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훌륭했고, 주인공의 퇴장까지 깔끔했습니다.
그리고 불편함이 한가득만 남았군요.
전 익저드에서 어새신 조직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스토리에 집어넣기 위해 뜬금없이 캐릭터의 설정을, 성격을 바꾸고 세탁까지 하려 했죠.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시리즈부터 어새신 캐릭터들은 깊이가 없어졌어요.
그런데 이번작에서는 스토리 상 최중요 인물 중 하나인 그 남자, 아스카 R. 크로이츠가 이와 똑같은 꼴이 되었더군요.
스토리 중반에 케이오스의 정체가 오리지널 맨이라는 걸 알게 되자 '오 드디어 이 양반이 등장했어? 와 이렇게 나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네 ㅋㅋㅋㅋ'라며 흥미롭게 보고 있었죠.
근데 왜 기어 전쟁, 테러의 내막까지 오리지널 맨인 겁니까.
물론 그 남자는 구작 스토리에서 이미 억울하게 누명을 많이 쓴 인물이라는 암시가 많은 인물이었습니다.
데리고 다니는 부하들이 좀 기인들이지만(...) 기어 메이커로서 뭔가 숨겨진 사정이 있는 사람이고, 역사의 대죄인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을 구하는 역할을 해야 할 자라는 게 줄곧 이 인물의 아이덴티티였죠.
어 근데... 그렇다고 그 동안 그가 한 악행이라고 일컬어진 내용들을 싸그리 '이거 알고 보니 오리지널 맨이 또 다른 그 남자나 마찬가지였고 모두 그의 소행임'으로 전가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심지어 아스카는 세계평화 실험이라면서 한다는 짓이 라디오 방송인데(요즘 현실에 빗대면 결국 인터넷 방송인), 이게 기어를 만듦으로 인한 원죄를 항상 짊어지고 있던 그 인물이 하는 '속죄'라고 한다면 어처구니가 없지요.
하... 이번작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기어 메이커가 어떻게 세상에 속죄하려 할 지였는데, 하필이면 다소 진부한, 나쁘게 말하면 쉰내와 싼티가 풀풀 나는 '사실 쟤가 나쁜놈' 기믹이 스토리에 쓰이면서 순식간에 캐릭터의 무게가 확 가벼워지고 말았네요. 게다가 비단 아스카뿐만 아니고 이와 비슷한 기조로 흘러가는 내용이 좀 있고요. 어새신이라거나... 대럴 이놈은 진짜 정이 안 간다니까
무튼 그래서 개인적인 이번작 스토리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저 스토리를 좋게좋게 끝내고 싶어한 부분이 많이 역력해요. 그나마 메인 캐릭터들의 드라마가 잘 진행돼서 다행이지만 주제를 말한답시고 어물쩡 넘어가는, 소위 말해 일본의 주변국들이 불편해할 수밖에 없는 그러한 기조가 상당히 느껴져서 불쾌함을 억누르기가 좀 힘드네요.
이시와타리씨의 스토리텔링이 가진 한계인 건지, 아니면 좀 내셔널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문제인 건지...
게임플레이는 재밌게 하고 있지만 스토리는 좀 아쉽습니다. 어나더 스토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본편의 스토리 부분은 개인적으로 5점 만점에 2점 주고 싶네요. 애니메이션만 보면 4점 이상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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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결림
캐릭터 각각을 잘 뽑아 놓고서 이걸 갖고 스토리를 영 못 짰죠 -ㅅ- 이마저도 몇몇 캐릭터는 끝내주게 세탁해 주거나 아예 억지 면죄부를 주며 캐릭터를 망가뜨리니... | 21.06.21 14: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