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2962
2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005
3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040
4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080
5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099
6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115
7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193
8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220
9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294
10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316
11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395
12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449
13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516
14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553
15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586
16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661
17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710
17.5-1: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3840
17.5-2: (라스트오리진 19 게시판)
오메가가 의식을 되찾은지 약 반년이 흘렀다. 그 반년간, 오메가는 펙스와 오르카의 정식 동맹을 추진해 성사시킨 후 일전에 벌어졌던 철충 사태를 완전히 마무리짓고 유라시아 대륙의 철충을 소탕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그녀가 펙스의 기술을 아낌없이 공유해준 덕에 오르카 병력의 질은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이와 사령관의 천부적인 지휘 실력이 맞물려 여러 번의 전투에서 순조롭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메가는 오르카의 각종 시스템을 정비하고 개선하는 데에도 크게 일조해 전반적인 생산량을 크게 끌어올리기도 했다. 최강의 레모네이드라는 수식어가 허언은 아니었는지, 그녀는 이제껏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시스템상의 사소한 결점들을 모조리 찾아내어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었다.
물론 펙스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은 여전히 만연해 있었다. 오메가가 처음 합류했을 때와 비교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수준으로 미미했지만,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오르카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직도 요원해 보였다.
“오메가 님, 훈장이 또 하나 왔어요. 어디 보자… [오르카 소속 구성원들의 상벌 제도 개선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여 이 훈장을 수여함] 이라네요.”
“아, 정말? 잘됐다! 그 건은 훈장받기에는 조금 애매해서 걱정했는데.”
그렇기에 오메가는 무언가 공로를 세울 때마다 적극적으로 어필하여 훈장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누구나 인정할 성과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쌓아나가기 위함이었다.
“이걸로 11개째인가?”
“12개째예요. 이것도 저쪽 벽에 장식해둘까요?”
“그래줄래? 고마워.”
퀭한 안색의 유미가 번쩍거리는 케이스에 담긴 훈장을 들고 벽쪽으로 비틀비틀 걸어간다. 유미 역시 오메가의 부관으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오메가는 자신의 곁에서 최선을 다하는 충직한 부관이 기특해 싱긋 웃었다.
“훈장으로 한 줄을 꽉 채우셨네요. 곧 공간이 부족해지겠어요.”
“한참 멀었지 뭐.”
철충 사태 해결에 대한 공로로 받은 첫 번째 훈장을 시작으로, 형형색색의 훈장들이 일렬로 장식되어 있었다.
“....”
오메가는 아무 말 없이 그 훈장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이 오르카와 동맹을 맺어 이렇게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새삼 놀라워 묘한 기분이 든다.
‘말로만 동맹이지, 실상은 펙스가 오르카의 밑으로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긴 하지만.’
생명을 받아 태어난 그날부터 모두의 위에 우뚝 서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던 이가 바로 그녀였다. 그것이 자신의 피에 새겨진 숙명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런 자신이 한 명의 남자를 위해 몸바쳐 일하게 될 줄이야.
“오늘 일은 슬슬 마무리할까. 수고했어, 유미.”
“네, 오메가 님도요!”
오메가의 말에 화색을 띠며 웃는 유미.
“저녁이나 같이 먹을래?”
“아, 죄송해요. 사실 오늘 사령관님이랑 동침할 순번이라 저녁 대강 먹고 빨리 준비하려고요. 헤헷, 먼저 실례할게요!”
유미는 생기발랄한 어투로 쪼르르 달려나갔다.
“평화롭네…. 정말.”
책상을 간단히 정리하며 피식 웃는 오메가. 이렇게나 실없는 나날을 보내는 것은 수백 년의 생애를 통틀어 처음이다. 이 평화를 위해 적잖은 대가를 치러야만 했지만, 이런 일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대가도 턱없이 싸다고 느껴진다.
“....”
오메가는 펜과 메모지를 서랍에 넣다가, 서랍 안쪽에 고이 모셔둔 손수건을 발견했다. 검게 변색된 피로 더럽혀진, 엄중히 보존처리 된 하찮은 손수건.
이 보잘것 없는 손수건이 자신을 한 번 파괴했다가 다시 태어나게 했다니.
타고난 악의 천성을 버리고 빛을 향해 나아가게 만들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다. 너무도 터무니없어 이 모든 것이 꿈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행히 꼬집은 볼이 욱신거리는 것을 보면 꿈은 아닌 모양이다.
-딸깍
오메가는 집무실의 전등을 끄고 밖으로 나섰다. 부쩍 쌀쌀해진 공기에 몸이 으슬으슬 떨려온다.
‘그러고 보니 이번주에 추모를 아직 안 했구나. 바로 저녁먹기도 애매하니 식사 전에 다녀와야겠다.’
오메가가 옷깃을 여미며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긴다. 펙스 희생자 추모공원 방향이었다. 오메가의 건의로 건설된 이 공원은, 이제껏 펙스에 의해 희생된 바이오로이드들의 유해가 안치되어 그들을 추모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었다. 실종되어 유해를 찾지 못한 희생자들의 경우 따로 인력이 배정되어 수색작업이 이어지고 있었고, 이를 지휘하는 것 역시 오메가였다.
‘지난주에 보니까 낙엽이 많이 쌓였던데 청소를 좀 해야겠어.’
오메가는 묘지 곳곳에 쌓인 낙엽을 청소할 생각으로 입구 근처의 창고에서 빗자루를 하나 꺼내 공원 안쪽으로 향했다.
‘응? 저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던 오메가가 우뚝 멈춰선다. 익숙한 신형이 하나 보였기 때문이었다.
“....”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말없이 묘비를 바라보는 누군가가 하나. 그 정체는 일전에 돌 하나를 쥔 채로 오메가를 습격했던 바이오로이드였다. 그녀는 재활 치료를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된 후, 추모공원에 종종 찾아와 희생된 친구들을 기리고는 했다.
초기에는 술에 취해 묘비를 껴안고 울거나 난동을 부려 이송되는 일도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상처를 극복해내고 있는 듯했다. 지금만 해도 침착함을 유지한 채로 조용히 옛 친구들을 추모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가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쉰다. 이런저런 감정이 녹아든 하얀 입김이 초겨울의 찬 공기 사이로 흩어진다.
“?”
‘이크.’
인기척을 느꼈는지 오메가가 서있던 방향을 돌아보는 그녀. 오메가는 후다닥 몸을 숙여 허리 높이의 돌담에 모습을 숨겼다. 아직 마주하기에는 서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오메가로서는 그녀에게 무릎 꿇고 엎드려 사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당사자가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에도 용서를 강요하는 것 역시 끔찍한 폭력일 뿐임을 알기에 그 소망을 억눌러야 했다.
‘잠시 숨어 있다가 가면 나가야겠다.’
두 사람은 이전에도 추모공원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저 바이오로이드는 오메가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노골적인 살의를 드러냈다. 핏발 선 눈으로 달려들다가 주위의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저지된 적도 두어 번 있었다. 가장 최근에 마주쳤을 때는 혀를 차며 신경질적으로 지나치는 정도로 나아졌지만, 여전히 불편한 관계라는 것은 분명했다.
‘슬슬 갔나?’
더이상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숨죽인채 기다리던 오메가가 슬쩍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살핀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그녀가 조심스레 몸을 일으킨 그 순간이었다.
“어이.”
“꺄악!”
뜻밖에 등 뒤에서 들려온 음성에 오메가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허둥지둥 몸을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니 오메가 못지 않게 놀라 보이는 바이오로이드가 있었다.
“뭐,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그냥 부른 것 뿐인데.”
이런 반응을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인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그녀는 넘어진 오메가를 향해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으려 하다가, 순간 표정을 구기며 다시 손을 거두었다. 오메가는 혹시라도 그녀를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천천히 일어섰다.
“...왜 숨은거야?”
“절… 보고 싶어하지 않으실 것 같아서요.”
“그럼 숨기라도 잘 숨던가. 아주 거기 있다고 광고를 하더만.”
코웃음 소리에 무심코 움츠러드는 오메가. 쓸데없는 짓을 해서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은 아닐까 덜컥 걱정이 앞선다.
“죄, 죄송해요.”
“됐어. 사과 받으려고 온 것도 아니고.”
머리를 숙여 사죄하는 오메가에게, 그녀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럼, 어쩐 일로…?”
“난민들한테 포격한거, 너 아니었다며.”
“네?”
다소 뜬금없는 물음에 되물어보아도, 어서 대답하라는 듯 말없이 바라보는 그녀.
“...네, 제가 직접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어요. 다른 자매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었죠.”
“시위 주동자 처형한 것도, 너 말고 다른 레모네이드였고.”
“...네….”
오메가가 조심스레 답한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의중을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왜 공표하지 않아? 전범 년이 희생자 수색이니 추모니 하면서 쇼한다고 대놓고 말 나오는데. 네가 전부 다 한 건 아니라고 하면 그런것도 훨씬 수월해질거 아냐.
예전에 내가 너 죽이려고 달려들었을 때도… 그 말 안 했잖아. 했으면 나 아주 미친 년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희생된 분들과… 상처받으신 분들께 더욱 상처를 드리는 짓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내가 안 했다, 내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분명 제게는 더 쉬운 방법이었겠지만, 이미 끔찍하게 아파하시는 분들을 더욱 아프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책임을 회피하며 도망친다면 그분들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복수심 때문에 더욱 힘들어 하실 것을 알았으니까.”
오메가는 떨려오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며 답했다.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한 쌍의 눈동자에 어떤 감정이 담겨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아 적잖이 두렵지만, 그 무서움을 필사적으로 달랜다.
“게다가 설령 제가 직접 저지른 짓이 아니라고 한들, 펙스의 책임자로서, 맏이로서 자매들을 통제하지 못한 잘못도 분명 있었으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제가 죄악을 짊어질 이유는 충분하죠.”
흔들림 없는 오메가의 눈동자로부터 진심이 전해진 것일까?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 모든 죄를 짊어진다고? 그럼 여기서 널 죽여버려도 할 말은 없겠네?”
오메가가 움찔 떤다. 눈앞의 이 바이오로이드에게 실제로 습격당해본 경험이 있었던 만큼, 피부로 와닿는 위협이 어마어마했다.
“...네. 그래야만 당신의 마음이 풀어진다면, 얼마든지.”
오메가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뜨고 그리 말했다. 흔들림 없는 올곧은 목소리로.
“하지만, 혹여 가능하다면… 제게 조금의 말미를 주세요.
아메리카의 펙스 희생자 수색 작업이 앞으로 길어야 1년 정도면 끝나요. 그 분들의 유해를 모두 수습해 이곳에 안장하고, 한 분 한 분께 모두 사죄를 드릴 만큼의 시간만 제게 주실 수 있나요? 그 후라면 절 어떻게 하셔도 좋으니.”
“....”
대답은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오메가의 떨림이 잦아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녀 앞의 바이오로이드는 몸을 잘게 떨기 시작했다.
“...핫. 여전히 밉살맞은 년이라니까.”
큰 한숨과 함께 침묵이 깨어진다. 그녀는 위협적으로 쥐어든 주먹을 내리고 거짓으로 꾸며낸 살의를 거두었다. 진심으로 해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고 적당히 반응을 떠보기만 할 계획이었는데, 이런 대답을 들어버리면 무어라 이야기를 덧붙일 수조차 없다.
이제껏 보인 그 모든 행동이 가식이 아니었구나.
단순한 면피를 위해 둘러대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후회하고 있구나.
그동안의 행보를 전해들으며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으나, 한 조각 의심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마주해보니 이제야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진정으로 오메가의 죽음을 바란다면, 그녀는 정말로 죗값을 모두 치른 뒤 담담히 죽음을 맞이하리라.
“휴우….”
오메가는 둘 사이를 채우던 날선 긴장감이 사라졌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혹시라도 착각하지는 마. 널 찢어죽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니까.
지금 여기서 널 죽이지 않는건, 죽은 친구들이 내 인생을 손수 조지는걸 바라고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야.”
그런 오메가에게 한마디 건네는 그녀. 하지만 이전과 비교햇을 때 목소리에 담긴 기세는 확실히 누그러져 있었다.
“나, 내일 아메리카로 가. 오늘 여기 온 것도 친구들한테 인사하려고 온 거야. 가장 꼴 보기 싫은 년이랑 마주칠 거라고는 예상 못했지만.”
혼잣말인지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
“아직 한 명의 유해를 못찾았거든. 내가 직접 찾아주고 싶어서 수색 작업에 지원했어. 그동안은 아메리카라는 단어만 들어도 무서워서 덜덜 떨었는데, 이제는 좀 괜찮아져서.”
오메가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어 잠자코 말을 듣고만 있었다.
“친구랑 다시 여기 돌아올 때까지, 하루하루 네 죄의 무게를 새기며 괴로워 해. 돌아오면 내 친구에게 무릎 꿇고 잘못을 빌어. 이곳에 묻힌 다른 친구들에게도.”
목소리가 조금 떨려온다. 죽어 묻힌 친구들을 그리며 슬퍼하는 것일까.
“...내 친구들이 널 용서한다면, 나도 널 용서할테니까.”
말을 마친 그녀는 돌아서서 멀어져갔다. 오메가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멍하니 곱씹다가, 그 의미를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고, 고마워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오메가가 그간 고통을 견뎌가며 뿌린 선의의 씨앗이, 드디어 처음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 사실이 너무도 감격스러워 눈물이 절로 흘러나왔다. 오메가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죄의 증인인 그 이름 모를 바이오로이드에게 감사를 표했다. 복수심과 증오를 극복한 그녀의 끝모를 자비에 감사를 표했다.
“필로미나야.”
천천히 멀어져가던 그 바이오로이드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오메가에게 말했다.
“필로미나라고. 내 이름.”
눈을 끔뻑이는 오메가에게 재차 이름을 밝히는 필로미나.
“고마워요, 필…”
“필로미나라고 부르지는 마. 그렇게 부를 수 있는건 내 친구들 뿐이니까.”
하지만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은 단호하게 막았다. 오메가는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엿이나 먹어.”
필로미나는 오메가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등뒤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보였다. 하지만 오메가는 그 퉁명스러운 모욕마저도 용서의 징표인 것처럼 느껴져 그저 기쁠 뿐이었다.
그렇기에 오메가는 필로미나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끝없이 감사를 표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카라카스에서 선의로 전해진 한 장의 손수건.
그 손수건으로 말미암아 구원받은 한 명의 오만한 여인은, 그 목숨을 바쳐 구원자를 구해냈다.
기적과도 같이 두 번째 생을 허락받은 그 여인은, 다른 이들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자신의 구원자가 그러했듯.
수없이 많은 모욕을 받고, 의심을 받고, 질타를 받으면서도 꿋꿋이, 묵묵히 손수건을 건네고 건네던 나날.
몇 번이고 흔들리고, 몇 번이고 절망하고, 몇 번이고 좌절하면서도 굴하지 않고 견뎌내던 나날.
그 기나긴 고통의 끝에, 마침내 그 첫 열매가 맺혔다. 더없이 괴로워하면서도 끝끝내 굴하지 않은 대가를 받게 되었다.
그녀는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뗐을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제껏 저지른 끔찍한 죄악을 참회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비교도 되지 않는 수의 손수건을 건네야 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 가혹한 과업 앞에 번민하지 않는다. 언젠가 반드시 구원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녀의 메시아가 알려주었듯, 미진한 발걸음일지언정 쉼없이 내딛는다면 그 어떤 곳이든 닿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으니까.
인간, 오만, 손수건 (完)
--------------------------
끝났드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
좀있다 후기랑 링크모음 올리겠읍니다

(IP보기클릭)119.206.***.***
(IP보기클릭)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