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열심히 오늘도 올려봅니다.
봐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저도 올리게되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이 팬픽은 루리웹에서만 연재중이며,
횔협전 본작의 스토리와는 연관없는 2차창작임을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소죽! 국 언니! 어딨어?!""사부님! 사부님!!"그녀들이 겨우 도착한 보금자리는 무언가 긴장감이 멤돌았다. 집이 스러져있고, 불을 밝히던 호롱은 부서져있고, 있어야 할 그녀들의 인기척이 사라졌다. 보금자리의 땅바닥에는 유혈이 낭자한 자국들이 즐비했고, 위국이 하나하나 일구었던 소중한 밭도 사방팔방 헤쳐져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다. 소매가 서둘러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그녀들의 시체마저 없다는 것을 확인하니 정신이 슬슬 없어지기 시작했다."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그나마 그녀들의 정확한 사정을 몰랐던 용상만이 침착함을 가지고 냉정히 주변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마루에 놓여있던 어느 종이조각을 발견하고 조용히 다가가 내용물을 살펴보았다."소매! 잠깐 이쪽으로!"우소매는 그녀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정신이 반쯤나간 상황이라 얼굴은 새하얗고, 시선이 허공에 머물렀다. 용상은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소매! 정신차리고 이곳으로 오게!""...아앗! 상 언니?!"겨우 그녀의 목소리가 닿았는지 놀라 깨어나고는 용상의 곁으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부리나케 달려온 소매의 얼굴표정을 보아하니 걱정이드는 용상이었지만 자신이 본 것을 건네주고는 확인하라 일렀다."이... 이건..."서신에는 짧은 글귀만이 적혀있었고, 그것의 필체를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정신이 점점 돌아오기 시작했다." '동쪽, 바닥 동굴' 이라는데 아는 것 있나?""이건 위국 언니의 필체에요. 그리고 이 위치는..."무언가 떠오른듯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부서진 호롱을 기준으로 동쪽부근을 바라보았다."서신의 장소, 제가 알아요. 어서 가요!"소매는 크게 심호흡하고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번소천과 용상도 서둘러 그녀를 따라 나섰다. 서신에 적힌대로 우소매는 호롱을 기준으로 동향 2리 정도를 무릎 높이까지 빼곡히 자란 수풀을 이리저리 헤치고서 숨 가쁘게 도착했다. 그곳에는 숲이 우거진 공터가 존재했는데 저 멀리 구석에 외딴 바닥에 홀로 솟아있는, 이끼 가득 낀 우물을 발견했다."차, 찾았다.""여긴... 버려진 우물가로 보이는데...""위국 언니가 평소에 일러둔 대피장소에요. 이곳 지하가 커다란 공동인데, 이를 아는 사람은 위국 언니를 포함해서 몇 없어요. 분명 우물 근처였는데..."소매가 우물 근처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바닥에 인위적으로 깔아놓은 듯 한 이끼더미를 치워내니 바닥에 여닫을 수 있는 숨겨진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들은 곧 내려갈 채비를 해야 했기에 이 장소와 크게 연이 없는 용상이 앞장서서 말했다."나는 이 문을 지키겠다. 그대들은 일단 안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피거라.""부, 부탁해요.""걱정말거라."그렇게 이야기하고는 서둘러 인기척이 적은 나무 위로 올라가 기척을 숨긴채 망을 보기 시작했고, 소매와 소천은 나무 문을 열어 재끼고는 바닥으로 펼쳐진 기울어진 길을 따라 서서히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깜깜한 공간이 한 동안 펼쳐졌고 밑으로 점점 내려갈 수록 검고 커다란 공동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서서히 불 밝힌 공간이 나오기 시작했고 소매와 소천은 마주칠 무언가를 감지한 듯, 긴장감에 발걸음이 점점 느려져갔다.저벅. 저벅.작은 공동 안에 들어서니 누군가가 있었다. 저쪽에서 기척을 느낀 듯 먼저 말을 걸어왔다."소매?""국...언니?"소매와 위국이 드디어 다시 만났다. 그녀들은 조심히 다가가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지고는 살아있음을 절실히 확인하고서 그제서야 안도하며 떨어졌다"국 언니.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에요? 집에 무슨 일이 있던 거죠?""아아... 다행히 큰일이 벌어지진 않았어. 다들 상처없이 무사해. 겨우겨우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그러고보니..."위국은 소매의 뒤에 있던 번소천을 보고는 놀라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과연... 이 분이..."위국은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심각한 이야기를 뒤로 한채 어린아이같이 번소천의 용모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번소천은 그녀의 행동에 살짝 당황했지만, 그녀가 매란국죽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당연한 반응이라고 여겼기에 순순히 관찰당해 주었다."란 언니가 말했던 제자분이신가요? 정말... 말 그대로 탈백유란의 재림과도 같군요. 놀랍습니다. 언니가 놀랄 것이라 하셨는데 과연 호언장담할 만하군요. 반가워요. 위국이라 합니다."번소천도 그녀의 인사에 예를 갖추어 인사했다."성은 번을 쓰며 소천이라 합니다. 위 소저께서 과찬의 말씀이십니다만, 스승님에 비해서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분의 용모를 따라한 것은 그저 스승님의 뜻을 이어나가고자 함이었으니, 쪽방 거지와도 같던 저를 말끔하게 만들어주신 그분께는 한없이 은혜로울 뿐입니다. 그나저나 제 스승님께서는...".."왔느냐. 소언아.""스승님!!"번소천은 하후란의 곁으로 달려갔고, 그대로 무릎꿇고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니 살아있음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하후란은 그런 소천의 머리를 그저 말없이 쓰다듬으니 어디에도 보기 힘든 스승과 제자의 끈끈한 애정이 묻어나오는 장면이 연출되었다."고생많았다. 많이 놀랐을텐데 스승이 이리 살아있으니 이제 염려말거라. 그리고..."하후란은 뒤에서 나오며 욱죽과 번소천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그녀들이 모인 곳으로 지팡이를 짚으며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우소매는 그저 얼음장이 되어버려 함부로 움직이지 못 했다."라, 라... 란... 언니..."소매는 간만의 하후란의 모습을 보자, 차마 그녀에게 다가가기 어려웠다. 다 새어버린 백발, 희미하게 빛을 보이는 두 눈의 모습과 예전과는 다른 힘겨워보이는 모습에 놀란 것도 있었지만, 과거 그녀에게 의도치 않게 저질렀던 만행이 다시금 머리 속에 떠올랐으니, 그녀를 보고도 쉽사리 다가가지 못해 두렵고 망설여졌다. 하후란은 그런 보기드문 소극적인 소매의 태도를 보고는 피식 웃더니 욱죽과 소천의 부축을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절뚝, 절뚝, 지팡이를 짚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후란은 힘이 없어 덜덜 떨리는 손을 소매에게로 천천히 가져갔고, 소매는 그저 멍하니 그 손을 바라만 보았다."우소매.""아...!""이 언니가 서 있기 힘들구나. 부축 좀 해다오."순간 하후란의 단순하면서도 의미깊은 부탁에 결국 눈에서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내리던 우소매는 서둘러 달려가 그녀를 안았다.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그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리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소매는 그녀의 천천히 뛰고 있는 심장을 어떻게든 느껴보려 더욱 힘있게 안았다. 소매의 그런 행동에 살짝 놀란 하후란이었지만 두 눈을 감고 미소 짓고는 그대로 그녀의 품으로 말려들어갔다."후후... 숨 막히는구나. 살살하거라.""언니... 언니... 언니...""건강해보이니 좋구나. 지난 날은 지난 일이다. 건강히 잘 살아 있었다면 그걸로 족하다. 더는 과거에 묶이지 말아라. 그리되면 결국 나처럼 된다."벌벌 떨면서 하후란을 안던 우소매의 뒤로 번소천의 눈이 스승의 눈과 마주쳤고, 그 눈빛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스승님... 어쩌자고 이자리까지 오셨습니까. 설산에서 좀 기다리시지 않고..."제자의 언질에 기분이 언짢아진 것인지 슬쩍 퉁명스럽게 타일렀다."불초제자 같으니... 쯧. 그래도 소매들과 같이 있는 것을 보니 전서구가 제몫을 다 하긴 했나보구나. 그래. 찾아보라고 한 것은 찾았느냐?"번소천은 품안에 넣어놨던 비단주머니를 보였다. 하후란은 그것을 보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바꾸어 일관했다. 하후란은 우소매의 품에서 천천히 나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그녀의 눈과 마주치며 미소짓고, 소천의 주머니를 받아 바로 뒤의 바위를 의자삼아 걸터앉아 주머니의 내용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소언아.""네. 스승님.""내용물을 보았느냐?"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보지 않았습니다. 보아도 된다고는 하셨으나, 역시 직접 보여드리고 말씀을 듣는 것이 맞다고 판단되어 품안에 넣어놓고는 보지 않았습니다.""그렇구나. 잘했다. 내용을 보아하니 네가 미리 안 본게 다행일 지경이구나."그 말을 듣고는 우소매의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하후란."그런데... 소매. 당문 소사매께서 같이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같이 없는게냐? 밖에는 또 웬 고수의 낌새가 있고... 같이 당도한 것을 보아하니 아군이라고 보아도 되렸다?"우소매는 흘린 눈물을 손을 들어 소매로 닦고는 그간의 사정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했다."호오... 그런 일이 있었던 건가... 고생했구나. 당 소사매도, 소매도, 소언도, 그리고 저 여협도."우소매가 물었다."언니. 그런데 어찌하여 이곳 동굴 안까지 오신거에요? 바깥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하후란은 위국의 얼굴을 흘끗 쳐다보았고, 위국은 자신의 차례라고 여겨 천천히 그간의 일들을 정리하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너희가 떠나간 후, 오일 즈음 지나서 너희가 당문에서 겪은 것처럼 우리 쪽에도 무림맹이 왔었어.""무, 무림맹이?? 무림맹이 왜??""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당문으로 구혼수가 간 것과 비슷하게 이곳에는 공동파의 새로운 매란국죽 중의 서란(徐蘭)이라는 자가 암살자들을 이끌고 왔었어.""서란... 이라고? 구 영감이 새로운 매란국죽을 만들었다는게 정말이었다니..."어이가 없었지만 결국에는 현실적으로 당문이든, 이곳이든간에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었으니 더 이상 소문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하지만, 우린 결국 그들을 피해 일반인으로서 살아간다고 한 것 아니었어? 왜 그들은 거짓말을 한거지? 게다가 그들의 습격에서 어떻게 살아남은거야?? 집에 널부러진 핏자국들은 대체 뭐고?? 설마... 소죽이 한거야?? 열골마, 등장??"욱죽이 그 말을 듣고는 한 숨을 땅이 꺼져라 쉬고는 입을 열었다."사실 나도 그러려고 하긴 했지만, 내 시야가 좋은 편은 아니잖아.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가기도 벅찼다고. 그렇다고 내가 배운 것은 모든 것을 통틀어 대장질 뿐인데 사실상, 란 언니를 제외하면 무공 사용자가 없다시피 했고, 그마저도 란 언니까지 이 모양이었으니 그야말로 꼼짝없이 죽을 뻔 했었지... 그, 서란이란 자는 구 영감을 마음에 안들어 했지만 결국에는 기존 매란국죽인 우리들 마저 그리 달갑게 여기지는 않은 것 같아. 그래서 우리를 해하려 왔다고 하더라고. 나 참, 어이가 없어서..."그간,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것임을 그녀의 이야기로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욱죽의 이야기를 이어서 하후란이 설명하기 시작했다."아무래도 무림맹은 혹시 모를 후환을 처리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타당하게 여겨지는 구나. 구 매란국죽을 무림인으로서의 사지를 잘라놓은 것도 모자라 뒷일이 마음에 걸리니, 이세상에서 우리를 지우려고 했다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무림맹에 있어서도 가장 자연스럽기도 하고. 설사 그것이 개인의 일탈이라고 쳐도 우리들을 해할 명분으로서는 그 이유가 가장 명확하다 보이는구나. 그의 가장 단적인 예로 탈백유란의 재림이라 하는 소언이 무림에 등장 했으니... 당시 여마두라 일컬었던 내가 행방불명이라는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도 부담이었겠지."하후란의 설명에 우소매가 의외로 멀쩡한 그녀들의 모습에 다시한번 의문이 들었다."그런데 어떻게 멀쩡한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욱죽이 하후란을 쳐다보고는 이야기를 해야하나 우물쭈물하다가 자신은 감히 말 하지 못 할 내용이었는지 입을 쉽사리 열지 못 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러는거야? 그들이 해하려 했다며? 무슨 자초지종이 있었길래..."위국이 우소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는 아무래도 자신이라도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를 깨닫고는 말하려 앞으로 나섰지만."아서라. 국. 내가 이야기 하겠다. 마침 이 비단주머니와도 연관이 있으니 정리 좀 하자꾸나."...' 저 비단 주머니... 설마 행화림의... '하후란이 눈을 감고 상황을 긴 시간 정리하다가 이윽고 끝났는지 다시 눈을 뜨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일단 이 비단주머니에 대해 설명해주겠다. 다들 알지는 모르지만, 이것은 행화림 신선의 예언주머니다. 그리고 단순히 예언만 있는게 아니라 예방법이나, 어떤 일에 닥치면 행해야 할 것이 적혀있기도 하지. 이건 주머니를 받은 당사자들을 통해 전해들은 것이니 나도 정확히 알기는 어렵구나. 하지만 나는 이것을 이년 전 쯤 받았었다.""이년...전?"우소매의 머리 속에 잠시 지나가는 그때의 사건이 떠올랐지만 그 일은 아무래도 관련이 없으리라 생각하고는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고 이어서 하후란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했다."나는 당시에 행화림에 가지도, 그들에게 부탁한 적도 없어서 내용물은 커녕 주머니에 별다른 뜻이 없어 설산파 당문지부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소언과 같이 설산에 머무르다 어느 날 근처가 어수선해짐을 느꼈고, 순간 운명처럼 이 비단주머니가 떠오르더구나. 만약 이 떠오름을 운명이라 착각해버린 이 신기한 감정마저도 행화림의 노림수였다면 이년이 지난 지금 봐도 문제가 없다고 여겼기에 소언에게 청해 당문지부로의 방문을 명했다. 여기까진 잘 알겠지?"번소천이 예를 다해 답했다."그렇습니다. 스승님. 하면, 그 내용물은 어떻습니까?"하후란이 눈을 감고는 주머니속 서신을 꺼내어 보였다."역시나 행화림은 오늘 날, 내가 이자리에서 서신을 읽을 것이라 예상한 것 같다. 문제는 내용이구나. 그나마 이곳에 당문 소사매께서 없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하나..."우소매가 그녀의 말에 놀라서 물었다."무, 무슨 말이에요? 언니? 묵령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게...?"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위국, 욱죽, 하후란을 순서로 쳐다보았고, 하후란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저 할 말이 없었는지 입을 쉽사리 열지 않았다."뭐야, 내가 들으면 안되는 거라도 되는 거야?""아니다. 소매. 너도 어떻게 보면 연관자이기도 하니 내가 설명해주겠다.""네?"...."이번 이 곳의 소동에 우리에게 도움을 준 사내가 하나 있었다. 무림에는 많이 알려진 사내지. 그런 사내가 우리가 머문 장소에 계속해서 잠복하고 있었다고 이야기 하더구나. 나는 뭐,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안되어 그가 있었다는 것도 느끼지 못 했었으니 나조차도 그의 등장에 여간 놀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서신을 받고나니 그것이 꿈인지 아닌지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으니 행화림의 운명 정확도는 가히 조작질했다 여겨질 수준으로 보이는 구나. 참으로 기구하다 해야하나..."그렇게 이야기하고는 서신을 펼쳐 그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내용은 이렇다."' 이 서신은 당신이 받은 이후로 이년이 지난 오월 어느 날 펼쳐보게 될 것이오. 마치, 어느 날 갑자기 주머니를 찾아 봐야할 것이라는 의구심에 사로잡히겠지. 하지만 이것에 놀라는 것은 이르다. 나는 단지 그대가 겪게될 바람의 정체를 일러두고자 함이니 반갑기도, 괘씸하기도 할 것이다. 당신이 마주한 바람은 이렇게 속삭이고 눈 앞에서 사라질 것이니 그것은 사실이오, 진실이니 부디 사실에서 눈을 떼지말게. '..........." ' 비협(飛俠)은 살아있다.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외성 대문 밖으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들리는 소리가 한 둘이 아닌 것 같으니 서둘러 망루에 올라 상황을 살피는 묵령."이, 이 사람들은..."아무래도 주변의 변화를 눈치챈 듯, 외성 벽을 겉으로 알 수 없는 무뢰배들이 득실거렸다.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들인지 알 수가 없으니 근원을 파괴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묵령이 어제 하루 쉬기 전, 벌써 여러번 주변을 뒤집어 찾아다녔지만 그들의 근원지를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었다. 차라리 자백제를 제조해야하나 싶었지만 묵령에게 약 조제는 특기가 아니었고, 이사형이 남겨놓은 것도 모조리 사라진 상황이었으니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조심스레 조운이 옆으로 와서는 주변의 상황을 보고는 기가막혀 혀를 찼다."어제는 맑더니 오늘은 구정물이 득실하네요. 어디서 저런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는거람...""......"천천히 눈으로 숫자를 세고있는 묵령. 그녀는 이사형이 보여줬던 방법을 또 한 번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무색무취의 독연을 공기 중에 살포하여 모조리 중독시키는 방법. 하지만 위치가 좋지않았다. 대문과 외성벽이 가림막이 되어 줄 수 있겠으나, 바람이 그것들을 한 껏 안고 넘어올 것을 생각하니 함부로 선택할 것이 못 되었다. 약이야 바꾸거나 미세하게 양을 줄이면 그만이지만 혹시나 모를 일이 외성 안에서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좋지 않은 그림이 그려질 법 했다. 하는 수 없다. 담판을 지으려면 손수 나서는 방법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다녀올게.""어?? 호, 혼자 가시려구요? 위험해요 이건!""달리 수가 없어. 내가 해결해야해. 내가 신호주면 다들 귀를 막으라 전해줘.""귀, 귀를요? 대체 무얼 하려고..."그 말을 남기고서 묵령은 외성 문 꼭대기의 지붕로 올라섰다. 그리고 과거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당문을 등에 지고 천하를 호령할 당시에 묵령은 어렸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질서가 어지러이 된 어느 장소에는 항상 근엄함이 묻어나는 아버지였기에 자신도 그를 존중하고 우러러봄을 가슴 속 깊이, 무의식 중에 새겨넣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눈높이까지는 가기 어렵겠지만 그러겠다고 다짐하던 어린 날의 기개를 떠올리며 입술을 굳게 깨물고는 스스로 자신감을 다져나갔다.' 나도... 할 수 있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부군이 한때 일러준 용음공 중 창룡의 구절을 하나하나 머리 속에서 끄집어내 조용히 읊기 시작했다.' 창룡의 바람은 맑은 하늘을 꿰뚫어 천지에 널리 퍼뜨림과 동시에 적들에게는 두려움이란 구렁이를 뼈 속 깊숙이 박아넣는 거친 바람과도 같다. 단전에서부터 맑은 내공을 새겨넣어 서서히 목젖으로 올려보내면 입 안에서부터 마침내 신비한 공기가 머물러 당신의 바람을 전해 줄 것이오, 하늘로부터 천둥쳐 내려올 것이니, 감히 누구하나가 그 목소리를 듣고 두려워하지 않으리오. 마침내 당신의 언성은 이미 창룡의 외침과도 같으니 같은 땅 아래 그들의 머리 위에 군림하게 될 것이다. '창룡의 구절을 읊고 천천히 심호흡을 한 뒤, 두 눈을 뜨고 그들을 감히 내려다보니 마치 장문인의 딸 아니랄까봐, 전성기의 장문인의 모습이 겹쳐져 그들 앞에 섰다. 그녀는 오로지 아버지를 대신하지 않는 그녀 자신만의 기백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서서히 입술을 떼어 한 마디를 음공에 실어 내보냈다.[[ 당문의 주변에 정처없이 떠도는 무뢰한들은 들으십시오. ]]묵령의 창룡음에 외성 주변이 쩌렁쩌렁 울려퍼졌고, 사방팔방의 모두가 귀를 막아도 이미 늦어서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천둥과도 같은 기세에 온 몸에 힘이 빠져 주저앉은 사람들도 더러 생겼다. 외성 안 사람들은 그녀의 신호를 보고는 외성 밖 그들보다 먼저 귀를 막아 피해는 막았으나 얼얼함이 온 몸에 전해져 그녀의 강함을 다시금 새겼다.[[ 본녀는 당문 장문인 당중령의 딸 당묵령이라 합니다. 어찌하여 그대들이 본녀와 당문을 상대로 뜻을 달리하고 주변을 어스르는지 도통 모르겠으니 오늘은 그 연유를 묻고자 합니다. 오늘 만큼은 피를 보지 않을 생각이오나 그대들이 본녀의 뜻을 무시하고 당문의 주변에 피해를 가할 생각이라면 본녀도 그대들을 상대로 오늘 이시간부로 뿌리를 뽑아내겠습니다. 본녀와 담화할 의인은 나와보시지요.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묵령의 파공음에 정신을 못 차리는 그들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머리 속에 확실하게 각인되어 귀를 막았어도 그 소리를 못 들은 자가 없었다. 묵령의 이야기가 끝나자 다들 하나 둘씩 웅성웅성대기 시작했다."뭐야, 당문은 멸문되었다며. 아직도 이리 건재해보이는데 잘못된거 아냐?""이미 무림맹이 다 뒤집어놓은 것을 다른 사람이 잡아먹은거 아니야?""확실히 여자이긴 하지만 저 뿜어내는 파공음이 보통이 아니니 보통 고수는 아닐 거 같긴한데..."[[ 용무가 있는 자는 없는 겁니까? ]]그때 그들의 중앙에서 검을 빼어든 어느 사내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는 그들의 두령이라도 되는 듯 하였으나 묵령은 그의 옷 차림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 머리 속의 기억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어느 문파의 복식임이 틀림없었지만 주변을 자주 왕래하지는 않은 그녀로서는 기억에 의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검을 든 사내가 공손히 예를 올리며 인사를 했다."본 협은 과거 점창의 제자로서, 나 역시 제 아비의 피를 이어받아 이곳에 돌아온 손오무라 하오. 뭐, 지금은 이 무뢰배들의 우두머리가 되었지만 말이지."그의 말을 들은 묵령은 순간 차오르는 분노로 경공을 사용해 빠르게 내려가 그의 앞에 섰다. 묵령의 얼굴표정은 정말로 치밀어오르는 화를 겨우 참아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평생 화를 뿜어내질 못 할 것같던 그녀가 그간 당문 주변을 돌아보고는 쌓아놨던 울분이 한꺼번에 터진 모양이었다."점창의 제자라는 자가 한낱 무뢰배들을 이끌고 당문 주변의 일반인들을 해하다니요!! 어찌 그런 행동을 하시고 스스로를 협이라 칭하는 것이오!! 뻔뻔해도 정도가 있지, 당신이란 작자는 대체!!"손오무는 그저 피식하며 웃을 뿐이었다."뭐, 협이 아니긴 하지. 나조차도 웃기는 군. 게다가 지금은 점창파도 없고, 나는 점창파가 멸문되기 이전에 이미 쫓겨났으니 점창이라는 이름은 그저 허울뿐인 명패요. 이젠 그냥 폭력을 저지르고 다니는 폭력배나 다름 없지.""당신이 거느리는 이 무뢰배들 때문에 죄 없이 죽어나간 사람들이 몇 명이라고 생각하는 거요! 아무리 그래도 일반인을 상대로!! 부끄럽지도 않소!!"손오무는 그녀의 분노에 더욱 불씨를 심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아주 잘 알고 있지. 허나 나는 그것들에 일일이 숫자를 세지 않는다네. 귀찮기도 하고...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당문과 그 주위는 청소해야할 존재니까. 그래서 이놈들을 이용하여 내 나름대로 굴리고 있는거지. 처음에는 당문이 멸문했다길래 뭔소리인가 싶었는데 정말 멸문되었더군. 그래서 아쉬운대로 마침 서하에서 떨어져나온 이들을 이용하기로 했지. 단순히 살육을 즐기는 이놈들이라면 당문주변을 충분히 고립시킬 수 있다고 여겼지. 멸문은 되었어도 내 놀잇감이었어야 했으니까. 그런데 최근들어 세력이 하나 둘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상해서 직접 내려왔는데... 외성 문은 잠겨있고, 그대가 이곳에 있으니 정말 절호조가 아니던가...후후...""이...이...!!"차오르는 분노를 그만 터뜨려버렸으니 이는 묵령같지 않은 행동이었다.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방울소리가 짤랑짤랑 들리기 시작했으니, 그녀의 천지무성세가 무너져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오무는 그녀의 천지무성세를 알 턱이 없었지만 그의 도발은 그간 그녀에게 쌓인 심리적 압박감을 터뜨리기에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손오무는 천천히 검을 빼어들어 분노에 휩싸인 묵령을 맞이했다."사초식! 얼음살!!"묵령의 주변 공기가 뾰족하게 얼어붙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수 없이 그를 쏘아붙이기 시작했다.챙! 쨍! 채챙!손오무는 매우 손쉽게 그녀의 방울소리를 따라 검집으로 얼음살을 하나하나 쳐냈다. 평소와는 다른 기분에 사로잡힌 묵령의 무공은 그가 막아내기에 너무나 손쉬웠다. 과거 점창의 제자로서 배운 것이 아무 것도 없지는 않은지라 어떤 초식을 출수하든 자신이 있다고 여겼다. 순간 자신의 검을 검집에서 빠르게 뽑아들어 공중으로 커다랗게 거합베기를 하니 커다란 검기가 순간적으로 묵령을 덮쳤다.짤랑짤랑.방울소리와 함께 커다란 검기는 싸늘한 눈빛의 묵령의 손에 의해 와해되었고 손오무의 입가에는 뭔지모를 미소가 지어졌다."후후후... 그래. 이래야지!"손에 들고있던 검집을 묵령에게 직선으로 정직하게 쏘아냈고,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공기를 찢어내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묵령 역시 아무 것도 아닌 듯이 몸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돌리며 날아오는 검집을 낚아채고는 그대로 손오무에게 날려버렸으나 그 자리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고 검집만이 모래먼지를 흩날리며 그대로 바닥에 쳐박혔다. 묵령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발로 바닥을 박차고 사라진 손오무를 대비한 반탄의 준비를 했고 주변을 두 눈 만을 굴려 그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여기야!""......!"바로 위쪽에서부터 공기를 가른 검격이 묵령을 노리고 떨어져 내려왔다. 이를 놓치지않고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어 검과 검이 만나 열 여합을 부딪히며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끼기기긱! 챙!검과 검이 서로를 밀어내 간격을 만들어냈고, 이를 놓칠세라 묵령이 그대로 뛰어올라 손오무를 향해 뛰어들었다. 한 손에는 검, 한 손에는 낭아지세의 기세를 품고 심장을 노려 찔러들어갔지만.짤랑짤랑.방울소리 덕인지 그것을 듣고는 아주 손 쉽게 피했고 그대로 그녀를 걷어차 바닥에 내동댕이 치게 만들었다."으으윽..."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진 묵령은 잠깐의 아픔에 몸이 굳었지만 그렇게 있을 수 만은 없었다. 바로 이어서 그의 검이 유성처럼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삽답! 유성검!""으윽!"점창의 유성검보 삽답검이 그대로 묵령을 향해 떨어져 내렸고, 묵령은 서둘러 몸을 일으켜 그 자리를 피하니 그의 검이 바람 터지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박혔다. 가까스로 위험을 피한 묵령은 조금이라도 더 늦을세라 곧바로 얼음살 일곱 살을 차례로 출수했고 손오무는 다시한번 그것을 여유롭게 쳐다보며 여지없이 모조리 와해시키고는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삽답! 유성 출수!!""!!"직접 떨어진 유성검과 비견하여 크게 다를 것이 없는 파괴력이 담긴 쏘아지는 검기 두 줄기가 묵령을 그대로 덮쳤다. 한 방은 묵령의 얼굴에 상처를 남기며 공기를 꿰뚫었고, 다른 한 방은 심장을 노렸으나 묵령의 기지로 인해 곧바로 부군의 검을 이용하여 찔러들어오는 치명상을 겨우 막았다. 하지만 그 반동으로 인해 내상을 입었는지 입가에서는 피를 흘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무릎을 꿇어버렸다."이거 뭐, 당문의 따님이라길래 기대 좀 했더니, 용음공만 강했던가. 방울소리는 아까부터 왜 이리 잘들리는지... 일부러 달아놓은거요? 이게 그건가? 그... 봐주기?"순간 그의 말에 굳어져버린 묵령. 사실 그 동안은 방울소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천지무성세가 깨졌다는 사실을 잊고서 싸웠다는 것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천지무성세로 인해 당의 이름을 먹칠했을까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어허. 우리의 춤 사위는 이제 시작인데 그렇게 넋놓고 있으면 쓰나. 어서 일어서시오. 당신의 등 뒤에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 줄이 걸려 있잖소?"그 이야기를 듣고 더 무뎌질 수 없었다. 천천히 일어서서 자세를 잡았지만, 계속해서 흔들리는 방울을 보며 그저 불안함만 가득찼다. 식은 땀이 묵령의 온 몸을 적시고 덜덜 떨림이 느껴졌지만 이 자리에서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용기를 쥐어짜내어 겨우 서있었다."후후... 좋아. 간만에 재밌는 춤 사위가 있겠군. 각오하시오!"......"아버지... 사형... 난..."
월영전(月鍈傳) (1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