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부스스하게 몸을 일으킵니다.
날씨는 아주 좋습니다.
시원한 공기와 따뜻한 아침 햇살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게 만드는군요.
혹시나 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스카이트리.
빠르게 샤워를 끝내고 짐을 정리합니다.
필요한 물건도 다 챙겼으니 오늘도 무탈한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출발.
역으로 가기 전, 호텔 근처에 신사가 있다고 해서 잠시 들렸습니다.
낙엽봉투가 도리이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청소를 해두는지 신사 내부는 무척 깔끔합니다.
그 흔한 나뭇가지조차 굴러다니질 않네요.
지도에 따르면 타마히메이나리 신사라고 하네요.
이나리는 여우로 표현되기도 하는 곡식의 신이라는데 타마히메玉姬라는 건 대체..?
일본의 토속신인 걸까요.
이런 물은 수돗물을 끌어오는 거겠죠?
이제 보니 저 뒤에서 경내를 청소하고 계시는 분이 있었군요.
흔들어보고 싶은 큼직한 방울이지만 이른 아침에 주택가 한 가운데서 종을 울리는 건 안 될 짓 같아서 관뒀습니다.
본당 옆 나무에는 종이가 묶여있습니다.
소원을 적어서 매달아두는 용도로 짐작해봅니다.
센쇼지의 그것과는 다르게 생긴 에마들.
위의 나무도 그렇고 지역 주민들이 제법 많이 오는 신사인가 봅니다.
일본의 까마귀는 정말 언제 봐도 크네요.
호텔 주변은 공사가 한창입니다.
도로 보수 겸 다른 공사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미나미센주역으로 가는 길.
승강장으로 올라가자마자 열차가 들어옵니다.
순조로운 스타트.
아직 러쉬아워 시간대라 전철은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출근길에 오른 직장인들 사이 관광객은 정말 이상야릇한 느낌입니다.
워...
역시 우에노역.
역내가 복잡한 건 아닌데 동선이 무척 깁니다.
우에노 공원 방향으로 나왔습니다.
지나가다 맥도날드에서 풍기는 맥모닝의 향기를 이겨내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생각해보니 왜 안 먹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네요.
사실 도쿄엔 아주 어릴 때 부모님 손 잡고 온 적이 있습니다.
우에노 공원이나 오다이바 같은 곳은 기억이 나는데 나머진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초행길처럼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오늘 처음 갈 목적지는 이곳이 아닙니다.
단지 산책 삼아 지나가는 곳일 뿐.
가는 길에 도리이가 연달아 있는 신사가 있습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의 그것과 조금 비슷하네요.
방향을 조금 틀어서 이쪽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한참을 걸어 우에노 공원을 빠져나와 걷고 있는 도중 한 컷.
월리를 찾아라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것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곳도 거주지구인 것 같은데 호텔이 있는 곳과는 풍광이 많이 다릅니다.
오늘의 1차 목표, 네즈 신사입니다.
후문으로 와버렸네요.
이곳 네즈 신사 주변에는 은근히 볼거리가 많습니다.
북동쪽에 고양이 마을로 알려진 야나카긴자와 야나카 묘지가 있습니다.
오늘의 1차 목표도 이 구역을 다 돌아보고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만...
후문으로 온 바람에 조금 돌아오느라 본당 먼저 와버렸습니다.
어느 외국인 관광객 한 분이 먼저 와서 합장을 하고 계시네요.
푸른 눈의 이방인이 눈까지 감으며 기도하는 모습에서 절도와 정결이 느껴집니다.
쫘자자잔.
네즈 신사의 볼거리인 연속 도리이(...).
소름끼치도록 저렴한 표현에 자성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교토의 그것과는 달리 정말 작습니다.
정확히는 입구는 사람 키만했던 것이 점점 갈수록 높이가 낮아져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그 반대였던가(...)?
여하간 어느 구간에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도록 한 것은 도리이의 끝에 있는 이 이나리신을 향한 예식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는 중간에 칼치기로 들어와서 왔습니다.
아니 중간에계단까지 있길래 그냥 올라간 건데 그..(왱알왱알)
오늘도 여정이 무탈하길 빌며
1엔을 던지며 소원을 빕니다.
...이러다 무슨 일 날 것 같네요.
제 뒤로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셔서 자리를 뜹니다.
1엔 넣은 걸 들킬까봐 그런 건 아니에요.
이곳은 정말 고요합니다.
산책하는 동네 주민 몇 분을 제외하면 신사 안에 사람이 안 보이네요.
들어오는 쪽에 위치한 연못에는 잉어들이 잉어잉어하게 놀고 있습니다.
부지는 꽤 넓은 신사인데 소박한 규모가 인상적입니다.
이런 공간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는 게 무척 바람직합니다.
한겨울인데도 날씨는 그야말로 천고마비.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입니다.
그렇지만 일본의 겨울은 생각보다 건조하네요.
신사 입구에는 귀엽게 그림으로 표현된 안내도가 있습니다.
아까 그 연속 도리이의 명칭은 센본도리이라고 하는군요.
보아하니 그 옆에 정원도 있었는데, 제가 갔을 때는 손질중인지 입구를 막아놔서 못 가봤습니다.
봄 되면 이쁠 것 같아요.
신사 입구의 모습입니다.
신사를 역방향으로 탐방한 수기는 여태까지 보질 못했네요.
원래대로라면 이나카긴자로 갔어야 했지만 그 쪽은 포기하고 이케부쿠로로 가는 길입니다.
급조한 일정 탓인지 동선을 잘못 짜는 바람에 이건 돌이켜보면 오판이었네요.
닛포리까지만 가면 야마노테선을 타고 이케부쿠로까지 갈 수 있는 거였는데, 좀 아쉽습니다.
밑으로 내려와 토다이마에 역까지 갑니다.
여기서 코라쿠엔까지 가서 다시 환승하는 수고를 하고 있습니다. 흑흑
이 때 JapanTransitPlanner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아서 헷갈렸네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앱스토어에 있는 것을 그대로 캡처해왔습니다.
한국어도 지원하고 안드로이드 환경에서도 다운 및 사용 가능합니다.
이 어플리케이션은 출발역과 도착역을 입력하면 복수개의 도달 가능한 경로를 탐색하여 제시해줍니다.
특히, 환승/요금/속도 이 세 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산출하기 때문에 앞의 세 가지 중 선호하는 플랜을 채택하시면 됩니다.
JR패스 등을 구입했을 때의 이득을 계산한다든지 다양한 옵션도 제공하므로 편리하기도 하고요.
간단하기 때문에 직접 사용하시는 게 더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다만, 결국 출발역과 도착역이라는 두 큰 변수에 근거해 계산하는 거라서 잘 설정하셔야 합니다.
이 때문에 구글 지도와 연동해서 사용하시면 극강의 활용도를 낼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스팟&랜드마크의 위치 + 구글맵을 통한 이동 동선 및 인접한 역 + 플래너를 사용한 최적 루트
아마 숙달되시면 저 같은 문제는 없으실 겁니다...
저는 앱이 익질 않아서 활용을 못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네요.
머-엉
이케부쿠로로 가는 전철이 옵니다.
꽃집이 이뻐서 또 찰칵.
꽃 냄새에 취해 실실대던 라히는 이상한 점을 느끼게 됩니다.
나.. 현찰을 안 들고 왔어...?
망치로 뚝배기가 날아간 느낌.
홀리슅숙소를 나오면서 현금을 아예 다 두고 와버렸습니다!
수중에 있는 건 스이카에 있는 1700엔과 500엔이 안 되는 동전뿐.
다행히 카드 지갑은 들고 왔네요.
오늘 지출도 명확하게 잡아두지 않았던 터라 조심해야겠습니다.
어쨌든 도착한 이케부쿠로.
오늘의 목표? 또 빅카메라입니다.
비끄~ 비끄비끄!
지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제법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충전기는 없었답니다.
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빅카메라의 마스코트 캐릭터인가 봅니다.
..마스코트를 두는 의미가 있는 건가?
제법 매니악한 카테고리의 잡지들도 다루고 있네요.
제 또래에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련지.
사진동아리에서도 거의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빠나나?
현찰도 없는데 원래 가려던 모우코 탄멘은 못 갈 것 같고.. 어찌해야 할까요.
묘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공사현장의 모습.
이끌리듯이 걸어갑니다.
요 너덜거리는 천과 양파망(?)이 제 안의 무언가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읭? 건물 바로 옆에 만화 상품을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예전에 오사카에서 동생이랑 구경했던 가게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가샤폰들이 있습니다.
일본은 정말 어딜 가든지 뽑기를 볼 수 있네요.
잘생긴 형들이 환영해줍니다.
계단을 올라가다 찍은 사진.
유명 가수인지 성우인지 모르겠습니다.
옷은 뭔가 좀 태클 걸고 싶게 생겼지만 패스.
2층은 이런저런 만화책을 팔고 있네요.
만화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셜록?!
동생에게 보여줬더니 진짜 영국에서 제작해서 출판한 만화라던데, 외모를 상향받은 컴버배치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다 보여서 한 컷.
그냥 뭔가 귀여워서 손이 갔습니다.
요리만화일까요.
테니스의 왕자!
예전에 투니버스에서 자주 본 기억이 납니다.
설마 아직도 연재중인 작품일 줄이야.
♬아직은 난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그 곳을 향해~♪
어린 제게는 유진하고 독고시형이 제일 멋있었습니다.
이것도 요리 만화인듯?
제법 인기가 있는지 많은 여성분들이 이 앞에서 수다를 떨다 가셨습니다.
좀 더 올라온 이곳은
잘생긴 남자들끼리 희희낙락거리는 내용의 책들을 팔고 있습니다.
결국 남자나 여자나 결국은 멋지고 이쁜 것을 좋아하기 마련이죠. 음음
층마다 성별에 따른 서적이나 굿즈들의 경향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직접 둘러보니 아주 절대적인 건 아닌 것 같고 대체로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만화를 남/녀로 갈라서 분간하기는 어렵겠죠.
실은 공간 문제겠지만.
그래도 타겟팅은 확실히 되어있는 건지 손님들 상당수는 다 여성분들이네요.
10대에서 3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역시 일본의 만화는 자국민들에게도 대중적인 문화인가 보네요.
곳곳에서 '카와이이'가 들리고 있습니다.
어벤져스~
지금 엔드게임가망이 없어를 앞둔 시점에서 캡틴 빼고 전부 고인이네요.
아, 맨 좌측의 그 분은 특별하니까요.
포켓몬 마스크팩이라...
팩이 포켓몬 모양으로 생긴 걸까요.
파스텔톤의 패키지가 이쁩니다.
뭘 보냐 시바.
독특한 컨셉의 클리어파일이어서 한 컷.
한 구석에는 스포츠 만화 상품도 있습니다.
뭔진 모르겠고 귀여워서 한 컷.
좌측의 상품들은 아크릴로 만든 것 같은데 캐릭터 상품이라 그런 건지 아크릴이라 그런 건지 꽤 가격이 있네요.
빨간 모자를 쓴 남자애가 귀여워서 한 컷.
위에 나온 인물 4명으로는 무엇을 하는 작품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단추에 딱지가 붙어있습니다.
1 4 7에 의미가 있는 걸까요, 아님 가려진 숫자들에 의미가 있는 걸까요.
엘리베이터 문도 꽤나 신선합니다.
그나저나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스피커에서 후욱후욱거리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광고가 흘러나와서 순간 기겁했네요.
이케부코로의 한복판.
전광판에서는 인기 음악 순위가 나오고 있습니다.
요네즈 켄시의 레몬은 아직도 10위 내에서 인기몰이 중.
글로벌 기업이라면 당연히 카드 결제가 되겠지- 라는 생각에 온 KFC입니다.
트위스터 박스에 멜론소다로 주문했습니다.
한국보다 가격이나 구성이 좋아보입니다.
트위스터 안의 야채가 씹히는 게 맛있습니다.
소스를 데리야키 말고 페퍼로 했으면 더 맛있었으려나. 냠
맨 위에 보이는 원반처럼 생긴 감자튀김도 맛있었습니다.
헬로키티샵.
헬로키티는 좋아하질 않아서 패스합니다.
급전개이지만 이케부쿠로를 떠납니다.
만다라케라는 곳도 구경갔었는데 사진이 어떻게 한 장도 없네요.
라히야....
여하간 다음으로 이동할 장소는 아마 여러분도 익히 아실 것 같습니다.
미숙하고 서툴렀던 두 사람이 만나던 빗 속의 그 곳.
신주쿠 공원입니다.
무작정 도쿄! 03 - 이케부쿠로&신주쿠&하라주쿠&시부야[上] 마침.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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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도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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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끌라스
아아, 정성을 5배만 더 들일 걸 그랬네요. | 19.02.07 14: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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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만 갖고 있는데도 느껴지는 무력감이 정말.. 컸던 것 같습니다. | 19.02.08 02: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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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타겟층이 여성이었군요.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점원들이 절 바라보던 미묘한 눈빛의 진의를(...) | 19.02.08 02: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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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19.02.08 20: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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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한 정체)..! | 19.02.08 20: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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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비록 여행 초보이지만 열심히 답변드려보겠습니다. 쇼핑하면서 놀기에는 하라주쿠랑 긴자가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사는 재미가 역시.. 도보로 다니며 여유롭게 즐기신다면 신주쿠와 하라주쿠 추천드립니다. 공원과 도심이 잘 어우러진 곳이고 밤이나 낮이나 볼거리가 많습니다. 하루 정도 시간 내신다면 도쿄 디즈니씨 같은 테마파크나 제 여행기에 나온 가마쿠라 같은 근교도 추천할 법 한데, 사전조사를 꼼꼼이 해두시면 좋습니다. 제가 조금 소홀했던 부분들이 아쉬웠거든요. 계획 짜는데 귀띔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9.03.07 22: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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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큰도움됫네용~ 고맙습니다~ | 19.03.08 12:4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