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갑자기 더워지네요. 더위 안 먹게 조심바랍니다.
한 번쯤은 전체적인 개인 서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2화분량으로 짧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과거 회상은 지루할 수 있지만, 서사의 개연성? 을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본작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 있으나 좀 비슷해 보일 수는 있음이 조심스럽습니다.
제 글은 활협전 본작과는 별개의 2차창작, 팬픽입니다.
루리웹 활협전 게시판에서만 글을 게시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이름은 번소언(繁咲嫣).어릴 적 기억은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개방(丐幇)에서 눈을 떴을 때부터 이어져온 기억이 전부였다. 당시에 나는 너무나 어렸고, 강한 충격을 받아서 기억이 일부 없을 거라는 왕이장(王二壯) 개방 방주님의 이야기가 내 기억의 편린의 시작이었다.개방에서의 삶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나는 여자아이였기때문에 그야말로 최악의 장소였다. 약하다고 쉽사리 얕보일수 있으며, 무법지대에서 여자란, 험한 꼴을 벗어나기 힘든 곳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모습, 그대로 개방에서 살아가리란 어려움이 가득했다. 그렇기에 결정해야만 했다. 멀쩡한 머리를 쥐어짜며 헝클어뜨리고, 온몸에는 흙을 포함한 온갖 오물을 뒤집어썼다. 상처도 군데군데 억지로 냈으며, 이름없는 어여쁜 개 한 마리와도 서로의 안전을 위하여 친구가 되어 같이 다니기도 했다."그 와중에 네 용모가 제일 보기좋구나. 네가 정녕 족보없는 ㄱㅅㄲ가 맞는 것이더냐?"개방 한복판에서 족보없는 어여쁜 개와 함께 다니며 오손도손 살아가던 어느 날. 그 아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근처에 개방거지들이 바닥에 불을 피우며 고기를 나누어 먹고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데리고 다녔던, 하나뿐인 나의 ㄱㅅㄲ였다."이 빌어먹을 거지새끼들아!! 감히, 감히 내 ㄱㅅㄲ를 쳐먹어?? 오늘 네놈들의 사지를 찢어발겨 자연의 보양에 힘써주마!!"그때부터였다. 그날은 개방의 ' 개방광인(丐幇狂人) '의 탄생일이었고, 그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던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몰랐지만, 내공에 적성이 있었던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나만의 호흡법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다. 그 결과, 주변 개들을 괴롭히던 개방 떨거지들을 보이는 족족, 모조리 작살을 내놨으며, 결코 살려두려 하지 않았다. 보이면 죽이고, 보이면 입을 찢어놨으며, 보이면 다리와 팔을 분질러놨다. 그야말로 개에 ㅁㅊㄴ이 개방에서 활개치기 시작했다. 개들을 구조하고, 무리를 이루고 다니던 어느 날."허허. 네가 정원랑(定遠郎)의 손에 거두어진 아이더냐? 참으로 야속하군.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도 감수않고 행동하는 것이 호랑이 앞에 고양이처럼 필사적이구나. 그러나, 강한 고수를 만난다면 필시 너에게 해가 될 터. 화산처럼 끓어오르는 성정을 죽이고, 자신을 호신할 수 있게 무공과 호흡의 사용법을 가르쳐주겠다. 어떠냐. 해보겠느냐?"한 쪽 팔이 없는 어떤 아저씨가 개방을 떠돌아다니던 미친개한테 손을 내밀었다. 미친 행동을 밥먹듯 해오긴 했으나, 자기자신을 잃지 않으려 이성의 끈을 필사적으로 잡고 있었다. 위험한 고비를 여러번 넘겼으나, 위태위태하던 순간이 자주있어서 그때마다 머리를 땅에 박아가며 나자신을 잃지 않기위해 버티고 있었다. 그러다 만난 그 아저씨는 나의 끓어오르는 성정을 돌봐주기 위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호흡법을 개선해주었고, 나의 행동을 기반으로한 무공도 만들 수 있게 도왔으니, 그것이 내가 자력으로 만든 구타견권(毆打犬拳)이었다."쯧. 구타견권이라니. 별 이상한 이름을 다보겠군. 하지만 그것이 너의 선택이라면, 굳이 막지는 않겠다. 개방에서의 자유를 만끽하고, 네가 그저 외딴길로 새어가지 않기를 바라마."그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괜찮다, 천아야. 저 거지놈은 내 친구이니,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개방이 너의 안방마당이니, 자유롭게 살아가거라."왕 방주의 말을 듣고, 그날을 기준으로 함부로 나서는 일을 극도로 줄였으며, 주변의 떠돌이 개들을 돌보는 일을 받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개들과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으며 개들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그것이 내가 개와 비슷하게 행동하는 버릇이 생기기 시작했다."진짜 별일들이 다 있었네요. 그래서 개처럼 행동하는 버릇이 생겼군요?""응. 그런데 부탁이니, 이런 이야기는 스승님께 이야기하지는 말아줘. 태생이 이런데 교정이니 뭐니 나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신 은혜를 저버리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버릇은 버릇이라, 새벽녘에 가끔 이러고 다니니까 그나마 낫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모습을 스승님께 보이기는 그렇네.""알겠어요. 그럼 하후란 스승님하고는 어떻게 만나셨어요?"어느 날, 갑자기 보릿자루에 싸여 납치당한 상황이 발생했었다. 나름 스스로가 자신의 강함에 자부하고 있었지만, 점혈을 속수무책으로 당해 아무 것도 못하고 잡혀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했다는 충격이 쉽사리 가시질 않아서 덜덜 떨 수 밖에 없었다. 흔들림이 사라지고 보릿자루의 묶인 부분이 풀려 밝은 세상을 다시 마주했을때는 어느 숲 속이었다. 내 두 눈에는 아름다운 여성과 후줄근한 옷차림의 익숙한 남성이 나를 맞이했지. 그 남성은 놀라면서 나를 쳐다보았고 입을 열었다."어? 어? 번 동생아닌가??"' 어? 조, 조씨 형님?? '간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 눈에 보였다. 그는 후에 나의 설산파 대사형이자, 나에게 도움을 많이 주던 당문의 조활 형님... 아니, 오라버니였으니, 한순간 긴장이 풀렸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전 까지는 말이지만."자. 어떻느냐? 이정도면 네가 혼인할 만한 아이를 데려온 것 아니더냐?"조 형님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반박했다."아, 아니 번 동생과 혼인이라뇨?? 무슨 농을 그리하신답니까??"그녀는 옳다구나싶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호오? 둘이 잘 아는 사이인가보구나. 그럼 이야기하기가 훨씬 쉽겠구나. 너의 넘치는 정력을 이 아이에게 분출하는 것이다. 게다가 혼인까지 한다면 합법이지 않겠느냐?"더더욱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조 형님에게 제안을 하는 그녀."사, 사부님!! 이렇게 갑자기 이러시면 어쩌라는 겁니까?? 게다가 번 동생은 남아입니다!! 어찌 사내와 사내가 살을 맞대라는 무서운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조 형님의 이야기는 그저 허공에 대고 소리지르는 메아리에 불과했었다."후후후. 활아. 돌의 겉모습만 보고 흙탕물에 빠져 빛 줄기 하나 내지 못하는 짱돌멩이인지, 온갖 아름다움을 감춘 진주덩어리인지를 구분하지를 못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물건의 진가를 알아보지를 못하는 뒤떨어지는 안목에 사부는 그저 아쉬울 뿐이구나. 잘 보거라! 이 아이는 여아다! 그것도 아름다움을 억지로 숨긴, 오색 빛깔을 발하는 진주보다도 아름다운 소녀다!! 너의 씨받이로 딱이지 않느냐?!""이런 미친!!!"허나 반가운 것은 반가운 것이고, 당혹스러운 것은 당혹스러운 법이었다. 다짜고짜 혼인? 정력? 아름다움? 진주? 씨받이?? 점혈을 당한 상태라서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자의식도 없이 혼인당할 뻔했다. 사태는 어찌저찌 지나가다가 나를 설산파 제자로 삼겠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까지 늘어놓았으니 그것이... 하후란 스승님과의 첫 만남이었다."와아... 지금도 그런 모습이 좀 보이시는 것 같았는데, 본래는 더 하셨구나. 강제혼인이라니.""흠흠. 지금 생각하면 당시에는 아찔했어. 생각할 틈도 없이 점혈당해서 잡혀간 것을 생각하면, 스승님은 정말 강했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그 이후로 여차저차 시간이 흐르고 나는 사부님과 사형을 따라서 설산 무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도 나는 여전히 개방에서의 버릇을 못 버리고 다니자 스승님께 엄히 혼나는 것이 비일비재했다. 그때마다 교정을 당했지만, 버릇은 남 못주겠더라. 그렇게 버릇때문에 하루하루 혼나가면서 시간이 지났고, 어느 날 스승님이 바쁜 대사형을 당문에 홀로 놓고 나와 단둘이 설산으로 자리를 옮겼다."소언아. 설산으로 가자꾸나. 가서 스승이 해야할 것이 있으니 나를 보필하는 것도 잊지말고. 짐을 챙기거라."처음 가게된 설산에는 사방이 새하얀 눈 만이 가득이었다. 게다가 그 추운 곳이 과거 설산파 본원이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스승님과 단 둘이 같이 있었고, 잡은 터를 중심으로 근처에서 멧돼지를 잡거나 식용 풀들을 찾아 음식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했다. 어느 날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소언아.""네! 스승님. 무슨 일이시온지?"스승은 무덤덤하게 불러놓고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개운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앞으로 6일 뒤면 나는 죽을 것이다."늘상하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다."네? 무슨 이상한 소리를 또 하신 답니까? 불안하게 또 이상한 소리마십시오. 저에게까지 부정 옮을라 걱정입니다."스승의 이상한 소리에 부정탈까봐 온 힘을 다해 고개를 저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의 스승은 묘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저 미소짓고 살살 웃기나 하며 농을 하는 줄 알았지만, 그날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미소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그 추운 설산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식은 땀이 흘렀으니, 보통 수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후후. 이상하게 너와 이야기하면 웃음이 나는구나. 활아한테 입버릇이 옮은게냐? 그 놈 입이 참 방정 맞은데다가 더럽기까지한데 좋은 걸 배우는구나. 고얀지고."조심스럽게 물었다."......다짜고짜 죽는다니 무슨 이야기이십니까?"그날 설산은 여전히 추웠지만 그 위로는 구름한점 보이지 않는, 맑으면서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새파란 하늘이 있었다. 스승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이곳이 내 무덤이다. 그러려고 왔다.""네?"스승은 내눈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본래는 소언이, 너 말고 네 대사형만 데려오려했으나, 그녀석의 눈은 당 소사매에게만 향하고 있구나. 그래서 가는 길, 외롭지 않게 너를 데려온 것이다. 어떠냐? 내가 널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지 않느냐?""뭐, 뭔 말 같잖은 소리를 하십니까? 그리고, 듣자하니 소녀는 그저 대사형의 대용품입니까?"그저 미소지으며 나에게 다가오고는 아직 따뜻한 이마와 이마를 맞대어 스승과 제자의 연을 확인하는 스승이었다."아쉽게 들리더냐?"아쉬웠다."......아쉽습니다."스승은 웃으며 다가와 이마를 맞댄채 말했다."소언아. 너는 내 훌륭한 제자이니라. 설산파 직계제자 중에서도 가장 특출나고 영특한 기둥이다.대사형? 그는 노력의 화신일 뿐이다. 빈껍데기가 아무런 깊이도 없이 지식과 능력을 넣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이미 그 깊이가 정해져있는 그릇은 그 한계가 명확하지. 하지만 그의 그릇은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이제 막 물을 묻히고, 점토를 굴려 그 높이를 쌓아 올리는 중인 아이다. 아직 그릇을 완성하려면 한참남은 잠재력의 화신이지.반면 소언이 너는 내가 직접 재어 본 결과, 나를 뛰어넘는 그릇을 가지고 있다. 설산파 무공의 원류인 설산무원공(雪山霧源功)을 거의 다 독파한 것도 모자라, 심화단계인 설산심심결(雪山沁深結)의 무한영(無限嶺)의 단계까지 오지 않았느냐? 도대제 너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이리 일사천리로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냐. 고얀것. 내 제자 중에 가장 영특하지만, 개방출신이라는 것이 영 미덥지 않구나.그래서 너를 매우 아낀단다. 너는 결코 활아의 대용이 아니다. 너는 너다. 내가 살아있는 보람 중의 하나이자, 가장 아름다운 아이다."스승은 그저 내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쥘 뿐이었다."소언아. 너는 아름답다.어째서 아직도 행동거지를 개방거지와 동일하게 유지하며, 용모를 꾸미지 않는 지는 내 묻지는 않으마. 하지만, 너는 설산파의 제자이니라. 더러운 모습은 보기 싫구나. 이제 너는 강하지 않느냐. 이제 좀 스승의 말을 듣고, 꾸미고, 여성스럽게 행동하며 지내거라. 너는 지금 충분히 그럴 자격도, 힘도 갖추었다.부디 설산파의 위신을 해하는 행동은 안했으면 하는구나.""스승님......"그날까지만 해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서는 스승님이 농이나 하는 것이라 여기며 그냥 넘어갔다. 허나 육일 뒤, 사부는 과거를 청산한다며, 자신의 사형인 제삼향을 죽이는데 성공하고, 스승 자신도 따라 죽으려 했다. 싸움을 끝내고 나를 점혈한 뒤, 앉히고는 자신의 모든 내력을 주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이해가 안갔다. 제자가 살아있는 이유라고 하더니, 모든 것을 포기하고는 내력을 넘기고 죽는 것을 선택하다니?'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됩니다. 스승님!! 이, 이렇게 쉽게 저를 버리시면 안됩니다!! 저를 버리신다니요. 안됩니다... 으으윽...!! '아무리 떨쳐내려해도 떨쳐지지 않는 스승님이 원망스럽고 안타까웠다. 어째서 이리 빨리 생을 마감하시려는 겁니까...? 내가 말을 안들어서? 내가 더러워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끝까지 나는 저항했지만. 결국 스승님은 모든 내력을 거의다 주었고,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 나는 잠시 꿈을 꾸었다. 스승님의 념(念)이 담긴 꿈이었다.' 나는 당신이 밉지도, 원망스럽지도 않소. 어찌 스승이 제자를 그리 생각하겠소? 단지 이세상에 미련을 모조리 거두었으니, 당신의 안에서 살고자 한 나의 선택이오. 비가 오면 반드시 날이 밝을 것이오.날이 밝으면 달빛도 밝을지니, 나는 조용히 달님의 옆에 서서 밤하늘의 빛을 밝히고 당신을 지켜보는 별이 되려하오. 당신의 곁에서 항상 지켜줄테니 부디 슬퍼마오. 나는 죽어서도 죽은 것이 아니니 영원히 그대곁을 지키리다. '....."으으으... 안됩니다!! 스승님!!"나는 꿈 속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그녀의 내력을 거의 다 받을 때쯤, 그것을 이용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탄했다. 스승께 받은 내력을 토해내어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내력 주입 중에 아무것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차라리 죽는다면 그녀와 함께 죽는 것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나 역시 이세상에 미련이 없었기에 동귀어진(同歸於盡)하려는 식으로 그녀를 밀어냈다. 그리고 성공했다.쩌엉!!"커헉...!""으윽...!"어찌된 일인지, 내쪽은 멀쩡했다. 주화입마될 것을 각오했지만, 나는 그녀의 내력을 고루 받아들여진 것을 느꼈고, 말 그대로 새로태어난 기분이었다. 문제는 스승이었다."헉... 헉... 이, 이 무슨... 이제 다... 다 되었는데..."내력이 겨우 살아있을 정도로만 남은 스승은 너무나 놀라서 쓰러진채 입만 겨우 움직이고 있었다. 움직이는 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나는 주입되던 내력을 뿌리쳤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몸에 더 잘 맞는 느낌을 받았고, 조심스럽게, 힘없이 쓰러져있는 스승에게 다가갔다."스승님. 도와드리겠습니다."스승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며 제자의 옷 소매를 붙잡고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으윽... 으흐윽... 대체... 넌 뭐냐... 넌 대체 뭐길래... 내가 쉽게 눈 감을 수 없게 만든 것이냐... 대체... 넌 뭐길래... 으흑흑."제자는 난생처음보는 스승의 연약한 모습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슬픔을 가까스로 참아냈다."......어찌 저를 혼자두고 가시려고 하십니까? 제자가 혼자서 방황하는 모습을 저승까지가서 보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스승님은 어째서 자기자신밖에 모르십니까?""......기사멸조(欺師滅祖)하는 못된 제자같으니."스승은 자신이 바란대로 죽지 못하여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공동파에서의 그 모진 일들을 겪고, 오로지 마지막 마무리만 짓기 위해서 살아왔을텐데, 제자가 하나, 둘 생기고 보니 미련이 생겨버린 것에 회의감을 가져버렸다.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그만, 자신의 마지막 죽을 기회를 수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그 뒤로 제자와 스승은 서로를 안고서 수없이 울었다. 제자는 울다가도 스승의 안위를 살피며 기운을 차릴 수 있게 이슬방울 흘려보내듯 내력을 천천히 나누어주었고, 슬슬 기운을 차린 스승의 모습을 보니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스승의 몸은 이전보다 앙상하지는 않지만 많이 쇠한 모습이 되었고, 그 곱고 비단결같은 칠흑의 머리결은 급격한 내력소모로 인해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그래도 제자는 생각했다. 스승이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천번만번 하늘을 향해 고맙다고 마음 속으로 절하며 살겠노라고, 그리 마음 먹었다."스승님."제자가 스승을 불렀다."왜."스승은 짧고 간결하게 밤하늘의 달을 쳐다보며 말했다."제가 스승님의 모든 것을 이어받아도 되겠습니까?"스승은 제자의 말에 잠시 입을 열지 못했지만, 자신은 그녀의 스승이었다."뭐 어떻겠느냐. 탈백유란은 이제 없다. 너는 내가 가진 설산의 모든 것을 가져갔으니, 너야말로 탈백유란이자, 그 이름을 버린 자의 재림(再臨)이다."스승은 자신이 걸치고 있던 푸른 청의를 벗어 제자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제자는 그녀의 이야기에 결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본녀는 이제부터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얼굴의 흙먼지를 씻고, 제 몸의 더러움도 설산의 냉수로 씻어내고, 머리를 빗고, 곱게 단장하여 스승님이 주신 이름에 먹칠하는 일이 결단코 없게 행동하겠습니다. 말투도 단아하게하며, 우아한 몸짓을 할 것이며, 자신이 여자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스승님도 저라는 제자의 어깨에 의지하시어 가르침을 주시길 청하니, 부디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두번다시 당신이 죽어야겠다는 마음을 안먹게 보여드리겠습니다."....."......흥."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여기계셨어요? 어? 의외의 조합이네요?"조운은 번소천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그녀의 계속되는 행위에 집중하도록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도착한 자리는 묵령과 비연이 같이 마주앉아 대치하는 자리였고, 그도 그럴게 이전의 충돌로 인한 것인지 무겁고 어색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상황이었다. 그녀들의 불꽃튀는 대치를 애써 어떻게든 무마해보려고 노력하는 조운이었다. 아무 말이나 일단 내뱉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는 비연에게 물었다."그... 비연 언니는 어떤 분이세요? 가면을 쓰고 스스로가 협(俠)이라는 글자를 새겨놓다니. 자신감이 보통이 아니네요?"비연은 가면을 쓴 채로,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허공을 보고있는 것인지 모를 시선을 조운에게 향했다."협의(俠意)를 몸소 가르쳐준 사람이 있었거든. 그 사람을 본 받기 위해... 라고만 해둘게.""그런 사람이 있었군요?"그녀는 한숨을 쉬었다."지금은 이곳에 없지만 말이지."순간 아차싶었다.".....아. 죄송해요.""아니야. 죄송할 것도 없고, 죽은 사람도 아니야. 단지 지금은 나하고는 멀리 떨어져있으니까, 언젠가는 보게되지 않을까 싶어."그리 이야기하고는 다시 묵령과 조운의 사이로 시선을 옮겨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당 소저도 그렇고 모두들에게는 제 정체에 대한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는 못 하겠으나, 조금이나마 당신들에게 신뢰를 얻고자하여 제 이야기를 하려는데 괜찮겠습니까?"묵령은 조용히 비연의 가면을 쳐다보았고, 조운은 좀 더 분위기를 살려보자는 취지로 고개를 끄덕여 비연의 이야기를 듣기를 청했다."당 소저의 눈길은 긍정의 의미로 해석하겠습니다. 신뢰를 하루아침에 얻을 수는 없겠지만, 저는 분명히 광영무림대(光影武林隊)에서 파견나온 것이며, 조금 전, 엽 공자와 양 부인께서 직접 보증 서주셨으니 의심은 거두셨을 거라 생각되지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그냥 제가 하고싶어서 하는 개인적인 이야기이니, 친목을 다지겠다는 의미로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묵령은 여전히 말없이 응시만 할 뿐이었고, 조운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여전히 고생 중이었다."아... 하하... 묵령 언니도 긍정했을거에요. 저도 긍정하니 비연 언니께서도 속시원히 이야기 바라요."비연은 조운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떨궈 시선을 아래로 향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본녀는 과거에 불치병을 앓고 있었습니다."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 불치병이라는 단어에 유난히 반응이 큰 모습을 보이니, 조운이 슬쩍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응? 무슨 일이지? 반응이 예사롭지 않은데? '그리고 비연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일단 완치는 되었습니다. 행운이 따른 편이었지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병이 낫고나서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제 몸의 본래의 특질에, 또 다른 특질이 겹쳐서 생겨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을 계기로 두개의 서로다른 내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웃기지요? 다 죽어가는 몸이었는데, 그 병이 마치 제 내력의 일부가 된 듯 또 다른 내력이 되다니. 하지만 하나의 몸에 두개의 특질이 생겼다고해서 둘을 동시에 사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 개의 내력의 흐름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제약이 걸렸더군요. 만약에 둘이 공존한다는 것이 가능하다면, 분명 더욱 강해지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모든 내력운용이 그러하듯, 본질과 이질, 두 가지 이상의 내력이 충돌하게되면 반드시 주화입마하게 됩니다. 실제로 위험할 뻔했지요. 하지만, 이 각기 다른 두 특질의 운용방법을 어느 은사께 배운 뒤로는 심법을 둘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습니다."묵령이 한참을 말없이 그녀의 말을 경청하다가 드디어 입을 떼었다."불치병이라니... 무슨... 병이었습니까?묵령이 그녀를 향해 물었고, 가면 속에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모를 가면의 시선을 묵령 쪽으로 돌렸다."툭하면 열이 펄펄 끓고 코피가 수시로 나는 병이었습니다. 무언가 일을 하다가도 이유없이 툭툭 쓰러지고, 기력은 빠져나가며, 현기증 증세가 심각했었죠. 그때마다 약을 달고 살았는데, 결국 실력좋은 의원을 만나 완쾌했지요.그 덕에 저에겐 말도 안되는 체질이 생겨났고, 두 가지 특질을 서로 맞바꾸며 변장, 눈속임, 목소리 조절까지 가능한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특질을 바꾸면 자동적으로 변하더군요. 그야말로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영혼이 있는 듯,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묵령의 눈빛이 달라졌다. 순간. 누군가가 기억이 난 것일까? 대뜸 비연의 손목을 잡고는 그녀의 기운을 최대한 집중하여 느끼기 시작했다. 비연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그 행동을 받아들였다."당신... 운상(雲裳)의 병과 너무 닮아있어. 도대체 당신은 누구입니까? 가면 뒤에는 무슨 얼굴이 있는거죠?"그녀의 병을 듣고는 어떻게든 비연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했던 묵령이지만, 맥을 짚고 있는 손으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비연에게 자신의 친구를 투영했지만 몸집도, 키도, 목소리도 전혀 달랐다.하지만 자신의 촉은 이를 '그녀'라고 믿고 있었으니 어떻게든 자신이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서 알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묵령의 붙잡고만 싶은 바램일 뿐이었다. 비연이 가지고 있는 본질은 자신이 알고 있던 친구와는 결이 아예 다른 맥을 지니고 있었으니, 눈으로 가면을 쏘아볼 뿐이었다."미안합니다. 저는 당신이 아는 과거의 친구가 아닙니다. 그리고 아직 제 얼굴을 밝힐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약속드리겠습니다. 이번 대사가 끝난다면 반드시 제 정체를 가르쳐드리겠습니다."묵령은 드디어 '그녀'를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해봐도 다른 사람이었고, 그저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고문이 묵령을 더욱 괴롭게 했다. 하지만 더는 어린아이처럼 떼쓰지 않으리라. 그리 생각하고 맥을 짚은 손을 치웠다."알겠습니다. 이제 당신에 대한 불신을 거두겠습니다."묵령은 그저 두 눈을 감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고, 더는 과거에 얽메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친구는... 더는 없다고. 그리고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늦어서 죄송합니다. 본녀때문에 원치않는 시험을 당하셨는데, 이리 손을 내미는 것이 늦어버렸습니다. 부디 잡아주시겠습니까?"비연도 은근 기뻐하는 모습이 하얀 가면의 겉으로 드러날 정도였고, 묵령의 손을 잡았다."당신을 위해 수련한 몸입니다. 부디, 누가 되지 않도록 행동하겠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묵령은 그녀의 진실을 확인했지만, 역시 석연치않았다. 비록 운상과는 다른 모습을 한 것이 외적인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익숙해보였다. 과연 이정도로 익숙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일까? 비록 유달리 다른 체질을 가지고 있더라도 본질이 낮설지 않은 것은 기분 탓인것일까?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지만 이대로 그녀에게 얽메일 수는 없었다. 이제는 선택해야 했고, 실천해야 했다."이야기는 다 끝났어?"뒤에서 당포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묵령의 표정은 다시 이전처럼 익숙한 것으로 돌아왔고, 망설이지 않는 눈빛으로 대사형을 마주했다."헤에... 장문인 없이 고생했다더니, 그 말이 여지없이 참임을 보여주는군. 그거 알아?""......?"당포의는 머슥하게 미소짓고는 입을 열었다."역시, 소사매는 장문인의 딸이구나. 어쩜 이리 눈빛이 똑같을까?""칭찬이에요?""물론이지. 장문인은 그 눈빛으로 천하를 호령하고 이름과 당문을 알렸다고? 자. 어서 모여봐. 광영무림대(光影武林隊)의 정보와 입장을 지금 당문 인원들과 공유하자. 이제 시작이야. 무림탈환의 장을 열어야지. 부제로 조활구출.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아?"묵령이 한숨쉬고는 조운과 비연의 손을 잡고 당포의가 서있는 자리를 스쳐지나갔다."단, 제대로된 정보가 아니면."....."당문 전체가 합심해서 대사형 날리기를 할겁니다. 하후란 소저도, 우소매 사저도, 용상 언니도 쌓인 것이 많을테니까요. 각오하세요.""......모두가 소사매 편이라니. 무, 무섭구만. 아니, 내가 뿌리고 거둔건가. 자업자득이군."월영전(月鍈傳) (2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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