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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부터 벡스코 제2전시장 1층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는 지스타 컨퍼런스 ‘G-CON 2019’. 2일차를 맞은 15일 오후 1시에는 ‘악마성’ 시리즈의 아버지로 루리웹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이가라시 코지 아트플레이 대표가 킥스타터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블러드 스테인드’의 개발 과정에 관한 강연을 진행했다.
1990년 11월 코나미에 입사한 그는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다 2014년 3월 코나미를 퇴사, 아트플레이의 대표를 맡아 블러드스테인드: 리추얼 오브 더 나이트, 블러드스테인드: 커스 오브 더 문, 곧 서비스가 종료되는 리볼브에이트 등의 제작에 참가했다.
킥스타터에서 1개월 동안 64,867명으로부터 550만 달러를 모으면서 초기 목표였던 50만 달러를 10배 이상 상회하는 대성공을 거둔 블러드스테인드이지만, 당시는 자본을 모집한 프로젝트의 퀄리티 이슈가 제기되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작한 지 1시간도 안 되어 50만 달러를 돌파해서 스트레치 골을 추가했음에도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고. 여기에는 30일 동안 취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댓글 역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올 경우 응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부정적인 댓글에 대해 Q&A 형태로 대처한 것이 성공 요인의 하나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후 4년 동안 긴 여정에 들어간다. 만들어야 할 것이 늘어나면서 2018년 전반기로, 다시 2019년으로 연기해 최종적으로 2019년 6월 18일 유럽 발매를 결정하면서도 일본판은 연기 사실을 알려야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생각 이상으로 자금이 모이면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 많아져 리소스 투입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처음 스케쥴은 최소한의 사양으로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개발사의 변경이라는 전환점도 있었는데, 처음에 E3 버전을 만든 후 반성회를 가지면서 제작사와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언리얼 엔진과 물리 쉐이더를 잘 사용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른 개발사로 변경했는데, 꽤 리스크가 컸지만 그 시점이 아니면 바꿀 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퀄리티 역시 자신의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내부 개발자와 달리 위탁사 입장에선 자신들이 OK 하면 제출하는 식이라 내부와 외부 회사 간에 원하는 퀄리티에 차이가 있었다고. 또 하나는 미들웨어 문제였는데, 문제가 발생해서 처음부터 다시 개발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또 킥스타터 지원자들에게 테스트 버전을 보내주니 악평이 엄청났다고 한다. 그래서 반드시 수정해야겠다고 생각, 2D처럼 전환하려 했으나, 이 과정에서 라이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프로시져로 계산해 라이트를 비추는 방법 대신 하나 하나 수정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런데 수정 후에는 일본 쪽 반응이 좋지 않아 이 피드백도 반영해야 했다고. 판로 문제도 있었는데, 일본 퍼블리셔가 정해지지 않다 보니 다른 나라에 비해 4개월 늦게 발매될 수 밖에 없었다. 505 게임스는 유럽은 강하지만 아시아 판로가 약해서 다른 회사와 협력이 필요했다.
킥스타터를 해서 좋았던 점은 2D 액션 게임 시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코나미를 퇴사할 때는 2D 액션 게임 시장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막상 나오고 보니 과연 실제로 그런 시장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서 킥스타터로 자금을 모아 시장성을 증명하고자 했다. 또 개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유저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 디테일한 부분까지 수정할 수 있었고, 지원자가 함께 이야기 하면서 만들다 보니 유저와의 일체감도 강화됐다. 또한 돈을 많이 모은 덕분에 프로모션적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킥스타터 때문에 힘들었던 점은 기획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그래도 기획 초안 단계에서 자금 모금을 시작한 덕분에 기획 수정은 어렵지 않았다. 다음은 가볍게 약속했다가 약속이 짐처럼 다가온 것이다. 프로모션 기간은 통상 3개월에서 1년인데 비해 이 작품은 4년이 걸리다 보니 길어진 만큼 전략적으로 소개를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두 번이나 연기되어서 다 엎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내는데도 딱히 끼워 넣을 소재가 없었을 정도랄까.
고액 모금자에 대한 리워드로는 초상화, 무기 디자인, 적 디자인, 애완동물이 게임 내 적으로 등장, 숨겨진 방 개발에 참가 등이 제공되었는데, 의외로 연락해도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처럼 리워드를 포기한 사람이 많아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많은 돈을 지불했음에도 별다른 보상을 제공할 수 없어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개발 과정의 문제점으로는 우선 대형 개발사보다 압도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특히 언리얼 엔진의 숙련자는 대부분 큰 회사에 들어가 있어 접촉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미들웨어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도 언급됐다. 처음에는 언리얼 엔진의 블루프린트로 만들었지만 처리 속도가 늦고 거동도 달라져 다시 만들어야 했다고 하며, 제작이 편리해서 모두가 사용하다 보니 메모리와 키 어사인 문제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카메라 앵글은 2D 횡스크롤 게임의 경우 각도에 따라 캐릭터가 안 보이기도 하고, 깊이감을 넣으려 했다가 물리 쉐이더가 광원이 깊은 곳까지 들어가지 않는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광원을 여럿 넣어야 해서 작업이 복잡해지고, LFO 또한 효과가 사라져 수작업으로 다 처리해야 했는데, 그래서 다음에는 버텍스 쉐이더를 사용하려 하지만,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문제가 있어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한다.
다음은 신규 IP를 만들 때 유의할 점이었다. 특히 세계관 설정, 시나리오, 난이도는 직접 작업을 했는데, 독립 후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할 것 같은 고딕 호러와 성, 중세와 근대 사이, 구체적으로는 산업혁명기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여 정신 문화가 물질 문화로 변경되면서 시대적 변화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연금술이란 키워드를 떠올렸다고 한다.
영국과 연금술을 놓고 실존 인물들과 비교해보니 실존 인물 존 디, 에녹 문자로 제작된 로가에스의 서, 그리고 라키 화산의 분화가 떠올라 적을 악마로 설정한 뒤 이를 불러오는 내용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산업 혁명기의 영국은 꽤 평온한 시대였는데, 라키 화산의 분화로 2천 여명이 죽었지만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아 이것이 악마의 대량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설정을 취하게 됐다고.
시나리오 제작 시 유의할 점으로는 우선 각 캐릭터의 모티베이션을 끊지 않는다는 것이 언급됐다. 주인공이 보스를 물리쳐도 다음 보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주인공을 위한 모티베이션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해 캐릭터의 개성을 높였으며, 액션 게임인 만큼 에피소드 자체는 짧게 가져가면서 멀티 루트 성립이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캐릭터의 입버릇 같은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남았다고.
난이도는 오랜 팬을 보유한 게임과 달리 신규 IP인 만큼 의도적으로 낮추어 신규 유저에게 어필 하고자 했다. 대신 어려운 난이도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드 모드를 만들었으며, 진 엔딩에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포함시켜 결과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평가가 나온 이유로는 팬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도록 하자는 자세와 왕도를 걷는 자세, 그리고 퀄리티에 대한 고집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아직 리워드 업데이트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계속해서 지원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할 것임을 강조했다.
아래는 이후 진행된 질의 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 2D 도트에서 3D 그래픽으로 바꾼 가장 큰 이유는?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2D 아티스트가 잘 모이지 않았고, 멀티플랫폼 대응에도 도트보다 폴리곤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 메트로바니아 장르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면?
게임의 리듬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이 가장 중요한데, 오랫동안 플레이 할수록 게임을 만들려면 어디서 싸우고, 어디서는 무기를 주는 식으로 플레이어의 모티베이션을 계속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 오랫동안 게임을 개발해왔는데 구독이나 클라우드 스트리밍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클라우드 게임에는 흥미가 있다. 2D 게임은 키 리스폰스와 화면의 리액션이 중요해서 구글에 많은 요구를 하고 있고, 이것이 실현되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