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작... 미나미선생의 아버지도, 주작이란 이름이었었지.
츠바메 「수도의 사방위를 수호하는 성수, 사신의 하나로서...」
「남방에 배치된, 봉황과 불새를 닮은 공상속의 생물을 가리킵니다」
「주작은 영조로서... 그 모습은, 머리에 관을 쓰고, 날카로운 발톱, 부리,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새...라고 되어있습니다」
「사방위를 지키는 자. 청룡, 주작, 백호, 현무」
「더 말하자면, 음양도에 있어서는 방위의 중앙에 황룡을 배치해, 오행을 관장하는 5성수로서도 대우받습니다」
「...조금 본질에서 벗어났습니다만, 즉, 여기의 주인공은...」
주작.
이름이 그러하다, 라는 것 뿐이겠지.
아니, 하지만... 왜, 그런 이름을 가진 거지?
나는 선생의 수업에 의식을 기울이면서, 수자쿠[=주작]란 누구일까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찬가
ㅡㅡ점심시간.
[s]
나는 학교 근처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돌아왔다.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서, 축구부의 부실로 향했다.
작년, 한 학년 위의 선배들이 은퇴한 후, 부실의 사용권은 우리들 대로 양도되었다.
그 이래, 식사를 시킬 때나, 한가한 시간을 주체못할 때같은 경우에는, 나는 한결같이 부실을 이용하고 있다.
부실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머물 장소로서, 오아시스로서, 부외자가 들어올 수 없는 성역이기도 하다.
마치 귀소본능에 종속된 개처럼, 내 발은, 어느 샌가 부실로 향하고 있었다.
변함없이 더럽지만, 변함없이 전혀 아무생각 없을정도로, 나는 이 광경에 익숙해져버렸다.
곰팡이 냄새, 먼지 냄새, 땀냄새, 발냄새... 이런 원시적인 취기가 들어와 섞인 공간이었다.
『여기가, 우리들에게 있어서, 오아시스이자, 성역이다』
라고, 사막의 여행인이나 경건한 종교자에게 가르쳤다면, 대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비유가 잘못되어있다』라고 말하고, 떨떠름한 얼굴을 하지 않을까?
다행스럽게, 나는 여행자도 종교가도 아니니까, 지금부터 여기서, 유유히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습관이란 무서운 거다.
나는 마루에 흩어진 쓰레기를 발로 차면서, 부실 안으로 갔다.
의자 위에 쌓여있던 잡지를 발로 떨어뜨리고, 빈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돌연, 뭔가가 꿈틀거리는 기미를 느꼈다.
발쪽을 봤다.
의자와 탁자 사이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켄 「ㅡㅡ쇼, 쇼타!?」
켄 「『응?』이 아니야! 이런 곳에 누워서, 뭐하는 거야!?」
쇼타 「그런 거, 보면 알잖아?」
「물리 공부를, 하고 있었다」
쇼타는 태연하게 답했다.
손에는 만화 단행본 ㅡㅡ표지에는 『원웨이티켓 4월이즈미』라고 적혀 있었다.
켄 「어떻게 봐도, 소녀 만화를 읽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
쇼타 「무르닷! 물러, 켄!」
「모든 것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는 거다」
「네가 지금 말한 건, 표면적인 사상에 지나지 않아」
쇼타는 만화책을 탁 덮고, 일어섰다.
「k는 용수철 상수, x는 용수철의 신축 길이, F는 힘의 크기를 나타내지」
「즉, 용수철 상수가 k인 용수철을, x미터 늘이거나 줄이거나 했을 때의 힘의 크기가, F가 되는 거다」
「그리고, 이 만화에는, 그게 알기 쉽게 해설되어 있다」
쇼타는 손에 든 단행본을, 나에게 건넸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어서, 페이지를 술술 넘겨봤다.
어디를 어떻게 오려봐도, 소녀만화 이외의 아무것도 없었다.
k랑 x같은 건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다.
거기서 나는...
★ 무슨 소리야?
켄 「무슨 소리야?」
책을 쇼타에게 돌려주며, 물어봤다.
쇼타는 내 바로 정면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인공은 17세의 여자아이로, 이름은 로라라고 하지」
「로라는 첫사랑의 소년인 케빈을 잊지 못하고, 벌써 몇년도 외곯수로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이렇게저렇게해서, 케빈과의 재회를 이뤄낸 로라는...」
「힘껏 애써서, 어떻게든 그가 돌아보도록 여러가지를 해 봤지만, 그 생각은 그에게는 닿지 않았다」
「이윽고 그녀는, 용기를 쥐어짜서, 케빈에게 고백했다」
「하지만 케빈에게는, 다른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었다는군」
「로라는 포기하고, 케빈의 앞에서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러자, 케빈은 왠지, 뻥하고 마음에 구멍이 뚫린 듯한, 공허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래서, 케빈은 로라를 쫓아가, 자신의 마음을 전했지만...」
「그 때는 이미, 로라의 마음은 식어버렸다, 라고...」
켄 「... ... ... ...」
쇼타 「... ... ... ...」
켄 「...그래서? ...어떻게 됐어?」
쇼타 「뭐가?」
켄 「라스트 말야. 결국, 둘은 맺어진 거지?」
켄 「그런 거, 순수 러브스토리가 아니야」
「작위적인 것과, 거짓과, *예정조화가 없는, 진짜 러브스토리라구」
(*뒷 이야기가 뻔히 보이는 그런 이야기를 뜻합니다. (아마도;;) )
「현실적인 연애라는 건, 그런 거지?」
켄 「그런 건,가?」
나는 무심코 젓가락질을 멈췄다.
켄 「앗...」
쇼타 「남자와 여자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용수철이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 쇼타는 튀김을 꿀꺽 삼켰다.
「한쪽이 멀어지면 멀어지는만큼, 다른 한쪽은 세게 끌어당겨져버린다」
켄 「으~음...」
「하지만, 서로 끌어당겨지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쇼타 「확실히, 그런 상황도 없는 건 아냐」
「그렇지만, 양자가 가까워진다는 것은, 용수철에 과잉한 압력이 가해진다는 점도 있다」
「줄어든 거리에 비례해서, 반발력이 증대한다」
켄 「라는 건, 즉...」
쇼타 「그래...」
「이윽고 그 힘을 견딜 수 없게 되어, 둘은 튕겨져 날아가고, 용수철은 끊어져버리지」
「접점을 잃은 둘은, 두번 다시, 끌려서 만나는 일은 없어」
켄 「...」
쇼타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듯한 얼굴로, 다시 내 튀김에 손을 뻗었다.
나는 양다리를 높이 올려 바리케이트를 만들어서, 그것을 방어했다.
켄 「말하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런 귀찮은 걸 생각하다니, 쇼타답지 않은데」
켄 「???」
쇼타 「아마, 할 일이 하나 줄어버렸으니까, 그 틈을 메우기 위해, 생각해버린 거겠지」
「그런 의미로...」
쇼타는 발근처의 볼을 발끝에 끌어당기면서, 말을 계속했다.
나와 쇼타는 페널티라인 위에 서서, 가위바위보를 했다.
쇼타가 선공, 내가 후공이 되었다.
쇼타와 서로 PK전을 하는 건 오랫만이었다.
내기의 대상은, 금주 발매분의 만화잡지... 전 10권.
진다면 그것 모두를 자비로 사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기분좋은 긴장감을 안고서, 골대 앞에 섰다.
나는 흙투성이가 된 반바지를 벗고,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쇼타는 이미 갈아입기를 끝내고, 자판기에서 사온 우롱차를 마시고 있다.
「고작 놀이에서, 그렇게까지 진심이 되냐? 보통」
켄 「하지만... 보통이 아니니까, 나는」
「보통의 고교생처럼, 집에 돌아가 따뜻한 밥을 기다린다... 그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구」
「10권분의 잡지대는, 내 생명유지에 직접 연관되어있을 정도의 대금이란 말야」
쇼타 「그렇다고 해서, 그런 중상을 입으면, 본말전도잖아?」
「치료비쪽이 훨씬 높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켄 「하핫, 치료비라니 과장이다」
「양 무릎을, 가볍게 찰과상입었을 뿐인데...」
켄 「그건 이미 들어갔으니까... 상처에는 들어가지 않아」
켄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라는 걸지도」
하지만 중요한 생활비를 건 그 싸움에, 절대 질 수는 없었다.
극한상황에 처한 나는, 어느새 놀이라는 것도 잊고, 진심으로 공을 차고, 무모하게 골을 지켰다.
그 결과, PK전은 5-4로, 내 승리로 끝났다.
마지막 한 번을 막았을 때, 나는 왼손의 집게손가락을 탈구해버렸다.
빗나간 관절은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었지만, 타는듯한 고통은 아직 남아있다.
나는 그 손가락을 감싸는 것처럼 해서, 조심조심 셔츠의 소매에 팔을 통과하여, 옷갈아입기를 끝냈다.
일단, 응급조치를 해두려고 생각했지만, 축구부의 의료상자는, 부실에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쇼타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탁자앞에 앉아서, 놀란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
탁자 위에는, 붕대와 거즈와 소독약이 놓여있었다.
켄 「다친, 거야?」
켄 「어디? 잠깐 보여줘봐?」
켄 「?」
호타루「손가락 있지? 아주 조금, 베어버렸어...」
켄 「어쩌다?」
「손톱과 손가락 사이의 장소, 있지? 거기가 조금, 찢어진 것 같아...」
호타루는 왼쪽 손바닥을 보여줬다.
집게손가락에, 하얀 붕대가 감겨있었다.
켄 「저, 저기...?」
「이거... 위험하지 않아?」
켄 「이대로라면 칠 수 없잖아? 피아노」
「이 정도라면, 분명 내일이 되면 나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호타루는 밝게 대답했지만, 나는 적지 않게 걱정됐다.
『피아노는 섬세한 악기니까, 손가락끝에 조금의 상처라도 입으면 음이 크게 변해버린다』라고,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다.
호타루「정말로 괜찮다니까~」
호타루는 탁자위에 손바닥을 올리고, 건반을 두드리는 흉내를 냈다.
그 동작을 본 바로는, 확실히 그 정도로 걱정할 일은 아닌 듯 했다.
통통 리드미컬한 음을 내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묘하다, 라고 난 생각했다.
큰 예선을 앞에 두고, 그렇게까지 연습을 하는 경우가 있는 건가?
탁자 옆의 쓰레기통 안에는, 새빨갛게 물든 거즈가 버려져있었다.
켄 「아니. 손가락을 조금 탈구해버려서...」
켄 「응...」
켄 「괜찮아」
「이미 관절은 끼웠고, 뒤는 습포라도 붙이면 나을 거라고 생각해」
호타루「어째서, 탈구같은 걸...?」
켄 「쇼타와 축구를 했어. ㅡㅡPK전」
「그래서, 쇼타의 슛을 펀칭할 때...」
나는 호타루에게 왼손바닥을 보였다.
호타루「잠깐 기다릴래?」
호타루는 그렇게 말하고, 약이 넣어져있는 선반 안에서 습포를 한 장 꺼냈다.
가위로 적당한 크기로 습포를 잘라서, 표면의 비닐을 벗기고, 그것을 내 손가락에 감았다.
켄 「으응」
그녀는 정성스럽게, 검지손가락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켄 「하는 김에... 여기도 해 주면 기쁘겠는데?」
말하면서, 나는 교복 무릎을 걷고, 다친 무릎을 보였다.
「자, 그럼 물로 씻고 나서, 소독할까?」
치료를 받고 있는 사이, 나는 호타루의 목덜미를 보고 있었다.
투명한 것 같은 하얀 목덜미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있었다.
가늘고 부드러운 그 머리카락 안에서, 작은 점을 발견했다.
그건 아직, 내가 모르는 점이었다.
나와 호타루는, 보건실의 침대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냉방이 잘 된 실내는, 가볍게 운동한 후의 신체에 최적의 온도였다.
밖은 한여름ㅡㅡ
8월의 태양에 뜨거워진 대지는, 하늘하늘 아지랭이를 일으키고 있다.
닫힌 창의 저편이 별세계로 생각된다.
호타루「저기, 켄짱? 테르테르보즈는 있잖아...」
처마에 매달린 그것을 올려다보면서, 호타루는 중얼거렸다.
★ 비
켄 「의외로 비쪽이, 좋거나 할지도?」
호타루「앗, 역시 켄짱도, 그렇게 생각해?」
켄 「응...」
「그게 비가 없어지면, 테르테르보즈의 존재이유가 없어져버리니까」
「혹시 세계에 비가 내리지 않게 된다면, 더 이상 누구도, 테르테르보즈를 만들어주지 않게 되버릴테고...」
호타루「응응, 그치?」
「사실은 분명, 비오는 날이 좋은 거야, 테르테르보즈는...」
켄 「그런데, 어째서 그런 걸 묻는 거야?」
호타루「응, 어쩐지 말야? 저 테르테르보즈가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켄 「곤란하다고?」
호타루「응. 저 테르테르보즈에게, 맑은 날은 안 어울리잖아?」
「『어래? 나, 여기에 있어도 괜찮은 걸까요?』하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곤란한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어」
켄 「과연」
「잘못해서, 엘리베이터에서 부인복판매장에 내려버린, 남자아이의 곤혹이군?」
호타루「으~음...」
켄 「그렇지 않으면, 파도가 없는 날에 보트를 가지고 바다에 온, 서퍼의 심경인가?」
호타루「어느쪽이냐고 하면, 후자쪽이 가까울지도...」
「어쩐지 안 어울리는 곳에서, 소용없는 일을 하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어 ...라는 의미지?」
켄 「그런가...」
생각해보면, 확실히 맑은 날의 테르테르보즈는 딱하게 보인다.
실은 비가 좋은데도, 그 비를 개게 하는 것이 임무라니, 얄궂은 녀석이다.
호타루「그러니까, 테르테르보즈는 훌륭한거라구?」
「소원을 담은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주는 거니까」
반사적으로, 나와 호타루는 입구쪽으로 눈을 향했다.
미나미선생이었다.
켄 「별로, 놀았던 거 아니에요」
「다쳐버려서...」
호타루「다쳐버려서...」
나와 호타루는 동시에 입을 열고, 완손을 내밀어, 붕대를 감은 손가락을 들었다.
선생은 거듭 실눈을 뜨고, 입 주위를 찌푸렸다.
호타루「그런데 선생님은, 어째서 여기에?」
「졸려버려서, 쉴까 하고 생각하고」
켄 「선생님? 여기는 선생님의 가면(假眠)실이 아니라구요?」
츠바메「괜찮아. 가면이 아니라... 숙면할 생각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선생은 침대가에 앉았다.
호타루「추워요?」
츠바메「냉방, 지나치지 않아? 여기」
켄 「그런가요?」
선생은 몸을 오므리고, 양팔을 문지르면서, 처마끝의 테르테르보즈를 올려다봤다.
「테르테르보즈를 보다니, 몇년만일까...」
호타루「귀엽죠? 저 테르테르보즈」
츠바메「으~음... 귀엽다고 하기보다도...」
「가엾어」
켄 「어때, 역시 그렇잖아」
「테르테르보즈는 누구에게도, 불쌍하게 보이는 거야」
나는 득의양양해져서, 호타루에게 그렇게 말했다.
호타루는 전과 같이,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츠바메「둘 다, 저 테르테르보즈의 기원, 알고 있을려나?」
나는 잠시 생각하고서 바로 부르르 고개를 흔들었다.
옆의 호타루는 이라고 하면... 어쩐지 자신만만하게 웃음짓고 있었다.
호타루「알고 있어요오~, 그 정도는~」
「테르테르보즈의 기원이 된 건, 중국의 『소청낭(掃晴娘) 인형』이죠?」
나는 약간 놀라움에 빠져있었다.
어떻게 호타루는,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지?
츠바메「잘 알고 있네~, 호타루짱」
「그 말대로, 청소의『소(掃)』, 맑을『晴』, 아가씨『娘』이라고 써서 ㅡㅡ소청낭」
「이 소청낭 인형이 테르테르보즈의 원형이 된 거라고 해」
「일본의 테르테르보즈와는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어」
「종이를 잘라 만든 인형에, 적녹의 옷을 입히고, 비를 들게 해서 처마에 걸어놓는 것」
「자, 청소의『掃(そう)』는, 훈독으로 하면『掃く(はく)』가 되지?」
「비구름을 쓸어담는 것으로서, 하늘을 개게 한다... 그걸 위해, 분명 빗자루를 들게 한 걸 꺼야」
「이 소청낭인형이 일본에 전해진 연대는, 정확히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헤이안(平安)시대의 책에도 적혀있는 듯 하니까, 그보다도 전이라는 건 확실하다고 생각해」
「최초에는, 『테레테레보즈』라던가 『테리테리호시』라던가, 그런 식으로 불리웠던 모양이야」
「『보즈(坊主)』라던가『호시(法師)』라던가 하는 이름이 붙여진 건, 옛날, 일본에선, 여행하는 승려나 수행자가, 하늘이 개기를 기원했기 때문이야」
「테르테르보즈가 중머리를 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라고 해」
「어때? 재미있지?」
「테르테르보즈는, 일본에서는 남성인데, 중국에서는 여성인 거야?」
오늘 4교시째에는, 물리IB수업을 받기로 정해져있었다.
나는 선생과 호타루와 헤어짐을 고하고, 보건실을 뒤로 했다.
왜 선생이, 그 테르테르보즈를 보고, 불쌍하다고 말한 걸까?
결국 그건, 듣지 못하고 끝났다. ...
파문, 퍼져가다
선생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각자, 복습은 집에서 제대로 해 두도록하세요. 이제, 시간이 없는 건 알고 있겠죠?」
[s]
오늘 내가 받으려고 생각한 수업은, 이걸로 전부 끝났다.
나는, 양손을 뻗어 기지개를 켜고, 크게 한 번, 하품을 했다.
쇼타 「오우, 수고했어. 오늘은, 이걸로 끝인가?」
켄 「아아, 쇼타도?」
내가 뚜둑뚜둑하고 목을 울리고 있자, 옆자리에 진치고 있던 쇼타가 말을 걸어왔다.
어쩐지 쇼타도 이번의 강의가 오늘의 마지막인 양, 묘하게 명랑한 얼굴을 하고 있다.
오늘 정도는, 놀러 가도 좋을까?
조금 있다 바이트도 있고, 오늘도 아침부터 계속 책상만 향하고 있었더니, 기진맥진이다.
가끔은 숨을 돌리지 않으면, 도중에 숨이 멎어버리겠지.
켄 「응, 좋아. 그래서 뭔가 예정은 있어?」
쇼타 「응, 뭐, 이거라고 할 특별히 있는 아니지만...」
켄 「에, 내방? 놀러 나가는 게 아니고?」
...그거라면, 숨돌리기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켄 「으-음, 어떻게 할까...」
켄 「에?」
쇼타 「적당히 편의점에라도 들려서, 시간을 때우다 가주지. 그 쪽이 켄도 여러가지로 형편이 좋지?」
켄 「...뭐야 그건」
쇼타 「청소한다던가. 뭐, 이런저런 것을 숨겨두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테고 말이지」
켄 「그, 그렇지 않아!」
쇼타 「하하하하하하핫!」
「좋-았어, 그럼 오늘밤은 남자 둘이서 이야기로 밤을 새도록 하자!」
「그럼, 밤에 보자」
켄 「알았어, 기다릴께」
내가, 호타루한테 메일이 온 걸 떠올린 건, 이미 역에 도착해서였다.
켄 「이런... 어떻게 하지...」
일단, 답신 메일을 보내봤다.
혹시, 아직 기다리고 있어준다면, 역까지 와서 만나면 된다.
『미안, 그만 혼자서 역까지 와버렸다. 아직 연습중?』
켄 「그럼, 조금 기다리자...」
호타루로부터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호타루에게서 옛날에 받았던 메일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라고 하나, 수신박스에 남아있는 메일은 대부분이 호타루로부터의 것이었다.
보존건수에 제한이 있어서, 『잘 잤어!』라던가 『수고했네』정도는, 삭제하고 있다.
그래도, 다른 친구로부터 받은 메일에 비하면, 우선순위가 높다.
『직접 말로 전하기엔 부끄러운 것도, 메일이라면 솔직해진다』
...자주 듣는 말이지만, 실제로 그대로다.
이 메일박스에는, 호타루의 확실한 생각이 가득 차 있다.
우리들의 만남에서 지금까지의, 공유할 수 없었던 시간과 공간.
그런 둘의 거리를 없애주는 게, 이 메일이었다.
(하지만, 정말은 어떨까...?)
(확실히 메일은 손쉽고, 말로는 할 수 없는 것도 전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서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이전에도, 『대답이 매정해』라고 화내기도 하고... 그럴 셈은 아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수신 메일을 살펴보고 있자,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
물론, 호타루로부터의 거다.
...결국 나는, 혼자서 돌아가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아까까지는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텐데, 왠지 지금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
호타루의 메일을 봤기 때문일까?
지금,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그 귀여운 목소리가 듣고 싶다.
그 부드러운 머릿결을 만지고 싶다.
그렇게, 그녀의 체온을... 존재를 느끼는 것이, 지금 나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건, 왜냐하면...
나는 다시 휴대전화의 메일을 호타루에게 보냈다.
『역전에서 어슬렁어슬렁거리고 있을 테니까, 끝나면 연락해줘. 아, 별로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메일의 후반은 거짓말이었다.
라지만, 그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호타루는 피아노에 집중할 수 없게 되어 선생한테 꾸중받게 되겠지.
좋게 말하면 외곯수, 세간의 일반적인 말로 하면 재주없음.
호타루는, 동시에 많은 걸 할 수 있는 소녀는 아니었다.
상점가로 가는 길을 가로지르던 내 눈에 날아들어온 것은...
하지만, 여자애는 귀를 양손으로 막고서, 듣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마치, 만화의 한 컷같은 장면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그녀를 도와줄 듯한 히어로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명백하게 여자애는 겁에 질려 있으며, 히죽히죽 웃는 남자들은, 그녀를 둘러싼 고리를 서서히 좁히고 있었다.
(저 제복... 우리학교로군...)
남1 「어때, 좋지? 우리들과 놀아줘」
남2 「바보, 네가 그렇게 얼굴을 가까이 대면, 두려워하게 되잖냐」
남1 「아앙? 여자를 상대할 땐, 조금 거칠게 나가는 게 딱 좋다구... 봐봐」
여자애「앗...싫어...」
남자는 거칠게 팔을 끌어당겨서, 여자애는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지면에 주저앉았다.
남1 「뭐야? 여기서 놀자는 건가? 캬하하하하하하」
여자애「...그만둬 ...손대지 말아주세요!」
아무래도 1학년생같다.
어딜 어떻게 봐도, 여자애가 남자들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걸로는 보이지 않는다.
★ 남자들에게 빈깡통을 던진다
여기는, 내가 나설 수밖에 없겠지.
나는, 자랑은 아니지만 싸움은 강한 편이 아니다.
(뭔가 없을까... 아, 이걸로 됐다)
나는 발밑에 굴러다니던 빈 깡통을 하나 주워서, 겨냥을 하고 남자들중 한명에게 던졌다.
내가 던진 깡통은, 멋지게 남자의 후두부에 히트!
남자는, 머리를 문지르면서 뒤룩뒤룩 주변을 돌아보고, 그리고 나를 발견했다.
남1 「어이! 네놈인가? 지금, 이놈을 나에게 던져준 건!?」
켄 「...에, 저? 제가 뭔가 했습니까? 돈이라면 없어요」
남자의 질문에, 사실대로 답할 의무따윈 없다.
나는 남자들의 주의가 이쪽으로 향한 것을 확인하자, 능청떠는 대답을 하면서, 여자애에게 도망치라는 눈짓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녀는 발이 움츠려버려서 움직일 수 없는 듯 했다.
뭔가 입을 뻐끔뻐끔하면서, 그 자리에 계속 서서만 있다.
켄 「아이구야... 실패한 건가」
남2 「아아? 지금, 뭐랬냐?」
(큰일났다...)
아무래도, 지금의 중얼거림을 남자들이 들어버린 것 같다.
켄 「...이런, 어쩔 수 없군. 그래, 나다」
남2 「뭐야 형씨, 상당히 포기가 빠르구만. 지금부터 우리들이, 너와 놀아준다는 게 그렇게 기쁜 거냐? 아앙?」
켄 「... ...」
남1 「세상살이의 어려움이라는 걸, 가르쳐 주지!」
공교롭게, 주변에 사람의 통행도 없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절망적이다.
(어쩔 수 없나...)
마지막으로 진짜 싸움을 했던 건 언제적이었더라?
뭐라 해도, 별로 이긴 기억이 없다는 것은, 이번에도 기대할 수 없다는 거겠지.
라고 하나, 이대로 가만히 돌아갈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게 확실했다.
켄 「응?」
갑자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이 아이...)
카나 「저, 저기! ...도와줘...」
?? 「그 애한테서 손을 떼!」
남1 「아앙? 뭐야, 너도 놀고 싶은거냐?」
?? 「...놓으시지」
남1 「...욱...!?」
뒤에서 나타난 여자의 강한 어조에, 남자는 조금 물러났다.
어조만이 아니다.
그 날카로운 눈빛과 분위기는, 완전히 남자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 「카나, 이쪽으로. 뭔가... 할 말은 있어?」
남2 「큭, 바... 바보취급하지 마!!」
?? 「... ...」
남2 「그 젠 체하는 낮짝이, 마음에 안 든단 말이다!」
켄 「위험햇!!」
?? 「에!?」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남자가 치켜든 주먹이, 뒤에서 온 여자의 눈을 노리고 내려쳐질 때에... 내 몸은, 그녀와 남자 사이에 끼어들었다.
켄 「큭...」
남2 「오랏!」
가방을 방패로 하고 달려든 덕분에, 최초 일격의 직격은 면했다.
하지만, 두발째의 가방이 제 때에 맞지 않아!
내려친 펀치가, 그대로 빨려들듯 내 배를 강타했다.
그 충격에 뜻하지 못하게, 몸이 く자로 구부러졌다.
(아, 안돼, 이대로는...)
그 때였다.
뒤에서 온 소녀의 손바닥이, 남자의 뺨을 강타했다.
남2 「윽...」
여자애가 말한대로였다.
아무리 골목길이라고 하나, 사람의 통행이 전무하지는 않다.
구경꾼같은 인영이, 몇명인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걸 알았다.
그들은 직접, 이쪽으로 오려는 건 아닌 듯 하지만, 경찰이 불려오는 것도 시간문제겠지.
남1 「칫, 어이, 가자!」
남2 「뭐냐, 괜찮은 거냐? 이녀석들 말야...」
남1 「바보자식, 나는 이제 콩밥을 먹는 건 지긋지긋하다구!」
남2 「...어쩔 수 없지 ...기억해둬라!」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런 것에 츳코미를 할 여유는 없었다.
켄 「콜록, 콜록...」
남자에게 얻어맞은 배가, 아직 타는 듯이 아프다.
위 안의 것들이, 역류하는 듯한 감각이었다.
켄 「아아... 너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나라고 불린 여자애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럭저럭 이제, 발의 움츠러듬도 풀린 것 같다.
지금은 옆의 여자에게, 이따금 미소를 보일만큼까지 되었다.
켄 「뭐, 뭐라고!!!!?」
여자애의 예상외의 말에, 나는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
?? 「그렇게 계획 없이 날아들어와, 멋대로 상처를 입고... 잠자리수준의 지능이야」
켄 「자, 잠자리?」
켄 「뭐, 뭐가 바보냐! 나는 도와줬단 말이다!」
확실히, 부탁받은 기억은 없다.
내가 멋대로 한 짓이다.
...라고 하나, 저렇게 나온다면...
내 맘을 대변하는 듯, 카나가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하지만...
켄 「? 타카노... 스즈나 타카노(壽壽奈鷹乃)씨?」
스즈나 타카노는, 나의 3학년때부터의 클래스 메이트다.
확실히, 처음 자기소개할 때부터, 왠지 남자를 다가오게 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용모는 나름대로 좋아서 몇 명인가 어택해봤지만, 매사 옥쇄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여자애에게는 상냥했다.
아무래도 『의지가 되는 쿨한 언니』처럼 보여지는 듯 하며, 특히 하급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휴식시간이나 방과후에는, 많은 여자애들에게 둘러쌓여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마, 이 카나라는 여자애도 그런 추종자중의 한 명이겠지.
켄 「나, 같은 반인데」
타카노「...아, 시라카와씨의...」
켄 「으, 응. 그렇지」
켄 「알았어. 확실히...아까 건 내 멋대로의 행동이었다」
타카노「그래...」
켄 「단지, 나는 내가 실수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까, 사과할 생각도 없고, 다시 같은 상황을 본다면 똑같이 행동할거라고 생각한다」
타카노「...정말로 바보로군」
켄 「아무것도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100배 나아」
타카노「... ...」
(그래도, ...도와줬으니 감사의 한마디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나)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뱃속으로 삼키고, 휙 발을 돌렸다.
켄 「그럼. 이 뒤, 조심해」
켄 「응?」
그리고 둘은 빠른 발걸음으로, 나와는 반대방향으로 떠나가버렸다.
(그럼...)
나는 호타루의 일을 떠올리고, 휴대전화를 꺼내 살펴봤다.
하지만, 그곳에 새로운 메일은 도착하지 않았다.
행여나 해서, 메일센터에 문의해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오늘은 돌아갈까...)
『잠시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어서 돌아간다. 내일 보자』
켄 「아파라...」
나는, 아직 아픈 배를 문지르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교착
내 방에 쇼타가 놀러 왔다.
[s]
라기보다도, 아사나기장을 나에게 소개해 준 게 다름아닌 쇼타였던 거다.
쇼타 「아아, 그립구만」
감탄의 목소리를 흘리면서, 쇼타는 다다미 위에 앉았다.
켄 「그리워? 아아, 전에 왔을 때도, 그렇게 말했었지」
옛날, 이 아파트에 아는 사람이 살고 있어서, 쇼타는 여기에 자주 놀러온 듯 싶다.
켄 「냄새?」
쇼타 「기색이라고 할까, 뭐, 그런 느낌이다」
켄 「흐음...」
그 옛날에, 뭔가 있었나보군.
나는, 쇼타에게서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적이 없었다.
쇼타 「지금 여기에는, 너하고 또... 뭐라고 해야하나, 젊은 사람이 한 명 살고 있는 건가보네」
켄 「아아, 신군 말이군」
쇼타 「그래그래」
미나미선생이 이사왔다는 것은, 쇼타는 알 턱이 없다.
쇼타 「아앗, 너, 아직 이런 걸 장식해놓은 거냐?」
켄 「...에?」
쇼타 「제츠와 스미소라의 공동사진. 창피한 녀석이군」
켄 「아냐. 때마침 거기에 내놓았을 뿐」
쇼타 「아아, 호타루짱한테 보여준 건가?」
켄 「아, 아아, 그래」
쇼타 「이거 또, 그리운데」
특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고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놀란 건, 부실의 더러움이었다.
매니저에게 부탁받아...
그 말세를 연상케 할 황폐했던 부실을, 나와 나카모리는 청소하는 처지가 되었다.
마루에 흩어진 쓰레기를 주워모으면서, 나카모리는 약속된 질문을 던졌다.
켄 「사쿠라미네... 사쿠라미네중」
켄 「응, 가깝다고 하면 가까울까, 일단 같은 시내고」
켄 「엣? ...사쿠라미네야?」
주운 풍선인형의 발부리로, 나는 나카모리를 가리켰다.
아직, 나카모리를 뭐라 불러야 좋을 지, 알지 못했던 거다.
쇼타 「그것도 아냐. 우리집, 스미소라 근처니까」
켄 「스미소라라면... 전혀 가깝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 학교는 사립이어서, 꽤 먼 곳에서 다니는 녀석들도, 상당히 많았었지」
켄 「헤에, 그랬구나」
켄 「오다와라? 그렇게나 멀리서?」
켄 「흐~음...」
나는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풍선인형을 창문밖으로 던져버렸다.
쇼타는, 날아가는 하반신을 눈으로 쫓으면서...
「이나미는, 언제부터 시작한 거냐?」
켄 「뭐를?」
쇼타 「뭐라니, 뻔하잖아?」
쇼타는, 발 주위에 굴러다니던 공을, 나를 향해 차올렸다.
튜브가 튀어나온 그 공을, 나는 꽉 받았다.
쇼타 「축구다, 축구!」
나는 품에 안은 볼을 펑펑 두드리면서, 근처의 의자에 앉았다.
정면의 벽에는 『타도! 토우인(透隱)』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갈색으로 변색되고, 여기저기가 너덜너덜 떨어져있다.
어린애가 쓴 것처럼 서투른 글자였다.
켄 「초등학생때야. 분명히... 4학년때였던가?」
「제츠라고 하는 소년축구클럽이 근처에 있어서...」
켄 「응. 알아?」
쇼타 「알고 있어. 그야, 물론...」
쇼타는 뭔가 동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허리를 굽히고, 주운 쓰레기를 차근차근 밖으로 내던진 다음, 그곳에 쭈그려 앉았다.
발밑에는, 블론드 가발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켄 「앗, 정말?」
나는 깜짝 놀랐다.
스미소라FC는, 제츠의 라이벌 팀이었었다.
공식전, 연습시합을 포함해, 나는 과거에 십수회정도 스미소라FC와 대전한 적이 있었다.
라는 건, 즉...
켄 「그럼 우리들, 만났던 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켄 「기억해? 나?」
쇼타 「아니」
쇼타는 머리를 흔들면서, 블론드 가발을 주워서, 머리에 썼다.
쇼타 「상당히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닌 한, 대전상대의 얼굴같은 거,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을리가 없지 ...그렇지?」
켄 「뭐, 확실히...」
나도 나카모리를 기억하지 못하고, 라고 계속해서 말하려고 했지만 그만뒀다.
『나카모리』라는 단어를 입에 내는 것에, 주저하던 걸 기억해냈다.
(그렇다쳐도, 어째서 나카모리는, 블론드 가발따윌 머리에 쓴 거지?)
쇼타 「하지만, 기억하고 있는 선수도, 없는 건 아냐. 라고 하기보다도, 단순히 잊을 수 없는 것 뿐이지만...」
켄 「?」
쇼타 「ㅡㅡ미야타 리에라는 여자, 알고 있지?」
돌연, 쇼타는 그렇게 말했다. 어깨에 걸친 금발을, 쓸어올리면서...
켄 「아, 그래... 그러고 보니, 그런 녀석도, 있었던가」
나는 공의 무늬를 손끝으로 죽 따라갔다.
그래도 진정되지 않아서, 선반위에 놓여있던 멜로책을 손에 들고 펄럭펄럭 넘겼다.
내 손이 멎었다.
쇼타 「고백했었지만, 차여버려서 말야」
켄 「흐~음...」
켄 「그게, 그다지 기억나지 않으니까... 1학년 위였고」
나는 멜로책을 탁 덮고 일어섰다.
켄 「자, 빨리 끝내두자! 아직 거의 손이 가지 않았으니까」
쇼타는 양 무릎에 손을 얹고, 뛰는 듯 일어섰다.
쇼타 「이나미도 좋아했던 거냐? 그녀」
나카모리가 블론드 가발을 내 머리에 덮어씌운거다.
켄 「응, 좋아했었어」
앞머리를 쓸어올리면서, 나는 답했다.
금색으로 뿌옇게 된 시계 앞에, 나카모리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떠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해서, 나와 나카모리는 허물없이 지내게 되었다.
4월이 끝날 쯤에는, 나는 나카모리를 『쇼타』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말하며 쇼타가 일어섰다.
켄 「응? 뭐가?」
쇼타 「뭐냐니, 그거다」
켄 「아아, 공부나 진로라던가?」
쇼타 「너 그런 말하면, 쿠이쿠이별행 확정이다」
켄 「별로 가도 상관없어. 기계몸도 받아서 돌아올 수 있으니」
쇼타 「나는 하늘을 나는 기관차 이야기를 하는 게 아냐」(-_-)
「최근 호타루짱과는 어때? 라는 거다」
나는, 그 진지한 눈동자의 저편에서, 굉장히 마음에 걸리는 뭔가를 느꼈다.
켄 「...그, 그러고 보니...」
쇼타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화제를 돌렸다.
켄 「호타루 전화의 디스플레이영상, 쇼타가 해준 거였지?」
쇼타 「아아, 그게 어쨌는데?」
켄 「아니, 그게」
「내 휴대전화에, 영상 넣는 건 불가능하거든?」
「그런데도, 호타루만, 어느 샌가 쇼타에게 해 받아서」
「치사해, 그런 거...」
「나참, 관뒀으면 좋겠네」
쇼타 「...그래서?」
켄 「아아, 아니, 그러니까...」
쇼타 「질투냐?」
켄 「엣?」
쇼타 「그건. 나에 대해서」
켄 「그, 그럴 리 없잖아!」
엉겁결에, 나는 말을 내뱉었다.
「정말이지, 형편좋은 녀석이군. 너도」
켄 「그거... 무슨 의미?」
쇼타 「그럴 때만, 그녀를 으스대 보이는 거 아니냐. 평소에는 그녀를, 차갑게 대하는 건 아니냐고?」
켄 「벼, 별로... 그렇지는」
쇼타 「별로 뭐냐」
「최근, 그다지 그녀를 신경써주지 않는 건 아니냐?」
켄 「그렇지 않아! 어제도 둘이서 풀장에 다녀왔고...」
쇼타 「이봐... 나도 둘 사이에 대해서, 이래저래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지」
「최근 너와의 만남이 좋지 못해, 뭔가 이상하다고... 호타루짱, 말했었다」
켄 「그러니까, 그렇지 않다고」
쇼타 「너는 아니라도 저쪽은 그렇게 느낀단 말이다!」
켄 「... ...」
쇼타 「무슨 일 있었던 거냐?」
켄 「별로... 아무것도...」
쇼타 「...뭐냐 너, 그 불분명함은」
「마치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
「나에게는, 그게 용서가 안 된다고!」
갑자기, 쇼타가 내 멱살을 잡았다.
쇼타 「이제, 호타루짱이 싫어지게 된 거냐!」
켄 「그렇지 않아!」
쇼타 「호타루짱은 말야, 네가 좋고 좋아서...」
「언제나 너만 생각한단 말이다!」
「그런데도 네놈은...!」
쇼타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조금씩 다가오는 쇼타를 밀어내려고 하다, 필연적으로 마주잡은듯한 형태로 되어버렸다.
켄 「나는 별로, 호타루가 싫어졌다는 말이 아니야!」
「그렇지만... 나는 그냥...」
쇼타 「『그냥』... 뭐냐」
켄 「... ...」
쇼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냐!」
「대답해! 켄!」
켄 「그만둬... 놔... 쇼타...!」
쇼타 「도중에 말꼬리를 흐리지 마! 확실히 밝혀!」
노크도 없이 들어온 건, 싸우는 소리에 예사롭지 않은 뭔가를 느꼈기 때문일까.
츠바메「그만둬!」
「왜 싸우는 거야! 그 손을 놓아!」
쇼타는, 갑자기 들어온 선생의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뜨고, 경악했다.
나도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 때ㅡㅡ
쇼타 「...이 새끼!」
쇼타의 얼굴이 내 얼굴을 스쳤다.
켄 「...!!」
츠바메「둘 다...」
「적당히 해 둬!!」
쇼타 「... ...큭!」
켄 「... ...」
잠시, 차갑고, 싫은 침묵이 흘렀다.
... ...
[s]
감촉
[s]
켄 「안녕하세요」
그 때, 선생이 소리치며, 멈추러 들어온 것은 뜻밖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전에, 쇼타가 돌연, 화낸 것도 조금이지만 놀랐다.
나는 아무것도 입을 열 수 없었었지만...
둘의 예측못한 행동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런 거겠지.
켄 「아, 아니요... 저 잠깐, 토모야 산보시켜주러 다녀오겠습니다」
?? 「산보라면 이미 끝났다구」
신 「무슨 일이야? 개운치 않은 얼굴을 하고」
켄 「별로 아무일도 없었지만...」
켄 「별로 큰 일은 아니에요」
신 「다 들렸단다」
켄 「... ...」
츠바메「켄군은 아직 젊으니까 분명, 이런저런 일이 있는 거야」
켄 「예에, 뭐」
켄 「こうこうや?」
츠바메「好好爺란 건 사람좋은 할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이야」
「나도, 이런 좋은 선생님한테 배웠다면 고교 중퇴따위는 하지 않았을텐데~...」
츠바메「어머, 나는 성적이 나쁜 학생을 맡지 않으면 도움되겠는데」
켄 「에? 뭐가?」
신군이 말하는 건, 때때로 뭔 소리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나는 생각해내고 선생쪽을 향했다.
츠바메「응, 그랬지만?」
신 「그런 거, 일부러 해 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신 「이번달의 당번은, 이나켄이니까입니다」
「일단, 달마다 청소당번이 바뀌게 되어있어서...」
츠바메「그럼, 전달의 당번은, 신군이었던 거네?」
신 「예에, 뭐...」
「신군, 한번도 청소 안했지?」
신 「아니, 저도, 이래저래 바빠서...」
츠바메「그리고 이 뜰도, 거칠어질대로 거칠어졌네」
넒은 뜰 주위를 천천히 걸으며, 거기에 심어져있는 나무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간다.
「잡초만이라도 뽑으면, 그럭저럭 훌륭한 정원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켄 「하지만, 아무래도 뜰까지는 손이 가지 않아요」
「우선, 그런 건, 집주인의 일이잖아요?」
신 「맞아맞아」
「그리고 저희들은, 잡초와, 그렇지 않은 식물의 구별같은 거, 못하니까요」
신 「별로, 그런 의미가...」
「확실히, 신군이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고...」
켄 「예?」
츠바메「너희들에게 맡긴다면, 잡초와 착각해서, 귀중한 허브도 뽑아버리게 될 걸」
선생은, 뜰의 동쪽 부분에 있는 풀밭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20cm 정도 길이의 풀이, 그 근처 일대에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풀은, 작고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와 신군은 얼굴을 마주봤다.
츠바메「이건, 차조기과의 『메릿사』라고 하는, 약용식물의 일종입니다」
「소화촉진, 자양강장, 진정작용이 있고, 두통, 복통, 발열등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또, 해독작용이 있어서, 다쳤을때는 이 잎을, 상처부위에 대면 감염 예방이 됩니다」
켄 「자세하네요, 선생님...」
선생은 풀밭에 머리를 묻었다.
얼굴을 들었을 때, 선생은 생긋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츠바메「이 풀을, 지금까지 잡초라고 생각한 사람」
나와 신군은, 면목이 없는 것처럼 손을 들었다.
「역시 이 뜰의 손질은, 너희들에게 맡겨 둘 수는 없겠어」
선생은 어이없는 듯 그렇게 말하고, 풀밭에서 나왔다.
「선생한테도, 금새 널리 인기를 퍼트리고 있군」
켄 「에엣? 그렇지 않아요」
「사실, 루색에 막 들어온 메구미짱도 곧바로 이나켄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하고 있다」
「라고, 나는 보지만 말야」
켄 「신군... 메구미짱 좋아하나요?」
신 「나는 말야, 그리 쉽게 사람을 좋아하거나 하진 않는다구」
「말하자면, 돌다리를 두들기고 두들기고 또 두들겨 부숴서, 그 위를 포복 전진으로 건너갈 정도의 심각한 연애밖에 하지 않는다」
켄 「두들겨서 부서지면 건너갈 수 없잖습니까?」
신 「건너갈 수 없다면 스스로 또 다리를 놓을 뿐이다」
켄 「그 다리를, 내가 부수거나 하면?」
신 「그런 짓을 하기만 해 봐라, 나는 이나켄한테 자객을 보내줄테니」
「그리고, 이나켄이 지나다닐 듯한 장소에 표창을 뿌려놓고」
「만나면 머리에 수리검으로 순살(順殺)이다」
켄 「...부수지 않겠습니다...」
신 「그런데, 이나켄 쪽은 어때?」
켄 「어떻냐니, 뭐가요?」
신 「타루타루와는 잘 되고 있는 건가, 라는 질문이다」
켄 「내 코는 늘어나거나 하지 않아요」
신 「덧붙여서, 『소년의 뾰족한 코가 늘어난다』라는 건, 성충동의 은유라고 하는 학설이 있다」
켄 「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그... 사람의 생활을 그런 식으로 묻지 말아주세요...」
켄 「H한 이야기라면, 사절입니다」
신 「뭐냐, 그 『H』라는 건」
켄 「에, H라면, 그야... 뭘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변태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되지만...」
켄 「하아...」
신 「이나켄과 타루타루는 변태행위를 하고 있는 거냐?」
켄 「설마」
켄 「하아...」
켄 「그런 이유라니, 무슨 이유...」
신 「뭐, 상관없잖아, 그런 건」
「그럼, ...이나켄은 지금부터, 어떻게 할 거냐?」
켄 「일단, 학교에 가려고 생각하고 있지만」
켄 「별로...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신 「학교 그만둔 나에게는 조금 이해안돼...」
켄 「뭐하면, 신군도 함께 갈래요?」
「나는, 자유인답게 빈둥빈둥 지낼테니까」
(그럼, 나도 준비해야지...)
나도 신군의 뒤를 따라, 아사나기장의 안으로 들어갔다.
한색
(후우...)
[s]
역시, 마음이 무겁다...
나는, 수업이 행해지고 있을, 교사를 봤다.
아마 거기에는 쇼타가, 음악실에는 호타루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 둘을 만날 기분이 들지 않았다.
(역시, 오늘은 수업에 나가지 말까...)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왔던 길을 돌아가려고 했다.
켄 「...아, 선생님」
그런 나를, 어느샌지 눈 앞에 서 있던 선생이 불러세웠다.
켄 「어래? 그런데 오늘, 선생님 수업 있었던가요」
아까, 전송했을 때는 아무 의문도 가지지 않았었지만.
켄 「아아, 과연」
츠바메「대리수업쪽은 막히지 않고 잘 끝났지만... 문제는 그 다음」
「멍하니 여기에 서 있으니까, 때마침 켄군이 와서...」
켄 「...멍하니 서있었다?」
츠바메「멍하니 서 있었어」
켄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켄 「그건 동감입니다」
어차피 돌아가려고 생각했다.
조금정도 선생의 이야기에 어울려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중정의 자판기에서 캔쥬스 두 개를 사서, 그것을 양손에 들고, 이번에는 교정으로 향했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잡고 앉았다.
나도 그 옆에 앉았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캔쥬스 하나를 나에게 건넸다.
켄 「오오! 이번에는 확실히 차갑다!」
츠바메「저기의 자판기, 미적지근하네」
켄 「아,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pull-top을 열고, 한 모금 마셨다.
츠바메「신발매인 것 같아」
켄 「... ...」
츠바메「*하라피노에 칠리소스, 얀긴잔(?)엑기스 배합의 *진저엘」
(*하라피노 - 멕시코산의 엄청 매운 푸른고추
*진저엘 - 생강향의 소다수. 주로 칵테일의 재료로 많이 쓰인다.)
「*캣치는 『눈이 내리는 날에도 뜨거운 쿨 드링크』」
(*캣치 = 캣치프레이즈)
켄 「어째서 한여름에 그런 걸 신발매하는 겁니까앗!」
츠바메 「내 잘못이 아니야.」
내 혀는 지금, 멕시코에 부는 열풍에 무연로스터 숯불구이가 되어버리는 듯한 강렬한 데미지를 입고 있었다.
켄 「원인을 따지자면... 본디, 제 탓이 아니라, 선생님이 선택한 거잖아요?」
츠바메「어머, 아니야」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그것밖에 없었어」
「다른 건 품절된 걸」
켄 「...어쩐지」
하지만, 선생의 손에 있는 캔쥬스는, 아무리 봐도 다른 거였다.
켄 「아ㅡ, 그 쪽을 주세요」
츠바메「그건 안돼. 마시던 거고」
켄 「...상관없어요」
츠바메「나도 상관없지만」
켄 「... ...」
츠바메「그럼, 마실래?」
켄 「...사양할께요. 참겠습니다」
츠바메「무리해서 참지 않아도 괜찮은데」
켄 「그럼, 주세요」
츠바메「나는... 이 쪽이 좋은데. 켄군, 짖궃네」
켄 「아악! 정말! 줄 건지, 안 줄건지, 어느쪽입니까!」
츠바메「그렇게 화내지마, 참... 응?」
켄 「벼, 별로 화같은 거 내는 게 아닙니다!」
나는 홧김에 뜨거운 쿨드링크를 들이키고 있었다.
켄 「...히이이이... 아려라...」
츠바메「허둥대지마, 허둥대지마」
홧김에 들이마신 건, 위장에 좋지 못한 생각이었다.
켄 「결국, 뭡니까 선생님」
「나는 작년 대학을 나와서, 지금은 여기 하마사키 학원에, 고용되어 강사를 하고 있다...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어?」
켄 「저기, 지금 듣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라 말이죠...」
「선생님... 뭔가 저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한 건?」
츠바메「이야기? 으-응...」
「무슨 이야기?」
켄 「묻고 있는 건 제 쪽이에요. ...대답해주세요」
츠바메「이야기...」
「특별히 없어」
켄 「『조금 이야기하지 않을래?』라고 한 건 선생님이잖아요옷」
츠바메「했었지만」
켄 「용건은?」
츠바메「...켄군」
켄 「네」
츠바메「용건이 없으면, 이야기하면 안되는 거야?」
「너와 말을 하면 안돼?」
켄 「그런...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요」
츠바메「그냥,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지만」
「이유가 없는 행동을 하면 안된다는 건, 슬픈 제한이야」
켄 「... ...」
「선생님, 일하던 도중 아니었나요?」
츠바메「관계 없어」
「여기에 오고 싶었으니까, 왔어」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니까, 지금 하고 있어」
츠바메「...뭔가 문제는?」
켄 「선생님... 어린애가 아니니까. 기분대로 뭔가 하지 말아주세요」
츠바메「아라?」
「기분대로가 아냐」
「스스로 결정한 생각을, 스스로 따를 뿐」
「아이쪽이 오히려, 누군가에게 들은 대로 밖에, 일을 할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켄 「어쩐지, 장대한 변명으로도 들리는데요...?」
츠바메「그럴지도 모르겠네」
켄 「아악! 정말, 대체 어느쪽입니까!!」
츠바메「그렇게 정색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는데」
켄 「된다구요! 당신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츠바메「그건, 어째서?」
켄 「... ...」
츠바메「어째서?」
켄 「... ...」
「뭐... 확실히, 어째서일까요」
츠바메「켄군」
켄 「네」
츠바메「너는 정말로 내가 말한 걸... 정말로 그냥 변명, 구실이라고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모두 확고한 이유의 뒷받침이 있어서, 뭔가를 하려고 하고 있다는 느낌이야?」
켄 「...아니, 그건...」
(어느 쪽이지...?)
츠바메「... 즉, 그런 거야」
「호흡을 하는 데 이유는 필요없어」
「하지만, 너는 호흡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어」
「혹은, 호흡을 하고 있다는, 그 자각이 결여되어 있어」
「원인은, 켄군 속에 있어」
「네 무의식중에 있어...」
「그러니까, 너는 화가 나는 거야」
켄 「... ...」
츠바메「무슨 일 있으면, 상담해 줄 테니까」
「나는 교사니까」
「학생의 일을 알고 싶어」
그렇게, 묘하게 강조하면, 만약 상담할 일이 있더라도, 그럴 맘이 없어질 거라 생각한다.
켄 「...사양해 둘께요」
츠바메「그래? 그래도, 생각이 변하면 언제라도... 말해줘」
켄 「그럼, 뭐... 그 때에」
켄 「그렇군요」
켄 「네?」
츠바메「네 친구 나카모리... 쇼타군, 이었지? 오늘, 조금 그와도 이야기를 했었어」
켄 「아, 네」
츠바메「그럼」
나는 그 뒷모습을 끝까지 보고 나서 교사에는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기로 했다.
매미소리가 몹시 귀에 남아 울리고 있었다.
...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신군같은 사람의 말에 따르면 다른 것 같다.
이래도 아직 나은 편으로, 진짜 수라장이라고 하는 건, 들어오는 손님이 언제까지나 끊이지 않는 상황을 가리키는 듯 하다.
(지금도 충분히 수라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몇 번 『어서오세요』를 입에 담았는지 모르겠다.
또, 손님이 이런저런 주문을 해 오고, 거기에 대응하는 것도 피곤하다.
요리가 늦다라느니, 커피를 더 주라느니, 재떨이는 어디에 있냐느니,
내가 손님일 때는, 점원한테 그런 소릴 할 때도 전혀 아무렇게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일해보고 그 고충을 알자, 또 다른 감정이 생겨났다.
(지금부터는, 바쁠 때 커피 주문하는 건 참자...)
~空を行く魚. 2~
하늘을 나는 물고기. 2
신 「간신히 러쉬가 지나갔나... 그런데 이나켄」
[s]
켄 「뭡니까」
신 「하늘을 나는 물고기 말인데」
켄 「...그거라면, 못 봤어요」
신 「그런가. 뭐 들어, 추가정보다. 최신 넷트에 의하면 말이지...」
「하늘을 나는 물고기... 그건 실은, 생물이 아닌 것 같다」
켄 「역시」
켄 「그게 아니라...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그런 생물」
켄 「생물이 아냐, 라고 지금 스스로 말했잖아요...」
신 「뭐, 그건 그랬지만... 접어두고」
「하늘을 나는 물고기에 대해서는, 그건...」
신 「건조물(建造物)이다」
켄 「...네?」
신 「새로운 미확인 비행물체라는 거다」
켄 「...하아」
「어떠한 원리로, 그렇게 완곡하게 날개치며 날고 있는 건가!」
켄 「잠깐, 재료를 옮기려고 하는데, 머리를 감싸지 말아주세요」
켄 「...무슨 소리하는 겁니까」
점장 「오, 왜 그래. 또 즐거운 것 같군」
「아까부터 부르고 있어. 테이블 2-4에서」
메구미의 실수
오후 9시가 지났다.
[s]
점내는 아직 만석이지만, 역시 손님의 발길은 뜸해졌다.
(식기가 제법 많은데... 혼자선 큰일일 테니, 거들어줄까)
메구미짱이 양손에 식기를 가득 들고, 테이블을 벗어나려는 순간.
무게를 견딜 수 없었는지, 균형이 무너졌다.
몇장의 접시가 트레이에서 미끄러지고, 점내에 건조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손님의 시선이 일제히 소리가 난 쪽으로 모였다.
그녀의 발 주변에는, 식기의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켄 「메구미짱!」
나는 플로어 안에 있던 한 쌍의 쓰레기장갑을 가지고, 그녀가 있는 곳에 달려왔다.
메구미「...에? 아, 그, 그렇네요. ...신경쓰지 못했어요」
★ 아, 저 쪽에도 떨어져 있어
켄 「아, 저 쪽에도 떨어져 있어」
메구미「아, 네」
큰 파편을 줍고, 쓰레받기와 비로 작은 파편을 모아서, 마루의 더러움을 깨끗이 치운다.
정리가 끝난 뒤, 그녀는 면목 없는 듯이 사과했다.
켄 「그러니까 괜찮다니까. 실수같은 거 누구라도 하는 거야」
그 뒤, 바이트가 끝날 때까지, 그녀는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메구미짱이 홀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다.
그 표정은 생기를 잃고 있었다.
(아직 아까의 일, 마음에 두고 있는 건가?)
지나가버린 일을 끙끙 앓는 건, 그다지 좋은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켄 「메구미짱」
그녀의 정면에 앉아 말을 걸었다.
켄 「뭔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아까 일?」
켄 「너무 신경쓰는 건 좋지 않아」
켄 「나도 실패해서 후회한 적은 얼마든지 있지. 하지만, 꼬리를 질질 끈 적은 없어」
메구미「어째서요?」
켄 「예를 들면, 축구 시합에서...」
「내 실수로 진 때는 엄청나게 후회해」
「왜 거기서 골을 넣지 못했을까 하고」
「또, PK전에서 실수했다던가...」
「그런 날 밤에는, 너무나 분해서 잠도 못잤지. 하지만...」
메구미「하지만?」
켄 「분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어」
메구미「...」
켄 「그리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격언도 있고」
메구미「『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천천히, 한구절 한구절, 확인하듯 읊는다
켄 「뭔가, 흔해빠진 이야기가 되버렸으려나」
메구미짱의 얼굴에는 아직 어두운 빛이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약해져 있었다.
(조금은 기운을 차려준 모양같긴 한데...)
시간도 늦었고 해서, 도중까지 메구미짱과 함께 돌아가기로 했다.
사쿠라미네는 바다도 아름답지만, 별하늘도 제법 아름다운 것이었다.
네온사인과 스모그 때문에 보기 힘든것도 아니고,
맑은 날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언제나 하늘에 가득찬 별을 우러러볼 수 있다.
돌아가는 길, 메구미짱은 별하늘을 바라보면서 툭 중얼거렸다.
켄 「응?」
메구미「실패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건,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켄 「아니, 잘못같은 게 아냐」
「라고 하기보다도, 우선 처음에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메구미짱이 말한 것처럼」
「하지만 사람이니까 누구나 실수를 할 때도 있겠지?」
「그러면 그것을 계속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게 하지 않으면 되는 거야」
그렇게 말한 그녀는, 조금 붉어진 표정을 지었다.
월광
츠바메「어서 와」
[s]
켄 「...?」
또 선생이 입구에 서 있었다.
학교에서의 일도 있고, 기다리고 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기분탓일까.
켄 「아, 아니요」
츠바메「다녀왔습니다는?」
켄 「...다녀왔습니다」
변함없이, 그 진의는 표정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켄 「당돌하군요」
츠바메「이런, 초등학생한테 묻는 것 같은 질문은 싫어?」
켄 「그런 건 아니지만」
츠바메「나는, 그래도 일단 교사를 하고 있으니까... 학생의 진로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신경이 안 쓰인다면 교사 실격」
낮에 말했던 것과, 비슷한 말을 또다시 하고 있다.
츠바메「즉, 이 막연한 질문에, 내 목이 걸려있는 거야」
켄 「...그, 그런 문제입니까!」
츠바메「그렇게 흥분하지 않았으면 해. 상담에 응할테니까」
켄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에~또」
츠바메「...나갈까」
선생은 창 밖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재촉받아서, 나는 선생과 아사나기장의 현관으로 향했다.
선생은 녹나무의 옆에, 나를 데리고 갔다.
켄 「예?」
츠바메「녹나무가 편안함을 줄 테니까」
켄 「...선생님, 시인이네요. 역시 현대국어교사」
「실제로 진정작용이 있어. 몰랐어?」
켄 「에, 그런가요?」
츠바메「과학적인 증명도 있어. 납득돼?」
켄 「그렇다면... 납득해요」
츠바메「흐음... 역시 이계(移系)구나」
켄 「뭔 이야기입니까」
켄 「... ...」
켄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츠바메「아직 『에ㅡ또』까지밖에 듣지 못했어」
켄 「...그랬군요」
츠바메「그래서, 계속」
켄 「... ...」
츠바메「왜 그래?」
켄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요, 저는」
부활을 은퇴하고, 그 때까지 축구에 매여있던 시간과 몸을 해방시켰지만, 나에게는 그것을 가지고 갈 곳이 존재하지 않았다.
켄 「없지는 않아요」
츠바메「이제, 하고 싶지 않아?」
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일단 지금은 공부입니다」
츠바메「대학 수험이네」
켄 「아니, 그러니까 하기강습을 받고 있는 거죠...」
츠바메「어디를 칠 거야?」
켄 「구체적으로는, 아직...」
츠바메「막연하게는, 생각하고 있어?」
켄 「...아직」
츠바메「그렇구나... 이계클래스를 선택한 이유는?」
켄 「아아, 그건... 편하니까」
츠바메「...편해?」
켄 「뭐, 수학과 물리를 잘 하니까... 단지 그것뿐이에요」
켄 「문계과목은 암기할 게 많이 있으니까, 끈기가 필요하고」
「그에 비하면, 이계과목은 공식만 외워버리면... 의외로 편하거든요」
켄 「예?」
츠바메「켄군, 너는...아마, 너는 그걸 할 수 있을 거야.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을 거야... 아니야?」
켄 「...에, 에 그게...」
츠바메「할 수 있어버리니까, 실패할 일도 비난받을 일도 없어」
켄 「왜, 왜인가요?」
켄 「...그게, 상담하라고 말한 건 선생님쪽이잖아요!」
갑자기, 풍향이 변했다.
사락, 녹나무의 가지가 흔들리고...
그리고 어딘가에서, 레몬의 향기가 났다.
켄 「에」
츠바메「레몬은 마음을 끓어오르게 해」
「상담 시간은 끝. 잘 자」
벌렁 눕자, 우연히 벽에 붙어있는 천체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아름답고, 거대한 은색의 달이 있었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나는 서랍 안에서, 작은 꾸러미 하나를 꺼냈다.
그 꾸러미는, 이전에 호타루에게서 교제의 기념으로, 받았던 거였다.
살며시 포장을 풀었다.
(*스톱워치등 고기능을 갖춘 고급 손목시계)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가 차고 있었던 것과 같은 타입으로, 나는 오래전부터 이 시계가 가지고 싶었다.
현재 내 경제사정으로는, 조금, 손에 넣기 힘든 가격의 물건이었다.
나는 왼손에, 이 손목시계를 차 봤다.
그래, 한참 옛날...
나는 달을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저는, 파일럿 겸 내비게이터인 이나미입니다.
현재 착륙궤도에의 어프로치를 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참아 주십시오.
진행방향의 왼쪽을 봐 주십시오.
여러분께 친숙한, 달이 가깝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혹시 이 중에, 달의 이면을 처음으로 보신 분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차분히 봐 주십시오.
그럼, 달에는 갖가지 광물자원이 잠들어 있는데...
예를 들면, 손에 들고 있는 이 돌은 『달의 바다』를 뒤덮고 있는 현무암이라는 암석으로서, 마그마가 지표에서 급속히 냉각되어 굳은 겁니다.
선전이 되버리긴 하겠습니다만, 본사는 이번에 화성행 로켓셔틀의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화성은 두개의 위성을 가지고, 태양계 4번째의 혹성으로서, 지구와 같이 낮밤과 4계절이 존재합니다.
대기환경은 *테라포밍의 성과도 있어, 지구와 대단히 비슷하다고 하네요.
(*이주하기 위한 환경을 건설하는 것)
화성은 별명 『螢惑』으로도 불리며, 또 예전부터 군신과 불꽃의 상징으로서 신화등에도 기록되어 있고,
아아, 손님, 안전벨트는 아직 벗지 말도록 하십시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주버스의 운행은 지금도, 어느 누구도 실현시키지 못했다.
별은 미세한 음을 울리는 것처럼 깜박거리고 있지만, 달의 모습도 화성의 그림자도, 여기에서는 볼 수 없었다.
[s]
개막
오늘 수업은 오후부터뿐이다.
[s]
이틀 연속으로 빠지는 건 안되지만, 쇼타와 만나기는 조금 기운이 빠졌다.
그런 의미로는, 오후부터 수업이라는 건, 약간 고마웠다.
단지, 그 때까지의 시간, 뭘 하면서 보낼까...
그것이 문제였다.
창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풍령을 치링 울렸다.
그래... 오전중이라면 아직 덥지도 않을 테고, 산보라도 해볼까...
나는 휴대전화와 지갑을 들고, 방을 나섰다.
푸딩과 마녀
잠시동안, 카가미천의 제방을 어슬렁어슬렁 거닌 나는, 다시 아사나기장의 근처까지 돌아왔다.
[s]
방을 나왔을 때 느낀 시원한 바람은, 어디로 간 걸까...
지금은 쨍쨍 내리쬐는 태양이 원망스럽게 보인다.
(목, 말라라... 뭔가 마시러 갈까)
꽤 긴 시간, 밖을 돌아다닌 내 몸은, 확실히 수분을 원하고 있었다.
나는 내 욕구를 따라서, 공원 내의 자동판매기로 발을 옮겼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려고 할 때...
(어라?)
내가 들어온 장소에서는 사각이 되는 나무그늘의 벤치에, 본 적 있는 여성이 앉아있는 걸 알아차렸다.
켄 「시즈루상? 」
쿨러백을 벤치에 두고, 안에 있는 뭔가를 찾고 있던 시즈루상은, 나를 알아차린 것 같다.
켄 「이 근처, 언제나 지나다니는 건가요?」
시즈루「아니, 여름방학만. 하계강습이 있는 전문학교, 이 근처야」
켄 「무슨?」
시즈루「제과학교. 과자를 만드는 거야」
그런가. 전에 실습이라고 했던 건, 과자학교를 말하는 거였구나.
켄 「시즈루상, 요리 잘한다고 들었는데... 강좌에 다닌다니, 열심이네요」
시즈루「특수한 과자강좌라서, 사람수가 적으면 중지된다고 해. 제대로 다닐 수 있을 때 다녀야지」
호타루를 봐도, 시즈루상을 봐도,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열심이다.
3학년이 되어 부활을 은퇴하고 나서, 어쩌다 보니 상황에 흘러만가고 있는 내가 보면, 때때로 굉장히 부러워서 견딜 수 없어진다.
켄 「그거, 혹시 과제로 만든 건가요?」
시즈루「으응, 학교에서 책을 빌려서 시작은 해 봤지만... 아직 보여줄만한 레벨이 아니니까... 그게」
켄 「보여줄 수 없다는 건... 호타루에게인가요?」
시즈루상은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즈루「역시 그 애, 내 과자를 기대하고 있어주니까, 잘 만들어진 걸 먹여주고 싶어서」
켄 「뭘 만들었나요?」
시즈루「서머ㅡ푸딩」
켄 「뭔가요, 그건?」
머리속에서 『여름푸딩』이라는 걸 직역해봤지만, 더욱 의미를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시즈루「가열하지 않은 푸딩, 이라고 하면 좋으려나. 담백해서 맛있어」
그렇게 말해도,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건, 전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시즈루「아직 시작품이지만, 한 입 먹어볼래? 맛없어도 화내지 말아줘」
시즈루상이 쿨러백에서 꺼낸 건, 진한 적색이 눈을 끌어당기는, 잘려진 케이크 비슷한 거였다.
푸딩이라고 해서 생각한 것처럼, 푸르푸르한 외견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