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직구’로 프로야구 전설반열에 오른 임창용(46)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도박에 손을 댔다. 임창용은 230여차례 모두 1억5000만원이 걸린 도박판에서 상습도박을 하다 기소됐고, 결국 집행유예를 받았다. 임창용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 입장도 곤란해졌다. 프로야구 40주년을 맞아 선발하고 있는 ‘레전드40’에 임창용도 당당히 후보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2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5단독(재판장 김정헌)은 상습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창용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00만원 또 사회봉사 40시간을 명령했다.
임창용은 지난해 3월12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후까지 세종시에서 지인 5명과 판돈 1억5000만원을 걸고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로써 임창용은 2016년, 마카오에서 4000만원 대 바카라 도박을 하다 적발돼 벌금 1000만원을 낸 데 이어 또다시 도박으로 처벌받게 됐다.
재판부는 마카오 도박 당시 임창용은 휴가 때 단 한 차례 카지노를 찾은 것으로 보고 단순 도박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대전지법은 임창용이 잦은 도박을 한 것으로 판단해 상습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임씨는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판돈 거액을 걸고 도박을 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만 임씨가 잘못을 반성 중이고, 다시는 도박하지 안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배경을 설명했다.
사이드암 투수인 임창용은 1995년 해태에서 데뷔해 삼성, 또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스를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도 진출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였던 임창용은 프로에서 24년간 공을 던졌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도 활약했다. 데뷔 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전천후로 모습을 드러냈던 임창용에게는 ‘애니콜’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특히 임창용은 독특한 투구폼으로 시속 160㎞ 빠른 공을 던졌다. 이 공이 뱀처럼 휘어져 들어갔기 때문에 ‘뱀직구’라고 불렸다.
임창용은 프로야구 리그 출범 40주년을 맞아 선발하는 레전드40 후보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KBO는 임창용을 76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45, 130승86패 258세이브 19홀드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임창용은 1725.2이닝을 던지며 삼진 1474개를 빼앗았다. 레전드40은 이미 투표를 마치고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올스타전에서 선동열·최동원·이종범·이승엽이 발표됐고, 이날 오전 프로야구 원년 활약한 박철순·이만수·백인천·김성한이 공개됐다.
MLB까지 진출했던 임창용이 레전드40에 선정됐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이미 KBO가 레전드 수준이라고 평가한 투수의 잦은 구설수에 KBO 역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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