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이 치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소리가 창밖에서 울려퍼졌다. 새하얀 설원 위에 온갖 괴물이 나타나는 등, 평화롭던 풍경은 마경으로 변해버렸다.
가온은 스쿨에 남아 싸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와 똑같은 학년이었던 류세와 시온, 디크 에인스 같은 이들과는 다른 역할을 받았다. 가온은 초월체는 아니더라도 링커를 사용할 수 있다. 링커를 사용한다는 것은 곧 초월체, 엑시즈 차원의 핵심적인 인물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놈들이 왔나."
가온은 곧 이렇게 대낮에 쳐들어올 거라곤 생각 못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가자 모르포."
- 그래.
가온의 옆에 새파란 인광이 맺혔다. 아름다운 푸른 빛을 품은 나비 날개를 펄럭이며, 새까만 흑발을 늘어트린 소녀가 대답한다. 그녀의 이름은 모르포, 아까까지만 해도 막 구워진 빵을 게걸스럽게 먹더니 입을 슥 닦아버리고 눈을 날카롭게 한다.
창밖으로, 온갖 괴물이 쏟아져 나오는 곳으로 가온과 모르포는 뛰쳐나갔다. 3층이 넘는 높이였지만, 둘은 별탈없이 착지하고 곧장 앞으로 달려간다.
앞장 서서 달려나가는 건 가온. 모르포를 불러낸 이후로 그에게 변화가 몇 가지 생겼다. 듀얼디스크나 듀얼 웨펀을 통해서 솔리드 비전을 만들어내지 않고도 카드를 실체화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게 아직 익숙하지는 않은지, 그가 주로 사용하는 무사들을 불러내지는 못 하고 무사들이 사용하던 장비들을 실체화하는 것에 그쳤다.
"파이어 아머!"
그의 상반신에 보라색과 짙은 빨간색이 엉킨 단단한 갑옷이 만들어져 씌워진다. 이윽고 갑옷은 가온의 가슴에서 새빨간 불꽃을 화르륵 피웠다. 그것은 곧 거대한 불길이 되어, 가온을 중심으로 활활 타오른다.
새빨갛게 이글이글 타오르며 요란스럽게 달려오는 가온을 보고, 엑시즈 차원의 침략자가 몇 달려들었다. 그들은 제각기 몬스터를 불러내서 가온을 공격한다.
"얼티미트 트레이너!"
"카에스토스!"
두 사람이 불러낸 몬스터는 3미터나 되는 거인이었다. 한 쪽은 팔이 여섯이나 달린 거미같은 인간, 다른 한 쪽은 두터운 갑옷으로 중무장한 격투가였다. 두 거인이 동시에 주먹을 내지르자, 가온은 화염을 더욱 거칠게 불태우며 높게 소리쳤다.
"버스터 건틀릿!"
가온의 양 팔에 두꺼운 건틀릿이 둘러졌다. 건틀릿을 실체화시킨 가온은 곧장 여섯 개의 주먹을 피하고, 카에스토스의 양 팔을 붙잡았다.
"흐읍!"
그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힘을 주자, 카에스토스의 묵직한 두 팔이 어깨에서 뽑혀나왔다. 팔을 잃고 휘청거리는 거인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는 팔이 여섯 개 달린 거인을 향해 카에스토스의 팔 두 개를 집어던진다. 얼티미트 트레이너는 공을 받아내는 포수처럼, 자신에게 날아든 두 팔을 정확히 받아냈다. 하지만 그의 신경이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팔에 팔려있는 사이, 가온은 팔들 뒤에 숨어 같이 날아왔고 주먹에 불꽃을 휘감아 트레이너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트레이너의 초록색 머리카락 위로 새빨간 화산이 치솟는 듯 했다.
- 봄버!
"컥."
"어헉!?"
자신들의 몬스터가 간단하게 쓰러지는 모습에 당혹해 하던 두 남자를 모르포가 덮쳤다. 소녀의 자그마한 주먹에서 귀를 찌르는 폭음이 터져나왔다.
- 두 놈 처치!
"이대로 나머지도 몽땅 처리한다!"
가온이 버스터 건틀릿을 해제하고 손을 탁탁 털었다. 뿌연 먼지가 피어오른다.
"저번에는 SS랑 폭시라는 녀석이 같이 왔었지. 이번에도 초월체를 대동했을 거야."
- 그녀석을 묶어놓고, 나머지가 제대로 싸울 수 있게 보조하는 거였지. 네가 할일은.
"너도 같이 해야 하는 일이지."
- 그려. 그런데 초월체는 어떻게 찾게?
"찾을 필요 없어."
- 음?
"이렇게 눈에 띄게 행동하고 있으니, 알아서 이쪽으로 올 테니까."
가온은 엑시즈 차원의 초월체를 상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특히나 이렇게 온몸에 불을 붙이고 소리를 낸다면 적들에게 당장 들키기 마련이다.
"특히나 초월체들은 감이 예민한 것 같더라고."
후두둑 불씨가 떨어지자, 바위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쓰러지다 남은 몬스터의 잔해가 땅바닥에 떨어지고, 조용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왔잖아. 누군지 보기나……."
가온은 뒤를 휙 돌아봤다. 모르포와 비슷할 정도로 자그마한 덩치. 허리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흑발. 머리 위로 솟아오른 새까만 고양이 귀. 고양이처럼 앙증맞은 얼굴. 등 뒤로는 고양이같은 귀, 꼬리와 함께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커다란 붓이 매여있다. 그에게 다가온 것은 처음 보는 인물이 아니었다.
"넌……."
"냐하~."
소녀의 이름은 이자벨.
"오랜만이다냐~. 아니지. 저번에 봤으니 며칠만인가?"
가온에게 있어서는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다.
……
Selected Ones - 32
Armed Birds
……
"드로."
제시아가 격통을 견뎌내며 카드를 한 장 뽑았다.
"레벨4. 트리뷰트와 파지를 오버레이."
그녀의 앞을 지키던 새 형상의 전투기들이 끼릭거리며 뒤틀린다. 그들은 조잡한 부품으로 와르르 무너지며, 바쁘게 뒤엉킨다.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결합된 그것들은 까치를 닮은 원형과는 달리 부엉이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
"엑시즈 소환. [RR-포스 스트릭스]( Rank 4 / ATK 100 )"
공격력이 100밖에 안 되는 몬스터를 소환했음에도, 초아는 아찔해지는 압박감을 느꼈다.
"어때 초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엑시즈 본고장의 힘은?"
"여유로워 보이는군. 곧있음 널 붙잡으려고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이 달려올텐데."
"응?"
"그래. 지금말야."
듀얼 웨펀을 든 남자가 몇 명이 동시에 닥쳐들었다. 코트와 제시아에겐 에너지 웨펀이 통하지 않았다, 그런 보고를 이미 받았기에 초아는 그들에게 일부러 에너지 웨펀을 지급하지 않았다.
"고요우 가디언!"
"고요우 엠페러!"
그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에이스 몬스터들을 듀얼 웨펀 위에 올리고 실체화 시켰다. 경극 배우처럼 새하얀 분칠을 하고 그 위에 두터운 화장을 한 남자들이 포승줄로 코트를 묶으려 했다.
"제 발로 왔구나. 마침 기다리고 있었어."
코트는 모자를 벗어 자기가 앉아있던 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여자처럼 기다란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신목을 흡수하기 위해서라도 너희들이 필요했거든."
코트가 두 손을 모아 뚜득거린다.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은 그의 뒤로 새까만 괴물이 몇 마리가 나타났다.
"너는 코트의 싸움에 끼어들지 않는거냐."
"어수두룩 하긴. 저런 잡졸들로는 보스의 발끝조차 건드릴 수 없다. 너는 이미 보스와 싸워본 적이 있을텐데?"
제시아는 심각한 모욕을 당했다는 것처럼 불쾌한 표정을 짓고 초아를 노려봤다.
"오버레이 유닛을 하나 제거. 포스 스트릭스의 효과를 발동한다."
"체인이다. 크리스탈윙의 효과 발동."
기계 부품으로 구성된 뚱뚱한 부엉이가 날개를 거칠게 저으며 소리치자, 새하얀 수정룡이 포악하게 포효한다. 겁에 질린 부엉이에게 곧장 달려들어, 그의 목덜미를 물어 뜯고 몸을 몇 조각으로 나눠버린다.
"포스 스트릭스의 효과를 무효로 하고 파괴한다."
그리고 몬스터를 파괴한 [크리스탈윙 싱크로 드래곤](LV 8 / ATK 3000 → 3100 )은 파괴한 몬스터의 공격력을 흡수한다. 작은 변화였기에 그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묘지로 보내진 [RR-파지 레이니어스]의 효과 발동. 같은 이름의 몬스터를 덱에서 하나 가져온다."
제시아는 안경을 매만지려 손을 올렸다. 그러나 그 자리에 안경이 없음을 깨닫고 곧바로 치우며 지금 막 묘지에 보낸 것과 같은 카드를 덱에서 뽑아 패에 가져왔다.
"[RR-라스트 스트릭스]( LV 1 / ATK 100 ) 소환."
그리고는 저번 턴에 가져온 카드를 꺼내든다.
"이녀석의 효과는 알고 있겠지."
"알다마다."
"그렇담 라스트 스트릭스를 릴리스 하고 효과 발동. 엑스트라 덱에서 [RR-새털라이트 캐논 팔콘]( Rank 8 / ATK 3000 )을 특수 소환."
여인의 등 뒤로 새하얀 백로 한 마리가 날개를 퍼득이며 비상한다. 백로의 정체는 숱한 무기들을 장비한 전투기였다.
"[RUM-스킵 포스] 발동."
"드디어 나왔나. 랭크 업 매직!"
제시아의 뒤에 떠있는 백로는 몸을 검게 적시기 시작했다. 새까맣게 변해버린 새는 자신의 털과 같은 색을 가진 피를 줄줄 흘렸다. 그 피는 바닥에 흩뿌려졌고, 곧이어 하늘로 높게 치솟았다. 바닥과 천장을 잇는 거대한 기둥이 된 검정색 피는 천장을 두드리며 찢어버렸다. 찢어진 천장에서 창백한 빛이 내려왔다.
"황금색 신에게 머리를 조아려라."
빛을 받은 새까만 백로는 찬찬히 날개를 펼쳤다. 완전히 펼친 날개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사람보다도 거대했다.
"엑시즈 소환. [RR-얼티미트 팔콘]( Rank 10 / ATK 3500 )"
검정색은 모두 씻겨져 내려가고, 창백한 하늘 아래에는 찬란한 황금빛만이 남았다.
"오버레이 유닛을 하나 제거. 얼티미트 팔콘의 효과를 발동한다."
제시아의 기복없는 선언과 함께 황금색 매는 거대한 날개를 거칠게 휘저으며 커다란 바람을 일으켰다.
"[크리스탈윙 싱크로 드래곤](LV 8 / ATK 3000 → 3100 → 2100 )의 공격력을 감소시키지."
"큭. 공격력이."
"그걸로 끝이 아냐. 이번 턴 너는 카드의 효과를 발동할 수 없다."
"!!!"
"배틀. 저 용의 무례한 날개를 꺾어버려라."
황금색 매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거대한 날개는 자기가 멈춘 자리에 커다란 그늘을 만들었다. 제시아가 공격을 선언한지 고작해야 1초도 안 되어, 초아의 얼굴 위에 커다란 그늘이 생겼다. 그가 이상사태를 깨닫고 턱을 높게 치켜들자, 그 때는 이미 영롱한 용이 사지가 분해된 조각조각 떨어지기 시작했다.
"큭! ( LP : 4000 → 2600 ) "
커다란 수정들이 비처럼 내리자, 초아는 그 커다란 우박들을 피하기 위해 늙은 몸으로 허둥대는 수밖에 없었다.
"꼴사나운 행동을 하는군. 메인 페이즈2. [RR-파지 레이니어스]( LV 4 / DEF 1500 )를 패에서 특수 소환한다."
제시아는 속으로 "네스트가 남아 있었다면"라 생각하며 혀를 찼다.
"턴 엔드."
드디어 턴이 돌아와 카드를 뽑으려는 초아의 앞에 황금빛 매는 날을 치켜들었다.
"이 순간, 얼티미트 팔콘의 효과 발동. 상대에게 1000 데미지를 준다."
"!!!"
얼티미트의 첫 효과에 의해 카드의 효과를 발동할 수도 없는 상황. 초아는 눈 앞에서 태양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황금빛에 눈이 멎은 채, 새빨갛게 타올랐다.
"쿠헉! ( LP : 2600 → 1600 ) "
"네놈들의 부하는 이 효과를 보지도 못 하고 쓰러졌으니, 모를만도 하겠어."
"이런 효과를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카드 효과를 받지 않는데다, 상대 몬스터의 공격력을 깎고 효과 발동을 막더니 이제는 데미지까지 준다.
"그런 몬스터라도 공략할 방법이 있으니 다행이야."
"얼티미트 팔콘을 공략한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
언뜻 보기에 얼티미트 팔콘은 결점이 없는 완전무결한 몬스터. 하지만 이 세상에 약점이 없는 카드란 없다.
"하지만 몬스터를 잃고 만신창이가 된 너에게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나."
"가능하지."
"호."
"나는 네 보스랑 싸웠던 남자다. 날 우습게 보지 말라고."
턴 카운트가 넘어온다. 입가에선 피맛이 난다. 중년의 남성에겐 더이상 움직일 수 없을만큼 뜨거운 격통이 아직까지도 몸에 남아있다. 하지만 초아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해치워주지."
강하게 의지를 표명하며.
--- 제시아 호라이즌 ( LP : 2800 ) ---
몬스터 : □[RR-얼티미트 팔콘] + □[RR-파지 레이니어스]
마법 / 함정 :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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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아 ( LP : 1600 ) ---
몬스터 :
마법 / 함정 : ■
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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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드 버드라고 하니까 암드 블루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