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켄타로\' 라는 작가의 손에 의해 탄생한 만화 \'베르세르크\' 가 어떠한 작품인지는 그 명성을 익히 들어온 수많은 독자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최강의 전사 \'가츠\' 와 그가 속했던 무적의 전투부대 \'매의 단\' 의 단장 \'그리피스\' 간의 갈등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초대형 스케일의 액션 판타지물 \'베르세르크\' 는, 상당히 심오하고도 비장미 넘치는 세계관 및 시종일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이끌어 낸 세기말적 성향의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그저 잘 그려진 액션 환타지\' 라는 평가를 초월한 절대적인 매니아층의 지지를 받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목 뒤에 찍인 낙인 때문에 낮이건 밤이건 쉬지 않고 몰려드는 악령들을 무찌르며 그리피스와 얽힌 질긴 인연의 끝을 내려는 비운의 캐릭터 가츠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면, 만화를 읽는 그 어느 누구든지 주인공 가츠의 처절함을 넘어선 불굴의 투지에 가슴 한켠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당신들은 정말이지 많은 이들을
미치게 했습니다
때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상황이 절망적이기까지 하죠
스스로 신이라 일컫는(사실은 신 보다 \'악마\' 에 더 가까운) 4명의 고드핸드를 소환할 수 있는 매체 \'베헤리트\' 를 이용하여 그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매의 단의 부하들을 산 제물로 바친 그리피스나, 그에 의해 철저히 농락당한 비운의 여주인공 \'캐스커\', 그리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험난한 길을 택한 사나이 가츠. 이 세 명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는 베르세르크 전 시리즈를 섭렵한 매니아들조차도 섣부른 예상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작가 미우라 켄타로의 언급대로라면 현재까지 진행된 스토리는 자신이 구상한 전체 스케일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한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겠죠).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가츠와 캐스커를 제외한 매의 단 전원이 몰살당했던 \'일식\' 이후 예전과 달리 본의아니게 팀을 구성하여 싸우는 가츠의 모습에서 조금은 달라진 작품성향에 의아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이제 내용의 변천 정도를 떠나 가츠라는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그 특유의 분위기를 지속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만화 \'베르세르크\' 는 두 번 다시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액션물임이 분명한 듯 합니다.
베르세르크 - 그 두 번째 게임
\'과연 원작에서 보여주었던 끊임없는 마물들의 러쉬를 게임에서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떨쳐내고 나름의 상업적 흥행성과를 거두었던 드림캐스트(이하 DC)판 [베르세르크]에 이어, 게임제작사 \'유크스\' 는 그 두 번째 시리즈인 [베르세르크 - 천년제국의 매 편 : 성마전기의 장(이하 베르세르크)]을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2를 플랫폼으로 하여 최근 발매하였습니다. 특히 발매 전에 공개된 게임 [베르세르크]의 트레일러 영상은 웅장한 오프닝 BGM에 맞춰 검인지 초대형 기둥인지 분간이 안가는 \'드래곤 슬레이어\' 를 휘두르며 의수대포를 쏘는 가츠 특유의 액션을 그대로 담아냄으로써, 몇 년간 비디오게임 유저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있었던 그의 묵직한 실루엣이 다시 한 번 게임 속 세상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이것이 DC용 [베르세르크]. 기억하시는지요
사실 [위닝 일레븐] 시리즈의 신작이나 [귀무자], 혹은 [바이오해저드]의 신작이 그러하였듯, 무릇 발매 전부터 세간의 열광적인 관심을 받은 대작 게임은 게임이 발매되는 그 순간부터 수많은 찬반논쟁을 낳으며 호평과 악평을 동시에 받기 마련입니다. [베르세르크] 역시 예외는 아니었으며, 발매 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못한 시점에서 이미 게임에 대한 모든 주관적, 객관적인 감상 및 정보가 각종 온, 오프라인 매거진을 통해 알려졌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리뷰\' 라는 일정한 틀을 갖춘 컨텐츠를 통해 전해지는 게임에 대한 정보는 분명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게임의 구매 의사 결정에 대한 영향과 무관하게 게임 [베르세르크]의 허와 실을 냉철하게 짚고 넘어가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미 해 볼 사람 다 해봤는데 리뷰는 무슨 리뷰냐\' 라는 일부의 불만에 대해 나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비디오게임 유저께서도 플레이 여부와 무관하게 게임 [베르세르크]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냉철한 시선으로 \'과연 이 게임이 어떤 장, 단점을 지니고 있는가\' 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지금 이 순간을 바로 그러한 판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길 바랍니다.
모든 것은 인과율에 따라...
게임의 그래픽 퀄리티 정도를 가늠할 때 그 기준이 \'실사를 방불케 하는 정교하고도 섬세한 묘사\' 와 \'카메라가 잡은 앵글 안에서 펼쳐지는 역동적인 연출\' 의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면, [베르세르크]는 분명 전자보다는 후자쪽에 해당하는 게임일 것입니다. 사실 원작의 엄청난 임팩트를 배제한 채 냉철한 시각에서 [베르세르크]의 영상을 바라보면, 화려하기보다는 수수롭고 단조로운 배경, 엄청난 정성이 들어갔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폴리곤 덩어리의 3D 캐릭터 등 \'CG 동영상과 실제 게임화면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는\' 근래의 액션 게임에 비해 시각적인 측면에서 조금은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을 한 방에 만회할 만한 주인공 가츠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 액션은 드래곤 슬레이어 특유의 묵직한 타격감 및 군더더기 없이 표현된 몬스터들의 유혈과 함께 어우러져 \'베는 쾌감, 써는 쾌감\' 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뒤에 조작성 및 시스템에 관한 언급에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지만 특히 \'버서크 모드\' 발동 상태에서의 움직임이나 통상 공격 도중 필살기 형태로 발동하는 \'가츠 액션\' 에서 보여진 캐릭터의 움직임은, 원작에서 종종 드러난 \'폭주 상태\' 인 가츠의 용맹을 그대로 재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바로 이러한 점이 "영상의 구성은 캐릭터 디자인이나 환경 매핑이 아닌 \'연출\' 로 결정나기도 한다" 는 영상물 제작 제 1의 법칙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반면 Audio 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결과는 그다지 훌륭하지만은 않습니다. 오프닝 영상에서 선보였던 그 우렁차고도 비장한 음악은 실제 게임화면에 들어서자마자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대신 등장한 단조로운 선율의 BGM마저 가츠와 그의 동료들이 시도때도 없이 외쳐대는 고함에 묻힌 채 전체적인 게임의 구성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음악 시뮬레이션 게임도 아닌데 BGM이 안 들린다 한들 무슨 큰 의미가 있느냐\' 는 반박도 가능하겠지만, [베르세르크]와 같이 캐릭터의 움직임, 음악, 효과음, 스테이지 구성 등이 통일감있게 어우러져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게임에 있어서 BGM의 역할 축소는 게임 전체의 완성도 상승에 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고음질 샘플링 방식을 외면한 채 만들어진 듯한 다소 둔탁한 효과음 및 충분한 입체감을 살리지 못했던 \'돌비 프로로직 2\' 의 가상 5.1채널은 \'100% 만족스러운 사운드\' 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딱 한 번 [베르세르크]를 플레이하며 BGM과 SOUND EFFECT의 절묘한 조화를 느꼈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게임 후반부에 펼쳐지는 \'조드\' 와의 대결에서였습니다).
...바친다
본격적으로 [베르세르크]가 게임 전개에 있어 어떤 방식을 택했는지를 살펴보자면, 3D 맵에서 펼쳐지는 가츠의 \'일당 백\' 액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전형적인 3D 진행형 액션 형태를 띄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다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계승한 몇 가지 신선한 시스템을 추가하여 [베르세르크]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시도로 \'가츠 액션\', \'버서커 모드\', \'어라운드 어택\', 마지막으로 \'연속 베기\'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가츠 액션\' 을 살펴보자면, 통상 공격 도중 화면 상에 순간적으로 표시되는 \'낙인 마크\' 의 등장 이후 사용 가능한 공격패턴으로, 높은 공격력에 기반한 일종의 필살기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멋진 연출 감상도 그 사용목적이 될 수 있겠지만, 가츠의 열혈액션을 그대로 담은 \'버서크 모드\' 발동을 위한 게이지 축적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츠 액션의 적절한 사용은 게임을 수월하게 이끌어나가는 열쇠가 되고 있습니다.
\'버서크 모드\' 야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일정 시간 동안 가츠의 공격력과 이동속도를 대폭 상승시켜주는 글자 그대로 \'폭주 모드\' 입니다. 오히려 연출이 화려하진 않아도 제작진 입장에서 나름대로 신경썼다고 짐작되는 부분은 \'어라운드 어택\' 시스템인데, 이는 한 방향으로만 연속기가 가능했던 일반 3D 액션게임에 비해 공격 도중 드래곤 슬레이어를 전후좌우로 휘둘러가며 주변의 모든 적에게 연속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공격패턴을 말합니다. 끊임없이 괴물을 불러모으는 \'낙인\' 의 역할을 그대로 게임 속에서 재현하려는 의도 때문인지 실제 게임 상에서 몬스터들은 정말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런 상황에서 \'100인 이상 연속베기\' 나 \'적진 돌파\' 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어라운드 어택은 매우 효과적인 공격시스템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모두다 한 번 쯤 열을 올렸을 법한 \'연속 베기\' 는 게임을 최종적으로 클리어 함에 있어 그 어느 요소보다 필수적인 공격패턴일 듯 싶습니다. 하나의 적을 베어내고 나서 일정시간이 경과되기 전에 재빨리 주변의 다른 적을 다시 베어넘기며 카운트를 올려나가는 이 시스템은, 단발적으로 적을 없애나가는 것에 비해 3자리수 이상의 연속베기 성공의 경우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높은 경험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미션에서 \'검기\', \'검속\', \'의수 대포\', \'보우건\', \'다트 나이프\' 등의 속도 증강 및 파워업에 성공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상당한 경험치를 지불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연속 베기 기술의 마스터는 [베르세르크]의 또 다른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겠습니다.
나는 검을 휘두른다. 자기 자신을 위해...
DC판 [베르세르크]에 비해 추가된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점으로는 뭐니뭐니해도 \'이시도르\' 나 \'세르피코\' 등의 서브 캐릭터 사용을 들 수 있습니다. 사실 게임의 발매 전까지만 해도 \'베르세르크라면 가츠의 활약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소닉 히어로즈]처럼 여러 캐릭터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는 것은 아닐까\' 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막상 게임을 접하고 나니 이들은 일종의 필살기 형태로 위기상황마다 가츠를 돕는 서브 캐릭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브 웨폰의 효용이 비단 의수 대포 하나에만 국한되어있지 않듯, 적절한 서브 캐릭터의 사용은 후반부로 갈수록 난이도가 상승하는 [베르세르크]의 특성 상 게임진행에 적지않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아울러 적의 공격타이밍에 정확히 맞춰 가드버튼을 사용함으로써 발동하는 \'카운터 시스템\' 또한 [베르세르크]에서 추구하는 스타일리쉬한 공격패턴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우격다짐으로 사정없이 몹들을 베어나가며 진행하는 일반 스테이지에 비해 나름의 심리전이 필요한 보스전의 경우, 적절한 방어와 그 와중에 작렬하는 카운터를 통해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게임플레이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플레이소감 + 아쉬운 점
영화 \'반지의 제왕\' 이나 \'해리포터\' 에서도 이슈로 떠올랐던 \'원작의 완벽 재현\' 에 관련된 시각에서 게임 [베르세르크]를 바라본다면, 대다수의 게임을 플레이 해본 유저들은 그 재미 여부를 떠나 이 게임에게 \'재현의 완벽성\' 측면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무한 반복되는 적들의 등장, 전투가 시작된 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점점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가츠의 모습, \'일식\' 이후 진행된 원작 스토리의 충실한 이행 등 [베르세르크]는 원작의 팬들을 만족시킬만한 많은 요소들을 시각, 청각적인 부분에서 상당부분 재현해 냈기 때문입니다(딱 잘라말해서 \'광전사갑주 착용\' 이나 \'그룬벨드\' 및 \'조드\' 와의 대결을 놓고 봐도 원작의 팬 입장에선 거의 전율에 가까운 임팩트를 느낄 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원작의 재현 여부와 무관한 \'순수한 3D액션 탐구\' 라는 관점에서 [베르세르크]를 바라본다면, 이 게임이 100% 장점으로만 가득찬 작품이라는 결론은 쉽게 내릴 수 없을 듯 합니다. 가장 먼저 손꼽힐 만한 문제점인 DVD 매체를 충실히 활용했다고 믿기 힘든 수준의 잦은 로딩은, 액션게임에 있어 생명과 같은 \'긴장감 지속 및 몰입도 조성\' 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었으니까요. 여기에 추가하여, 아무리 원작의 재현도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각 개체 간의 별 다른 차이점이 없는 적들을 무한반복으로 등장시킨다는 점은 자칫 \'지루하다\' 는 느낌마저 줄 수 있을 듯 싶었습니다.
물론 적지않은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빠른 게임진행을 위해 등장하는 적들을 무시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진행방식은 \'공들여 화면에 등장해놓고 적당히 & #51922;아오는 시늉만 내다 허무하게 뒤쳐지는\' 수 많은 적들을 양산하여 게임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마저 초래할 수 있습니다. 원작을 제대로 100% 재현하려면 엄청나게 달려드는 적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과 공포심마저 같이 재현했어야 마땅하거늘, 다가오든 말든 상관없이 가츠가 자기 갈 길을 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제작진의 의도는 쉽게 수긍하기가 힘들더군요. 그 결과 발매 전부터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던 전설의 \'100인 베기\' 등은 결국 \'Status의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 누적에만 필요한 시스템인가\' 라는 의구심 마저 낳고 말았습니다.
물론 난이도를 EXPERT로 올리고, 좀 더 화려한 연출에도 신경쓰며 적을 베어넘긴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게임의 재미나 완성도에는 엄연히 \'짜임새 있는 스테이지 구성\' 이나 \'적절한 난이도\' 가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유저들이 원하는 \'플레이 쾌감\' 의 제공은 전적으로 제작진의 몫이지, 유저들의 몫이 아닌 것이죠. \'난이도가 EXPERT로 맞춰져 있어야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라는 주장을 펼치려면, 애초에 그 정도의 난이도를 [시노비]나 [데빌 메이 크라이1] 같이 최소한 \'HARD\' 나 \'NORMAL\' 로 설정해 두었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애써 게임이 제공 \'할 수도\' 있는 재미를 찾으려 유저들이 조금은 엉성한 스테이지 구성이나 지루한 레벨 노가다를 견뎌내야 한다는 것은 조금 달리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싶군요.
그래도 광전사 갑주를 걸치고 싶다면...
이미 [스맥다운] 시리즈로 제작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유크스\' 의 이번 PS2 판 [베르세르크]는 정말 놀랄만큼 비약적인 발전형태를 이뤄낸 작품입니다. 그러나 이미 적지않은 유저들이 \'CAPCOM\' 이나 \'KONAMI\', \'SEGA\' 와 같은 A급 메이저 제작사가 만든 최상급 퀄리티의 게임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탓일까요. 발매 전부터 [수퍼로봇대전] 시리즈의 신작이나 [위닝 일레븐] 시리즈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에 못지않게 각종 온 /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가득 매웠던 [베르세르크]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감은, 이후 타이틀을 구입하여 엔딩을 본 적지 않은 유저들로부터 \'지루하다\', \'원작 재현은 뛰어난데 뭔가 빠진 느낌\' 등의 다소 실망스런 소감 또한 유발시켰습니다.
확실히 게임에 대한 평가야 지극히 \'주관적\' 인 것이니 각종 매거진의 리뷰나 남들의 개인적 취향에 따른 비평에 많은 신경을 쏟을 이유는 없겠지만, 이 게임이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만한 A급 완성도의 액션게임으로 평가받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면도 갖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제법 \'객관화\' 되어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다만 이러한 정보가 \'그럼 재미없다는 소리네. 안 사야지\' 라는 단순한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겠죠. 원작을 등에 업은 엄청난 인지도에 따른 거품현상이 게임의 진정한 모습을 가릴 수 있듯이, 일부 [베르세르크]가 지닌 안타까운 면이 게임 전체를 대변하는 결정적인 단점으로 둔갑해서는 안 될 테니까요.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은 실로 다양합니다. [1945] 보다 [폭스 레인저]나 [그 날이 오면]이 더 재미있는 유저도 있고, 남들 다 재미있게 즐긴 [수퍼 마리오]나 [소닉]에 시큰둥한 유저들도 분명 우리 주위엔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맹목적인 기대감도 단점이 부풀려진 실망도 배제한 채 게임 [베르세르크]가 3D 액션게임 그 자체로써 갖고 있는 의미에 주목한다면 [베르세르크]에 대한 공정한 평가는 분명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어도 \'합리적인\' 기준은 존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게임을 포함한 문화영역 안에서 벌어지는 일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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