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타루가 축구공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손가락을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는 거야」
호타루「으~음...」
「좋아! 자, 이렇게 할까」
켄 「?」
호타루「혹시 켄짱이, 이 곡 ㅡㅡ『비창』을 칠 수 있게 된다면...」
「딱 하나만, 소원을 들어줄게~!」
켄 「소원?」
호타루「응」
켄 「그거, 무슨 말을 해도 들어준다는 의미?」
호타루「그런 거야」
「어때? 할 맘 생기지?」
켄 「좋아! 그런 거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쳐보이겠어!」
호타루「그 모습이야 그 모습♪」
켄 「앗, 하지만... 바로 칠 수는 없으니까...」
「조금 더, 연습할 시간이 필요한데...」
호타루「응. 부탁한다면, 언제라도 가르쳐줄께」
켄 「그 대신... 절대로 약속, 지키는 거다?」
호타루「켄짱이야말로 『어떻게 해서라도 쳐보이겠어!』라고 단언했으니까 말야」
「그 말, 잊으면 안돼?」
3교시째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나는 호타루한테서, 악보 카피를 받아들고, 음악실을 나섰다.
~ 流れる城と皮相の調べ ~
흐르는 성과 피상의 선율
수업이 끝나고, 나는 해안가의 산보길을 걷고 있었다.
[s]수업이 끝나고, 나는 해안가의 산보길을 걷고 있었다.
보드워크의 위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내리쬐는 여름 햇살에, 하얗게 빛나고 있는 바다.
바다는 아득히 먼 저쪽에서, 하늘과의 경계를 없애고 있었다.
켄 「앗...」
「...선생님?」
시계의 끝에, 인영이 보였다.
틀림없다. 미나미선생이 물가에 가만히 서 있다.
나는 모래밭 위를 걸어서, 선생에게 향했다.
켄 「선생님,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츠바메「... ...」
선생은 내 쪽을 힐끗 보더니, 아무말 없이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모래성』이 있었다.
선생이 만든건가?
정연하게 다듬어진 건조물은, 서양의 성을 닮았다.
무심히, 선생의 손바닥을 봤다.
손바닥은 물에 젖고, 모래투성이였다.
(어째서 선생은, 이런 곳에서, 이런 걸 하고 있던 거지?」
문득, 우와지마 신쿠라는 남자의 일을 떠올렸다.
그가 정말로 선생을 찾고 있고, 선생이 그걸 알아차렸다면...
★ 우와지마라는 남자에 대해 묻는다
침묵한다
|
물결이, 모래성을 지탱하는 토대를 씻어간다.
켄 「묻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츠바메「뭔데?」
켄 「우와지마라던가 하던 수상한 남자가,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츠바메「... ...」
켄 「우와지마 신쿠... 아는, 사람인가요?」
츠바메「우와지마...?」
「....몰라」
어디서 꺼낸건지 모르지만, 선생은 레몬을 손에 들고 있었다.
켄 「정말...입니까?」
츠바메「글쎄? ...몰라」
양손으로 감싸고 있는 레몬.
그걸 살짝, 선생은 코에 대고, 냄새를 맡고 있다.
켄 「선생님!」
나는 눈깜짝할 사이에, 선생한테서 레몬을 뺏어들었다.
레몬을 대하면, 열받으니까.
켄 「정말로 모릅니까?」
츠바메「돌려줘」
켄 「싫어요」
츠바메「레몬, 돌려줘」
켄 「싫습니다. 대답해주기 전에는...」
츠바메「... ...」
켄 「... ...」
츠바메「우와지마...신쿠...」
켄 「선생님...?」
선생은, 모래성의 꼭대기를, 뭉개뜨렸다.
견고하게 보였던 성곽의 정점은, 약하게 무너져간다.
곧이어 선생은, 띄엄띄엄 고백을 시작했다.
우와지마 신쿠라는 남자는, 미나미 수자쿠 ㅡㅡ미나미선생의 부친의, 제자였던 듯 싶다.
지금은 일러스트레이션과 웹디자이너를 생업으로 하고 있는 듯 하다.
업계에서는 꽤 유명하고, 권위도 있다는 것 같다.
그렇다곤 하나, 나는 그 이름을 처음 들었지만.
켄 「하지만, 왜, 그 우와지마씨가, 선생을 찾고 있는 건가요?」
츠바메「나를...」
켄 「에?」
츠바메「나를... 잡으러 온 거겠지... 필시」
켄 「잡으러?」
츠바메「혼약(許婚), 이야」
켄 「いいなずけ라니, 정혼자 말입니까?」
츠바메「그런 거겠구나...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까」
켄 「서, 설마... 아버지가 정한 것?」
선생은 말없이 끄덕였다.
그 표정은 굳어 있었고, 뭔가를 참는 것처럼, 입술은 가만히 닫혀있었다.
켄 「그런, 선생님은... 좋습니까? 아버지가 억지로 결정한 혼약따위」
츠바메「도망치는 건, 불가능해... 정해진 거니까...」
「그렇지만...」
말없이, 선생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 날, 선생님은 갑자기, 제 옆방으로 이사왔다. ...아무것도 안 가지고서」
「견디기 힘든 일이라서... 도망치기 위해...」
다시, 그녀는 말없이 끄덕였다.
이를 악물 수 있도록. 견뎌내기 힘든 걸, 견딜 수 있도록.
아버지가 정하는 혼약이라니, 시대착오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선생도 전에 말했었다. 『예술의 세계는 의외로 봉건적이니까...』라고.
선생에게 있어서는, 지금도 그건 현실이다.
츠바메「그래... 무서워...」
「무서우니까... 부수는 거야...」
「모래성을 부수는 것과, 마찬가지로...」
눈앞에서 파도가 부서진다.
태양빛에 빛나고 있는 하얀 파도.
파도에 무너지고, 부서져가는... 모래성.
그걸, 미나미선생은 허무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츠바메「켄군...」
「너도, 그래...?」
켄 「죄송해요」
「이제 가보겠습니다, 선생님」
(레몬...)
나는, 선생한테서 뺏은 레몬을, 그대로 가지고 와 버렸다.
돌려줘야하나?
아니, 그런 건 이젠, 어찌됐건 상관없다.
이불에 누워서, 레몬을 천정을 향해 던져올렸다.
(레몬...)
희미하게, 레몬의 향기가 방안에 떠돌기 시작했다.
레몬의 향기.
(레몬... 레몬...?)
(그러고 보니...)
몸 속에 레몬이 배어있던 그 날.
제츠... 내가 초등학교 때였다.
제츠라고 하는 소년축구클럽에 소속되어 있었다.
시합이 끝나면, 벌꿀에 적셔진 레몬이 나누어졌다.
후원회PTA의 수제품이다. 영양과 당분의 보급에는 안성맞춤인 물건이다.
초등학교 5년때였던가.
그 레몬이 대량으로 남았던 적이 있었다.
시합... 어딘가와의 대항시합이었다.
시합후, PK전을 해서 진 팀이 눈에 레몬즙을 떨어뜨리기로 하는 벌게임을 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잔혹한 놀이였을지도.
고함을 지르며 날뛰었다. 꺄꺄거리면서 각각 레몬을 손에.
그건 차차 증폭되어...
마지막에는 레몬을 서로 부딪치고, 얼굴에 문질러대는 대난투로 발전했다.
날아다니는 레몬. 넘치는 레몬.
레몬즙.
레몬의 냄새.
레몬의 노란 색.
레몬, 레몬, LEMON.
레몬의 냄새가 배어들어, 머리가 아프다...
나는 서서히,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8/13
[s] ~ 水の反映 ~
물의 반영
세시간째와 네시간째 사이의... 쉬는 시간.
[s]세시간째와 네시간째 사이의... 쉬는 시간.
나는 교정의 구석에서 홀로,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래... 무서워』
『무서우니까... 부수는 거야』
『모래성을 부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양빛에 빛나는 하얀 파도.
파도에 무너지고, 부서져가는 모래위의 누각.
레몬.
그리고... 우와지마 신쿠.
선생이 무서워하는 현실.
쇼타 「켄, 이런 곳에 있었냐?」
켄 「...쇼타?」
쇼타 「다음 수업, 함께 듣는 거 아니였었나?」
켄 「에에또... 그렇군」
쇼타 「그럼 가기 전까지, 나도 여기서 시간죽이기다. 괜찮겠지?」
켄 「응, 상관없지만...」
그대로 말없이 수분이 흘렀다...
하늘의 구름도, 소리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쇼타 「켄, 뭘 생각하고 있냐?」
켄 「아무것도」
쇼타 「그럴 리 없어」
켄 「어째서?」
쇼타 「팔짱을 낀 채, 조용히 하늘을 보고 있다」
켄 「관계 없잖아」
쇼타 「만약 수업중이라 해도, 평소의 너는 그런 복잡한 얼굴을 하지 않았다구?」
켄 「복잡한 얼굴... 하고 있었나?」
쇼타 「하고 있어. 지금, 했다」
켄 「그 말을 들으니까 그렇게 된 거야」
쇼타 「거짓말하지 마」
나는...
★ 호타루의 일을 고민하고 있다
선생의 일을 고민하고 있다
|
켄 「실은, 호타루에 대해서...」
쇼타 「고민하고 있는 거냐?」
쇼타의 표정이 약간 흐려졌다.
쇼타 「어떻게 봐도, 네놈 쪽이 호타루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
켄 「그럴지도 모르지만」
쇼타 「그럴지도, 가 아니라, 그말 그대로다」
「켄쪽은, 호타루에게 고민하고 있다고 하기보단, 뇌살(惱殺)된다, 지?」
켄 「... ...」
쇼타 「아니, 뇌살이라 하기보다도, 뇌를 죽인다는 뜻의 뇌살(腦殺)인가」
「그녀의 보케는 최강이니까 말야」
「오~, 노~!!」
「그런데, 츳코미좀 해 봐! 재미없구만」
나는 거짓말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생각이 막연히 흘러가서, 말로 잘 나타낼 수가 없었다.
쇼타 「입이 막힐 정도로 끙끙 앓고 있는거냐?」
켄 「그렇진 않아... 단지」
쇼타 「단지?」
켄 「어쩐지, 잘 모르게 되버려서」
쇼타 「그럼, 나도 잘 모르겠다. 평행선이네」
「이런이런, 상담이나 해 줄까 하고 생각했더니...」
「켄, 어째서 너는, 그모냥이냐?」
켄 「그모냥이라니... 뭐가?」
쇼타 「평소에는 척척 결정해나가는 주제에. 그도 아니라 적당적당이었던 거냐?」
「두뇌 명석, 성적 우수의 이나미 켄도, 중요한 문제에 닥치면 맥을 못 추는 구만」
「네 축구 센스, 난전에서의 즉단즉결, 정확무비의 패스워크는 일급품이라고 인정했지만...」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던 것 같군...」
켄 「... ...」
쇼타 「아아, 아니 말이 지나쳤다... 미안미안」
켄 「...쇼타?」
쇼타 「앙?」
켄 「그런 쇼타쪽은 어떤데?」
쇼타 「어떠냐니, 뭐가」
켄 「그, 말로 하기 어려운 고민이라던가... 없어?」
쇼타 「고민인가...」
켄 「쇼타쪽은, 벽에 부딪혔을 때, 말끔히 대응할 사고가 있다고, 나는 생각하곤 있지만...」
「혹, 원 축구부의 주장으로 주위의 인망도 높은 쇼타군에게는... 그런 시시한 고민은 없는 걸까?」
쇼타 「어이어이, 잘도 말해주시는데」
「나에게도, 그 정도...」
켄 「말이 분명치 않은데」
쇼타 「그런, 미심쩍은 눈으로 보지 말라구」
「알았어. 이야기하지, 이야기해 준다니까...」
「좋-아, 그럼 이야기한다...」
켄 「꽤, 태세를 갖추는군」
쇼타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쇼타는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쇼타 「실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켄 「있다... 라는 건, 현재진행형이네?」
쇼타 「짝사랑이지만 말이지」
켄 「그래...」
「즉 그 사람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라는?」
나는 쇼타의, 담담한 모습에 맞춰서...
되도록 무겁지 않게, 하지만 가볍지도 차갑지도 않게, 미묘한 염려를 하면서 그렇게 물었다.
쇼타 「뭐, 이른 이야기지만, 그런 거다」
「나따위는, 전혀 상대해주지 않아...」
「시계의 구석에도, 들어가지 않지...」
켄 「하지만, 뭔가 그거, 쇼타답지 않아」
「평소의 쇼타라면, 억지로 시계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서 『나를 봐줘~!』 라고 외칠 거 같은데?」
쇼타 「그게 불가능하니까, 고민하는 거 아니냐」
「내 마음 속의 양심에, 찔린다구」
켄 「양심?」
쇼타 「성역을 짓밟고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짓밟고 들어가는 건 그만큼의, 각오와 용기가 필요한 것으로...」
「나 꽤 의리있는 편이라. 그런 것에」
켄 「?」
쇼타 「그리고 그녀는, 그녀 자신의 생각대로, 되었으면 하고 바래...」
「그녀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라고도 생각하고 말이지」
켄 「흐음...」
「쇼타는, 어른이구나」
쇼타 「글쎄?」
「어쩌면, 나는 누구보다도 어린애일지도 몰라」
「어린애인 채로, 언제까지 시간이 흘러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결코 손에 넣지 못하는 것을, 떼를 써서 탐내거나 하고...」
쇼타 「이런, 수업 시작해버렸다...」
「가자, 켄!」
쇼타는 그렇게 말하고, 교사를 향해 달려갔다.
나는 쇼타 뒤를 쫓아가면서, 생각했다.
혹시...
혹시, 쇼타의 지금 이야기... 호타루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호타루와 친하게 이야기하고, 돌봐주는 쇼타...
내 호타루에 대한 태도에, 진심으로 화냈던 쇼타...
호타루와, 쇼타...
나따위보다도, 쇼타쪽이 잘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성역을 짓밟고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짓밟고 들어가는 건 그만큼의, 각오와 용기가 필요한 것으로...』
『나 꽤 의리있는 편이라. 그런 것에』
쇼타의 말이, 머리 구석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8/14
[s] ~水の戱れ~
물의 장난
오늘은 후지카와(藤川)에서, 호타루의 피아노 2차예선이 있다.
[s]오늘은 후지카와(藤川)에서, 호타루의 피아노 2차예선이 있다.
주위 평판으로는, 호타루가 결승출장하는 건 거의 틀림이 없다는 이야기지만...
괜찮을려나...?
뭐, 걱정한다고 해도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점심을, 그 쪽에서 호타루와 함께 먹기로 이야기가 되어있으니까, 출발은 11시 조금 전으로 해 둘까.
아직 조금 시간은 있다.
시간...
(그래, 이럴 때 지각같은 거 하면 큰일이지...)
서랍을 열고, 넣어뒀던 꾸러미를 꺼냈다.
꾸러미 안에 있는 건, 탁한 빛을 발하는 크로노그래프 『스피드몬스터』다.
오래간만에, 나는 그 시계를 손목에 차고 나가기로 했다.
간직하고 있던 스피드몬스터.
몇번인가, 데이트할 때 몸에 지니고 나가긴 했지만, 평소는 서랍속에 넣어두고 있었다.
고가이기도 했고, 상처를 내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호타루에게 선물받은 물건이니만큼...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
그리고, 왼팔에 찬 스피드몬스터를 봤다.
시각은 오전 10시... 40분.
크로노그래프의 시간이 맞는 걸 확인하고, 나는 집을 나섰다.
지도와 눈앞의 건물을 교대로 눈으로 살펴봤다.
...여기로군.
호타루「앗, 켄짱!」
그 목소리에 뒤돌아보자, 호타루가 기운차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손을 흔들어주고, 종종걸음으로 가까이 갔다.
켄 「안녕. 시즈루상도 오셨나요」
시즈루「에에, 시중들러」
호타루「그럼, 켄짱도 왔으니, 점심 먹자」
시즈루「나는 됐으니까, 둘이서 다녀와」
호타루「네~에. 가자, 켄짱」
켄 「응, 갈까」
켄 「후우...」
호타루「어레? 왜 그래 켄짱? 피곤한 기색인데?」
「아~, 호타루를 생각해서, 긴장해서 잠 못잤구나?」
켄 「... ...」
호타루「걱정도 병이네~, 괜찮다니까~...」
「라고 말하면서도, 실은 호타루도 잠부족으로, 하이텐션이거든~♪」
켄 「그건... 꽤 걱정되는데...」
호타루「에? 어째서?」
켄 「연주중에 배를 저을 거 같아」
호타루「えんやこ~ら えんやこ~ら どっこいせ」
「風に~たなびく~, 大漁旗~♪」
(譯: 어부들이 하는 노래-; 해석은 PASS;)
「해냈구만 대장! 어떠우, 오늘도 한잔?」
「라니, 뭔 말이노? 에잇에잇」
켄 「자버릴 것 같다, 는 의미야」
호타루「알고 있어어」
켄 「피아노 치다가 자지 말도록 해」
호타루「역시 본 편에서는 그런 거 안 해」
「켄짱이야말로, 호타루가 나갈 때 자면 안된다구?」
켄 「알고 있어」
호타루「아, 그 손목시계... 차고 와 줬구나~」
켄 「오늘은 호타루의 중요한 날이니까 말야. 이녀석도 데려왔지」
호타루「에헤헤~♪」
우리들은 가볍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회장으로 돌아왔다.
호타루「그럼, 슬슬 대기해야하니까, 갔다 올게?」
켄 「그래. 힘내」
시즈루「정신차리고」
호타루「네~에」
시즈루「후훗, 즉각이네」
켄 「뭐가 말입니까?」
시즈루「이젠, 완전히 평소의 그 아이네. 켄군을 만나기 전까지는, 긴장해서 덜덜 떨고 있었는데」
켄 「... ...」
잠시 후, 호타루가 스테이지에 모습을 나타냈다.
(해석없음)
옆에는, 시즈루상이 조금 긴장해서 몸을 뻣뻣히 하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힘내라』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됐다.
스테이지 위에 있는 건, 내가 알고 있는 호타루가 아닌 듯한, 그러나 틀림없이 내가 알고 있는 호타루였다.
2곡. 도합, 20분쯤.
끝난 순간, 우리들은 『후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별다른 큰 미스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초짜인 내 귀가, 어느정도 의지가 될런가는 어쨌건간에.
생각탓인지 주변의 박수도, 이제까지의 연주자에 대해서보다, 더 열렬한 것처럼 들렸다.
호타루「켄짱!」
켄 「수고했어」
나는 가볍게 호타루의 어깨를 두드렸다.
호타루「응, 고마워. 저기, 어땠어?」
켄 「연습때보다, 좋았다고 생각해. 어때? 호타루 스스로는?」
호타루「응... 호타루도, 꽤 상태가 좋았다고 생각해. 잘 칠 수 있었어」
켄 「그래. 그럼,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네!」
호타루「엣...?」
켄 「괜찮아. 호타루라면, 꼭 결승에 갈 수 있어」
「에 그럼, 결과 발표는 아직 뒤인가?」
호타루「으, 응...」
「전원의 연주가 끝나고 나서니까... 빨라도 4시 반... 5시정도가 되버릴 거야...」
켄 「그럼, 그때까지 기다릴까? 아, 호타루는 지금부터 어떻게 할래?」
호타루「... ...」
켄 「응? 왜 그래?」
내 시선에서 도망치는 것처럼, 호타루는 얼굴을 돌렸다.
그 눈동자 가에서, 빛나는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켄 「엣!?」
호타루「...훌쩍」
호타루의 눈에 맺혀있는 눈물 한 방울.
천천히 뺨을 지나, 주룩 흘러내렸다.
켄 「호, 호타루?」
갑작스러운 눈물에, 나는 당황해버렸다.
호타루「...응?」
「아아, 안돼안돼...」
「눈에 먼지가 들어가버렸습니다」
「미안, 미안...」
작은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 친다.
호타루는 손수건으로, 살짝 눈 주위를 닦았다.
시즈루「호타루, 저쪽에도 친구들이 왔어」
호타루「아, 응. 금방 갈게」
「미안해, 켄짱」
켄 「됐다니까, 다녀와」
호타루「알았어. 켄짱, 와줘서 고마워」
「끝나면, 바로 전화할게」
켄 「그래. 결과, 가르쳐줘!」
시즈루상에게 끌려서, 호타루는 회장 안으로 사라져갔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나서, 나는 귀로에 올랐다.
방에 돌아와, 왼팔의 스피드 몬스터와 눈싸움을 계속했다.
이제 곧 전화가 오겠지.
아니, 늦는데. 이쪽에서 걸어볼까?
아니아니, 좀만 더 기다리자...
하지만, 전화가 울린 건, 해가 지고 나서도 조금 더 기다린 다음이었다.
켄 「여보세요, 호타루?」
호타루『그래, 켄짱. 지금, 피아노 축승회(祝勝會)가 한창이야』
켄 「축승회...란 건, 예선 통과했구나? 축하해, 호타루!」
호타루『응, 고마워. 열심히 했어, 호타루』
(...어라?)
켄 「왜 그래? 왠지 호타루. 기운이 없는 거 같은데?」
호타루『에엣? ... 그렇지 않아...』
『단지, 주변에 유명한 선생님들이 엄청 있으니까, 긴장했을 뿐』
『모처럼 맛있는 음식이 나왔는데, 왠지 식욕도 없어. 아깝겠지?』
켄 「저기? 호타루의 축하 자리니까, 그렇게 굳을 필요 없지 않아?」
호타루『으~응... 그렇긴 하지만~』
『선생님한테 인사하는 거라던가, 실례가 없도록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켄 「... ...」
호타루『아, 미안. 슬슬 끊을게. 선생님이 부르시거든』
켄 「응, 알았어」
호타루『그럼 이만, 켄짱』
왼팔의 리스트밴드를 느슨히 하고서, 나는 가만히, 스피드몬스터를 풀었다.
그건 지독히 무겁고, 또 차디찬 느낌이었다.
8/15
[s] ~觀相に惑うタオル~
관상에 헤매는 타올
날씨는, 쾌청...
[s]날씨는, 쾌청...
아침, 토모야의 산보를 끝낸 나는, 쌓여있던 세탁물을 말리고 있었다.
코인론드리에서 빨아온 이 세탁물을, 한장 한장 창밖에 걸어간다...
이 날씨라면, 분명히 금방 말라버릴테지.
그러자 돌연, 센 바람이 불었다.
타올이 한 장, 하늘하늘 바람에 춤추며, 뜰의 구석에 떨어져버렸다.
(후... 이런이런...)
나는 한숨을 쉬며, 뜰로 내려갔다.
타올은, 메릿사 풀숲 속에 묻혀있었다.
착지자세 좋고. 더럽혀지지는 않은 것 같군.
나는 허리를 굽히고, 타올에 손을 뻗었다.
켄 「응!?」
갑자기, 강렬한 레몬 냄새가 콧속을 찔렀다.
(어디서?)
무심코 주변을 확인했다.
레몬의 모습은 없다.
하지만 이 냄새는 여기... 발 주위에서 엄연히 풍겨오고 있었다.
타올 아래... 메릿사 풀숲 안에서...
츠바메「레몬밤」
「그거, 레몬밤이라고 하는 거야」
어느샌가, 미나미선생이 뜰의 긴 의자에 앉아있었다.
켄 「엣? 메릿사가, 아닌 겁니까?」
츠바메「메릿사의 별명이, 레몬밤」
「약용식물의 일종. 소화촉진, 자양강장, 진정작용이 있으며, 두통, 복통, 발열등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말하지 않았어?」
켄 「들은 것 같은 기억도 있긴 하지만... 별명은 몰랐습니다」
츠바메「향기는 레몬과 같지만 말이지. 본질은 조금 달라」
켄 「예?」
츠바메「좋은 거야」
선생은, 천천히, 벤치에서 일어서서...
메릿사 ㅡㅡ레몬밤 속으로, 몸을 던졌다.
숨이 막힐듯한 레몬 향기가, 선생을 사뿐히 감쌌다.
츠바메「그냥, 이렇게 하고 있는 게 좋아」
「레몬인데도 말야」
「차분한 기분이 돼」
「이대로, 바람에 실려가고 싶어져」
「어때? 너도 해보지 않을래?」
켄 「아니, 저는...」
츠바메「그래. ...토모야는?」
어느새인가, 바로 옆까지 토모야가 와 있었다.
츠바메「토모야는 좋아해? 레몬」
토모야가 가볍게, 코를 킁킁댔다.
그리고 잠시, 침착성 없이 냄새를 맡고 있었지만, 그새 질렸는지, 하품을 하면서 돌아갔다.
츠바메「그렇구나...」
「그러니까, 여기에 온 거구나. 나」
켄 「엣,..?」
츠바메「이, 레몬의 향기에, 끌려서」
레몬의 향기...
또, 선생은 그렇게 말했다.
이 냄새를 느껴서, 여기 아사나기장에 왔다, 라는 건가?
츠바메「메릿사는, 가라앉게 하는 것」
「레몬의 향기는, 끓어오르게 하는 것」
「레몬과 메릿사...」
「켄군... 너는, 어느 쪽이야?」
그건 그렇다 쳐도, 어째서 레몬인 거지?
레몬... 레몬에는 무언가가 있다...
바람을 타고 흐르는 레몬향기가, 내 마음을 술렁이게 했다.
~間奏に惑うほたる~
간주에 헤메는 호타루
교사 「그래서 말이죠~ 『함수 f(x)=x^3+3x^2-9x』를 미분하면~」
[s]교사 「그래서 말이죠~ 『함수 f(x)=x^3+3x^2-9x』를 미분하면~」
「『f'(x)=3x^2+6x-9』가 되어서~」
「이걸 인수분해하면 『3(x-1)(x+3)』이 되는 거니까~」
평소처럼, 나는 수업을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평소와는 다른 게 딱 하나 있었다.
왠지 옆에, 호타루가 앉아있었던 것이다.
호타루「있지, 켄짱켄짱」
「호타루, 무슨 소리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켄 「어디가?」
호타루「어디가, 라니... 전부」
켄 「그러니까 『f'(x)』의 값이 『0』이 될 때, 극값을 구할 수 있는 거니까...」
「『3(x-1)(x+3)=0』이 되는 『x』를 구해서, 그것을『f(x)』에 대입하면 되는 거야」
「알았어?」
호타루「... ... ... ... ... 전혀 ...」
교사 「이봐요 거기! 뭘 떠들고 있는 겁니까! 수업중에」
켄 「죄송합니다...」
교사 「그럼, 에 또... 시라카와씨...」
「답은 얼마가 됩니까?」
호타루「... ...」
호타루는 석화주문에 걸린 마을사람처럼, 굳어있었다.
나는 즉각 『대 = 29 / 소 = -3』라고 노트에 갈겨적고, 그것을 호타루에게 보여줬다.
(譯: 이거 틀린 거 같은데-_-; 제가 식을 잘못 보고 적은 걸지도;)
호타루「앗, 에또... 어른 29명, 아이 -3명입니다!」
와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호타루는 뭐가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느낌으로 멍청하니 서 있었다.
호타루「정말! 켄짱때문에, 창피하잖아!」
켄 「뭐야, 모처럼 가르쳐 줬는데도...」
호타루「그래서는, 가르쳐준 게 안된다구」
「제대로 『극대값/극소값』이라고 써주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잖아?」
호타루는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했다.
화내서 빨개진 건가? 창피해서 빨개진 건가?
아마도, 양쪽 다 맞다고 생각하지만...
켄 「뭐, 그렇게 화내지 마라」
「애초부터, 호타루한테는 이해가 안 가는 게 당연한 거니까」
「문계클래스고... 지금까지 미분 수업같은 거, 받아본 적 없지?」
호타루「응」
「그래도... 어쨌든 창피했어!」
켄 「있지, 호타루? 전에도 말했지만 말야, 사람에게는 어울리는 것과 안 어울리는 게 있는 법이야」
「호타루에게는, 피아노를 잘 치는 재능이 있어」
「그것도, 그만큼 큰 콩쿨에서 결승에 진출할 정도의 뛰어난 재능이」
「미분같은 거 못한다고 해도, 그 재능이 있으면 충분하지 않아?」
「뉴튼은, 프린키피아는 썼어도, 그랜드피아노는 치지 못했어」
*「이런 것과 마찬가지라고」
(*제작자 주 : 이번에도 빠진 문장. 사전보고 대충 때웠음-_-;)
호타루는 불만스럽게 입을 쭉 내밀고서도, 일단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다음 수업 ㅡㅡ4교시째는, 영어 장문독해였다.
3층의 가장 안쪽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나와 호타루는 계단을 올라가, 그 교실로 향하고 있었다.
켄 「호타루? 정말로 연습 안해도 괜찮아?」
호타루「괜찮아!」
「정말, 아까부터 몇번 똑같은 질문을 해야 마음이 놓일 거야?」
켄 「하지만... 다음은 드디어 결승이라구?」
「어제, 콩쿨 회장에 가서 처음 알았지만...」
「『전국 2천명 가운데서, 결승에 진출하는 건 겨우 4명뿐』이잖아?」
「그런 큰 대회를 앞두고, 의미도 없는 수업따윌 받거나 하고...」
「왠지, 내가 억지로 함께 있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하고 생각해서...」
호타루「그러니까, 호타루는 전혀, 켄짱과 함께 있으려는 게 아니야」
「이계의 수업이란, 어떤 느낌일까~하고 생각해서...」
「단순한 호기심이라니까~」
켄 「다음 수업...」
「...영어인데?」
호타루「시끄럽구만~, 정말 하나하나...」
「그렇게 호타루가 옆에 있는 거, 싫어?」
켄 「전혀」
「호타루와 같이 수업을 받으면... 웃기고」
호타루「아앗! 그럼 아까 거 역시, 일부러 한 거구나!」
그런 말을 나누는 사이에, 교실에 도착했다.
나와 호타루는, 비어있던 창가 옆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수업시작종과 동시에, 영어교사가 들어왔다.
한 사람의 호령과 같이, 모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서, 머리를 숙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교사 「에~, 오늘은 모두들 아시는 대로, 종전 기념일입니다」
(譯: ...목소리 최악;;;)
「그래서 오늘의 수업은, 텍스트 17페이지, 당시 미국 신문에서의 투고를 이용해서 해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호타루는 자기 책상을, 내 책상 옆에 붙여왔다.
나는 장문독해의 텍스트를 펼치고, 강하게 꽉 눌러펴고서, 책상과 책상 사이의 한가운데에 놓았다.
호타루「고마워」
한 마디 속삭이고, 호타루는 텍스트로 눈을 돌렸다.
진지한 표정으로 문자를 읽어나가는 호타루...
그 옆모습을 슬쩍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진짜로, 연습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아까 수학 수업이 시작하기 전, 나는 끈질길 정도로, 그걸 호타루에게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호타루「그러니까, 괜찮다고 말하고 있잖아?」
「음악에서는, 쉼표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야」
「2차예선이 막 끝났을 뿐이니까... 호타루도 조금은, 쉬게 해 줘?」
확실히 그건 그렇다.
지금까지 몇개월 새, 호타루는 매일같이 연습을 해왔다.
하루정도 쉰다고 해서, 실력이 줄 리는 없겠지.
그건 호타루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해서도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호타루가 흘린, 한 방울의 눈물을...
차가운 반짝임을 발하던, 그 눈물을...
호타루「응? 켄짱, 왜 그래?」
호타루가 내 시선을 눈치채고, 돌아봤다.
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창밖으로 눈을 향했다.
푸른 하늘에, 작은 뜬구름이 덩그러니 떠다니고 있었다.
8/16
[s] ~ 今日の展開成果 ~
오늘의 전개성과
츠바메「『길가에 망연히 서 있던 그 모습은, 마치 *부리단의 당나귀같았다』」
*왼쪽 건초와 오른쪽 건초 사이에서 고민하다 굶어죽은 당나귀 이야기
[s]츠바메「『길가에 망연히 서 있던 그 모습은, 마치 *부리단의 당나귀같았다』」
(*왼쪽 건초와 오른쪽 건초 사이에서 고민하다 굶어죽은 당나귀 이야기)
「『차마 보다 못한 나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 겁니까?」』」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울고 있지 않았습니까. 슬픈 일이라도 있었나 보지요」』」
「『「슬픈 일같은 건 없습니다. 슬프진 않지만서도, 울 수밖에 없답니다」』」
「『「그렇다면, 웃으세요. 행복하다면, 당연히 웃어야죠. 당신에게 눈물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자, 그럼 종이 쳤으므로,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학생 「차렷...경례...」
학생의 호령과 함께, 교실 안이 와글와글 소란스러워졌다.
다음 4시간째의 수업을 향해, 학생들은 삼삼오오 흩어져간다.
선생은 텍스트를 탁 덮고, 칠판지우개를 손에 쥐었다.
칠판에는, 수업중에 휘갈겨 적은 작은 문자들이 빽빽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 문자를, 선생은 왼쪽에서 순서대로 지워나갔다.
그러자, 아직 남아있던 몇 명인가의 학생이 『아~』라던가 『우~』같은 비통한 신음소리를 냈다.
츠바메「앗, 미안. 아직 노트 다 받아적지 못한 거구나?」
선생은 손을 멈추고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늦었다.
학생들은 노트를 덮고 『뭐, 언제나 그러니까』처럼 포기한 모습으로 교실을 나갔다.
그리고, 나와 선생만이 교실에 남았다.
켄 「선생님...」
「질문이 있는데요...」
나는 텍스트를 들고, 교탁 앞으로 갔다.
선생은 칠판을 끝까지 다 지우고 나서, 손바닥을 털며 돌아보았다.
츠바메「뭔데?」
켄 「여기... 아까 선생님이 읽어주신 부분...」
「『슬프진 않지만, 울 수밖에 없다』」
「이거, *아나그램이지요?」
(*철자의 위치를 바꾸어 새 어구를 만드는 것.)
말하면서, 나는 텍스트의 일부를 가리켰다.
츠바메「어디가?」
켄 「어디가,라니... 그러니까 여기 말이에요」
「『かなしくない』와 『なくしかない』ㅡㅡ죠?」
츠바메「우연이야, 분명히」
켄 「예? 하지만, 봐요 여기도」
「『웃으세요, 행복하다면, 당연히 웃어야죠』」
「『わらいなさい』와 『さいわいなら』」
「역시, 의도적으로 문자를 바꿔넣은 거라구요」
츠바메「하아... 그래서, 뭔데?」
선생은, 질린 모습으로 그렇게 말했다.
츠바메「아나그램이 숨어있다... 그게 어쨌다는 거야?」
켄 「아, 아니... 별로...」
「그저, 혹시 눈치채지 못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서요...」
츠바메「그래. 확실히 눈치채지 못했어」
「라기보다도, 애초에 그건, 정확한 아나그램이 아니잖아?」
「켄군이, 억지로 해석하고 있을 뿐이야...」
「마치 10년정도 전에 유행했던, 노스트라 뭔가 하는 책처럼 말이지」
켄 「... ...」
츠바메「켄군, 아직 너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아나그램이 숨어있다... 그래서 뭐라는 거야?」
켄 「그건... 지금 말했잖습니까...」
「선생님한테, 가르쳐주려고 생각해서...」
츠바메「거짓말」
「너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나는 제대로 수업을 들었어요』라고... 어필하려고 생각했을 뿐이지?」
켄 「그런 건」
츠바메「있잖아, 나 맨 처음 시간에 말했었지?」
「『제 수업은, 세상에서 가장 무익하고 쓸모없는 것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켄군은 수업을 받거나 하고 있어?」
「진지하게 내 수업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사소한 곳까지 체크하고...」
「그게, 뭔가에 도움이라도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켄 「안됩니까? 수업을 진지하게 들으면...」
츠바메「그래. 안돼」
「켄군에게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잖아?」
켄 「... ...」
미나미「본시 켄군, 문계지망이 아니었었지?」
켄 「국립, 이계 지망입니다」
「그러니까 현대국어는, 센터시험에 필수라구요. 아시잖아요?」
츠바메「거짓말」
「또 거짓말을 했다」
「켄군은, 수험따윈 어떻게 되든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
켄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츠바메「그건 이쪽이 할 말입니다!」
선생은 강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츠바메「너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거네...」
「부리단의 당나귀가, 될 셈이야...?」
켄 「예?」
라고 되물은 그 때...
호타루「켄짱~!」
「앗... 선생님...」
문을 열고서, 모습을 보인 건 호타루였다.
호타루「아레? 중요한 이야기, 였어?」
츠바메「아니, 전혀. ...조금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던 참이야」
켄 「선생님...」
나는 호타루를 향해, 이렇게 고했다.
켄 「미안하지만 호타루, 잠깐 밖에서 기다려주지 않겠어?」
호타루「...에?」
켄 「정말, 미안」
호타루「... ... ... ...」
호타루는 고개를 떨구고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켄 「그래서, 그 뭐라던가 하는 당나귀란, 무슨 의미입니까?」
선생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나는 물었다.
츠바메「정말로...」
「기가 찰 정도로 너는...」
「너는...」
그 말을 끝으로, 선생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나는 오로지 선생의 말만을 계속 기다렸다.
하지만 선생은, 입을 열지도 않고, 시선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은 채,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올려보면서, 눈만 계속 깜빡이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선생은 빛이 들어오는 창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도 그 뒤를 따랐다...
츠바메「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야...」
맑게 개인 하늘을 쳐다보면서, 선생은 당돌하게, 그렇게 말했다.
츠바메「알겠어? 내가 말하는 것...」
켄 「... ...」
츠바메「그럼 켄군, 너에게는 지금, 무엇이 보여?」
「이 넓은 하늘의 저편에, 뭐가 보여?」
선생은 하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하늘은 끝없이 푸르고, 깨끗하게 트이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켄 「태양이」
나는 답했다.
켄 「하늘 저쪽에서는 태양이 보입니다」
츠바메「달은?」
켄 「달?」
츠바메「달은 보이지 않아?」
나는 다시금, 넓은 하늘을 구석구석까지, 훑어봤다.
켄 「달이라니... 어디에도 안 보이지 않습니까...」
츠바메「하지만, 있어」
「저기에...」
그렇게 말하고, 선생은 남남서 방향을 가리켰다.
츠바메「오늘은 달초니까, 그림자가 되어 보이지 않는 것 뿐이야」
「하지만 달은, 확실히 저기에 있어」
나는 선생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다.
태양이 빛나고 눈부셔서, 무심코 손으로 가리고, 눈을 찡그렸다.
그래도 역시, 하늘 그 쪽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츠바메「켄군은 아직, 멈춰서있는 채인 거네...」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세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제대로 찾아내세요」
「어때? 알았어?」
선생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도 선생을 쳐다봤다.
선생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 건 기분 탓인가?
츠바메「켄군...」
「네 눈은... 너무해」
선생이 교실을 나간 뒤, 나는 잠시동안, 망연히 서 있었다.
간신히 나로 돌아와 복도로 나왔다.
거기에, 호타루의 모습은 없었다.
음악실에도 발을 옮겨봤지만, 피아노 앞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정숙을 깨는 듯이 착신음이 울려퍼졌다.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디스플레이로 눈을 향했다.
『길어질 것 같으니까, 먼저 돌아가버린다용~』
『메~롱이다』
호타루한테서 온 메일이었다.
오늘도 호타루는 피아노를 치지 않은 건가?
교실 구석에, 주인을 잃은 피아노가 우두커니 놓여 있었다.
~ 鄕の轉回靑果 ~
마을의 전회청과
아사나기장에 돌아온 나는, 멜론을 하나 손에 들고서, 멍하니 서 있었다.
[s]아사나기장에 돌아온 나는, 멜론을 하나 손에 들고서, 멍하니 서 있었다.
부모님이 사는 본집에서, 당돌히 택배편으로 보낸 멜론.
보낸 사람은 내 아버지였다.
하나뿐인 멜론. 둥근 그대로의 멜론.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나에게는 큰 연관없는 먼 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가』라는 게 너무나 기묘하다.
아버지가 지금쯤 어떻게 하고 있는 건지조차도, 나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저쪽도 나에 대해 모르고 있겠지.
어쨌거나, 손에는 멜론이 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저녁 햇살에, 여물기 시작한 멜론의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덥군...)
(이제 해도 저물었는데...)
이대로 가만히 서 있는 건, 대단히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별 수 없지... 먹을까...)
츠바메「아라, 멜론 아냐」
켄 「앗, 선생님...」
츠바메「자를까?」
선생은 공동 세면실에 멜론을 가지고 가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과도를 움직여, 훌륭히 나눠주었다.
츠바메「자」
한 조각을 건네어, 나는 받아들었다.
켄 「정말 고맙습니다... 어라, 뭔가 이상하네」
츠바메「어째서?」
켄 「저에게 보내져온 멜론을, 받아들고 고맙다고...」
「아니아니, 잘라주신 건 선생님이니까, 고맙다고...」
츠바메「오늘은 덥네」
켄 「그렇군요」
나는 어떻게 되버렸던 건가...
그래,.. 분명 더위 탓이겠지.
츠바메「시원한 곳으로 가자」
선생한테 재촉받고, 뜰의 긴 의자에 자리잡고 앉았다.
켄 「아아, 석양이 눈에 부시다~」
「인데, 뜰 안에서도 제일 더운 곳 아닙니까 여기는!」
가득한 열기를 받아, 멜론도 녹을 것 같았다.
츠바메「그러네」
켄 「나무그늘에라도 옮기죠」
츠바메「어머, 여기서 찬 메론을 먹는 게 좋은 거야」
켄 「... ...」
다행히, 멜론은 냉방택배편으로 완전히 차가워져서 보내져왔다.
안은, 거의 샤베트 상태다.
이런 조절을 모르는 배려가, 정말로 서투른 아버지다워서 이상했다.
켄 「그런데, 선생님」
츠바메「왜?」
켄 「저기요? 이런 더운 날에는 보통 수박 아닙니까?」
츠바메「그럴까나? 알맞게 차가워져있고, 맛있잖아, 이거」
켄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아악! 수박이 먹고 싶엇!!』하는 기분하고 『어쩐지 메론이 먹고 싶구나~』하는 기분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른 거군, 이라고」
츠바메「기분?」
켄 「그렇다구요. 중요하잖아요? 기분」
츠바메「근거는?」
켄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구요, 기분이니까」
츠바메「켄군이 그런 말을 하다니, 왠지 의외네」
켄 「그런가요?」
츠바메「수박도 멜론도 마찬가지인 거잖아?」
켄 「아니, 아마도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형태도 맛도」
츠바메「어느쪽이나 같아. 박과의 덩굴 1년초인데?」
켄 「그렇긴 하지만...」
츠바메「그럼, 수박을 영어로 하면?」
켄 「워터멜론... 앗」
츠바메「그렇지?」
선생은 미소를 지으면서, 멜론을 입으로 옮겼다.
같다...인가
수박과 멜론. 다르지만, 같게 생각되었다.
차가운 멜론의 식감 탓에, 작은 모순도 받아들이고 싶어지는 기분이 된다.
켄 「후우우... 풋」
나는 입속에서 멜론 씨를 골라내고서, 한 알씩 먼 곳을 향하여 날려보냈다.
츠바메「... ...」
켄 「앗, 죄송합니다. 조금 품위가 없었을려나요」
「무심코 옛 버릇을... 이상하네, 보통은 안 하는데」
츠바메「옛날의?」
켄 「어릴 적, 시골 툇마루에서 수박을 먹고서, 사촌들과 수박씨 날리기같은 걸 한 적이, 있어요」
「어쩐지, 문득 생각나서, 말예요」
츠바메「그랬구나?」
켄 「예에」
츠바메「후우...」
「풋」
선생은, 내가 하던 짓을 흉내내, 멜론씨를 날렸다.
츠바메「어때?」
켄 「어떠냐니... 이야아, 잘 하시는데요」
츠바메「내년은 저 근처에 메론이 많이 열릴 것 같네」
켄 「네. 후우우우... 풋」
경쟁하듯, 다시 씨를 뱉는다.
(譯: 원래는 심는다는 뜻-_-)
하얀 씨는 바람에 실려서, 하늘하늘 춤추며 떨어졌다.
켄 「그러고 보니, 멜론과 레몬은, 어딘가 닮았네요?」
츠바메「에?」
켄 「MELON LEMON... 봐요, M과 L이 바뀌었을 뿐」
츠바메「응. 그건 확실히 『아나그램』이네」
선생은 끄덕이고서, 다시 씨를 날렸다.
멜론. 레몬.
이름이 그렇게 되어있을 뿐...
그렇지만...
MELON LEMON
나는 멜론씨를 뱉으면서, 먼 곳에 계신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고 있었다.
8/17
[s]~ 針ににじむ傷跡 ~
바늘에 물든 상흔
토모야의 산보를 끝내고, 아사나기장으로 돌아왔을 때...
[s]토모야의 산보를 끝내고, 아사나기장으로 돌아왔을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호타루한테서 온 메일이었다.
『오늘, 놀러 가도 돼?』
★ OK
NO
|
『OK』
나는 알파벳 두문자의 간단한 메일로 답신을 했다.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수업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예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자, 금새 메일이 왔다.
『그럼,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五月蠅(5월 파리)』라고 쓰고 『시끄럽다』라고 읽는다고는 하지만, 8월 매미도 막상막하로 소란스러웠다.
TV를 보려고 해도, 바로 옆에 있는 녹나무에 달라붙어있는 몇십마리의 매미가 시끄러운 통에, 도저히 소리를 들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나는 선풍기를 품에 안고, 그냥 더위 속에 몸을 맡겨두고 있었다.
이 악마적인 열기 속에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호타루「하아~. 하지만 오늘은, 장난아니게 덥구나~」
「일기예보 봤어?」
「예상최고기온 38도래...」
「38도라면, 사람과 껴안고 있는 쪽이 시원할 정도의 온도라구?」
「라는 뜻으로...」
「슬쩍♪」
호타루는 선풍기를 안고 있던 내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켄 「... ...」
호타루「... ...」
켄 「... ... ... ...」
호타루「... ... ... ...」
털어버린다
★ 가만히 있는다
|
나는 1mm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말을 듣고 보면, 등에 붙어있는 호타루의 몸은, 묘하게 마음이 편했다.
별로 차가운 건 아니었고, 시원한 것도 아니라, 확실히 말하자면 더웠기는 했어도...
하지만 그걸 잊게 할 듯한 온기를 나는 느끼고 있었던 거였다.
그러나...
호타루「참~, 뭔가 리액션 좀 해봐. 재미없네~」
그렇게 말하고, 호타루는 금새 내 등에서 떨어져버렸다.
켄 「그래서? 뭐하고 놀까?」
호타루「아, 아아... 에-그러니까...」
「메일에는 『놀러 간다』고 썼지만... 사실은 그런 게 아니야」
켄 「?」
호타루「실은... 그...」
「켄짱한테, 건네주고 싶은 게 있어서...」
켄 「건네주고 싶은 거?」
호타루는 가져온 가방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호타루「이거...」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면서, 그것을 나에게 넘겼다.
나는 넘겨받은 그것을 양손에 들고서, 집어삼킬듯이 살펴봤다.
켄 「이거, 혹시...」
『종이를 잘라 만든 인형에, 적녹의 옷을 입히고, 빗자루를 들게 해서 처마에 걸어놓는 것』
『자, 청소의『掃(そう)』는, 훈독으로 하면『掃く(はく)』가 되지?』
『비구름을 쓸어담는 것으로서, 하늘을 개게 한다... 그걸 위해, 분명 빗자루를 들게 한 걸꺼야』
켄 「중국의, 테르테르보즈... 지?」
호타루「ㅡㅡ소청낭인형, 이야?」
호타루는 뺨을 물들이고서, 기운차게 그렇게 답했다.
인형은, 적녹의 옷을 입고, 짚신을 신고, 손에는 한 자루 빗자루를 들고 있었다.
켄 「만들어, 준거야?」
호타루「응. 실은 좀 더 빨리 주려고 생각했지만...」
「상당히, 시간이 걸려버려서...」
소재는... *펠트인가?
(*양털을 가공 압축한 재료)
펠트를 정성스럽게 꿰매어서 겉모양을 만들고, 안에 솜을 채워넣었다.
켄 「고마워.」
내가 감사인사를 하자, 호타루가 한층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이라고 말하려다가, 나는 직전에 말을 삼켰다.
『하지만... 연습으로 바빴을 호타루가, 대체 언제, 이 인형을 만들고 있었던 거지?』
나는 호타루의 눈동자를 가만히 쳐다봤다.
호타루는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휘감고 있었다.
(ㅡㅡ에엣!?)
그 순간, 호타루의 자그마한 검지손가락에, 나는 못박히듯 멈춰서고 말았다.
왼손의, 검지손가락...
피에 물든 반창고가, 감겨 있다...
가만히 눈을 고정시키고 보자, 중지에도, 엄지에도, 뭔가에 찔린 것 같은 상처가 남아있었다.
(설마... 이 인형을 만들다가...?)
침에 몇번이고 계속해서 찔려가면서, 호타루는 이 인형을 꿰맸다는 건가?
중요한 콩쿨의 한창중에, 피아니스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손가락을 희생하면서?
언제부터...?
『손가락을 있지? 아주 약간, 베어버렸어...』
『연습을 지나치게 하다...』
『손톱과 손가락 사이의 장소 있지? 거기가 조금, 찢어진 것 같아...』
혹시, 그 보건실에서 붕대를 감고 있던 때부터...?
그 때부터 쭉, 호타루는 이 인형을 바느질해왔다고?
어째서...?
호타루「켄짱? 잠깐 그거, 빌려줄래?」
호타루는, 내 손바닥에서 소청낭 인형을 잡아들었다.
그것을 손에 들고서, 창가를 향해 걸어간다.
호타루「저기저기? 이 근처로 괜찮을까?」
켄 「... ...」
호타루「저기, 켄짱~!」
켄 「에, 아, 아아... 응...」
끄덕이는 나를 보고, 호타루는 창틀에, 그 인형을 매달았다.
호타루「귀엽지?」
켄 「응... 귀여워」
호타루는 창가에 털썩 걸터앉았다.
매달린 소청낭 인형이, 산들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호타루는 한 마디 툭 중얼거렸다.
호타루「빨리, 맑으면 좋겠네?」
창 밖에는 마치 투명한 것처럼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호타루가 돌아간 뒤에도, 나는 멍하니 창가에 늘어뜨려져있는 인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 梁ににじむ傷跡 ~
들보에 물든 상흔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s]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귓가에, 거슬리는 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다.
그건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도, 바람소리도 벌레소리도 아니었다.
내 왼팔에서, 불쾌한 소리가 난다...
스피드 몬스터의 초침...
초를 따라서 똑딱똑딱, 구둣발소리처럼 울린다.
나를 쫓아오는, 기분나쁜 추적자의 발소리...
견딜 수 없어져서, 나는 왼팔의 몬스터를 풀었다.
(고장이라도 난 건가?)
하지만,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다.
이렇게 시계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지다니...
갑자기 나는, 스피드 몬스터에 대해서 화가 났다.
(대체... 어쩌라는 거냐...)
두들겨도 꼬집어도, 초침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내던질 수도 없고, 나는 이 시계를 신경쓰고 있다.
호타루한테서 선물받은, 시계모양의 괴물.
나는 책상위에 스피드몬스터를 놔두고, 크게 기지개를 폈다.
(조금, 바람이라도 쐬자)
아사나기장의 뜰에 나가자, 거기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츠바메「옆에, 앉아」
켄 「네. ...실례하겠습니다」
나란히, 긴 의자에 앉았다.
츠바메「무슨 일이야? 그렇게 굳어서」
「으응, 아니네. 또 너는, 헤매고 있어」
켄 「... ...」
츠바메「그러고 보니, 호타루짱은 어쩌고 있어?」
켄 「왔었어요, 아까...」
츠바메「그게 아니라, 너와 호타루짱과의 일」
꿰뚫어본 듯한 타이밍이었다.
츠바메 「어때?」
켄 「쇼타같은 질문, 하지 말아주세요」
츠바메「어째서?」
켄 「대답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츠바메「그건, 어째서?」
켄 「이유도 근거도... 없습니다」
츠바메「그래. 그럼... 묻지 않겠어」
켄 「... ...」
츠바메「... ...」
샤라락, 녹나무가 흔들렸다.
신 「요, 이나켄. 무슨 이야기하고 있냐?」
츠바메「아라 신군, 오늘은 바이트 아냐?」
신 「아니요, 오늘은 너무나 불리한 전황으로 인해, 전략적 후퇴를!」
츠바메「즉, 땡땡이네?」
신 「그렇게도 말하지요~」
「그런데 혹시... 방해한 것이려나요?」
켄 「아, 아니」
츠바메「그래. 신군도 앉을래? 조금씩 좁히면 앉을 수 있어」
신 「그럼 말씀대로...」
츠바메「오늘도, 좋은 바람이 불고 있네」
신 「그렇군요~」
녹나무가 흔들리고 있다.
메릿사도, 은은하게 향기를 풍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둘의 향기에 의해, 나는 혼탁에서 벗어나, 맑아지는 것 같았다.
신 「역시, 여기는 조용해서 좋구나」
「바이트에 쫓겨서 거칠어진 기분도, 이렇게 느긋히 있으면, 완전히 상쾌해지지」
켄 「그렇군요...」
신 「뭐 한편으론, 인기척이 없어서, 조금 쓸쓸한 기분도 들지만」
켄 「그건 동감. 아사나기장, 이렇게 좋은 장소인데도」
츠바메「아라 켄군, 전에 『꾀죄죄하고 좁다』라고 말하지 않았어?」
켄 「그랬던가요?」
츠바메「그랬어」
신 「입으론 그렇게 말하면서도, 결국 이나켄도 아사나기장이 좋은 거에요」
츠바메「나도... 좋아... 여기가」
「여기는, 바람이 부는 장소니까」
신 「그래그래, 그러고 보니 말이죠」
「지금 여기에 사는 건 우리들 뿐이지만...」
「올해 봄에 애석하게도 이사간 남자가 있는데, 그 남자도 이 아사나기장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듯 해서...」
켄 「애석하다니... 신군, 이사할 때 한 번 만난 것 뿐이잖습니까」
신 「응? 확실히 나는, 엇갈려서 이사해오긴 했어도...」
「이야기한 건 그 때 뿐이지만, 이전부터 소문은 듣고 있었다」
「머리가 덥수룩하고, 왠지 언제나 학생복을 입고 있으며, 두꺼운 안경을 쓰고...」
「왠지 계속 라면만 먹는 그는...」
「아아, 확실히 라면 선수권에도 나갔었지. TV의」
「아사나기장의 라면남자라고 하면, 이 일대에서는 꽤 유명인이었다구?」
「에 그러니까... 이름, 뭐였더라...?」
츠바메「헤에, 그런 사람이 살았구나?」
켄 「예에, 1층의 가장 안쪽 방입니다만」
츠바메「흐응, 1호실?」
신 「아, 아뇨아뇨, 2호실이에요. 102호실」
츠바메「엣? 동쪽 방이잖아? 그럼 거긴...」
신 「미나미씨, 아사나기장은 1호실이 없다구요. 모르셨나요?」
츠바메「... ...」
ㅡㅡ 덜컥
갑자기, 선생이 일어섰다.
신 「왜, 왜 그러시나요?」
켄 「선생님!?」
일어서서, 바람처럼 달려가는 선생.
켄 「자, 잠깐 기다려주세요! 대체 무슨...」
신군은 어안이 벙벙했는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사나기장으로 달려간 선생을 쫓아서, 나는 현관을 달려 들어갔다.
츠바메「어째서?」
켄 「선생님, 무슨 일 있었습니까?」
츠바메「어째서 쫓아오는 거야?」
뭐지?
미나미선생은 정말로, 뭔가에 쫓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쫓고 있는 건, 내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뭔가.
우와지마에 대해 물었을 때와... 같다.
선생은, 복도의 막다른 곳에 멈춰서 있었다.
색이 미묘하게 다른 벽.
나중에 메워진 벽이, 거기엔 있었다.
츠바메「여기...」
「어째서?」
벽에 손을 대고, 이상해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츠바메「부스럼처럼...」
「뭔가의, 상처자국처럼...」
중얼거리면서, 그녀는 가로로 시선을 옮겼다.
츠바메「여기는... 2호실?」
켄 「선생님?」
선생은, 아사나기장에 오자마자, 관내를 청소하면서 돌았을 터였다.
이제 와서 『1호실이 없다』라는 걸 눈치챘다, 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츠바메「어째서...」
「어째서, 켄군?」
켄 「... ...」
츠바메「어째서...」
켄 「선생님, 진정해요! 심호흡을!」
단지, 나는 그대로, 선생의 혼란이 가라앉기까지, 달랠 뿐이었다.
어째서, 란 그 말은 그대로, 내 머리속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어째서...)
선생이 진정을 되찾고, 무사히 방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도 내 방에 돌아와 한숨 돌렸다.
지금부터 잠시동안은, 이 일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겠지...
8/18
[s] ~ 獻身 ~
헌신
언제나처럼 토모야의 산보를 끝내고, 그에게 물과 식료를 주었다.
[s]언제나처럼 토모야의 산보를 끝내고, 그에게 물과 식료를 주었다.
나는 현관 앞에 앉아서, 욕심쟁이처럼 먹이를 먹는 토모야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앗 하는 사이였다. 먹이가 든 그릇이 텅 비었다.
다음에 토모야는, 열중해서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열중한 나머지, 토모야는 코끝으로 그릇을 끌어당겨, 그걸 뒤집어버렸다.
(이런이런...)
나는 일어나서 그릇을 주워들고, 뜰로 향했다.
수도꼭지는 정원 구석에 있다.
그것을 돌려서, 그릇에 찰랑찰랑 물을 받고서, 다시 꼭지를 닫았다.
허리를 일으키려고 할 때... 문득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위를 봤다.
츠바메「좋은 아침~」
선생이었다.
선생은 205호실 창에서 얼굴을 내밀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ㅡㅡ에엣!? ㅡㅡ205호실!?)
켄 「자, 잠깐요 선생님.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가지 말아주세요!」
츠바메「하지만... 열쇠가 걸려있지 않았는 걸」
켄 「정말이지, 참...」
한 방울씩 흘리며 현관 앞으로 와서, 물이 든 그릇을 토모야 앞에 놓았다.
현관을 들어서서, 복도 끝의 계단을 달려 올라가서 2층으로...
문을 세차게 열어제끼고, 크게 숨을 들이쉰 나는...
켄 「뭘 하고 있...」
『는 겁니까!?』라고 노성을 내지르려 했지만, 선생의 표정이, 그것을 그만두게 했다.
선생은 지금도, 울음이 터질듯한 얼굴로, 창가에 서 있었다.
꾹 눈썹을 기울이고서, 선생이 바라보고 있는 건, 그 인형이었다.
어제 호타루한테서 받은, 소청낭 인형...
츠바메「가없어」
선생은 말을 흘렸다.
『가엾어』라는, 단 한 마디만을...
그러고 보니, 전에 보건실에서도, 선생은 같은 혼잣말을 한 적이 있었다.
『으~음... 귀엽다고 하기 보다도...』
『가엾어』
그 때는, 테르테르보즈의 유래를 들은 것 뿐으로 『왜 가엾은 거지?』... 결국 그 이유는 묻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켄 「선생님?」
「선생님은 확실히, 학교 보건실에서 테르테르보즈를 봤을 때에도, 같은 말을 했었지요?」
츠바메「응...」
켄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신 건가요?」
「왜 『가엾어』라고...」
츠바메「그건, 켄군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왜냐면, 켄군도 그 테르테르보즈를 보고 『가엾다』라고 생각했잖아?」
켄 「예, 예에...」
「하지만, 제가 그렇게 생각한 건, 반쯤은 농담 비슷한 걸로...」
츠바메「그래?」
켄 「아니... 에, 그러니까... 뭐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네요...」
「혹시 남은 반만큼은... 정직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고...」
츠바메「있지, 켄군?」
「테르테르보즈의 노래, 있잖아?」
「그거 전부... 부를 수 있어?」
(해석 없음)
나는 암기하고 있던 그 가사를, 한 마디 한 마디 중얼거렸다.
켄 「테르테르보즈... 테르보즈... 내일 날씨를... 개게 해 줘...」
「언젠가 꿈에서 본 그 하늘처럼... 맑으면 금... 방울 줄게...」
「...라고 ...생각하는데요?
츠바메「그 뒤는?」
켄 「예?」
츠바메「그건 1절의 가사잖아? 2절하고 3절은, 모르는 거야?」
나는 머리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츠바메「테르테르보즈 테르보즈~ 내일 날씨를 개게 해 줘~」
「내 소원을 들었다면~ 달콤한 술을 듬뿍 마시자~」
켄 「그게, 2절인가요?」
선생은 조용히 끄덕이고, 뒤를 계속했다.
츠바메「테르테르보즈 테르보즈~ 내일 날씨를 개게 해 줘~」
「그래도 흐려진 채 울고 있다면~ ... ... ... ... ... ...」
츠바메「네 목을 싹둑 베겠어」
츠바메「켄군도, 머리 속 어딘가에서, 분명히 이 가사를 기억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가엾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목을 벤다.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목을 벤다니...
켄 「그래선, 마치...」
「마치... 제물같은 거 아닙니까...」
츠바메「그러네...」
「참혹하지만...」
켄 「... ...」
츠바메「원래, 일본의 테르테르보즈는 『희생양(身代わり)』으로서 모셔지던 거야...」
「정확히는, 『*카타시로(形代)』라고 하지만...」
(*액막이에 쓰는 종이인형)
켄 「카타시로?」
츠바메「그래...」
「음양사가, 목욕재계와 *불제 때 쓰던 종이인형...」
(*신에게 비는 의식.)
「그게, 카타시로...」
「이 카타시로로, 몸을 문질러 재앙을 옮기고, 강물에 떠내려보내서 씻어내린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서, 병을 낫게 하거나, 재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간단히 말해서... 『희생양』...」
「카타시로는, 누군가의 희생이 되어, 재앙을 가지고 가 주는 거야」
켄 「그럼 테르테르보즈는, 그 카타시로와, 소청낭인형이 짜맞춰져서, 만들어진 거라는 겁니까?」
츠바메「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옛날에는 테르테르보즈도, 맑아지면... 즉, 소원을 이루어줬다면...」
「제대로 강물에 흘려서, 공양해 줬다는 것 같아」
켄 「강물에...」
츠바메「하지만, 어느쪽이라고 해도, 가엾은 건 변하지 않아...」
「소원을 이루어준다면 공양한다...」
「하지만, 이루어주지 못했을 때는...」
「테르테르보즈는, 희생양이 되어 죽어버리는 걸...」
왠지 묘하게 가슴이 떨렸다.
갑자기, 가슴이 조여오는 것처럼 세차게 아팠다.
나는 그 꺼림칙한 아픔을 뿌리치려는 듯이...
켄 「ㅡㅡ그런 지독한 말, 하지 말아주세요!」
정신이 들었을 때는, 그 말이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모처럼...)
(모처럼, 호타루가 만들어 줬는데...)
(열심히, 만들어 줬는데...)
창틀에 매달린 인형...
인형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생글생글 웃는 것처럼 보였다.
8/19
[s]~ 封印 ~
봉인
언제나처럼, 나는 하마사키 학원에 와 있었다.
[s]언제나처럼, 나는 하마사키 학원에 와 있었다.
하지만, 교실에 들어가보자 칠판에 거대한 글자로 『오늘! 임시휴강!』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휴강한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딱 한사람 모습이 보였다.
쇼타였다.
켄 「이런 곳에서, 뭐하고 있냐?」
쇼타 「지각이다, 너」
켄 「상관없잖아, 휴강이니까」
쇼타 「... ...」
켄 「시간이 생겨버렸으니까, 오랫만에, PK라도 할까?」
쇼타 「미안하다, 그럴 기분이 아니야」
켄 「...쇼타?」
쇼타 「내버려둬」
그렇게 말했지만, 물러나기 힘든 분위기를, 나는 느꼈다.
쇼타는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걸까?
하지만 그는 조용히, 나를 무시하는 것처럼, 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대로 수분이 지났다...
창 밖의 구름도, 소리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켄 「쇼타...」
쇼타 「냅두라고 했잖아. 어디로든 가버려」
켄 「오늘 쇼타, 어쩐지 이상해...」
쇼타 「아아, 이상하다, 나는」
「어차피 나는, 쿠이쿠이성인을 격퇴하기 위해, 남극에서 플라즈마 병기를 개발하고 있는 왕바보자식이다」
켄 「의미를 모르겠어」
쇼타 「별로 의미따위 없어!」
켄 「...쇼타 ...역시 이상해」
쇼타 「나는 괴짜(變人)다」
「변혁인(變革の人), 이란 의미는 아니다?」
「풍선 구멍에 가발을 끼워넣고 기뻐하거나, 소녀만화를 고서점에서 전권갖추고 히죽 웃거나...」
켄 「그런 걸 묻고 있는 게 아냐!」
「진정해, 자포자기하지 마, 쇼타」
쇼타 「... ...」
켄 「왠지, 그렇게 해서 중요한 문제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쇼타 「그렇지 않아」
켄 「봐, 아까도 그리 말하면서, 굳게 다물고서, 팔짱끼고 하늘을 보고 있었잖아」
쇼타 「관계 없잖아!」
켄 「만약 수업중이었다고 해도, 보통의 쇼타라면 그런 복잡한 얼굴 하지 않았어」
쇼타 「복잡한 얼굴... 하고 있냐?」
켄 「하고 있어. 지금, 했다」
쇼타 「언젠가의, 보복이냐?」
켄 「그럴 작정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쇼타는... 뭔가, 말하기 거북한 일 가지고 고민하고, 끙끙 앓고 있어」
쇼타 「... ...」
켄 「보복이라면, 지금은 내가, 쇼타의 상담을 해주고 싶어」
「거국적인 상황판단과 적절한 지시로 팀을 지휘하고, 대담하고 또한 과감한 플레이로 적 공격진을 농락하는 명 DF...」
「원 축구부 주장인, 그 쇼타가, 말로 표현할수 없는 뭔가로 고민하고 있다면, 내버려둘 수는 없어」
쇼타 「놀리지 말아줘」
켄 「쇼타의 머리에 피가 몰려있다면, 놀리는 것도 필요해」
쇼타 「... ...」
켄 「이야기해주지 않겠어?」
쇼타 「안돼」
켄 「에?」
쇼타 「너한테는 말할 수 없어」
켄 「어째서?」
쇼타 「켄... 네 탓이 아냐」
「너를 원망하는 게 아냐... 그래도 말야」
「이 일은, 너한테는 말할 수 없어」
「어떻게 해도... 너한테만은 말할 수 없어」
켄 「그러니까... 어째서...?」
쇼타 「말했지? 나는 그런 것에... 의리가 두텁지」
켄 「쇼타... 그래선, 그것만으론, 무슨 말 하는 건지 전혀...」
쇼타 「미안... 돌아간다, 나」
쇼타는 돌아서서, 빠른 발걸음으로 교실을 나갔다.
이윽고 종은 울렸지만...
다음 수업 때 내 옆에... 쇼타의 모습은 없었다.
~ 風音 ~
바람 소리
4교시째의 물리 수업이 끝난 뒤, 나는 음악실로 향했다.
[s]4교시째의 물리 수업이 끝난 뒤, 나는 음악실로 향했다.
(해석 없음)
오늘, 하루동안... 교사의 어느 곳에서도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 적이 없었다.
호타루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2차 예선이 끝나고 나서, 나는 아직 한 번도 호타루가 피아노를 치고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어제 품었던 묘한 가슴앓이가,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었다.
켄 「호, 호타루...」
음악실 문을 열자, 언제나의 장소에 호타루가 앉아있었다.
나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호타루의 옆으로 가까이 갔다.
그러나...
한 발, 또 한 발 가까이 갈 때마다, 이상한 기색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부근을 떠도는 불온한 공기는, 어두침침하게 탁하고 무거웠다.
검게 빛나는 피아노 저편에서 호타루가 얼굴을 보였다.
생기없는 안색...
꿈쩍도 하지 않는 눈동자...
멍하니 흐린 그 눈동자는 유리구슬같이...
밀랍인형.
거기에 앉아있는 건 그냥 밀랍인형이 아닌가, 그런 착각마저 들었다.
켄 「호타루?」
나는 숨을 멈추고, 눈치보듯 물었다.
호타루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켄 「호타루?」
다시 한 번, 말을 걸었다.
내 말은, 조용히 반사되어 교실의 허공을 울릴 뿐이었다.
켄 「어이, 호타루...」
나는 호타루 곁에 서서, 그 작은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 순간...
호타루의 입술이, 아주 작게, 열렸다.
호타루「움직이지 않아...」
「움직이지 않는다구...」
작은, 지금도 꺼져버릴 듯한, 가냘픈 목소리였다.
호타루「피아노 앞에 앉으면...」
「움직이지 않게 되어버려...」
「손가락이...」
ㅡㅡ손가락!?
나는 무심코, 호타루의 손가락을 건드려버렸다.
호타루는 숨을 삼키고 팔을 당기며, 뛰쳐오를 듯 일어섰다.
켄 「언제부터...?」
「언제부터... 움직이지 않게 된 거야...?」
호타루「... ...」
호타루는, 그냥 가만히 손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텅 빈 눈동자의 색을 보면, 내 말이 전해지지 않고 있음은 명백했다.
켄 「저기... 호타루...?」
나는 호타루의 손을, 감싸듯 잡았다.
부드럽게... 부서져버리지 않도록, 살짝...
딱딱하게 굳은 그 손바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호타루「켄짱...」
중얼거리며, 호타루는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두 개의 눈동자는, 조금씩 조금씩 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켄 「호타루, 움직이지 않게 된 거, 언제부터였어?」
호타루「...모르겠어」
켄 「에?」
호타루「2차 예선 끝난 뒤부터... 계속 치지 않아서...」
「모르겠어... 언제부터, 인지...」
켄 「... ...」
호타루「오늘, 여기에 와서... 피아노 앞에, 앉았더니...」
켄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호타루「응...」
그걸 끝으로, 호타루가 입을 여는 일은 없었다.
나도, 어떤 말을 걸어줘야 하는 건지 모르고서...
그저 호타루의 차디찬 손바닥을 잡아주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8/20
[s] ~ 月の風は南か西か ~
달의 바람은 남쪽인가 서쪽인가
학교에 갈 생각이 들지 않아서, 나는 다다미 위에서 천정만 쳐다보고 있었다.
[s]학교에 갈 생각이 들지 않아서, 나는 다다미 위에서 천정만 쳐다보고 있었다.
책상 위에 놔둔 채로 있던 스피드 몬스터가, 시각을 가리키고 있다.
내모는 듯, 초침이 달린다.
그건 곧이어 분침을 따라잡고, 앞질러간다.
그러나, 내 사고는 일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천정을 쳐다본 채로, 가만히 시계소리의 메아리를 듣고 있다.
전등 빛을, 나는 손바닥으로 가려봤다.
펼친 손.
그리고 나서 천천히, 하나씩,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가 했다.
1, 2, 3...
『엄지손가락이 1번 손가락이라구?」
호타루가 나에게 피아노 레슨을 했던, 그 날 일을 떠올렸다.
악보를 보자, 음보 위에 숫자가 매겨져 있었다.
『엄지가 1이고, 그리고 순서대로... 새끼가 5. 알았어, 켄짱?』
『그러니까, 이 음보를 오른손의 1로 치고, 여기서 4로 바꾸는 거야』
『아냐아냐, 그 쪽은 왼손의 1이라구. 음계가 내려가, 일, 이, 삼...』
일, 이, 삼...
그 때, 결국 내 손은 피아노를 치지 못했지만, 지금, 이렇게 공중에서는 문제없이 움직이고 있다.
『움직이지 않아...』
『피아노 앞에 앉으면...』
『움직이지 않게 되어버려...』
『손가락이』
나는 내 손가락이 자유자재로 굽어지는 것에, 초조함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츠바메「켄군?』
정신이 들자, 선생의 얼굴이 바로 옆에 있었다.
츠바메「미안해, 문이 열려있는 채였으니까」
켄 「아아... 잊어버렸습니다」
방에 바람을 통하게 하기 위해, 입구를 열어두었던 것이었다.
츠바메「생각중? 방해했다면... 잘못했으려나?」
켄 「아니요...」
츠바메「뭔가 중증같네. 얼굴 색이 좋지 않아」
켄 「그런가요?」
츠바메「그래. 만일을 위해 거울, 봐 볼래?」
켄 「됐습니다...」
「그리고, 중증인 건, 제가 아니에요」
츠바메「켄군이... 아냐?」
켄 「호타루가...」
츠바메「호타루짱, 이?」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호타루의 손가락에 대한 일을, 선생에게 알렸다.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 호타루의 손가락. 노래할 수 없게 된 피아노.
호타루에게 있어서 그건, 목숨과 관계될 정도의 중증이겠지.
츠바메「그랬구나...」
켄 「하지만 왜, 어째서 움직이지 않게 되버린 건지... 이런 때」
「호타루는 지금까지, 그야말로, 마치 호흡하는 것처럼, 피아노를 쳤어요」
「그런데... 돌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게 되 버리다니...」
「선생님! 봐요, 제 손가락은 이렇게나 잘 움직이는데!」
「피아노를 칠 필요따윈 없는데도!」
「하나하나 『움직여!』라고 생각 안 해도,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어요!」
츠바메「진정해, 켄군」
켄 「그런데, 어째서, 호타루는!」
츠바메「당황하지마, 켄군... 심호흡을...」
선생에게 진지한 눈으로 응시되면서, 제정신이 든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반복했다.
츠바메「들어, 켄군」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이, 문제없이 호흡하는 건 불가능해」
켄 「빠졌다...?」
츠바메「그녀는 뭔가의 수렁에 사로잡혀있어. 깊고 차갑고, 어두운 수렁에」
「즉...」
「호타루짱은, 피아노에 대해서, 치려는 마음은 있지만...」
「큰 고민이 있어서, 의식을 집중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켄 「... ...」
츠바메「예를 들면, 사랑의 병이라던가...」
「심한 사랑을 하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게 되잖아?」
「밤에도 잘 수 없게 되고, 식사도 목을 넘어가지 않게 돼...」
「그것과, 같은 게 아닐까?」
켄 「사랑의 병, 인가요...」
츠바메「언제나처럼, 예를 든 것 뿐이야. 자잘한 건 신경쓰지 마」
「하지만, 뭔가를 강하게 생각하고, 갈망하는 마음이 있다면, 상대가 뭐가 되든지... 그건 사랑이야」
「호타루짱에게 있어서, 그게 피아노인지, 켄군인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무언가인지...」
「나는, 거기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고, 선생은 열려있는 남쪽 창을 향해 다가섰다.
츠바메「앗...」
한 마디를 중얼거리며, 발 주위로 눈을 향했다.
쌓인 책 위에, 수 매의 카피용지가 놓여있었다.
선생은, 그 종이를 주워들고...
츠바메「이거, 베토벤의 비창소나타구나?」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간신히 떠올렸다.
그랬었다.
호타루에게 피아노를 배웠던 그 때...
가지고 돌아왔던 카피를, 나는 책 위에 놓아두었었다.
그 뒤, 호타루가 연습 상태를 물어보는 일도 없었고... 실제 나는, 그 악보를 제대로 눈에 댄 적도 없었다.
켄 「그거, 호타루한테서 빌린 악보입니다」
「그 곡을, 언젠가 반드시 쳐보이고 말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어서...」
츠바메「아, 그거, 좋지 않아?」
켄 「예?」
츠바메「서툴러도 좋으니까, 네 소리를 호타루짱에게 들려주는 거야」
「그녀가 헤메고 있는 이유가, 피아노 때문이라고 해도, 혹은 켄군 때문이라고 해도...」
「네 소리가 있으면, 앞길을 가리켜줄 수 있을지도 몰라」
켄 「하, 하지만 저는, 피아노같은 건 치지도 못하고...」
「지금부터 해봤자, 몇년이 걸릴지...」
츠바메「반드시 쳐보이겠다고, 약속했던 거잖아?」
켄 「에, 예에...」
츠바메「그렇다면, 한심한 소리 하는 게 아냐」
「약속은, 꼭 지켜주세요」
「만약 피아노를 못 친다고 해도, 소리를 선물할 수는 있으니까...」
켄 「소리를, 선물해요...?」
츠바메「그래」
「뒤는, 스스로 생각하세요」
그 말을 남기고, 선생은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조용히,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소리를, 선물한다...)
(소리를... 선물한다...?)
소리를 선물하기 위해서는...
ㅡㅡ그런가! 그런 거였나!
나는 방을 뛰쳐나와, 후지카와 역으로 향했다.
후지카와 역의 번화가.
공장용구와 그 재료들이 놓여있는 백화점에서, 나는 그것을 샀다.
오르골 제작 키트.
그걸 만들어 선물하면, 호타루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의 호타루에게 동정이나 연민, 위로의 말을 걸어봤자, 호타루에게 뭔가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최고의 특효약은... 호타루를 기쁘게 해 주는 것.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되었다.
『이 곡은 있지, 호타루가 제일 좋아하는 피아노 소나타야』
호타루가 제일 좋아하는 곡 ㅡㅡ베토벤의 비창.
이 곡을 오르골로 만들어 선물하면, 꼭 호타루를 기쁘게 해 줄 수 있겠지.
(그렇게 된다면 혹시, 움직이지 않게 된 손가락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후지카와 역으로 향했다.
성공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거다.
그 덕분인지, 마음에 걸려있던 무언가가 사라져, 역을 향하는 내 발걸음은, 아까보다 가벼웠다.
8/21
[s] ~ 齊奏【ほたる編】~
합주【호타루편】
점심시간ㅡㅡ.
[s]점심시간ㅡㅡ.
나는 편의점에서 사온 주먹밥을 펼쳐놓고서...
켄 「자, 시작해볼까?」
한 마디 말과 함께, 일어섰다.
우선은, 이 책상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된다.
팔을 펴고, 와그르르르르! 하고 단숨에 방해물들을 바닥에 떨쳤다.
물건들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아직 먼지가 쌓여있다.
나는 떨어진 것들 중에서 T셔츠를 주워, 그걸로 책상 위를 깨끗이 닦았다.
켄 「좋아, 준비 완료!」
방 구석에 놓아둔 『상자』를 들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상자』=『오르골 제작 키트』
내가 오늘 아침, 학교에 올 때, 같이 가지고 온 거였다.
오늘 (수요일)은 3교시 수업이 없다. 그렇지만, 4교시째 수학 수업이 있으니, 집에 돌아갈 수는 없다.
즉, 점심시간을 합하면, 두시간 반의 빈 시간이 생기게 된다.
거기서, 바로 머리를 스친 것이, 어제 샀던 『오르골 제작 키트』였다는 거다.
두시간 반 ㅡㅡ오르골을 만들고 있으면, 지루하지도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바로 『오르골 제작 키트』의 뚜껑을 열어봤다.
안에는, 금속제의 각종 부품, 나무판, 나사, 접착제, 등이, 각각 비닐봉지에 조금씩 나뉘어 들어있었다.
그 부품들 아래에 설명서가 한 장 있었다.
손에 들고, 팔랑팔랑 넘겨본다...
켄 「우구...」
(譯: ...)
엉겁결에, 신음소리를 냈다.
거기에 적혀있는 제작공정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 난해한 것이었다.
A. 무브먼트 만들기.
A-1: 핀을 접착할 장소를 표시합니다.
A-2: 표시에 맞춰서, 놋쇠제의 통 표면에, 핀을 접착시킵니다.
A-3: 줄을 사용해, 핀의 끝부분을 잘라내어, 높이를 맞춥니다.
켄 「?」
호타루「혹시 켄짱이, 이 곡 ㅡㅡ『비창』을 칠 수 있게 된다면...」
「딱 하나만, 소원을 들어줄게~!」
켄 「소원?」
호타루「응」
켄 「그거, 무슨 말을 해도 들어준다는 의미?」
호타루「그런 거야」
「어때? 할 맘 생기지?」
켄 「좋아! 그런 거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쳐보이겠어!」
호타루「그 모습이야 그 모습♪」
켄 「앗, 하지만... 바로 칠 수는 없으니까...」
「조금 더, 연습할 시간이 필요한데...」
켄 「그 대신... 절대로 약속, 지키는 거다?」
호타루「켄짱이야말로 『어떻게 해서라도 쳐보이겠어!』라고 단언했으니까 말야」
「그 말, 잊으면 안돼?」
3교시째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흐르는 성과 피상의 선율
수업이 끝나고, 나는 해안가의 산보길을 걷고 있었다.
[s]
보드워크의 위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내리쬐는 여름 햇살에, 하얗게 빛나고 있는 바다.
바다는 아득히 먼 저쪽에서, 하늘과의 경계를 없애고 있었다.
켄 「앗...」
「...선생님?」
시계의 끝에, 인영이 보였다.
틀림없다. 미나미선생이 물가에 가만히 서 있다.
츠바메「... ...」
선생이 만든건가?
정연하게 다듬어진 건조물은, 서양의 성을 닮았다.
무심히, 선생의 손바닥을 봤다.
손바닥은 물에 젖고, 모래투성이였다.
(어째서 선생은, 이런 곳에서, 이런 걸 하고 있던 거지?」
문득, 우와지마 신쿠라는 남자의 일을 떠올렸다.
그가 정말로 선생을 찾고 있고, 선생이 그걸 알아차렸다면...
침묵한다
물결이, 모래성을 지탱하는 토대를 씻어간다.
켄 「묻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츠바메「뭔데?」
켄 「우와지마라던가 하던 수상한 남자가,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츠바메「... ...」
켄 「우와지마 신쿠... 아는, 사람인가요?」
어디서 꺼낸건지 모르지만, 선생은 레몬을 손에 들고 있었다.
켄 「정말...입니까?」
츠바메「글쎄? ...몰라」
양손으로 감싸고 있는 레몬.
그걸 살짝, 선생은 코에 대고, 냄새를 맡고 있다.
켄 「선생님!」
레몬을 대하면, 열받으니까.
켄 「정말로 모릅니까?」
츠바메「돌려줘」
켄 「싫어요」
츠바메「레몬, 돌려줘」
켄 「싫습니다. 대답해주기 전에는...」
츠바메「... ...」
켄 「... ...」
켄 「선생님...?」
선생은, 모래성의 꼭대기를, 뭉개뜨렸다.
견고하게 보였던 성곽의 정점은, 약하게 무너져간다.
곧이어 선생은, 띄엄띄엄 고백을 시작했다.
우와지마 신쿠라는 남자는, 미나미 수자쿠 ㅡㅡ미나미선생의 부친의, 제자였던 듯 싶다.
지금은 일러스트레이션과 웹디자이너를 생업으로 하고 있는 듯 하다.
업계에서는 꽤 유명하고, 권위도 있다는 것 같다.
그렇다곤 하나, 나는 그 이름을 처음 들었지만.
켄 「하지만, 왜, 그 우와지마씨가, 선생을 찾고 있는 건가요?」
츠바메「나를...」
켄 「에?」
켄 「잡으러?」
츠바메「혼약(許婚), 이야」
켄 「いいなずけ라니, 정혼자 말입니까?」
츠바메「그런 거겠구나...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까」
켄 「서, 설마... 아버지가 정한 것?」
선생은 말없이 끄덕였다.
그 표정은 굳어 있었고, 뭔가를 참는 것처럼, 입술은 가만히 닫혀있었다.
켄 「그런, 선생님은... 좋습니까? 아버지가 억지로 결정한 혼약따위」
츠바메「도망치는 건, 불가능해... 정해진 거니까...」
「그렇지만...」
말없이, 선생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 날, 선생님은 갑자기, 제 옆방으로 이사왔다. ...아무것도 안 가지고서」
「견디기 힘든 일이라서... 도망치기 위해...」
다시, 그녀는 말없이 끄덕였다.
이를 악물 수 있도록. 견뎌내기 힘든 걸, 견딜 수 있도록.
아버지가 정하는 혼약이라니, 시대착오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선생도 전에 말했었다. 『예술의 세계는 의외로 봉건적이니까...』라고.
선생에게 있어서는, 지금도 그건 현실이다.
츠바메「그래... 무서워...」
「무서우니까... 부수는 거야...」
「모래성을 부수는 것과, 마찬가지로...」
눈앞에서 파도가 부서진다.
태양빛에 빛나고 있는 하얀 파도.
파도에 무너지고, 부서져가는... 모래성.
그걸, 미나미선생은 허무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츠바메「켄군...」
「너도, 그래...?」
켄 「죄송해요」
「이제 가보겠습니다, 선생님」
나는, 선생한테서 뺏은 레몬을, 그대로 가지고 와 버렸다.
돌려줘야하나?
아니, 그런 건 이젠, 어찌됐건 상관없다.
이불에 누워서, 레몬을 천정을 향해 던져올렸다.
(레몬...)
희미하게, 레몬의 향기가 방안에 떠돌기 시작했다.
레몬의 향기.
(레몬... 레몬...?)
(그러고 보니...)
제츠... 내가 초등학교 때였다.
제츠라고 하는 소년축구클럽에 소속되어 있었다.
시합이 끝나면, 벌꿀에 적셔진 레몬이 나누어졌다.
후원회PTA의 수제품이다. 영양과 당분의 보급에는 안성맞춤인 물건이다.
초등학교 5년때였던가.
그 레몬이 대량으로 남았던 적이 있었다.
시합... 어딘가와의 대항시합이었다.
시합후, PK전을 해서 진 팀이 눈에 레몬즙을 떨어뜨리기로 하는 벌게임을 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잔혹한 놀이였을지도.
고함을 지르며 날뛰었다. 꺄꺄거리면서 각각 레몬을 손에.
그건 차차 증폭되어...
마지막에는 레몬을 서로 부딪치고, 얼굴에 문질러대는 대난투로 발전했다.
날아다니는 레몬. 넘치는 레몬.
레몬즙.
레몬의 냄새.
레몬의 노란 색.
레몬, 레몬, LEMON.
레몬의 냄새가 배어들어, 머리가 아프다...
[s]
물의 반영
세시간째와 네시간째 사이의... 쉬는 시간.
[s]
나는 교정의 구석에서 홀로,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래... 무서워』
『무서우니까... 부수는 거야』
『모래성을 부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양빛에 빛나는 하얀 파도.
파도에 무너지고, 부서져가는 모래위의 누각.
레몬.
그리고... 우와지마 신쿠.
선생이 무서워하는 현실.
쇼타 「다음 수업, 함께 듣는 거 아니였었나?」
켄 「에에또... 그렇군」
켄 「응, 상관없지만...」
하늘의 구름도, 소리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켄 「아무것도」
쇼타 「그럴 리 없어」
켄 「어째서?」
쇼타 「팔짱을 낀 채, 조용히 하늘을 보고 있다」
켄 「관계 없잖아」
켄 「복잡한 얼굴... 하고 있었나?」
쇼타 「하고 있어. 지금, 했다」
켄 「그 말을 들으니까 그렇게 된 거야」
쇼타 「거짓말하지 마」
나는...
선생의 일을 고민하고 있다
켄 「실은, 호타루에 대해서...」
쇼타의 표정이 약간 흐려졌다.
쇼타 「어떻게 봐도, 네놈 쪽이 호타루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
켄 「그럴지도 모르지만」
쇼타 「그럴지도, 가 아니라, 그말 그대로다」
켄 「... ...」
쇼타 「아니, 뇌살이라 하기보다도, 뇌를 죽인다는 뜻의 뇌살(腦殺)인가」
「그녀의 보케는 최강이니까 말야」
나는 거짓말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생각이 막연히 흘러가서, 말로 잘 나타낼 수가 없었다.
쇼타 「입이 막힐 정도로 끙끙 앓고 있는거냐?」
켄 「그렇진 않아... 단지」
쇼타 「단지?」
켄 「어쩐지, 잘 모르게 되버려서」
「이런이런, 상담이나 해 줄까 하고 생각했더니...」
켄 「그모냥이라니... 뭐가?」
쇼타 「평소에는 척척 결정해나가는 주제에. 그도 아니라 적당적당이었던 거냐?」
「두뇌 명석, 성적 우수의 이나미 켄도, 중요한 문제에 닥치면 맥을 못 추는 구만」
「네 축구 센스, 난전에서의 즉단즉결, 정확무비의 패스워크는 일급품이라고 인정했지만...」
켄 「... ...」
켄 「...쇼타?」
켄 「그런 쇼타쪽은 어떤데?」
쇼타 「어떠냐니, 뭐가」
켄 「그, 말로 하기 어려운 고민이라던가... 없어?」
켄 「쇼타쪽은, 벽에 부딪혔을 때, 말끔히 대응할 사고가 있다고, 나는 생각하곤 있지만...」
「혹, 원 축구부의 주장으로 주위의 인망도 높은 쇼타군에게는... 그런 시시한 고민은 없는 걸까?」
「나에게도, 그 정도...」
켄 「말이 분명치 않은데」
쇼타 「그런, 미심쩍은 눈으로 보지 말라구」
「알았어. 이야기하지, 이야기해 준다니까...」
켄 「꽤, 태세를 갖추는군」
켄 「있다... 라는 건, 현재진행형이네?」
쇼타 「짝사랑이지만 말이지」
켄 「그래...」
「즉 그 사람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라는?」
나는 쇼타의, 담담한 모습에 맞춰서...
되도록 무겁지 않게, 하지만 가볍지도 차갑지도 않게, 미묘한 염려를 하면서 그렇게 물었다.
쇼타 「뭐, 이른 이야기지만, 그런 거다」
「나따위는, 전혀 상대해주지 않아...」
「시계의 구석에도, 들어가지 않지...」
켄 「하지만, 뭔가 그거, 쇼타답지 않아」
「평소의 쇼타라면, 억지로 시계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서 『나를 봐줘~!』 라고 외칠 거 같은데?」
쇼타 「그게 불가능하니까, 고민하는 거 아니냐」
「내 마음 속의 양심에, 찔린다구」
켄 「양심?」
쇼타 「성역을 짓밟고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짓밟고 들어가는 건 그만큼의, 각오와 용기가 필요한 것으로...」
「나 꽤 의리있는 편이라. 그런 것에」
켄 「?」
쇼타 「그리고 그녀는, 그녀 자신의 생각대로, 되었으면 하고 바래...」
「그녀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라고도 생각하고 말이지」
켄 「흐음...」
「쇼타는, 어른이구나」
쇼타 「글쎄?」
「어쩌면, 나는 누구보다도 어린애일지도 몰라」
「어린애인 채로, 언제까지 시간이 흘러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결코 손에 넣지 못하는 것을, 떼를 써서 탐내거나 하고...」
「가자, 켄!」
쇼타는 그렇게 말하고, 교사를 향해 달려갔다.
혹시, 쇼타의 지금 이야기... 호타루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호타루와 친하게 이야기하고, 돌봐주는 쇼타...
내 호타루에 대한 태도에, 진심으로 화냈던 쇼타...
호타루와, 쇼타...
나따위보다도, 쇼타쪽이 잘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성역을 짓밟고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짓밟고 들어가는 건 그만큼의, 각오와 용기가 필요한 것으로...』
『나 꽤 의리있는 편이라. 그런 것에』
쇼타의 말이, 머리 구석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s]
물의 장난
오늘은 후지카와(藤川)에서, 호타루의 피아노 2차예선이 있다.
[s]
주위 평판으로는, 호타루가 결승출장하는 건 거의 틀림이 없다는 이야기지만...
괜찮을려나...?
뭐, 걱정한다고 해도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점심을, 그 쪽에서 호타루와 함께 먹기로 이야기가 되어있으니까, 출발은 11시 조금 전으로 해 둘까.
아직 조금 시간은 있다.
시간...
(그래, 이럴 때 지각같은 거 하면 큰일이지...)
서랍을 열고, 넣어뒀던 꾸러미를 꺼냈다.
오래간만에, 나는 그 시계를 손목에 차고 나가기로 했다.
간직하고 있던 스피드몬스터.
몇번인가, 데이트할 때 몸에 지니고 나가긴 했지만, 평소는 서랍속에 넣어두고 있었다.
고가이기도 했고, 상처를 내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호타루에게 선물받은 물건이니만큼...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
시각은 오전 10시... 40분.
크로노그래프의 시간이 맞는 걸 확인하고, 나는 집을 나섰다.
...여기로군.
그 목소리에 뒤돌아보자, 호타루가 기운차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손을 흔들어주고, 종종걸음으로 가까이 갔다.
시즈루「에에, 시중들러」
호타루「그럼, 켄짱도 왔으니, 점심 먹자」
시즈루「나는 됐으니까, 둘이서 다녀와」
호타루「네~에. 가자, 켄짱」
켄 「응, 갈까」
호타루「어레? 왜 그래 켄짱? 피곤한 기색인데?」
「아~, 호타루를 생각해서, 긴장해서 잠 못잤구나?」
켄 「... ...」
호타루「걱정도 병이네~, 괜찮다니까~...」
켄 「그건... 꽤 걱정되는데...」
호타루「에? 어째서?」
켄 「연주중에 배를 저을 거 같아」
「風に~たなびく~, 大漁旗~♪」
(譯: 어부들이 하는 노래-; 해석은 PASS;)
「해냈구만 대장! 어떠우, 오늘도 한잔?」
켄 「자버릴 것 같다, 는 의미야」
켄 「피아노 치다가 자지 말도록 해」
호타루「역시 본 편에서는 그런 거 안 해」
「켄짱이야말로, 호타루가 나갈 때 자면 안된다구?」
켄 「알고 있어」
켄 「오늘은 호타루의 중요한 날이니까 말야. 이녀석도 데려왔지」
호타루「에헤헤~♪」
켄 「그래. 힘내」
시즈루「정신차리고」
호타루「네~에」
켄 「뭐가 말입니까?」
시즈루「이젠, 완전히 평소의 그 아이네. 켄군을 만나기 전까지는, 긴장해서 덜덜 떨고 있었는데」
켄 「... ...」
(해석없음)
옆에는, 시즈루상이 조금 긴장해서 몸을 뻣뻣히 하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힘내라』라고 중얼거렸다.
스테이지 위에 있는 건, 내가 알고 있는 호타루가 아닌 듯한, 그러나 틀림없이 내가 알고 있는 호타루였다.
2곡. 도합, 20분쯤.
끝난 순간, 우리들은 『후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별다른 큰 미스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초짜인 내 귀가, 어느정도 의지가 될런가는 어쨌건간에.
생각탓인지 주변의 박수도, 이제까지의 연주자에 대해서보다, 더 열렬한 것처럼 들렸다.
켄 「수고했어」
나는 가볍게 호타루의 어깨를 두드렸다.
호타루「응, 고마워. 저기, 어땠어?」
켄 「연습때보다, 좋았다고 생각해. 어때? 호타루 스스로는?」
호타루「응... 호타루도, 꽤 상태가 좋았다고 생각해. 잘 칠 수 있었어」
켄 「그래. 그럼,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네!」
켄 「괜찮아. 호타루라면, 꼭 결승에 갈 수 있어」
「에 그럼, 결과 발표는 아직 뒤인가?」
호타루「으, 응...」
「전원의 연주가 끝나고 나서니까... 빨라도 4시 반... 5시정도가 되버릴 거야...」
켄 「그럼, 그때까지 기다릴까? 아, 호타루는 지금부터 어떻게 할래?」
호타루「... ...」
켄 「응? 왜 그래?」
그 눈동자 가에서, 빛나는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켄 「엣!?」
호타루의 눈에 맺혀있는 눈물 한 방울.
천천히 뺨을 지나, 주룩 흘러내렸다.
켄 「호, 호타루?」
갑작스러운 눈물에, 나는 당황해버렸다.
「눈에 먼지가 들어가버렸습니다」
「미안, 미안...」
작은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 친다.
호타루는 손수건으로, 살짝 눈 주위를 닦았다.
호타루「아, 응. 금방 갈게」
「미안해, 켄짱」
켄 「됐다니까, 다녀와」
호타루「알았어. 켄짱, 와줘서 고마워」
「끝나면, 바로 전화할게」
켄 「그래. 결과, 가르쳐줘!」
시즈루상에게 끌려서, 호타루는 회장 안으로 사라져갔다.
이제 곧 전화가 오겠지.
아니, 늦는데. 이쪽에서 걸어볼까?
아니아니, 좀만 더 기다리자...
켄 「여보세요, 호타루?」
호타루『그래, 켄짱. 지금, 피아노 축승회(祝勝會)가 한창이야』
켄 「축승회...란 건, 예선 통과했구나? 축하해, 호타루!」
호타루『응, 고마워. 열심히 했어, 호타루』
(...어라?)
켄 「왜 그래? 왠지 호타루. 기운이 없는 거 같은데?」
호타루『에엣? ... 그렇지 않아...』
『단지, 주변에 유명한 선생님들이 엄청 있으니까, 긴장했을 뿐』
『모처럼 맛있는 음식이 나왔는데, 왠지 식욕도 없어. 아깝겠지?』
켄 「저기? 호타루의 축하 자리니까, 그렇게 굳을 필요 없지 않아?」
호타루『으~응... 그렇긴 하지만~』
『선생님한테 인사하는 거라던가, 실례가 없도록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켄 「... ...」
호타루『아, 미안. 슬슬 끊을게. 선생님이 부르시거든』
켄 「응, 알았어」
호타루『그럼 이만, 켄짱』
[s]
관상에 헤매는 타올
날씨는, 쾌청...
[s]
아침, 토모야의 산보를 끝낸 나는, 쌓여있던 세탁물을 말리고 있었다.
코인론드리에서 빨아온 이 세탁물을, 한장 한장 창밖에 걸어간다...
이 날씨라면, 분명히 금방 말라버릴테지.
그러자 돌연, 센 바람이 불었다.
타올이 한 장, 하늘하늘 바람에 춤추며, 뜰의 구석에 떨어져버렸다.
나는 한숨을 쉬며, 뜰로 내려갔다.
착지자세 좋고. 더럽혀지지는 않은 것 같군.
나는 허리를 굽히고, 타올에 손을 뻗었다.
켄 「응!?」
갑자기, 강렬한 레몬 냄새가 콧속을 찔렀다.
(어디서?)
무심코 주변을 확인했다.
레몬의 모습은 없다.
하지만 이 냄새는 여기... 발 주위에서 엄연히 풍겨오고 있었다.
타올 아래... 메릿사 풀숲 안에서...
츠바메「레몬밤」
어느샌가, 미나미선생이 뜰의 긴 의자에 앉아있었다.
켄 「엣? 메릿사가, 아닌 겁니까?」
츠바메「메릿사의 별명이, 레몬밤」
「약용식물의 일종. 소화촉진, 자양강장, 진정작용이 있으며, 두통, 복통, 발열등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말하지 않았어?」
켄 「들은 것 같은 기억도 있긴 하지만... 별명은 몰랐습니다」
츠바메「향기는 레몬과 같지만 말이지. 본질은 조금 달라」
켄 「예?」
츠바메「좋은 거야」
숨이 막힐듯한 레몬 향기가, 선생을 사뿐히 감쌌다.
츠바메「그냥, 이렇게 하고 있는 게 좋아」
「레몬인데도 말야」
「차분한 기분이 돼」
「이대로, 바람에 실려가고 싶어져」
「어때? 너도 해보지 않을래?」
켄 「아니, 저는...」
츠바메「그래. ...토모야는?」
어느새인가, 바로 옆까지 토모야가 와 있었다.
츠바메「토모야는 좋아해? 레몬」
토모야가 가볍게, 코를 킁킁댔다.
그리고 잠시, 침착성 없이 냄새를 맡고 있었지만, 그새 질렸는지, 하품을 하면서 돌아갔다.
「그러니까, 여기에 온 거구나. 나」
켄 「엣,..?」
츠바메「이, 레몬의 향기에, 끌려서」
레몬의 향기...
또, 선생은 그렇게 말했다.
이 냄새를 느껴서, 여기 아사나기장에 왔다, 라는 건가?
츠바메「메릿사는, 가라앉게 하는 것」
「레몬의 향기는, 끓어오르게 하는 것」
「레몬과 메릿사...」
「켄군... 너는, 어느 쪽이야?」
그건 그렇다 쳐도, 어째서 레몬인 거지?
레몬... 레몬에는 무언가가 있다...
바람을 타고 흐르는 레몬향기가, 내 마음을 술렁이게 했다.
간주에 헤메는 호타루
교사 「그래서 말이죠~ 『함수 f(x)=x^3+3x^2-9x』를 미분하면~」
[s]
「『f'(x)=3x^2+6x-9』가 되어서~」
「이걸 인수분해하면 『3(x-1)(x+3)』이 되는 거니까~」
평소처럼, 나는 수업을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평소와는 다른 게 딱 하나 있었다.
왠지 옆에, 호타루가 앉아있었던 것이다.
「호타루, 무슨 소리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켄 「어디가?」
호타루「어디가, 라니... 전부」
켄 「그러니까 『f'(x)』의 값이 『0』이 될 때, 극값을 구할 수 있는 거니까...」
「『3(x-1)(x+3)=0』이 되는 『x』를 구해서, 그것을『f(x)』에 대입하면 되는 거야」
「알았어?」
호타루「... ... ... ... ... 전혀 ...」
교사 「이봐요 거기! 뭘 떠들고 있는 겁니까! 수업중에」
켄 「죄송합니다...」
교사 「그럼, 에 또... 시라카와씨...」
「답은 얼마가 됩니까?」
호타루는 석화주문에 걸린 마을사람처럼, 굳어있었다.
나는 즉각 『대 = 29 / 소 = -3』라고 노트에 갈겨적고, 그것을 호타루에게 보여줬다.
(譯: 이거 틀린 거 같은데-_-; 제가 식을 잘못 보고 적은 걸지도;)
와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호타루는 뭐가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느낌으로 멍청하니 서 있었다.
켄 「뭐야, 모처럼 가르쳐 줬는데도...」
호타루「그래서는, 가르쳐준 게 안된다구」
「제대로 『극대값/극소값』이라고 써주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잖아?」
호타루는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했다.
화내서 빨개진 건가? 창피해서 빨개진 건가?
아마도, 양쪽 다 맞다고 생각하지만...
켄 「뭐, 그렇게 화내지 마라」
「애초부터, 호타루한테는 이해가 안 가는 게 당연한 거니까」
「문계클래스고... 지금까지 미분 수업같은 거, 받아본 적 없지?」
호타루「응」
「그래도... 어쨌든 창피했어!」
켄 「있지, 호타루? 전에도 말했지만 말야, 사람에게는 어울리는 것과 안 어울리는 게 있는 법이야」
「호타루에게는, 피아노를 잘 치는 재능이 있어」
「그것도, 그만큼 큰 콩쿨에서 결승에 진출할 정도의 뛰어난 재능이」
「미분같은 거 못한다고 해도, 그 재능이 있으면 충분하지 않아?」
「뉴튼은, 프린키피아는 썼어도, 그랜드피아노는 치지 못했어」
*「이런 것과 마찬가지라고」
(*제작자 주 : 이번에도 빠진 문장. 사전보고 대충 때웠음-_-;)
호타루는 불만스럽게 입을 쭉 내밀고서도, 일단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3층의 가장 안쪽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나와 호타루는 계단을 올라가, 그 교실로 향하고 있었다.
켄 「호타루? 정말로 연습 안해도 괜찮아?」
「정말, 아까부터 몇번 똑같은 질문을 해야 마음이 놓일 거야?」
켄 「하지만... 다음은 드디어 결승이라구?」
「어제, 콩쿨 회장에 가서 처음 알았지만...」
「『전국 2천명 가운데서, 결승에 진출하는 건 겨우 4명뿐』이잖아?」
「그런 큰 대회를 앞두고, 의미도 없는 수업따윌 받거나 하고...」
「왠지, 내가 억지로 함께 있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하고 생각해서...」
「이계의 수업이란, 어떤 느낌일까~하고 생각해서...」
「단순한 호기심이라니까~」
켄 「다음 수업...」
「...영어인데?」
호타루「시끄럽구만~, 정말 하나하나...」
「그렇게 호타루가 옆에 있는 거, 싫어?」
켄 「전혀」
「호타루와 같이 수업을 받으면... 웃기고」
나와 호타루는, 비어있던 창가 옆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한 사람의 호령과 같이, 모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서, 머리를 숙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譯: ...목소리 최악;;;)
「그래서 오늘의 수업은, 텍스트 17페이지, 당시 미국 신문에서의 투고를 이용해서 해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호타루는 자기 책상을, 내 책상 옆에 붙여왔다.
나는 장문독해의 텍스트를 펼치고, 강하게 꽉 눌러펴고서, 책상과 책상 사이의 한가운데에 놓았다.
호타루「고마워」
한 마디 속삭이고, 호타루는 텍스트로 눈을 돌렸다.
진지한 표정으로 문자를 읽어나가는 호타루...
그 옆모습을 슬쩍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진짜로, 연습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아까 수학 수업이 시작하기 전, 나는 끈질길 정도로, 그걸 호타루에게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음악에서는, 쉼표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야」
「2차예선이 막 끝났을 뿐이니까... 호타루도 조금은, 쉬게 해 줘?」
지금까지 몇개월 새, 호타루는 매일같이 연습을 해왔다.
하루정도 쉰다고 해서, 실력이 줄 리는 없겠지.
그건 호타루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해서도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호타루가 흘린, 한 방울의 눈물을...
차가운 반짝임을 발하던, 그 눈물을...
호타루「응? 켄짱, 왜 그래?」
호타루가 내 시선을 눈치채고, 돌아봤다.
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창밖으로 눈을 향했다.
[s]
오늘의 전개성과
츠바메「『길가에 망연히 서 있던 그 모습은, 마치 *부리단의 당나귀같았다』」
*왼쪽 건초와 오른쪽 건초 사이에서 고민하다 굶어죽은 당나귀 이야기
[s]
(*왼쪽 건초와 오른쪽 건초 사이에서 고민하다 굶어죽은 당나귀 이야기)
「『차마 보다 못한 나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 겁니까?」』」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울고 있지 않았습니까. 슬픈 일이라도 있었나 보지요」』」
「『「슬픈 일같은 건 없습니다. 슬프진 않지만서도, 울 수밖에 없답니다」』」
「『「그렇다면, 웃으세요. 행복하다면, 당연히 웃어야죠. 당신에게 눈물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학생 「차렷...경례...」
다음 4시간째의 수업을 향해, 학생들은 삼삼오오 흩어져간다.
선생은 텍스트를 탁 덮고, 칠판지우개를 손에 쥐었다.
칠판에는, 수업중에 휘갈겨 적은 작은 문자들이 빽빽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 문자를, 선생은 왼쪽에서 순서대로 지워나갔다.
그러자, 아직 남아있던 몇 명인가의 학생이 『아~』라던가 『우~』같은 비통한 신음소리를 냈다.
츠바메「앗, 미안. 아직 노트 다 받아적지 못한 거구나?」
선생은 손을 멈추고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늦었다.
학생들은 노트를 덮고 『뭐, 언제나 그러니까』처럼 포기한 모습으로 교실을 나갔다.
켄 「선생님...」
「질문이 있는데요...」
나는 텍스트를 들고, 교탁 앞으로 갔다.
선생은 칠판을 끝까지 다 지우고 나서, 손바닥을 털며 돌아보았다.
켄 「여기... 아까 선생님이 읽어주신 부분...」
「『슬프진 않지만, 울 수밖에 없다』」
「이거, *아나그램이지요?」
(*철자의 위치를 바꾸어 새 어구를 만드는 것.)
말하면서, 나는 텍스트의 일부를 가리켰다.
츠바메「어디가?」
켄 「어디가,라니... 그러니까 여기 말이에요」
「『かなしくない』와 『なくしかない』ㅡㅡ죠?」
켄 「예? 하지만, 봐요 여기도」
「『웃으세요, 행복하다면, 당연히 웃어야죠』」
「『わらいなさい』와 『さいわいなら』」
「역시, 의도적으로 문자를 바꿔넣은 거라구요」
선생은, 질린 모습으로 그렇게 말했다.
츠바메「아나그램이 숨어있다... 그게 어쨌다는 거야?」
켄 「아, 아니... 별로...」
「그저, 혹시 눈치채지 못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서요...」
츠바메「그래. 확실히 눈치채지 못했어」
「라기보다도, 애초에 그건, 정확한 아나그램이 아니잖아?」
「켄군이, 억지로 해석하고 있을 뿐이야...」
「마치 10년정도 전에 유행했던, 노스트라 뭔가 하는 책처럼 말이지」
켄 「... ...」
「아나그램이 숨어있다... 그래서 뭐라는 거야?」
켄 「그건... 지금 말했잖습니까...」
「선생님한테, 가르쳐주려고 생각해서...」
츠바메「거짓말」
「너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나는 제대로 수업을 들었어요』라고... 어필하려고 생각했을 뿐이지?」
켄 「그런 건」
츠바메「있잖아, 나 맨 처음 시간에 말했었지?」
「『제 수업은, 세상에서 가장 무익하고 쓸모없는 것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켄군은 수업을 받거나 하고 있어?」
「진지하게 내 수업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사소한 곳까지 체크하고...」
「그게, 뭔가에 도움이라도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켄 「안됩니까? 수업을 진지하게 들으면...」
츠바메「그래. 안돼」
「켄군에게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잖아?」
켄 「... ...」
미나미「본시 켄군, 문계지망이 아니었었지?」
켄 「국립, 이계 지망입니다」
「그러니까 현대국어는, 센터시험에 필수라구요. 아시잖아요?」
츠바메「거짓말」
「또 거짓말을 했다」
「켄군은, 수험따윈 어떻게 되든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
켄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선생은 강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츠바메「너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거네...」
「부리단의 당나귀가, 될 셈이야...?」
켄 「예?」
라고 되물은 그 때...
호타루「켄짱~!」
문을 열고서, 모습을 보인 건 호타루였다.
호타루「아레? 중요한 이야기, 였어?」
츠바메「아니, 전혀. ...조금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던 참이야」
켄 「선생님...」
나는 호타루를 향해, 이렇게 고했다.
켄 「미안하지만 호타루, 잠깐 밖에서 기다려주지 않겠어?」
켄 「정말, 미안」
호타루「... ... ... ...」
선생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나는 물었다.
츠바메「정말로...」
「기가 찰 정도로 너는...」
그 말을 끝으로, 선생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나는 오로지 선생의 말만을 계속 기다렸다.
하지만 선생은, 입을 열지도 않고, 시선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은 채,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올려보면서, 눈만 계속 깜빡이고 있었다.
나도 그 뒤를 따랐다...
맑게 개인 하늘을 쳐다보면서, 선생은 당돌하게, 그렇게 말했다.
츠바메「알겠어? 내가 말하는 것...」
켄 「... ...」
「이 넓은 하늘의 저편에, 뭐가 보여?」
선생은 하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하늘은 끝없이 푸르고, 깨끗하게 트이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켄 「태양이」
나는 답했다.
켄 「하늘 저쪽에서는 태양이 보입니다」
츠바메「달은?」
켄 「달?」
츠바메「달은 보이지 않아?」
나는 다시금, 넓은 하늘을 구석구석까지, 훑어봤다.
켄 「달이라니... 어디에도 안 보이지 않습니까...」
츠바메「하지만, 있어」
「저기에...」
그렇게 말하고, 선생은 남남서 방향을 가리켰다.
츠바메「오늘은 달초니까, 그림자가 되어 보이지 않는 것 뿐이야」
「하지만 달은, 확실히 저기에 있어」
나는 선생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다.
태양이 빛나고 눈부셔서, 무심코 손으로 가리고, 눈을 찡그렸다.
그래도 역시, 하늘 그 쪽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세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제대로 찾아내세요」
「어때? 알았어?」
선생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도 선생을 쳐다봤다.
선생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 건 기분 탓인가?
츠바메「켄군...」
거기에, 호타루의 모습은 없었다.
갑작스럽게, 정숙을 깨는 듯이 착신음이 울려퍼졌다.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디스플레이로 눈을 향했다.
『길어질 것 같으니까, 먼저 돌아가버린다용~』
『메~롱이다』
호타루한테서 온 메일이었다.
오늘도 호타루는 피아노를 치지 않은 건가?
교실 구석에, 주인을 잃은 피아노가 우두커니 놓여 있었다.
마을의 전회청과
아사나기장에 돌아온 나는, 멜론을 하나 손에 들고서, 멍하니 서 있었다.
[s]
부모님이 사는 본집에서, 당돌히 택배편으로 보낸 멜론.
보낸 사람은 내 아버지였다.
하나뿐인 멜론. 둥근 그대로의 멜론.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나에게는 큰 연관없는 먼 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가』라는 게 너무나 기묘하다.
아버지가 지금쯤 어떻게 하고 있는 건지조차도, 나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저쪽도 나에 대해 모르고 있겠지.
어쨌거나, 손에는 멜론이 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저녁 햇살에, 여물기 시작한 멜론의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덥군...)
(이제 해도 저물었는데...)
이대로 가만히 서 있는 건, 대단히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별 수 없지... 먹을까...)
켄 「앗, 선생님...」
츠바메「자를까?」
한 조각을 건네어, 나는 받아들었다.
켄 「정말 고맙습니다... 어라, 뭔가 이상하네」
츠바메「어째서?」
켄 「저에게 보내져온 멜론을, 받아들고 고맙다고...」
「아니아니, 잘라주신 건 선생님이니까, 고맙다고...」
츠바메「오늘은 덥네」
켄 「그렇군요」
나는 어떻게 되버렸던 건가...
그래,.. 분명 더위 탓이겠지.
츠바메「시원한 곳으로 가자」
켄 「아아, 석양이 눈에 부시다~」
「인데, 뜰 안에서도 제일 더운 곳 아닙니까 여기는!」
가득한 열기를 받아, 멜론도 녹을 것 같았다.
츠바메「그러네」
켄 「나무그늘에라도 옮기죠」
츠바메「어머, 여기서 찬 메론을 먹는 게 좋은 거야」
켄 「... ...」
다행히, 멜론은 냉방택배편으로 완전히 차가워져서 보내져왔다.
안은, 거의 샤베트 상태다.
이런 조절을 모르는 배려가, 정말로 서투른 아버지다워서 이상했다.
츠바메「왜?」
켄 「저기요? 이런 더운 날에는 보통 수박 아닙니까?」
츠바메「그럴까나? 알맞게 차가워져있고, 맛있잖아, 이거」
켄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아악! 수박이 먹고 싶엇!!』하는 기분하고 『어쩐지 메론이 먹고 싶구나~』하는 기분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른 거군, 이라고」
츠바메「기분?」
켄 「그렇다구요. 중요하잖아요? 기분」
츠바메「근거는?」
켄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구요, 기분이니까」
츠바메「켄군이 그런 말을 하다니, 왠지 의외네」
켄 「그런가요?」
츠바메「수박도 멜론도 마찬가지인 거잖아?」
켄 「아니, 아마도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형태도 맛도」
츠바메「어느쪽이나 같아. 박과의 덩굴 1년초인데?」
켄 「그렇긴 하지만...」
츠바메「그럼, 수박을 영어로 하면?」
켄 「워터멜론... 앗」
츠바메「그렇지?」
선생은 미소를 지으면서, 멜론을 입으로 옮겼다.
같다...인가
수박과 멜론. 다르지만, 같게 생각되었다.
차가운 멜론의 식감 탓에, 작은 모순도 받아들이고 싶어지는 기분이 된다.
켄 「후우우... 풋」
나는 입속에서 멜론 씨를 골라내고서, 한 알씩 먼 곳을 향하여 날려보냈다.
츠바메「... ...」
켄 「앗, 죄송합니다. 조금 품위가 없었을려나요」
「무심코 옛 버릇을... 이상하네, 보통은 안 하는데」
츠바메「옛날의?」
켄 「어릴 적, 시골 툇마루에서 수박을 먹고서, 사촌들과 수박씨 날리기같은 걸 한 적이, 있어요」
「어쩐지, 문득 생각나서, 말예요」
츠바메「그랬구나?」
켄 「예에」
츠바메「후우...」
「풋」
선생은, 내가 하던 짓을 흉내내, 멜론씨를 날렸다.
츠바메「어때?」
켄 「어떠냐니... 이야아, 잘 하시는데요」
츠바메「내년은 저 근처에 메론이 많이 열릴 것 같네」
켄 「네. 후우우우... 풋」
경쟁하듯, 다시 씨를 뱉는다.
(譯: 원래는 심는다는 뜻-_-)
하얀 씨는 바람에 실려서, 하늘하늘 춤추며 떨어졌다.
켄 「그러고 보니, 멜론과 레몬은, 어딘가 닮았네요?」
츠바메「에?」
켄 「MELON LEMON... 봐요, M과 L이 바뀌었을 뿐」
츠바메「응. 그건 확실히 『아나그램』이네」
선생은 끄덕이고서, 다시 씨를 날렸다.
멜론. 레몬.
이름이 그렇게 되어있을 뿐...
그렇지만...
MELON LEMON
나는 멜론씨를 뱉으면서, 먼 곳에 계신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고 있었다.
[s]
바늘에 물든 상흔
토모야의 산보를 끝내고, 아사나기장으로 돌아왔을 때...
[s]
...휴대전화가 울렸다.
호타루한테서 온 메일이었다.
NO
『OK』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수업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예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자, 금새 메일이 왔다.
TV를 보려고 해도, 바로 옆에 있는 녹나무에 달라붙어있는 몇십마리의 매미가 시끄러운 통에, 도저히 소리를 들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나는 선풍기를 품에 안고, 그냥 더위 속에 몸을 맡겨두고 있었다.
이 악마적인 열기 속에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예상최고기온 38도래...」
「38도라면, 사람과 껴안고 있는 쪽이 시원할 정도의 온도라구?」
「라는 뜻으로...」
호타루는 선풍기를 안고 있던 내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켄 「... ...」
호타루「... ...」
켄 「... ... ... ...」
호타루「... ... ... ...」
★ 가만히 있는다
나는 1mm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말을 듣고 보면, 등에 붙어있는 호타루의 몸은, 묘하게 마음이 편했다.
별로 차가운 건 아니었고, 시원한 것도 아니라, 확실히 말하자면 더웠기는 했어도...
하지만 그걸 잊게 할 듯한 온기를 나는 느끼고 있었던 거였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고, 호타루는 금새 내 등에서 떨어져버렸다.
호타루「아, 아아... 에-그러니까...」
「메일에는 『놀러 간다』고 썼지만... 사실은 그런 게 아니야」
켄 「?」
「켄짱한테, 건네주고 싶은 게 있어서...」
켄 「건네주고 싶은 거?」
호타루는 가져온 가방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면서, 그것을 나에게 넘겼다.
나는 넘겨받은 그것을 양손에 들고서, 집어삼킬듯이 살펴봤다.
켄 「이거, 혹시...」
『자, 청소의『掃(そう)』는, 훈독으로 하면『掃く(はく)』가 되지?』
『비구름을 쓸어담는 것으로서, 하늘을 개게 한다... 그걸 위해, 분명 빗자루를 들게 한 걸꺼야』
호타루「ㅡㅡ소청낭인형, 이야?」
호타루는 뺨을 물들이고서, 기운차게 그렇게 답했다.
인형은, 적녹의 옷을 입고, 짚신을 신고, 손에는 한 자루 빗자루를 들고 있었다.
켄 「만들어, 준거야?」
호타루「응. 실은 좀 더 빨리 주려고 생각했지만...」
「상당히, 시간이 걸려버려서...」
소재는... *펠트인가?
(*양털을 가공 압축한 재료)
펠트를 정성스럽게 꿰매어서 겉모양을 만들고, 안에 솜을 채워넣었다.
내가 감사인사를 하자, 호타루가 한층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이라고 말하려다가, 나는 직전에 말을 삼켰다.
『하지만... 연습으로 바빴을 호타루가, 대체 언제, 이 인형을 만들고 있었던 거지?』
나는 호타루의 눈동자를 가만히 쳐다봤다.
호타루는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휘감고 있었다.
(ㅡㅡ에엣!?)
그 순간, 호타루의 자그마한 검지손가락에, 나는 못박히듯 멈춰서고 말았다.
왼손의, 검지손가락...
피에 물든 반창고가, 감겨 있다...
가만히 눈을 고정시키고 보자, 중지에도, 엄지에도, 뭔가에 찔린 것 같은 상처가 남아있었다.
(설마... 이 인형을 만들다가...?)
침에 몇번이고 계속해서 찔려가면서, 호타루는 이 인형을 꿰맸다는 건가?
중요한 콩쿨의 한창중에, 피아니스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손가락을 희생하면서?
언제부터...?
『연습을 지나치게 하다...』
『손톱과 손가락 사이의 장소 있지? 거기가 조금, 찢어진 것 같아...』
그 때부터 쭉, 호타루는 이 인형을 바느질해왔다고?
어째서...?
호타루「켄짱? 잠깐 그거, 빌려줄래?」
그것을 손에 들고서, 창가를 향해 걸어간다.
호타루「저기저기? 이 근처로 괜찮을까?」
켄 「... ...」
호타루「저기, 켄짱~!」
켄 「에, 아, 아아... 응...」
끄덕이는 나를 보고, 호타루는 창틀에, 그 인형을 매달았다.
켄 「응... 귀여워」
호타루는 창가에 털썩 걸터앉았다.
매달린 소청낭 인형이, 산들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호타루는 한 마디 툭 중얼거렸다.
호타루「빨리, 맑으면 좋겠네?」
창 밖에는 마치 투명한 것처럼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들보에 물든 상흔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s]
귓가에, 거슬리는 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다.
그건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도, 바람소리도 벌레소리도 아니었다.
내 왼팔에서, 불쾌한 소리가 난다...
초를 따라서 똑딱똑딱, 구둣발소리처럼 울린다.
나를 쫓아오는, 기분나쁜 추적자의 발소리...
견딜 수 없어져서, 나는 왼팔의 몬스터를 풀었다.
(고장이라도 난 건가?)
하지만,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다.
이렇게 시계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지다니...
갑자기 나는, 스피드 몬스터에 대해서 화가 났다.
(대체... 어쩌라는 거냐...)
두들겨도 꼬집어도, 초침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내던질 수도 없고, 나는 이 시계를 신경쓰고 있다.
호타루한테서 선물받은, 시계모양의 괴물.
(조금, 바람이라도 쐬자)
켄 「네. ...실례하겠습니다」
나란히, 긴 의자에 앉았다.
「으응, 아니네. 또 너는, 헤매고 있어」
켄 「... ...」
츠바메「그러고 보니, 호타루짱은 어쩌고 있어?」
켄 「왔었어요, 아까...」
츠바메「그게 아니라, 너와 호타루짱과의 일」
꿰뚫어본 듯한 타이밍이었다.
츠바메 「어때?」
켄 「쇼타같은 질문, 하지 말아주세요」
츠바메「어째서?」
켄 「대답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츠바메「그건, 어째서?」
켄 「이유도 근거도... 없습니다」
츠바메「그래. 그럼... 묻지 않겠어」
켄 「... ...」
츠바메「... ...」
샤라락, 녹나무가 흔들렸다.
신 「아니요, 오늘은 너무나 불리한 전황으로 인해, 전략적 후퇴를!」
츠바메「즉, 땡땡이네?」
신 「그렇게도 말하지요~」
켄 「아, 아니」
츠바메「그래. 신군도 앉을래? 조금씩 좁히면 앉을 수 있어」
신 「그렇군요~」
녹나무가 흔들리고 있다.
메릿사도, 은은하게 향기를 풍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둘의 향기에 의해, 나는 혼탁에서 벗어나, 맑아지는 것 같았다.
「바이트에 쫓겨서 거칠어진 기분도, 이렇게 느긋히 있으면, 완전히 상쾌해지지」
켄 「그렇군요...」
신 「뭐 한편으론, 인기척이 없어서, 조금 쓸쓸한 기분도 들지만」
켄 「그건 동감. 아사나기장, 이렇게 좋은 장소인데도」
츠바메「아라 켄군, 전에 『꾀죄죄하고 좁다』라고 말하지 않았어?」
켄 「그랬던가요?」
츠바메「그랬어」
신 「입으론 그렇게 말하면서도, 결국 이나켄도 아사나기장이 좋은 거에요」
츠바메「나도... 좋아... 여기가」
「여기는, 바람이 부는 장소니까」
신 「그래그래, 그러고 보니 말이죠」
「지금 여기에 사는 건 우리들 뿐이지만...」
「올해 봄에 애석하게도 이사간 남자가 있는데, 그 남자도 이 아사나기장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듯 해서...」
켄 「애석하다니... 신군, 이사할 때 한 번 만난 것 뿐이잖습니까」
신 「응? 확실히 나는, 엇갈려서 이사해오긴 했어도...」
「이야기한 건 그 때 뿐이지만, 이전부터 소문은 듣고 있었다」
「머리가 덥수룩하고, 왠지 언제나 학생복을 입고 있으며, 두꺼운 안경을 쓰고...」
「왠지 계속 라면만 먹는 그는...」
「아아, 확실히 라면 선수권에도 나갔었지. TV의」
「아사나기장의 라면남자라고 하면, 이 일대에서는 꽤 유명인이었다구?」
「에 그러니까... 이름, 뭐였더라...?」
츠바메「헤에, 그런 사람이 살았구나?」
켄 「예에, 1층의 가장 안쪽 방입니다만」
츠바메「흐응, 1호실?」
신 「아, 아뇨아뇨, 2호실이에요. 102호실」
츠바메「엣? 동쪽 방이잖아? 그럼 거긴...」
신 「미나미씨, 아사나기장은 1호실이 없다구요. 모르셨나요?」
츠바메「... ...」
신 「왜, 왜 그러시나요?」
켄 「선생님!?」
신군은 어안이 벙벙했는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켄 「선생님, 무슨 일 있었습니까?」
츠바메「어째서 쫓아오는 거야?」
뭐지?
미나미선생은 정말로, 뭔가에 쫓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쫓고 있는 건, 내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뭔가.
우와지마에 대해 물었을 때와... 같다.
색이 미묘하게 다른 벽.
나중에 메워진 벽이, 거기엔 있었다.
츠바메「여기...」
「어째서?」
벽에 손을 대고, 이상해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츠바메「부스럼처럼...」
「뭔가의, 상처자국처럼...」
중얼거리면서, 그녀는 가로로 시선을 옮겼다.
켄 「선생님?」
선생은, 아사나기장에 오자마자, 관내를 청소하면서 돌았을 터였다.
이제 와서 『1호실이 없다』라는 걸 눈치챘다, 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츠바메「어째서...」
「어째서, 켄군?」
켄 「... ...」
켄 「선생님, 진정해요! 심호흡을!」
단지, 나는 그대로, 선생의 혼란이 가라앉기까지, 달랠 뿐이었다.
어째서, 란 그 말은 그대로, 내 머리속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어째서...)
지금부터 잠시동안은, 이 일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겠지...
[s]
헌신
언제나처럼 토모야의 산보를 끝내고, 그에게 물과 식료를 주었다.
[s]
나는 현관 앞에 앉아서, 욕심쟁이처럼 먹이를 먹는 토모야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앗 하는 사이였다. 먹이가 든 그릇이 텅 비었다.
너무나도 열중한 나머지, 토모야는 코끝으로 그릇을 끌어당겨, 그걸 뒤집어버렸다.
(이런이런...)
나는 일어나서 그릇을 주워들고, 뜰로 향했다.
그것을 돌려서, 그릇에 찰랑찰랑 물을 받고서, 다시 꼭지를 닫았다.
츠바메「좋은 아침~」
선생이었다.
선생은 205호실 창에서 얼굴을 내밀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ㅡㅡ에엣!? ㅡㅡ205호실!?)
켄 「자, 잠깐요 선생님.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가지 말아주세요!」
츠바메「하지만... 열쇠가 걸려있지 않았는 걸」
켄 「정말이지, 참...」
켄 「뭘 하고 있...」
『는 겁니까!?』라고 노성을 내지르려 했지만, 선생의 표정이, 그것을 그만두게 했다.
꾹 눈썹을 기울이고서, 선생이 바라보고 있는 건, 그 인형이었다.
츠바메「가없어」
선생은 말을 흘렸다.
『가엾어』라는, 단 한 마디만을...
그러고 보니, 전에 보건실에서도, 선생은 같은 혼잣말을 한 적이 있었다.
『가엾어』
그 때는, 테르테르보즈의 유래를 들은 것 뿐으로 『왜 가엾은 거지?』... 결국 그 이유는 묻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선생님은 확실히, 학교 보건실에서 테르테르보즈를 봤을 때에도, 같은 말을 했었지요?」
츠바메「응...」
켄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신 건가요?」
「왜 『가엾어』라고...」
츠바메「그건, 켄군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왜냐면, 켄군도 그 테르테르보즈를 보고 『가엾다』라고 생각했잖아?」
켄 「예, 예에...」
「하지만, 제가 그렇게 생각한 건, 반쯤은 농담 비슷한 걸로...」
츠바메「그래?」
켄 「아니... 에, 그러니까... 뭐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네요...」
「혹시 남은 반만큼은... 정직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고...」
「테르테르보즈의 노래, 있잖아?」
「그거 전부... 부를 수 있어?」
(해석 없음)
나는 암기하고 있던 그 가사를, 한 마디 한 마디 중얼거렸다.
켄 「테르테르보즈... 테르보즈... 내일 날씨를... 개게 해 줘...」
「언젠가 꿈에서 본 그 하늘처럼... 맑으면 금... 방울 줄게...」
「...라고 ...생각하는데요?
츠바메「그 뒤는?」
켄 「예?」
츠바메「그건 1절의 가사잖아? 2절하고 3절은, 모르는 거야?」
나는 머리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내 소원을 들었다면~ 달콤한 술을 듬뿍 마시자~」
켄 「그게, 2절인가요?」
선생은 조용히 끄덕이고, 뒤를 계속했다.
츠바메「테르테르보즈 테르보즈~ 내일 날씨를 개게 해 줘~」
「그래도 흐려진 채 울고 있다면~ ... ... ... ... ... ...」
「그러니까, 가엾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목을 벤다.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목을 벤다니...
켄 「그래선, 마치...」
「마치... 제물같은 거 아닙니까...」
츠바메「그러네...」
「참혹하지만...」
켄 「... ...」
「정확히는, 『*카타시로(形代)』라고 하지만...」
(*액막이에 쓰는 종이인형)
켄 「카타시로?」
츠바메「그래...」
「음양사가, 목욕재계와 *불제 때 쓰던 종이인형...」
(*신에게 비는 의식.)
「그게, 카타시로...」
「이 카타시로로, 몸을 문질러 재앙을 옮기고, 강물에 떠내려보내서 씻어내린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서, 병을 낫게 하거나, 재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간단히 말해서... 『희생양』...」
「카타시로는, 누군가의 희생이 되어, 재앙을 가지고 가 주는 거야」
켄 「그럼 테르테르보즈는, 그 카타시로와, 소청낭인형이 짜맞춰져서, 만들어진 거라는 겁니까?」
츠바메「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옛날에는 테르테르보즈도, 맑아지면... 즉, 소원을 이루어줬다면...」
「제대로 강물에 흘려서, 공양해 줬다는 것 같아」
켄 「강물에...」
츠바메「하지만, 어느쪽이라고 해도, 가엾은 건 변하지 않아...」
「소원을 이루어준다면 공양한다...」
「하지만, 이루어주지 못했을 때는...」
왠지 묘하게 가슴이 떨렸다.
갑자기, 가슴이 조여오는 것처럼 세차게 아팠다.
나는 그 꺼림칙한 아픔을 뿌리치려는 듯이...
켄 「ㅡㅡ그런 지독한 말, 하지 말아주세요!」
정신이 들었을 때는, 그 말이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모처럼...)
(모처럼, 호타루가 만들어 줬는데...)
(열심히, 만들어 줬는데...)
인형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생글생글 웃는 것처럼 보였다.
[s]
봉인
언제나처럼, 나는 하마사키 학원에 와 있었다.
[s]
하지만, 교실에 들어가보자 칠판에 거대한 글자로 『오늘! 임시휴강!』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휴강한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딱 한사람 모습이 보였다.
켄 「이런 곳에서, 뭐하고 있냐?」
쇼타 「지각이다, 너」
켄 「상관없잖아, 휴강이니까」
쇼타 「... ...」
켄 「시간이 생겨버렸으니까, 오랫만에, PK라도 할까?」
쇼타 「미안하다, 그럴 기분이 아니야」
켄 「...쇼타?」
쇼타 「내버려둬」
그렇게 말했지만, 물러나기 힘든 분위기를, 나는 느꼈다.
쇼타는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걸까?
창 밖의 구름도, 소리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쇼타 「냅두라고 했잖아. 어디로든 가버려」
켄 「오늘 쇼타, 어쩐지 이상해...」
쇼타 「아아, 이상하다, 나는」
「어차피 나는, 쿠이쿠이성인을 격퇴하기 위해, 남극에서 플라즈마 병기를 개발하고 있는 왕바보자식이다」
켄 「의미를 모르겠어」
쇼타 「별로 의미따위 없어!」
켄 「...쇼타 ...역시 이상해」
「변혁인(變革の人), 이란 의미는 아니다?」
「풍선 구멍에 가발을 끼워넣고 기뻐하거나, 소녀만화를 고서점에서 전권갖추고 히죽 웃거나...」
켄 「그런 걸 묻고 있는 게 아냐!」
「진정해, 자포자기하지 마, 쇼타」
쇼타 「그렇지 않아」
켄 「봐, 아까도 그리 말하면서, 굳게 다물고서, 팔짱끼고 하늘을 보고 있었잖아」
쇼타 「관계 없잖아!」
켄 「만약 수업중이었다고 해도, 보통의 쇼타라면 그런 복잡한 얼굴 하지 않았어」
쇼타 「복잡한 얼굴... 하고 있냐?」
켄 「하고 있어. 지금, 했다」
쇼타 「언젠가의, 보복이냐?」
켄 「그럴 작정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쇼타는... 뭔가, 말하기 거북한 일 가지고 고민하고, 끙끙 앓고 있어」
쇼타 「... ...」
켄 「보복이라면, 지금은 내가, 쇼타의 상담을 해주고 싶어」
「거국적인 상황판단과 적절한 지시로 팀을 지휘하고, 대담하고 또한 과감한 플레이로 적 공격진을 농락하는 명 DF...」
「원 축구부 주장인, 그 쇼타가, 말로 표현할수 없는 뭔가로 고민하고 있다면, 내버려둘 수는 없어」
쇼타 「놀리지 말아줘」
켄 「쇼타의 머리에 피가 몰려있다면, 놀리는 것도 필요해」
쇼타 「... ...」
켄 「이야기해주지 않겠어?」
켄 「에?」
켄 「어째서?」
쇼타 「켄... 네 탓이 아냐」
「너를 원망하는 게 아냐... 그래도 말야」
「이 일은, 너한테는 말할 수 없어」
「어떻게 해도... 너한테만은 말할 수 없어」
켄 「그러니까... 어째서...?」
켄 「쇼타... 그래선, 그것만으론, 무슨 말 하는 건지 전혀...」
쇼타 「미안... 돌아간다, 나」
다음 수업 때 내 옆에... 쇼타의 모습은 없었다.
바람 소리
4교시째의 물리 수업이 끝난 뒤, 나는 음악실로 향했다.
[s]
(해석 없음)
호타루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2차 예선이 끝나고 나서, 나는 아직 한 번도 호타루가 피아노를 치고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어제 품었던 묘한 가슴앓이가,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음악실 문을 열자, 언제나의 장소에 호타루가 앉아있었다.
나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호타루의 옆으로 가까이 갔다.
그러나...
한 발, 또 한 발 가까이 갈 때마다, 이상한 기색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부근을 떠도는 불온한 공기는, 어두침침하게 탁하고 무거웠다.
생기없는 안색...
꿈쩍도 하지 않는 눈동자...
멍하니 흐린 그 눈동자는 유리구슬같이...
밀랍인형.
거기에 앉아있는 건 그냥 밀랍인형이 아닌가, 그런 착각마저 들었다.
켄 「호타루?」
나는 숨을 멈추고, 눈치보듯 물었다.
호타루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켄 「호타루?」
다시 한 번, 말을 걸었다.
내 말은, 조용히 반사되어 교실의 허공을 울릴 뿐이었다.
켄 「어이, 호타루...」
나는 호타루 곁에 서서, 그 작은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 순간...
호타루의 입술이, 아주 작게, 열렸다.
호타루「움직이지 않아...」
「움직이지 않는다구...」
작은, 지금도 꺼져버릴 듯한, 가냘픈 목소리였다.
호타루「피아노 앞에 앉으면...」
「움직이지 않게 되어버려...」
「손가락이...」
ㅡㅡ손가락!?
나는 무심코, 호타루의 손가락을 건드려버렸다.
호타루는 숨을 삼키고 팔을 당기며, 뛰쳐오를 듯 일어섰다.
「언제부터... 움직이지 않게 된 거야...?」
호타루「... ...」
호타루는, 그냥 가만히 손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텅 빈 눈동자의 색을 보면, 내 말이 전해지지 않고 있음은 명백했다.
켄 「저기... 호타루...?」
나는 호타루의 손을, 감싸듯 잡았다.
부드럽게... 부서져버리지 않도록, 살짝...
딱딱하게 굳은 그 손바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호타루「켄짱...」
중얼거리며, 호타루는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두 개의 눈동자는, 조금씩 조금씩 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켄 「호타루, 움직이지 않게 된 거, 언제부터였어?」
호타루「...모르겠어」
켄 「에?」
호타루「2차 예선 끝난 뒤부터... 계속 치지 않아서...」
「모르겠어... 언제부터, 인지...」
켄 「... ...」
호타루「오늘, 여기에 와서... 피아노 앞에, 앉았더니...」
켄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호타루「응...」
그걸 끝으로, 호타루가 입을 여는 일은 없었다.
나도, 어떤 말을 걸어줘야 하는 건지 모르고서...
그저 호타루의 차디찬 손바닥을 잡아주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s]
달의 바람은 남쪽인가 서쪽인가
학교에 갈 생각이 들지 않아서, 나는 다다미 위에서 천정만 쳐다보고 있었다.
[s]
책상 위에 놔둔 채로 있던 스피드 몬스터가, 시각을 가리키고 있다.
내모는 듯, 초침이 달린다.
그건 곧이어 분침을 따라잡고, 앞질러간다.
그러나, 내 사고는 일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천정을 쳐다본 채로, 가만히 시계소리의 메아리를 듣고 있다.
전등 빛을, 나는 손바닥으로 가려봤다.
펼친 손.
그리고 나서 천천히, 하나씩,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가 했다.
1, 2, 3...
악보를 보자, 음보 위에 숫자가 매겨져 있었다.
『엄지가 1이고, 그리고 순서대로... 새끼가 5. 알았어, 켄짱?』
『그러니까, 이 음보를 오른손의 1로 치고, 여기서 4로 바꾸는 거야』
『아냐아냐, 그 쪽은 왼손의 1이라구. 음계가 내려가, 일, 이, 삼...』
일, 이, 삼...
그 때, 결국 내 손은 피아노를 치지 못했지만, 지금, 이렇게 공중에서는 문제없이 움직이고 있다.
『움직이지 않아...』
『피아노 앞에 앉으면...』
『움직이지 않게 되어버려...』
『손가락이』
나는 내 손가락이 자유자재로 굽어지는 것에, 초조함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츠바메「미안해, 문이 열려있는 채였으니까」
켄 「아아... 잊어버렸습니다」
방에 바람을 통하게 하기 위해, 입구를 열어두었던 것이었다.
츠바메「생각중? 방해했다면... 잘못했으려나?」
켄 「아니요...」
츠바메「뭔가 중증같네. 얼굴 색이 좋지 않아」
켄 「그런가요?」
츠바메「그래. 만일을 위해 거울, 봐 볼래?」
켄 「됐습니다...」
「그리고, 중증인 건, 제가 아니에요」
츠바메「켄군이... 아냐?」
켄 「호타루가...」
츠바메「호타루짱, 이?」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 호타루의 손가락. 노래할 수 없게 된 피아노.
호타루에게 있어서 그건, 목숨과 관계될 정도의 중증이겠지.
켄 「하지만 왜, 어째서 움직이지 않게 되버린 건지... 이런 때」
「호타루는 지금까지, 그야말로, 마치 호흡하는 것처럼, 피아노를 쳤어요」
「그런데... 돌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게 되 버리다니...」
「선생님! 봐요, 제 손가락은 이렇게나 잘 움직이는데!」
「피아노를 칠 필요따윈 없는데도!」
「하나하나 『움직여!』라고 생각 안 해도,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어요!」
켄 「그런데, 어째서, 호타루는!」
츠바메「당황하지마, 켄군... 심호흡을...」
선생에게 진지한 눈으로 응시되면서, 제정신이 든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반복했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이, 문제없이 호흡하는 건 불가능해」
켄 「빠졌다...?」
츠바메「그녀는 뭔가의 수렁에 사로잡혀있어. 깊고 차갑고, 어두운 수렁에」
「즉...」
「호타루짱은, 피아노에 대해서, 치려는 마음은 있지만...」
「큰 고민이 있어서, 의식을 집중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켄 「... ...」
츠바메「예를 들면, 사랑의 병이라던가...」
「심한 사랑을 하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게 되잖아?」
「밤에도 잘 수 없게 되고, 식사도 목을 넘어가지 않게 돼...」
「그것과, 같은 게 아닐까?」
켄 「사랑의 병, 인가요...」
츠바메「언제나처럼, 예를 든 것 뿐이야. 자잘한 건 신경쓰지 마」
「하지만, 뭔가를 강하게 생각하고, 갈망하는 마음이 있다면, 상대가 뭐가 되든지... 그건 사랑이야」
「호타루짱에게 있어서, 그게 피아노인지, 켄군인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무언가인지...」
「나는, 거기까지는 모르겠지만...」
츠바메「앗...」
한 마디를 중얼거리며, 발 주위로 눈을 향했다.
쌓인 책 위에, 수 매의 카피용지가 놓여있었다.
선생은, 그 종이를 주워들고...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간신히 떠올렸다.
그랬었다.
호타루에게 피아노를 배웠던 그 때...
가지고 돌아왔던 카피를, 나는 책 위에 놓아두었었다.
그 뒤, 호타루가 연습 상태를 물어보는 일도 없었고... 실제 나는, 그 악보를 제대로 눈에 댄 적도 없었다.
켄 「그거, 호타루한테서 빌린 악보입니다」
「그 곡을, 언젠가 반드시 쳐보이고 말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어서...」
켄 「예?」
츠바메「서툴러도 좋으니까, 네 소리를 호타루짱에게 들려주는 거야」
「그녀가 헤메고 있는 이유가, 피아노 때문이라고 해도, 혹은 켄군 때문이라고 해도...」
「네 소리가 있으면, 앞길을 가리켜줄 수 있을지도 몰라」
켄 「하, 하지만 저는, 피아노같은 건 치지도 못하고...」
「지금부터 해봤자, 몇년이 걸릴지...」
켄 「에, 예에...」
츠바메「그렇다면, 한심한 소리 하는 게 아냐」
「만약 피아노를 못 친다고 해도, 소리를 선물할 수는 있으니까...」
켄 「소리를, 선물해요...?」
츠바메「그래」
「뒤는, 스스로 생각하세요」
(소리를... 선물한다...?)
소리를 선물하기 위해서는...
공장용구와 그 재료들이 놓여있는 백화점에서, 나는 그것을 샀다.
오르골 제작 키트.
그걸 만들어 선물하면, 호타루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의 호타루에게 동정이나 연민, 위로의 말을 걸어봤자, 호타루에게 뭔가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최고의 특효약은... 호타루를 기쁘게 해 주는 것.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되었다.
이 곡을 오르골로 만들어 선물하면, 꼭 호타루를 기쁘게 해 줄 수 있겠지.
(그렇게 된다면 혹시, 움직이지 않게 된 손가락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후지카와 역으로 향했다.
성공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거다.
그 덕분인지, 마음에 걸려있던 무언가가 사라져, 역을 향하는 내 발걸음은, 아까보다 가벼웠다.
[s]
합주【호타루편】
점심시간ㅡㅡ.
[s]
나는 편의점에서 사온 주먹밥을 펼쳐놓고서...
켄 「자, 시작해볼까?」
한 마디 말과 함께, 일어섰다.
팔을 펴고, 와그르르르르! 하고 단숨에 방해물들을 바닥에 떨쳤다.
물건들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아직 먼지가 쌓여있다.
나는 떨어진 것들 중에서 T셔츠를 주워, 그걸로 책상 위를 깨끗이 닦았다.
켄 「좋아, 준비 완료!」
방 구석에 놓아둔 『상자』를 들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상자』=『오르골 제작 키트』
내가 오늘 아침, 학교에 올 때, 같이 가지고 온 거였다.
오늘 (수요일)은 3교시 수업이 없다. 그렇지만, 4교시째 수학 수업이 있으니, 집에 돌아갈 수는 없다.
즉, 점심시간을 합하면, 두시간 반의 빈 시간이 생기게 된다.
거기서, 바로 머리를 스친 것이, 어제 샀던 『오르골 제작 키트』였다는 거다.
두시간 반 ㅡㅡ오르골을 만들고 있으면, 지루하지도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바로 『오르골 제작 키트』의 뚜껑을 열어봤다.
안에는, 금속제의 각종 부품, 나무판, 나사, 접착제, 등이, 각각 비닐봉지에 조금씩 나뉘어 들어있었다.
그 부품들 아래에 설명서가 한 장 있었다.
손에 들고, 팔랑팔랑 넘겨본다...
켄 「우구...」
(譯: ...)
엉겁결에, 신음소리를 냈다.
거기에 적혀있는 제작공정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 난해한 것이었다.
A. 무브먼트 만들기.
A-1: 핀을 접착할 장소를 표시합니다.
A-2: 표시에 맞춰서, 놋쇠제의 통 표면에, 핀을 접착시킵니다.
A-3: 줄을 사용해, 핀의 끝부분을 잘라내어, 높이를 맞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