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설산파 당문지부를 기준으로 동쪽 멀리 대나무 숲 안에서부터 어느 여성의 힘찬 기합이 쩌렁쩌렁 들려왔다. 검을 휘두르는 소리, 나무가 베어지는 소리, 옷깃이 휘날리는 소리들이 반복해서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그녀의 눈빛에는 무언가 떠오른 기운이 내포하고 있었지만 아직 원하는 답을 찾지못해 나오는 답답함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압!!"
촤악!
주변에 세워져있던 대나무들이 모조리 두동강이 나고 이런 저런 궤적을 따라 갈라져 있었으니, 그녀의 답답함이 심히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흐르는 땀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땅을 적시니 그제서야 검을 휘두른 손이 멈춰서고, 검은 검집으로 들어가 그녀의 수련을 잠시 마무리 했다. 아무리 검을 휘두른다해도 마음 속에 품은 의구심이 쉽사리 풀리지 않으니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이상해... 그때 이후로 용연칠절이 이유도 모른채 완성되다니... 왜 갑자기 완성이 된 것 일까... 란 언니가 설산내력을 나눠줬다고 하지만 당시에도 매우 불안정 했고, 내가 정신을 잃고 주화입마한 상태에서 용연칠절을 완성했다는게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아... 분명... 당시에 무언가 있었어... 무엇을 놓친 것일까... 나는..."
그녀는 오른손으로 앞머리를 쥐고는 그때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려했지만 그녀의 마지막 기억은 주화입마 직전 하후란이 남은 내력을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넘기고는 그녀의 몸이 오룡민에게 들어올려진 모습을 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외에 뒤이어 어렴풋이 무언가가 더해진 느낌이 분명하게 있었는데, 도저히 그것을 모르겠으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그리운 느낌인거야... 꿈을 꿨어. 아버지가 웃고 계셨어. 어째서 그 상황에서 그런 꿈을 꾸게 된거지?... 아버지..."검을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리니 자신의 길을 찾는 것에 대해 망설임을 가지게 되었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지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마냥 손에 쥐고 있자니 이것이 과연 내가 가져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 망설이고 있었다."후후... 손이 곱구나. 이게 검을 든 여자의 손이라니... 이리 고운 손을 적에게 보인다면 누가 감히 검사라고 하겠느냐?"용상의 뒤에서 하후란이 살며시 다가와 그녀의 검을 잡은 손을 감싸고는 천천히 즐겼다. 용상은 하후란이 알고있는 평소대로라면 그 달콤하고 감각적인, 의미심장한 손길에 당황해 할 것이 뻔했지만, 지금의 용상은 자신의 망설임이 부끄러움보다 앞선 모양이라 그저 그런 반응에 하후란은 그저 미소지을 뿐이었다."갑자기 힘을 손에 넣으니 망설임이 생기더냐?"용상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찾고자 한 결과는 얻는데 성공했으나 중간과정이 애매하다고 느낀 나머지 그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용상은 그저 정신을 잃었을 당시에 꾼 꿈만이 기억속에 깊게 박혀 그것을 떠올리는 것만 집중할 뿐이었다."꿈 속에서...""응?""꿈 속에서 아버지를 만났어요. 잘 모르겠지만 기억도 안나는 아버지의 모습인데도 아버지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아버지가 와서는 기운을 불어넣어 주셨는데 그 이후로는 편안해지더니 지금에와서는 용연칠절에 안정감이 넘쳐 흘러 내립니다. 꿈은... 허상이 아닌 것 일까요?"하후란은 그런 그녀의 이야기에 아저씨가 생각 났지만, 그는 원래 이세상 사람이 아니니 어떻게든 맞추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후란은 농담이라도 농담이 아닌 듯, 어렴풋하게 말을 던졌다."설마 모르지 않겠니? 살아계실지도?"물론 용상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그녀에게 아버지란 없는 존재이니까."꿈이 실재한다고 하는 말인가요?"하후란은 자신이 생각한 가장 당연한 답을 제시했다."상아가 어떻게 받아들이건 고민하는 이유는 충분히 알 것 같구나. 하지만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겠느냐. 아니면 내가 넘겨준 내력이 다행히도 너에게 잘 맞아서 완성된 것이라면? 생각하기 나름이란다. 네가 충분히 고민하고나서 깨닫는 것도 결과론적으로 비슷하지 않겠느냐?""하, 하지만...!"하후란은 머리 속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껴 주춤하게된 용상의 어깨를 손으로 사뿐히 두드렸다."고민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하지만 고민의 정도가 지나치면 길을 잃을 수 있다. 모르는 것은 아니지?""란 언니..."하후란은 용상의 앞에 서서 손을 올려 그녀의 턱을 받치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망설임이 가득한 그녀의 표정과 답답함에 울 것 같은 눈빛이었지만 굳게 다문 입술이 강인함을 대변하고 있었으니 그리 걱정거리는 되지 않았다. 그녀는 강하다."웃거라. 그 표정은 너에게 안어울린다. 지금 당장 해결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이러고 앉아있기엔 아직 남은 인생이 길구나. 차라리 완성된 무공을 어찌하면 확실하게 사용할지부터 생각하는 것이 건설적이지 않을까?"용상은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이 쥔 검을 바라보았다. 전에 없던 강고한 기운이 자신을 감싸니 과연 그녀의 말대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용상은 눈을 감고 한 차례 호흡하니 주변에 자신의 기운이 뿜어져 올라왔다. 하후란은 그런 그녀가 뿜어내는 강고한 기운과 잠시 고민을 멈춘 표정을 보아하니 그녀가 의미있는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을 보았고 그 모습에 그저 대견할 뿐이었다."그 지옥에서 겨우 살아남았으니, 살아남았음을 가슴에 새기거라. 그리고 강해져라. 드디어 완성된 네 무공으로 네 아버지를 뛰어넘는 거다. 그것이 너를 뒷바침하는 의미가 될 것이다.""아버지를..."찰싹!"꺄앗!? 어, 언니??"하후란이 용상의 엉덩이를 손으로 때리니 그제서야 용상이 놀라 당황함을 감추지 않았다. 하후란은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하하! 이제야 상아 답구나. 이렇게 소스라치게 놀래야 용상이지. 그렇지 않더냐?""라, 란 언니!!""자. 따라오너라."하후란은 뜬금없이 따라오라고 하곤 앞장서서 길을 걸어나가니 용상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하후란의 뒤를 바라볼 뿐이었다. 따라오는 발자국소리가 들리지 않자 뒤를 돌아보는 하후란."뭐하느냐? 어서 오지 않고?""그, 그... 어디를 가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하후란은 미소지었다."우리가 살아남았으니 할 일은 하나 뿐이지 않겠느냐?""네?"용상은 그녀의 의도를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하후란의 한마디에 그저 아이같이 웃고는 그대로 하후란을 따라나섰다. 누구보다 앞장서서.........."닭다리나 뜯으러 가자꾸나."용란무쌍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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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25.02.20 08:06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