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실의 창문을 열자, 숨이 꽉 막힐 정도로 여름내가 흘러들어왔다.
바로 아까까지, 미친 듯 대지를 때리던 비도, 어느 새 완전히 그쳤다.
나는 활짝 열린 창의 틀에 양손을 얹고, 교사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저녁때의 뜨거움을 담은 바람이, 뺨과 이마와 목을 쓰다듬듯 흘러간다.
눈 앞에 넓게 펼쳐진 교정은, 흐린 찻빛의 물에 잠겨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큰 웅덩이에서 미세한 파도가 일어난다.
쓰르라미는, 해가 지는 것을 아쉬워하듯, 노래하고 있었다.
??「저기, 켄짱, 봐봐 봐봐」
하얀 시트를 두건처럼 두르고, 빙그르르 그곳에서 한바퀴 돌았다.
호타루「아니, 저거저거」
큰 시트를 뿌리치는 것처럼, 가슴에서 오른손을 뻗었다.
그 오른손이 가리키는 방향을, 나는 천천히 눈으로 쫓았다.
(*날씨가 맑기를 기원하며 걸어두는 인형)
처마끝에 늘어져있는 그것은, 낡아서 찻빛으로 변색되어 있었다.
언제부터 저기에 걸려있던 거지?
이 학교에 입학한 뒤 세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지만, 저기에 테르테르보즈가 걸려있다니,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호타루「귀엽지~?」
켄 「귀엽다. 라기보다는...」
「...가엾어」
대답하고 나서, 나는 침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호타루「가엾어?」
켄 「응」
「왜냐면 저거... 목 맨 것처럼 보이니까」
호타루는 불쾌한 표정을 띄고서, 내 눈앞에 섰다.
호타루「테르테르보즈는~」
「『내일 날씨를 개게 해 주세요』라고 기원하기 위해 걸려있는 거야」
켄 「응, 그런 건 알고 있지만....」
호타루「???」
켄 「아니, 아무것도 아냐」
호타루「에에? 잠깐, 거기까지 말하고 나면 궁금해지잖아?」
켄 「뭐 어떻게 보더라도,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호타루는, 확실히 가엾긴하지」
호타루「어째서?」
켄 「어째서라니, 이유따윈 없어」
「옷을 안 입은 여자애는, 가엾게 보이는 거야」
「ㅡㅡ바보!」
벽 옆에 걸린 호타루의 제복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있다.
작사/작곡 : 志倉千代丸
편곡 : 吉原かつみ
노래 : Remi
[s]
이잇쇼니이딴다요네 (아이 필 유얼 러브)
함께 가슴 아파했죠 (너의 사랑을 느껴)
[s]
기모찌모히또쯔다요네에 (드림 컴 트루 잇 포에버)
서로의 마음도 한결같았죠 (꿈은 정말 다가와 영원히)
[s]
오또모나꾸이쯔까 오다야까나뻬이지니
고요하고 언제나 평화롭던 페이지에
[s]
기끼와께노나이 노이즈가아후레다스
알수없는 노이즈가 넘쳐나온다
[s]
메노마에니후리소소구 꼬노아메와떼응끼아메
눈앞에 쏟아지는 이 비는 소나기
[s]
아가루요니 오마지나이
간절한 주문
[s]
네가이와까나우노까나?
소원은 이루어질까?
[s]
싸요나라오모이데노히 데아에모아노바쇼모
안녕 추억속의 그 날 마주침도 그 장소도
[s]
하나레떼유꾸운다네 모옷또모옷또
멀어져가요 점점
[s]
싸이고노소노꼬또바오 끼꼬에나이후리시떼
마지막 그 말이 들리지 않는척했는데
[s]
우시나앗떼기즈이따 아나따노꼬에 오오끼꾸나루요
잃어버린걸 깨달았어 당신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게됬어요
[s]
[s]
[s]
전주곡
호타루「어쩐지 시원하네~ 오늘은」
[s]
호타루「어쩐지 시원하네~ 오늘은」
켄 「그런가? 평소랑 바뀐 게 없는 것 같은데...」
호타루「앗, 맞다~ 」
「호타루의 제복,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았으니까...그러니까 시원하게 느껴지는 건가봐」
해안가의 산책길, 주변은 전부 밤의 어둠에 잠겨있다.
평소라면 전차를 타고 돌아갔을 테지만, 오늘은 역 하나분의 거리를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나무판을 맞대어서 만든 길(보드워크) 가에서, 호타루는 균형을 잡으면서 걷고 있다.
평균대를 건너는 듯한 느낌으로, 양팔을 좌우로 흔들면서....
「... 엣취!」
재채기를 함과 동시에, 호타루의 자세가 무너졌다.
나는 곧바로 호타루의 팔을 잡고, 몸을 끌어당겼다.
호타루「엣? 뭐를?」
켄 「츄리닝」
「축구부실에 가면, 로커에 연습때 쓰는 게 남아있다고... 아까 그렇게 말했었잖아?」
호타루「하지만, 그거 켄짱의 츄리닝인 거지」
켄 「응」
「사쿠라미네에 도착하면, 전차 타지 않으면 안된다구」
「남자꺼 츄리닝같은 거 입으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거란 말야」
그렇게 말하고, 호타루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도 호타루의 페이스에 맞춰서, 그 옆을 따라 걸었다.
켄 「그래? 지나친 생각인 거 같은데. 」
「그리고, 감기걸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해」
걱정 안해
켄 「그야... 물론...」
「2차 예선도 얼마 안 남았고, 몸 상태에는 주의하지 않으면...」
켄 「그거, 평소에는 솔직하지 않다는 것처럼 들리잖아...」
호타루「응, 솔직하지 않아」
켄 「본래, 호타루가 잘못한 거잖아?」
「그렇게 비가 내리는데, 우산도 안쓰고 뭐하고 있던 거야?」
호타루「켄짱을 보고 있었어」
「코너킥의 연습, 혼자서 하고 있었던 거지?」
손을 안경처럼 만들어서, 호타루는 바다 저편을 보았다.
호타루「그랬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하지만, 켄짱 그만둘 것 같지 않았고...」
「처음에는, 비가 내리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게 아닐까, 라고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버릴 정도였어」
「하지만.... 아니었지?」
「켄짱은 그냥, 볼을 차고 있었던 것 뿐이었어」
「계속, 차기만 하고 있었어」
「모처럼 학교에 온 것도, 축구를 하고 싶어서였지?」
켄 「그런 건, 어쨌거나 상관없잖아...」
「내가 물었던 건 『어째서 비가 내리는데, 왜 그런 곳에 서 있었어?』」
켄 「그렇다면, 우산정도는 썼어도 좋았을 텐데」
「호타루는, 켄짱과 같은 느낌을 받고 싶었어」
「하다못해, 비라도...」
켄 「... ...」
켄 「부끄러움같은 거 없어」
끊임없이 울리는 세파(細波) 소리가, 어둠속에서 녹아간다.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선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청백색의 빛에 인도되는 것처럼, 우리들은 천천히 계속 걸었다.
켄 「그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거, 맞춰 볼래?」
호타루「좋아. 그런 건 간단한 걸」
「음~그게, 음~또... 에~그러니까...」
「ㅡㅡ앗! ㅡㅡ알았다~!」
호타루는 그렇게 말하고 밤하늘의 달을 가리켰다.
틀렸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나는 당황해버렸다.
달빛에 비치는 호타루의 입술은, 싱그럽게 빛나 보였다.
호타루「...마, 맞았어?」
호타루의 뺨이, 어렴풋이 물들어가는 걸 알 수 있었다.
스스로 했던 말이 부끄러운 걸지도 모르겠다.
호타루「여, 역시 그렇구나~...」
「아마, 늑대인간의 전설도, 분명히 그런 이야기일꺼야」
호타루의 목덜미를 타고, 작은 물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 소리를 뒤쫓는 듯, 어린아이들의 환호가 어둠속에 녹아들었다.
(대체, 저 로켓불꽃을 몇 개 사용하면 달에 갈 수 있는 걸까?)
멍하니 한심한 생각을 하면서, 역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흰 가로등에 꼬이는 것처럼, 작은 벌레가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그 작은 날개소리까지도 들렸다.
나는 호타루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다.
호타루의 집은, 여기, 사쿠라미네의 이웃역 ㅡㅡ아이오카(藍久丘)역 근처의 주택가에 있다.
호타루「응, 내일 봐...」
나는 그 뒷모습을 조용히 눈으로 지켜봤다.
스커트의 주머니에서, 호타루가 정기권을 꺼냈다.
개찰구의 앞까지 걸어가더니, 갑자기, 발을 멈췄다.
천천히, 호타루가 돌아봤다.
호타루「...바이바이」
정기권을 파닥파닥 흔들면서, 왠지 슬픈듯이 눈썹을 찡그렸다.
켄 「호타루?」
무심코 말을 걸었다.
호타루는 움직임을 멈추고, 작게 고개를 갸웃했다.
★ 우리집에 들리지 않겠어?
켄 「우리집에, 들렸다 가지 않겠어?」
호타루「응♪ 그럼, 쫌만♪」
호타루「켄짱의 집에 가는 거, 오랫만이지?」
켄 「...대략 2개월, 쯤인가?」
호타루「그러고보니, 건강해? ㅡㅡ토모야」
켄 「응, 성가실 정도로」
나는 대답하고, 걷기 시작했다.
호타루는 내 옆으로 와서, 가볍게 손을 잡았다.
마을이라고 해도, 번화가라 불릴만한 곳은 없고, 근대화를 면한 구식의 오래된 집들만 주욱 늘어서있다.
주변의 길은 매우 좁고, 뒤얽혀있으며, 낯선 골목길을 통과하면 오래된 여관이나 구가(舊家)들을 만나기도 한다.
사쿠라미네 역으로부터 5분정도 걸어가면, 좌측에 작은 주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 주점의 모퉁이에서 북으로 돌아, 완만한 고갯길을 20m정도 올라간 우측에...
나는 지금, 어떤 사정이 있어, 이 오래된 아파트에 혼자서 거주하고 있다.
녹슨 경첩이 쓸쓸한 소리를 낸다.
반대로 이쪽은, 기뻐하는 소리겠지.
문을 열자 바로 앞에 마중나와있는 건, 한 마리의 흰 강아지였다.
「오랫만이야, 건강했어?」
호타루는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서, 그 강아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강아지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호타루와의 재회를 기뻐하고 있다.
그래, 이 개의 이름이 토모야였다.
호타루「토모야~, 토모야~♪」
「정말로 너는, 왜 이리 귀엽니~?」
호타루는 강아지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호타루「앗, 신군? 오랫만이에요」
호타루는 스커트를 고치며 일어나서, 그를 향해 인사했다.
신 「『토모야토모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와서 말야...누굴까라고 생각했더니...」
그 발을 목표로 노리는 듯, 토모야가 몇번이고 달려들어간다.
ㅡㅡ그의 이름은 『이나호 신(稻穗信)』.
이 아파트 『아사나기장』에 사는 사람이다.
별로 아무 생각 하지 않는다
신군은 올해 봄, 학교를 그만두었다.
자세한 이유는 들은 적이 없다.
퇴학한 신군은, 4월부터 여기에 살기 시작했다.
한 마리 개만을 데리고......
내가 이사온 건 작년 9월이니까, 신군쪽이 신입이 되는 셈이다.
덧붙여서, 신군이 다니고 있던 스미소라학원은 나와 호타루가 다니는 고등학교가 아니다.
그러니까, 신군이 이사왔을 때가, 서로 첫대면이 된 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전에도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신군은 그 때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않고 있는 듯.
진위의 정도는 분명하지 않지만, 아마, 죄책감을 느끼고 시치미를 떼고 있는 거겠지.
그래, 그는 그 때 나에게 심한 짓을 했다.
(뭐, 그 건에 관해서는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고......)
하지만, 나는 전혀 그를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경과도 비슷한 감정에 싸여있다.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군』이라고 부르고, 경어를 써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발머리의 토모야를 적당히 가지고 놀면서, 신군은 태연하게, 언제나의 웃음을 흘렸다.
신 「그것보다 이나켄...... 너야말로 신기한데? 타루타루를 데려오다니」
『이나켄』ㅡㅡ그는 나를 그렇게 부른다.
내 이름이 『이나미켄(伊波健)』이니까 『이나켄』.
덧붙여서 호타루는 『타루타루』라 부른다.
신 「몇년만이지?」
켄 「2개월만, 입니다」
말하면서, 신군은 호타루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신 「거짓말일것 같냐! 진심이야, 진심!」
그렇게 말하면서도, 호타루의 입가는 계속 누그러져 있었다.
쑥스러운 거동을 감추기 위해선지, 호타루는 쭈그리고 앉아서 토모야와 장난치기 시작했다.
신 「응?」
호타루「토모야는, 몇살인가요?」
신 「아, 6개월정도 아니었을까?」
「이녀석, 들개였어. 해안에서 주워왔지」
호타루「아, 그랬구나」
신 「내가 집을 나와서, 목적지도 없이, 빙빙 해안을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꼭 닮은 푹 지쳐버린 개가, 저 쪽에서 비실비실 걸어와서 말야」
「동병상련을 느꼈다는 걸까...」
「신기할 정도로 바로 의기투합했어」
켄 「그럼, 토모야라는 이름은?」
신 「물론 내가 붙였다」
「내 친구중 『토모야(智也)』라는 완전무결의 바보가 있는데... 닮았어, 이게 또」
켄 「닮았다고?」
신 「그래, 왠지 이 개도 바보처럼 보이잖아? 뭐, 실제로 바보지만 말이지」
호타루「그런가? 호타루에게는 영리한 것처럼 보이는데...」
토모야는 뒷발로, 머리를 요란하게 긁어대고 있다.
신 「토모야! 토모야! 손!」
신군은 허리를 굽히고, 손바닥을 내밀었다.
토모야는 손바닥의 냄새를 킁킁대다가, 바로 외면해버렸다.
신 「어때? 바보지?」
호타루「그건, 가르쳐주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요?」
신 「제대로 가르쳤다구, 어제 밤」
호타루「어제 밤 가르쳐가지고, 오늘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신 「그건 아냐, 타루타루」
「어젯밤 가르쳤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할 수 없었다」
「몇 개월도 전에 가르쳤다면, 잊어버려도 할 수 없지만...」
호타루는 한순간 뭔가를 생각하다가, 어려운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나도, 호타루처럼 고개를 갸우뚱했다.
단지 토모야만이, 하아하아 숨을 내쉬며,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뭔가 떠오른 듯 소릴 내며, 신군은 얼굴을 들었다.
호타루「엣? 뭐가요?」
「1차 예선, 6월에 있었었지?」
호타루「아아, 네, 있었지만... 하지만 그런 거, 사과할 일도 아니잖아요~」
신 「하지만 그 때, 반드시 응원하러 가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말야」
「몇 개월도 전의 약속이라 해도, 절대로 잊어버리거나 하지 않고...」
토모야는 동녘을 바라보면서, 크게 하품하고 있다.
『7월이 되면 반드시 갚을께』ㅡㅡ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는데, 정말로 잊어버리고 있는 듯 하다.
아무래도 자신의 형편에 나쁜 약속만은, 기억에서 말소시키는 것 같다.
(그건 그것대로 훌륭한 자질일지도 모르겠는데)
라고,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켄 「응, 기준점이 없다고 해야 하나...」
「뭘 생각하고 있는지, 하나도 잘 모르겠어」
호타루「하지만, 그런 점이 매력이 있는 걸지도...」
켄 「엣?」
켄 「내가... 신군한테?」
확실히, 나는 신군을 따르고 있다.
어딘가, 동경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잘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신군은, 나따위보다도 훨씬 어른스러워 보인다.
신 「공교롭지만...」
「나에게는 그런 취미는 없다고? 이나켄」
켄 「앗!」
켄 「자, 잠깐, 뭐하고 있는 겁니까, 그런 곳에서!」
신 「아니, 우연히 지나가다가, 창문이 열려있어서 말야」
켄 「지나가다니... 여긴, 2층이라구요!?」
신 「응」
켄 「신군의 방은, 이 바로 아래잖습니까!?」
신 「이봐, 이나켄」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아직 엄청나게 숨어있다구」
켄 「과학인가 뭔가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신 「슬프게도 말해주는구만」
「너는, 과학만능주의자냐?」
나는 저항을 포기했다.
옆에서 호타루가 쿡쿡 웃고 있다.
신 「사실은, 아까 잊어버린 말이 있어서.
「그걸 전하려고 생각해서 온 거지」
신 「응」
무표정인채로, 신군은 끄덕였다.
『나에게 있어서도』라는 말이 약간 마음에 걸린다.
「이야기할 거란 건 다름이 아니라... 너에게 빌린 3만엔 말인데...」
켄 「엣? 설마 갚아줄 겁니까?」
신 「갚고 싶은 마음은 태산같지만... 내 자금사정은 너도 잘 알잖아?」
켄 「과연. 요점은, 변제기간을 늘려줬으면 좋겠다... ... 그런 겁니까?」
신 「확실히... 그것도 있어. 하지만, 이야기는 그것만이 아냐」
갑자기, 호타루가 중얼거렸다.
켄 「응, 괜찮지만, 뭘 사올건데?」
켄 「ㅡㅡ빙수!?」
나는 작년 11월부터, 빙수공포증에 걸려있다.
켄 「아니, 빙수는 사양해두지...」
「아이스크림같은 걸로, 사 와주지 않겠어?」
호타루「그런가」
켄 「그래서, 뭡니까?」
신 「아아. 이나켄, 너 바이트하고 싶지 않냐?」
켄 「바이트?」
나는 엉겹결에 되물었다.
신군이 말한 『바이트』라는 울림에서... ... 왠지 모르게 위험한 냄새가 풍긴다.
켄 「?」
신 「들어봐, 내가 일하고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있지?」
「마침 지금 여름방학이고, 일손이 부족해서 말이지」
신군이 일하고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ㅡㅡ루색은 해안의 바로 눈앞에 있다.
그 덕분에 여름철의 혼잡함은 예삿일이 아닌 듯 하다.
켄 「관광객이, 잔뜩 온 거죠?」
나는 생각나는대로, 물었다.
그러자 신군은......
신 「관광객이라기보다도, 마치 *아카테가니에 가깝지」
(*특정 날에 육지에 올라와 거대 산란을 하는 게의 한 종류)
켄 「?」
신 「(해석불능-_-;;)」
신 「마치, 아카테가니의 산란처럼 보인다구」
켄 「아카테가니?」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하여간, 그딴 목적을 가지고 해안으로 온 무리는...」
「적당히 난파하고, 또는 당해서, 밤이 되면 불꽃놀이같은 거나 하고, 적당히 분위기가 고조된 상태로」
「최종적으로는 근처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노도처럼 밀려들어오는 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최종단계의 일보 눈앞이라는 거지만 말이지」
켄 「어쩐지, 말에 적의가 담겨있는 것 같은데요?」
「바다는 더럽힐대로 더럽히고서...... 자기들만 재미보는 걸, 나참」
신군이 감정을 드러내는 건 보기 힘든 일이다.
꼭 쥔 주먹에도, 힘이 들어가있다.
나는 신군이 한 소리에, 조금이지만 공감을 느꼈다.
갑자기 음색을 바꿔서, 신군이 그렇게 말했다.
켄 「저기......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신 「뭔데?」
★ 3만엔과 바이트와의 관계는?
「아까 나, 나쁜 이야기는 아냐, 라고 말했었지?」
켄 「네」
신 「이나켄은 지금, 부모가 보내준 돈만을 의지해서 생활하고 있고... 」
「경제상황은, 나와 같이 절박할 게 분명하다」
「거기에 전해 온 바이트의 이야기... 단순히 수입이 증가한다」
「이거라면, 나쁜 이야기가 아니잖아?」
켄 「그래서?」
신 「즉,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거다」
「거래하지 않겠냐?」
켄 「엣?」
신 「내가 점장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대신, 이나켄은 빚을 없애준다.라고」
켄 「무, 무슨 말 하는 겁니까? 3만엔이라구요, 3만엔!」
신 「소개수수료로 치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켄 「...네, 넷?」
신 「실은, 점장에게 이미 말을 해 뒀어」
「『이나미켄이라고 하는 실직한 남자가 있는데, 어떻게 고용해줄 수 없겠습니까?』
「라고 사정사정했더니, 마지못하긴 했지만, 들어줬어」
켄 「자, 잠깐 기다려요옷!」
「왜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킨 겁니까!」
신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고 그런 소리 하면,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어디까지나 절차를 중시할 뿐이다」
켄 「한가합니다만」
신 「그럼, 결정이다.
「일단 면접을 할 듯 하니, 내일 오전중까지 와 줘...」
「라고 말해도 형식적인 거니까, 걱정은 할 거 없어. 채용은, 거의 확정이다」
켄 「그러니까, 걱정같은 거 하지도 않았고, 애초 면접같은 거 보러 갈 생각도 없었어요」
그 말과 동시에, 신군의 표정이 금세 험악해졌다.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이, 차갑게 훑어보는 시선이었다.
신 「슬슬... 뭔가 시작하는 쪽이, 좋지 않겠냐?」
「그게 굳이, 바이트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수험공부에 전념한다면, 그것도 좋겠지」
「축구부의 연습에 나가서, 후배를 지도한다. 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어쨌거나, 지금의 너에게는 결정적으로 뭔가가 빠져 있어서, 보고 있는 이 쪽이 애가 탄다」
「알겠지? 내가 말하고 싶은 거」
(*바람에 흔들리며 울리는 종. 주로 물고기 모양)
달빛이 떠오른 녹나무의 가지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
문을 향해 서슴없이 걸어간다.
그 때......
「아이스크림, 별로 좋은 게 남지 않아서~」
호타루가 슬리퍼를 벗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호타루「잘 모르겠지만... 에~또, 에~또...」
손에 든 비닐봉투 안을 쳐다보고서...
호타루「앗, 그래그래」
「이걸로 좋겠어? 켄짱」
호타루는 내 정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신군이 돌아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신군을 향해, 단단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켄 「바이트의 이야기」
신 「어랏? 타루타루도 모르는 거야? 아카테가니라는 녀석은 말이지,
만월(滿月)과 신월(新月)에, 수정과 산란을 한다구」
「그런 작은 게가, 어떻게 해서 달의 차고 기움같은 걸 아는 걸까?
신기하구나~... 자연이란」
하지만 그 직후, 바로 문이 열리고......
「부디 천천히~...」
『아직 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내일, 면접에는 가본다』라고 생각한 것을 이야기했다.
호타루는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걸 찬성하는 듯 『잘 됐다 잘 됐다』라고, 몇 번이나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ㅡㅡ결국, 그날 밤, 호타루는 내 방에서 자고 가게 되었다.
호타루「응, 응, 그래, 유메미짱네」
「괜찮아~! 호타루, 이제 어린애가 아니니까?」
「에? 아아, 알았어알았어. 제대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할테니까」
「네, 네, 네~에,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휴대전화를 쥐었던 그 손가락이, 조금씩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걸 알아챘다.
나는...
★ 괜찮아! 라고 격려했다
켄 「괜찮아!
「새삼스럽게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니고...」
호타루「횟수는, 관계없다고 생각하지만?」
「호타루, 거짓말하는 거 힘드니까...」
「몇 번 거짓말을 해도, 역시 두근두근 떨려버려」
켄 「하지만 지금 전화, 차분한 것처럼 보였었다구?」
「맨 처음에 비하면, 훨씬 거짓말이 능숙해졌어」
켄 「물론」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건 좋은 일이지만,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건 나쁜 일이다」
켄 「때로 진실은... 사람을 상처입힌다... 라고 하지?」
「모르는 쪽이 행복했다, 라는 거, 세상에는 흔하잖아?」
「즉, 모르는게 약」
한숨을 쉰 뒤의 호타루의 얼굴은, 여름의 푸른 하늘처럼 맑게 개었다.
언제나와 같은, 별거 없는 회화...
친구의 이야기, 학교의 이야기, 그리고 어젯밤 TV에서 했던 심령특집프로의 이야기...
호타루는 아무 맥락도 없이, 잇따라 말을 잇고 있다.
나는 호타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때로는 맞장구를 치고, 때로는 고개를 흔들면서도, 거의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는 호타루의 말을 듣는 게 굉장히 좋았다.
흔한 일상의, 아주 작은 단편을 잘라내어, 그것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입이 너무 좋았다.
마치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것처럼, 물흐르듯 막힘없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윽고...
나는 모기향에 불을 켜고, 선풍기 다이얼을 가볍게 돌렸다.
기분좋게 바람을 쐬면서, 호타루는 이불위에 엎드려서, 잘 안나오는 TV를 보고 있다.
그러고 있는 중에...
...어느새인가 호타루는, 잠들었다.
밤이 이슥해져간다...
열려있는 남쪽의 창에서, 희미한 향기가 흘러들어왔다.
새는 창가에 내려서고
작은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s]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켜, 방안을 둘러봤다.
특별한 이상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시각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의 디스플레이를 보니 딱 4시를 가리키고 있다.
(기분탓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이불안으로 파고 들어간다.
호타루는, 내 옆에서 몸을 뒤치락거렸다.
위에 덮었던 타월 모포를, 한쪽발로 차서 날렸다.
나는, 날아가는 타월 모포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직후......
창을 여는 소리......
아무래도, 소리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듯 하다.
(엣? 어떻게, 옆방에서?)
내 방은 205호실, 아사나기장의 서측 끝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내 옆의 204호실은, 내가 이사왔을 때부터 계속 비어있었을 텐데.
(신군, 인가?)
수상하게 생각한 나는, 옆방의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북측을 향한 복도의 창은, 모두 열려있다.
남풍이, 내 방을 통과해서, 복도의 창으로 흘러간다.
ㅡㅡ204호실.
그 문 앞에, 나는 섰다.
반응이 없다...
문 손잡이에 손을 걸어서, 살짝 당겨봤다
켄 「실례합니다...」
어두운 쪽을 향해 말을 걸었다.
역시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발밑을 확인해가면서, 신중하게 방안으로 슬쩍 들어갔다.
창문의 윤곽이 어슴프레하게 떠올라 있다.
거기에는, 가구나 생활용품같은 물건들이 일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탓인지, 실내는 질퍽질퍽하게 젖은 먼지의 냄새로 가득 차있다.
?? 「안녕」
돌연, 어둠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였다.
어둠속에 가만히 눈을 모으자......
창가에 기대어 서 있는, 한 명의 여성이 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켄 「이,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나는 물었다.
?? 「보면 모르겠어?」
그녀는 되물었다.
나는 그녀가 말한 대로, 그녀의 전신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달빛에 비추어진 그녀의 모습은, 그 윤곽을 두르는 모양같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한 손에, 무언가 들고 있다.
주먹만한, 황색의 덩어리.
(뭐지? ...저건)
?? 「바람을, 보고 있어」
내 말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는 답했다.
켄 「바람을, 보고 있다?」
?? 「그래...」
「해륙풍이라는 거, 알고 있어?」
켄 「아니요... 모릅니다」
?? 「바다에서 육지를 향해 부는 바람은 해풍」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 부는 바람은 육풍」
「그 양쪽을 합해서... 해륙풍」
「낮에는, 바다에서 차가워진 공기가 육지를 향해 불고...」
「반대로 밤에는, 육상쪽이 기온이 낮아지니까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 바람이 부는 거야」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런 것보다도 우선, 그녀의 존재자체가 의문이었던 거다.
ㅡㅡ그녀는, 대체 누구지?
?? 「나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어」
「해풍이, 육풍으로 변하는, 순간을...」
어느 새인가, 바람이 잔잔해진 것을 알아차렸다.
?? 「그렇지?」
「해륙풍이 교대하는 순간, 이런 식으로, 바람이 갑자기 잔잔해져버려」
「처음부터, 바람이 불지 않았던 것처럼...」
켄 「바람이, 싫은 겁니까?」
?? 「아니, 그 반대...」
「이제 두번 다시, 바람이 불지 않는 게 아닐까하고... 난 언제나, 이 순간을 두려워하고 있어」
켄 「?」
?? 「하지만, 바람은 반드시 불어」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할 때, 나는 내 존재를 알게 되는 거야」
「어때, 모든 감각을 잃어버린다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되버리잖아?」
「그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
「나는 바람을 맞는 것으로서, 자신이 지금, 여기에 있다, 라는 확실한 증거를,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러니까...」
「바람을 보고 있어」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동시에, 그녀에 대한 불신감이 갑작스럽게 생겨났다.
아무도 있을리 없는 방의 창가에서, 전깃불도 켜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는 그녀...
『뭘 하고 있느냐?』라고 물으니 『바람을 보고 있어』라고 답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나는 다시 한 번, 그녀를 향해 물었다.
켄 「바람에 대한 건,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묻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에요」
「왜, 당신이 여기에 있는 겁니까?」
「이 204호실은, 오래 전부터 비어있던 방이었는데」
켄 「예?」
「저는, 옆방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옆의, 205호실」
?? 「그래, 그럼, 지금부터 잘 부탁할게?」
켄 「하?」
?? 「이사온 거야, 나...」
그 말을 듣고, 나는 다시 방안을 둘러봤다.
켄 「빈손으로, 이사온 겁니까?」
?? 「안돼?」
켄 「안되는 건, 아니지만...」
그 때...
돌아보자, 호타루가 눈꺼풀을 비비면서 서 있었다.
?? 「안녕」
창가에 서있던 여성이 말을 걸었다.
호타루「엣!!」
「앗... 미안해요, 멋대로 들어와버려서」
「이, 이 방, 비어있다고 생각해서...」
「에ㅡ또, 에ㅡ그게... 이웃의, 분이시네요?」
?? 「응, 너는?」
호타루「저, 저는, 켄짱의...」
?? 「아내?」
호타루「네엣!? 아, 아니에요! 호타루, 아직 고3이고」
?? 「호타루? 그게 네 이름?」
호타루「네, 네... 그렇지만...」
?? 「좋은 이름...」
「그래서, 남편 쪽은? 켄이치? 켄타로?」
켄 「켄입니다. 이나미 켄」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말하겠는데, 저희들은 결혼한 게 아니니까요...」
?? 「결혼이나 동거나,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켄 「동거도, 하지 않습니다」
?? 「그러면, 어떤 관계?」
켄 「어떤 관계라니...」
나는 호타루쪽을 봤다.
호타루는 나와 눈을 맞추더니, 어색한 듯 시선을 돌렸다.
★ 사귀고 있습니다
당신하고는 관계없어요
?? 「과연...」
「그럼 오늘은, 간만에 호타루짱이 켄군의 방에 자러 왔다. 라는...」
「미안, 방해해 버린걸까?」
그녀는 호타루쪽을 보고, 미소지었다.
호타루는 나한테 빌린 헐렁헐렁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하며 등부분을 잡아 끌어서, 딱 맞게 보이려고 하고 있는 걸 알았다.
켄 「그런 당신은?」
「혼자만 듣고, 이름을 대지 않는 건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 「응, 그것도 그렇네」
츠바메「나는, 미나미 츠바메」
「동서남북의 『南(미나미)』에, 히라가나로 『つぱめ(츠바메)』」
「그리고 이게 ㅡㅡ레몬」
켄 「하?」
츠바메「레몬, 몰라?」
츠바메라고 이름을 댄 여성이, 한손에 쥔 황색 덩어리를 앞으로 내밀어보였다.
확실히, 그건 레몬이었다.
나와 호타루는, 엉겁결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츠바메「누구한테 누구한테, 이걸 주지!」
당돌하게,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필요 없습니다
★ ............
켄 「... ...」
나는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호타루「그럼 호타루한테, 주세요!」
한 발 앞으로 나가서, 호타루가 손바닥을 내밀었다.
츠바메「자」
손에 든 레몬을, 호타루를 향해 건네주었다.
호타루「정말 고마워요」
호타루는 코앞에 레몬을 대고, 그 향기를 가슴 가득히 들이마셨다.
호타루「좋은 냄새...」
켄 「그럼 저희들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돌면서, 호타루의 손을 잡았다.
호타루는 당황하면서도, 창가의 여성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츠바메「어때, 바람이 변했지?」
다시 창쪽을 봤다.
[s]
페르마타
ㅡㅡ다음날 아침.
[s]
눈을 뜨니, 옆에 호타루의 모습이 없었다.
눈부신 아침의 빛에, 방안이 희미하게 보인다.
창 밖에서, 찌르르 하는 매미소리가 들려온다.
깨끗히 개어진 유니폼이, 방 구석에 놓여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문득, 뭔가를 알아차렸다.
복도가, 구석구석까지 반짝반짝 닦여있었다.
(대체, 누가 청소한 거지?)
집주인은 한 달에 한번밖에 여기에 오지 않고, 신군이 청소같은 거 하리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 이건... 호타루인가?)
아사나기장에는, 신군과 나 이외에 사는 사람은 없었다.
올해 봄까지 102호실에 대학생이 살고 있었지만, 그는 취직을 위해,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지금은 신군과 나와, 그리고 한 마리의 개와...
(앗, 그러고 보니, 한명 더...)
떠올리며, 204호실의 문을 봤다.
(설마, 그 사람이...?)
나는 고개를 갸우뚱해하면서, 화장실 옆의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호타루는 쭈그리고 앉아서, 토모야에게 물을 주고 있다.
켄 「아아, 안녕~」
호타루「신군,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아서...
그러니까 대신에, 호타루가 데려다 줬어, 산보」
호타루는 스커트에 붙은 토모야의 털을 털면서 일어났다.
켄 「확실히, 기르는 주인은 신군이지만...」
「하지만 아침 산보는, 내 담당이니까.」
켄 「어라, 말하지 않았었나?」
「신군, 산보같은 건 저녁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러니까, 그럼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내가 대신에...」
「뭐, 가끔 잊어버릴 때도 있지만, 이 최근은 대부분, 이지」
켄 「이렇게 봐도, 상당히 바쁜 것 같으니까, 신군」
토모야는 가볍게 숨쉬면서, 뭔가 호소하는 듯한 눈길로, 내 얼굴을 올려다 보고 있다.
켄 「그런데, 호타루?」
호타루「응?」
켄 「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호타루「뭔데?」
켄 「아사나기장, 복도 청소한 거, 호타루?」
호타루「으응, 호타루가 아니야.」
「이웃사람... 에~또, 미나미씨... 였었나?」
켄 「역시, 그 사람이었나?」
호타루「응, 오늘 아침 걸레질하고 있는 걸 봤어」
「양손을 이런 식으로 마루에 놓고서, 탓탓탓탓타~하고,」
「뭐라 말해야 좋을까, 소학교 청소할때처럼...」
나는, 그 츠바메란 사람이, 이마에 땀을 흘리면서 복도를 왕복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어젯밤의 인상으로는, 어쩐지 상상하기 힘들지만......
실은, 상당히 깨끗함을 좋아하는 걸지도 몰라.
호타루「저기, 그런 것보다도 켄짱?」
「토모야의 먹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토모야는 여전히,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있다.
그가 뭘 호소하고 있는 건지, 난 간신히 눈치챘다.
여기에서는, 알맞게 아사나기장의 전경을 보는 게 가능하다.
호타루의 발밑에서, 토모야가 오도독오도독 소리를 내며 먹이를 먹고 있다.
호타루「아사나기장, 세워지고 나서, 어느정도 흘렀을라나?」
호타루는 아사나기장의 외견을 어렴풋이 멀리 바라보면서 물었다.
켄 「글쎄?」
「『저 녹나무와 같은 정도의 나이다』라고 집주인이 말했었는데...」
나는, 뜰의 남서방향에 서 있는 큰 나무를 가리켰다.
호타루「녹나무? 저 나무, 녹나무라고 하는 거였구나?」
켄 「 응. 향기가 나지? 녹나무의, 독특한 향기가」
호타루「어떤 향기?」
켄 「어떠냐고 말해도, 비유할만한 게 없는데...」
「산뜻한, 청량감이 있는 냄새라고나 할까?」
호타루가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일어나 녹나무의 아래로 가서, 그 잎을 한 장 뜯어왔다.
켄 「이런 냄새야」
말하면서, 잎을 가져다, 호타루의 코앞에 댔다.
「켄짱의 방에서, 가끔 나지, 이 냄새」
「그런가그런가~... 이게, 녹나무의 향기였구나」
호타루는 내 손에서 잎을 들고, 다시 한 번, 깊게 향기를 들이마셨다.
켄 「으~음, 짐작도 안 가지만...」
「아마, 30년이나 40년...... 그것보다 좀 더 나이를 먹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왜 그런 걸 묻는 거야?」
호타루「응, 조금,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서...」
켄 「?」
호타루「아사나기장은, 방이 8개밖에 없잖아?」
켄 「응」
호타루「어째서인 걸까?」
그건, 나도 이사왔을 때부터 궁금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그 답을 추측할 수 있다.
나는, 아사나기장의 동측에 세워진 신축 맨션을 눈에 보여주었다.
켄 「저걸 세우려는데, 아사나기장의 동쪽 방이 방해가 된거야.
그러니까, 없애버렸다...」
호타루「그럼, 토지의 일부를 사들였다는 거야?」
켄 「아마도」
누가 그런 소릴 한 건 아니지만... 생각해봐, 아사나기장의 동쪽 벽에, 묘한 위화감이 있잖아?」
「창은 하나도 안 달려있고, 색도, 다른 벽과는 조금 다르고...」
「원래는, 거기에 방 하나가 더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켄 「응, 그렇지?」
「아사나기장의 방은, 서쪽부터 5호실, 4호실, 3호실, 2호실의 순번으로 나란히 서 있어」
「호타루는, 분명히 4호실이 없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어」
「옛사람들은, 4가 재수없다고 하면서 싫어했잖아?」
「그래서, 얼마나 예전에 세워진 걸까~하고 생각해서 물어본 거야」
켄 「과연」
호타루「그렇다고 해도... 」
「1호실이 없는 아파트라니, 왠지 얼빠진거 같네?」
켄 「그래?」
호타루「마치, 스트로베리가 얹히지 않은 쇼트케잌같아」
켄 「???」
호타루「ぃちご가 없어」
「랄~까나♪」
(譯: 이치고 = 딸기 = 1호인 동음이의어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 호타루는 기운차게 일어섰다.
「에-또... 켄짱은?」
켄 「나는, 좀 있다가, 아르바이트 면접이라도 보러 갈까 하고...」
호타루는 왠일인지, 푹 어깨를 숙였다.
켄 「왜? 안돼?」
호타루「으응, 전혀, 안되는 게 아냐. 좋다고 생각해」
「다름 아니라...」
켄 「어째서?」
중얼거리며, 호타루는 눈을 숨겼다.
나는 호타루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켄 「알았다구. 어차피 오후는 한가했고...」
켄 「응」
호타루「하아~, 오늘도 더울 것 같네」
라고 했어도 거리적으로는 아사나기장에서 달려서 5분, 그렇게 멀지는 않다.
하지만 평소통학에는 지나갈 필요가 없기도 했으므로, 나는 그다지 이용해 본 적이 없다.
켄 「이나호 신군의 소개로 왔습니다, 이나미라고 합니다」
점장 「아아, 넌가? 이야기는 들었다」
점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40세 정도의, 입 주위에 풍성하게 수염을 기른 멋쟁이로, 체격도 탄탄하다.
학생시절에, 럭비라도 한 거 같은데.
점장 「그럼, 대기실로 갈까」
생각보다 넓은, 6평정도의 큰 방이다.
테이블과 몇 개의 의자, 그리고 갈아입을 유니폼등이 놓여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점장이 말했다.
점장 「흠... 좋아, 됐어. 채용이다」
켄 「...네?」
점장 「이르긴 하지만, 오늘 저녁 6시부터, 나올 수 있지?」
켄 「...네」
점장 「고용계약서를 가볍게 눈으로 봐두고... 필요서류에 기입해주면 돼. 아아, 이력서는 뒤로 미뤄도 좋아」
즉결이었다.
점장 「뭐야, 간단한 일이니, 금방 익숙해질 거다」
「시프트의 결정이나, 일의 절차같은, 자세한 건 저녁에. 아르바이트의 출입에는 뒷문을 사용해 줘」
...그러고 보니, 난 어째서 면접을 받고 있는 거지?
그다지, 바이트가 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단지 다른, 뭔가 우선시하고 싶은 것도 없다.
(신군의 의도에 제대로 걸려들고 있는 걸지도.)
그래도 나는, 쌓여있는 서류에의 사인을 끝냈다.
점장 「그럼 6시에. 기다리지」
걸쭉하게 녹은 버터처럼, 열기가 피부에 와닿는다.
흘끗, 벽시계를 봤다.
바이트가 시작하기까지, 아직 6시간 이상 남았다.
켄 「그럼...」
나는 오늘 아침 호타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학교에 가기로 했다.
동서로 펼쳐진 해안선을 따라 달리게 되어 있어서, 일부 구간에서는 광대한 넓은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되어있다.
『芦鹿島』라고 쓰고 『아시카시마』라고 읽지만, 이곳 사람들은 모두 이 전철을 『사슴차』라고 부르고 있다.
통근, 통학에 없어서는 안 될 전차다.
내가 다니는 학교도, 이 다음의 『하마사키역(浜崎驛)』에 있다.
개찰구를 빠져나오자, 수영복을 입은 아이들이, 발소리를 탁탁탁탁 울리며 달려갔다.
바다는 이 역에서 5분정도 남쪽으로 가면 나온다.
반대쪽의 북측은, 완만한 언덕이 있으며, 언덕길을 올라가면 나오는 곳에 『하마사키 학원(浜崎學遠)』이 세워져있다.
『하마사키 학원고등학교(浜崎學園高等學校)』- 그곳이 나와 호타루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다.
조금 걷는 것만으로도, 몸에서 땀이 스며나온다.
몇번이고, 나는 이 언덕길을 왕복했겠지.
입학했을 무렵은, 매일 아침 이 언덕길을 오르는 게 매우 귀찮았다.
3년째의 여름이 되서야, 간신히, 나는 이 언덕에 익숙해졌다.
앞으로 반년쯤이면, 여기를 오르는 일도 없어지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약간 쓸쓸한 것 같기도 했다.
바다 저쪽은, 큰 뭉게구름이 퍼지고 있었다.
?? 「이야~, 하지만 오늘도 덥구나~」
친우인 『나카모리 쇼타(中森翔太)』다.
켄 「하???」
쇼타 「해변에서 뒹굴고 있으니까, 모래 속에서 ヌルッ 과タモル이 나와서 말야~」
「タモル의 선그라스가 우주안경(宇宙メガネ)이 된거야!」
「그래서, 내가 『그 우주안경 어떻게 한 겁니까?』」
「라고 물었더니,『쿠이쿠이성인』에게 받았다고 했어」
「그래서 나는 『부디 쿠이쿠이성인을 만나게 해 줘요』라고 부탁했지~!」
켄 「자, 잠깐, 쇼타? 하나, 물어봐도 될까?」
쇼타 「뭐냐?」
켄 「해변에선, 몇시간정도나 잔 거냐?」
쇼타 「그렇군... 아침 10시부터, 저녁 4시정도까지, 일까?」
켄 「그런가, 그럼 가르쳐 주겠는데... 그건 분명 일사병에 의한 환각증상일거다」
쇼타 「아아, 그런 듯 하다. 」
「정신이 들고 보니 병원의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의사도 똑같이 말했지」
켄 「하아, 뭐냐, 정말로 이상해진 게 아닐까 하고 걱정했어」
(譯: 능력부족, 해석 불가-_-; 어디의 패러디라도 되는 듯;)
특별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카모리 쇼타는 이 하마사키학원의 3년생이다.
반은 다르지만, 나와 같이 축구부에 소속되어 있었다.
원 주장이라는 점도 있어서, 우리들 사이에서는 리더적인 존재기도 했다.
라고 해도, 독선적이거나 한 건 아니고, 모두의 의견을 잘 듣고, 능숙하게 정리하는 타입.
그 때문에, 선배동년배후배를 막론하고, 다른 부원들로부터도 존경받고 있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입에 담을 때도 있지만, 그것이 농담인지, 진심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단지, 축구 센스만은, 지구선발에 뽑혔을 정도로 발군이다.
「혹시 너도, 수업받으러 온 건가?」
켄 「수업?」
쇼타 「하기강습의 수업 말이다」
켄 「아아, 그거 말인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제군들은, 보다 높은 레벨의 이상과 목표를 가지고, 수험이라는 인생 최초의 벽에, 당당히 맞설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것을 서포트하기 위해, 이 학교에는 매년, 여름방학에, 3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높은 수준의 강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문부과학성이 정한 통상의 커리큘럼으로는, 높은 수준의 대학입시문제에 맞설 수 없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강사진 하에서 공부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다.』
『부디, 제군도 이 강습에 참가하여, 각자의 수준을 높였으면 하는 바이다.』
간추려서, 고교의 경영자는,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학생들을 『높은 수준의』학교에 진학시키고 싶다고 꾀하고 있는 것으로....
하기강습이란 건, 즉 그걸 위한, 특별 보강과 같은 거다.
덧붙여서 교장이 말한 『높은 수준의 강사진』이라는 건, 그 대부분이 사쿠라미네 학원의 강사다.
뭐, 그 중에는, 모 유명예비고에서 빼온 강사도 몇명인가 있는 듯 하지만, 실력의 정도는 불분명하다.
그리고 하나 더...... 교장이 한 말중에는 중대한 착각이 있다.
ㅡㅡ인생 최초의 벽은, 수험따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너도 수업받으러 온 건가』라고, 그렇게 말했지?」
켄 「『너도』라는 건, 혹시 쇼타.. 강습 나오는 거냐?」
켄 「나쁜 건 아니지만, 의외였어. 설마 쇼타가 공부를 시작하다니...」
「몰래 공부해서, 2학기가 시작할 때까지, 켄을 앞지르려고 생각했는데」
켄 「앞지르다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이상해.
「쇼타는, 수험같은 거 흥미 없었잖아?」
쇼타 「흥미는 없어, 여전히」
「이미 우리들, 은퇴해버렸으니까... 매일 빈둥빈둥대고 있어도 뾰족한 수가 없잖아?」
켄 「... ...」
쇼타 「아니, 켄은 별로, 그래도 나은 걸지도 모르겠군」
「너에게는, 호타루짱이 있으니까, 한가함을 처치곤란하지도 않을테고」
「하지만, 나는 혼자다.」
「 부활동이 끝나고 나서부터는, 정말로 지루하고 지루해서...」
「이대로는 정말로 『쿠이쿠이별에 데리고 가버릴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한거지」
켄 「전혀 의미를 모르겠지만... 그래서 공부를 시작한 거냐?」
쇼타 「반쯤 심심풀이인 거지만 말이지」
쇼타는 그렇게 말하고, 발 밑의 작은 돌을 찼다.
켄 「엣? 하지만...」
켄 「아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호타루도, 피아노 연습으로 바쁘고...」
쇼타 「그럼 뭔데?」
「 설마 지금 와서 『대학같은 거 갈 생각이 없다』라던가 말하려는 거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선택지도 있는 게 아닐까라고, 머리 한편에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로, 대학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쇼타 「어쨌든, 한 번 시험삼아, 적당한 수업을 받아보면 어때?」
「평상시의 수업과는 달리, 학생도 적어서 질문같은 것도 하기 쉽고...」
「게다가, 뭐니뭐니해도 공짜, 니까」
켄 「하지만 강습은, 여름방학 처음부터 시작해버린 거겠지? 그러니, 이제와서 받을 수는 없어」
쇼타 「괜찮아. 나도, 어제부터 시작했으니까」
켄 「그래?」
쇼타 「응. 」
「그러니까, 모르는 녀석이 뛰어들어와 참가해도, 환영하는 일은 있어도, 내쫓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좋다」
켄 「으~음, 어떻게 할까...」
쇼타는 가방속에서 한 장의 프린트를 꺼냈다.
켄 「뭐야 이거?」
쇼타 「하기강습의 시간표.
「이 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수업을 골라서 받을 수 있다」
켄 「흐-음...」
나는 쇼타에게 프린트를 받아서, 거기 인쇄된 문자를 훑어보았다.
프린트에는 『영문 독해, 물리1B, 한문, 세계사, 미적분』같은 과목이, 요일마다 몇개씩이나 적혀 있었다.
쇼타 「그럼 나, 잠깐 밥 먹고 올테니까」
켄 「역전?」
쇼타 「아아, 켄도 갈래?」
켄 「으응, 나는...」
켄 「응... 왠일인지 모르겠지만, 오라고 해서...」
「나도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왠일인지 모르지만 불려져』보고 싶은 걸」
복도 저 편에서, 희미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뭐라고 하는 곡인지는 모른다.
느긋한 선율이, 차가운 벽에 반향해서, 가득차 들렸다.
호타루는 내가 온 것을 눈치채지 못한 모습으로, 말없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NPA피아노콩쿨이라고 하는 대회가 있어서, 호타루는 거기에 엔트리했다.
콩쿨의 1차 예선은 6월에 있었다.
*도도부현(都道府縣)별로 행해진 그 지구예선을, 호타루는 최고득점으로 통과했다.
(*일본의 행정구역 - 우리나라의 시도군 같은...)
다음 예선은 다다음주 ㅡㅡ14일과 15일에 치뤄진다.
일단 그 2차예선을 향해, 호타루는 밤낮으로, 연습에 힘쓰고 있다.
거기에 합격하면, 다음은 드디어 결승대회다.
8월말 ㅡㅡ26일 월요일에, 그 대회는 개최된다.
그런데, 그 정도까지 실력이 있는 호타루가, 왜 이런 곳에서 연습하고 있는 걸까?
나는 이전에, 호타루에게 물어봤던 적이 있다.
이유는, 아무래도 저 피아노에 있는 것 같다.
독일의 슈타이너&폰즈사제의 피아노로, 클래식 세계에서는 꽤 유명한 듯하다.
시가로 해서 1천만엔은 시시하다는 가격의 물건.
어딘가의 유명한 국회의원이 (무엇을 기도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이 학원에 기증했던 거라고 한다.
호타루에게 들은 바로는, 『음이 마법으로 바뀐다』라고 한다.
(마법... 마법이군...)
나는 피아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들었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그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
든다.
그건 무언가를 유혹하는 듯한, 요염하고 아름다운 음색이었다.
그 음색에 이끌린 나는, 흐늘흐늘 피아노쪽으로 다가갔다.
호타루의 등 뒤에 서서, 그 어깨 너머로 건반을 들여다봤다.
짧게 비명을 지르며, 호타루는 뛰어올랐다.
켄 「앗, 미안, 그럴 작정이 아니었지만... 」
「무심코, 소리에 이끌려서...」
켄 「응, *프레멘의 음악대처럼」
(*동물 음악대가 노래로 도적들을 쫓고 집을 차지한 이야기
*피리소리로 마을 내의 쥐를 모두 이끌고 가서 강에 빠뜨린 사나이의 이야기)
그렇게 말하며, 호타루는 쿡쿡 웃었다.
켄 「응, 채용되었어. 갑자기 오늘부터 일하게 되버렸지.
켄 「잘 된 건지, 잘못된 건지... 왠지 속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호타루, 해본 적이 없으니까, 은밀히 동경하고 있어~」
호타루는 양손을 깍지끼고, 크게 기지개를 켰다.
켄 「그래서, 호타루쪽은?」
켄 「뭔가 일이 있어서, 부른 거지?」
「저기 있잖아? 」
켄 「뭘?」
켄 「조금 전 연주하고 있었던 거?」
호타루「으응, 조금 전 거는 리스트의 『사랑의 꿈』.
「그게 아니라, 다른 곡이야」
켄 「?」
눈을 살짝 감고서, 심호흡을 몇번인가 반복한다.
하얀 손바닥이, 살짝 건반 위를 춤춘다.
그건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과 같이, 우아하고, 가련했다.
그러나 그 손가락끝은 너무나 가늘고, 연약하고, 금방이라도 부서져버릴만큼 덧없이 보였다.
나는 피아노를 치는 호타루의 모습에 빠져버렸다.
마법의 소리 ㅡㅡ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치 꿈속을 감도는 것처럼, 나는 황홀하게, 넋을 잃고 있었다.
호타루는 피아노를 좋아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호타루의 생활의 일부였다.
삶의 보람? ㅡㅡ이라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열광적으로 빠져들어, 그것 때문에 모든 걸 걸고 있다, 는 느낌의 무거운 집착심은 일체 느껴지지 않는다.
매우 자연스럽게, 피아노는 호타루의 신체 속에 녹아갔다.
예컨대 꿈을 꾸는 것처럼, 예컨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처럼, 호타루는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흘러가는대로 자유롭게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것이 호타루의 일상이었다.
켄 「... ...」
호타루「켄짱?」
켄 「... ...」
켄 「응? 뭐야?」
호타루「뭐야,가 아니야! 어땠어라고 물었었어!」
켄 「아, 에또... 응, 그렇군... 」
「정말로, 잘했다고 생각해」
호타루「그것뿌운~?」
켄 「마법에...」
「 마법에 걸린 듯한... 그런 느낌이었어」
켄 「전에, 호타루가 말했었잖아?」
「슈타이너의 파이노를 치면, 『음이 마법으로 바뀐다』라고...」
「그 의미를, 어딘지 모르게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중얼거리면서, 호타루는 기쁜 듯 미소지었다.
「켄짱은, 아마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말, 호타루에게는 최고의 칭찬이야. 」
호타루는 손끝에, 빙글빙글 긴 머리카락을 휘감고 있었다.
켄 「이 곡이라니... 베토벤의, 비창이?」
호타루「응」
켄 「어째서?」
그런가?
켄 「분명히, 그것도 그렇지...」
호타루「어쨌든, 철이 들 때부터 이 곡이 좋았으니까.」
「앗,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이 곡이 비창같지 않아서일까?」
켄 「엥?」
호타루「비창이라는 타이틀인데도, 비창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지? 지금 곡」
「슬프다기보다도, 오히려,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았어?」
켄 「사랑스러운?」
머리를 갸웃하는 나를 보면서, 호타루는 말을 이었다.
호타루「피아노소나타 제 8번 파단조 op. 13 『비창』」
「이 곡은, 사실은 제 1악장부터 제 3악장까지 있어」
「지금 친 것은, 그 중에서도 한층 유명한, 제 2악장이야」
「제 1장은 『그라베.알레그로.모르토.에.콘브리오』. 」
「조용하게, 여유로이, 따뜻하게 부를 것 같은 느낌이야」
「분명 이곡은, 슬픔을 안타까워하는 게 아니라... 슬픔을 사랑하려고 한다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부터, 지나가버린 슬픔을, 뒤돌아보는 것처럼...」
「뒤돌아보고 안타까워지지만... 하지만 정말 조금, 그립기도 한...」
나는 호타루와 헤어짐을 고하고, 음악실을 뒤로 했다.
나침반
쇼타에게 받은 시간표를 훑어보면서, 목적하던 교실을 찾았다.
[s]
나는 쇼타의 제안을 따라서, 하기강습하는 것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 프린트에 따르면...
하기강습에는, 오전중에 1,2시간째의 수업을, 오후에 3,4시간째의 수업을 하게 되어있는 것 같다.
수업시간도, 한 교과당 90분씩, 평상수업에 비하면 상당히 길다.
(90분인가...)
그 긴 시간에 약간 망설임을 가졌지만, 그래도 쇼타가 말한 것처럼 『공짜』라는 이유도 있고...
일단, 나는 적당한 수업을 골라, 얼굴을 내밀어보기로 했다.
본 적 있는 학생도 있는가 하면, 전혀 눈에 익지않은 학생도 있다.
그 어느쪽도, 말을 걸 정도의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최후열의 창가에 자리를 잡고, 교실을 둘러봤다.
자신의 반과 똑같이 생기기는 했지만, 어딘가 남의 집에 들어와있는 듯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창에서 비쳐오는 빛의 색이,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의자의 온도도, 책상의 감촉도, 나에게는 있기가 불편했다.
이 1학년 F반에서 진행하는 다음 수업은, 현대국어였다.
다른 것도 몇 개인가 수업이 있었지만, 나는 헤메지 않고 현대국어를 선택했다.
이 과목이라면, 예습하지 않아도 문제 없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텍스트는 어떻게 하면?)
나는 옆자리를 봤다. 거기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자리를 옮길까...)
라고 생각한 그 때...
들어온 건 여성교사였다.
여성... 교사...
(어랏? 어디선가, 본 거같은 기분이...)
학생이 낸 목소리와 동시에, 모두가 일제히 일어섰다.
학생 「경례!」
나도, 모두와 같이 고개를 숙였다.
머리를 숙일 때, 나는 간신히 떠올렸다.
거기에 서 있는 사람은, 그......
(어째서, 그녀가 이런 곳에......!?)
츠바메「거기 너! 」
「언제까지나 서있지 말고, 빨리 자리에 앉아주세요」
켄 「아, 네. 죄송합... 니다...」
교실의 여기저기에서, 쿡쿡 하고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자리에 앉으면서, 교단에 서 있는 그녀쪽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녀는, 내 얼굴을 잊어버린건가? 아니면, 모르는척 하고 있을 뿐인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냉정하게 원래대로 돌아와, 그녀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대국어의 수업같은 건, 받을 만큼 필요한 게 아닙니다」
「특히, 제가 하는 수업은, 세상에서 가장 무익하고 쓸모없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원래부터, 현대국어에만 한하는 게 아니라, 모든 온갖 수업은, 당신들에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공부라는 것은, 당신들이 자발적으로 해야하는 것이고, 또 자발적으로 행해지지 않는 건 공부라고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당신들이 걸을 수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배웠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진행해서 학습해, 몇번이고 좌절하면서, 그 기술을 습득했기 때문입니다」
「공부도, 같은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한, 지식도 스킬도, 몸에 배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당신들에게는 태어나서부터 공부하는 능력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당연한 일 같이 생각할지도 모릅니다만, 이것을 의식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 훌륭한 능력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당신들 나름...」
「그리고, 제 수업을 듣는 건, 그 능력을 죽이는 걸로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
「지금 바로 교실을 나가서, 공부를 시작해주세요」
잠시 침묵이 있었다.
나는, 그녀 말의 진의가 이해되지 않았다.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나가라고 하는 건, 대체 어떻게 된 소견이지?
적어도 그녀는, 얼마인가의 대금을 받고, 저 교단에 서 있을 터이다.
그리고 그 돈은, 아마 우리들의 수업료에서 지불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 참, 이런 게 용서받아도 되는 건가?
「텍스트의 32페이지... 이건 무자소로실록(武者小路實篤)의 『우정』이라는 소설에서 발췌된 것으로...」
ㅡㅡ하아~?
너무 부자연스러운 전개에, 나는 생각지못하게 웃어버렸다.
수업에서 나가라고 말해놓고서, 시치미뗀 얼굴로 수업을 시작하고 있다.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주위의 학생들을 보자, 그들도 태연하게, 텍스트를 펄럭펄럭 넘기고 있다.
이전 수업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바람을 보고 있어.』
나는 그런 확신을, 한층 깊게 했다.
학생 「차렷!... 경례!」
수업이 끝나, 교단을 내려가는 그녀.
「조금 이야기가 있는데, 와 주시겠습니까?」
클래스 안의 학생이, 일제히 내 쪽을 본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는 것처럼,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역시 내 일, 기억난 거 아닌가...)
나는 서둘러 일어서서, 그 뒤를 따라갔다.
중정의 자판기에서 캔쥬스를 2개 사서, 그것을 양손에 들고, 다음에는 교정으로 향했다.
후배들이 나를 보고 『안녕하세요(ちわ~っす)』라고 인사를 했다.
나는, 될 수 있는 한, 그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한 손만을 들어 거기에 답했다.
이런 시츄에이션을, 나는 상당히 어려워한다.
ㅡㅡ그라운드 구석에 놓여있는 한 개의 벤치.
거기에, 그녀는 천천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도, 그 옆에 앉았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캔쥬스를 나에게 건넸다.
켄 「ㅡㅡ뜨거!」
「랄까 이거, 따뜻한 거잖습니까!」
츠바메「사람한테 받은 것에 대해선, 불평하지 않는 법이야」
염천하(炎天下)였다.
쨍쨍 내려쬐는 햇살에, 전신이 구워지고 있는 것 같다.
켄 「저기, 그 쪽과 바꿔주시지 않으실래요?」
나는, 그녀가 들고 있는 캔쥬스를 가리켰다.
츠바메「안돼, 이미 열어버렸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차가운 탄산음료를 꿀꺽꿀꺽 목을 울리며 마셨다.
켄 「괴롭힘, 입니까?」
츠바메「설마! 조금 놀려봤을 뿐」
켄 「그게, 짖궃은 짓이라는 거 아닌가요?」
츠바메「놀림은, 애정표현의 한가지야. 」
「놀릴 수 있느냐 어떠냐로, 인간관계의 친밀도를 헤아릴 수 있어」
켄 「과연... 」
「이라고 납득할것 같습니까앗?」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츠바메「켄군, 축구부였던 거구나?」
켄 「네, 뭐...」
츠바메「어째서 그만둔거야?」
켄 「그만둔 게 아닙니다. 은퇴한 거에요.」
「『전국고교축구 선수권대회』라고, 들어본 적 있나요?」
츠바메「아, 매년 설날에 하는, 그거 말이지?」
켄 「그래요, 그 현 예선이 7월에 있었습니다만... 」「4회전에서... 져버려서...」
츠바메「그래...」
켄 「그 시합에 이겼다면, 9월부터 시작하는 2차예선에 진출할 수 있었어요.」
「그랬다면, 나도 지금쯤, 저 애들과 같이...」
그라운드에는, 흙먼지가 춤추고 있었다.
그 먼지 속에서, 땀투성이가 된 후배들이 바삐 뛰어다니고 있다.
고함소리... 다리에 맞는 공 소리... 흙내음...
아직 은퇴하고 나서 1주일하고 조금밖에 지나지 않았데, 그런 모든 것이 매우 멀고, 그립게 느껴졌다.
켄 「그것보다, 이야기란 뭡니까?」
「켄군이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건가... 의문이었기 때문에, 부른 거야」
켄 「엣? 그건 이쪽이 할 말입니다... 」
「어째서 이런 데서... 선생같은 일을...」
츠바메「고용된 거야.」
「임시교사라고 하는 것이려나? 하기강습동안만, 수업을 맡게 되서...」
「뭐, 기간한정의 맥주같은 거네」
「아, 일단 이처럼 보여도, 교사자격은 제대로 가지고 있다구?」
켄 「그럼, 아사나기장에 이사온 건...」
츠바메「그래, 통근에 편리하니까... 」
「그랬더니, 우연히 옆의 거주인이, 이 학교의 학생이었다... 라는 거 같네」
켄 「우연,이네요...」
나는 의심스런 눈길로, 선생쪽을 바라봤다.
츠바메「자, 잠깐만! 뭘 의심하는 거야? 」
「원래, 내 수업을 받으러 온 건, 켄군쪽이야?」
켄 「하지만... 몰랐으니까...」
츠바메「뭐를?」
켄 「당신이, 기간한정의 맥주였다는 거요」
츠바메「거짓말. 」
「그런 우연, 있을 리 없잖아?」
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하지만, 거짓말하고 있는 게, 제가 아니란 건 확실합니다」
너무 길어서 짤리네요; 이어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