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닌자활극\' 이라는 장르를 표방하며 1998년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으로 발매된 [천주]. 당시에는 비슷한 게임구성을 보이던 코나미의 [메탈기어 솔리드]와 비교되어 게이머들 사이에서 메탈기어의 시스템을 모방한 게임이라는 오해도 받았던, 한 많은 사연을 간직한 게임이다.
그 [천주]가 플랫폼을 PS2로 옮겨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 메가엔터프라이즈를 통해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되었다. 피가 튀고 목이 잘려 나가는 등 다소 잔인한 표현이 포함되어있는 이 게임이 까다로운 국내의 심의기준을 무사히 통과한 기념으로(?) 루리웹에서는 [천주3 천벌]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보았다.
타이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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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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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사운드
당연한 소리겠지만, PS2로의 시리즈 첫 작품이니만큼 게임의 전체적인 그래픽은 PS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제작진의 기술력도 PS 시절에 비해 향상되어, PS용 [천주]에서 심심하면 깨지던 폴리곤 화면은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잠입\' 이라는 요소를 게임의 컨셉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스테이지 구성이 전체적으로 매우 어둡고 음산한 편이며, 여러 가지 테크닉을 사용한 화려함 보다는 어두운 분위기를 잘 살려낸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개성 넘치는 세명의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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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3의 기본은 바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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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3]의 배경음악은 상당히 훌륭하다. 오프닝 무비에서 흐르는 \'SADAME\' 를 비롯, 게임 중 흐르는 배경음악들이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게임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고 있다. 다만 훌륭한 배경음악에 비해, 샘플링된 효과음들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옵션에서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같은 레벨로 맞추고 게임을 즐기다 보면 효과음은 배경음악에 묻혀 버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
[천주3]는 스테레오 사운드를 지원하는데 적에게 들키지 않고 진행해야 하는 게임의 특성 상, 플레이어는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소리\' 라는 중요한 요소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예를 들면 적 병사들이 가끔 나누는 대화를 듣고 그들이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좌, 우의 사운드 분리가 확실히 지원되야 하는데, 이 게임에서는 이것이 부족하다. 필자는 이런 종류의 게임을 더욱 깊게 즐기기 위해 일부러 헤드폰을 착용하고 게임을 즐기는 버릇이 있는데, 분명히 말 소리는 좌측에서 나는데 막상 적은 우측에 위치하고 있는 등, 황당한 경우를 상당히 많이 겪었다.
물론, 게임의 모든 부분에서 이런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프로그래머의 실수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후속작에서는 이런 부분을 개선해서 제작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미국경찰을 작살내주는 특별임무. 저 살찐 것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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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망 너머로 공격을 해오는 원더풀 아메리칸.
이봐 난 공격할 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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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시스템
[천주3]는 시스템 면에서 전작들에 비해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다. 조금 불편했던 플레이어 캐릭터의 이동방법도 개선되었고, 더욱 닌자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은밀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액션과 각종 닌자도구들도 추가되었다. PS2 컨트롤러의 모든 버튼과 아날로그 스틱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조작에 익숙해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다양한 닌자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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텟슈의 경우, 돈을 주고 닌자 도구를 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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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마다 세가지 배치가 준비되어있다
\'닌자\' 를 내세운 일본색이 짙은 게임이라서 한글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되었지만, [검호2]도 훌륭하게 한글화해낸 메가엔터프라이즈 답게, 한글화 수준은 매우 만족스럽다. 다만, 적절한 의역이 필요한 부분은 직역을 하거나, 막상 진지한 분위기로 가야할 부분에서 어울리지 않는 의역이 되어있는 부분이 몇군데 보이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전체적으로 볼 때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자잘한 단점보다는 오히려 장점이 많은 한글화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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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도 좋고, 번역수준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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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살금살금 다가가서 일격에 적을 끝내 버리는 인살(忍殺). [천주]를 대표하는 시스템인 인살도 개선되어, 인살에 성공하면 임(臨), 병(兵), 투(鬪), 자(者), 개(皆), 진(陣), 열(列), 재(在), 전(前)의 아홉 글자 주문을 나타내는 구자(九字) 게이지가 채워지며, 모두 채워지면 오의(奧義)를 입수할 수 있다. 오의를 입수하면 게임의 진행이 수월해지므로 이러한 오의를 입수하기 위해서라도 되도록 적을 인살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여담이지만 위의 아홉 주문을 보고 [공작왕]을 떠올리는 당신은 어엿한 나이스 미들.
독특한 인살 연출도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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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의를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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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뽑거나 관절을 꺾는 등 과격한 텟슈의 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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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칼로 죽이는 것이 덜 고통스러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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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3]에는 두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전모드와 협력모드가 준비되어있다. 각각 사용할 캐릭터를 고른 후 화면을 분할하여 플레이하는 방식인데, 혼자서 즐길 때와는 다른 묘미가 있어 상당한 재미를 선사해준다.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늘어나며, 상대하기 짜증났던 보스급 캐릭터들을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맛도 쏠쏠하다.
필자는 카구라를 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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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화면은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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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아쉽다
\'닌자\' 와 \'잠입\' 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게임으로 훌륭하게 표현해낸 [천주3]는 분명히 잘 만들어진 수작이다. 하지만 몇몇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불편한 시점문제.
[천주3]는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뒤에서 보여주는 3인칭 시점을 취하고 있다. 3인칭 시점을 취하고 있는 게임들은 플레이어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라 시점이 자동으로 적절하게 변환되어야 하는데, [천주3]의 시점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게임 도중, 시점에 관련된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은 채로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어느새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를 외치며 당황하게 된다. 만약 적에게 발각되어 적과의 대치상황이라도 벌어진다면, 적절한 구도를 잡지 못하고 플레이어 캐릭터만 비춰주는 시점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듯. 이러한 불편한 시점문제는 자주 L1 버튼을 눌러주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해지니 수시로 L1 버튼을 눌러주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시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길이다.
수행을 거듭하면 이처럼 분리술도 행할 수 있다(거짓말)
시점문제에 이어 또 한가지 지적할 만한 요소는 적들의 인공지능(AI). 이건 게임이니 어느 정도의 편의성을 고려한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좀 심하다 싶을 정도다. 적들은 전부 박봉과 야근에 시달리는지, 마비경단(혹은 춘화) 하나 던져주면 눈에 불을 켜고 먹으려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측은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아니, 난데없이 뭐가 들었을지 모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경단이 떨어지는데 그걸 주워먹을 생각이 들까? 한번쯤은 의심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마비경단을 던진 후, 적이 완전히 먹기 전에 다가가서 인살로 처리하면 다시 마비경단을 입수할 수도 있다. 이 마비경단과 같은 아이템은 [천주] 시리즈 대대로 그 성능이 너무 좋아서, 이번 [천주3]에서는 어느 정도의 수정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필자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마비경단을 사용해서 게임을 재미없게 플레이하는가의 여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달려있지만 말이다.
이밖에도 적에게 발각되었어도 점프로는 올라갈 수 없는 높은 곳으로 이동하면 금새 경계를 푼다던가, 플레이어를 발견했어도 같은 자리에서 웅크리면 보지 못한다던가(엄폐물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서 있으면 발각되고, 웅크리면 안 보이는...그런 경우), 플레이어와의 대치 상황에서 수시로 백 점프를 하는 바람에 스스로 나락에 떨어져 자살(?)하는 등 인공지능 쪽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하긴...생각을 바꾸어보면 적들의 인공지능이 너무 높아도 문제가 되겠지만...
서비스♡
마치며...
이래저래 많이 지적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게 즐겼다. 다만 직업병은 어쩔 수 없는 듯, 눈에 띄는 단점들은 피할 수는 없었다. 앞으로 발매될 [천주] 시리즈의 완성도를 더욱 높히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시점문제와 적들의 인공지능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닌자\' 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에게 관심이 있다면, [천주3]를 플레이해보라. 그리고 어둠에 익숙해져라. 어둠은 당신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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