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간만에 글을 올립니다.
슬슬 없던 이야기 지어내려하니 머리아프고 속도도 느려져버렸습니다.
얼마전 활협전 공식 한글패치 당했는데 말이 많네요
해볼까 했는데 상처입을까봐 손도 못댔습니다.
언제 제대로 업데이트 할거냐 새곰...
여튼.
제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팬픽은 2차창작이며 본작 활협전의 스토리와는 무관한
개인 사심 가득한 소설임을 말씀드립니다.
이 소설은 루리웹 활협전 게시판에서만 연재중입니다.
"그렇다면 상 언니께서는 계속해서 당문에 계시겠습니까?"당문에서의 돌발상황이 지나간지 이틀 즈음 되었을 무렵. 당문 본원의 정리가 어느 정도 되었고,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일단 그녀들은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우소매와 번소천은 일단 위국, 욱죽, 하후란이 있는 공산으로 되돌아갈 생각이었고, 그녀들이 빠지면 당문을 지킬 자가 필요하니 용상이 남는다 하였다."그래. 언제 또 올지 모르는 마교와 이곳을 들어오려는 이들을 직접 내 손으로 가리려한다. 혼자서는 무리라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이곳을 비울 수는 없다. 누군가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구나."그렇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생각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하는 수 없었지만, 아직 어떻게 해야할지 결정을 못한 이가 있었다."묵령은 어찌할 거야?"당문의 핏줄로서 당문을 지켜야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자신도 공산에 가야하나 고민인 묵령. 그녀도 공산에 남아있는 나머지 둘의 안위도 걱정되었기에 괜히 걱정에 빠진 것 이었다. 우소매는 그런 그녀의 고충을 모르지 않는 눈치였으니 적당히 입을 열었다."뭐, 당연히 당씨로서 당문을 지키는 것이 순리에는 맞겠지만... 선택은 알아서 해줘. 네가 있어야 할 집도 어찌저찌 되찾았고... 이젠 스스로 길을 잡아나가야지. 안 그래?"우소매는 묵령이 당문을 마주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목적이었고 겨우 되찾은 자신의 집을 두고 묵령이 굳이 그녀들을 따라갈 이유도 딱히 없다고 판단했다. 단지, 묵령에게 있어서 왠지모를 걱정만이 가슴 속 깊게 새겨진 것을 본 것인지 우소매는 아직도 갈팡질팡하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억지로 눈을 마주쳤다."뭘 그리 고민해? 여기가 네 집이잖아?""하... 하지만."역시 묵령은 그녀를 보내는 것에 대해 걱정이 우선인듯 했다. 팔도 다쳤지만 무엇보다 공산으로 가는 길 역시 만만찮은 길이라 번소천과 함께 보낸다 한들, 본인이 동행하지 않는다면 위험에 처하기 쉽다고 생각한 나머지 괜히 걱정의 표정을 보였다. 그렇다고 마냥 당문에 남겠다는 용상을 혼자 두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용상도 그간의 피로가 누적되어 있다는 것을 간과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우소매는 그간 무공을 사용하지 못 하는 몸을 가지고 묵령의 도움 덕분에 겨우 목숨줄을 이어나가 당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녀가 당문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던 것은 완벽히 묵령의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생각했다. 무엇이 그녀를 위한 것일지. 무엇이 우리를 위한 것일지. 안그래도 생각하고 있는 바는 있었다."자. 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는 돌아가지만, 다시 돌아올게. 모두를 데리고 말이지. 어때? 이러면 좀 나을까?"그 이야기를 들은 묵령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공산과 당문은 너무 먼데..."묵령에게 있어서, 우소매에게 있어서도 이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이긴 했다. 인원이 늘수록 당문 운영도 손 쉽게 가능하고 좁은 집안을 벗어나 좀 더 활동이 용이할 여건이라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들을 불러 초대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일반인이 된 몸을 이끌고 험난한 무림을 뚫고 오기란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었으니 묵령은 한편으로는 좋았으나 내심 걱정가득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버렸다.역시... 안되겠다.묵령은 시선을 용상에게로 돌렸다. 그녀의 시선을 받은 용상은 놀란 나머지 눈을 크게뜨고 바라보았고 그녀의 시선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꺾을 수 없다는 눈빛을 읽은 것인지 고개를 슬쩍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당 동생이 그렇다고하니 어쩔 수가 없구나. 우 동생, 번 동생과 동행해서 그녀들을 이곳으로 데려오겠어. 그거면 됐지?"묵령은 미소지었다."네! 부탁드릴게요!"우소매가 그 모습을 보고는 한숨이 나왔지만, 그녀 역시 호위를 번소천 한 명에게만 맡기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계산이 된 듯, 묵령의 선택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여겼다. 여러모로 당문에 혼자 남겨두고 길을 떠나야 한다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었지만, 이런 생각을 하며 고민하는 것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이내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그래. 최대한 빨리 다녀올테니 기다려줘. 그럼... 이제부터는 혼자 있을텐데 괜찮겠어?"묵령은 우소매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했지만 그렇게 고민이 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마침 하고 싶은 것도 있었고, 당문을 되찾은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주변 정리가 덜 끝났으니 혼자서라도 해낼 심정이었다. 그리고 그녀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도 할 생각이었으니 예상외로 할 일이 많아 나름 기뻤다.묵령은 떠나가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혼자있음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미소지으며 그녀들을 보낸다."당문은 제가 지킬거에요. 모두가 지켰던... 사형이 지켰던 당문을 지킬거에요."우소매를 비롯한 나머지 여협들도 묵령의 이야기를 듣고는 미소지으며 이윽고 먼길에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다녀올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혼자가 되어버린 묵령. 막상 혼자가 되니 간만에 떠오르는 일이 생각이 났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하는 법. 서둘러 뒷산의 수련장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간만에 하늘에서 비추는 햇빛은 따스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이 쳐들어오지 않았던 평화로운 일상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지만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일뿐. 되돌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렇다고 달려가는 시간을 붙잡고 되돌릴 수는 없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라는 것 쯤은 묵령도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살짝 미간의 주름이 구겨졌지만 어쩔 수 없다. 구겨진 미간을 뒤로한채 다시 한껏 평온을 찾고는 어느 덧 도착한 뒷산 수련장."......"묵령은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모두의 권유를 무시하고 스스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달아 마음이 가는 곳을 선택해 끝끝내 다시 만났던 두 사람의 추억. 신념과 사랑이란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가 선택했던 그 순간과 감정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새겨져 있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 해 가슴에 대못 박힌 현실. 묵령은 지난 날을 떠올리니 그만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강해지리라 마음먹은 그녀였다. 그녀의 가슴 속은 텅비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비어있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홀로서기하여 겨우 얻은 인연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으니, 스스로가 쌓은 것은 결코 놓지 않으리...' 소사매.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뒤돌아 이리저리 두리번 거렸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소리가 난 것 같은 장소로 뛰어가도 무엇하나 없었고 오로지 그 자리에는 부군과 함께 지냈던 냇가 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묵령은 아무도 없는 그 곳으로 천천히 걸어내려 갔지만 그녀의 보이지않는 시선을 떠나 아직도 곁에 같이 있는 기분이 들어 왠지 안심되었다. 맑고 청명한 하늘로부터 따뜻하게 비추는 태양빛이 마치 그런 느낌을 주었다.자리에 앉아 조용히 냇가를 바라본다. 투명한 물 파도가 태양빛에 반사되어 출렁거리고 잔디를 타고온 바람이 살살 피부결을 어루만지고 가니, 누군가가 왔다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고 냇가의 물은 고운 두 발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니 시원한 것이 그녀만의 조용한 세상이 되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잠시 두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사, ...줘요!!!""......?"그때 잔잔한 바람소리를 타고 묵령의 귓가에 어렴풋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눈을 감고 시원하게 감싸주는 냇가의 물을 느끼고 있었지만, 다시한번 산 아래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사, 살려줘요!!!""?!"묵령은 잠시의 휴식에서 벗어나 재빨리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살, 살려줘요!!"어떤 그럴싸한 옷을 입고 괴한들의 쫓김에 도망가는 소녀가 있었다. 목숨의 위협을 받는 소녀는 죽을 힘을 다해 달리지만 괴한들은 여유롭게 그녀를 쫓으니 심심풀이를 즐기는 듯한 얼굴을 하며 희롱하는 것이었다."자자. 어서 이리로 오라니까. 아저씨가 잘 놀아준다니까?"소녀는 희롱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욱 더 잡히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안간힘을 다해서 수풀을 지나 바위를 뛰어넘어 서둘러 당문방향으로 뛰어갔다."이봐! 당문에서 너를 구할 당문인들은 이미 아무것도 없어! 가봤자 헛수고라고!"도망치지 말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듣자하니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그렇다고 멈춰서서 네놈들에게 희롱 당할 쏘나!! 살려주세요!!""하하! 거참 끈질기네 같이 좀 가자고!!"휙! 퍽!그때 괴한들의 위쪽에서 작은 돌이 바닥으로 쏘아져 바닥에 박혔다. 바닥에 덩그러니 박혀 있는 모습을 본 괴한들은 일제히 위를 쳐다보았고 태양빛을 등져 그늘진 작은 그림자가 나무위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뛰던 걸음을 멈춰세웠다."누구냐! 내 유흥을 방해하는 자는?!"척!사뿐히 그의 앞에 나타나 작은 그림자."여긴 제 집 구역입니다. 돌아가세요."묵령은 괴한에게 따끔히 준다고 경고를 했으나 그녀를 스윽 훑어보던 그는 입맛을 다시며 쳐다보았고, 꺼림칙한 오한을 느껴 미간이 살짝 찌그러졌다. 괴한은 있는 허세 없는 허세를 긁어모아 으스대더니 곧바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이거이거. 유흥거리가 하나 더 늘었네? 이봐 꼬마아가씨. 너도 우리랑 좀 같이 놀아볼까? 아주 좋은 곳이 있거든? 같이 좀 가서 놀아보자고!"괴한이 손을 뻗어오니 묵령은 적당히 한 손가락으로 멈춰세웠고 전혀 겁먹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살짝 당황했지만 오히려 체격 차이와 숫자로 몰아세우려고 하니 그저 다 큰 사내들이 작은 체구의 소녀를 겁박하려는 그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것을 보고는 도망치던 소녀가 다와서 다급히 그녀의 옷깃을 붙잡아 끌었다."뭐, 뭐하세요! 어서 도망안가고?!"묵령은 도망치던 소녀의 이끌림에 슬쩍 뒷걸음질 쳤지만 오히려 그것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그녀였다."왜요? 도와달라는 것 아니었나요?""그, 그야...!"괴한 중 한 명이 기세좋게 주먹을 쥐고는 그녀를 다시 협박하기 시작했다."이봐. 다같이 우리랑 놀자는데 뭐 문제있어? 일단 가보고 결정하면 될거 아니야??"묵령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는 곰곰히 생각했다. 안그래도 묵령은 당문이 멸문 된 이후로 주변이 어수선하다는 것을 우연찮게 많이 보아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곰곰히 턱에 손을 괴고는 괴한들을 이리저리 쳐다보았고 무언가 떠오른 듯 괴한에게 말했다."좋아요. 같이 가보시죠."묵령의 소매를 잡던 손이 떨어지면서 소녀의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기겁을 했다."무, 무, 무, 무슨 소릴 하는거에요?? 어딜 따라가요??"묵령은 놀란 소녀에게 알 수 없는 눈빛을 스윽 주고는 시선을 괴한들에게 한 채로 다가갔다."가죠. 어딜 가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초대에는 응당 응해야지요."묵령의 미래를 보기라도 한 듯 기분나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하하!! 이것 보게? 이렇게 당돌한 아가씨가 있다니! 오늘 재미 좀 보겠는데?!"소녀는 그저 눈치 없어보이는 묵령의 이야기에 치를 떨며 울먹였다."하아... 오늘 이렇게 붙잡혀서 희롱당하는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인가... 괜히 살려달라 외쳤어..."소녀는 한탄하며 중얼거렸다. 그들 소굴에 끌려간다는 것은 적어도 좋은 꼴은 면하지 못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묵령이 원망스러웠다. 다른 저항도 하지않은 채 잡혀가 온갖 험한 꼴을 타의적으로 당할 것인데 저리도 덤덤하다니... 그때 묵령이 소녀에게 속삭였다."...걱정마요. 지켜줄게요."소녀는 묵령의 말을 듣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자신감인 것인지는 모르지만 묵령의 툭 던진 한마디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비록 위험한 장소로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녀의 한마디를 듣고는 가슴 속에서부터 알 수 없는 안정감이 생겼으니 어떤 마술을 부린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다.잠자코 그들의 안내를 받으며 당문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의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주변을 돌아보니 그들과 비슷해보이는 덩치만 커다란 무뢰배들이 줄지어 있었다. 딱봐도 당문이 사라지자 세력권을 야금야금 갉아먹던 무뢰배들이 점령한 도적단의 소굴 한복판이었다. 소녀는 묵령의 소매를 꼬옥 잡고는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저, 저, 정말 괜, 괜찮은 거 마, 맞죠? 그쵸?""......"묵령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렇게 괴한들의 안내를 받고 걷다가 어느 덧 횃불이 불을 밝히는 동굴의 한복판에 도착했고, 그곳에는 수많은 여자들이 잡혀있는 참상을 볼 수 있었다. 다들 삶의 의욕이 없는 눈빛이 가득했고, 그 중에는 시체들도 구석에 가득했다. 여간 지옥이 아니었다. 묵령은 여전히 침착한 눈빛으로 주변을 훑어보았고 그 참상을 보고는 주먹이 은근히 쥐어졌지만 결코 본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묵령의 앞으로 우두머리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나타났다."두목. 여기 제발로 들어온 꼬마아가씨들이 있습니다. 히히, 오늘 수당은 좀 괜찮을까요?"어이없는 소리를 주고받는 도적잡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치가 떨리고 주먹이 자신도 모르게 꾹 쥐어졌다. 묵령은 여태껏 느끼지 못 한 분노에 휩싸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냉정함을 잃지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주변의 참상을 다시금 훑어보기 시작했다."하하! 그래그래. 맛있어 보이는구나. 두둑히 챙겨주지."그 말을 들은 소녀가 더욱 사시나무처럼 떨며 그저 망부석처럼 서있는 묵령의 소매를 붙잡고는 이제 다 끝난 듯,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주...주...죽을 거야... 죽어버릴 거...""뭣 좀 물어볼게요. 우두머리씨."묵령이 입을 열었고, 괴한의 우두머리가 묵령을 쳐다보았다."뭐?""히이이익!!!"겁도없이 입을 열고는 선 질문을 해버리니 소녀는 무섭기 그지없었고 우두머리는 슬슬 씨익 웃으며 묵령에게 최대한 가깝게 다가왔다. 울그락 불그락. 온갖 지저분한 모습을 한껏 뽐내며 다가왔다."후후. 그래. 어차피 이곳에 들어온 이상 살아돌아가지 못 할 것은 자명하지. 무엇이 궁금한고, 꼬마아가씨?"묵령은 눈빛하나 변함없이 대차게 질문했다."우두머리씨네는 여기가 전부인가요?"우두머리는 묵령의 이야기를 듣고는 당찬 그녀의 말에 그저 웃음이 났다."하하하! 우리가 이게 전부냐고? 아니! 당문을 중심으로 아주 잘 퍼져서 있단다. 너같은 어린 아이들로 가득 채워서 맛있게 잘 먹고 있단다. 그리고 너희 둘이 이제 새로운 먹잇감이라는 것이지! 하하!""그런가요... 당문을 둘러싼 세력이라..."묵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고 그 모습을 본 우두머리는 은근슬쩍 손을 묵령에게 가져갔다.퍼어억!"아으으으윽악!?!!"순간 그의 낭심을 걷어차는 소리가 동굴안을 가득 메웠고 그의 신음소리도 동굴 가득 울려퍼지니 주변의 모두가 묵령에 집중했다."설마하니 촉중당가가 멸문되었다고 이정도까지 더러워졌을 줄은 몰랐어요. 모두들 미안합니다."묵령은 사로잡혀있는 자들을 향해 고개숙여 예를 보였다. 바닥에 널부러져 낭심이 으스러진듯 고통속에서 눈물짓고 괴로워하는 괴한들의 우두머리가 겨우겨우 입밖으로 소용없고 쓸데없는 말을 뱉었다."이, 이년이 무, 무슨 소릴...아으윽...아하으으으윽..."묵령은 눈을 감고 천천히 생각하더니 눈을 뜨고는 그들에게 선언했다."당문 장문인의 딸. 당묵령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께 촉중당문의 이름을 걸고, 아버지의 이름. 당중령의 이름 석자를 걸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지금 이곳, 이시간 이후로 제 눈에 보이지 않는 분들에 한해서 목숨만큼은 살려드리겠으니 부디 소녀가 그대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순간 주변이 싸늘한 분위기에 사로잡혔고, 불타오르던 횃불의 불 마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바람결에 슬슬 약해지기 시작했다. 주변이 웅성웅성해졌다."뭐, 뭐야. 당문은 멸문되었다며!""설마 살아남은 핏줄이 있었다는 거야?"낭심을 부여잡은 우두머리가 외쳤다."아으으윽... 뭣들 하는거야! 그냥 고작 쬐그만 년이잖아!! 모두 달려들어 죽여!!"그 이야기를 듣고는 안에 있던 사내들이 자신들의 냉병기를 붙잡고는 일제히 묵령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히이이익! 사, 살려주세...!"소녀가 바닥에 웅크리고 충격에 빠져 그저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었지만, 묵령은 자기에게 다가오는 무리들을 하나하나 쳐다보고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는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아주.간단해보였다."팔초식. 가슬추연."묵령이 자세를 잡고 두 손에 바람의 기운을 가득담아 무릎을 꿇고 땅을 향해 사뿐히 내딛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중심으로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고, 그 영역에 닿은 열 댓명의 사내들이 갑자기 생겨난 기류에 의해 두 눈으로 날카롭게 바람이 몰려들어와 일제히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움직였다."풍아지세. 묵령보. 천랑연각."순식간에 묵령보로 다가가 열 댓명의 괴한들을 천랑각으로 한 명, 한 명 걷어차 날려버리니, 그것에 당한 모두가 갈비뼈가 으스러져 그대로 동굴 벽에 쳐박혔다. 그리고는 피 냄새를 주변에 진하게 풍겼고 누구하나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묵령은 공중에서부터 내려와 사뿐히 착지를 하니 움직이지 않는 사내들을 제외하고는 벙찐 얼굴로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묵령은 아무 일도 없던 듯, 무심히 자신의 각갑을 묶은 끈을 척척 정리 하고는 일어서서 싸늘한 눈빛과 살기를 주변으로 풍겨냈다."나가시지 않았으니."스릉.묵령이 허리 춤의 검을 꺼내들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들이 기꺼이 듣기를 바라며 속삭였다......."청소를 시작하겠습니다."그 소리를 듣고 자리에 있던 모든 괴한들은 일제히 검을 빼들어 묵령을 향해 눈에 불을 켜고 뛰어들었다. 묵령은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유지했고, 다가오는 괴한들을 향해 한 걸음을 떼어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에는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미세하게 보였고, 어떤 행동을 하든 모조리 대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챙!첫번째 검격. 검과 검이 부딪히는 것 같지만 잘 보면 묵령의 검 쪽이 비스듬하게 움직여 검격의 궤적을 비꼈다. 궤적을 비껴간 검은 그대로 묵령의 왼편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괴한은 그대로 묵령의 눈과 마주쳤고 무언가 잘못 됐음을 깨닫기에는 이미 늦었다.휙! 퍼어억!묵령의 몸통이 앞으로 접히며 괴한의 얼굴을 그녀의 발바닥이 강타했다. 그녀는 그대로 한 바퀴 돌며 괴한을 땅에 내리 꽂았고, 그의 머리가 뒷통수부터 부딪혀 두개골이 박살난 듯 애꿎은 피와 뇌수가 바닥에 깨진 술병의 술처럼 흩어졌다. 그때 오른쪽에서 또 다른 검격이 날아들어오자, 재빨리 허리를 뒤로 젖히며 검격을 피했다. 이어서 두 손바닥을 바닥에 딛고 상체를 물구나무로 세운 뒤,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 얼굴을 향해 걷어차니, 괴한은 그 방향으로 날아가 나머지 괴한들에게 부딪혀 날아갔다."히이익!! 저, 저리가!!"묵령은 멈추지않고 몸을 일으켜 세운뒤 묵령보로 빠르게 다가가 괴한의 가슴 팍에 손을 얹고는 공력을 집중해 손바닥에 모았고, 그녀가 본 그의 마지막 표정은 참으로 역겹기 그지 없었으니 크게 한숨 쉬었다."구초식. 소풍농월."뻐어어엉!!손에 모인 공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터뜨리니 괴한은 벽력탄이 내부에서 터져버린 듯 엄청난 소리와 함께 그대로 칠공분혈한뒤 힘없이 시체가되어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괴한들은 더욱 싸늘하게 변해버린 그녀의 눈빛을 보게 되었고, 이윽고 과거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다시는 무뢰배의 길에 들어서지 않으리라 당문 장문인앞에서 약조하여 겨우 살아났던 그들은 약속을 어기고 다시 돌아왔으니, 그녀의 눈빛은 마치 사라져버렸다던 장문인의 재림을 바라보기라도 한 듯 형용할 수 없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그자리에서 무릎꿇고 벌벌 떨며 움직이지 못 했다.그때 괴한 중 한 명이 잡혀있던 여성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했다."그, 그만! 더 움직이면... 움... 직이면...??"......"더 움직이면 어찌하시려고 합니까?"천지무성세 이초식 물향기의 보법을 묵령보와 합쳐 움직이는 묵령의 몸놀림은 가히 사람을 초월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움직임은 찰나의 순간만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협박하려했으나 눈 한번 깜빡이니 어느새 자신의 귓가에 대고 저리 차갑게 속삭이니 바지적삼을 지리고는 공포에 사로잡혀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의 속삭임은 저승에서부터 자신을 잡으러 온 사신과도 같았다."삼초식. 늑대이빨. 송곳니."묵령의 주먹이 뒤에서 그의 심장을 꿰뚫었고 시체가되어 쓰러지려는 그를 발로 밀어 차버렸다.저벅. 저벅.짤랑. 짤랑.그리고 동굴안에서는 방울소리가 울려퍼져 들려왔다. 평소에는 울리지 않을 방울소리가 동굴 안에서 조용히 울려퍼졌다. 이는 그녀가 의도대로 방울소리를 낸 것이었고 부디 이 소리로 하여금 그들이 안식에 들수있도록 한 작은 배려심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결코 안식의 소리가 아니었다. 공포 그 자체가 자신에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오는 소리였으니, 그녀가 추구하던 배려심이 잔혹하게 그들의 귓 속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물론 악인에게는 배려심 따윈 사치이니 그 자리 그 누구도 이를 배려심이라 여기지 않았다.그때 묵령의 다리를 붙잡는 이가 있었으니."...아직 거기 계셨나보네요?""사... 살려줘..."어이없는 헛 소리를 겨우겨우 내뱉던 우두머리의 불쌍스러운 표정을 보았고, 역겨움이란 것은 진정 이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더욱 미간을 찌그러뜨리더니 한 마디하고는 그의 목에 검을 찌르고 숨도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저승가서 물어보세요. 살아도 되는지. 염라대제께서도 당신 만큼은 지옥불로 불태워도 시원찮다 여길 것입니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한참동안 비명소리가 들리던 동굴안은 어느정도 정리가 끝났는지 조용하고 고요해졌다. 묵령은 더러워진 검을 소매로 스윽 닦아내고는 허리춤에 놓았다. 그리고 동굴안에 잡혀있던 여성들을 데리고는 앞장서서 밖으로 나왔다. 간만에 만나는 태양빛에 겨우 살아나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여성들이었다. 묵령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면, 자신이 이어받은 당가의 피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자리가 이토록 무겁고 냉혹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묵령은 자신의 손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눈을 감고는 생각에 빠졌고, 다시 눈을 뜨고는 그녀들에게 이야기했다."자. 다들 이제 집으로 돌아가세요. 촉중당가의 피를 이어받은 자로서 당문의 주변은 이제 제가 정리토록 하겠습니다. 부디 안녕히..."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뒤돌아 다시 당문방향으로 돌아가는 묵령. 생각보다 역겨운 참상을 눈앞에서 마주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전처럼 속에서 역겨운 것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것을 이번에는 겨우 버텨냈지만 여간 적응하기 힘들고 어지러울 뿐이었다. 그리고는 앞으로의 당문 주변의 치안을 두고 정리하고자 하니 여간 머리 아픈 것이 아니었으니 이를 혼자서 해결하기에는 힘든 것이라 여겼다. 이럴 때 부군 만이라도 있었다면..."어, 언니! 잠깐만!!"묵령을 따라 같이 온 소녀가 가던길을 멈춰세웠다."......?"묵령은 뒤를 돌아보았고, 소녀의 뒤로 어디를 가야할지를 모르는 여성들이 가득 웅성이고 있었다."이야기를 들어보자니 다들 갈 곳이 없다고 해요. 그 괴한 집단들의 습격으로 가족들도 잃고 집도 잃었으니, 자유의 몸이 되었으나 갈 곳이 없어 저리 웅성대는거에요. 그러니 언니. 당문의 핏줄이시라면 혹시 어디 몸을 위탁할 곳 없을까요?"묵령은 그녀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경청했다. 하지만 지금당장 뾰족한 수가 있을 리가 없었다. 난처함에 빠졌으니 묵령조차 무엇을 해야할지 또 하나의 과제가 그녀를 덮쳤다."그... 너는?"묵령이 소녀에게 물었다. 소녀는 깜빡한 듯 서둘러 묵령에게 자기소개를 했다."아! 제 소개가 없었네요. 제 이름은 조가 운이라고 해요. 성도성에서 가출했다가 당문으로 와버리게 되어버렸어요. 그러다 놈들에게 쫒기고... 언니를 만나지 못했다면 진짜 죽을 뻔했어요... 고마워요.""조...운?"소녀는 머리를 긁적이곤 헤헤 하며 부끄러워했다."촉나라 조운 공의 성과 이름이 똑같아요. 읽는 것이 다른데 조운 공은 구름이지만 저는 울림이라고 읽죠. 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무언가 괜찮은 생각 없을까요?"갈 곳 잃은 그녀들을 보아하니 마치 텅 비어버린 자신의 가슴 속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동질감을 느낀 것인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때 무언가가 생각이 난 듯,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 있었다."...외성으로 가보자. 그곳의 상황을 아직 확인 못 했어.""외...성요?"당문에는 외부손님이나 갈 곳 없던 자들을 거두던 외성이 존재했으니 아직 미쳐 가지 못 한 장소가 그곳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상황을 설명하고 그녀들과 함께 외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묵령이 동굴에서 나온 그날부터 한 가지 시가 비밀스럽게 당문의 주변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는 묵령도 한참 뒤에야 깨달았으니 주변인이 그 이름을 부를 때면 얼굴이 붉어지기 일쑤였다.내용은 이랬다.[촉중당문이 되살아나리라.당문 장문인의 재림이다.그녀가 없던 새까만 밤과 같았던 동굴안은그녀가 오고 청명한 방울소리로 가득차우리들을 구원하였으니.그녀가 당문의 새로운 주인이오.그녀가 촉중당가의 여협이다.어두운 날.달이 밝히듯 다가왔으니그녀를 '월영협녀'라 부를 것이고지금은 주변이 어수선하니비밀스럽게조용히 널리 알릴지어다.보아라.촉중당문은 멀쩡히 살아있구나.]
월영전(月鍈傳) (8)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