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영대 -> 광영무림대 수정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엔 차분하게 이끌어갈 생각입니다.
2화 분량으로, 다음편까지 이어질 예정이니 참고바랍니다.
제 글은 원작 활협전과는 설정과 스토리만 가지고온 2차창작 팬픽입니다.
저는 활협전 본작을 존중합니다.
루리웹 활협전 게시판에서만 연재중입니다.
감사합니다.
내 이름은 조운(趙韻).후한말 삼국시대의 촉나라 익군장군(翊軍將軍) 조운(趙雲)공의 이름만 똑같은 소녀다. 직계자손은 아니라고 들은 것 같고, 먼 친척뻘이라고도 들었지만, 나름 그분의 후손이라 생각하니 뿌듯하기도?나는 성도현 출신으로 어느 뒤늦게 성공한 조씨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났다.나에게는 오빠 하나, 언니 둘이 있고, 나이차이는 이상하게도 굉장히 많이 난다. 지금의 내 나이는 열여섯이고, 오빠는 무려 스물여덟. 언니는 스물 다섯, 스물 넷이다. 나이가 왜 이리 차이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리봐도 나와 언니 사이에 한명 정도 비어있는 느낌이 강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가 말년에 운이 트여 가난을 벗어나 농장일이 잘 풀렸기 때문에 그랬다고 큰 오빠가 이야기 한 것 같다.농장은 주로 채소를 대규모로 키우는데, 채소 납품을 국가에 직접하는 계약을 따내고부터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었기에 집안 재정이 꽤나 쌓기 좋은 수준으로 성장하는데 요긴했다고 전해들었다. 이는 성도현에 정착하기 시작한 우리 가족이 내가 태어나서부터 였으니, 집안의 복덩이라 불리우며 자라왔다.내가 열살되던 어느 날, 아버지가 밤하늘을 벗 삼아 술에 잔뜩취해 있을 적, 무언가를 손안에 넣고 만지작하는 것을 보았다. 하얀 달걀이었다. 보통 달걀은 누런색만 있는 줄 알았지만, 그런 새하얀 달걀은 처음 봤기에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그 새하얀 달걀을 아버지께 받고 멀찍이 돌아섰을때 즈음, 큰 오빠가 바깥 일을 마치고 들어와서는 대뜸 내 달걀을 보더니 불같이 성을 내며 아버지와 된통 싸웠던 일을 기억한다. 당시에는 너무 졸려서 오빠 말대로, 이부자리에 누웠을 때 밖에서 들리던 모든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대충 이런 이야기였다.' 아직도 그리워하는 것입니까? 본인이 버려놓고? '이 이야기가 오빠가 말하던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다. 딱히 특별한 문구라서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난히 그 말이 또렷하게 들려서 기억을 하는 것이었다. 본능이었을까? 단지 흘러가는 밤바람일 뿐이었는데, 오직 그것만을 뚜렷하게 기억을 하고 있으니, 나에게는 가장 인상이 깊었으니, 도대체 그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가 궁금했었다. 문제는 다음 날 오빠에게 물어보려했을 때는 까먹고 소병이나 먹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와서도 그리 중요하다고는 생각치 않지만, 어째서일까?이곳 당문에 와서는 갑자기 오빠가 한 그 이야기가 머리 속에서 나가질 않는다.나는 어머니와 별일도 아닌 것을 두고 싸우고, 그 뒤로 가출해서는 갈 곳을 몰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아버지가 술에 취하면 하던 이야기 중에 ' 당문에 갈 것이오 ' 라고 말한 것이 생각이나 무작정 당문으로 달려왔고, 무뢰배들에게 쫓겨 죽을 뻔한 것을 묵령언니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목숨을 구원받았다. 그리고 이것도 인연이라, 언니를 따라 외성에서 지낸지 한달이 되어가는 시간을 되돌아봤다.신기하게도 당문의 제자 중에는 외성제자라는 이상한 지위가 있었고, 그 외성제자 중 유일한 한 명의 이름이 조(趙)씨에 활(活)이라더라. 왠지 모르게 그의 성에 강한 이끌림을 느꼈다. 같은 성씨를 사용해서 그랬나? 그리고 또 알아낸 사실은, 그 조활이라는 외성제자는 묵령언니의 부군이며, 공동파 매란국죽 언니들께서 하나같이 하는 말이, 그의 외모는 매우 고약하게 못생겼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니던가? 당최 나는 고약하게 못생긴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람이 생긴 것 만으로도 차별받을 정도인가? 싶은 의문을 가졌지만, 훌륭한 묵령언니의 부군이니 참으로 멋진 분이겠구나 싶었다.문제는 그 조활이라는 사람은 무림맹이 당문을 멸문시킬 때, 다 죽어가는 상태로 데려갔다가 최근 되서야 그의 행방과 생사를 알아냈으나, 상황이 영 좋지못한 사실을 알고는 다들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묵령언니가 상심이 컸다. 식음을 전폐해서 건강이 안좋은 모습을 보이다가, 너무나 상심이 큰 나머지 바깥으로 나가, 가면 쓴 비연(秘緣)언니와 대차게 싸우고나서 돌아온 이후로는 무언가 마음가짐을 고쳐먹고 당문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걱정은 잠시 지나가는 바람과 다를게 없었으니, 내 걱정은 한꺼풀 벗었다.비연 언니의 이야기로는 현재 상황은 이러했다.지도상의 경양독서재라는 장소에 현 무림을 어지럽히게 만든 자들이 근거지로 터를 잡았으며, 우리는 그들의 약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별동대의 역할을 하도록 지정되어졌다. 그리고 본래 비연 언니가 당도했어야 했던 곳은 무림맹에 대항할 세력들이 규모로 집결한 광영무림대(光影武林隊)라는 단체였으나, 상황이 바뀌어 이쪽으로 급파하게된 상황이라 했다. 운명을 점치고, 앞으로의 일들을 예지하는 능력을 지닌 행화림(杏花林)의 힘이 그들의 손에 넘어가 한시가 급하다는 상황이었고, 당문의 묵령언니를 대표로 앞세워 무림맹의 약점을 뚫기위한 역할을 하게 될거라 여겨졌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나는 내가 할 일들을 찾아서 하나, 둘 씩 하기 시작했다......끼이익."운아. 여기있어?"조운을 찾는 욱죽의 목소리가 그녀가 있는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죽 언니? 무슨 일이세요?""좀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겨서 말이지. 잠시만 거들어주면 되거든?""네! 알았어요!"조운은 서둘러 앞이 흐릿하여 잘 보이지 않는 욱죽에게 달려가 그녀를 부축하며 대장간으로 발을 옮겼다. 욱죽은 최근들어 시력이 더욱 흐릿해지기 시작했다고 이야기를 했고 자기 몸을 가누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당문 사람들을 위한 무기와 보구들을 만드는데 더욱 전력을 다 하고 있던터라 자신을 돌보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언니, 눈은 괜찮아요?""뭐, 대장질하는데는 딱히 문제는 없으니까.""얼마 전에 손을 크게 데이지 않았어요? 의원님하고도 이야기가 많이 오간 것 같은데."욱죽은 조운이 말하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표정으로 일관했다."대장질하는데 손이 데이는 건, 요리하다가 기름이 튀는거랑 비슷해. 잠깐 뜨겁기만 하고 금방 나으니까 별거 아니야. 걱정안해도 돼.""그래도, 얼마 전에 데인 화상 때문에라도 의원님도 자중하라고 하지 않았나요?"깡! 깡! 깡! 깡!청아한 쇳소리가 대장간을 가득 채운다. 욱죽은 말이 없었지만, 망치질 소리만이 그녀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욱죽의 고집과 집념은, 그녀가 두들기는 단단하고 투박한 망치가 대변하고 있으니, 그 손이 불타 사라질지언정 망치질 만큼은 포기하는 일이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이고, 걱정은 걱정이다. 조운은 말없는 욱죽의 손을 붙잡고 들어올려 장갑을 벗겼다."지, 지금 뭐하는 거야?""이거봐요! 손이 이전보다 더욱 불어터진 거 안 보여요?""그, 그러니까 괜찮대두..."욱죽의 손은, 현재 자신의 서 있는 위치와, 이루말할 수 없는 그녀만의 책임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망치같이 투박하고, 아담한 작은 손. 그 작은 손 안에 가득한 필사의 상처들. 당문에 당도하기전에도 있었을 영광의 상처였겠지만, 최근 들어 그 흔적이 여지없이 보였으니, 대장일을 모르는 조운마저도 사태의 심각함을 알아차릴 정도였다.하지만 욱죽, 자기자신은 왠지 초라해 보였다. 그녀의 친구인 우소매, 언니인 하후란과 위국, 용상. 홀로 우뚝서서 어떻게든 발버둥 치고있는 당묵령과 번소천. 그녀들은 그토록 손에 땀을 쥐며 달리고 있는 것이 보였지만, 정작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었다.그래서 였을까?그녀의 망치를 쥐던 손이 그토록 혹사되고 있었어도 두들겨야 했던 이유였을까? 욱죽 역시도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었다. 그 도움이란, 그녀들이 만반의 준비를 마칠 수 있게 하는 것. 오차없는 완벽한 망치질. 그것만이 그녀의 존재이유이자,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에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야만 했다.그러나 사람의 몸은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조운은 이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안되요! 따라오세요!""어? 어? 도, 도와달랬더니 왜 이래??""남을 위한 도움도 자기자신부터 돌아보고 하는 거에요. 령 언니도 그러더니, 죽 언니도 비슷한 과였다니...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간다니깐.""자, 잠깐만!!"작은 키와 단단한 손이 특징인 욱죽은 열골마(裂骨魔)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었으나, 무림인도 아닌 소녀에게 감히 힘을 쓸 수는 없었으니 아무런 반항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끌려가는 것이 고작인 욱죽은 조운의 이끌림에 따라, 당문 식당의 식탁위에 얼음과 물이 가득 담겨있는 대야에 담금질을 당하듯 억지로 손이 쑤셔넣어졌다."으아...! 엄청 차갑구만. 얼음은 대체 어디서 가져왔대? 이 귀한 걸...""당문 식음창고에 빙고(氷庫)가 있었어요. 의외였긴 했는데, 가득 담아와도 문제없을 양이니, 묵령언니에게도 허락받고 가져온 거에요. 천천히 식혀봐요.""괘... 괜찮대도..."욱죽의 소심한 듯, 작은 반항은 어림없었다."언니의 역할은 주변 분들에게 들어서 그 중요함을 잘 알아요. 만반의 준비라는 것은 혹사한다고 준비되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본인을 돌아보고 최적의 상황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준비라고 생각해요. 가뜩이나 눈도 안좋은데 손까지 이모양이어선, 될 것도 안되는 법이에요. 언니의 손에 모두의 사활이 걸려있어요. 나는 결코 이걸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어, 어렵구만..."그때, 식당 바깥에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처음보는 얼굴의 여성이었고,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욱죽의 용모를 살피고는 눈의 상태를 보기 시작했다."어? 어? 누, 누구시죠? 왜 모르는 분이 이곳에...""작은 키, 두텁고 작은 손. 게슴츠레한 눈. 열골마(裂骨魔) 욱죽 소저시죠? 상태를 살필테니 가만히 있어주시겠습니까?""네, 네? 누, 누구신지?""하아... 부인. 부디 살살 바랍니다."바깥에서 어디선가 듣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운은 그 목소리에 속도를 내며 식당 문 밖으로 나가니 아는 반가운 얼굴이 반겼다."여, 엽(葉) 공자님?"그곳에는 엽운주가 있었고, 잠시 만난 짧았던 인연에 그는 고개숙여 인사를 했다."잘 지내셨습니까? 별고 없었는지요?""어... 어... 방금 혹시 부인이라고 하신게..."엽운주는 조운의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는 슬쩍 미소 짓고는 입을 열었다."저희 광영무림대(光影武林隊)에 의탁했던 부인입니다. 이름은 양유시(梁有詩)라고 합니다. 이쪽의 의료형편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그 비...연으로부터 서신을 전해받고 곧장 온 참입니다. 의료기술 만큼은 독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니, 이 의원님의 힘에도 보탤 수 있을 것입니다."광영무림대(光影武林隊). 비연이 현재 당문의 일원들을 이르러 별동대(別動隊)라고 칭하고, 자신의 본래 소속된 규모의 집단을 일컬었던 이름이었다. 비연은 그것에 대하여 정확한 내용은 알릴 수는 없었으나, 그 집단과 당문사람들의 역할의 중요성을 알리는 전령의 역할을 다 할 뿐이었다."광영무림대라면, 비연 언니가 말씀하시던 그 규모의 무림집단말씀이시군요? 마침 잘됐네요! 혹시 묵령언니는 보셨나요?""네. 방금 뵙고 오던 참입니다. 마침 지인분도 만나고 있는 참이라, 금방 자리를 나왔습니다.""네? 지인요?"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잘 지냈어, 소사매?""......"묵령의 앞에는 당포의가 서있었고, 그 뒤에는 용상과 하후란, 위국도 자리잡고 있었다. 살가운 기운이 방안에 지긋한 향의 냄새와 뒤섞여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뒤에 있던 하후란과 용상은 그 둘의 재회를 보고 있었고, 보통 분위기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 후후... 재밌는 일이 아니겠느냐? '' 으으... 별일 없으면 좋겠는데. '' 무슨 소리냐, 상아? 당포의를 걱정을 다하고? ''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 ? '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말없이 그의 앞으로 다가갔고, 고개를 숙여 표정을 가린채로 얼굴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당포의는 용상 쪽을 바라봤지만, 그저 입을 닫고는 눈을 피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퍼억!"으, 크억...!"묵령이 그의 배를 주먹으로 내질러 가격했고, 때린 주먹으로 뒤이어 한대를 더 내질렀다.뻐억!!"억...!""처음 한대는 살아계셨다고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괴씸한 것, 두 번째는 지난 날, 본녀를 던지고 사제들과 놀았던 것에 대한 복수. 그리고..."묵령은 그 말을 뒤로 하고는 바로 주먹을 펴고 손바닥으로 얼굴에 손찌검을 날렸다.찰싹!!"마지막은 유령인지 아닌지 확인차 때린 것이니 부디 노여워 마시기 바랍니다. 대사형. 살아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묵령의 말에는 과거 장문인과 동일한 권위와 무게가 실려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과 안도감이 알게 모르게 섞여, 그녀의 심정을 잘 알고 있는 하후란, 위국, 용상만이 말없이 헤아리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묵령의 오른 주먹이 간만의 재회에 대한 설움을 뒷바침하고 있었다.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묵령은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녀의 당당하지만 쓸쓸한 뒷 모습을 보고 하후란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고, 위국 역시 하후란의 뒤를 따랐다. 묵령에게 세 차례 맞고 쓰러진 당포의는 얼얼해진 배와 볼을 부여잡고는 용상의 부축을 받았다."으으... 주먹이 많이 매서워졌네. 과연, 지금 당문을 책임지고 있는 소사매의 대처는 장문인 못지 않게 엄격하구나.""에휴... 나중에 따로 이야기나 나눠보시오. 지금 맞은 것은 그녀가 그간 겪은 고초에 대한 설움을 억지로 참아가며 내지른 것이 분명하니까. 그간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온갖 심적 부담이 컸는데, 그걸 견디고 고작 세번 내지른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오. 진정되거든 따라나가서 용서를 비는게 좋지 않겠소?""그, 그래야겠지. 부담이 컸을텐데. 나도 내 목에 붙은 죄목이 많군."그렇게 말하고는 용상의 머리를 쓰다듬는 당포의였다. 용상은 처음에는 흠칫했으나 한숨쉬며 가만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내가 잘 돌아왔다고 생각하시오?""그걸 왜 나에게 물어보시오?""그냥 묻는 거잖소.""......모릅니다. 가서 당 소저에게나 물어보시오.""딱딱하기는. 알겠소. 일단 나갑시다. 주인없는 방에 오래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용상은 일어서서 나가려는 당포의의 옷깃을 붙잡아 그를 멈춰세웠고, 그 상황에 뒤를 돌아 용상을 바라보니 그녀가 입을 열었다."......잘 돌아오셨습니다."당포의는 수줍어하는 그녀를 보고 피식 웃고는 서로의 이마를 맞대었다."고맙습니다. 그간 머리를 기른걸 보아하니 이제 좀 본인 같구려.""......그래보이오?""물론이지. 당연히 머리를 자르건 기르건, 당신이 당신이라는 사실은 변함없겠지만. 짧은 머리도 제법 매력있었소. 다음에 필요하면 내가 머리를 다듬어주겠소만."용상은 얼굴을 붉히며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그, 그럼 나중에 부탁드리겠...습니다.""여부가 있겠소. 후후."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조운은 엽운주와의 이야기를 끝마치고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 양유시의 진료모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양유시는 욱죽의 눈과 손, 머리를 살살 살피는 모습을 보이다가 진단을 내리기 시작했다."손은 당분간 사용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한시가 급하다 한들, 이곳의 기술자가 자기 몸하나 돌보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준비는 모두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눈의 상태도 좋지 못한 것 같으니 당분간 제가 직접 봐드리겠습니다. 약은 제가 지어드리는 것을 복용하시고, 눈은 계속해서 일정시간동안 하루에 세 번씩 치료를 시작하겠으니 그리 알고 최대한 몸을 쉬게 만드십시오.""......"욱죽은 그저 말이 없었다. 본인은 쉴틈이 없어야 할 것이었는데, 마침 모두들이 일단 쉬라며 다독이고 있으니 다시 자신의 몸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흐려진 시야. 그 시야 속에서도 분명히 보이는 화상자국 가득한 손. 온몸 가득한 피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가혹하고 억울했다. 차라리 무공을 배우고 힘을 길렀어야 했나 싶기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손에 잡힌 망치를 놓기에는 이미 멀리와 있었다."뭔 걱정이 그리많냐 소죽. 얼굴 펴."우소매가 식당에 당도하고서는 욱죽의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한 이야기였다."소매. 너도 그리생각하냐?""뭘?""내 모습이 보잘 것 없어보인다는...""뭔 헛소리야. 누가 보잘 것없다고 이야기 하디?""그, 그런 것은 아니지만..."턱!우소매는 힘없이 축 늘어진 욱죽의 어깨를 두 손으로 다잡고는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어이. 이보셔, 열골마(裂骨魔). 착각하지마.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무공이 있어서가 아니야. 뼈를 찢고 분쇄할 줄 밖에 모르던 너의 손과 눈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거야. 알아? 네 대장기술이 없었다면 보구들은 낡고 금방 부서질 신세였고, 무기도 휘두르면 가루가 될 형편이었으니, 우리가 무공을 펼쳐 무림을 지킬 수 있던 것은 모두 네 덕분이야. 넌 무공도 못 쓰는 짐짝 취급받는 허수아비가 아니야. 너는 충분히 네 할일을 다 하고 있어. 그러니까 일단은 제발 쉬어. 모두가 너의 솜씨를 기다리고 있다고."....' 물론 너를 열골마로 만든 것은 나야. 당시에 내 욕심이 과했지. 이제와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나는 오히려 너에게 속죄해야해.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조운과 양유시, 엽운주가 자리를 떠났다. 잠시 그들만의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으니, 방해할 수는 없었다. 서둘러 당문의 바깥으로 나와 중앙의 넓은 연무장으로 나온 그들은, 간만에 마주하는 풍경을 본 것 같은 엽운주의 평온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양유시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옛 일들이 기억나십니까?""지나간 바람들입니다. 하지만 예전같지는 않군요. 언제 이리 바뀐 것인지... 그것들을 기억하면서 헤아리면 아쉬워질 것 같으니 진득히 풍경만 넋놓고 볼 뿐이군요.""엽랑..."....' 오옷...! 이곳에 있으면 민폐가 되겠어! '그 모습을 보던 조운은 얼굴을 벌겋게 보이고는 그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베시시 웃으며 이야기 했다."아...하하. 그럼 소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외성 쪽에 볼 일이 생각나서... 그럼 일 보십시오!""응? 괘, 괜찮소만... 익!"꼬집.엽운주의 옆구리가 따끔하더니 서둘러 옆에있던 양유시의 얼굴을 마주쳤다."아..."그녀의 표정은 이랬다. 어린 소녀가 공을 들여 자리를 피해줬으면, 우리는 의무감 가득한 소녀가 만들어준 자리에 응당 누를 끼쳐선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엽운주는 그 표정을 읽고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바깥 팔부터 감싸 안아주자 양유시도 표정이 한결 나아졌고 그대로 얼굴을 기대었다."기분이 한결 낫군요. 우리가 이리 있어본적이 있었던가요?""흠흠. 그렇군요. 나도 부부였다는 것을 가끔 잊게되는 군요. 그래도 부인께서 이리 다가오시니 제 망각 증상도 깨끗하게 사라져 이마저도 부인의 치료술이 아닐까 사료됩니다.""말씀 씀씀이가 기특해서 오늘만큼은 봐드리겠습니다."양유시는 더욱 그의 팔을 끌어당겨 최대한 둘 사이의 공간이 없도록 붙었다. 간만에 느끼는 품이라 더더욱 그리움이 가득했다. 냄새며, 단단한 몸이며, 무엇하나 그 촉감을 놓치기 싫었으니 두 눈을 감고 만끽하였다."그나저나. 아직은 시간이 있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역시... 장문인의 말마따나 아직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조심스럽군요. 저도, 부인도 그분 덕에 당문인이 되었는데 도저히 당 사저께 이야기할 엄두가 나질 않는군요."엽운주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장문인은 부디 생존에 관해서는 함구해주길 바라는 눈치였으니 그의 기대를 차마 저버리기가 어려웠다."그렇습니다만, 언제까지 함구하시렵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그날이 올 때까지 기다리시렵니까?""그 편이 나을 것 같기는 하지만, 왠지 그분들의 재회를 내 입이나 부인의 입으로 밝히는 것은 너무 엇나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는군요. 너무 큰 걱정일까요?"양유시는 그저 베시시 웃으며 이야기했다."후후후. 그럼 그날까지는 비밀로 부치도록 합시다. 지금 우리는, 우리만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하구요."양유시가 맞잡은 손을 더욱 꽉 쥐니 엽운주는 그녀의 기대를 저버리기는 어려워 보였고 그저 구름한 점 없이 뻥 뚫린 새파란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조 형. 조금만 기다리시오. 곧 구해드리리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내 이름은 조운!봉선화 빛, 따사롭고 끈적끈적한 틈을 타서 다시 도착한 장소는 외성 안뜰. 알 수 없는 모습의 몸짓을 하고있는 푸른 청의의 여협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와 버렸다. 무언가 사람이 아닌 듯한 형상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그녀가 도무지 무얼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개과의 동물에게서만 볼 수 있는 자세를 봐버린 나는, 호기심에 그만 그녀만의 금단의 영역으로 발을 내딛었다."소천언니? 여기서 뭘 하시는...""꺄아악!"거, 말한번 붙인 것 뿐인데 소스라치게 놀라는 그녀. 금단의 영역이라 부른 것은 적중한 모양새였다. 소천언니는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놀란가슴을 겨우 쓸어내리는 것이었다."후우... 스승님인줄 알았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찾아오고는.""헤헤... 여기저기 다들 저마다 할일이 많더라구요. 저는 이곳 사람들이 가진 이야기를 모르니 감히 끼어들 수도 없구요. 언니는 뭐하고 있었어요?""흐음... 나는 뭐, 가끔은 참을 수 없는 과거의 버릇... 이랄까?""과거의... 버릇? 언니는 뭐하고 다니셨길래 그래요?"소천언니는 그저 하늘을 응시하며 과거를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내 눈을 마주보고는 입을 열었다."알고싶어?"언니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서 입을 열기 부담스러웠지만 그녀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는 내가 알던 탈백유란의 재림의 차갑지만 온화한 얼굴 표정이 아닌, 흙탕물의 때가 잔뜩묻고 규칙에 얽메이지 않는 듯한 해방된 표정이었으니 그 모습에 의문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마냥 궁금한것이 잔뜩 있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답했다."네! 네! 알고싶어요!"소천언니는 그저 크게 한숨 쉴 뿐이었다."그럼 어디가서는 이야기하면 안돼? 특히나 스승님 귀에 들어가는 것은 죽도록 싫으니...""응응! 알겠어요!"언니는 다시한번 크게 한숨쉬더니 이런 아이를 믿어도되나 싶은 표정으로 일관했지만, 소녀가 가진 금단의 호기심을 건드렸으니 마땅히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체념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 일단 내가 어째서 스승님의 제자가 되었는가? 와 함께 과거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네. 긴 이야기가 될 것같아. 내 특이한 자세도 설명해야하니..."
월영전(月鍈傳) (2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