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에실은 밤이 되면 일어나 있을 수 없다. 무슨 놈의 수면병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딱히 밤이 되면 졸리다는 것은 아니다. 해가 지면 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실은 상당히 일찍 잠자리를 편다. 여름은 해가 길어 7시쯤에 자지만, 겨울이 되면 4시에 잠들기도 한다. 그리고는 동이 틀 때까지는 눈을 뜨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기서 말하자면 너무나 길고도 장대하기에 한줄로 요약해서 말한다.
에실은 흡혈귀였기 때문이다.
"바보야! 흡혈귀라면 밤이 아니라 낯에 돌아다니지 못하는 거겠지!" 하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국어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에실은 흡혈귀이기 때문이 아니라 흡혈귀였기 때문이라고, 이미 말했다.
지금의 에실은 흡혈귀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흡혈귀가 아닌 것도 아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면, 원래 있어야 할 에실의 흡혈귀 성질은 지금, 거의 99.5% 정도 봉인되어 있다는 거다. 지금의 흰 머리칼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
하지만 봉인이라고 해서 완전한 건 아니다. 애초에 흡혈귀 정도 되는 생체병기를 완전히 억제할만한 봉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에실은 바람을 가득 채운 풍선과도 같다. 풍전등화다. 밤을 걷는 것, 사람의 피를 마시는 행위, 본능을 일깨울 정도의 위험 상태. 그 모두가 에실을 노리는 송곳과도 같다. 게다가 봉인이 깨지면 그 피해는 에실과 나에 그치지 않는다. 깨졌을 때, 에실이 자아를 유지하지 못하면 그대로 일국이 망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에실도 다른 마법사와 퇴마사에 의해 죽게 되겠지.
그러니까 모든 면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 봉인은 지켜야 한다. 밤에도 걸으면 안되고, 흡혈귀인데도 밥을 먹고 생계를 유지하며, 가급적 위험한 일은 피한다.
물론, 나라고 해서 언지나 모든 위험한 경우를 피해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조심해도 언젠가는 위험한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 노을이 정말 멋지네요."
"한가하게 노을 구경 하지 마!"
좀 더 거창한 이유로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얄팍한 거짓말에 속아 그런 순간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 감동이예요. 불길이 타오르는 동시에 흐르는 것 같아요.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달궈진 반지가 그 한가운데 있어요."
"쓸데없이 문학적인 표현 쓰지 말고 어서 자!"
진심으로 감동받은 눈을 하고 창 밖의 노을을 바라보는 노엘에게 버럭 소리지르는 나. 노을은 거의 막바지였다. 앞으로 10분 정도면 어두워지리라. 밤이 되는 거다.
분명 우리는 여유 있게 계곡에서 출발 했을 탠데 말이다!
나는 회상하자면 자연히 핏줄이 서는 2시간 전의 일을 떠올려본다.
우리는 수박과 참외를 먹어치우고, 다시 계곡을 올라와, 꼬마가 말한 방향으로 스쿠터를 몰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린 제대로 꼬마가 있는 민박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꼬마가 방실방실 웃으면서 반겨주었다.
단, 도착한 시간은 출발하고도 1시간 반 뒤라는 걸, 여기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더 웃긴건 이 민박집에선 우리가 출발한 계곡이, 민박집 몇개를 사이에 두고 보였다는 점이다. 이 길로 왔으면 불과 5분이면 올 수 있었다.
그러니까 즉, 꼬마는 우리를 자기네 집으로 오게 하기 위해서 '최단 거리'가 아닌 '다른 민박집을 지나지 않는 최단 거리'를 알려준 것이다. 어린애라거 생각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만한 얄팍한 꾀라고 생각한다.
"하하, 전 덕에 노을 구경을 했구요."
"웃지마. 웃지마. 절대로 웃지마. 지금은 전혀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가끔은 스릴 있는 것도 좋죠."
"과하면 수명이 줄어든다고!"
"웃으면 다시 늘어나요."
이불에 누운채 베시시 웃는 에실.
"웃어 보세요."
"웃을 기분 아니라고."
"그럼 울어 보세요."
"울것 같은 기분이긴 하다!"
제멋대로 구는 어린애를 돌보는 어머니의 마음이란 이런 걸까. 다음에 집에 가면 어머니에게 잘 해드리자.
한숨을 푹 내쉬고 슬슬 노을마저 사라져 가는 밖을 가리기 위해 창문의 발을 내린다. 이렇게 하면 조금 늦게 자더라도 어느 정도는 쉽게 버틸 수 있겠지.
밤이라고 해도 에실의 봉인이 바로 깨지는 건 아니다. 밤에 봉인이 깨진다고 말하는 건, 밤에 마물의 힘이 강해진다는 이론에 기초한다. 반대로 말하면 밤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쉽게 봉인이 깨질 수 있다는 것 뿐이고, 마음가짐만 바로 한다면 쉽게 흡혈귀가 되지는 않는 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도박이다. 혹시라도 마음이 흐트러지면 봉인은 깨지고, 자아까지 삼키게 된다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도박을 할 만한 메리트는 없다.
"네코마타를 처리하는 건 역시, 오늘 밤인가요?"
"그래. 그건 왜 물어? 얼른 자라고. 뚝딱 해치우고 올거니까."
"오늘 밤은 저도……"
"안 돼."
나는 에실의 말을 자르듯이 말했다.
"그래도……."
"안 돼. 너무, 너무너무 위험해. 네가 밖에 나가서 밤을 느끼고 싶다는 건 잘 알아. 하지만 그걸 위해 낮을 버릴 수도 있는 도박을 하는 걸 원해? 아니지? 그런거야. 지금은, 아직 인내하도록 해봐."
"……네."
"……미안, 에실. 힘든건 넌데."
난 무거워진 분위기에 책임을 느끼고 사과했다. 잘 타이르면 될 일이지, 이렇게 신랄하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왠지, 에실과 관련된 일은 냉정할 수가 없다. 조교 효과던가…… 함께 있으면서 애정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연인으로서의 애정과는 거리가 있지만. 가족간의 애정에 가깝다. 난 레옹같은 역할인 거다.
"조금만 더 참자고. 인간으로 돌아가면, 전부 누릴 수 있어. 어디라도 갈 수 있다구."
"전부…… 어디라도…… 꿈만 같네요."
"그래. 내가 책임지고 그렇게 해 줄게."
에실은 빙긋 웃었다. 에헤헤, 하고 소리까지 흘린다. 상상만 해도 좋은 듯 하다.
"야시장에 가보고 싶어요. 밤의 불꽃놀이도 보고 싶구요. 지난번의 불꽃놀이는 너무 시시했어요. 심야의 드라이브도 해 보고 싶어요."
세상은 해보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그렇게 말한 에실은 안녕히주무세요, 하고 덧붙인 후 눈을 감았다.
난 별다른 의미도 없이 에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방을 나온다. 나서면서, 밤을 그리워하는 이단의 흡혈귀에게 한마디 해 준다.
"잘 자. 좋은 꿈 꿔. 최고로 행복한 꿈을 꿔."
그건 축복의 말일까, 저주의 말일까.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에실은 밤이 되면 일어나 있을 수 없다. 무슨 놈의 수면병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딱히 밤이 되면 졸리다는 것은 아니다. 해가 지면 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실은 상당히 일찍 잠자리를 편다. 여름은 해가 길어 7시쯤에 자지만, 겨울이 되면 4시에 잠들기도 한다. 그리고는 동이 틀 때까지는 눈을 뜨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기서 말하자면 너무나 길고도 장대하기에 한줄로 요약해서 말한다.
에실은 흡혈귀였기 때문이다.
"바보야! 흡혈귀라면 밤이 아니라 낯에 돌아다니지 못하는 거겠지!" 하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국어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에실은 흡혈귀이기 때문이 아니라 흡혈귀였기 때문이라고, 이미 말했다.
지금의 에실은 흡혈귀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흡혈귀가 아닌 것도 아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면, 원래 있어야 할 에실의 흡혈귀 성질은 지금, 거의 99.5% 정도 봉인되어 있다는 거다. 지금의 흰 머리칼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
하지만 봉인이라고 해서 완전한 건 아니다. 애초에 흡혈귀 정도 되는 생체병기를 완전히 억제할만한 봉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에실은 바람을 가득 채운 풍선과도 같다. 풍전등화다. 밤을 걷는 것, 사람의 피를 마시는 행위, 본능을 일깨울 정도의 위험 상태. 그 모두가 에실을 노리는 송곳과도 같다. 게다가 봉인이 깨지면 그 피해는 에실과 나에 그치지 않는다. 깨졌을 때, 에실이 자아를 유지하지 못하면 그대로 일국이 망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에실도 다른 마법사와 퇴마사에 의해 죽게 되겠지.
그러니까 모든 면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 봉인은 지켜야 한다. 밤에도 걸으면 안되고, 흡혈귀인데도 밥을 먹고 생계를 유지하며, 가급적 위험한 일은 피한다.
물론, 나라고 해서 언지나 모든 위험한 경우를 피해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조심해도 언젠가는 위험한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 노을이 정말 멋지네요."
"한가하게 노을 구경 하지 마!"
좀 더 거창한 이유로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얄팍한 거짓말에 속아 그런 순간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 감동이예요. 불길이 타오르는 동시에 흐르는 것 같아요.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달궈진 반지가 그 한가운데 있어요."
"쓸데없이 문학적인 표현 쓰지 말고 어서 자!"
진심으로 감동받은 눈을 하고 창 밖의 노을을 바라보는 노엘에게 버럭 소리지르는 나. 노을은 거의 막바지였다. 앞으로 10분 정도면 어두워지리라. 밤이 되는 거다.
분명 우리는 여유 있게 계곡에서 출발 했을 탠데 말이다!
나는 회상하자면 자연히 핏줄이 서는 2시간 전의 일을 떠올려본다.
우리는 수박과 참외를 먹어치우고, 다시 계곡을 올라와, 꼬마가 말한 방향으로 스쿠터를 몰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린 제대로 꼬마가 있는 민박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꼬마가 방실방실 웃으면서 반겨주었다.
단, 도착한 시간은 출발하고도 1시간 반 뒤라는 걸, 여기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더 웃긴건 이 민박집에선 우리가 출발한 계곡이, 민박집 몇개를 사이에 두고 보였다는 점이다. 이 길로 왔으면 불과 5분이면 올 수 있었다.
그러니까 즉, 꼬마는 우리를 자기네 집으로 오게 하기 위해서 '최단 거리'가 아닌 '다른 민박집을 지나지 않는 최단 거리'를 알려준 것이다. 어린애라거 생각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만한 얄팍한 꾀라고 생각한다.
"하하, 전 덕에 노을 구경을 했구요."
"웃지마. 웃지마. 절대로 웃지마. 지금은 전혀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가끔은 스릴 있는 것도 좋죠."
"과하면 수명이 줄어든다고!"
"웃으면 다시 늘어나요."
이불에 누운채 베시시 웃는 에실.
"웃어 보세요."
"웃을 기분 아니라고."
"그럼 울어 보세요."
"울것 같은 기분이긴 하다!"
제멋대로 구는 어린애를 돌보는 어머니의 마음이란 이런 걸까. 다음에 집에 가면 어머니에게 잘 해드리자.
한숨을 푹 내쉬고 슬슬 노을마저 사라져 가는 밖을 가리기 위해 창문의 발을 내린다. 이렇게 하면 조금 늦게 자더라도 어느 정도는 쉽게 버틸 수 있겠지.
밤이라고 해도 에실의 봉인이 바로 깨지는 건 아니다. 밤에 봉인이 깨진다고 말하는 건, 밤에 마물의 힘이 강해진다는 이론에 기초한다. 반대로 말하면 밤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쉽게 봉인이 깨질 수 있다는 것 뿐이고, 마음가짐만 바로 한다면 쉽게 흡혈귀가 되지는 않는 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도박이다. 혹시라도 마음이 흐트러지면 봉인은 깨지고, 자아까지 삼키게 된다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도박을 할 만한 메리트는 없다.
"네코마타를 처리하는 건 역시, 오늘 밤인가요?"
"그래. 그건 왜 물어? 얼른 자라고. 뚝딱 해치우고 올거니까."
"오늘 밤은 저도……"
"안 돼."
나는 에실의 말을 자르듯이 말했다.
"그래도……."
"안 돼. 너무, 너무너무 위험해. 네가 밖에 나가서 밤을 느끼고 싶다는 건 잘 알아. 하지만 그걸 위해 낮을 버릴 수도 있는 도박을 하는 걸 원해? 아니지? 그런거야. 지금은, 아직 인내하도록 해봐."
"……네."
"……미안, 에실. 힘든건 넌데."
난 무거워진 분위기에 책임을 느끼고 사과했다. 잘 타이르면 될 일이지, 이렇게 신랄하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왠지, 에실과 관련된 일은 냉정할 수가 없다. 조교 효과던가…… 함께 있으면서 애정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연인으로서의 애정과는 거리가 있지만. 가족간의 애정에 가깝다. 난 레옹같은 역할인 거다.
"조금만 더 참자고. 인간으로 돌아가면, 전부 누릴 수 있어. 어디라도 갈 수 있다구."
"전부…… 어디라도…… 꿈만 같네요."
"그래. 내가 책임지고 그렇게 해 줄게."
에실은 빙긋 웃었다. 에헤헤, 하고 소리까지 흘린다. 상상만 해도 좋은 듯 하다.
"야시장에 가보고 싶어요. 밤의 불꽃놀이도 보고 싶구요. 지난번의 불꽃놀이는 너무 시시했어요. 심야의 드라이브도 해 보고 싶어요."
세상은 해보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그렇게 말한 에실은 안녕히주무세요, 하고 덧붙인 후 눈을 감았다.
난 별다른 의미도 없이 에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방을 나온다. 나서면서, 밤을 그리워하는 이단의 흡혈귀에게 한마디 해 준다.
"잘 자. 좋은 꿈 꿔. 최고로 행복한 꿈을 꿔."
그건 축복의 말일까, 저주의 말일까.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