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현찰 없이 지낼 수 있을까요? 라는 물음에 직접 도전해보는 하루입니다.
죽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신주쿠 역으로 가는 길
시간은 막 11시 50분을 넘긴 참입니다.
열차를 타고 지나가는 일순 보이는 신주쿠의 풍경
긴자가 얄쌍하다면 신주쿠는 굵직한 느낌이네요.
역에서 나와 바라본 풍경은 이색적입니다.
넓찍하게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고가도로와 그 밑을 거니는 사람들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넌 진짜 커다란 장소에 있노라고.
마천루로 덮인 도쿄의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넓찍한 공간감이 새롭습니다.
알고 보니 이곳이 '너의 이름은.'에 나왔던 장소네요.(구도상으론 반대방향)
이왕 가는 거 덤으로 관련 스팟도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신주쿠역 인근을 위성사진으로 보면 크고 작은 녹지가 눈에 띕니다.
녹지 바깥의 자글자글한 건물들을 생각하면 의도적으로 꾸며놓은 것 같은데, 도시공학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신주쿠 공원 앞에 도착을 했습니다.
?!?!?!
공원에 가야지~ 느낌으로 정해서 사전 조사고 뭐고 없이 와버렸는데 입장 티켓이 필요하네요.
가..갖고 있는 현찰은 어제 와플을 사먹고 남은 400엔이 좀 안 되는 동전뿐.
관리인 분께 혹시 스이카로도 되냐고 여쭤봤습니다.
안 된다네요(찡긋)
현물자산 절반을 소모해서 출력한 티켓
빠꾸는 없습니다.
한국어로 된 가이드가 있습니다만, 작품을 보고 오신 분들은 웹상에서 순례 가이드를 참고하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신주쿠 공원의 약 58만 3000평방미터인데, 석촌호수가 약 28만 5000평방미터이니 단순 계산으로 두 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서울숲과 비교하면 서울숲이 120만이니까 절반 크기네요.
어마어마한 크깁니다.
언어의 정원 속 풍경을 머릿 속에 그려가며 일본식 정원쪽으로 걸어갑니다.
사진으론 다 담을 수 없는 잔디밭의 광활함
초목이 우거진 때에 오면 정말 이쁠 것 같습니다.
외투를 벗고 천천히 공원을 걷습니다.
제 목적은 영화 속 장소를 둘러보는데 그쳤지만 하나의 공원으로서도 굉장히 아름다운 곳입니다.
빽빽하고 굵은 나무들을 보고 있으니 숲 한 가운데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드네요.
햇빛을 막아줘서 시원합니다.
'윗 연못'에 도착합니다.
걸음걸음 자갈이 밟히는 소리가 귀를 간질입니다.
도코모 빌딩이 보입니다.
센트럴 파크는 걷다 보면 주변의 건물들이 다 보이는데, 이곳은 나무에 가려 고층빌딩 외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도심 한 가운데 섬에 있는 듯한 무척 신비로운 느낌
이렇게 산책을 하고 있으니 어제 새벽부터 눈을 부릅뜨며 우울함에 빠져 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그래도, 나는 지금 발버둥치고 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인생에 발버둥치고 있다.
예전에 내가 결심한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발버둥치는 것. 살아가는 것. 숨을 쉬고 걷는 것. 달리는 것. 먹는 것. 맺는 것.
어디에나 있을 법한 마을의 풍경을 보고 눈물을 흘리듯, 어디에나 있을 법하게 살아가는 것"
ㅡ타키의 독백 中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지음, 박미정 역, 대원씨아이
나에게는 이렇게 당연한 듯이 걷는 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노곤해지는 느낌입니다.
마침 KFC도 먹고 왔고 말이죠.
그 장소가 보입니다.
우측에 보이는 작은 구조물도 작중에 자주 등장합니다.
작중 등장하는 모습
사람들이 몰려있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산합니다.
자그마한 다리는 보수중인지 출입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그나마 관광객은 거의 다 한국사람들인 것 같았습니다.
시내에서 자주 보이는 중국인이나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도 보이질 않는 게 새삼 신기.
한국 관광객들은 예의나 범절을 잘 지켜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반갑습니다.
줄을 길게 서서 한 장 찍어올 각오로 왔더니 줄은 커녕 앞에 사진 작업을 하시던 한 분이랑 커플 한 쌍만 계시네요.
만화 속 장소를 직접 찾아오니 소소한 재미를 느껴집니다.
언어의 정원을 감명깊게 본지라 영화 속 장면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었던 신카이 마코토 전시회에서 이 정자를 그대로 구현해놓은 전시공간이 있었는데
그 때부터 실제 장소를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큐레이팅이 너무 엉망이었거든요(...).
이 장면은 정말 다른 어떤 정사신보다도 에로틱했습니다.
아무런 노출도 없이 이 야릇한 감정선을 만들어내다니.
작중에서처럼 비가 내렸으면 했지만 하늘은 그저 흐리기만 할 뿐입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쓰는 건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중화풍 같은 정자를 보고 있자니 상해 비원에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작은 구조물이지만 존재감이 뚜렷하네요.
차 한 잔 끓여 마시고 싶은 장소
시간은 오후 1시가 조금 못 된 시간
이 때가 가장 산책하기 좋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햇빛을 받고 질감이 살아나는 나뭇잎
시원한 바람이 수면에 일으키는 파문
화창한 하늘과 콘크리트 정글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눈에 담으려 애써봅니다.
여유도 부릴만큼 부렸겠다 슬슬 공원을 나가봅니다.
남쪽 출구로 나갑니다.
어라, 이곳은?
남자 주인공이 이곳으로 공원에 들어오는 곳이군요.
어째 아까 신사도 그렇고 오늘은 거꾸로 다니는 라히입니다.
골목을 따라 가까운 역으로 나갑니다.
서류가방을 든 비즈니스맨들을 따라가다 보면 역이 나오겠지 싶어 폰은 잠시 넣어두고 골목 구경.
과연 역 앞까지 도착했습니다.
입구 바로 앞에 서 있는 도코모 빌딩.
도코모가 무슨 회사인가 했더니 통신 회사였군요.
굴다리처럼 생긴 역 입구가 신기합니다.
분량조절에 실패한 라히는 하라주쿠로 떠납니다.
이말년 시리즈처럼 下下편 같은 게 나와버리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무작정 도쿄! 04 - 이케부쿠로&신주쿠&하라주쿠&시부야[中] 마침.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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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도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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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열쒸미 달려보겠습니다. | 19.02.08 02: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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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면서 계속 한 두 군데 나사가 빠지고 있는데 더 좋은 여행기로 마무리짓겠습니다. | 19.02.08 20:0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