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하고, 붉은 액체가 배어들어있었다.
켄 「새콤달콤한 냄새가 나네요」
시즈루「그래. 딸기라던가 라즈베리라던가, 그런 게 들어있으니까」
시즈루상은 종이접시에 서머푸딩을 올려놓고, 스푼을 곁들여 나에게 건넸다.
시즈루「자. 사양말고」
켄 「잘 먹겠습니다」
천천히 한 입, 맛을 봤다.
켄 「음... 아! 맛있다! ...어째서 이걸론 안되는 건가요?」
시즈루「조금 있지. 산미가 너무 강하려나 하고 생각해서. 다시 조금 배합을 바꿔보고 싶어」
켄 「이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더운 곳을 걸어온 탓인지, 산미가 있는 이 디저트는 혀에 좋은 느낌이었다.
켄 「...조금 더, 집어도 괜찮을까요?」
시즈루「후후, 마음대로」
나는 접시에 올려져있던, 붉은 디저트를 와구와구 먹었다. 잘 모르겠지만, 좋은 냄새가 나서, 많이 먹고 싶어지게 되는 맛이었다.
시즈루「켄군을 보고 있으면, 옛날에 읽었던 외국 이야기에 나왔던 남자가 생각나버려」
물어본다
★ 상상해본다
│
켄 「... ...」
나는 왠지 모르게 특촬같은 것에 나오는, 식욕과 개그 담당 캐릭터의 모습을 상상해 버렸다.
와작와작 푸딩을 먹는다.
먹는다. 오로지 먹는다.
그리고 먹는다.
켄 「...으ㅡ음」
이 이상 그런 걸 상상하고 있으면, 먹고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되어버릴 것 같다.
나는 옆에서 푸딩의 설명을 계속하고 있던 시즈루상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즈루「그 이야기에는 나쁜 마녀가 있어서, 네 명 형제 중 한 남자애한테, 나쁜 애가 되어버리는 푸딩을 먹인 거야」
켄 「헤에」
시즈루「그걸 먹어버리면, 어떻게 해서라도 계속 먹고 싶어지지만, 두 번 먹으면 죽어버린대」
시즈루상은 웃으면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해 줬다.
시즈루「추가 사양할 거 없어」
어느 샌가 접시를 비워버린 듯 하다.
켄 「아, 잘 먹겠습니다」
나는 말하자마자 달콤한 디저트를 먹었다.
담백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술술 들어간다.
아까의 이야기도, 이 맛있는 것 앞에서는 보다 더 공복에 박차를 가하는 효과밖에 없다.
시즈루「더 먹을래?」
켄 「아, 감사해요」
사양말고 받자.
시즈루「...아」
거의 비어버린 접시를 보고, 시즈루상은 곤란한 듯한 얼굴을 했다.
모르는 사이에, 나는 전부 먹어버린 것 같다.
시즈루「내가 먹을 몫, 잊어버렸다...」
켄 「죄, 죄송해요. 조금이라면 남았는데... 먹다 남았지만요」
시즈루「그럼, 한 입 먹어볼까」
시즈루상은 내가 지금까지 쓰던 스푼을 들고, 조금밖에 남지 않은 서머푸딩을 입에 넣었다.
켄 「앗」
스푼이, 시즈루상의 입으로 들어갔다. 은색의 스푼이, 햇빛에 반사되어 묘하게 눈부셨다.
시즈루「으-응... 좀 더 그랑베리를 줄이는 쪽이 좋을지도」
잠시간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나를 눈치챈 모습도 없이, 시즈루상은 진지한 모습으로 맛을 검증하고 있었다.
나는 시즈루상의 체크가 끝나길 기다렸다.
시즈루「이전보다는 전진, 이라는 느낌이네」
켄 「맛있었어요. 또 먹어보고 싶네요」
시즈루「그럼, 또 맛을 보이고 싶을 때는 부탁할께. 완성하면 호타루랑 둘이서 먹어줘」
켄 「네.」
시즈루「되도록 빨리 완성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게 되버리는 걸」
확실히 여름이 지나가버리면, 서머푸딩이라는 간판이 거짓말이 된다, 고 생각한다.
시즈루「어쩐지... 올해 여름은 덥네. 서머푸딩에는 딱 어울리지만」
올해는 수험도 있는데, 왠지 묘하게 더워서 견딜 수가 없다.
켄 「바다라도 가서 시원해지고 싶네요」
시즈루「정말로」
특히 이런 더운 날이라고 하면 한층, 그런 느낌이다.
태양은 훨씬 전에 중천을 지나쳤을 텐데, 아직도 전혀 햇빛은 누그러질 기색이 아니었다.
켄 「목, 마르지 않나요? 케이크 대접받은 답례로, 마실 거라도 사겠습니다」
시즈루「에, 괜찮아?」
켄 「물론. 그 정도는 하게 해 주세요」
시즈루「그럼... 차가운 녹차를 부탁해」
나는 가볍게 끄덕이고 나서, 자동판매기쪽으로 발을 옮겼다.
내 몫의 콜라와 함께, 시즈루상의 녹차를 사서 돌아왔다.
켄 「기다렸죠」
시즈루「고마워」
종이컵이 앗 하는 사이에 땀을 흡수해간다.
별로 엎지른 것도 아닌데, 끈적끈적하게 되어가는 컵을 시즈루상에게 건넸다.
시즈루「잘 먹겠습니다-」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시즈루상은 컵에 입을 댔다. 꿀꺽꿀꺽 가볍게 목이 움직인다.
시즈루「안 마셔?」
켄 「...아」
시즈루「콜라, 김 빠져버리겠어」
켄 「옷, 그럼」
나는 어수선하게 컵에 입을 댔다.
탄산이 톡하고 입안을 쏘자, 방금까지 입 안에 있던 새콤달콤한 맛과 냄새가 씻겨가버렸다.
켄 「어라?」
새콤달콤한 냄새가 입안에서 사라지자, 시즈루상한테서 다른 향기가 나는 것을 알아챘다.
시지 않은 달콤한 냄새.
어딘가에서 비슷한 냄새를 맡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코에서 숨을 킁킁대고 있는 걸 본 시즈루상이, 곤혹스런 눈을 나에게 향했다.
시즈루「왜 그래? ...이런, 혹시 땀냄새? 꽤 조심할 생각이었는데」
켄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시즈루상, 뭔가 묻혔어요?」
시즈루「에? 아아...과연」
납득한 것처럼 시즈루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즈루「향수야. 이전에 쇼핑갔을 때 한눈에 매료되서... 아, 냄새니까 『한눈에』는 아니겠네」
켄 「무슨 냄새인가요?」
시즈루「가데니아... 치자나무야」
약 한 달정도 전에, 길을 걸을 때마다 달콤한 냄새를 발하던 치자나무의 냄새.
말을 듣고 나서 알아차렸다.
진짜 치자나무는 머리를 아프게 할 정도의 강한 냄새였지만, 시즈루상에게서 흘러오는 냄새는 좀 더 엷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켄 「저는 좋아해요. 이 향기」
시즈루「정말? 다행이다...」
시즈루상은 요란하게 보일 정도로 안심하고 있었다.
켄 「평판 나쁜가요?」
시즈루「어제 아버지가『화장실의 방향제냐?』라고 그런 소릴 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정말 실망이야」
아저씨 세대라면, 그런 사람도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딸의 마음에 든 향수에 대해서라면, 꽤 한심한 코멘트다.
켄 「제 중학교 때 담임도, 민트 아이스크림을 치약맛이라고 했었고, 그런 세대 아니겠어요」
시즈루「그, 그렇네」
응응, 하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시즈루상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봤다.
시즈루「...있잖아, 정말로 좋은 냄새?」
으, 음.
시즈루상이 이런 성격이었던가.
켄 「시즈루상, 그다지 칭찬에 익숙해지지 않으셨나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주 호타루가 시즈루상을 완벽한 사람 같다고 말했으니까,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쩐지 묘하게 믿을 수 없어 보인다.
시즈루「응, 평소에는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있지... 대단히 압력에 약하다고나 할까, 헐뜯기면 움츠러들어버려」
시즈루상은 곤란한 듯이 웃었다.
켄 「너무 다른 사람을, 신경써봤자 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좋다고 생각해주는 사람도 있을테고」
시즈루「켄ㅡ군... 좋은 말이야」
시즈루상이 갑자기 내 머리를 껴안았다.
켄 「우왓!」
(윽, 가슴이 닿았다...!)
시즈루「아, 안돼!」
시즈루상이 당황하며 물러났다.
평소부터 호타루에 대해서, 머리를 쓰다듬거나 껴안고 있는 거겠지.
하복이니까 당연히 얇은 천의 옷에 그 일을 당하자, 남자로서는 상당히 곤란하다고 할까, 기쁘다고 할까, 말로 하기 곤란한 게 있다.
(신군한테 말하면 얻어맞겠구만...)
켄 「아, 아하하하...」
시즈루「미안해. 왜 그런지 켄군을 보고 있으면 친근감이 솟아나버려, 그만. 호타루의 남자친구라 그런걸까」
켄 「왠지 그거, 제가 '어린애의 사위이니 어린애인 것도 당연' 이라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시즈루「아, 그런 느낌」
...뭐라 코멘트해야 좋은 거지.
헤매고 있는 사이에, 시즈루상은 척척 짐을 정리해갔다.
시즈루「오늘은 잘 먹었습니다」
켄 「저야말로. 맛있는 케이크, 대접 감사합니다」
시즈루「오래 전부터 있지, 계속 먹고 싶게 되는 과자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그렇게 먹어주면, 정말로 기뻐」
「그래서, 그 마녀의 이야기, 언제나 부럽게 생각했어. 켄군이 맛있게 먹어주니까, 떠올라버렸네」
시즈루상은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켄 「저라도 좋다면, 언제라도」
시즈루「후훗, 고마워. 약속이야」
시즈루상의 웃음이 화사해졌다.
시즈루「그럼, 다음에 봐」
시즈루상은 가벼워진 쿨러백을 한 손에 들고, 다른 비어있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계속 먹고 싶게 되는 과자인가... 시즈루상답구나.)
나는 멀어져가는 시즈루상의 뒷모습을 눈으로 전송하고 있었다.
~ 飛翔 ~
비상
쇼타 「켄... 미안, 잠깐 괜찮겠냐」
[s]쇼타 「켄... 미안, 잠깐 괜찮겠냐」
수업이 끝난 뒤, 말이 걸려왔다.
켄 「...쇼타?」
그저께, 내 방에서 다퉈버렸으니까, 아무래도 말을 하기가 괴로웠지만...
저 쪽에서 말을 걸어주리라고는.
쇼타와 나는 말없이 교실을 나가서, 부실로 향했다.
쇼타 「좋아, 방해자는 없구만」
주변에는 우리들 이외에, 아무도 없었다.
켄 「무슨 일이야, 쇼타?」
쇼타 「아니... 지난번은, 미안했다」
켄 「에?」
쇼타 「네 방에 놀러갔을 때 말이다. 어쩐지... 머리에 피가 몰려버려서...」
「아ㅡ아, 왜 그렇게 되어버린건지... 미안하다」
켄 「괜찮아. 이쪽이야말로... 미안했다」
쇼타 「그럼, 화해성립의 악수다」
켄 「거창하구만」
쇼타가 내민 손을, 나는 가볍게 잡고 흔들었다.
쇼타 「너니까 말야. 이상하게 마음을 써서, 나와 말하려 하지 않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켄 「아, 그런가... 그럴 셈, 아니었는데」
쇼타 「켄은, 무슨 일이라도 능숙한 것처럼 보이는데, 어쩐지 그런 면에서는 미숙한데」
「...헤헷...」
켄 「...쇼타?」
쇼타 「저번에는... 조금, 싫은 일이 떠올라서」
켄 「싫은 일...?」
쇼타 「아사나기장. 옛날, 거기에서 잠깐 했던... 다툼이 있어서」
켄 「...처음 들었어, 그런 이야기」
쇼타 「응? 그랬었나? 뭐, 됐나. 이야기해 줄까...」
쇼타는 창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라운드에는, 축구부원들이 염천하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었다.
쇼타 「초등학교때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어서...」
「연상의 사람이었어」
「같이 논 적이 있지. 아사나기장의 근처에서」
「사슴차도 타거나 하고. 지금보다 충실한 데이트를 했었군, 나」
「동경했었어. 그 때」
「그녀에게 나는... 꿈속 같았어」
켄 「어지간히 좋아했었구나」
쇼타 「아아」
쇼타는 눈을 가늘게 하면서,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그다지 본 적 없는, 부드러움과 사랑을 품은 얼굴이었다.
쇼타 「하지만 거기에... 그녀의 아버지가 나타나서...」
켄 「... ...?」
쇼타 「나는 지키려고 했다. 꼬맹이인데도 말이지. 대항하려고 생각했어」
「무모하게 돌진해서, 때리고, 얻어맞고...」
「그것을 그녀는, 슬픈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나도 웬지 슬퍼했었고 」
「이길 리 없는 싸움을 걸어서... 무참히 당하고」
「아버지가 그녀를 데려가고... 그 때 이후로 계속, 그녀를 만나지 못했어」
켄 「그랬었나...」
ㅡㅡ미야타 리에의 일인가.
이런 뒷이야기가 있었다니, 몰랐다.
쇼타가 그렇게까지 빠진 것도, 괴로운 사랑을 하고 있던 것도.
켄 「... ...」
쇼타 「어이어이, 뭐냐 켄. 네가 그렇게 어두운 얼굴을 하다니, 이상하잖아」
켄 「에? ...아, 아아」
쇼타 「뭐, 청춘이었던 때의, 한 때의 혈기로 생각하고 웃어넘겨줘」
켄 「청춘이었던 때에... 늙은이처럼 말하네 그래」
쇼타 「에? 앗하하하하하」
켄 「하하하하...」
나와 쇼타는, 한바탕 웃어제꼈다.
쇼타 「그ㅡ럼, 차차 돌아간다」
켄 「그래」
쇼타 「아, 맞다. 야, 이나켄」
켄 「뭔데?」
쇼타 「어쩐지 아사나기장의 주변에, 좋은 냄새 나지 않냐?」
켄 「...좋은 냄새?」
쇼타 「뭐라고 할까. 그게, 감귤류의」
켄 「녹나무지」
쇼타 「아아, 그래그래, 그거다」
켄 「전혀 감귤류와는 달라」
쇼타 「그래?」
켄 「쇼타는 냄새음치로군」
쇼타 「아아, 너무해. 그래, 비염이다. 용서해주시게」
켄 「하하하하」
쇼타 「자, 숨기는 일은 없기로, 켄. 약속이다」
켄 「에? 아,아아... 호타루의 일이라던가?」
쇼타 「...사마귀 수도 가르쳐 주는 거다」
켄 「우와! 그건 무리야!」
쇼타 「약속을 깨면, タモル의 ヅラ를 훔쳐오는 벌」
(譯: 또 나왔다 --;)
켄 「그 건 더 싫 습 니 다」
쇼타 「오, 나오셨구만 쿠이쿠이성인!」
켄 「하,하하하하...」
언제나처럼 바보같은 이야기를 한다.
거기에는, 어제까지 있었던 마음의 응어리는 느낄 수 없었다.
~ 反動 ~
반동
쇼타와 헤어진 나는, 사쿠라미네역으로 이어진 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s]쇼타와 헤어진 나는, 사쿠라미네역으로 이어진 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자...
?? 「어~이! 켄~짜앙! 기다려~어!」
도중에서, 귀에 익은 언제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볼 것도 없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탁탁 아스팔트를 두드리는 발소리.
호타루는 숨을 헐떡이면서, 내 옆에 모습을 보였다.
호타루「하아, 하아, 켄짱? 같이 돌아가자?」
켄 「응」
「이랄까 벌써, 함께 돌아가고 있고...」
나와 호타루는 나란히, 길을 내려갔다.
걸으면서, 호타루의 왼손에 눈을 댔다.
검지에 붕대는 감겨있지 않았다.
호타루의 말대로, 그 때의 상처는, 걱정할만한 건 아니었던 듯 싶다.
호타루「있지이? 켄짱?」
켄 「응?」
호타루「어제 말야, 미나미선생님하고, 이야기했지?」
켄 「응...」
「응? 어떻게, 아는 거야?」
호타루「음악실 창에서, 보였으니까...」
「있지? 무슨 이야기했어? 선생님하고」
켄 「뭐라니... 별로, 흔해빠진 이야기였어」
호타루「흐~응...」
「그래서? 그 흔해빠진 이야기란 건, 어떤 이야기야?」
켄 「호흡하는 걸 자각하지 않는다던가, 호흡하는 걸 지나치게 의식한다던가 ... 그런 이야기, 였다고 생각해」
호타루「에엣?」
켄 「아니, 나도,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호타루「다른 건?」
켄 「다른 거? 다른 거... 다른 거라...」
「그리 길게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기억나는 건, 그 정도려나?」
나는 호타루의 얼굴을 힐끗 봤다.
평소와는 달리, 표정이 굳어져있는 걸 알았다.
호타루「저기저기? 미나미선생님은, 몇 살이셔?」
켄 「... ...」
호타루「모르는 거야?」
켄 「응, 몰라...」
「그런데, 그런 걸 물어서, 어쩌려고?」
호타루「별로? 아무 것도 안해? 그냥 신경쓰였을 뿐...」
「선생님은, 생각하는 거나 성격이나, 그런 건 어른스러운 느낌이지만, 겉모습은 상당히 젊잖아?」
「그래서, 정말은 몇 세알까, 라고 생각해서...」
켄 「작년에, 대학을 졸업했다고 들었었는데?」
호타루「그럼, 스물 세살인가」
켄 「그렇게 결정된 건 아니잖아?」
「생일에 의해서도 바뀌고, 재수했던 걸지도 모르고...」
호타루「으-음...하지만, 어느 쪽이라고 하든, 연상이란 게 바뀌지는 않는 거네」
켄 「호타루, 왠 당연한 걸, 묻고 있는 거야?」
호타루는 한순간 멈춰섰다가, 바로 나를 쫓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호타루「당연한 거라도, 호타루에겐 중요한 거야!」
켄 「?」
호타루「정말, 됐어! 켄짱따위 몰라! 베에~다!」
켄 「뭐야... 뭘 화내는 거냐...」
호타루「화같은 거 안 냈는 걸!」
켄 「... ...」
호타루「켄짱, 호타루한테 뭔가 숨기는 거, 있는 거 아냐?」
켄 「숨기는 거?」
「아마... 없다고 생각하는데?」
호타루「거짓말 하지 마!」
「그럼, 어째서 켄짱의 입술, 그렇게 부어있어!?」
켄 「입술~?」
나는 내 입술에 손을 대봤다.
확실히, 평상시에 비해서는, 약간 입술이 두터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켄 「ㅡㅡ앗!」
「과연 그랬구만...」
「하핫, 하하하하하하하하!」
호타루「뭐, 뭐가 이상한 거야...」
켄 「호타루, 뭔가 착각하고 있어」
「이건 말이지, ヤンギンジャン엑기스라던가 뭐라던가 하는 걸 마셔버려서 그래」
호타루「엣? 서양은화(ヤング銀座(ギンザ))...엑기스!?」
「뭐, 뭐야, 그거! 뭐야 그, 괴이한 액체는!?」
「싫어, 싫어, 역겨워! 역겨워!」
켄 「호, 호타루...」
「너 대체, 뭘 상상하고 있는 거냐?」
그런 입씨름을 하는 사이에, 하마사키역에 도착했다.
마침 그 때, 사쿠라미네 방면으로 가는 열차가 홈에 들어왔다.
나는 서둘러 표를 사서, 호타루와 함께 사슴차에 올라탔다.
창 저편으로 붉은 빛으로 물든 마을 거리가 보였다.
호타루는, 내 입술의 감촉이 마음에 든 듯, 몇번이고 몇번이고 거길 손대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 호타루의 웃음을 보면서...
왠지 문득, 그저께, 부실에서 들었던 쇼타의 말을 떠올렸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용수철이 있는 거야」
대체, 나는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 거지?
끌어당기고 있는 건가? ...혹은, 다른...
~明朗快活~
명랑쾌활
후우, 어떻게든 제 때 맞춘 것 같다.
[s]후우, 어떻게든 제 때 맞춘 것 같다.
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일하러 갔다.
메구미「어서 오세요!」
플로어에 들어가자, 메구미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의 메구미짱은, 꽤 기운차 보인다.
바이트의 일에도 슬슬 익숙해졌는지, 모두 실수없이 처리하고 있다. 이전의 실수가 거짓말인 것처럼.
같은 시기에 들어왔다는 점도 있어서, 왠지 질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신 「포테이토 사라다를 2ㅡ5, 콜라와 오렌지쥬스가 4ㅡ5」
켄 「네!」
트레이에 완성된 요리와 마실 것을 올려놓고 걷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켄 「네!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천천히 즐기시길!」
물론 웃는 얼굴도 잊지 않는다.
켄 「피, 피곤하다...」
메구미「그렇네요」
신 「슬슬 익숙해지지 않았어? 둘 다?」
켄 「그렇네요. 이만큼 바빠서는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되니까」
신 「그런데 메구미짱도 오늘은 팔팔하네」
메구미「일이라고 해도, 접객업은 꽤 즐겁네요」
신 「물러! 너는 아직 진정한 의미로 싫은 손님을 만나지 않았으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메구미「아하하,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켄 「가능하면 만나고 싶지 않은 걸~」
일이 끝난 뒤, 여기서 잡담을 나누는 일이 많다.
신군과 나는 전부터 알고 있었고, 메구미짱도 나이가 비슷한 우리들과는 역시 말하기 쉬운 모양이다.
메구미「앗, 그럼 저 지금부터 볼 일이 있으니까,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켄 「아, 그런가. 응, 수고했어」
신 「수고~」
왠지, 오늘도 함께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 조금 유감이었다.
내 이전 어드바이스의 답례를 들을 수 있을 지도, 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뭐, 어쨌거나 기운을 차려서 다행이다.
켄 「그럼, 슬슬 우리들도 돌아갈까요」
신 「그러자」
8/8
[s]나는 호타루와 둘이서 학교로의 통학로를 걷고 있었다.
~ 螢火 ~
반딧불
호타루「있지 켄짱, 어제 『생물대기행』 봤어?」
[s]호타루「있지 켄짱, 어제 『생물대기행』 봤어?」
켄 「응? 봤는데, 왜 그래 갑자기?」
호타루「여름 생물의 특집이었었는데...」
그 때, 관광객인 듯한 한 무리가 옆구리를 지나쳐갔다.
분주하게, 뭔가를 외치고 있었다.
남1 「어이, 뭘 얼간이같이 있는 거냐. 냅두고 와」
남2 「뭐야, 모처럼 한 대 피려고 생각했는데」
...훗
호타루「꺅!」
켄 「!?」
달려가던 남자들쪽에서 돌연, 뭔가가 우리 눈앞에 날아왔다.
간발의 차이로, 그걸 피했다.
툭하고 우리앞에 떨어진 그건, 불이 막 붙은... 담배였다.
호타루「... ...」
놀랐기 때문인지, 호타루는 경직되어 있었다.
켄 「이... 이봐! 위험하잖아!」
나는 무의식중에, 남자들의 등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남1 「...앙? 뭐냐 꼬맹아, 용건은 간단히」
남자는 천천히 돌아봤다.
켄 「뭐야가 아냐, 델 뻔 했다구!」
남1 「그래서 어쨌는데? 사과받길 원하는 거냐?」
켄 「...큭」
남1 「어이, 너도 뭔가 말해줘라」
남자가 데려온 또 한 명을 재촉했다.
남2 「이거 실례, 아아,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아가씨... 크하하핫」
호타루「... ...」
남2 「뭐냐. 너같은 꼬맹이에게 볼 일은 없어. 지금부터 팔팔한 여자를 겟하러 가는 거니까」
남1 「바보는 냅두고, 얼른 가자구」
남2 「아아. 좀 더 길가로 다녀라 바-보야」
켄 「... ...」
남자들은 가 버렸다.
나는 말없이, 담배불을 신발로 밟아 껐다.
호타루「... ...」
켄 「호타루... 괜찮아, 호타루?」
호타루「...에?」
내 목소리에, 간신히 호타루의 경직이 풀렸다.
호타루「아, 아아, 괜찮아. 갑작스러웠으니까, 깜짝 놀랐을 뿐...」
켄 「그럼 괜찮지만... 뭐냐 저 놈들은」
「저런 놈들이 바닷가에 있으니까, 신군도 열받아하는 거로구나」
호타루「...싫어라-」
켄 「응?」
호타루「담배. 호타루, 담배 싫어」
켄 「아아, 전에도 그렇게 말했었지」
호타루「담배도 그렇지만, 매너없는 사람이 싫어」
「있지-, 들어봐 켄짱! 이전에 음대의 하기강습에 갔더니, 금연실에서 교수가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더니」
「일부러 내 앞까지 와서, 후우우~~~~웃... 하고, 연기를 내뿜었다구」
「그런 주제에, 『관악기를 하는 사람은 저처럼 담배를 피우면 안됩니다. 악기가 더러워집니다』라던가, 그럴 듯한 얼굴로 말했다니까」
「그건 역시 싫었어~...」
켄 「싫어해? 그 교수」
호타루「으응, 교수의 피아노는 최고야!」
켄 「?」
「피아노가 최고인 교수가 최저의 매너라면, 환멸하는 게...」
호타루「그거는 그거. 이거는 이거」
켄 「그런 거야?」
호타루「그런 거야!」
호타루의 말은, 때때로 잘 알 수가 없다.
호타루「뭐, ...저런 작은 불을 휘두르거나, 날리거나 하는 건 위험해. 켄짱도 아까, 깜짝 놀랐지?」
켄 「그렇구나」
단지, 호타루의 놀란 정도는 보통이 아니었던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무리도 아니지.
호타루는 불이 싫은 거다.
어릴 적, 향불을 손으로 잡았다가,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는 듯 하다.
그 자국은, 지금도 엄지손가락의 한쪽 구석에 남아있다.
트라우마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켄 「폭죽도 고역이라고, 언젠가 말했었지」
호타루「으ㅡ응... 둘이서 여름의 풍물시를 즐기지도 못하고, 면목이 없어~...」
켄 「아니, 괜찮아. ...어라? 그렇다는 건 불꽃놀이대회도 안되는 건가」
호타루「엣?」
켄 「자, 아시카시마에서 있잖아. 24일에」
호타루「아아, 그거 가고 싶어! 가고 싶어!」
켄 「...어라」
「불꽃은 안되는 거 아니었어?」
호타루「커어다란 불꽃, 보는 건 좋아해」
「작은 폭죽마냥, 위험하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고...」
「불꽃놀이대회, 켄짱하고 같이 보고 싶어라아」
「밤하늘 가득히 펑, 하고 울리고, 빛나고, 아름다울 거야~...」
「둘이서 본다면... 더욱 아름답겠지?」
켄 「그건... 그런가?」
호타루「...아앗, 하지만 가지 못할지도...」
켄 「?」
호타루「콩쿨, 혹시 예선 통과하면...」
켄 「아아, 그런가. 그 때는 바빠지겠네」
호타루「아, 맞아! 예선에서 떨어지면 되는 건가」
켄 「...어이, 잠깐 기다려」
호타루「에헤헤, 어떻게 할까나~...」
켄 「무슨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호타루「...뭐, 좋아」
「피아노 결승과, 불꽃놀이대회」
「어느 쪽에 가더라도, 즐거울 거야~♪...」
「한 알에 두가지 맛, 이란 거로구나?」
켄 「그건... 글쎄」
호타루「정말」
켄 「그런데, 오늘은 몇시쯤까지 연습이야?」
호타루「에-또... 켄짱은?」
켄 「오후에는 수업이 둘 있으니까... 4시 정도이려나?」
호타루「그럼, 그 정도까지 하는 걸로」
「켄짱하고 같이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그렇군...
★ 데리러 갈게
기다리면 되는 거지...
|
켄 「그럼, 수업 끝나면, 데리러 갈게」
「내가 갈 때까지, 피아노 연습하고 있으면 되니까」
호타루「정말로! 그럼, 기다릴께」
호타루「켄짱, 그럼 이따 봐!」
그렇게 말하고, 호타루는 음악실을 향해 달려갔다.
그럼, 나도 교실로 가야겠지...
~ 夜想曲 ~
야상곡
4교시째의 수업이 끝나고, 나는 약속한대로 음악실에 찾아왔다.
[s]4교시째의 수업이 끝나고, 나는 약속한대로 음악실에 찾아왔다.
호타루는 교실의 책상에 뺨을 대고, 멀거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켄 「왜 그래? 뭘 나른해 해?」
호타루「별로, 나른해했던 거 아냐...」
켄 「하지만, 어쩐지 기운없어 보였는데?」
호타루「그래? 그럴까?」
켄 「2차 예선 ㅡㅡ다음 주 수요일이네」
「역시 한 주도 채 안남으니까, 긴장되어서 연습도 손에 잡히지 않게 되버린다, 라던가?」
호타루「그런 거 아니야...」
「호타루는 굳이, 큰 콩쿨에서 이기기 위해서만,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니까...」
켄 「그럼, 왜 매일매일 연습을 계속하는데?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호타루「글쎄~? 왜 그럴까?」
켄 「엥?」
호타루「스스로도, 잘 모르겠어」
「호타루, 무엇을 위해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거지」
켄 「그런 거, 나한테 물어봐도...」
호타루「뭐, 어쨌거나...」
호타루는 기세좋게 일어나서, 이렇게 말했다.
호타루「호타루는 긴장한 것도 아니고, 기운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나른해 하는 것도 아니니까...」
「평소라면, 내림 가장조의 소녀로 있었을 것이, 오늘은 우연히 올림 바단조가 된 것...」
「단지 그것뿐」
켄 「???」
호타루「라는 것으로, 언제나의 내림 가장조로 돌아가기 위해서...」
말하면서, 호타루는 피아노 앞으로 걸어가...
호타루「한 곡, 감상하시겠습니까?」
돌아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깊이 끄덕여보이고, 근처의 의자를 끌어당겨, 호타루의 앞에 앉았다.
호타루는 천진난만한 미소로, 즐거운 듯이 건반을 두드리고 있었다.
『내림 가장조의 소녀』가 뭘 가리키는지, 왠지 알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호타루「그럼, 여기서 문제입니다」
「이 곡의 타이틀은, 대체 무엇일까요?」
피아노를 치면서, 호타루는 얼굴을 들고 물어왔다.
비창
★ 사랑의 꿈
고양이 음두
|
켄 「사랑의 꿈, 이지?」
호타루「우와, 굉장해 굉장해! 완벽히 정답!」
「나중에 호타루짱 실을 붙여줄께요♪」
(譯: 털실같은 실이 아니라, 우표 비슷한 걸 가리키는 그 실입니다)
켄 「어, 어디에?」
라고 할까, 그 실은 뭐지?
호타루「그럼, 이 『사랑의 꿈』을 작곡한 사람은?」
「이건 조금, 너무 간단하려나?」
★ 리스트
베토벤
과자 말이다
|
켄 「대답은ㅡㅡ 그래, 리스트다!」
호타루「아, 역시 기억해줬구나?」
「훌륭해 훌륭해♪」
「이번에는 호타루짱 와펜(문장)을 붙여 줄께?」
켄 「그러니까, 어디에냐고!?」
곡이 끝났다.
호타루가 의자에서 일어섰어도 아직, 마지막 음은 고요히 여운을 울리고 있었다.
호타루「사랑의 꿈 제 3번 내림 가장조」
「이건 호타루가 결승에서 칠 생각인 곡이야」
「하긴, 다음 예선에서 통과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이 곡 『사랑의 꿈』에는 『3개의 녹턴(야상곡)』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어서, 그 이름대로, 진짜는 1번부터 3번까지 있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지금 쳤던 제 3번이 더욱 유명해서, 보통 『사랑의 꿈』이라고 하면, 이 제3번을 가리키는 거야」
켄 「흐-음...」
호타루「본래는 있지? 가곡이었다? 이 곡」
「즉, 최초에는 가사가 붙어있었다는 뜻」
「프라이리히...라트 였던가? 그런 이름의, 독일 시인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의 시에, 리스트가 곡을 붙여서 『사랑의 꿈 제 3번』이 태어났다고 해」
켄 「시? ...시라면, 어떤 시야?」
호타루「『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라는 제목의, 시」
켄 「내용은?」
내가 묻자...
호타루「으흠」
호타루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과장스런 몸짓을 섞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호타루「『오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여라~』」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한 사랑하여라~』」
「『네가 묘지의 옆에 서서, 비통해할 때가 와버리니까...』」
「『너에게 마음을 연 자에게는, 너는 사랑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여라~』」
켄 「어쩐지... 무거운 느낌의 시네?」
호타루「그래? 호타루에게는, 당연한 걸 말하고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데...」
「애초에 『사랑을 할 수 있다』는 표현 자체가 어떤 거라고 생각해?」
「연애감정이란, 본인의 감정과 관계없이, 자연히 발생하는 거 아냐?」
「좋아하게 되버릴까, 싫어하게 되버릴까, 둘에 하나... 라는 것으로...」
「사랑할 수 있다, 사랑할 수 없다를 생각하는 그 시점에서, 이미 그건, 사랑이 식어버린 증거라고 생각해」
「적어도 호타루는...」
「『아직 사랑할 수 있다』라던가, 『아직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라던가... 그런 이유로, 사랑받고 싶지 않고...」
「무리해서 사랑받을 정도라면... 차라리 싫어지게 되는 쪽이...」
「...나아」
「호타루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말이지...」
중얼거리며, 호타루는 피아노 위에 놓아둔 악보를 손에 쥐고, 팔랑팔랑 넘겼다.
켄 「하지만 그거... 조금 아닌 듯한 기분이 드는데...」
호타루「?」
켄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여라』란, 명령형이 되지만, 사실은, 자기자신에게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랑할 수 있는데도 사랑할 수 없다, 사랑하고 싶은데도 사랑할 수 없다...」
「그런 딜레마를, 그는... 에또, 프라이리히...」
호타루「라ㅡ트, 프라이리히 라트」
켄 「...그 사람은, 전하고 싶었는지도 몰라」
「즉, 그의 시는, 사랑의 무상함이라고 할까, 『덧없음』을 비통해했던 아닐까 하고...」
「리스트는, 그 『덧없음』같은 걸 표현하기 위해, 『꿈』이라는 단어를 타이틀로 붙였다...」
호타루「그러고 보니 『덧없음』이라는 한자 ㅡㅡ사람 인변에 『夢』을 쓰는 거네』
켄 「그래... 『사람이 꾸는 꿈』은 『덧없다』」
「그러니까 『사랑의 꿈』은 『사랑의 덧없음』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호타루「으~응, 과연 그렇네...」
「하지만, 말하는 건 알겠어도, 납득하지는 못하겠어. 역시」
「사랑은 말로 할 수 있을 만큼, 논리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해?」
호타루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의미도 없이, 발끝의 페달을 밟았다 놓고, 밟았다 놓길 반복했다.
나는, 매끈하게 뻗은 피아노의 곡선을, 손끝으로 따라갔다.
광택을 내는 도료 위에, 지문자국이 생겼다.
문득, 걸리는 게 있어서 손끝을 쳐다봤다.
번들번들 빛을 발할 정도로, 손바닥은 축축히 젖어 있었다.
호타루「그런데, 켄짱?」
호타루는 일어서서, 오선보가 적혀있는 칠판 앞으로 걸어갔다.
호타루「이 한자, 어떻게 읽는지 알아?」
말하면서, 호타루는 분필을 쥐고, 칠판에 문자를 적기 시작했다.
사슴변에 『夢』이 붙어있는 한자였다.
켄 「그런 한자, 없는 거 같은데?」
호타루「어째서 없는 걸까나?」
켄 「하?」
호타루「『사람이 꾸는 꿈은 덧없다』라고, 아까 켄짱, 말했었지?」
켄 「응...」
호타루「그럼, 동물이 꾸는 꿈은, 덧없지 않은 거야?」
켄 「글쎄?」
「라기보다, 동물은, 꿈같은 거 안 꾸잖아?」
호타루「그렇지 않아~」
「파충류라던가 양서류라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분명히 포유류는, 모두 꿈을 꿀 거라고 생각해」
켄 「어떻게, 그런 걸 알아?」
호타루「왜냐면 개나 고양이는, 잘 때, 발을 오들오들 떨거나 하잖아?」
「토모야도, 전에 자면서, 음냐음냐하고 잠꼬대를 하는 것 같았고...」
켄 「거짓말」
호타루「정말이라니까~!」
「그러면 켄짱은, 어째서 동물이, 꿈을 안 꾼다고 생각해?」
켄 「그건...」
설명할 수 있다
★ 설명할 수 없다
|
켄 「모르겠지만...」
호타루「그치!」
켄 「그렇다고 해서, 꿈을 꾼다는 것에 대한 증명은 되지 않아」
호타루「정말~, 왜 그렇게 고집부리는 걸까...」
켄 「고집부리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걸 말하고 있을 뿐이야」
호타루「그럼,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확인하러 가자」
켄 「확인한다, 라니...」
「...어떻게 해서?」
호타루「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켄 「누구한테?」
호타루「그런 건, 당연하잖아...」
「ㅡㅡ동물한테!」
이렇게 해서, 나와 호타루는 내일, 동물원에 가게 되었다.
~ 螢惑 ~
반디의 유혹
츠바메「어서 와」
[s]츠바메「어서 와」
켄 「선생님, 그거 그만두죠. 『어서 와』」
츠바메「어째서?」
켄 「아니... 선생님한테 들으면... 부끄럽다고나 할까...」
츠바메「어째서?」
켄 「그, 그러니깐! ... 왜 선생님이 저한테 『어서 와』입니까!」
츠바메「같은 장소에 살고 있다. 다른 이유가 필요해?」
켄 「...다녀왔습니다」
선생은, 아사나기장의 뜰을 가볍게 쓸고 있었다.
어디에 있었는지, 선생의 앞에는 마른 잎이 가득 모인 더미도 있었다.
켄 「한여름인데도... 마른 잎?」
츠바메「푸른 잎이 떨어지면 마른 잎처럼 돼. 해를 넘기는 잎도 있는 것 같고」
「...그것보다, 구석쪽에 많이 쌓여있는데」
「즉, 그만큼 오랫동안, 뜰은 이대로였었다, 라는 것」
「청소당번이 의지가 안 되는데. 해줘야지」
...죄송합니다.
켄 「아, 치우는 거, 도와드릴까요?」
「지금, 쓰레기장갑 끼고 올 테니까요」
츠바메「아아, 그건 됐어. 필요 없어」
켄 「에?」
소리가 나며, 주변이 밝아졌다.
선생의 손에는, 성냥이 들려있었다.
작은 불꽃을 밝히고 있는 성냥.
츠바메「타버릴 테니까」
그 성냥을 손에 들고서, 선생은 낙엽의 산에 몸을 굽히려고 했다.
켄 「에, 에-또... 잠깐 기다려 주세요!」
아사나기장은 겉보기에는 몰라도,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만에 하나, 모닥불이 화재가 되버리면 곤란하다.
화기엄금, 관내금연ㅡㅡ이라는 걸, 듣지 않았던 걸까?
켄 「난처하지 않나요」
츠바메「뭐가?」
켄 「아니, 멋대로 불을 피우면... 주인아줌마가 잔소리하며 달려올 지도 몰라요」
츠바메「...그것도 그렇네. 잊었어」
까먹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켄 「그럼, 그건 나중에, 제가 쓰레기봉투에 치울 테니까」
츠바메「그래. ...하지만 유감」
켄 「유감?」
그녀는 아직 타고 있는 성냥을, 자기 눈 앞에서 흔들흔들, 움직였다.
츠바메「그래. 불꽃이...」
켄 「엣」
츠바메「분명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성냥의 불꽃은 살아있는 것처럼, 선생의 손 안에서, 좌로 우로, 계속해서 움직이고...
선생은 매혹된 것처럼, 그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그 불꽃의 움직임에서 잠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8/9
[s]8월 9일 금요일.
오전 9시 27분.
날씨...
비...
~ 寂然と夢想の雨 ~
적연과 몽상의 비
언제나처럼 토모야의 산보를 끝내고, 아사나기장에 돌아왔을 때부터 구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s]언제나처럼 토모야의 산보를 끝내고, 아사나기장에 돌아왔을 때부터 구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회색의 구름은, 앗 하는 사이에 하늘을 뒤덮고, 지금은 이렇게 억수같이 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방의 창문에서 고개를 내밀고, 젖은 뜰앞을 쳐다봤다.
방사형으로 펴진 녹나무의 나뭇가지가, 비에 맞아 시끌시끌하고 있었다.
웃고 있는 건가? 라고도 생각됐다.
『사실은 분명, 비오는 날이 좋은 걸꺼야, 테르테르보즈는...』
문득, 호타루의 말이 떠올랐다.
녹나무도, 테르테르보즈와 같을 정도로 비가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이상인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녹나무는 말라버리니까...
호타루「기다렸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굉장한 비네~」
어깨에 붙은 물방울을 털면서, 호타루가 방에 들어왔다.
약속시간은 지났지만, 변명을 해야 할 정도로 지각한 것도 아니다.
호타루「자, 그럼 어서, 나가도록 할까~?」
켄 「엥? ... 어디에?」
호타루「정말, 뭘 얼빠져 있어? 동물원이야! 동물원!」
「어제 약속했잖아?」
켄 「하긴 했지만...」
「가도, 의미없을 것 같은데?」
호타루「어째서?」
켄 「비, 내리니까...」
호타루「별로 소풍도 운동회도 아니니까, 비는 관계없지 않아?」
켄 「관계 있어」
「역시 이런 비로는, 동물들도, 우리 안이라던가 굴 속이라던가, 그런 곳에 숨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해」
호타루「...그럴까?」
켄 「그래」
호타루「에~엣... 재미없어...」
「간만에 빨리 일어나서, 도시락까지 만들어 왔는데...」
호타루는 가방을 열고, 체크무늬의 *런천매트에 싸여있는 상자를 꺼내보였다.
(*야외에서 점심을 먹을 때 아래 까는 천)
켄 「앗, 생큐-!」
「아침밥, 아직 안 먹었거든」
호타루「잠깐! 지금 먹을 셈이야!?」
켄 「응. 왜냐면 아깝잖아? 먹지 않으면...」
호타루「... ...」
켄 「... ...」
호타루「하아~아...」
호타루는 크게 한숨을 쉬고서, 런치박스를 나에게 건넸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게 쏟아져내리는 비.
빛바랜 세계에, 빗소리만이 울리고 있다.
열어두었던 창에서 미세한 안개가 스며들어와, 방 안에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습기로 가득찬 방안의 공기는 무거워, 지금이라도 짓눌려버릴 것 같다.
호타루「비, 인가...」
갑자기, 호타루가 중얼거렸다.
호타루는 지금, 창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고 있다.
호타루「테~르테~르보즈, 테~르 보즈, 내일 날씨를 개게 해 줘~」
「언젠가 꿈에서 본 그 하늘처럼~, 맑으면 금방울 줄게~」
켄 「... ...」
호타루「꿈...」
「꿈의 하늘...」
「꿈의 하늘이란, 어떤 색을 하고 있을까?」
「역시... 『덧없는』색?」
「꿈은 언제라도... 덧없는 것?」
켄 「...?」
호타루「켄짱, 어제 말했었지?」
「『사람이 꾸는 꿈은 덧없다』라고...」
「그리고 나서, 이런 말도 했어...」
「『사랑은 무상하고, 덧없는 것」이라고...」
켄 「그런 말, 하지 않았어...」
「그건 단지, 독일의 시인이, 그런 식으로 생각한 게 아닐까 하고」
호타루「그럼 켄짱은, 덧없지 않은 사랑도, 있다고 생각해?」
★ 있다고 생각해
모르겠어
|
켄 「응, 있다고 생각해」
호타루「쭈-욱, 쭈-욱 이어지는 사랑도, 있다고 생각해?」
켄 「응, 분명히 있어」
호타루「그럼, 혹시라도...」
「혹시라도 호타루가... 갑자기 없어져버린다면...」
「두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린다면...」
「그래도 켄짱은, 호타루를...」
「계속... 좋아하고 있어 줄거야?」
켄 「호타루... 어떻게 되버린거야, 갑자기」
호타루「저기, 대답해줘」
켄 「그런 거, 묻지 않아도 알잖아?」
호타루「모르겠어...」
「듣지 않으면, 모르겠어...」
「모르게... 되어버렸어...」
「전에는, 켄짱의 일이라면, 어떤 거라도 알았는데...」
「지금은 켄짱이... 멀리, 가버릴 것만 같아서...」
빗소리가, 무거운 침묵을 묻는 듯이 울리고 있다.
호타루는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면서,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고 있었다.
그 작은 손가락이, 살짝 떨리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뭔가...)
(뭔가 말하지 않으면...)
호타루는 내 말을, 기다리고 있는 거다.
켄 「호타루...」
「나는, 호타루를...」
호타루「ㅡㅡ미안!」
「거짓말거짓말, 농담이야...」
호타루는 얼버무리려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손가락에 감긴 머리카락을 술술 풀고, 희미하게 한숨을 쉬었다.
호타루「어래? 호타루, 무슨 말 하고 있는 거지」
「바보같아...」
「정말, 바보같아...」
호타루는 옆에 놓아뒀던 가방을 들고, 날아오르듯 일어섰다.
호타루「그럼...」
「동물원의 예정도 중지된 거니...」
「별 수도 없고, 연습이나 하도록 할까나...」
미소짓는 호타루의 앞머리가, 비에 젖어있었다.
앞머리와... 그리고, 긴 속눈썹도...
호타루「응? 켄짱, 왜 그래?」
「입술, 악물거나 하고...」
「어딘가 상태라도 나쁘다,던가?」
켄 「... ...」
호타루「아, 알았다!」
「비가 내리니까, 조금 센티멘탈한 기분이 되버린 거지?」
「사람의 마음은, 자연환경에 의해서, 좌우되버리니까 말야~」
「확실히, 전에도 말했었던 것 같지만...」
켄 「... ...」
호타루「그럼 호타루, 지금부터 학교에 갈 테니까...」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교복을 갖고 왔으면 좋았었겠네~」
부자연스럽게 높은 목소리를 내며, 호타루는 방을 나갔다.
찰나에 거센 탈력감이 나를 덮쳤다.
나는 원심력을 잃은 용수철마냥, 다다미 위에 쓰러졌다.
등을 대고 누워서, 천정을 올려다봤다.
『계-속 계-속 이어지는 사랑도, 있다고 생각해?』
『응, 분명히 있어」
정말인가?
정말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나는 호타루에게... 아니, 자기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건 좋은 일이지만,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건 나쁜 일이다』
1일 밤 ㅡㅡ나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이, 내 자신의 가슴에 무겁게 짓눌려왔다.
문득, 고개를 옆으로 돌려봤다.
다다미 위에, 턱하니 런치박스가 남겨져있었다.
나는 신체를 일으켜, 그것을 손에 잡았다.
포장을 풀어보자, 안에는, 아직 따뜻한 햄버거와 프라이드포테토.
그린 아스파라거스와 토마토 샐러드도 들어있었다.
가슴이 지끈지끈... 아리듯 아팠다.
~ 門前に無雙の風 ~
문앞에 외로운 바람
나는 토와리교를 걷고 있었다.
[s]나는 토와리교를 걷고 있었다.
여길 걷는 건 몇번째더라...
호타루가 나간 뒤, 나는 런치박스를 안은 채 멍하니 있었다.
지금 와서 학교에 갈 맘은 들지 않았다.
금새 오랜 시간이 지나고, 적당히 차가워진 박스 안의 내용물을 나는 입에 넣었다.
그대로 방에 가만히 있으면, 가슴속에 방울지는 감정의 무게에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창밖을 보자, 다행하게도 비는 그쳐 있었다.
나는 응어리를 씻어 흘려보내기 위해, 이 다리를 찾은 거였다.
한가로운 흐름으로 가득찬 카가미천.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얼마 안되는 하늘의 비와 솟는 물에서, 여울이 생기고, 서로 만나고, 교차하고, 크게 흐른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다』란 말이 있지만, 진짜인가?
다른 곳엔 없는 이곳에 천이 있다는 것은... 뭐, 상세히 말하자면 지질과 역학의 이야기가 되버리겠지만...
단지, 과학적인 이유와는 관계 없이 흐르는 이 천을 보고 있으면, 향수가 일어나는 기분이 든다.
나는 카가미천의 흐름에, 왠지 모르게 생각을 떨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강의 흐름에 도착해서, 바다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켄 「왓!」
놀랐다.
미나미선생이 있었다.
다리의... 바깥쪽에...
정확히는, 난간의 바깥쪽에.
선생은 토와리교의 난간에, 바깥쪽을 향해 앉아서,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켄 「뭐, 뭐하고 있는 겁니까 선생님!」
츠바메「뭐냐니, 보는 대로」
켄 「미끄러지거나 하면 위험해요!」
츠바메「그런 소리 해도 괜찮아?」
켄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구요!」
츠바메「수험생한테는 금구잖아?」
켄 「당신이 말하게 하고 있잖습니까!」
「어서요, 상당히 바람도 불고... 휘몰아치거나 하면 위험하다니까요」
츠바메「어머나, 그게 좋은 거야」
켄 「... ...」
츠바메「괜찮아, 단지 흐름을 보고 있었을 뿐이니까」
켄 「강을, 입니까?」
츠바메「으응, 바람의 흐름」
켄 「바람... 보이나요?」
츠바메「보여, 물론」
켄 「말도 안돼요」
츠바메「켄군...」
「너는『보인다』라고 하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어?」
켄 「바, 바보취급하지 말아주세요! 이래뵈도 고교생에 수험생입니다!」
츠바메「그래서? 의미는?」
켄 「에~또... 보인다는 건 즉... 눈으로... 안다고 할까...」
「그게... 아악! 너무 당연해서,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츠바메「보인다고 하는 말의 의미」
「눈에 비치는 것」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것」
「잔물결을 일으키는 해풍」
「...겉모습의 분위기」
「흩날리는 리듬과 방향」
「달에 의한 파도와 바람에 의한 파도가 섞이는 것」
「...모습을 보고서 이해하는 것」
「그 반복되는 모습」
선생은 다시, 멀리, 흐름이 도달하는 끝으로 눈을 옮겼다.
그 시선을 따라가봤다.
천변의 가로수, 강의 표면, 수평선을 가는 작은 배의 깃발...
켄 「아아, 그래, 그런 건가...」
그것들은 바람을 따라, 흔들리며, 리듬을 연주하고 있었다.
바람이 토와리교를 지나쳐갔다.
해륙풍, 이라고 선생이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이 토와리교에, 바다의 향기와 온기가 전해지고, 그걸 옮겨온 바람은 산으로 돌아간다.
츠바메「켄군, 너에게도 보일 거야」
「바람의 흐름, 그 모습이」
「나는 이렇게, 바람을 보는 게 좋아」
「너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바람의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8/10
[s] ~ 必要されるモノ ~
필요해지는 것
사쿠라미네의 상점가를, 나는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었다.
[s]사쿠라미네의 상점가를, 나는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었다.
특별한 목적도 없이...
발이 닿는 대로, 마음이 닿는 대로...
츠바메「켄군, 기막힌 우연이네」
켄 「앗... 선생님...」
츠바메「지금부터, 어딘가 가는 거야?」
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츠바메「그럼, 그냥 산보일까?」
켄 「뭐, 그런 거에요」
「그런데, 선생님, 지금부터 어디에?」
츠바메「별로... 어디에도...」
켄 「그냥, 산보입니까?」
츠바메「뭐, 그런 거겠네」
켄 「그럼, 저와 같군요」
츠바메「그럴까?」
켄 「?」
츠바메「나는, 목적이 있어서 산보를 하고 있어」
「켄군은, 목적이 없으니까 산보하고 있는 거지?」
켄 「... ...」
츠바메「즉, 나에게 있어서는, 의미있는 일이지만, 켄군에게 있어서는 무의미한 일」
「너는 그냥, 시간을 쓸모없이 낭비하고 있을 뿐...」
켄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츠바메「별로...」
우리들은, 그렇게 의미도 없는 대화를 계속하면서, 느긋하게 아사나기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여자애「저기, 죄송해요」
소학생인가?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켄 「왜 그래?」
여자에「『요코이초능력개발연구소』란 어디인가요?」
켄 「엥?」
순간,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건지 당황해버렸다.
츠바메「요코이(橫井)초능력연구소」
켄 「그런 곳이, 이 근처에 있었던가요?」
츠바메「있잖아, 아사나기장의 바로 앞에」
내가 고개를 갸웃해보이자, 선생은 아이 앞에 앉아서, 눈높이를 맞추고 말했다.
츠바메「그렇구나, 에에또, 이 길을... 똑바로 가서...」
여자애「응」
츠바메「왼쪽에 작은 술집이 있어. 알겠어?」
여자애「저기, 짤랑짤랑이 놓여있는 곳?」
츠바메「그래. 그 모퉁이를 왼쪽으로 돌아서 조금 가면, 파란 지붕의 큰 집이 있어」
「그 정면이, 초능력개발연구소」
여자애「파란, 집이구나?」
정확히는, 아사나기장의 지붕은 『파랗다』고 하기보다는 『감색』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게 자세한 사항을 말해봤자, 혼란해질 뿐이겠지.
나는 조용히,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자애「응, 알았어. 고마워!」
탁탁탁탁탁탁.
위태로운 주법으로, 여자애는 달려갔다.
켄 「괜찮을까요?」
츠바메「켄군은 걱정도 병이네」
켄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데, 초능력개발연구소,라니... 뭔가요?」
선생은 잠시 생각하고 나서...
츠바메「글쎄?」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저었다.
츠바메「그렇지만, 뭔가 목적이 있어서, 거기에 존재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고 생각해」
켄 「목적? 원래, 초능력개발연구소, 같은 게 성립하나요?」
츠바메「거기에 존재하고 있다는 건, 의미가 있어, 어딘가에 도움이 되고 있는거 아닐까?」
켄 「초능력, 인가... 선생님, 있다고 생각하나요?」
츠바메「적어도, 그 연구소에 있어서는 『있지』 않겠어?」
켄 「근거는?」
츠바메「그건 『없어』」
켄 「으-음...」
츠바메「즉, 과학적인지 어떤지는 문제가 아냐」
「필요로 되고 있는지 어쩐지, 수요가 있는지 어쩐지」
「자본주의회사에 있어서는, 소비시키는 것으로 가치가 생겨나」
「가치가 있는 것이, 반드시 소비되는 게 아냐」
켄 「무슨 이야기인가요?」
츠바메「옛날 이야기야」
켄 「... ...」
나는 석연치 않은 뭔가를 안고서, 선생과 계속 걸었다.
~ 受容すべきモノ ~
수용해야하는 것
방에 돌아오고 나서, 나는 선풍기의 스위치를 누르고, 다다미 위에 앉았다.
[s]방에 돌아오고 나서, 나는 선풍기의 스위치를 누르고, 다다미 위에 앉았다.
서쪽의 창에서, 녹을 듯한 붉은 석양이 내리쬐이고 있다.
선풍기의 날개에 반사된 석양이, 벽에 터무니없이 큰 그림자를 비추고 있다.
그림자는 규칙적인 명멸을 반복하면서, 의미없는 장면을 떠오르게 하고 사라져 갔다.
나는 홍색으로 물든 방 한가운데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선풍기 정면에 얼굴을 댔다.
켄 「아아ㅡㅡㅡㅡ...」
의미도 없이, 목소리를 내 봤다.
선풍기는 내 목소리를 토막내서, 단속적이고 기계적인 음으로 변화시켜버렸다.
켄 「아?아?아?아?아...」
「이?이?이?이?이...」
「우?우?우?우?우...」
나는, 잊어버리려고 했던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제 일이 떠올라버리니까...
호타루의, 쓸쓸한 뒷모습을...
「혹시라도 호타루가... 갑자기 없어져버린다면...」
「두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린다면...」
(전화, 해볼까...)
문득 그렇게 생각하고, 포켓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호타루의 이름은, 리다이얼의 가장 윗 행에 있었다.
(하지만, 뭐라 말해야 좋지...?)
휴대전화의 버튼에 손가락을 댔다가, 손가락을 뗐다가, 다시 손가락을 댔지만 곧 주저했다.
켄 「하아...」
흘러나온 한숨은, 뿔뿔이 부서져 흩어져갔다.
나는 휴대전화를 놔두고, 다다미 위에 쓰러졌다.
그러자...
휴대전화의 착신음이 울렸다.
엎드린 채 팔을 뻗어서, 마루 위의 휴대전화를 잡아당겼다.
한 통의 메일.
발신인은, 호타루였다.
『내일, 6시, 토와리교에서 기다릴게』
단지 한 줄뿐인 짧은 메일.
『알았어』
나는 바로 답신을 보내고, 휴대전화를 잡은 채, 뚜껑을 닫았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모두 다 원래대로 돌아가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의심하지 않았다.
『내일, 6시, 토와리교에서 기다릴께』
호타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귀를 기울여봐도, 들려오는 것은 작은 풍령의 소리 뿐이었다.
8/11
[s] ~ 彼女と橋に續く道 ~
그녀와 다리로 가는 길
붕붕 낮은 음을 내면서, 선풍기가 돌고 있다.
[s]붕붕 낮은 음을 내면서, 선풍기가 돌고 있다.
나는 방의 벽에 기대어 TV를 보고 있었다.
저녁 뉴스시간이었다.
어딘가의 고속도로를 상공에서 내려다본 영상으로, 거기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승용차의 행렬이 비춰지고 있었다.
이른바 『추석 귀향 러쉬』라는 거겠지.
긴 행렬은, 슬금슬금, 슬금슬금, 피로에 지친 뱀처럼 나아가고 있었다.
켄 「자 그럼...」
「슬슬, 나가야겠지...」
나는 일어서서, 선풍기와 TV의 스위치를 끄고, 방문을 열었다.
아사나기장의 현관을 나서자, 토모야가 내 발로 달려들어왔다.
토모야「끄~응♪ 끄~응♪」
「왕왕! 왕왕!」
굉장한 기세로 꼬리를 흔들면서, 토모야는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켄 「어라? 아직, 산보 데려가지 않은건가?」
나는 신군 방의 창문을 들여다봤다.
신군은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의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똑...똑...
양손의 둘째손가락을 써서, 더듬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나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싶다.
『신군!』
불러보려고 했으나... 생각만 하고 그만뒀다.
(그래...)
(토모야를 함께... 데리고 가자...)
나는 날뛰며 도는 토모야에게 목걸이와 줄을 잇고서, 아사나기장의 문을 나섰다.
세차게 토모야에게 끌어당겨지면서, 언제나의 길을 걸었다.
도중, 동서로 나뉘어진 정(丁)자로에서, 토모야는 서쪽을 향하려고 했다.
나는 줄을 가볍게 당겨서, 그를 동쪽으로 유도했다.
토와리교가 있는 방향은, 언제나의 산보코스와는 반대였다.
『내일, 6시, 토와리교에서 기다릴께』
이 페이스로만 가면, 약속시각에는 충분히 맞겠지.
나는 땅거미져가는 동쪽 하늘을 쳐다보면서, 멍하니, 어제 일을 떠올렸다.
「지금은 켄짱이... 멀리, 가버릴 것 같아서...」
그 때, 나는 결국, 아무 대답도 해주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도... 뭘 말해야 할 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오늘, 호타루가 일부러, 나를 토와리교로 불러낸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터이다.
혹시, 그 때와 같은 말을 한다면, 나는 뭐라고 말해야 좋은 거지?
뭐라고 답할 작정이지?
자신도 모른 채, 그저 발만 놀리고 있다.
토모야를 데려온 것도, 실은 그것 때문이었다.
이 개 한마리만으로, 얼마간은 서먹서먹한 공기도 풀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작자 주 : 본래의 번역본에는 빠져있는 문장입니다. 오역의 가능성이 큼)
토모야는 길가의 냄새를 킁킁 맡으며, 때때로, 얼빠진 얼굴로 나를 올려봤다.
정말 애교있는 얼굴이었다.
그런 사소한 몸짓만으로도, 내 맘을 편안하게 하는데는 충분했다.
드디어, 길 앞에 토와리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ㅡㅡ
토모야「왕!」
토모야가 뭔가를 발견하고, 세게 줄을 끌어당겼다.
나는 반사적으로, 강하게 줄을 잡...
...을 생각이었지만, 그 때는 이미, 내 손에 줄은 없었다.
다리위의 목표를 향해, 토모야는 쏜살같이 달려갔다.
나는 당황해서, 그 뒤를 쫓았다.
토모야「왕! 왕왕!」
호타루「이녀석! 갑자기 달리거나 하면 위험하잖아?」
호타루는 토모야의 코앞에 얼굴을 대고, 설교하는 투로 말했다.
토모야「끙♪ 끙끙♪」
토모야는 개의치 않는 모습으로, 장난스럽게 호타루의 몸에 달라붙고 있었다.
켄 「후우, 나참...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간신히 쫓아온 나는, 떨어진 줄을 줍고, 토모야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호타루「... ...」
켄 「... ...」
나와 호타루는, 이유도 없이 얼굴을 마주봤다.
마주친 시선을, 왠지 피할 수가 없었다.
달려온 탓인지, 몸이 몹시 뜨겁다.
관자놀이를 지나며, 땀방울 하나가 흘러내렸다.
호타루「후훗」
호타루는 조용히 웃고, 포켓에서 뭔가를 꺼냈다.
새하얀 실크손수건이었다.
호타루는 내 앞머리를 한 손으로 치우고, 그 손수건으로, 살짝 뺨을 닦아주었다.
켄 「미안...」
호타루「미안이 아니라 고마워잖아?」
호타루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나도 따라서 웃어버렸다.
어쩐지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흡족한 기분이었다.
그 생각을 호타루에게 전하려고 했지만, 잘 말로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때...
토모야「으르릉, 왕!」
토모야가, 짖었다.
토모야는 서쪽 거리 사이로 가라앉고 있는 태양을 보고 있었다.
태양을 향해, 짖었다?
라는 건 아닌 듯 하다.
새빨간 태양을 뒤로, 누군가가 이 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신 「토모야~, 어~이, 토모야~!」
역광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그건 신군의 목소리였다.
호타루「신~군, 여기여기~!」
그 목소리에 알아챈 신군은, 한 손을 들고, 바로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신 「아아, 마침 잘 됐다」
「미안하지만, 같이 찾아주지 않겠어?」
신군은 머리에 흐른 땀을 닦고, 나와 호타루의 얼굴을 교대로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호타루「찾다니... 뭘 말인가요?」
신 「토모야야」
「산보 데려가려고 밖에 나왔더니, 없어서 말야...」
호타루「하?」
켄 「예?」
신 「그러니까~, 토모야가 도망쳐버렸다니까!」
「같이 찾아주라! 응?」
나와 호타루는,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토모야가 뒷발로, 요란하게 머리를 긁고 있었다.
켄 「신군...」
『아래, 아래』ㅡㅡ나는 신군의 발쪽을 가리켰다.
신군은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천천히 눈으로 쫓았다.
신 「... ...」
호타루「... ...」
켄 「... ...」
토모야「... ...」
신 「토모야ㅡㅡㅡㅡㅡㅡㅡㅡ앗!」
「뭐야, 이런 곳에 있었던 거냐~ 너는!」
「요녀석, 요녀석~♪」
신군은 토모야를 안고서,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신 「아하하핫♪ 아하하핫♪」
「웃는 얼굴로 GO! 군침삼키며 GO!」
신군의 가슴에 안긴 토모야는, 기분탓인지 쓴웃음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유쾌한 춤이 끝난 뒤, 나는 신군에게, 토모야를 데려온 사정을 설명했다.
물론, 그 비오는 아침의 일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신 「음음, 이야기는 자-알 알았다」
「그런데 이나켄과 타루타루는, 어째서 이런 곳에?」
호타루「어째서, 냐고 해도...」
호타루는 대답이 궁한 모습으로, 내 눈치를 살폈다.
나도, 어떻게 답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신 「아아, 아니, 내가 묻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는데, 이유따윈 필요 없지. 그건 잘 알고 있어」
「단지,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이런 곳에서 만날 필요는 없는 게 아닐까 하고...」
호타루「이런 곳, 이라니?」
신 「즉... 뭐라고 할까...」
「재수 없잖아? 여기」
호타루「?」
켄 「?」
신 「어레? 설마, 몰랐던 건가?」
「스미소라 쪽에서는, 꽤 유명한 이야기인데...」
「이, 토와리교의 전설」
호타루「토와리교의...」
켄 「전설...?」
신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리의 난간에 양손을 올렸다.
부드러운 저녁의 바람이 솔솔, 카가미천을 따라가는 듯 불고 있다.
여유로운 강물의 흐름은 바다로 이어지고, 바다는 석양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신군은 멀리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눈부신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곧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신 「이 다리 ㅡㅡ토와리교는, 지금에는, 이런 훌륭한 다리가 되어있지만...」
「예전에는 더 작은... 홍수 때 흘러내려가버릴 정도의, 목조의 볼품없는 다리였다」
「자, 바로 아래에, 모래톱이 보이지?」
「이 모래톱을 중심으로 해서, 양안으로 2개의 다리가 걸려있었던 듯 해」
「토와리교라는 이름의 유래도, 아무래도 그것에 있는 것 같아」
호타루「?」
켄 「?」
신 「『登る,波,離れる』해서 『토와리』」
「이 근처에서는 그런 식으로 불렸지만, 실제로는 『토하리』라고 쓰는 쪽이 옳은 것 같아」
「만조가 되어 해면수위가 높아지고 『波(파도)』가 카가미천을 거슬러 『登(오를)』때, 그 파도는 저 모래톱에서 『別離(헤어)』진다」
「사쿠라미네 지방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현상을 『登波離(토와리)』라고 불러왔지...」
호타루「그래서, 토와리교...」
신 「그래...」
「하지만 일설에 의하면, 이 이름에는 하나 더,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고 해」
「즉, 토와리교의 전설 ㅡㅡ그 이야기 자체가 기원이 되어, 이 다리에 이름이 붙여진 게 아닐까? 하는 설이다」
「그럼, 그 전설이란 건, 대체 무엇일까?」
「이건 너무나 슬픈, 사랑의 이야기다...」
신 「때는 正應 4년, 서력 1291년」
「당시, 이 주변 일대를 다스리고 있던 『쿠로카와 타케토시(黑川武利)』라는 남자...」
「이 남자에게는, 정처인 『후지코』와, 애인인 『키요코』가 있었다」
「그 해 여름, 호우가 계속 내리던 어느날 밤, 애인인 키요코는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
「계획, 이라고 해도, 그런 엄청난 건 아냐」
「정처인 후지코를, 몰래 다리 위로 불러내서 수면이 불어난 강 속으로 빠뜨려버리려고 꾸몄다」
「그러나, 그 계획의 직전...」
「다리 위에 도착한 후지코는, 곧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거기서 후지코는, 품에 숨기고 있던 실과 바늘로, 후지코의 기모노 소매와, 자신의 소매를, 몰래 꿰매어 두었다」
「곧이어 두사람은 말싸움을 시작하고, 키요코는 계획대로, 후지코를 빠뜨리려고 하자...」
「그러려 했지만, 둘의 기모노가 엮어져있었던 탓에...」
「결국은, 후지코와 함께, 키요코도 격류 안으로 삼켜져버리고 말았다」
「남겨진 타케토시는, 나중에 출가해서 린쇼우사(林鐘寺)를 만들어, 두 사람의 영을 위로했다고 해」
신 「『토와리교』... 『十針』의 『橋』라고 써서 『토와리교』」
「두 사람의 기모노가 『十針(열바늘)』꿰메어져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도 몰라」
「이게, 토와리교에 얽힌 전설이자, 또 하나의 다리 이름의 유래다」
이야기를 끝낸 신군은, 조금 쓸쓸한 얼굴을 했다.
호타루는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몇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호타루「헤에~, 그런 전설이 있었다니, 전혀 몰랐었어」
켄 「확실히,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군요...」
신 「그렇지?」
「그러니까 이나켄과 타루타루가,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뭐랄까... 그...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말야」
「뭐, 옛날이야기라고 해버리면, 그것뿐이지만...」
켄 「... ...」
신 「그런 것으로...」
「슬슬 나, 바이트 가지 않으면 안되니까」
「이대로 여기에서 버티고 있으면, 누군가씨에게 빠뜨려져 버릴지도 모르고...」
그렇게 말하고, 신군은 토모야의 줄을 가볍게 당겼다.
신 「그럼, 이나켄! 타루타루!」
신군과 토모야가 없어져버리자, 묘하게 거북한 공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호타루의 시선은, 안정을 잃고 허공을 떠돌고 있다.
나도, 어쩐지 안절부절 못하고...
이 침묵이, 이래봐도 저래봐도 견딜 수 없어져서...
무난한 화제를
★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내기로 했다.
켄 「저기, 호타루」
호타루「응?」
켄 「이제 와서 말하기도 그렇지만...」
「...어쩐 일이야?」
호타루「에?」
켄 「즉... 어째서 여기로, 불러낸 걸까~ 하고 생각해서...」
호타루「아, 아아... 그건...」
「이제 끝났으니까, 됐어」
켄 「?」
호타루「켄짱의 얼굴이... 보고 싶었어...」
「그냥, 그것뿐」
켄 「그런가...」
호타루는 부끄럽게 웃음을 지으면서, 시선을 피했다.
다시 찾아든 침묵...
하지만 이번 건, 아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분좋은 침묵이었다.
호타루가 말한 순간, 주변의 경치가 확 하고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쪽 거리 사이로, 태양이 천천히 가라앉아간다...
나와 호타루는, 어느쪽부터인지도 모르게 서로 다가서서, 사라져가는 태양을 보고 있었다.
결국, 그 뒤도, 거의 아무 말 하지 않고, 우리들은 각자 집으로 갔다.
아무래도, 그 비오는 날의 일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일과성이었던 것이 틀림없다.
예를 들자면, 압축된 용수철에 튕겨나는 것 같은 것으로...
늘어나버린 그 용수철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힘이 작용하는 거였다.
물론 그 장소가 토와리교의 위였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 다리 위에서 시작했던 사랑은, 이 다리 위로 돌아오려고 하는 거겠지.
재수가 없건 어쨌건, 우리들에게 있어서, 좌우지간 이 다리는 소중한 장소였다.
호타루가 만날 장소를 여기로 선택한 건, 그것을 알아차리게 하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 彼女の端へ續く未知 ~
그녀의 끝으로 이어지는 미지
내가 아사나기장 부지의 입구에 도착하자 말소리가 들려왔다.
[s]내가 아사나기장 부지의 입구에 도착하자 말소리가 들려왔다.
?? 「아아, 거기 너」
켄 「네?」
?? 「잠깐 괜찮겠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켄 「하아... 저기, 지금부터 나가봐야 해서, 조금」
귀찮아서,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 「그렇게 시간을 뺏진 않아. 금방 끝내지」
켄 「그런가요? 그럼...」
하지만, 대체 그는 누구지.
본 바로는, 30대 중반 아님, 후반쯤, 그정도의 어른 남성이다.
옷차림은 깔끔하다. 위아래로 비싸보이는 신사복 한 벌을 입고 있으며, 머리는 올백으로 넘기고 있었다.
?? 「아아, 나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야」
스스로 수상하다고 칭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정연한 분위기가, 반대로 왠지 부자연스러운 인상을 남긴다.
아무래도,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 싶다.
?? 「이걸」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건, 명함과, 한 장의 사진이었다.
받아든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宇和島眞紅』
우와지마...?
그리고 나는, 다음 사진을 봤다.
켄 「... ...!?」
우와지마「실은, 사람을 찾고 있다」
「이 여성인데... 이 근처에서 본 적 없나?」
켄 「... ...」
나는 말없이 있었다.
사진에 찍혀있는 건, 수년 전이었는지, 조금 젊어보이긴 했지만...
우와지마「미나미 츠바메... 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모르겠나?」
켄 「...예, 모르겠습니다」
나는 또 거짓말을 했다.
상대가 누구인지, 선생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사정을 모르는 이상, 사실을 말하는 건 상책이 아니다.
직감이긴 했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우와지마「그런가...」
「혹시 발견하면, 이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해주길 바라네」
「그럼, 실례하지」
우와지마라는 남성은, 떠나갔다.
다시 한 번, 명함을 확인한다.
『우와지마 신쿠(宇和島眞紅)』
명함에는, 이름과 연락처만이 적혀있었다.
신쿠... 보기 힘든 이름이로군.
이면은...
『UWAZIMA?SINKU』
영문으로 되어있긴 했지만, 같은 내용이었다.
선생을 찾고 있는 건가? 왜? 무엇때문에?
(설마...)
(초능력개발같은 건 아니겠지...)
8/12
[s]~ 流れる白と悲創の調べ ~
흐르는 백색과 비창의 선율
둘째 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s]둘째 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크게 기지개를 펴면서 교실을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통과하는 곳 부근에 다다를 무렵, 미세한 피아노소리가 귀에 닿았다.
(그러고 보니, 2차예선... 내일이었었지...)
왠지 모르게, 호타루가 신경이 쓰인 나는, 가볍게 상태를 보러 찾아가기로 했다.
호타루가 가장 좋아한다고 했던 곡 ㅡㅡ베토벤의 비창이 흐르고 있었다.
호타루는 아직, 나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켄 「호타루?」
호타루「앗,켄짱! 왠일이야?」
호타루는 피아노를 치면서, 내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켄 「아니, 특별한 용건은 없지만...」
「2차예선, 내일이잖아? 그래서, 상태는 어떨려나~ 하고 생각해서」
라고 말한 순간, 호타루는 딱, 손끝의 움직임을 멈췄다.
진지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호타루...
입을 열었다가, 말이 막히고, 갈 곳을 잃은 손바닥으로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호타루「저, 저기? ...켄짱」
「호타루, 콩쿨에 나가는 거, 그만둘까 하는데...」
켄 「에엣!?」
「왜 갑자기, 그런 걸...?」
호타루「하지마안...」
「왠지 그냥, 나가고 싶지 않아졌는 걸...」
켄 「왠지 그냥~!?」
「그런 이유로 출장을 사퇴하는 녀석이, 어느 세계에 있냐!?」
호타루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앞에 와서 섰다.
호타루「켄짱은, 호타루가 출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켄 「나는...」
호타루「?」
켄 「나는, 관계 없는 거 아니냐」
「이건 호타루의 문제니까...」
호타루「하지만 켄짱, 지금 화냈잖아?」
켄 「화같은 거 안 냈어」
「단지 『왠지 그냥』같은 이유로 사퇴하는 건, 잘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
「알겠어? 호타루」
「호타루가 1차예선에 통과했다는 것은, 그 대신에 떨어진 사람이 있다는 거잖아?」
「그 사람은, 2차예선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어...」
「혹시 지금쯤, 너무 분해서, 피아노 앞에 엎드려 울고 있을지도 몰라」
「조금은 그런 사람들도, 생각해보면 어때?」
호타루는 풀이 죽은 듯 어깨를 떨어뜨렸다.
꾸중들은 아이처럼, 슬픈 듯이 시선을 숙이고 있다.
호타루「응... 그렇구나...」
「그럼 역시, 나가기로 할께...」
켄 「저, 저기 말야, 호타루...」
「전에도 물었었지만, 왜 호타루는, 콩쿨에 나가려고 생각했어?」
「그 때는, 『자신도 모르겠어』라고 답했었는데...」
호타루「그건... 지금도 몰라」
「어째서지...?」
「좋아하니까...」
「피아노를 좋아하니까... 콩쿨에 나가려고 생각했어... 그걸론 안될까?」
켄 「안되는 건, 아니지만...」
호타루「그럼 켄짱은, 어째서 축구 대회에 출장한 거야?」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 그냥 그것만이 목적이었어?」
켄 「으~음...」
「그렇게 들어보니, 확실히...」
「물론 시합에서 이기는 게, 최우선 목적이었지」
「하지만 시합을 하는 것, 그 자체도 하나의 목적이었을지도 몰라」
호타루「그치?」
「켄짱은 축구를 좋아하니까, 축구 시합에 나갔다」
「호타루는 피아노를 좋아하니까, 피아노 콩쿨에 나갔다」
「그런 거라고 생각해, 분명...」
말하면서, 호타루는 가슴팍의 리본을 풀었다가 묶었다가 하고 있었다.
묶기를 끝낸 손을 떨어뜨렸을 때, 리본이 약간 기울어져있는 걸 눈치챘다.
나는 리본을 양손으로 잡고, 가볍게 양쪽으로 꽉 당겨서, 그 형태를 바로잡아 주었다.
호타루는 고개를 숙이고, 리본을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호타루「고마워」
생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갑자기...
호타루「저기, 켄짱! 잠깐 와봐 와봐!」
호타루는 내 팔을 꾹 잡고서, 피아노 앞으로 데려갔다.
호타루「켄짱은, 피아노... 좋아?」
★ 좋아
싫어
|
켄 「좋아하긴 하지만...」
호타루「쳐보고 싶구나~라던가 생각하거나 한 적 없어?」
켄 「응, 생각만이라면...」
호타루「좋아요! 그럼 호타루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지!」
켄 「엥? 뭐야? 갑자기...」
호타루「됐으니까 됐으니까, 자, 여기 앉을래?」
켄 「하지만...」
호타루「아까의 답례, 같은 거니까」
켄 「답례?」
호타루「리본, 고쳐줬잖아?」
이렇게 해서, 반쯤은 강제적으로, 나는 호타루선생님한테 피아노 레슨을 받게 되었다.
눈앞에는, 호타루가 연습때 쓰고 있는 『비창』의 악보가, 몇장인가 있다.
뭔가 이런저런 색의 펜으로, 나에게는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호타루「엄지손가락이 첫번째 손가락이다?」
호타루는, 악보 위에 적힌 숫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호타루「엄지손가락이 1이고, 그리고 순서대로... 새끼손가락이 5. 알았어, 켄짱?」
「그러니까, 이 악보를 오른손의 1로 치고, 여기서 4로 바꾸는 거야」
「여기서 손가락을 옮겨서...」
나는 들은 대로, 손가락을...
움직일 노력만큼은 하고 있어볼 셈이었다...
호타루「정말~, 몇번 말해야 알겠어?」
「2,3,2가 아니라, 1,4,3이라니까~」
켄 「엄지, 약지, 중지잖아? 알고 있어, 알고는 있지만...」
손가락이 엉켜버릴 것 같다.
호타루「아니야아니야, 그 쪽은 왼손의 1이야. 음계가 내려가서 하나, 둘, 셋...」
「그~러~니~깐!」
「그건 4! 이쪽이 3!」
「하아...」
깊게 한숨을 쉬면서, 호타루는 머리를 감싸고, 그 자리에서 웅크려버렸다.
켄 「역시, 나에게는 무리야. 재주가 없으니까...」
호타루「그렇지 않아! 켄짱이라면, 꼭 할 수 있다니까」
「호타루가 보증해!」
호타루는 일어서서, 내 손을 꽉 잡았다.
켄 「어째서 그렇게 확신을...?」
호타루「왜냐면, 켄짱의 손가락, 로만틱한 형태를 하고 있는 걸」
켄 「로만틱~?」
나는 내 손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로만틱한 형태란, 어떤 형태지?
그리고, 로만틱한 형태를 하고 있는 손가락은, 정말 피아노를 치는데 효과가 있는건가?
켄 「하지만, 벌써 20분이나 연습했는데, 아직도 5소절째잖아?」
호타루「『아직』20분밖에 연습을 안했는데도, 『벌써』5소절까지 나갔잖아~」
「이 페이스대로 나가면, 앗하는 사이에 호타루따윈, 따라잡아 버릴거야」
켄 「그, 그럴까...」
절대 무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겉치레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가슴 안에는 정체불명의 충동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혹시, 나는 다음 순간에는, 정교히 건반을 두드리고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불가사의한 예감이, 펄펄 솟아올라왔다.
호타루「자, 그럼 마음을 다잡고... 한번 더 가볼까?」
나는 호타루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크게 심호흡을 반복하며...
살짝, 하얀 건반에 손을 댔다.
호타루「ㅡㅡ아니야~앗!」
「맨 처음의 음은 D가 아니라 C잖아~!」
내 예감은, 착각이었던 듯 싶다.
켄 「역시, 무리라구...」
호타루「무리 아냐!」
「어째서 그렇게, 바로 포기해버리는 걸까나?」
켄 「사람에게는, 어울리는 것과 안 어울리는 게 있어」
켄 「새콤달콤한 냄새가 나네요」
시즈루「그래. 딸기라던가 라즈베리라던가, 그런 게 들어있으니까」
시즈루상은 종이접시에 서머푸딩을 올려놓고, 스푼을 곁들여 나에게 건넸다.
시즈루「자. 사양말고」
켄 「잘 먹겠습니다」
천천히 한 입, 맛을 봤다.
켄 「음... 아! 맛있다! ...어째서 이걸론 안되는 건가요?」
시즈루「조금 있지. 산미가 너무 강하려나 하고 생각해서. 다시 조금 배합을 바꿔보고 싶어」
켄 「이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더운 곳을 걸어온 탓인지, 산미가 있는 이 디저트는 혀에 좋은 느낌이었다.
켄 「...조금 더, 집어도 괜찮을까요?」
시즈루「후후, 마음대로」
나는 접시에 올려져있던, 붉은 디저트를 와구와구 먹었다. 잘 모르겠지만, 좋은 냄새가 나서, 많이 먹고 싶어지게 되는 맛이었다.
시즈루「켄군을 보고 있으면, 옛날에 읽었던 외국 이야기에 나왔던 남자가 생각나버려」
★ 상상해본다
켄 「... ...」
나는 왠지 모르게 특촬같은 것에 나오는, 식욕과 개그 담당 캐릭터의 모습을 상상해 버렸다.
와작와작 푸딩을 먹는다.
먹는다. 오로지 먹는다.
그리고 먹는다.
켄 「...으ㅡ음」
이 이상 그런 걸 상상하고 있으면, 먹고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되어버릴 것 같다.
나는 옆에서 푸딩의 설명을 계속하고 있던 시즈루상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즈루「그 이야기에는 나쁜 마녀가 있어서, 네 명 형제 중 한 남자애한테, 나쁜 애가 되어버리는 푸딩을 먹인 거야」
켄 「헤에」
시즈루「그걸 먹어버리면, 어떻게 해서라도 계속 먹고 싶어지지만, 두 번 먹으면 죽어버린대」
시즈루상은 웃으면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해 줬다.
시즈루「추가 사양할 거 없어」
어느 샌가 접시를 비워버린 듯 하다.
켄 「아, 잘 먹겠습니다」
나는 말하자마자 달콤한 디저트를 먹었다.
담백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술술 들어간다.
아까의 이야기도, 이 맛있는 것 앞에서는 보다 더 공복에 박차를 가하는 효과밖에 없다.
시즈루「더 먹을래?」
켄 「아, 감사해요」
사양말고 받자.
시즈루「...아」
거의 비어버린 접시를 보고, 시즈루상은 곤란한 듯한 얼굴을 했다.
모르는 사이에, 나는 전부 먹어버린 것 같다.
시즈루「내가 먹을 몫, 잊어버렸다...」
켄 「죄, 죄송해요. 조금이라면 남았는데... 먹다 남았지만요」
시즈루「그럼, 한 입 먹어볼까」
시즈루상은 내가 지금까지 쓰던 스푼을 들고, 조금밖에 남지 않은 서머푸딩을 입에 넣었다.
켄 「앗」
스푼이, 시즈루상의 입으로 들어갔다. 은색의 스푼이, 햇빛에 반사되어 묘하게 눈부셨다.
시즈루「으-응... 좀 더 그랑베리를 줄이는 쪽이 좋을지도」
잠시간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나를 눈치챈 모습도 없이, 시즈루상은 진지한 모습으로 맛을 검증하고 있었다.
나는 시즈루상의 체크가 끝나길 기다렸다.
시즈루「이전보다는 전진, 이라는 느낌이네」
켄 「맛있었어요. 또 먹어보고 싶네요」
시즈루「그럼, 또 맛을 보이고 싶을 때는 부탁할께. 완성하면 호타루랑 둘이서 먹어줘」
켄 「네.」
시즈루「되도록 빨리 완성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게 되버리는 걸」
확실히 여름이 지나가버리면, 서머푸딩이라는 간판이 거짓말이 된다, 고 생각한다.
시즈루「어쩐지... 올해 여름은 덥네. 서머푸딩에는 딱 어울리지만」
올해는 수험도 있는데, 왠지 묘하게 더워서 견딜 수가 없다.
켄 「바다라도 가서 시원해지고 싶네요」
시즈루「정말로」
특히 이런 더운 날이라고 하면 한층, 그런 느낌이다.
태양은 훨씬 전에 중천을 지나쳤을 텐데, 아직도 전혀 햇빛은 누그러질 기색이 아니었다.
켄 「목, 마르지 않나요? 케이크 대접받은 답례로, 마실 거라도 사겠습니다」
시즈루「에, 괜찮아?」
켄 「물론. 그 정도는 하게 해 주세요」
시즈루「그럼... 차가운 녹차를 부탁해」
내 몫의 콜라와 함께, 시즈루상의 녹차를 사서 돌아왔다.
켄 「기다렸죠」
종이컵이 앗 하는 사이에 땀을 흡수해간다.
별로 엎지른 것도 아닌데, 끈적끈적하게 되어가는 컵을 시즈루상에게 건넸다.
시즈루「잘 먹겠습니다-」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시즈루상은 컵에 입을 댔다. 꿀꺽꿀꺽 가볍게 목이 움직인다.
시즈루「안 마셔?」
켄 「...아」
시즈루「콜라, 김 빠져버리겠어」
켄 「옷, 그럼」
나는 어수선하게 컵에 입을 댔다.
탄산이 톡하고 입안을 쏘자, 방금까지 입 안에 있던 새콤달콤한 맛과 냄새가 씻겨가버렸다.
켄 「어라?」
새콤달콤한 냄새가 입안에서 사라지자, 시즈루상한테서 다른 향기가 나는 것을 알아챘다.
시지 않은 달콤한 냄새.
어딘가에서 비슷한 냄새를 맡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코에서 숨을 킁킁대고 있는 걸 본 시즈루상이, 곤혹스런 눈을 나에게 향했다.
시즈루「왜 그래? ...이런, 혹시 땀냄새? 꽤 조심할 생각이었는데」
켄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시즈루상, 뭔가 묻혔어요?」
시즈루「에? 아아...과연」
납득한 것처럼 시즈루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즈루「향수야. 이전에 쇼핑갔을 때 한눈에 매료되서... 아, 냄새니까 『한눈에』는 아니겠네」
켄 「무슨 냄새인가요?」
시즈루「가데니아... 치자나무야」
약 한 달정도 전에, 길을 걸을 때마다 달콤한 냄새를 발하던 치자나무의 냄새.
말을 듣고 나서 알아차렸다.
진짜 치자나무는 머리를 아프게 할 정도의 강한 냄새였지만, 시즈루상에게서 흘러오는 냄새는 좀 더 엷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켄 「저는 좋아해요. 이 향기」
시즈루「정말? 다행이다...」
시즈루상은 요란하게 보일 정도로 안심하고 있었다.
켄 「평판 나쁜가요?」
시즈루「어제 아버지가『화장실의 방향제냐?』라고 그런 소릴 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정말 실망이야」
아저씨 세대라면, 그런 사람도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딸의 마음에 든 향수에 대해서라면, 꽤 한심한 코멘트다.
켄 「제 중학교 때 담임도, 민트 아이스크림을 치약맛이라고 했었고, 그런 세대 아니겠어요」
시즈루「그, 그렇네」
응응, 하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시즈루상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봤다.
시즈루「...있잖아, 정말로 좋은 냄새?」
으, 음.
시즈루상이 이런 성격이었던가.
켄 「시즈루상, 그다지 칭찬에 익숙해지지 않으셨나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주 호타루가 시즈루상을 완벽한 사람 같다고 말했으니까,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쩐지 묘하게 믿을 수 없어 보인다.
시즈루「응, 평소에는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있지... 대단히 압력에 약하다고나 할까, 헐뜯기면 움츠러들어버려」
시즈루상은 곤란한 듯이 웃었다.
켄 「너무 다른 사람을, 신경써봤자 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좋다고 생각해주는 사람도 있을테고」
시즈루「켄ㅡ군... 좋은 말이야」
시즈루상이 갑자기 내 머리를 껴안았다.
켄 「우왓!」
(윽, 가슴이 닿았다...!)
시즈루「아, 안돼!」
시즈루상이 당황하며 물러났다.
평소부터 호타루에 대해서, 머리를 쓰다듬거나 껴안고 있는 거겠지.
하복이니까 당연히 얇은 천의 옷에 그 일을 당하자, 남자로서는 상당히 곤란하다고 할까, 기쁘다고 할까, 말로 하기 곤란한 게 있다.
(신군한테 말하면 얻어맞겠구만...)
켄 「아, 아하하하...」
시즈루「미안해. 왜 그런지 켄군을 보고 있으면 친근감이 솟아나버려, 그만. 호타루의 남자친구라 그런걸까」
켄 「왠지 그거, 제가 '어린애의 사위이니 어린애인 것도 당연' 이라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시즈루「아, 그런 느낌」
...뭐라 코멘트해야 좋은 거지.
헤매고 있는 사이에, 시즈루상은 척척 짐을 정리해갔다.
시즈루「오늘은 잘 먹었습니다」
켄 「저야말로. 맛있는 케이크, 대접 감사합니다」
시즈루「오래 전부터 있지, 계속 먹고 싶게 되는 과자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그렇게 먹어주면, 정말로 기뻐」
「그래서, 그 마녀의 이야기, 언제나 부럽게 생각했어. 켄군이 맛있게 먹어주니까, 떠올라버렸네」
시즈루상은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켄 「저라도 좋다면, 언제라도」
시즈루「후훗, 고마워. 약속이야」
시즈루상의 웃음이 화사해졌다.
(계속 먹고 싶게 되는 과자인가... 시즈루상답구나.)
나는 멀어져가는 시즈루상의 뒷모습을 눈으로 전송하고 있었다.
비상
쇼타 「켄... 미안, 잠깐 괜찮겠냐」
[s]
수업이 끝난 뒤, 말이 걸려왔다.
켄 「...쇼타?」
그저께, 내 방에서 다퉈버렸으니까, 아무래도 말을 하기가 괴로웠지만...
저 쪽에서 말을 걸어주리라고는.
쇼타와 나는 말없이 교실을 나가서, 부실로 향했다.
주변에는 우리들 이외에, 아무도 없었다.
켄 「무슨 일이야, 쇼타?」
켄 「에?」
쇼타 「네 방에 놀러갔을 때 말이다. 어쩐지... 머리에 피가 몰려버려서...」
「아ㅡ아, 왜 그렇게 되어버린건지... 미안하다」
켄 「괜찮아. 이쪽이야말로... 미안했다」
켄 「거창하구만」
쇼타가 내민 손을, 나는 가볍게 잡고 흔들었다.
켄 「아, 그런가... 그럴 셈, 아니었는데」
쇼타 「켄은, 무슨 일이라도 능숙한 것처럼 보이는데, 어쩐지 그런 면에서는 미숙한데」
켄 「...쇼타?」
켄 「싫은 일...?」
쇼타 「아사나기장. 옛날, 거기에서 잠깐 했던... 다툼이 있어서」
켄 「...처음 들었어, 그런 이야기」
쇼타 「응? 그랬었나? 뭐, 됐나. 이야기해 줄까...」
그라운드에는, 축구부원들이 염천하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었다.
「연상의 사람이었어」
「같이 논 적이 있지. 아사나기장의 근처에서」
「사슴차도 타거나 하고. 지금보다 충실한 데이트를 했었군, 나」
「동경했었어. 그 때」
「그녀에게 나는... 꿈속 같았어」
켄 「어지간히 좋아했었구나」
쇼타는 눈을 가늘게 하면서,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그다지 본 적 없는, 부드러움과 사랑을 품은 얼굴이었다.
켄 「... ...?」
쇼타 「나는 지키려고 했다. 꼬맹이인데도 말이지. 대항하려고 생각했어」
「무모하게 돌진해서, 때리고, 얻어맞고...」
「그것을 그녀는, 슬픈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길 리 없는 싸움을 걸어서... 무참히 당하고」
「아버지가 그녀를 데려가고... 그 때 이후로 계속, 그녀를 만나지 못했어」
켄 「그랬었나...」
ㅡㅡ미야타 리에의 일인가.
이런 뒷이야기가 있었다니, 몰랐다.
쇼타가 그렇게까지 빠진 것도, 괴로운 사랑을 하고 있던 것도.
켄 「... ...」
켄 「에? ...아, 아아」
쇼타 「뭐, 청춘이었던 때의, 한 때의 혈기로 생각하고 웃어넘겨줘」
켄 「청춘이었던 때에... 늙은이처럼 말하네 그래」
켄 「하하하하...」
나와 쇼타는, 한바탕 웃어제꼈다.
켄 「그래」
쇼타 「아, 맞다. 야, 이나켄」
켄 「뭔데?」
쇼타 「어쩐지 아사나기장의 주변에, 좋은 냄새 나지 않냐?」
켄 「...좋은 냄새?」
쇼타 「뭐라고 할까. 그게, 감귤류의」
켄 「녹나무지」
쇼타 「아아, 그래그래, 그거다」
켄 「전혀 감귤류와는 달라」
쇼타 「그래?」
켄 「쇼타는 냄새음치로군」
켄 「하하하하」
켄 「에? 아,아아... 호타루의 일이라던가?」
켄 「우와! 그건 무리야!」
쇼타 「약속을 깨면, タモル의 ヅラ를 훔쳐오는 벌」
(譯: 또 나왔다 --;)
켄 「그 건 더 싫 습 니 다」
쇼타 「오, 나오셨구만 쿠이쿠이성인!」
켄 「하,하하하하...」
언제나처럼 바보같은 이야기를 한다.
거기에는, 어제까지 있었던 마음의 응어리는 느낄 수 없었다.
반동
쇼타와 헤어진 나는, 사쿠라미네역으로 이어진 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s]
그러자...
?? 「어~이! 켄~짜앙! 기다려~어!」
도중에서, 귀에 익은 언제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볼 것도 없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탁탁 아스팔트를 두드리는 발소리.
호타루는 숨을 헐떡이면서, 내 옆에 모습을 보였다.
켄 「응」
「이랄까 벌써, 함께 돌아가고 있고...」
나와 호타루는 나란히, 길을 내려갔다.
걸으면서, 호타루의 왼손에 눈을 댔다.
검지에 붕대는 감겨있지 않았다.
호타루의 말대로, 그 때의 상처는, 걱정할만한 건 아니었던 듯 싶다.
켄 「응?」
호타루「어제 말야, 미나미선생님하고, 이야기했지?」
켄 「응...」
「응? 어떻게, 아는 거야?」
호타루「음악실 창에서, 보였으니까...」
켄 「뭐라니... 별로, 흔해빠진 이야기였어」
호타루「흐~응...」
「그래서? 그 흔해빠진 이야기란 건, 어떤 이야기야?」
켄 「호흡하는 걸 자각하지 않는다던가, 호흡하는 걸 지나치게 의식한다던가 ... 그런 이야기, 였다고 생각해」
켄 「아니, 나도,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켄 「다른 거? 다른 거... 다른 거라...」
「그리 길게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기억나는 건, 그 정도려나?」
나는 호타루의 얼굴을 힐끗 봤다.
호타루「저기저기? 미나미선생님은, 몇 살이셔?」
켄 「... ...」
호타루「모르는 거야?」
켄 「응, 몰라...」
「그런데, 그런 걸 물어서, 어쩌려고?」
「선생님은, 생각하는 거나 성격이나, 그런 건 어른스러운 느낌이지만, 겉모습은 상당히 젊잖아?」
「그래서, 정말은 몇 세알까, 라고 생각해서...」
켄 「작년에, 대학을 졸업했다고 들었었는데?」
호타루「그럼, 스물 세살인가」
켄 「그렇게 결정된 건 아니잖아?」
「생일에 의해서도 바뀌고, 재수했던 걸지도 모르고...」
호타루「으-음...하지만, 어느 쪽이라고 하든, 연상이란 게 바뀌지는 않는 거네」
켄 「호타루, 왠 당연한 걸, 묻고 있는 거야?」
호타루는 한순간 멈춰섰다가, 바로 나를 쫓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켄 「?」
켄 「뭐야... 뭘 화내는 거냐...」
호타루「화같은 거 안 냈는 걸!」
켄 「... ...」
켄 「숨기는 거?」
「아마...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어째서 켄짱의 입술, 그렇게 부어있어!?」
켄 「입술~?」
나는 내 입술에 손을 대봤다.
확실히, 평상시에 비해서는, 약간 입술이 두터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켄 「ㅡㅡ앗!」
「과연 그랬구만...」
「하핫, 하하하하하하하하!」
켄 「호타루, 뭔가 착각하고 있어」
「이건 말이지, ヤンギンジャン엑기스라던가 뭐라던가 하는 걸 마셔버려서 그래」
「뭐, 뭐야, 그거! 뭐야 그, 괴이한 액체는!?」
켄 「호, 호타루...」
「너 대체, 뭘 상상하고 있는 거냐?」
마침 그 때, 사쿠라미네 방면으로 가는 열차가 홈에 들어왔다.
나는 서둘러 표를 사서, 호타루와 함께 사슴차에 올라탔다.
호타루는, 내 입술의 감촉이 마음에 든 듯, 몇번이고 몇번이고 거길 손대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 호타루의 웃음을 보면서...
왠지 문득, 그저께, 부실에서 들었던 쇼타의 말을 떠올렸다.
끌어당기고 있는 건가? ...혹은, 다른...
명랑쾌활
후우, 어떻게든 제 때 맞춘 것 같다.
[s]
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일하러 갔다.
플로어에 들어가자, 메구미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의 메구미짱은, 꽤 기운차 보인다.
같은 시기에 들어왔다는 점도 있어서, 왠지 질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신 「포테이토 사라다를 2ㅡ5, 콜라와 오렌지쥬스가 4ㅡ5」
켄 「네!」
트레이에 완성된 요리와 마실 것을 올려놓고 걷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켄 「네!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천천히 즐기시길!」
물론 웃는 얼굴도 잊지 않는다.
신 「슬슬 익숙해지지 않았어? 둘 다?」
켄 「그렇네요. 이만큼 바빠서는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되니까」
신 「그런데 메구미짱도 오늘은 팔팔하네」
켄 「가능하면 만나고 싶지 않은 걸~」
일이 끝난 뒤, 여기서 잡담을 나누는 일이 많다.
신군과 나는 전부터 알고 있었고, 메구미짱도 나이가 비슷한 우리들과는 역시 말하기 쉬운 모양이다.
켄 「아, 그런가. 응, 수고했어」
내 이전 어드바이스의 답례를 들을 수 있을 지도, 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뭐, 어쨌거나 기운을 차려서 다행이다.
켄 「그럼, 슬슬 우리들도 돌아갈까요」
[s]
~ 螢火 ~
반딧불
호타루「있지 켄짱, 어제 『생물대기행』 봤어?」
[s]
켄 「응? 봤는데, 왜 그래 갑자기?」
호타루「여름 생물의 특집이었었는데...」
그 때, 관광객인 듯한 한 무리가 옆구리를 지나쳐갔다.
분주하게, 뭔가를 외치고 있었다.
남1 「어이, 뭘 얼간이같이 있는 거냐. 냅두고 와」
남2 「뭐야, 모처럼 한 대 피려고 생각했는데」
...훗
켄 「!?」
달려가던 남자들쪽에서 돌연, 뭔가가 우리 눈앞에 날아왔다.
간발의 차이로, 그걸 피했다.
툭하고 우리앞에 떨어진 그건, 불이 막 붙은... 담배였다.
호타루「... ...」
놀랐기 때문인지, 호타루는 경직되어 있었다.
켄 「이... 이봐! 위험하잖아!」
나는 무의식중에, 남자들의 등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남1 「...앙? 뭐냐 꼬맹아, 용건은 간단히」
남자는 천천히 돌아봤다.
켄 「뭐야가 아냐, 델 뻔 했다구!」
남1 「그래서 어쨌는데? 사과받길 원하는 거냐?」
켄 「...큭」
남1 「어이, 너도 뭔가 말해줘라」
남자가 데려온 또 한 명을 재촉했다.
남2 「이거 실례, 아아,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아가씨... 크하하핫」
호타루「... ...」
남2 「뭐냐. 너같은 꼬맹이에게 볼 일은 없어. 지금부터 팔팔한 여자를 겟하러 가는 거니까」
남1 「바보는 냅두고, 얼른 가자구」
남2 「아아. 좀 더 길가로 다녀라 바-보야」
켄 「... ...」
남자들은 가 버렸다.
나는 말없이, 담배불을 신발로 밟아 껐다.
호타루「... ...」
켄 「호타루... 괜찮아, 호타루?」
호타루「...에?」
내 목소리에, 간신히 호타루의 경직이 풀렸다.
켄 「그럼 괜찮지만... 뭐냐 저 놈들은」
「저런 놈들이 바닷가에 있으니까, 신군도 열받아하는 거로구나」
켄 「응?」
호타루「담배. 호타루, 담배 싫어」
켄 「아아, 전에도 그렇게 말했었지」
호타루「담배도 그렇지만, 매너없는 사람이 싫어」
「일부러 내 앞까지 와서, 후우우~~~~웃... 하고, 연기를 내뿜었다구」
「그런 주제에, 『관악기를 하는 사람은 저처럼 담배를 피우면 안됩니다. 악기가 더러워집니다』라던가, 그럴 듯한 얼굴로 말했다니까」
「그건 역시 싫었어~...」
켄 「싫어해? 그 교수」
켄 「?」
「피아노가 최고인 교수가 최저의 매너라면, 환멸하는 게...」
호타루「그거는 그거. 이거는 이거」
호타루「그런 거야!」
호타루의 말은, 때때로 잘 알 수가 없다.
호타루「뭐, ...저런 작은 불을 휘두르거나, 날리거나 하는 건 위험해. 켄짱도 아까, 깜짝 놀랐지?」
켄 「그렇구나」
단지, 호타루의 놀란 정도는 보통이 아니었던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무리도 아니지.
호타루는 불이 싫은 거다.
어릴 적, 향불을 손으로 잡았다가,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는 듯 하다.
그 자국은, 지금도 엄지손가락의 한쪽 구석에 남아있다.
트라우마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켄 「폭죽도 고역이라고, 언젠가 말했었지」
켄 「아니, 괜찮아. ...어라? 그렇다는 건 불꽃놀이대회도 안되는 건가」
켄 「자, 아시카시마에서 있잖아. 24일에」
켄 「...어라」
「불꽃은 안되는 거 아니었어?」
「작은 폭죽마냥, 위험하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고...」
「불꽃놀이대회, 켄짱하고 같이 보고 싶어라아」
「밤하늘 가득히 펑, 하고 울리고, 빛나고, 아름다울 거야~...」
「둘이서 본다면... 더욱 아름답겠지?」
켄 「그건... 그런가?」
켄 「?」
호타루「콩쿨, 혹시 예선 통과하면...」
켄 「아아, 그런가. 그 때는 바빠지겠네」
켄 「...어이, 잠깐 기다려」
켄 「무슨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피아노 결승과, 불꽃놀이대회」
「한 알에 두가지 맛, 이란 거로구나?」
켄 「그건... 글쎄」
켄 「그런데, 오늘은 몇시쯤까지 연습이야?」
호타루「에-또... 켄짱은?」
켄 「오후에는 수업이 둘 있으니까... 4시 정도이려나?」
「켄짱하고 같이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그렇군...
기다리면 되는 거지...
켄 「그럼, 수업 끝나면, 데리러 갈게」
「내가 갈 때까지, 피아노 연습하고 있으면 되니까」
그럼, 나도 교실로 가야겠지...
야상곡
4교시째의 수업이 끝나고, 나는 약속한대로 음악실에 찾아왔다.
[s]
호타루는 교실의 책상에 뺨을 대고, 멀거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켄 「왜 그래? 뭘 나른해 해?」
켄 「하지만, 어쩐지 기운없어 보였는데?」
호타루「그래? 그럴까?」
켄 「2차 예선 ㅡㅡ다음 주 수요일이네」
「역시 한 주도 채 안남으니까, 긴장되어서 연습도 손에 잡히지 않게 되버린다, 라던가?」
「호타루는 굳이, 큰 콩쿨에서 이기기 위해서만,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니까...」
켄 「그럼, 왜 매일매일 연습을 계속하는데?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켄 「엥?」
호타루「스스로도, 잘 모르겠어」
「호타루, 무엇을 위해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거지」
켄 「그런 거, 나한테 물어봐도...」
호타루는 기세좋게 일어나서, 이렇게 말했다.
호타루「호타루는 긴장한 것도 아니고, 기운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나른해 하는 것도 아니니까...」
「평소라면, 내림 가장조의 소녀로 있었을 것이, 오늘은 우연히 올림 바단조가 된 것...」
「단지 그것뿐」
켄 「???」
호타루「라는 것으로, 언제나의 내림 가장조로 돌아가기 위해서...」
돌아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내림 가장조의 소녀』가 뭘 가리키는지, 왠지 알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호타루「그럼, 여기서 문제입니다」
피아노를 치면서, 호타루는 얼굴을 들고 물어왔다.
★ 사랑의 꿈
고양이 음두
켄 「사랑의 꿈, 이지?」
호타루「우와, 굉장해 굉장해! 완벽히 정답!」
「나중에 호타루짱 실을 붙여줄께요♪」
(譯: 털실같은 실이 아니라, 우표 비슷한 걸 가리키는 그 실입니다)
켄 「어, 어디에?」
라고 할까, 그 실은 뭐지?
호타루「그럼, 이 『사랑의 꿈』을 작곡한 사람은?」
「이건 조금, 너무 간단하려나?」
베토벤
과자 말이다
켄 「대답은ㅡㅡ 그래, 리스트다!」
호타루「아, 역시 기억해줬구나?」
「훌륭해 훌륭해♪」
「이번에는 호타루짱 와펜(문장)을 붙여 줄께?」
켄 「그러니까, 어디에냐고!?」
호타루가 의자에서 일어섰어도 아직, 마지막 음은 고요히 여운을 울리고 있었다.
「이건 호타루가 결승에서 칠 생각인 곡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지금 쳤던 제 3번이 더욱 유명해서, 보통 『사랑의 꿈』이라고 하면, 이 제3번을 가리키는 거야」
켄 「흐-음...」
호타루「본래는 있지? 가곡이었다? 이 곡」
「즉, 최초에는 가사가 붙어있었다는 뜻」
「프라이리히...라트 였던가? 그런 이름의, 독일 시인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의 시에, 리스트가 곡을 붙여서 『사랑의 꿈 제 3번』이 태어났다고 해」
켄 「시? ...시라면, 어떤 시야?」
호타루「『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라는 제목의, 시」
켄 「내용은?」
내가 묻자...
호타루「으흠」
호타루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과장스런 몸짓을 섞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호타루「『오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여라~』」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한 사랑하여라~』」
「『네가 묘지의 옆에 서서, 비통해할 때가 와버리니까...』」
「『너에게 마음을 연 자에게는, 너는 사랑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여라~』」
켄 「어쩐지... 무거운 느낌의 시네?」
호타루「그래? 호타루에게는, 당연한 걸 말하고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데...」
「애초에 『사랑을 할 수 있다』는 표현 자체가 어떤 거라고 생각해?」
「연애감정이란, 본인의 감정과 관계없이, 자연히 발생하는 거 아냐?」
「좋아하게 되버릴까, 싫어하게 되버릴까, 둘에 하나... 라는 것으로...」
「사랑할 수 있다, 사랑할 수 없다를 생각하는 그 시점에서, 이미 그건, 사랑이 식어버린 증거라고 생각해」
「적어도 호타루는...」
「무리해서 사랑받을 정도라면... 차라리 싫어지게 되는 쪽이...」
「...나아」
「호타루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말이지...」
중얼거리며, 호타루는 피아노 위에 놓아둔 악보를 손에 쥐고, 팔랑팔랑 넘겼다.
켄 「하지만 그거... 조금 아닌 듯한 기분이 드는데...」
켄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여라』란, 명령형이 되지만, 사실은, 자기자신에게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랑할 수 있는데도 사랑할 수 없다, 사랑하고 싶은데도 사랑할 수 없다...」
「그런 딜레마를, 그는... 에또, 프라이리히...」
호타루「라ㅡ트, 프라이리히 라트」
켄 「...그 사람은, 전하고 싶었는지도 몰라」
「즉, 그의 시는, 사랑의 무상함이라고 할까, 『덧없음』을 비통해했던 아닐까 하고...」
「리스트는, 그 『덧없음』같은 걸 표현하기 위해, 『꿈』이라는 단어를 타이틀로 붙였다...」
호타루「그러고 보니 『덧없음』이라는 한자 ㅡㅡ사람 인변에 『夢』을 쓰는 거네』
켄 「그래... 『사람이 꾸는 꿈』은 『덧없다』」
「그러니까 『사랑의 꿈』은 『사랑의 덧없음』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호타루「으~응, 과연 그렇네...」
「하지만, 말하는 건 알겠어도, 납득하지는 못하겠어. 역시」
「사랑은 말로 할 수 있을 만큼, 논리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해?」
의미도 없이, 발끝의 페달을 밟았다 놓고, 밟았다 놓길 반복했다.
나는, 매끈하게 뻗은 피아노의 곡선을, 손끝으로 따라갔다.
광택을 내는 도료 위에, 지문자국이 생겼다.
문득, 걸리는 게 있어서 손끝을 쳐다봤다.
번들번들 빛을 발할 정도로, 손바닥은 축축히 젖어 있었다.
호타루는 일어서서, 오선보가 적혀있는 칠판 앞으로 걸어갔다.
호타루「이 한자, 어떻게 읽는지 알아?」
말하면서, 호타루는 분필을 쥐고, 칠판에 문자를 적기 시작했다.
사슴변에 『夢』이 붙어있는 한자였다.
켄 「그런 한자, 없는 거 같은데?」
호타루「어째서 없는 걸까나?」
켄 「하?」
호타루「『사람이 꾸는 꿈은 덧없다』라고, 아까 켄짱, 말했었지?」
켄 「응...」
호타루「그럼, 동물이 꾸는 꿈은, 덧없지 않은 거야?」
켄 「글쎄?」
「라기보다, 동물은, 꿈같은 거 안 꾸잖아?」
「파충류라던가 양서류라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분명히 포유류는, 모두 꿈을 꿀 거라고 생각해」
켄 「어떻게, 그런 걸 알아?」
「토모야도, 전에 자면서, 음냐음냐하고 잠꼬대를 하는 것 같았고...」
켄 「거짓말」
「그러면 켄짱은, 어째서 동물이, 꿈을 안 꾼다고 생각해?」
켄 「그건...」
★ 설명할 수 없다
켄 「모르겠지만...」
켄 「그렇다고 해서, 꿈을 꾼다는 것에 대한 증명은 되지 않아」
켄 「고집부리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걸 말하고 있을 뿐이야」
켄 「확인한다, 라니...」
「...어떻게 해서?」
호타루「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켄 「누구한테?」
호타루「그런 건, 당연하잖아...」
「ㅡㅡ동물한테!」
이렇게 해서, 나와 호타루는 내일, 동물원에 가게 되었다.
반디의 유혹
츠바메「어서 와」
[s]
켄 「선생님, 그거 그만두죠. 『어서 와』」
켄 「아니... 선생님한테 들으면... 부끄럽다고나 할까...」
츠바메「어째서?」
켄 「그, 그러니깐! ... 왜 선생님이 저한테 『어서 와』입니까!」
켄 「...다녀왔습니다」
어디에 있었는지, 선생의 앞에는 마른 잎이 가득 모인 더미도 있었다.
켄 「한여름인데도... 마른 잎?」
「즉, 그만큼 오랫동안, 뜰은 이대로였었다, 라는 것」
「청소당번이 의지가 안 되는데. 해줘야지」
...죄송합니다.
켄 「아, 치우는 거, 도와드릴까요?」
「지금, 쓰레기장갑 끼고 올 테니까요」
켄 「에?」
선생의 손에는, 성냥이 들려있었다.
작은 불꽃을 밝히고 있는 성냥.
그 성냥을 손에 들고서, 선생은 낙엽의 산에 몸을 굽히려고 했다.
켄 「에, 에-또... 잠깐 기다려 주세요!」
아사나기장은 겉보기에는 몰라도,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만에 하나, 모닥불이 화재가 되버리면 곤란하다.
화기엄금, 관내금연ㅡㅡ이라는 걸, 듣지 않았던 걸까?
켄 「난처하지 않나요」
츠바메「뭐가?」
켄 「아니, 멋대로 불을 피우면... 주인아줌마가 잔소리하며 달려올 지도 몰라요」
츠바메「...그것도 그렇네. 잊었어」
까먹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켄 「그럼, 그건 나중에, 제가 쓰레기봉투에 치울 테니까」
켄 「유감?」
그녀는 아직 타고 있는 성냥을, 자기 눈 앞에서 흔들흔들, 움직였다.
켄 「엣」
츠바메「분명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성냥의 불꽃은 살아있는 것처럼, 선생의 손 안에서, 좌로 우로, 계속해서 움직이고...
선생은 매혹된 것처럼, 그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그 불꽃의 움직임에서 잠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s]
오전 9시 27분.
날씨...
비...
적연과 몽상의 비
언제나처럼 토모야의 산보를 끝내고, 아사나기장에 돌아왔을 때부터 구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s]
회색의 구름은, 앗 하는 사이에 하늘을 뒤덮고, 지금은 이렇게 억수같이 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방의 창문에서 고개를 내밀고, 젖은 뜰앞을 쳐다봤다.
방사형으로 펴진 녹나무의 나뭇가지가, 비에 맞아 시끌시끌하고 있었다.
웃고 있는 건가? 라고도 생각됐다.
『사실은 분명, 비오는 날이 좋은 걸꺼야, 테르테르보즈는...』
문득, 호타루의 말이 떠올랐다.
녹나무도, 테르테르보즈와 같을 정도로 비가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이상인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녹나무는 말라버리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굉장한 비네~」
어깨에 붙은 물방울을 털면서, 호타루가 방에 들어왔다.
약속시간은 지났지만, 변명을 해야 할 정도로 지각한 것도 아니다.
호타루「자, 그럼 어서, 나가도록 할까~?」
켄 「엥? ... 어디에?」
「어제 약속했잖아?」
켄 「하긴 했지만...」
「가도, 의미없을 것 같은데?」
호타루「어째서?」
켄 「비, 내리니까...」
호타루「별로 소풍도 운동회도 아니니까, 비는 관계없지 않아?」
켄 「관계 있어」
「역시 이런 비로는, 동물들도, 우리 안이라던가 굴 속이라던가, 그런 곳에 숨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해」
호타루「...그럴까?」
켄 「그래」
「간만에 빨리 일어나서, 도시락까지 만들어 왔는데...」
호타루는 가방을 열고, 체크무늬의 *런천매트에 싸여있는 상자를 꺼내보였다.
(*야외에서 점심을 먹을 때 아래 까는 천)
켄 「앗, 생큐-!」
「아침밥, 아직 안 먹었거든」
켄 「응. 왜냐면 아깝잖아? 먹지 않으면...」
호타루「... ...」
켄 「... ...」
호타루는 크게 한숨을 쉬고서, 런치박스를 나에게 건넸다.
빛바랜 세계에, 빗소리만이 울리고 있다.
열어두었던 창에서 미세한 안개가 스며들어와, 방 안에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습기로 가득찬 방안의 공기는 무거워, 지금이라도 짓눌려버릴 것 같다.
호타루「비, 인가...」
갑자기, 호타루가 중얼거렸다.
호타루는 지금, 창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고 있다.
「언젠가 꿈에서 본 그 하늘처럼~, 맑으면 금방울 줄게~」
켄 「... ...」
「꿈의 하늘이란, 어떤 색을 하고 있을까?」
「역시... 『덧없는』색?」
「꿈은 언제라도... 덧없는 것?」
켄 「...?」
호타루「켄짱, 어제 말했었지?」
「『사람이 꾸는 꿈은 덧없다』라고...」
「그리고 나서, 이런 말도 했어...」
「『사랑은 무상하고, 덧없는 것」이라고...」
켄 「그런 말, 하지 않았어...」
「그건 단지, 독일의 시인이, 그런 식으로 생각한 게 아닐까 하고」
호타루「그럼 켄짱은, 덧없지 않은 사랑도, 있다고 생각해?」
모르겠어
켄 「응, 있다고 생각해」
호타루「쭈-욱, 쭈-욱 이어지는 사랑도, 있다고 생각해?」
켄 「응, 분명히 있어」
호타루「그럼, 혹시라도...」
「혹시라도 호타루가... 갑자기 없어져버린다면...」
「두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린다면...」
「그래도 켄짱은, 호타루를...」
「계속... 좋아하고 있어 줄거야?」
켄 「호타루... 어떻게 되버린거야, 갑자기」
호타루「저기, 대답해줘」
켄 「그런 거, 묻지 않아도 알잖아?」
호타루「모르겠어...」
「듣지 않으면, 모르겠어...」
「모르게... 되어버렸어...」
「전에는, 켄짱의 일이라면, 어떤 거라도 알았는데...」
「지금은 켄짱이... 멀리, 가버릴 것만 같아서...」
빗소리가, 무거운 침묵을 묻는 듯이 울리고 있다.
호타루는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면서,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고 있었다.
그 작은 손가락이, 살짝 떨리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뭔가...)
(뭔가 말하지 않으면...)
호타루는 내 말을, 기다리고 있는 거다.
켄 「호타루...」
호타루「ㅡㅡ미안!」
「거짓말거짓말, 농담이야...」
호타루는 얼버무리려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손가락에 감긴 머리카락을 술술 풀고, 희미하게 한숨을 쉬었다.
호타루「어래? 호타루, 무슨 말 하고 있는 거지」
「바보같아...」
「정말, 바보같아...」
「동물원의 예정도 중지된 거니...」
「별 수도 없고, 연습이나 하도록 할까나...」
미소짓는 호타루의 앞머리가, 비에 젖어있었다.
앞머리와... 그리고, 긴 속눈썹도...
「입술, 악물거나 하고...」
「어딘가 상태라도 나쁘다,던가?」
켄 「... ...」
「비가 내리니까, 조금 센티멘탈한 기분이 되버린 거지?」
「사람의 마음은, 자연환경에 의해서, 좌우되버리니까 말야~」
「확실히, 전에도 말했었던 것 같지만...」
켄 「... ...」
호타루「그럼 호타루, 지금부터 학교에 갈 테니까...」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교복을 갖고 왔으면 좋았었겠네~」
나는 원심력을 잃은 용수철마냥, 다다미 위에 쓰러졌다.
『응, 분명히 있어」
정말인가?
정말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나는 호타루에게... 아니, 자기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건 좋은 일이지만,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건 나쁜 일이다』
1일 밤 ㅡㅡ나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이, 내 자신의 가슴에 무겁게 짓눌려왔다.
다다미 위에, 턱하니 런치박스가 남겨져있었다.
나는 신체를 일으켜, 그것을 손에 잡았다.
포장을 풀어보자, 안에는, 아직 따뜻한 햄버거와 프라이드포테토.
그린 아스파라거스와 토마토 샐러드도 들어있었다.
문앞에 외로운 바람
나는 토와리교를 걷고 있었다.
[s]
여길 걷는 건 몇번째더라...
호타루가 나간 뒤, 나는 런치박스를 안은 채 멍하니 있었다.
지금 와서 학교에 갈 맘은 들지 않았다.
금새 오랜 시간이 지나고, 적당히 차가워진 박스 안의 내용물을 나는 입에 넣었다.
그대로 방에 가만히 있으면, 가슴속에 방울지는 감정의 무게에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창밖을 보자, 다행하게도 비는 그쳐 있었다.
나는 응어리를 씻어 흘려보내기 위해, 이 다리를 찾은 거였다.
한가로운 흐름으로 가득찬 카가미천.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얼마 안되는 하늘의 비와 솟는 물에서, 여울이 생기고, 서로 만나고, 교차하고, 크게 흐른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다』란 말이 있지만, 진짜인가?
다른 곳엔 없는 이곳에 천이 있다는 것은... 뭐, 상세히 말하자면 지질과 역학의 이야기가 되버리겠지만...
단지, 과학적인 이유와는 관계 없이 흐르는 이 천을 보고 있으면, 향수가 일어나는 기분이 든다.
나는 카가미천의 흐름에, 왠지 모르게 생각을 떨치고 있었다.
놀랐다.
다리의... 바깥쪽에...
정확히는, 난간의 바깥쪽에.
선생은 토와리교의 난간에, 바깥쪽을 향해 앉아서,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츠바메「뭐냐니, 보는 대로」
켄 「미끄러지거나 하면 위험해요!」
츠바메「그런 소리 해도 괜찮아?」
켄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구요!」
츠바메「수험생한테는 금구잖아?」
켄 「당신이 말하게 하고 있잖습니까!」
「어서요, 상당히 바람도 불고... 휘몰아치거나 하면 위험하다니까요」
츠바메「어머나, 그게 좋은 거야」
켄 「... ...」
츠바메「괜찮아, 단지 흐름을 보고 있었을 뿐이니까」
켄 「강을, 입니까?」
츠바메「으응, 바람의 흐름」
켄 「바람... 보이나요?」
켄 「말도 안돼요」
츠바메「켄군...」
「너는『보인다』라고 하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어?」
켄 「바, 바보취급하지 말아주세요! 이래뵈도 고교생에 수험생입니다!」
츠바메「그래서? 의미는?」
켄 「에~또... 보인다는 건 즉... 눈으로... 안다고 할까...」
「그게... 아악! 너무 당연해서,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츠바메「보인다고 하는 말의 의미」
「눈에 비치는 것」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것」
「잔물결을 일으키는 해풍」
「...겉모습의 분위기」
「흩날리는 리듬과 방향」
「달에 의한 파도와 바람에 의한 파도가 섞이는 것」
「...모습을 보고서 이해하는 것」
「그 반복되는 모습」
선생은 다시, 멀리, 흐름이 도달하는 끝으로 눈을 옮겼다.
그 시선을 따라가봤다.
천변의 가로수, 강의 표면, 수평선을 가는 작은 배의 깃발...
켄 「아아, 그래, 그런 건가...」
그것들은 바람을 따라, 흔들리며, 리듬을 연주하고 있었다.
바람이 토와리교를 지나쳐갔다.
해륙풍, 이라고 선생이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이 토와리교에, 바다의 향기와 온기가 전해지고, 그걸 옮겨온 바람은 산으로 돌아간다.
츠바메「켄군, 너에게도 보일 거야」
「바람의 흐름, 그 모습이」
「나는 이렇게, 바람을 보는 게 좋아」
「너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바람의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s]
필요해지는 것
사쿠라미네의 상점가를, 나는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었다.
[s]
특별한 목적도 없이...
발이 닿는 대로, 마음이 닿는 대로...
켄 「앗... 선생님...」
츠바메「지금부터, 어딘가 가는 거야?」
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츠바메「그럼, 그냥 산보일까?」
켄 「뭐, 그런 거에요」
「그런데, 선생님, 지금부터 어디에?」
츠바메「별로... 어디에도...」
켄 「그냥, 산보입니까?」
츠바메「뭐, 그런 거겠네」
켄 「그럼, 저와 같군요」
켄 「?」
츠바메「나는, 목적이 있어서 산보를 하고 있어」
「켄군은, 목적이 없으니까 산보하고 있는 거지?」
켄 「... ...」
츠바메「즉, 나에게 있어서는, 의미있는 일이지만, 켄군에게 있어서는 무의미한 일」
「너는 그냥, 시간을 쓸모없이 낭비하고 있을 뿐...」
켄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우리들은, 그렇게 의미도 없는 대화를 계속하면서, 느긋하게 아사나기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여자애「저기, 죄송해요」
소학생인가?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켄 「왜 그래?」
여자에「『요코이초능력개발연구소』란 어디인가요?」
켄 「엥?」
순간,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건지 당황해버렸다.
츠바메「요코이(橫井)초능력연구소」
켄 「그런 곳이, 이 근처에 있었던가요?」
츠바메「있잖아, 아사나기장의 바로 앞에」
내가 고개를 갸웃해보이자, 선생은 아이 앞에 앉아서, 눈높이를 맞추고 말했다.
여자애「응」
츠바메「왼쪽에 작은 술집이 있어. 알겠어?」
여자애「저기, 짤랑짤랑이 놓여있는 곳?」
츠바메「그래. 그 모퉁이를 왼쪽으로 돌아서 조금 가면, 파란 지붕의 큰 집이 있어」
「그 정면이, 초능력개발연구소」
여자애「파란, 집이구나?」
정확히는, 아사나기장의 지붕은 『파랗다』고 하기보다는 『감색』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게 자세한 사항을 말해봤자, 혼란해질 뿐이겠지.
나는 조용히,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자애「응, 알았어. 고마워!」
탁탁탁탁탁탁.
위태로운 주법으로, 여자애는 달려갔다.
츠바메「켄군은 걱정도 병이네」
켄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데, 초능력개발연구소,라니... 뭔가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저었다.
켄 「목적? 원래, 초능력개발연구소, 같은 게 성립하나요?」
츠바메「거기에 존재하고 있다는 건, 의미가 있어, 어딘가에 도움이 되고 있는거 아닐까?」
켄 「초능력, 인가... 선생님, 있다고 생각하나요?」
츠바메「적어도, 그 연구소에 있어서는 『있지』 않겠어?」
켄 「근거는?」
츠바메「그건 『없어』」
켄 「으-음...」
「필요로 되고 있는지 어쩐지, 수요가 있는지 어쩐지」
「자본주의회사에 있어서는, 소비시키는 것으로 가치가 생겨나」
「가치가 있는 것이, 반드시 소비되는 게 아냐」
켄 「무슨 이야기인가요?」
츠바메「옛날 이야기야」
켄 「... ...」
나는 석연치 않은 뭔가를 안고서, 선생과 계속 걸었다.
수용해야하는 것
방에 돌아오고 나서, 나는 선풍기의 스위치를 누르고, 다다미 위에 앉았다.
[s]
서쪽의 창에서, 녹을 듯한 붉은 석양이 내리쬐이고 있다.
선풍기의 날개에 반사된 석양이, 벽에 터무니없이 큰 그림자를 비추고 있다.
그림자는 규칙적인 명멸을 반복하면서, 의미없는 장면을 떠오르게 하고 사라져 갔다.
켄 「아아ㅡㅡㅡㅡ...」
의미도 없이, 목소리를 내 봤다.
선풍기는 내 목소리를 토막내서, 단속적이고 기계적인 음으로 변화시켜버렸다.
켄 「아?아?아?아?아...」
「이?이?이?이?이...」
「우?우?우?우?우...」
나는, 잊어버리려고 했던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제 일이 떠올라버리니까...
호타루의, 쓸쓸한 뒷모습을...
「두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린다면...」
문득 그렇게 생각하고, 포켓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호타루의 이름은, 리다이얼의 가장 윗 행에 있었다.
(하지만, 뭐라 말해야 좋지...?)
휴대전화의 버튼에 손가락을 댔다가, 손가락을 뗐다가, 다시 손가락을 댔지만 곧 주저했다.
켄 「하아...」
흘러나온 한숨은, 뿔뿔이 부서져 흩어져갔다.
나는 휴대전화를 놔두고, 다다미 위에 쓰러졌다.
그러자...
휴대전화의 착신음이 울렸다.
엎드린 채 팔을 뻗어서, 마루 위의 휴대전화를 잡아당겼다.
한 통의 메일.
발신인은, 호타루였다.
『내일, 6시, 토와리교에서 기다릴게』
단지 한 줄뿐인 짧은 메일.
『알았어』
나는 바로 답신을 보내고, 휴대전화를 잡은 채, 뚜껑을 닫았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모두 다 원래대로 돌아가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의심하지 않았다.
『내일, 6시, 토와리교에서 기다릴께』
호타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s]
그녀와 다리로 가는 길
붕붕 낮은 음을 내면서, 선풍기가 돌고 있다.
[s]
나는 방의 벽에 기대어 TV를 보고 있었다.
저녁 뉴스시간이었다.
어딘가의 고속도로를 상공에서 내려다본 영상으로, 거기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승용차의 행렬이 비춰지고 있었다.
이른바 『추석 귀향 러쉬』라는 거겠지.
긴 행렬은, 슬금슬금, 슬금슬금, 피로에 지친 뱀처럼 나아가고 있었다.
켄 「자 그럼...」
「슬슬, 나가야겠지...」
토모야「끄~응♪ 끄~응♪」
「왕왕! 왕왕!」
굉장한 기세로 꼬리를 흔들면서, 토모야는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켄 「어라? 아직, 산보 데려가지 않은건가?」
나는 신군 방의 창문을 들여다봤다.
신군은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의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똑...똑...
양손의 둘째손가락을 써서, 더듬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나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싶다.
『신군!』
불러보려고 했으나... 생각만 하고 그만뒀다.
(그래...)
(토모야를 함께... 데리고 가자...)
나는 날뛰며 도는 토모야에게 목걸이와 줄을 잇고서, 아사나기장의 문을 나섰다.
도중, 동서로 나뉘어진 정(丁)자로에서, 토모야는 서쪽을 향하려고 했다.
나는 줄을 가볍게 당겨서, 그를 동쪽으로 유도했다.
토와리교가 있는 방향은, 언제나의 산보코스와는 반대였다.
『내일, 6시, 토와리교에서 기다릴께』
이 페이스로만 가면, 약속시각에는 충분히 맞겠지.
나는 땅거미져가는 동쪽 하늘을 쳐다보면서, 멍하니, 어제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도... 뭘 말해야 할 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오늘, 호타루가 일부러, 나를 토와리교로 불러낸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터이다.
혹시, 그 때와 같은 말을 한다면, 나는 뭐라고 말해야 좋은 거지?
뭐라고 답할 작정이지?
자신도 모른 채, 그저 발만 놀리고 있다.
토모야를 데려온 것도, 실은 그것 때문이었다.
이 개 한마리만으로, 얼마간은 서먹서먹한 공기도 풀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작자 주 : 본래의 번역본에는 빠져있는 문장입니다. 오역의 가능성이 큼)
토모야는 길가의 냄새를 킁킁 맡으며, 때때로, 얼빠진 얼굴로 나를 올려봤다.
정말 애교있는 얼굴이었다.
그런 사소한 몸짓만으로도, 내 맘을 편안하게 하는데는 충분했다.
그러자 갑자기ㅡㅡ
토모야「왕!」
나는 반사적으로, 강하게 줄을 잡...
...을 생각이었지만, 그 때는 이미, 내 손에 줄은 없었다.
다리위의 목표를 향해, 토모야는 쏜살같이 달려갔다.
나는 당황해서, 그 뒤를 쫓았다.
호타루는 토모야의 코앞에 얼굴을 대고, 설교하는 투로 말했다.
토모야「끙♪ 끙끙♪」
토모야는 개의치 않는 모습으로, 장난스럽게 호타루의 몸에 달라붙고 있었다.
켄 「후우, 나참...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간신히 쫓아온 나는, 떨어진 줄을 줍고, 토모야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켄 「... ...」
나와 호타루는, 이유도 없이 얼굴을 마주봤다.
마주친 시선을, 왠지 피할 수가 없었다.
달려온 탓인지, 몸이 몹시 뜨겁다.
관자놀이를 지나며, 땀방울 하나가 흘러내렸다.
호타루는 조용히 웃고, 포켓에서 뭔가를 꺼냈다.
새하얀 실크손수건이었다.
호타루는 내 앞머리를 한 손으로 치우고, 그 손수건으로, 살짝 뺨을 닦아주었다.
켄 「미안...」
호타루「미안이 아니라 고마워잖아?」
호타루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나도 따라서 웃어버렸다.
어쩐지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흡족한 기분이었다.
그 생각을 호타루에게 전하려고 했지만, 잘 말로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때...
토모야가, 짖었다.
토모야는 서쪽 거리 사이로 가라앉고 있는 태양을 보고 있었다.
라는 건 아닌 듯 하다.
새빨간 태양을 뒤로, 누군가가 이 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신 「토모야~, 어~이, 토모야~!」
역광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그건 신군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알아챈 신군은, 한 손을 들고, 바로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미안하지만, 같이 찾아주지 않겠어?」
신군은 머리에 흐른 땀을 닦고, 나와 호타루의 얼굴을 교대로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호타루「찾다니... 뭘 말인가요?」
「산보 데려가려고 밖에 나왔더니, 없어서 말야...」
켄 「예?」
나와 호타루는,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토모야가 뒷발로, 요란하게 머리를 긁고 있었다.
켄 「신군...」
『아래, 아래』ㅡㅡ나는 신군의 발쪽을 가리켰다.
신 「... ...」
호타루「... ...」
켄 「... ...」
토모야「... ...」
「뭐야, 이런 곳에 있었던 거냐~ 너는!」
신군은 토모야를 안고서,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신 「아하하핫♪ 아하하핫♪」
「웃는 얼굴로 GO! 군침삼키며 GO!」
신군의 가슴에 안긴 토모야는, 기분탓인지 쓴웃음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 비오는 아침의 일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런데 이나켄과 타루타루는, 어째서 이런 곳에?」
호타루는 대답이 궁한 모습으로, 내 눈치를 살폈다.
나도, 어떻게 답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신 「아아, 아니, 내가 묻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는데, 이유따윈 필요 없지. 그건 잘 알고 있어」
「단지,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이런 곳에서 만날 필요는 없는 게 아닐까 하고...」
신 「즉... 뭐라고 할까...」
호타루「?」
켄 「?」
「스미소라 쪽에서는, 꽤 유명한 이야기인데...」
「이, 토와리교의 전설」
켄 「전설...?」
부드러운 저녁의 바람이 솔솔, 카가미천을 따라가는 듯 불고 있다.
여유로운 강물의 흐름은 바다로 이어지고, 바다는 석양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신군은 멀리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눈부신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곧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예전에는 더 작은... 홍수 때 흘러내려가버릴 정도의, 목조의 볼품없는 다리였다」
「자, 바로 아래에, 모래톱이 보이지?」
「이 모래톱을 중심으로 해서, 양안으로 2개의 다리가 걸려있었던 듯 해」
「토와리교라는 이름의 유래도, 아무래도 그것에 있는 것 같아」
호타루「?」
켄 「?」
신 「『登る,波,離れる』해서 『토와리』」
「이 근처에서는 그런 식으로 불렸지만, 실제로는 『토하리』라고 쓰는 쪽이 옳은 것 같아」
「만조가 되어 해면수위가 높아지고 『波(파도)』가 카가미천을 거슬러 『登(오를)』때, 그 파도는 저 모래톱에서 『別離(헤어)』진다」
「사쿠라미네 지방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현상을 『登波離(토와리)』라고 불러왔지...」
호타루「그래서, 토와리교...」
신 「그래...」
「하지만 일설에 의하면, 이 이름에는 하나 더,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고 해」
「즉, 토와리교의 전설 ㅡㅡ그 이야기 자체가 기원이 되어, 이 다리에 이름이 붙여진 게 아닐까? 하는 설이다」
「이건 너무나 슬픈, 사랑의 이야기다...」
「당시, 이 주변 일대를 다스리고 있던 『쿠로카와 타케토시(黑川武利)』라는 남자...」
「이 남자에게는, 정처인 『후지코』와, 애인인 『키요코』가 있었다」
「그 해 여름, 호우가 계속 내리던 어느날 밤, 애인인 키요코는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
「계획, 이라고 해도, 그런 엄청난 건 아냐」
「정처인 후지코를, 몰래 다리 위로 불러내서 수면이 불어난 강 속으로 빠뜨려버리려고 꾸몄다」
「그러나, 그 계획의 직전...」
「다리 위에 도착한 후지코는, 곧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거기서 후지코는, 품에 숨기고 있던 실과 바늘로, 후지코의 기모노 소매와, 자신의 소매를, 몰래 꿰매어 두었다」
「곧이어 두사람은 말싸움을 시작하고, 키요코는 계획대로, 후지코를 빠뜨리려고 하자...」
「그러려 했지만, 둘의 기모노가 엮어져있었던 탓에...」
「결국은, 후지코와 함께, 키요코도 격류 안으로 삼켜져버리고 말았다」
「남겨진 타케토시는, 나중에 출가해서 린쇼우사(林鐘寺)를 만들어, 두 사람의 영을 위로했다고 해」
「두 사람의 기모노가 『十針(열바늘)』꿰메어져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도 몰라」
「이게, 토와리교에 얽힌 전설이자, 또 하나의 다리 이름의 유래다」
호타루는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몇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호타루「헤에~, 그런 전설이 있었다니, 전혀 몰랐었어」
켄 「확실히,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군요...」
신 「그렇지?」
「그러니까 이나켄과 타루타루가,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뭐랄까... 그...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말야」
켄 「... ...」
신 「그런 것으로...」
「슬슬 나, 바이트 가지 않으면 안되니까」
「이대로 여기에서 버티고 있으면, 누군가씨에게 빠뜨려져 버릴지도 모르고...」
그렇게 말하고, 신군은 토모야의 줄을 가볍게 당겼다.
신 「그럼, 이나켄! 타루타루!」
호타루의 시선은, 안정을 잃고 허공을 떠돌고 있다.
이 침묵이, 이래봐도 저래봐도 견딜 수 없어져서...
★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내기로 했다.
켄 「저기, 호타루」
호타루「응?」
켄 「이제 와서 말하기도 그렇지만...」
「...어쩐 일이야?」
호타루「에?」
켄 「즉... 어째서 여기로, 불러낸 걸까~ 하고 생각해서...」
호타루「아, 아아... 그건...」
켄 「?」
호타루「켄짱의 얼굴이... 보고 싶었어...」
「그냥, 그것뿐」
켄 「그런가...」
호타루는 부끄럽게 웃음을 지으면서, 시선을 피했다.
다시 찾아든 침묵...
하지만 이번 건, 아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분좋은 침묵이었다.
호타루가 말한 순간, 주변의 경치가 확 하고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쪽 거리 사이로, 태양이 천천히 가라앉아간다...
나와 호타루는, 어느쪽부터인지도 모르게 서로 다가서서, 사라져가는 태양을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비오는 날의 일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일과성이었던 것이 틀림없다.
늘어나버린 그 용수철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힘이 작용하는 거였다.
물론 그 장소가 토와리교의 위였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 다리 위에서 시작했던 사랑은, 이 다리 위로 돌아오려고 하는 거겠지.
재수가 없건 어쨌건, 우리들에게 있어서, 좌우지간 이 다리는 소중한 장소였다.
호타루가 만날 장소를 여기로 선택한 건, 그것을 알아차리게 하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끝으로 이어지는 미지
내가 아사나기장 부지의 입구에 도착하자 말소리가 들려왔다.
[s]
?? 「아아, 거기 너」
켄 「네?」
?? 「잠깐 괜찮겠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켄 「하아... 저기, 지금부터 나가봐야 해서, 조금」
귀찮아서,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 「그렇게 시간을 뺏진 않아. 금방 끝내지」
켄 「그런가요? 그럼...」
하지만, 대체 그는 누구지.
본 바로는, 30대 중반 아님, 후반쯤, 그정도의 어른 남성이다.
옷차림은 깔끔하다. 위아래로 비싸보이는 신사복 한 벌을 입고 있으며, 머리는 올백으로 넘기고 있었다.
?? 「아아, 나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야」
스스로 수상하다고 칭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정연한 분위기가, 반대로 왠지 부자연스러운 인상을 남긴다.
아무래도,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 싶다.
?? 「이걸」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건, 명함과, 한 장의 사진이었다.
받아든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宇和島眞紅』
우와지마...?
그리고 나는, 다음 사진을 봤다.
켄 「... ...!?」
우와지마「실은, 사람을 찾고 있다」
「이 여성인데... 이 근처에서 본 적 없나?」
켄 「... ...」
나는 말없이 있었다.
사진에 찍혀있는 건, 수년 전이었는지, 조금 젊어보이긴 했지만...
우와지마「미나미 츠바메... 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모르겠나?」
켄 「...예, 모르겠습니다」
나는 또 거짓말을 했다.
상대가 누구인지, 선생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사정을 모르는 이상, 사실을 말하는 건 상책이 아니다.
직감이긴 했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우와지마「그런가...」
「혹시 발견하면, 이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해주길 바라네」
「그럼, 실례하지」
우와지마라는 남성은, 떠나갔다.
다시 한 번, 명함을 확인한다.
『우와지마 신쿠(宇和島眞紅)』
명함에는, 이름과 연락처만이 적혀있었다.
신쿠... 보기 힘든 이름이로군.
이면은...
『UWAZIMA?SINKU』
영문으로 되어있긴 했지만, 같은 내용이었다.
선생을 찾고 있는 건가? 왜? 무엇때문에?
(설마...)
(초능력개발같은 건 아니겠지...)
[s]
흐르는 백색과 비창의 선율
둘째 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s]
나는 크게 기지개를 펴면서 교실을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통과하는 곳 부근에 다다를 무렵, 미세한 피아노소리가 귀에 닿았다.
(그러고 보니, 2차예선... 내일이었었지...)
왠지 모르게, 호타루가 신경이 쓰인 나는, 가볍게 상태를 보러 찾아가기로 했다.
호타루는 아직, 나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켄 「호타루?」
호타루는 피아노를 치면서, 내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켄 「아니, 특별한 용건은 없지만...」
「2차예선, 내일이잖아? 그래서, 상태는 어떨려나~ 하고 생각해서」
진지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호타루...
입을 열었다가, 말이 막히고, 갈 곳을 잃은 손바닥으로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호타루「저, 저기? ...켄짱」
「호타루, 콩쿨에 나가는 거, 그만둘까 하는데...」
켄 「에엣!?」
「왜 갑자기, 그런 걸...?」
호타루「하지마안...」
「왠지 그냥, 나가고 싶지 않아졌는 걸...」
켄 「왠지 그냥~!?」
「그런 이유로 출장을 사퇴하는 녀석이, 어느 세계에 있냐!?」
호타루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앞에 와서 섰다.
켄 「나는...」
호타루「?」
켄 「나는, 관계 없는 거 아니냐」
「이건 호타루의 문제니까...」
호타루「하지만 켄짱, 지금 화냈잖아?」
켄 「화같은 거 안 냈어」
「단지 『왠지 그냥』같은 이유로 사퇴하는 건, 잘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
「알겠어? 호타루」
「호타루가 1차예선에 통과했다는 것은, 그 대신에 떨어진 사람이 있다는 거잖아?」
「그 사람은, 2차예선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어...」
「혹시 지금쯤, 너무 분해서, 피아노 앞에 엎드려 울고 있을지도 몰라」
「조금은 그런 사람들도, 생각해보면 어때?」
꾸중들은 아이처럼, 슬픈 듯이 시선을 숙이고 있다.
호타루「응... 그렇구나...」
「그럼 역시, 나가기로 할께...」
켄 「저, 저기 말야, 호타루...」
「전에도 물었었지만, 왜 호타루는, 콩쿨에 나가려고 생각했어?」
「그 때는, 『자신도 모르겠어』라고 답했었는데...」
호타루「그건... 지금도 몰라」
「어째서지...?」
「좋아하니까...」
켄 「안되는 건, 아니지만...」
호타루「그럼 켄짱은, 어째서 축구 대회에 출장한 거야?」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 그냥 그것만이 목적이었어?」
켄 「으~음...」
「그렇게 들어보니, 확실히...」
「물론 시합에서 이기는 게, 최우선 목적이었지」
「하지만 시합을 하는 것, 그 자체도 하나의 목적이었을지도 몰라」
호타루「그치?」
「켄짱은 축구를 좋아하니까, 축구 시합에 나갔다」
「호타루는 피아노를 좋아하니까, 피아노 콩쿨에 나갔다」
「그런 거라고 생각해, 분명...」
말하면서, 호타루는 가슴팍의 리본을 풀었다가 묶었다가 하고 있었다.
묶기를 끝낸 손을 떨어뜨렸을 때, 리본이 약간 기울어져있는 걸 눈치챘다.
나는 리본을 양손으로 잡고, 가볍게 양쪽으로 꽉 당겨서, 그 형태를 바로잡아 주었다.
호타루는 고개를 숙이고, 리본을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생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갑자기...
호타루「저기, 켄짱! 잠깐 와봐 와봐!」
호타루「켄짱은, 피아노... 좋아?」
싫어
켄 「좋아하긴 하지만...」
호타루「쳐보고 싶구나~라던가 생각하거나 한 적 없어?」
켄 「응, 생각만이라면...」
켄 「엥? 뭐야? 갑자기...」
호타루「됐으니까 됐으니까, 자, 여기 앉을래?」
켄 「하지만...」
호타루「아까의 답례, 같은 거니까」
켄 「답례?」
호타루「리본, 고쳐줬잖아?」
이렇게 해서, 반쯤은 강제적으로, 나는 호타루선생님한테 피아노 레슨을 받게 되었다.
눈앞에는, 호타루가 연습때 쓰고 있는 『비창』의 악보가, 몇장인가 있다.
뭔가 이런저런 색의 펜으로, 나에게는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호타루는, 악보 위에 적힌 숫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호타루「엄지손가락이 1이고, 그리고 순서대로... 새끼손가락이 5. 알았어, 켄짱?」
「그러니까, 이 악보를 오른손의 1로 치고, 여기서 4로 바꾸는 거야」
「여기서 손가락을 옮겨서...」
나는 들은 대로, 손가락을...
움직일 노력만큼은 하고 있어볼 셈이었다...
「2,3,2가 아니라, 1,4,3이라니까~」
켄 「엄지, 약지, 중지잖아? 알고 있어, 알고는 있지만...」
손가락이 엉켜버릴 것 같다.
「그건 4! 이쪽이 3!」
깊게 한숨을 쉬면서, 호타루는 머리를 감싸고, 그 자리에서 웅크려버렸다.
켄 「역시, 나에게는 무리야. 재주가 없으니까...」
「호타루가 보증해!」
호타루는 일어서서, 내 손을 꽉 잡았다.
켄 「어째서 그렇게 확신을...?」
호타루「왜냐면, 켄짱의 손가락, 로만틱한 형태를 하고 있는 걸」
켄 「로만틱~?」
나는 내 손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로만틱한 형태란, 어떤 형태지?
그리고, 로만틱한 형태를 하고 있는 손가락은, 정말 피아노를 치는데 효과가 있는건가?
켄 「하지만, 벌써 20분이나 연습했는데, 아직도 5소절째잖아?」
호타루「『아직』20분밖에 연습을 안했는데도, 『벌써』5소절까지 나갔잖아~」
「이 페이스대로 나가면, 앗하는 사이에 호타루따윈, 따라잡아 버릴거야」
켄 「그, 그럴까...」
절대 무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겉치레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가슴 안에는 정체불명의 충동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혹시, 나는 다음 순간에는, 정교히 건반을 두드리고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불가사의한 예감이, 펄펄 솟아올라왔다.
호타루「자, 그럼 마음을 다잡고... 한번 더 가볼까?」
살짝, 하얀 건반에 손을 댔다.
「맨 처음의 음은 D가 아니라 C잖아~!」
켄 「역시, 무리라구...」
호타루「무리 아냐!」
「어째서 그렇게, 바로 포기해버리는 걸까나?」
켄 「사람에게는, 어울리는 것과 안 어울리는 게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