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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ed Ones - 63
천사와 악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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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으윽! 안 움직여!"
새까만 연기가 피어오르는것에 기침하고, 새까맣게 타버린 고철을 치며 가온이 소리쳤다. 그 고철의 이름은 썬더 스피드 3호. 클린트 기로니쉬가 밤을 새며 만든 그의 역작이 지금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못 달리는 고물이 되어버렸다.
"우웨엑!"
가온의 뒤에서 같이 D휠을 타고 달리던 초록 머리의 여성 세라 밀리언스가 속을 게워냈다.
코트가 있는 곳을 향해 두 사람은 빠르게 달려가던 중이었다. 그러나 시속 수백 킬로미터를 달리던 오토바이가 사고를 당해 눈 깜짝할 새에 부서져버렸고, 그 결과 D휠에 타고있던 가온과 세라는 수십 미터라 해도 좋을 거리를 날아갔다. 무방비하게 날아가던 가온을 새까만 머리의 소녀 모르포가 한 손으로 턱 붙잡았다. 마찬가지로 세라의 링커인 스트로리가 세라가 땅에 떨어지기 직전, 양손으로 그녀를 겨우 받아냈다. 만약 가온과 세라가 링커가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심한 부상을 입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체를 온전히 수습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저녀석……."
갑자기 일어난 사고라는 것은 표현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두 남녀는 턱을 치켜들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새라고 하기엔 커다란 것이 커다란 날개를 휘저으며 떠다니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사람이었다. 다만, 두루미의 것처럼 커다랗고 새하얀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동화에서나 가끔 나오던 천사를 닮은 모습이었다. 다만 그 성질은 천사와는 무척이나 달랐다.
"그으윽. 뭐 저런 무식한 놈이 다 있어!"
세라가 노기를 띤 목소리로 소리쳤다. 천사를 닮은 남자를 향해 던진 것이었다.
코트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던 가온을 향해, 그 남자는 커다란 납덩이 같은 것을 던졌다. 묵직한 금속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며 지면과 충돌했고, 땅이 크게 뒤흔들렸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납덩이가 지면을 파고들자, 바닥에서 새하얀 불길이 치솟았고 그것이 가온의 D휠을 덮쳤다. 불덩이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방향을 틀었으나, 하늘에 있는 남자는 두번째 세번째 납덩이를 던져서 피할 곳을 없애버렸다.
"이제 처음 타보는 건데 폐차시켜야 할 지경이잖아. 기로한테 어떻게 말하라고."
"그것보단 어떻게 코트 그놈한테 갈지부터 걱정해! 그리고 저놈 저 날아다니는 저것도!"
세라는 그렇게 말한 직후, 무엇인가를 떠올리고 듀얼 웨펀에서 카드를 뽑아 올려놓았다. 수많은 기계장치로 구성된 검푸른 악마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그의 이름은 [인페르노이드 샤이탄]이었다.
"아니다. 너는 우선 이놈이라도 타고 가."
"아줌마는!"
"저 날파리는 내가 잡고 간다. 그리고 누가 아줌마야!"
가온이 샤이탄의 등에 올라타자, 땅이 크게 흔들렸다. 스쿨에서 보았던 것처럼, D휠들이 달리는 도로 옆으로 가로등같이 기다랗고 검은 기둥이 솟아올랐다. 새까만 기둥에는 새하얀 눈동자가 여럿 달려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가온을 노려보는 듯 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세라는 샤이탄에게 재촉했다.
"어서 가!"
"알았어. 조심해 아줌마!"
"아줌마 아니래도 이놈이!"
세라가 묵직한 팔을 휙휙 휘두르자 샤이탄은 위협을 느끼고 급하게 날아올랐다. 하늘을 떠다니던 새하얀 남자는 가온을 향해 커다란 납덩이 같은 것을 던졌다.
- 후웁!
가온의 링커인 모르포는 빠르게 낙하하는 납덩이에 오른팔을 날려 주먹으로 그것을 쳐냈다. 소녀의 작은 주먹이 쇳덩이를 두조각 내버렸다. 남자는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내려가서 가온을 추격하려 했다.
"야 날파리!"
그러나 가온을 쫒는 그의 등 뒤로, 거슬리는 단어가 나왔다.
"날파리라고?"
"너는 내가 상대해준다!"
남자는 이마를 찌푸리며 지면을 향해 급강하했다. 그가 밟은 땅이 묵직한 철근이 떨어진 것처럼, 쩌적거리며 갈라졌다.
"나의 이름은 한스 라이너. 나는 보스로부터 천사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는 자신을 한스 라이너라고 주장했다. 세라에게 있어서 그의 이름이 무엇이던간에 알 바는 아니었다.
"날파리가 아니고 천사? 변태같은 역할이구만 그거."
"너는 모르는 모양이군. 천사란 게 무엇인지."
남자는 새하얀 날개를 활짝 펼쳤다. 아까보다도 더욱 커다랗게, 그리고 더 밝게 새하얀 깃털들이 반짝였다.
"신의 뜻을 인간에게 고지하고 징벌하는 존재임을."
"신의 뜻은 또 뭐야? 신은 또 어디서 나왔데."
"스탠다드의 어리석은 주민. 너는 모르겠지."
"하아?"
"나의 보스. 코트 메달리아는 나에게 있어서 신과도 같은 존재."
"허."
"그분은 하늘에서 투신해 목숨을 던졌던 내게 다시금 생명을 주셨다. 그리고 이 새하얀 날개와 함께 그분의 권능 일부를 넘겨주셨지."
"흐음?"
세라가 의아함을 느꼈다. 새의 날개와도 같은 것을 펼치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인간의 힘이 아닌 것을 행사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힘의 성질은 세라가 지금 가지고 있는 힘과 무척이나 비슷한 것이었으나 이질감이 느껴졌다.
- 세라. 저녀석 초월체가 아냐.
그 이질감을 그녀의 링커인 스트로리가 정확하게 짚었다.
"너의 링커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눈치챈 듯 하군."
"네 정체같은 건 안 궁금하거든요."
"나는 초월체가 아니다. 신의 권능을 받아 너를 징벌할 존재, 천사다."
"그것 참 말귀를 못 알아먹는 놈팽이네."
세라는 그가 자신의 깐죽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기 말할 것을 말하는 모습에서 충분히 괴팍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를 자기 입으로 천사라고 말하는 놈이니 뭘 말해도 이상할 게 없지만."
- 사노처럼?
"사노는 그거지. 동심이야. 그래도 엔젤 블루는 아니잖아."
- 그렇구나.
세라와 스트로리가 잡담을 나누는 사이, 그들을 둘러 싼 눈달린 새까만 기둥이 입을 열고 포효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두 여성은 깜짝 놀라 귀를 틀어막았다.
"잡담은 거기까지다."
한스 라이너는 두 여성에게 단호히 말했다.
"네가 나의 앞길을 가로막았으니, 어서 카드를 꺼내들도록."
"성실한 놈이네."
세라는 왼팔을 들어올려, 듀얼 웨펀을 다시금 기동시켰다. 그녀가 가온을 위해서 소환한 샤이탄을 덱으로 되돌리고 덱을 자동으로 셔플 시켰다.
'샤이탄 솔리드 비전을 유지시키는 건 그 애한테 맞겨야지.'
가온은 기계에 의존해서 솔리드 비전을 출력시키는 일반인이 아니다. 비록 세라가 카드를 회수했더라도 그의 힘으로 어떻게든 그것을 유지할 것이다. 확신은 없지만 그렇게 믿기로 세라는 결정했다.
"자. 셔플 다 끝났어. 덤벼 날파리."
"몇 번이고 불경한 언어를 쓰는구나."
한스는 목에 힘줄이 돋아나는 걸 겨우 참아내며 세라에게 말했다. 그들을 둘러 싼 검정들 사이로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귀신이 소리를 내는듯한 기괴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그것을 신호로 둘은 동시에 외쳤다.
"듀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