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대에 맞춰 처음부터 재구축, 드래곤 퀘스트 VII 리이매진드
최근 HD-2D화가 모두 완료된 로토 삼부작에 이어, 다음 ‘DQ’ 리메이크는 올해 25주년을 맞은 ‘드래곤 퀘스트 VII 에덴의 전사들’로 결정됐다. 원작은 로토나 천공 삼부작에 속하지 않는 독자 스토리로, 그러면서도 기존 시리즈 몇 편을 합친 수준의 방대한 분량이 화제였다. 줄곧 닌텐도 하드웨어를 고수해온 ‘DQ’의 첫 PS 진출이라 기술적 변화 역시 도드라진 편. 닌텐도와의 의리인지 훗날 3DS로 한 차례 리메이크 겸 이식되기도 했다.
특히 금번 리메이크는 9월 발표와 동시에 한국어 지원까지 확정돼 국내 JRPG 팬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방대한 분량 탓인지 -Wi-fi 커넥션 연계가 반필수인-‘DQIX’를 제외하면 메인 넘버링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어화된 적이 없기 때문. 다만 몬스터 직업, 이민자의 마을 등 삭제 요소가 꽤 많다는 게 알려지며 차츰 기대 반, 걱정 반 분위기가 됐다. 이에 과연 어디까지의 ‘리이매진드(Reimagined, 재구축)’인지, 이치카와P와 직접 얘기 나눴다.
‘드래곤 퀘스트 VII’ 프로듀서, 이치카와 타케시(市川毅)
● 우선, 여러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가운데 7편 리메이크를 추진한 까닭이 궁금합니다
: 당초 ‘드래곤 퀘스트 VII’은 2000년 발매돼 올해 딱 25주년이 됩니다. 또한 원작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 부조리한 산재된 어두운 세계관이 지금 시대에야말로 와닿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 금번 리메이크의 부제로 ‘리이매진드’를 붙였습니다만, 역시 특별한 의미가 담긴 작명이겠죠
: 본작은 지금 시대의 다양한 분들이 플레이하기 쉽고, 또 새롭게 신선한 체험이 가능하도록 처음부터 재구축한 풀 리메이크입니다. 바로 이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었기에 ‘리이매진드’란 부제를 붙였습니다.
● 앞서 ‘드래곤 퀘스트 I&II HD-2D’의 경우 원작자 호리이 유지께서 자주 들여다 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드래곤 퀘스트 VII 리이매진드’도 마찬가지일까
: 물론입니다. ‘드래곤 퀘스트 VII 리이매진드’ 초기 기획부터 어느 정도 완성된 테스트 롬을 직접 플레이하기까지, 요컨대 개발 시작부터 끝까지 면밀히 연계를 취하고 조언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 ‘드래곤 퀘스트 VII’는 3DS 버전으로 한 차례 리메이크된 바 있죠. 당시 모델링, 사운드, 콘텐츠 등 큰 변화가 따랐는데 ‘리이매진드’는 원작과 3DS 버전 중 어느 쪽 기반인가요
: ‘드래곤 퀘스트 VII 리이매진드’는 2000년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다만 3DS 버전에서 보강된 설정이나 추가 요소는 적절히 사전 조사를 취해, 거기서 필요한 것들은 일부 계승하고 있습니다.
● 주연 캐릭터의 조형을 만들어 스캔함으로써 디오라마풍 비주얼을 구현했습니다. 화면 속 인형들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참 좋은데, 제작 과정에 대해 좀 더 들려주시길
: 아시다시피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께서 그린 캐릭터 원안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드래곤 퀘스트 VII’는 캐릭터 등신이 낮아 귀여운 인상이 강하죠. 이 특징적인 귀여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여러 비주얼을 검토한 끝에, 인형을 모티프로 한 영상이나 게임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흐름을 발견한 겁니다. 그야말로 ‘드래곤 퀘스트 VII’의 매력과 분위기를 살려줄 최고의 방법이다 싶더군요. 다만 -실제 조형 제작은 주연뿐이므로-캐릭터와 몬스터, 배경 사이의 스케일 밸런스를 맞추기 쉽지 않았습니다. 캐릭터의 귀여움을 십분 살리는 동시에 쉽고 편한 게임 플레이를 구현하고자 상당히 시행착오를 거쳤죠.
● 영상으로도 그랬지만, 직접 ‘드래곤 퀘스트 VII 리이매진드’를 시연하니 캐릭터와 배경이 더욱 조화롭게 녹아든다고 느꼈습니다. 여기에 그만큼 많은 공을 들여 제작한 거군요
: 좋은 반응에 감사드립니다. 안심이 되네요. 여기서 조화로움의 관건은 앞서 얘기한 스케일 밸런스입니다. 실제 인형을 스캔해 만든 주연 캐릭터 모델을 중심에 놓고 여러 가지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조정했죠. 캐릭터에 맞춰 건물 등 배경 스케일을 정하고 거기에 분위기를 깔아줄 조명 연출, 안개 같은 느낌, 물의 표현 등을 차례로 쌓아 올렸습니다.
● 그래서일까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특유의 비비드한 색감이 도드라집니다만, 이번에는 다소 채도가 낮은 파스텔톤 비주얼처럼 느껴집니다
: 기본적으로 다른 ‘드래곤 퀘스트’처럼 비비드한 색감을 내려 했습니다. 다만 -디오라마 느낌을 살리고자-카메라 초점을 맞췄을 때 주변이 흐려진다든지, 세계관에 맞춰 약간 불가사의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의도한 바는 있거든요. 그래서 좀 채도가 낮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드래곤 퀘스트 VII’는 귀여운 비주얼과 정반대로 시리즈를 통틀어 손꼽히게 암울한 스토리잖아요. 그런 분위기의 계승을 기대해도 좋다는 거겠죠
: 물론입니다. 25년 전 원작을 기반으로 독특한 분위기와 부조리함을 계승하고 있기에, 지금 시대의 플레이어들도 ‘드래곤 퀘스트 VII’이 지닌 색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습니다.
● 한편으로 오늘날 플레이어들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시스템 및 콘텐츠는 크게 조정된 듯합니다. 앞서 처음부터 재구축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시길
: ‘리이매진드’를 통해 재구축하려 한 요소는 크게 세 가지, 비주얼과 스토리 그리고 배틀입니다. 특히 배틀은 전체적으로 템포 좋게 레벨업이 이어지도록 세심히 조정했어요. ‘드래곤 퀘스트’의 배틀이라면 통상전은 빠르게, 보스전은 천천히 같은 느낌입니다만 그게 좀 더 원활하도록 배틀 스피드를 3단계로 늘렸죠. 뿐만 아니라 일정 이하로 약한 적은 필드 액션으로 스킵 가능하고 오토 배틀 역시 지원합니다. 직업에 관해서도 다마의 수정을 통해 어디서든 전직할 수 있도록 바꿨습니다.
● 확실히 배틀 시스템이 크게 조정돼 ‘드래곤 퀘스트’스러우면서도 캐주얼하달까, 템포 역시 최고 속도로 설정하면 무척 빠르고요. 이 와중에 밸런스를 잡기 어려웠을 법합니다
: 초기 기획부터 배틀이 즐거운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기에 충분한 시간과 수고를 들여 조정한 결과입니다. 다만 역시 좋은 템포를 내면서도 밸런스가 흔들리지 않도록 조정하기까지 힘들었네요. 본래 배틀의 밸런스는 시나리오, 직업 등과 맞물리기 때문에 그 모든 요소가 재구축되는 와중에 전체적인 검토가 필요했습니다.
● 한 캐릭터가 동시에 두 직업을 갖는 일종의 겸직이 가능해졌습니다. 원작에 없던 시스템입니다만 기획 의도는 무엇인지, 또 추천하는 조합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 원작은 어느 한 직업의 숙련도를 전부 올리면 다른 직업으로 바꾸거나 상위 직업으로 올라가는 식이었죠. 이때 Lv 초기화로 캐릭터가 잠깐 약해집니다. 전직하고 싶으면서도 하기 싫은 딜레마에 빠져버려요. 그래서 겸직을 통해 이 딜레마를 해소하는 게 기획 의도입니다. 각종 직업이 보다 유니크하게 조정돼 조합의 재미까지 챙긴 일석이조 사양이죠. 개인적으로 RPG를 그리 잘하지 못하는데, 저 같은 분은 두 직업 중 승려를 넣길 추천합니다. 직업별로 버스트란 필살기가 있어서 승려는 동료 전원 부활 및 상태이상 회복이 가능하거든요. 물론 공격적인 직업을 겹쳐 특화시켜도 좋지만 배틀에 서툴다면 꼭 승려를 넣으시길.
● 앞서 공개된 영상을 보면 마리벨이 이탈했어야 할 시점에 같이 있고, 금번 시연도 아이라의 합류 시점이 앞당겼음을 확인했습니다. 이건 시나리오 재구축의 영향일까요
: 맞습니다. 다만 거기까지 전부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서 자세한 전후 맥락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다 농밀한 서사 체험을 목표로 시나리오 재구축이 이루어졌습니다.
● 삭제가 결정된 크레쥬, 리트루드는 원작서 평가가 좋은 편이었지 않나요. 되려 다이아락, 마디라스가 미묘했다고 보는데, 어떤 기준으로 시나리오를 넣고 뺄지 판단했나요
: ‘드래곤 퀘스트 VII’는 여러 단편을 이어 놓은 시나리오 구성이 특징이죠. 바로 그 단편들을 재배치함으로써 보다 농밀하며 템포 좋게 다듬는 겁니다. 대다수 숏 시나리오를 해금 시점이 지나고선 언제든 플레이 가능하도록 바꿨고 크레쥬, 리트루드 등 일부는 삭제 조치했습니다. 어쨌든 메인 스토리의 큰 줄기는 제대로 따라가므로 거기에 어느 정도 연관되느냐가 판단 기준입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완전 신규 에피소드도 존재해 특정 캐릭터의 감정에 한층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을 겁니다.
● 3DS 버전의 경우 동료 회화가 대거 삭제돼 원성을 샀습니다만, 앞서 원작 기반이라 하셨으니 이 부분은 딱히 걱정할 필요 없겠죠
: 다만 원작 기반이라도 ‘리이매진드’ 자체가 시나리오를 재구축했기 때문에 동료 회화 역시 거기에 어울리는 내용이 됩니다.
● 앞서 외신 인터뷰서 새로운 결말(Will Have A New Never-Before-Seen Conclusion)을 언급해 화제가 됐습니다. 좀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 헤드라인이 그런 식으로 쓰였던데 이 자리를 통해 오해를 풀겠습니다. 당시 얘기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몇몇 숏 시나리오가 원작과 다른 결말을 맞는다는 뜻이었습니다. 팬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메인 스토리의 멀티 엔딩 같은 게 아니라는 점을 모쪼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 몬스터 직업, 이민자의 마을, 카지노 등 삭제된 콘텐츠에 대해 좀 더 여쭙고 싶은데요. 카지노야 속사정을 알만합니다만 몬스터 직업, 이민지의 마을은 못내 아쉽습니다
: ‘드래곤 퀘스트 VII’의 풀 리메이크이므로 서브 콘텐츠도 처음부터 재검토했습니다. 2000년 원작과 3DS 버전에 수많은 서브 콘텐츠가 나오는데, 그 가운데 ‘드래곤 퀘스트 VII’의 상징인 럭키 패널을 골랐어요. 또한 배틀의 즐거움을 크게 강화한 만큼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로 투기장을 넣었습니다. 몬스터 직업의 경우, 그 대신 원작서 전직용 아이템으로 쓰였던 몬스터의 마음을 액세서리로 장비할 수 있게 됩니다. 몬스터에 따라 여러 개성적인 효과가 존재하니 두 개의 직업과 함께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보기 바랍니다.
● 요컨대 선택과 집중의 일환이라 이해했습니다. 원작은 메인 스토리만 따라가도 100시간쯤 걸리는 방대한 작품이라, 리뷰어 입장에서 솔직히 기대 반 두려움 반이거든요. 결과적으로 플레이 타임이 줄어들었나요
: 죄송하지만 플레이 타임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삼가겠습니다. 누가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므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저 기존보다 템포 좋고 농밀한 체험이 되리란 것만 약속드립니다.
● 앞선 로토 삼부작이나 IV, V, VI 세 편을 묶은 천공 삼부작과 달리 ‘드래곤 퀘스트 VII’는 독립된 작품이죠. 거기다 ‘리이매진드’는 쾌적한 플레이를 지향하니 입문자가 늘어날 것 같습니다
: 그렇죠. 말씀하신 대로 ‘드래곤 퀘스트 VII’는 독립된 서사로 완결되기 때문에, 여태껏 이 시리즈를 접한 적 없는 플레이어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다들 신선한 마음으로 꼭 플레이하면 좋겠네요.
● 특히 ‘드래곤 퀘스트 VII’는 방대한 분량 때문인지 한국어를 공식 지원하지 않았으니까요. 사전을 보며 깼다는 무용담도 꽤 있지만, 이번에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가 많을 겁니다
: 한국에 ‘드래곤 퀘스트’ 팬이 많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드래곤 퀘스트 VII 리이매진드’를 기획할 당시 그러한 상황도 십분 헤아려 한국어까지 대응하게 됐습니다.
● 끝으로 ‘드래곤 퀘스트 VII 리이매진드’를 기대하는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인사를 남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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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 퀘스트 VII 리이매진드’는 지금 시대에, 지금 시대이기에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서 처음부터 재구축한 풀 리메이크입니다. 앞서 PS나 3DS 버전으로 VII편을 즐겼던 분도, 본작을 통해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 입문하려는 분도 모두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 자부합니다. 많이 기대 부탁드립니다.
※ 모든 내용은 개발 중인 PS5 버전 기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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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