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였다."
어둠 속에서 노신의 중얼거림이 울려퍼진다.
우라노스의 크게 뜨여진 눈은, 자신의 발 밑으로 펼쳐진 지하미궁을 향하고 있었다.
"움직였다? 설마, 저거노트가?"
그의 중얼거림에 반응한 것은 주먹 크기의 수정이다.
매직 아이템 '오클스' 건너편에서 숨을 들이키는 펠즈다.
장소는 길드 본부 지하에 펼쳐진 '기도의 방'. 던전에 '기도'를 바치는 우라노스는 완전하지는 않다 해도 미궁 내부의 상황을 포착하고 있다. 정확히는, 한 마리의 '괴물'의 존재를 주시하고 있었다.
오 년이란 시간을 거쳐 되살아난 재앙 '저거노트'.
당시 '질풍'이 속한 '아스트레아 파밀리아'를 학살한 '말살의 사도'는, 오라리오의 창설신 우라노스에게 최대의 경계를 받아 마땅하다.
"아아..... 출현한 층에서부터 크게 벗어나, 계층을 내려가고 있어."
그 재앙과도 같은 '저거노트'가, 이동을 개시했다.
단순한 동일 계층 내에서의 움직임이 아니다. 지상에 있는 우라노스가 확실히 판별할 수 있을 정도의, 계층 단위의 대이동이다.
출현 지대로 예측되는 '물의 미도'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아래로 아래로 향하는 움직임.
"말도 안 돼.... 저거노트의 기원을 생각한다면, 생성된 계층에서 벗어날 리가....!"
현재는 '제노스'와 함께 공략전에 참가하여, 크노소스에 있는 펠즈가 곤혹의 목소리를 흘렸다.
'저거노트'의 출현 조건은 미궁을 향한 다대한 파괴행위.
살아있는 던전이 과도한 데미지에 의해 방위반응을 일으켜, 면역의 존재를 소환한다. 즉 저거노트의 존재의의는 생선된 계층 내에 있는 바이러스ㅡ 모든 모험자의 구축.
만약 표적이 도망쳤다고 해도, 층층이 구성된 계층을 이동하는 일 따위 있을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사실은 한 명의 테이머의 집념이 일으킨, '소년'과 '요정'의 추적.
하지만 아무리 전지의 신, 나아가서는 오라리오의 창설신이라고 해도, '기지'가 통하지 않는 던전에서의 사건들을 상세히 꿰뚫어볼 수는 없다.
지상에 있는 우라노스 내외에겐, 그걸 '이상사태'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반응.... '물의 미도'에 '몬스터 렉스'가 출현했어? 재출현 시간을 무시하고 던전이 보낸 것인가.....?"
우라노스는 저거노트 외에도 무시할 수 없는 던전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다른 신들로부터 '부동'이라고도 놀림받는 위대한 노신은, 그 얼굴을 성대하게 일그러뜨렸다.
(부동 : 불교의 '부동명왕'의 준말.)
"어떻게 할텐가, 우라노스?"
"..... '물의 미도'에 원군을 보내겠다.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한들, 파악할 필요는 있으니."
"하지만, 지금 우리들은 크노소스 공략 중이다. '로키 파밀리아'를 필두로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은 적어. 강제임무(미션)를 발령한다 해도, 지금부터 정규 절차를 밟으면 너무 늦어!"
손 안의 수정에서 쏟아져나오는 소리는 초조함에 물들어 있었다.
너무 늦다, 라는 펠즈의 말이 뜻하는 것이 '헤스티아 파밀리아'의 안부라는 것은 우라노스도 알고 있었다.
'제노스' 사건을 거치며, 펠즈 또한 벨 크라넬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그리고, 우라노스 자신도.
"모든 수를 쏟아붓겠다..... 설령 허사로 끝나더라도."
제단을 둘러싼 네 개의 횃불에, 결단을 내린 신의가 빨려들어갔다.
신좌에 걸터앉은 우라노스는, 푸른 두 눈을 어둠에 휩싸인 천장으로 향했다.
"이제부턴, 우리 이외에도 움직이기 시작하는 자들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ㅡ"
○ ○ ○
쨍그랑, 하고.
소리를 내며, 받침 위에서 컵이 떨어졌다.
"잠깐, 시르! 괜찮아?!"
"......."
은색 머릿결의 소녀 쪽에서 흩어진 도자기 조각에, 점원 루노아가 달려갔다.
낙하한 컵은 가게 물건이 아닌, 어떤 동료가 애용하고 있던 용기였다.
지금, 이 주점에는 없는 엘프의 것이다.
부서져 흩어진 파편을 내려다보던 시르는, 자신의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는, 붉은 방울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미안해, 다들.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앗, 시르! 어디 가냥!?"
캣 피플 아냐의 목소리를 흘려버리고, 가게 뒷문 쪽으로 모습을 감추는 시르.
아직 문을 열지 않아 한산한 가게 내부에, 아냐 일행만이 남겨졌다.
"분명 류라도 찾으러 간 것이다옹."
"그거 말곤 생각할 게 없잖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아냐와 같은 캣 피플 클로에가 주운 컵의 파편을 손가락으로 굴리는 중, 휴먼 루노아가 뚱한 기분인 양 입술을 구부렸다.
그녀들의 말에는 기운이 없다. 주방에서 일하는 다른 점원들도 똑같았다.
일에 집중하지 않는 그녀들에게 여주인 미아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짦은 한숨만 내뱉으며 모르는 척 했다.
"냐아~ .........전부 류 때문이다냥! 시르가 이상한 것도, 가게 분위기가 어두운 것도, 우리들이 걱정하는 것도!"
아냐가 천장을 보며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주점에서 모습을 감추기 전, 류가 하루하루 굳은 표정을 하고 있던 것을 아는 점원들은, 뭔가 귀찮은 일에 휘말린 건 아닐까 하고 우려하고 있었다. 긴 인연으로부터 오는 그녀들의 '직감'이었다.
이유조차 설명할 수 없는 '왠지모를 예감'을, 모두가 느껴버리고 있다.
"미안하다! 아무나 있느냐!"
그 때였다.
"무슨 일이냐옹?"
"여신님? 손님?"
"아니, 저건 소년의 주신..... 헤스티아님이다옹."
가게 입구에서 나타난 것은 유녀로 착각할만한 여신, 헤스티아였다.
필시 달려왔을 것이다. 숨은 헐떡거리고, 묶은 흑발은 흔들리고 있었다.
헤스티아는 제대로 호흡을 가다듬고, 아냐, 루노아, 클로에에게 다가섰다.
"자네들, 엘프 군과는 절친 아니더냐!?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을 정도의!!"
"엘프라는 건..... 류를 말하는 것이냥?"
"맞다!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인데, 자네들도 그 엘프 군처럼, 터무니없이 강하고 그러느냐!?"
"자, 잠깐 기다려봐, 여신님. 갑자기 들이닥쳐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렇다옹, 먼저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건지, 설명해야하는 것이다옹."
아냐가 고개를 끄덕이고, 루노아가 당황스러워하고, 클로에가 혼자 냉정히 물어보았다.
얼굴을 들이밀고 있던 헤스티아는, 입을 꾹 닫았다.
"............이거."
대답 대신에 건네받은 것은, 한 통의 편지였다.
아냐가 받고, 양 옆에서 루노아와 클로에가 쳐다본다.
"내 파밀리아의 서포터 군이, 18계층에서 보내온 편지다....."
편지에 적혀있는 것은, '질풍'에 관한 상황, 그리고 '원군'의 요청.
그저 주점 점원일 터인 3명은, 역전의 전사와 같이 표정을 날카롭게 바꿨다.
○ ○ ○
빠직, 하고.
소리를 내며, 망치에 금이 갔다.
"응.......?"
그곳은 '헤스티아 파밀리아'의 홈 '화덕관'의 뒷마당에 세워진, 벨프의 공방이었다.
그곳의 원래 주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기 공방인 듯한 얼굴로 도검을 제련하고 있던 그녀는 금이 간 망치를 멀뚱멀뚱 쳐다본다.
"열이 너무 들어가 버린 것인가? 아니아니, 이건 단야사의 영혼과 같은 도구의 정비를 하지 않은 벨식이의 과실! 그런 게 틀림없구나! 결코 임자의 잘못이.... 아니, 역시 임자의 잘못일지도..... 위험해... 위험하다...... 혼나겠구나."
상반신에는 풍만한 두 개의 언덕에 감긴 흰색 천 한 장, 머리를 감싸쥐며 중얼중얼 군소리를 하기 시작하는 그 모습은 범인이 아니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부서진 망치에 눈을 돌린 그녀는, 문득 중얼거렸다.
"혹은.... '기별'인가?"
조용해진 공방에서 망치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앗, 뭐냐, 자네들은? 설마 '헤스티아 파밀리아'에 들어온 빈집털이......."
"오해하지 말아줘. 헤파이스토스가 파견한 그대와 같은, 이곳의 경비를 맡은 사람들이니."
"오오, 그런 거였나. 미안하게 됐네. 듣고보니 본 기억이 있구만..... 분명, 신 미아흐와, 그 권속이었지?"
천하태평하게 웃는 그녀는 잡담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눈 앞의 두 사람의 분위기를 보고, 곧장 표정을 고쳐먹었다.
헤스티아가 '풍요의 여주인'으로 향해 부재중인 상황, 나자가 입을 열었다.
"조금.... 귀찮은 의뢰, 맡아주지 않을래? '키클롭스'."
방에 울려퍼지는 여자의 이명과 '의뢰'라는 단어.
'헤파이스토스 파밀리아' 단장으로서 마스터 스미스, 츠바키 콜브랜드는, 안대가 덮고 있지 않은 오른쪽 눈을 가늘게 좁혔다.
본문
[참고] [미리보기] 던만추 14권 막간 - 움직이기 시작하는 자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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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와 츠바키가 있어서 상쇄될거 같습니다 레벨도 말이죠. 이상사태에 대한 능력은 아냐와 츠바키가 잡을 것이고 4레벨이면 24층까진 손쉽게 이동할 레벨이니까요 | 19.01.06 07: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