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서비스 ‘타다’를 둘러싼 2차 공방이 시작됐다. 검찰이 타다의 운행방식을 문제 삼아 기소한 데 이어, 타다 측도 타다를 비판해 온 무소속 김경진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법적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타다 갈등의 근원으로 볼 수 있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대한 논의는 국회 파행으로 중단된 상태여서 사태가 해를 넘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타다를 둘러싼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논란의 장기화는 소비자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파행에 ‘타다 금지법’ 논의도 스톱
4일 국회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사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기존의 여객사업법은 ‘자동차 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도, 시행령을 통해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은 예외적으로 운전자 알선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모호한 기준이 타다의 적법성 논란을 키우고 있는데, 개정안에서는 11인승 이상의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 운전자 알선 범위를 ‘관광 목적’ 등으로 좁혔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11인승 이상 렌터카에 운전자를 알선해주는 타다의 영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는 개정안의 취지와 방향에 여야 의원 상당수가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도 소위가 열릴 경우 법안 처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 파행으로 여객사업법 개정안 등 법안 처리에 대한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는 오는 10일까지다. 최근 여야의 대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내 법안 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현재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해 있어 연내 임시국회를 소집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타다 금지법에 대한 논의 없이 해를 넘길 경우 현재의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 내년 2월에도 임시국회를 열 수 있지만 총선을 2개월 앞둔 상황에서 법안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에서 처리를 못한다면 내년 4월 총선 뒤 구성될 21대 국회에선 개정안을 새로 발의해야 한다. 사실상 1년 가량 논의가 유예되는 것이다.
◆‘여객사업법’ 해석 차이 뚜렷…공방 장기화되나
국회와 별개로 법정에서도 타다 적법성을 놓고 공방이 한창이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여객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타다의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법정에서 검찰 측은 “타다가 콜택시 영업에 불과하다”며 불법성을 주장했고, 타다 측은 “기사를 포함한 렌터카 사업은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맞섰다.
다만 법정에서도 타다의 적법성에 대한 여객운수법의 해석 차이가 뚜렷했고, 국회에 개정안이 계류된 상황 등이 거론됐다. 이날 법원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은 지금까지의 서비스는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지도 의문스럽기는 하다”며 “하나의 현상에 대한 예를 든 것이지만, 행정부와 국회와 관련 업계 등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입장도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타다와 관련한 논란을 종결짓기 위해서는 국회의 빠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타다의 적법성에 대한 재판이 향후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종 판결까지 1∼2년 가량이 소요될 수 있다. 타다 측은 타다를 “불법”이라고 비판하고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 김경진 의원을 지난달 7일 명예회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그 사이 국회 논의가 부재할 경우 타다는 지금처럼 운행되고 업계 갈등은 지속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국회나 법원 중 한곳에서 타다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업계서는 모빌리티 사업 두고 경쟁 치열
타다를 둘러싼 공방이 지속되는 사이 업계에서는 연말 특수를 앞두고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타다의 경쟁업체로 꼽히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9월 국내 최대 택시가맹사업자인 타고솔루션즈의 지분을 100% 인수하며 플랫폼택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행령의 빈틈을 노린 타다와 달리 카카오모빌리티는 정부의 택시 제도 개편방안을 토대로 제도권 내에서 사업확장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택시업계도 플랫폼택시 사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서울의 법인·개인택시 양대조합은 지난달 28일 교통 결제서비스업체 티머니와 손잡고 ‘온다택시’를 내놨다. 기존의 택시에서 승객 골라태우기를 방지하기 위해 기사에게 목적지를 노출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자동차와 KST모빌리티는 내년 상반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12인승 대형승합택시를 불러 합승해서 가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타다 측은 경쟁업체의 진출이 활발한 상황에서 국회의 ‘타다 금지법’ 논의에 반발하고 있다.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박재욱 대표는 최근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운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빌리티 시장은 싹도 안 튼 상태에서 말라죽을 것”이라며 “모빌리티처럼 새로운 산업의 경우 먼저 사업을 허용한 후 실태조사를 거쳐 문제점이 있으면 이를 반영하는 사후 입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을 하려면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데 예측이 불가능하게 법안을 만들고 사업을 하라고 한다”며 “타다와 택시 등 이해관계자가 만나 서로의 논리를 듣고 정당한 법안인지 알아볼 수 있는 공청회를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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