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전은 무리야. 그렇다면…, 그렇다면? 코이시가 곰곰이 생각에 빠져보았으나,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머무를 수 있을 곳이라곤 전부 마땅치 않은 장소들뿐이었다. 이름 모를 산속의 폐가라던가, 혹은 자연을 벗 삼아 하는 노숙이라던가. 결코 상식적이라곤 볼 수 없는 방법들의 연장선일 뿐. 그런 비상식적인 장소만이 떠오르는 것은 골치가 슬 아파오는 일이라서, 코이시는 눈을 살짝 찌푸리며 제 머리를 짚었다. 사토리를 만나선 안 된다 했던 유카리는 첨언했다.
“지저, 지령전. 지금의 네가 가서는 절대 안 될 장소야. 되도록이면 인간마을에도 들르지 않는 편이 좋아. 지저 쪽에서 가끔 올라오는 도둑고양이가 하나 있거든.”
그러니까 왜. 라는 의문을 코이시는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의 자신이 원래의 코메이지 코이시가 아닌 이유 때문이 분명할 터였다. 굳이 서드아이로 읽지 않더라도 대충 짐작이 가는 사항이다. 코이시의 어림짐작과 유카리의 생각은 맞딱들었다. 유카리는 입을 쉬지 않았다.
“그래, 네가 읽는 대로야. 원래의 여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읽었을 때 과연 그 녀석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까? 전혀 아니지. 자극을 받을 거리를 아예 안 주는 편이 나아.”
“…….”
“게다가,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토리한테는 다가가면 절대 안 돼. 너한테 말하기는 좀 뭐한 이야기지만, 그 녀석은 어떤 의미로든 최악이니까.”
쏟아지는 험담에 코이시는 아무런 말을 않았다. 말에서 느껴지는 것은 명백한 적의였다. 코이시는 이마를 짚던 손가락을 긁적이는 용도로 사용하면서 맞장구쳐줄 수 없다는 찜찜함이나 슬 표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손가락을 놀리다 코이시는 띄엄띄엄 입을 뗐다.
“그러면….”
“머무를 곳은 마련해줄게. 오늘 밤에 바깥세계에서 올 사람이 하나 있어. 어떻게 설득하면 될 거야. 안된다면 다른 곳에라도.”
“…….”
코이시는 두 손을 모아 꼼지락거렸다. 무어 말만 하려고 하면 저쪽에서 한발 앞서 이야기를 꺼내는 탓에 주장이 힘들었다. 상황 대처를 유연케 하지 못하는지라 느긋이 대화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만, 상대의 템포는 너무나도 빨랐다. 자신이 생각을 하고 언어로 의지를 내뱉을 즈음이면 이미 순서는 가로채진 채였다.
알맹이가 꽉 차있던 과자봉지는 흩어져가는 향기와 함께 점차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두 명이 탐하는데 수십 분에 달하는 시간을 버텨냈으니 용하다 할 수 있었다. 해바라기 씨를 씹는 햄스터마냥 과자를 오물대던 코이시는 손이 비게 되자 불안감에 탁을 검지로 탁탁 짧게 두들겨대었다. 박자 없는 두들김만이 고요한 방 안을 살그머니 메꾸었다. 그러다 컵 안에서 녹아내린 얼음이 달그락, 무너져 내리며 고요를 깨었다. 그것이 행동의 계기라도 된 건지, 유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부스럭부스럭, 과자봉지를 완전히 둥그렇게 구겨대면서.
“잠시만, 누가 왔네.”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관계없을 듯한 이야기였다만.
오늘도 평범을 자처하는 마법사, 키리사메 마리사는 텐션을 들뜨게 하는 정보를 마음에 품고 막 하쿠레이 신사에 안착한 차였다. 그 들뜨는 정보란 드디어 레이무를 한 번 골려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었다. 아무리 이변에 도가 튼 레이무라도 잠깐은 흠칫거려 놀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웬걸. 마리사는 신사에 도착하자마자 오히려 자신의 눈을 동그랗게 떠가며 황당함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일생 보지 못할 광경이라 생각했던 것을 본 탓이다. 정확히는 그 하쿠레이 레이무가 부러진 나무 밑동에 쪼그려 앉아 흑흑 울어대는 꼴을 본 탓이다. 마리사는 쩍 벌린 입을 닫는 것도 잊은 채 눈을 휘둥그레 뜨고 황급히 레이무에게 달려가며 물었다.
“…? 레이무? 너 울 줄도 알았냐?”
놀랍지만 비아냥은 아니다. 오히려 순수한 호기심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마리사는 레이무가 화난 모습이야 간간히 본 적 있으나, 이렇게 눈물 콧물을 훌쩍대며 흘려대는 모습을 본적은 없었다. 있으리라 상상한 적조차 없었던 일이다. 유카리가 진지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도 같은 느낌의 것일까. 세계 멸망의 징조와도 비견될 무서운 일이니까 말이다.
“마리사아아......”
“너, 너 누구야 임마!”
“흑끕…. 내 취급이 너무 심해…… 콜록!”
눈물을 잔뜩 흘려 일그러진 얼굴을 레이무가 들더니 계속해서 흐느꼈다. 마리사는 그런 레이무를 보고 바로 생각을 바꿨다. 이건 절대 하쿠레이 레이무가 아니라고. 그저 모습이 비슷한 무언가일 뿐이라고. 뭔가 지금 접근을 허용하면 잡아먹힐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어 마리사는 빗자루를 마구 휘둘러댔다.
퍽, 퍽! 작렬하는 빗자루와 함께 먼지가 흩날리자 레이무의 기침과 눈물이 거세졌다. 앞을 못 봐 휘청거리던 레이무가 한참 뒤에 뒤로 갸우뚱 넘어지자 바닥이 쾅! 크게 패이며 큰 폭의 구덩이가 하나 생겼다. 마리사는 수십 번을 때리고서야 쓰러진 가짜 레이무를 보며 독한 년이라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너희 뭐해?”
“세상이 멸망할 징조가 보여서 퇴치를….”
막 바깥으로 나온 유카리는 그 상황을 보며 뭔 꽁트를 치냐고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진땀을 닦으며 한숨을 픽 쉬는 마리사를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구덩이 하나 메우는 것도 일인데, 일거리가 하나 더 생겨버렸으니.
“시끄럽고 유카리 안 일으켜? 뭔 짓거리야?”
“……아니, 누구세요?”
문득 고개를 돌린 마리사가 목소리의 정체를 보곤 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항상 장난기 많은 유카리가 이를 빠득 문 채로 신경질부리는 광경은 그녀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캐릭터성 쪽으로 좀 많이 문제가 있는 날인가? 고개를 기울인 채로 마리사는 생각에 잠겼다. 놀래키러 왔는데 오히려 자신이 놀라는 일만 하도 연속이라 좀 어이가 많이 없어지려는 지경.
“일어나 유카리.”
“…응.”
“내가 잡아줄 테니까 손에 힘주지 마. 네 손 부서지는 꼴 보기 싫으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유카리가 레이무를 들어올렸다. 홱 낚아채지 않았음에도 레이무는 낚인 물고기마냥 유카리의 품으로 단숨에 안겨들었다. 흑흑 울어대는 꼴이 여느 때의 과장인 것은 알지만, 안받아주면 가끔 어린애마냥 삐져대는지라 이번에는 유카리도 머리나 살살 쓰다듬어주는 쪽을 택했다. 신장차이가 좀 나는지라 하기는 쉬웠다.
“왜 혼자 왔어? 카센은?”
“일단 상황 설명을 좀 부탁하고 싶은데 말이지. 누구세요들? 내가 아는 레이무와 유카리를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나 레이무, 얘 유카리.”
“……아, 놀래키긴 글렀구만.”
쩝. 자신도 비슷한 상황인지라 단박에 상황을 이해한 마리사가 입맛을 다셨다. 카센은? 이라고 레이무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양팔로 방지턱을 만들어서 빗자루에 턱을 괴던 마리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보랏빛 연기가 슬그머니 퍼져나갔다. 마리사의 숨고르기가 완전히 끝나고, 연기가 허공으로 사라지자 마리사의 모습은 카센으로 변모하였다. 가늘게 뜬 눈으로 지켜보기만 하던 유카리는 허리춤을 짚으며 의문을 표했다.
“…뭔 마법이야 이건? 아니, 선술인가?”
“선술도 마법도 아니랍니다. 빙의에요.”
“쯥. 우리랑 비슷한 일이구만.”
“이걸로 마리사도 저도 한 번 레이무를 크게 놀래켜볼 생각이었는데, 실패해버렸어요. 아쉽게도.”
쿡쿡. 카센이 입가를 가리며 작게 웃었다. 웃기지도 않는 농담은 그만두라 레이무는 일갈했다. 카센은 살짝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을 애매하게 표했다. 그녀의 몸에서 다시 연기가 피어나니 이번에는 빙의가 풀리며 둘 다 본모습을 보였다. 빗자루를 홱 들어 제 어깨에 올린 마리사는 아쉬움을 작게 표했다. 당황하는 레이무의 모습을 보겠다는 본 목적은 물로 가고, 오히려 자신만 실컷 놀라게 된 상황이 썩 마음에 들리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재미없어. 뭐라도 반응이 있었으면 손수 딴 송이를 기꺼이 넘겨줬을 텐데.”
“무슨 일인지나 설명해 봐. 놀라는 건 시간 되면 나중에 잔뜩 놀라줄 테니까. 빙의는 뭐야? 이번 이변, 설마 너희들이 일으켰어? 나랑 유카리는 왜 몸이 뒤바뀌었어?”
“저희들은 아니죠. 굳이 긁어 부스럼 생길 일을 자처할리는 없는 걸요.”
“그럼 처음 질문에나 답해봐. 빙의는 뭐야?”
“글쎄. 우리도 어쩌다보니 된 거라서 말이지. 그냥 정신을 집중하니 딱- 되더라고.”
마리사는 말을 이어가며 아주 자연스럽게 신사 내부로 들어서려 했다. 유카리는 어깨를 잡아채며 안으로의 진입을 막았다.
“들어가지 마.”
“왜? 오늘 저녁 전골 끓여먹기로 했었잖아? 신사 때문에 그래? 그러면 안에서 냄비만 챙겨 나올게. 바깥에서 먹자구.”
“아무튼 들어가지 마.”
“깐깐하게스리. 뭐 안에 숨기는 거라도 있어?”
계속된 유카리의 부정에 뭐 숨기는 거라도 있나, 마리사가 눈을 찌푸리며 신사 내부를 봤다. 나름 눈이 좋다 자부할 정도의 그녀여서, 문이 뻥 뚫려있는 신사 내부를 보는 데에 큰 무리는 없었다. 미리 있는 선객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찰나만이 걸렸다. 그 찰나란 유카리가 마리사를 아예 잡아끌어서 신사 내부로 눈을 두지 못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마리사는 안에 있는 선객을 알아챌 수 있었고, 그 선객을 보자마자 크게 손을 흔들어대기까지 이르렀다.
“뭐야, 너도 있었어? 잘됐다. 밥이나 같이 먹자! 레이무가 좀 삐졌어!”
“…….”
오늘만 벌써 이를 몇 번을 빠득댔는지. 한숨을 쉬었는지. 진짜 전부 한 대씩 쥐어박고 싶은 충동이 유카리에게 일었다. 제발 하지 말라는 짓은 하지 좀 말아줬으면 했다. 상식이 결여된 환상향 인간들은 이래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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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물인데 코이시 사이드가 별로 없는 이유는 작가가 TS된 사람보다 그 주변 상황을 묘사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입니당
본 주인은 당황하는데 주변은 되게 덤덤한 상황을 써보고 싶었거든여
상식을 버린 환상향은 이런 일로 당황하지 않는다!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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