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강제로 덥쳐 범하려 했던 모미지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얀데레 같던 모미지도 충격적이었지만, 교미네이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아직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한 채, 그 후로도 매사 경계를 늦추지 않는 나날이었다.
모미지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몇 번인가 마주쳤는데, 그 때처럼 날 덥치려 하지 않았다. 이날도 그저 붙임성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잡담이나 나누다가 헤어지겠지 하고 안심하고 골목을 지나 으슥한 길에 접어 들때였다.
「이제 둘 뿐이네요. 소우지 씨.」
「으..응.」
불온한 공기를 느낀 나는 모미지의 말에 탐탁지 않은 기색으로 대답했다. 보통 여기까지 오기 전에 짧게 작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을 텐데, 오늘 따라 다르다. 이대로 내 집까지 따라와서 저녁밥이라도 해주려는 걸까?
그 뿐이라면 다행이지만, ㅁㅁ 미수라는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전적이 있는 이상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사실, 소우지 씨 집이 이런 외진 곳에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왜?」
갑자기 이상한 얘기를 꺼내드는 모미지. 몹시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라 내 안의 불안감이 더 없이 커져만 간다. 어째서 내 집이 외진 곳에 있는 게 다행인 건데? 이다음 이어질 말이 무엇인지 예상이 간다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불안한 눈길로 쳐다본 모미지의 입이 좌우로 찢어지며 활짝 열렸다.
「그야. 이렇게 갑자기 덥친다 해도 아무도 모르니까 말이에요!」
눈동자가 하트표가 된 모미지가 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대로 체중을 실어 나를 땅바닥에 찍어 누른 모미지는 상기된 얼굴로 헐떡이며 말했다.
「그때는 방해가 들어와서 아쉽게 중단 되었지만, 여기라면 그럴 걱정 없을 거에요!」
「잠.. 모미지! 그만둬!!」
「그만두라니요? 소우지 씨는 궁금하지 않으세요?」
「뭐가 궁금하다는 거야?」
「사랑하는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일 말이에요.」
틀렸다. 발정이라도 난 듯한 모미지는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만둘 생각이 아니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다는 사실에 나는 힘으로라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이 역시 소용이 없었다.
황홀해하는 표정이 된 모미지가 말했다.
「왜 그렇게 저를 거부하시려는 거예요? 쑥스러워서 그러는 거라면 걱정 마세요.」
「모미지! 그런 거 아니니까, 제발 이러지 마!」
「제가 남자로 만들어 드릴 테니까요.」
제 입술을 혀로 훑은 모미지는 정욕에 물든 얼굴을 내 얼굴 가까이 들이 밀었다. 그러고는 「그리고 저는 여자가 되는 거고요.」하고 속삭이듯 말하더니 그대로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그것이 내 생애 첫 키스였다.
갑작스런 첫 키스에 내 머릿속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해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듯 했다. 시간을 세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포개진 입술은 오랜 시간 동안 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내 입안으로 모미지의 혀가 기습적으로 침입해 들어왔다.
깜짝 놀란 나는 '읍읍'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쳤지만, 몸을 짓누르는 모미지의 힘이 나의 힘을 아득히 상회하고 있어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과연, 7배의 힘. 3배의 힘으로는 쨉도 되지 않는 구나.
모미지의 혀가 내 입안에서 장어처럼 요동친다. 공포스러우면서도 야릇한 공존하기 힘든 두 상반된 감정이 내 안에서 용솟음쳤다. 그와 동시에 내 상판 위에 놓아진 두 덩이 가슴과 은은하게 풍기는 모미지의 냄새가 내 뇌를 달콤하게 물들어 갔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강제 거사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위기감으로 모미지의 혀 놀림에 공략되어가던 나는 얼른 정신을 차려 딥 키스에 열중하던 모미지를 힘차게 밀쳤다. 다행히 키스에 몰두하느라 날 누르던 힘이 약해져 있던 탓에 발정난 모미지로부터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다.
옆으로 밀쳐진 모미지는 당황해하면서도 여전히 뇌가 핑크색이 된 듯한 황홀해하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성급도 하셔라. 키스만으로는 만족 못하시겠다는 거죠? 좋아요. 저도 이다음이 궁금했거든요.」
무섭다. 자신이 거부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이 거대한 공포로 다가왔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향해 달아났다. 뒤에서 「어디 가시는 거예요? 다음 진도를 집에서 빼고 싶은 건가요? 좋아요. 바깥은 아무래도 벌레도 많고, 누우면 등이 아프니까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멈추는 일 없이 집안으로 들어와 바로 현관문을 잠근 나는 곧 쫒아올 모미지가 떠올라 몸서리가 쳐졌다.
그리고 예상대로 얼마 안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 거예요? 저와 사랑을 나누셔야죠!」
「그.. 그만 돌아 가주지 않을래? 난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야!」
나는 발로 차면 금방 부셔질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모미지에게 그렇게 일렀다. 하지만, 쉽게 물러날 모미지가 아니었다.
「전에도 제가 말했죠?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고. 제가 그럴 기분으로 만들어 드린다고.」
「제발 정신 좀 차려! 너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 제정신이라고요.」
쾅쾅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온다. 말로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한 모미지를 앞에 두고 내가 취할 선택지란 많지 않았다. 이대로 모미지에게 범해지거나, 아니면 전력으로 도망치거나.
내가 택한 선택지는 후자였다.
모미지가 현관문을 부수고 집안에 강제로 들어오기 전에 나는 안방 창문을 통해 부리나케 도망쳤다. 내가 집밖으로 도망쳤다는 사실을 모미지는 바로 알아챘을 테지만, 포기했는지 쫒아오는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오늘도 나의 정조는 무사할 수 있었다.
*
「아야야. 그거 곤란한데요.」
「역시, 그런가..」
기자 양반의 대답이 기대한 것이 아니어서 실망한 나는 침울한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정욕으로 물든 교미네이터를 피해 도주에 성공한 나는 그로부터 이틀 후, 근무 중에 마주친 샤메이마루 아야에게 모미지에 대한 일로 부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부탁의 내용은 모미지가 몸을 담고 있는 보도부의 일을 늘려 달라는 것. 무리한 부탁인 것은 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매일 저녁 귀가할 때마다 모미지에게 덮쳐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떨어야만 한다.
그러나 역시라고 해야 하나. 기자 양반은 난처한 표정으로 그런 내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안 그래도 그 말단텐구를 보도부 일을 무리하게 거들게 한 일도 월권 행사라 조마조마 한데요.」라며 그 이상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나는 보란 듯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괜한 부탁을 해서 미안해.」
「그렇게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요. 대하기 껄끄러운 저한테 이런 부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힘든 상황이라는 거니까요.」
그렇게 말한 기자 양반의 눈은 동정의 빛을 띠고 있었다. 그녀라면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 대충 짐작하고 있을지 모른다. 정보에 밝은 기자답게 그녀는 정답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그 말단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행동에 나섰다는 거잖아요? 어떤 백랑의 말에 의하면 ㅁㅁ 미수까지 갔다고 하던데. 정말이지 감탄할 정도의 행동력인데요. 소우지 씨가 곤란해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에요.」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좀 어떻게 해 줄 수는 없는 거야?」
「아까 말했다시피 저도 입장이라는 게 있어서..」
기자 양반이 말한 어떤 백랑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덮쳐지던 광경을 목격한 토도키를 말하는 거겠지. 아무튼 자세한 내막을 아는 그녀에게 다시 부탁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언제 모미지에게 덮쳐질지 모르는 절박한 사정을 호소 해봐도 소용이 없나.
기자 양반이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제가 직접적으로 도울 수는 없지만, 대신 그런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방법 정도는 알려 드릴게요.」
「있는 거야? 방법?」
내가 닦달 하듯 묻자, 기자 양반이 난처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하쿠레이 레이무를 끌어 들이는 거예요. 간단하죠?」
쉽게 내뱉은 말과는 달리 기자 양반의 표정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그야 그럴 것이다. 내 개인 문제에 하쿠레이 무녀를 끌어 들이자니. 제대로 된 방법일 리가 없었다.
「뭐라고 했어? 레이무를 끌어 들이자니?」
「네. 레이무라면 소우지 씨를 폭주하는 말단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겠죠.」
「그렇다고 아무 상관도 없는 아이를 끌어 들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잖아?」
「저기, 소우지 씨. 정말로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기자 양반이 말이 너무 터무니없다고 생각 되서 따졌는데, 날카롭게 받아치는 것이었다. 그녀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날 응시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빈정대는 투가 아닌 진지한 투로 얘기했다.
「하쿠레이 레이무가 어째서 스펠 카드 룰을 만들고, 그걸로 이변 해결을 하는 것인지. 그러면서 해로운 요괴를 퇴치하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인지 소우지 씨도 알고 있잖아요. 그렇게 까지 행동하게 만든 장본인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는데 무관하다니. 레이무가 들었다면 여간 섭섭해 하지 않을 거예요!」
「미안. 그래도 이런 일에 끌어 들이는 건 반대야.」
「다시 말 할게요. 지금 소우지 씨가 처한 상황은 레이무와 절대 무관하지 않아요. 오히려 도움을 청하거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요. 아니면 이대로 그 말단에게 덮쳐져도 상관없다는 거예요? 그게 싫으니까, 저에게 도움을 바란 거잖아요? 만약, 이대로 소우지 씨가 그 말단에게 범해진다면 가장 슬퍼할 사람이 레이무라고요.」
엄청난 기세로 쏟아낸 기자 양반의 말은 얼핏 들으면 정론에 가까웠다. 그녀의 말대로 레이무는 무관하지 않은데다 도움을 청한다면 기꺼이 들어줄 애다. 하지만, 그래도 그 아이를 끌어들이는 데에 저항감이 있었다. 내가 모미지에게 덮쳐져 범해진다면 그 아이가 가장 슬퍼한다고 기자 양반이 열변을 토해냈지만, 난 그게 이해가지 않았다.
「잘 알겠어. 그런데.. 왜 내가 모미지에게 범해지는 게 레이무가 슬퍼할 일이라는 거야? 정조를 상실할 뿐이지, 딱히 목숨을 잃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
그렇게 내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어보자, 기자 양반의 얼굴이 잠시, 멍해지더니 돌연 구더기를 보는 듯이 일그러지는 것이었다. 시선을 옆으로 돌린 기자 양반이 불쾌하다는 듯 '칫.'하고 혀를 짧게 찼다. 그리고는 내게 한심하다는 시선을 던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소우지 씨가 둔감계라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아아~ 하쿠레이 레이무가 불쌍해지는데요.」
「왜 레이무가 불쌍해진다는 거야?」
「눈치 없게 그런 걸 묻는 것 자체가 둔감하다는 반증입니다. 잘 들어요. 소우지 씨. 그 말단이 폭주하게 된 것도 소우지 씨의 그런 둔감함이 어느 정도 원인이라는 걸요.」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영문을 모르는 나를 두고, 기자 양반은 이어서 탄식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말단은 그렇다 쳐도 레이무는 도대체 이런 둔감한 남자가 뭐가 좋다고..」
그리고는 입을 다문 채, 날 영 못 마땅하다는 눈으로 한참을 쳐다본 기자 양반은 다시 긴 한숨을 푹 내쉬고는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나는 멀어져 가는 그녀의 보일라 말라한 스커트 밑을 올려다보며 그녀가 한 말을 곰곰이 되씹어 보았다.
내가 모미지에게 범해지면 레이무가 슬퍼한다고?
그리고 그 아이가 불쌍해?
마지막으로 내가 둔감하다고 했다.
환상향 최속이란 이명답게 벌써 모습도 보이지 않게된 그녀가 날아간 쪽을 바라다보며 마침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럼, 뭐야?
레이무가 날 조.. 좋아하고 있다는 말이잖아!?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짚이는 구석이 너무 많아 머릿속이 혼란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 레이무가 날 좋아한다는 것을 인식하자마자, 어쩐지 엄청 부끄러운 기분에 내 얼굴은 확하고 급속도로 뜨거워졌다.
그게 사실이라면, 난 도대체.
그것도 모르고 얼마나 허울 없이 대한 거야!!
이제 그 아이를 무슨 얼굴로 봐야할지 모르겠다. 꼬리를 만지게 하는 일도, 찰싹 붙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것도 전부 쑥스러워서 못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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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강등 당하면서 올렸던 게시물 페이지 째로 삭제 당한적 있는데, 그때 같이 지워진듯. | 18.04.22 08: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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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에서 연재하고 있으니 그리로 가시면 있음. | 18.04.22 08: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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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찾아봤어요 ㄱㅅㄱㅅ | 18.04.22 14: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