함이나 자신의 부족 그런 것보다 기묘할 정도의 절묘함이었다.
말 그래도 자신의 기술을 맞받아침에 있어 필요한 기술을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수준으로 구사한다.
어찌보면 무인으로서 가장 이상에 가까운 그것을 그 남자를 보면서 느꼈다.
과거, 자신을 거두어주었던 스승이 알려주었던 무의 이상향, 그것을 이런 들뜬 분위기의 저속한 도시에서 만난 아무래도 좋은 헐렁한 남자에게서 느꼈다는 사실에 그녀, 세로스는 뭐라 할 수 없는 김정을 느끼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즈음에 그녀는 밖으로 나갈 준비를 끝마쳤다.
개별 화장실까지 딸린 호화로운 자신의 방을 나가 거실에 나간 세로스는 순간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거실의 소파에서 두 사람이 누워서 자고 있었다.
한 사람은 자신의 상념의 주인공이자 자신이 얼떨결에 무의 이상향을 느끼게 만든 남자, 조니 잭슨, 어제자신과의 결투 때문에 방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에 어제하루 자신이 섬기는 주인 티레사의 허락아래 거실의 소파에서 재워주었다, 그런데......
“어째서 주인님께서도 소파에서 자고 있으신 겁니까?”
잭슨이 누워있는 소파와 이어져 직각으로 꺽인 소파에서 자신의 주인 티레사는 잭슨과 머리를 맞대고 같이 해가 중천에 뜸에도 거리낌 없이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풋~!”
세로스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한참을 웃어버렸다.
“당신이란 사람은...정말 대단한 사람이네요”
간밤에 이 둘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세로스는 아마 그 사실을 지금도 앞으로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은 매우 즐겁고 또한 그렇게도 차가웠던 자신의 주인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 만큼 따뜻한 일임이 틀림없을 것이라 세로스는 생각했다.
“으...머리아파...”
“물 마셔 물.”
시간은 오후 1시, 건전한 어린이는 한 참 전에 일어났을 시간, 키 차이가 많이 나는 두 남녀가 계단을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남자 쪽의 이름은 조니 잭슨, 여자 쪽의 이름은 티레사 호프 엔드먼.
어젯밤에 어비스 스트리트의 거리에서 카리아 파티와 소동을 일으킨 이세계 전이자 2인조였다.
“여태까지 몊번 날밤을 샌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머리가 아픈 적은 처음이야...”
“그건 숙취군, 아무리 로우 알코올이라 해도 그렇게 맛있다고 막 들이키면 숙취가 남을 수밖에......”
“바른말은 집어치우고 뭐 이럴 때 좋은 거 없는거냐?”
“글쎄 나 같은 경우에는 숙취해소용 치즈 그라탕을 먹지만......”
“우욱! 미친 소리 하지 마! 숙취 때문에 아무래도 울렁거리는데 거기에 치즈라니.....”
“아니, 생각보다 이게 효과가 좋아, 숙취에는 치즈가 최고라고!”
“그래,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렇게 대충 넘기는 티레사를 보고 피식하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버렸다.
그렇게 쓸데없는 회화를 나누면서 계단을 내려온 우리를 반긴 것은 소름끼치는 웃는 얼굴의 시스터 안나였다.
“잭슨씨, 그리고 티레사양.”
고고고고고고고고고고고
분명 웃는 얼굴이건만 이 박력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세계 전이 10년차인 나조차도 등골이 서늘해지는군.
그런 나와는 반대로 티레사는 태연한 모습이다, 뭐, 이 쪽이 싼 값에 방 빌리는 입장이라면 저 쪽은 대량의 기부금을 냈었던 교단의 귀한 손님이니 까말이다......
“저번에도 말했죠? 아침밥만은 함께 먹어야한다고?”
“넵 말했습니다, 암 그렇고 말구요”
“그런데 안 왔죠?”
“넵 죄송함다, 밤놀이 하느라 날밤을 새버린지라......”
“흠...티레사씨는 뭔가 할 말 있나요?”
“흥, 저 놈이 밤놀이 알려준대서 따라갔을 뿐이다.”
이 자식!! 전부 내 탓으로 돌릴 샘이냐!?
꽈악!
“으헥!?”
하지만 시스터 안나는 그런 시시한 변명으로 어찌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보,볼 꼬지지마!!”
“흠~그럼 앞으로는 그런 되먹지 않는 변명은 하지 마세요! 신직에 앉은 사람에게 그런 시시한 거짓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지,지짜야!!”
한 쪽 볼이 꼬집힌 상태라 제대로 발음이 되지 않는 상태로도 필사적인 항변을 이어갔으나 시스터 안나에게 용서란 없었다.
반대쪽 뺨까지 꼬집혀서 뭐라 말 할 수 없는 우스운 꼴이 되어버렸다.
“죄,죄소하미다!! 죄소해요!!!”
“흠, 좋아요! 이번에는 이걸로 봐드리죠!”
“으...미쳤어, 난 이래봬도 귀족인데......”
“신을 모시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건 없습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으려니 시스터 안나는 몸을 획 돌려서 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잭슨!”
“네,넵!”
“오늘은 도망가실 수 없어요! 오늘이야 말로! 아이들한테 모험가 수업을 해주셔야겠어요!!”
“음, 애들이 닦달하던가요?”
“네, 무척”
음, 그럴 거란 생각은 하긴 했다, 나한테 직접 와서 닦달하기는 좀 그러니까 나한테 강한 시스터 안나를 닦달해서 나를 닦달하게 만든다, 이 녀석들 제법이구만?
“뭐, 어차피 오늘은 그럴 생각이었어요, 애들 불러주세요, 아파트 정원에서 가르쳐 볼 테니까.”
“어머~! 역시 잭슨씨 그럼 지금 당장 불러올게요!”
그렇게 말하고 시스터 안나는 혹시라도 말을 바꿀까봐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너 괜찮겠냐? 제 3자가 할 말은 아니지만 어린애들한테 무언가를 기초부터 가르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구?”
“괜찮아, 예전에도 이런 건 몇 번 해본 적이 있거든, 그리고 무슨 남 일 이라는 듯이 말하는 거냐? 이 모험가 수업에는 너도 참가라고?”
“엑?”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쪽이 본론이다, 이 어설프기 그지없는 이세계 치트녀를 쓸 만한 모험가로 만들어서 이 녀석의 수발에서 자유로워진다!...뭐 그 다음에는 세로스와의 일을 어떻게든 해야 하지만......일단은 간단한 것부터 하나씩 처리해나가기로 했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다시 한 번 평화로운 이세계 전이 라이프를 되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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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넬 아파트의 뒤편에는 아파트에 딸린 작은 정원 같은 것이 존재했다, 원래는 이 아파트의 원 소유자이자 이전 팬트 하우스의 주인의 취미를 위해 만들어진 화원이었지만 지금은 보육원의 아이들의 식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위한 생활감 넘치는 텃밭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텃밭에는 마르코, 핀, 엘자, 샤샤, 보육원의 모험가 지망 꼬맹이들과...
“이 사이에 끼니까 뭔가 기분이 좀 이상한대......”
“흠, 모험가 수업인가? 흥미롭군 한 번 보도록 하지”
티레사와 세로스가 함께하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드디어 하는 거야!? 모험가 수업!! 나! 나! 필살기! 필살기 알려줘!”
“난 마법! 마법 쓰고 싶어! 불! 불이 좋아!”
“샤샤는! 샤샤는! 구와아아아아! 용하고 싶어! 용 날아서 쿠와아아아아!”
“저는 빨리 한 사람 몫을 해서 보육원의 보탬이 되고 싶어요”
산책 나가기 전 치와와 수준의 미친 텐션의 3인과 기특한 소리를 하는 아이가 한 명.
벌써부터 아파오는 머리를 잠시 부여잡았다가 생각한대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자! 그럼 레슨1이다, 일단 첫 번째 질문, 모험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나의 그 질문에 아이들은 물론 티레사와 세로스까지도 곰곰이 생각에 잠기었다.
“나나! 역시 강한 칼이지! 쌘 칼이 있어야 몬스터들을 이렇게, 이렇게 베어버릴 수 있잖아!”
“아니야 마르코 바보야! 지팡이! 지팡이가 있어야 마법으로 쾅하고 날려버리지!”
“용! 용으로 변신하고 불 뿜는 거!”
그런 무간도와 같은 머리를 부여잡게 만드는 대답들을 손짓으로 끊고 나는 아이들과 눈을 한 번 마주쳤다.
“정답은 간단해, 힘이다”
“에 뭐야 김빠져~”
“그거 당연한 거 아니야? 마르코 바보 빼고는 다 알아”
“용 강해! 샤샤는 용 할래!”
그런 아이들의 각각의 동심 러쉬를 웃어넘기고 말을 이어갔다.
“모험가란 범상치 않은 위험과 맡서는 사람들이고 그런 모험가들에게는 지식과 장비는 물론 기본적으로 개인이 힘을 가질 필요가 있어 그래 예를 들어...”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한쪽 손에 기를 집중시키고 옆에 있는 나무로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기를 집중시킨 손, 정확히는 손가락 끝을 나무에 같다대었다.
그리고
푸욱!
그대로 천천히 손가락을 나무에 박아 넣었다.
“우와!”
“대단해! 어떻게 하는 거야!”
“용! 용 발톱이다!”
“확실히 대단하네요. 잭슨씨!”
“...이런 거나 그도 아니면...”
나무에 박아 넣은 손가락을 뽑아내고 작게 몇 마디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나무에 박아 넣었었던 손위로 불로 된 구체가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이런 걸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야”
거기까지 말하고 손 위에 만들어진 화염구를 흩어버렸다.
“육체의 한계를 넘어 초인에 도달하던지 그도 아니면 원래라면 인간이 쓸 수 없는 초능을 손에 넣어야 한다는 거야, 즉 무술이나 마법을 단련해야 한다는 거지.”
거기까지 말하고 잭슨은 아이들과 눈을 한 명씩 마주쳤다.
“마르코 너는 어떤 걸 배우고 싶어?”
“나,나는 물론 검! 검술을 쓰고 싶어! 아빠 엄마처럼 강한 검사가 될거야!”
“그럼 무술 쪽이군, 그럼 엘자 너는?”
“난 마법사! 나도 불을 쓰고 싶어!”
“오케이 엘자는 마법사 그럼 샤샤는?”
“샤샤는 용처럼 되고 싶어! 그러니까...”
“마법사군.”
“무술배울래!”
“......그래 네가 그러고 싶다면야......핀, 너는 어떻게 할래?”
“...저는 제가 재능이 있는 부분으로 배우고 싶어요.”
“음, 또 어려운 주문을 하는군.”
핀이 말하는 것은 말로 하면 쉽지만 그리 말처럼 간단한 일은 결코 아니었다, 어지간히 특출 나거나 눈에 띄는 재능이 아닌 이상은 일단은 걸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재능의 유무이다, 또한 처음에는 재능 없어보이던 사람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능을 개화하는 순간은 물론 그 반대의 수 또한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기까지의 이야기를 핀에게 설명하고 일단은 본인이 원하는 쪽으로 배워보고 만약 마땅치 않다 싶으면 다른 길도 알아보는 쪽으로 하자고 제안해 보았고 핀도 거기에 납득했다.
“좋아 그럼 핀은 마법사 쪽이군.”
“네!”
그렇게 무술 지망과 마법 지망을 두 쪽으로 나누고 한 가지를 확인하기로 설명하기로 했다.
“일단 미리 말해주자면 무술을 제대로 익히려면 ‘기’라고 불리는 힘을 각성해야 한다, 이를 일컬어 전문적인 용어로는 심체(心體)를 이룬다, 혹은 몸을 연다 표현하고는 하지”
거기까지 말하고 육체의 기를 겉으로 드러내 보였다.
그러자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나의 몸 주변에서 느껴지는 존재감과 위암감에 주눅든 건지 아이들의 몸이 움찔하고 굳어졌다.
“심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체내의 기를 자각하고 이를 해방, 즉 잠재력인 기를 해방시켜 몸에 흐르게 할 필요가 있다는 거야.”
거기까지 말하고 개방한 기운을 거둬들이자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말은 쉽게 하지만 이 과정이 상당히 길고 힘들고 지루하다, 유파, 혹은 지방이나 나라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이 심체를 이루는 과정은 특별한 호흡법과 연신練身을 위한 체조를 기본으로 잡고 간다”
아이들의 눈을 한 명씩 마주보고 여기까지 아이들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말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런 통상적인 방법만을 사용하면 당연하게도 심체를 이루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지, 그래서 보통은 여기에 더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병행하는 거야, 예를 들어 기가 충만한 장소로 간다거나 또는 실력자가 몸에 기를 불어넣어 각성을 앞당기든가 또 그도 아니면 최면 요법이나 약을 사용하는 경우도 왕왕 있지, 뭐 길게 장황하게 이야기 했지만 이런 여러 방법들을 모두 동원한다 해도 심체를 이루는 대에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리기도 하는 법이지”
물론 이런 방법 말고도 강제적으로 각성을 앞당기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실력자가 몸에 기를 불어넣는 방법의 상위호환으로 육체의 주요 경락들에 한 번에 대량의 기를 쑤셔박고 폭발시키는 방법이다, 과정만 들어봐도 정신 나간 것 같은 이 방법의 장점은 한 번에 피시전자의 심체를 이루게 한다는 점이고 단점은 피시전자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하며 또한 이 고통과 데미지가 1년 넘게 피시전자를 따라 다닌다는 점이다.
당연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사용할 방법은 전자다, 뭐, 이세계 생활 10년 차즘 되다보면 나름 능숙하게 아이들이 심체를 이루게 할 수 있을 거다.
거기까지 설명하고 이제는 마법 쪽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무술의 기본은 심체 하나이지만 마법의 경우에는 두 가지이다”
“두 개? 왜 무술보다 많아?”
엘자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물어왔다.
“원래 몸이 편하면 머리가 고생하는 게 세상이거든”
그 말을 듣고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인지 여전히 엘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자 너도 사회 나가보면 다 알거란다......
“마법의 필수 요소는 두 가지, 하나는 격리(circle), 또 하나는 접속(access)”
“단순한 질문 하나 해볼까? 너히들은 마법사들이 어떻게 손에서 불을 뿜거나 하늘에서 천둥을 내리게 하는지 알아?”
내 질문에 첫 반응을 보인건 마르코였다.
“에이~그렇게 치면 무술을 배운 모험가들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그냥 기가 있으니 가능한 거잖아요? 그럼 마법사들도 마력을 써서 그런 거 아니에요?”
“반은 정답이고 반은 오답이야, 일단 마법사나 무술가나 둘 다 특별한 에너지원으로 그런 일을 해내는 것 까지는 마찬가지야, 하지만 무술 같은 경우에는 어디까지나 하는 동작이나 행위들은 모두 기가 없어도 할 수 있는 거잖아?”
“그, 그렇긴 해”
“말하자면 무술가들은 기를 다룰 수 있게 되면 원래 육체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파워 업 시킬 수 있다고 보면 되는거야.”
물론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분명 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서 원래의 인체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게 되지만 일단 아이들의 이해를 위해서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반대로 마력이 있든 없던 인간은 불을 뿜을 수 없고 천둥을 떨어뜨릴 수는 없는 법이야.”
“그래! 맞아 마르코 바보는 그런 것도 몰라!”
“시,시끄러! 너도 몰랐으면 잘난 척 마 엘자!”
잠시 투닥이는 엘자와 마르코를 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걸 해내기 위해서는 마법을 익히는 자는 격리와 접속이라는 것을 할 줄 알아야한다는 거야.”
“격리?”
“접속?”
나는 궁금하다는 눈으로 올려다보는 아이들을 쭉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격리는 말하자면 마법진에서 원을 그리는 것과 같은 거야, 원을 그림으로서 원 안의 세상과 원 밖의 세상을 분리하는 거지 그리 함으로 인해 원 밖의 세상에 여전히 적용되는 이세계의 거대한 법칙으로부터 잠시나마 원 안의 세계를 분리된 외계(外界)로 바꾸는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발끝으로 원을 하나 그렸다.
“그리고 격리되어 세계의 큰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세상에 접속을 통해 술식을 새겨 넣는거야.”
거기까지 말하고 다시 발끝으로 기하학적인 도형을 재주 좋게 원 안에 복잡한 도형들을 그려갔다.
“그리고 그렇게 세계의 큰 법칙에서부터 분리되고 새로이 술식을 짜 넣어 마법사가 원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게 재 편찬된 외계에 마력을 불어넣음으로서 시전자가 원하는 현상, 즉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는 거지”
거기까지 마저 말하고 아이들과 티레사와 세로스를 둘러보니 6명의 관중들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미안하군, 네가 그런 유식한 말을 하는 게 좀 익숙지 않아서.”
“동감이다 세로스 말대로 네가 그런 유식한 말을 할 인종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그보다 마법을 쓸 줄 안다는 사실에서부터 쇼크다.”
“나도 잭슨은 마법 못 쓸 줄 알았어, 좀 바보 같으니까.”
“나도 나도! 잭슨은 마르코랑 비슷한 느낌이라 못 쓸 줄 알았어!”
“샤샤도! 샤샤도! 마법!”
“그, 정말 실례되는 말인지는 알고 있지만 확실히 의외이긴 하네요...”
거기까지 듣고 한 동안 조용히 침묵하던 잭슨이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다 꺼져줄래요 혼자 있고 싶으니까.”
그렇게, 작지만 확실한 상처가 마음에 새겨지는 어느 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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