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이머들에게는 꿈나라 이야기로만 들릴 듯한 아득한(...) 옛날 패미컴 시절의 어두웠던 게임환경에 비하면, 요즘은 정말 \'세상 좋아졌다\' 라는 말의 의미가 더욱 와닿는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비디오게임의 한글화 정식발매가 활발해졌으며, 점점 그 수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이니 게임롬팩 하나 구입(혹은 교환)하기 위해 휴일만 되면 만사 제쳐두고 세운상가 일대를 휘젓고 다녔던 기억을 가슴 깊은 곳에 꼭꼭 품고 계실 지긋하신 중년(...필자포함) 게이머들은, 우리말로 제작되어 속속 발매되는 게임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실 듯 하다.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게임도 완벽하게 한글화가 되어 발매되는 타이틀이며, 발매 전부터 게임을 기다려온 유저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한글화된 타이틀 사상 최고\' 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퀄리티로 완성되어 발매되었다. 여러 모로 국내 한글화 게임시장의 기념이 될 작품인, [길티기어 이그젝스 샤프 리로드]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보았다.
아크시스템웍스에 대하여
지금이야 [길티기어] 시리즈로 유명한 아크시스템웍스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으로 [길티기어]의 첫 작품을 개발한다고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제작사였다. 아크시스템웍스는 1995년 PS로 [EXECTOR]라는 3D슈팅게임을 발매, 같은 해에 첫 발매된 육성시뮬레이션게임 [위저드 하모니] 시리즈로 국내 유저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길티기어] 시리즈로 유명세를 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PS 말기에 발매된 [Prismaticallization]이라는 게임(후에 드림캐스트(이하 DC)로도 발매)이 기억에 남는데,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인피니티]와 마찬가지로 \'반복되는 시간 속에 갇혀 버린 청춘남녀들의 이야기\' 를 다루었다는 점 외에도, 독특한 게임표지가 인상깊었던 게임이었다(그러고 보니 후속편이 2003년에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찌 조용한 걸까?).
이게 그 표지. 뭔가 도발적이기도 하고...
[길티기어] 시리즈에 대하여
시리즈 첫 작품인 [길티기어]는 1998년 5월 14일(일본)에 PS로 발매되었는데,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데 무려 3년 이상 걸렸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는 투신전 풍의 3D격투게임이었으나, 나중에 이것을 전면 수정하여 지금과 같은 2D스타일로 변경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고 한다. 발매 당시 존재하던 대전격투게임의 거의 모든 시스템을 모아놓은 듯한 게임시스템과 경쟁 기종이었던 세가 새턴(이하 SS)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2D가 열세였던 PS로 SS 못지 않은 부드러운 프레임을 실현한 것, 일격에 대전 자체를 끝내 버리는 다소 황당한 살계시스템(일격필살이긴 하지만 한 라운드만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 자체가 끝난다), 강렬한 배경음악 등으로 유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밖에도 숨겨진 캐릭터로 등장했던 \'바이켄\' 의 경우, 그 생김새나 사용하는 기술의 호쾌함 덕분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며, 일부에서는 [사무라이 스피릿츠] 시리즈의 \'시즈마루\' 라는 둥 [루로우니 켄신(국내명 바람의 검심)]의 \'켄신\' 을 닮았다는 둥 유저들 사이에서는 좋은 화제거리였다.
[길티기어] 시리즈의 프로듀서인 이시와타리 다이스케(石渡 太輔)씨는 주인공 캐릭터인 \'솔 배드가이\' 의 성우를 맡은 것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게임 기획, 메인 캐릭터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배경음악, 일러스트, 게임 전체의 프로듀싱 등을 담당하였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당시의 다른 게임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던 게임이었다
나오미 기판을 사용하여 그래픽과 시스템 등을 화려하게 발전시킨 [길티기어 젝스]가 아케이드로 발매되었고, 2000년 12월 14일(일본)에 DC용으로 발매되었다. 이후 [길티기어]에서 인기를 얻은 \'클리프\' 와 \'저스티스\' 를 추가한 [길티기어 젝스 플러스]는 2002년 10월 10일에 YBM시사닷컴에 의해 국내에 발매되었다. [길티기어 젝스 플러스]의 특징을 짚어보자면, 전작 [길티기어]에서는 숨겨진 캐릭터였던 \'바이켄\' 이 메인 캐릭터가 되었고, 새로운 캐릭터로 빵봉투를 뒤집어쓴 \'파우스트(...사실은 새로운 캐릭터라 할 수 없지만)\', 부채를 든 근육질 안경청년 \'미토 안지\', [길티기어]에서 \'메이\' 가 그토록 구하려고 애썼던 \'죠니\', 속옷이 보일 듯 아슬아슬 한 포즈로 사랑받았던 중국 요리사 겸 격투가 \'쿠라도베리 잼\', 전작의 보스였던 \'저스티스\' 와의 관계가 궁금하게 만들었던 \'디지\', 도대체 앞은 어찌 볼까 걱정스러운 \'자토\' 의 충실한 부하 \'베놈\', \'카이\' 의 그래픽 데이터를 가지고 장난쳐서 만들어낸 \'로보카이\' 등이 추가되었다.
[길티기어 젝스]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길티기어 이그젝스]는 2002년 12월 12일(일본) PS2로 발매되었다(이외에도 휴대용 게임기로 발매된 [길티기어 쁘띠] 등의 게임이 있지만, 본 리뷰에서는 PS2로 발매된 시리즈에 대해서만 다루도록 하겠다). [길티기어 이그젝스]는 [길티기어 젝스]의 일부 시스템을 수정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여 발매되었는데,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들이 대부분 특정층을 \'노리고\' 만들어져서 일본 동인계에서는 엄청나게 반겼다는 전설(?)도 들려온다.
[길티기어 젝스]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스토리 모드\' 를 보완한 [길티기어 이그젝스]의 \'스토리 모드\' 는, 매우 치밀하게 설정되어있는 [길티기어] 시리즈의 배경 스토리를 더욱 심오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둔 배틀을 플레이할 수 있는 \'미션 모드\' 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기술 발동 시 잠시동안 무적이 되는 \'사이크 버스트\' 의 추가와, 전작에서는 버튼을 두개 눌러야 했던 \'다운 복귀(흔히 낙법이라고 한다)\' 가 버튼 하나로 가능해지는 등, 시스템적으로 세세한 변화가 있었다.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로는 이 시대의 멋진 중년상을 제시하는 댄디 \'슬레이어\', 기타와 과격하면서도 화끈한 말투, 그리고 섹시함이 멋진 \'이노\', 생긴 건 귀여운 소녀인데 설정 상으로는 남자(!)라는, 요즘 시대에 부합하는 멋진 캐릭터인 \'브리지트\', 악령이 빙의 되어 원치않는 싸움을 하게 되는 \'자파\' 등이 추가되었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토리 모드\' 에서 들려주는 캐릭터들의 음성이 매우 탁하다는 점 정도.
그리고...샤프심을 재장전할 때가 왔도다
PS2용 [길티기어 이그젝스 샤프 리로드]는 2003년 7월 31일, 일본과 국내에 동시발매되었다. 한 타이틀이 일본과 동시에 발매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쾌거라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글판 [길티기어 이그젝스 샤프 리로드(이하 샤프 리로드)]는 여러 가지 의미로 일본판보다 높은 완성도를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다수 지니고 있다. 일단 음성과 텍스트 등 게임의 완벽한 한글화는 말할 것도 없으며, 한글판만의 오리지널 배경의 추가와 게임 내에서 일본어 음성 및 배경음악, 텍스트를 선택할 수도 있고 일본판에는 삽입되지 않은 \'스토리 모드\' 도 들어있다. \'스토리 모드\' 는 [길티기어 이그젝스]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긴 하지만,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길티기어 이그젝스]의 스토리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분들에게는 분명히 환영받을 만한 요소. 이것은 [길티기어 이그젝스]의 한글화를 추진하던 YBM시사닷컴이 [샤프 리로드]의 발매로 인해 [길티기어 이그젝스]의 한글판을 내놓을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유저 서비스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미 [길티기어 이그젝스]를 구입하여 스토리를 즐겨본 유저라고 해도, 국내의 뛰어난 성우들의 연기로 감상하는 \'스토리 모드\' 는 다시 한번 즐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초회 한정판의 경우,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틴케이스에 [샤프 리로드]의 음악을 담당한 신해철씨의 O.S.T가 동봉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부 영화용 DVD에서나 볼 수 있었던 틴케이스를 게임에 도입한 아이디어의 승리라고 할까? 필자의 경우도 공개된 틴케이스를 보는 순간 별 생각없이 덜컥 예약해 버렸으니 말이다([길티기어]의 이름이 선명하게 찍힌 샤프도 나름대로 만족스럽고...).
사무실 바닥에 늘어놓고 찍은 [샤프 리로드] 초회 한정판 구성물
영화같은 CG로 점철된 RPG나 화려함으로 무장한 3D격투게임에게 밀려 2D격투게임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요즘 게임계의 추세인 걸 감안하면, [길티기어] 시리즈가 꾸준히 발매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비록 정식 후속편은 나오지 않고 \'확장팩\' 개념의 게임들만 제작되어지는 것을 꼬집는 유저들도 있겠지만, 그동안 득세하던 수많은 2D격투게임들이 거의 소리없이 사라져 버린 지금, 그저 게임이 발매되어주기만 해도 격투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일 듯 하다.
2D격투게임은 2D만의 테이스트가 있다(사진은 PS로 발매된 [사무라이 디퍼 쿄])
최근에 PS2로 발매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2000]
[샤프 리로드]의 스토리
22세기. 인류는 무한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마법\' 의 이론화에 성공, 과학은 전 세계적인 금지사항이 되었다. 그러나 인류의 욕망은 끊이지 않고, 금단의 생물병기 \'기어\' 를 탄생시키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종래에는 없었던, 강력한 전투능력과 확고한 의지를 가진 \'저스티스\' 가 출현, 기어를 쫓는 인류에게 선전포고를 하기에 이른다. 기어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된 \'성기사단\' 의 힘이 더해져, 결국 \'저스티스\' 는 \'차원\' 에 봉인된다. 그러나 \'저스티스\' 의 부활을 꿈꾸는 세력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국제 연합은 \'제2차 성기사단\' 을 결성할 준비를 하게 된다. 2180년, 이 기사단을 뽑고자 실시된 무도 시합 중에 \'저스티스\' 는 파괴되고, 그와 함께 활동력을 잃어 버린 기어들은 하나 둘 처분되어갔다. 얼마간 인류는 평화를 맛보는 듯 했다... 그러나 1년이 채 지나기 전, 모두 처분되었으리라 생각했던 생체병기 기어가 A국에서 발견이 되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기어란 본래 명령 없이는 움직일 수 없음에도, 발견된 기어는 이상하게도 자체적으로 활동이 가능한 엄청난 전투력의 소유기체라는 정보에 인류는 다시 한번 공포에 떨게 된다. 다행히 \'저스티스\' 에게 기억을 소거 당해, 일반 시민들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지 않고 있었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인류는\'기어\' 를 처분하려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매번 \'기어\' 의 놀라운 전투력에 병력만 희생할 뿐 아무런 소득이 없자, 곧 지도자들은 그저 보호관찰을 하자는데 입을 모은다. 하지만 만일 \'기어\' 가 기억을 되찾아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게 된다면 엄청난 재앙을 불러 일으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 우려와 걱정은 가시지가 않았다. 이렇게 되자 그 생존기어를 보호하고 있는 A국은 보호관찰 체제에 있는 그 \'기어\' 를 제거하는 사람에게 500만 골드 달러를 포상하겠다는 공문을 올리게 된다... |
[샤프 리로드]의 그래픽과 사운드
본 작품에서도 [길티기어] 시리즈의 특징인 미려한 그래픽은 여전하다. 도트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그려진 게임그래픽은 거의 고해상도로 그려진 일러스트 수준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이며, 각성 필살기 등을 사용할 때는 화려한 효과가 화면을 뒤덮는다. 캐릭터들의 움직임에는 많은 수의 프레임을 사용하여 매우 부드럽고 박력있게 표현되어 있으며, 한글판에 추가된 오리지널 배경도 나름대로 한국스러움(?)이 살아있어 만족스러운 편. 게다가 옵션에서 \'ANTI ALIAS\' 항목을 OFF 해주면 TV 화면이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매우 깨끗한 화면을 즐길 수 있으므로 \'극상\' 이라는 표현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래픽이라는 생각이 든다.
[샤프 리로드]의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훌륭하다. [길티기어] 시리즈의 배경음악이야 게임보다 음악으로 알려지기도 했을 정도로 워낙 유명하니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글판 [샤프 리로드]의 배경음악은 신해철씨가 담당하여 관심을 모았었는데, 음악 자체의 퀄리티도 상당하지만 40곡이나 되는 배경음악을 겨우 2개월만에 만들어냈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신해철씨를 모르는 분은 없겠지만 노파심에서 그에 대하여 설명을 하자면, 영화 \'정글 스토리\', 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 의 O.S.T 등을 작업했으며, [샤프 리로드]의 배경음악 40곡을 새로 작곡하고 그룹 N.EX.T가 연주를 맡았다. 또한 본 작품에서 생체 병기 \'기어\' 로 개조된 캐릭터인 \'테스타먼트\' 의 성우도 맡아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저음으로 열연을 펼쳤다. 뭐, 그의 연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신해철씨의 본업이 성우가 아니니 연기가 어색한 것은 이해해줘야 할 듯(테스타먼트의 대사 중 \'그만둬라\' 와 \'너에게 주마\' 는 한동안 유저들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곡을 꼽자면 \'카이\' 의 테마 \'Pillars of the Underworld\' 를 가장 좋아하며, \'로보카이\' 의 기계다움이 느껴지는 도입부분이 매력적인 테마송인 \'Vortex Infinitum\', 마치 \'이노\' 가 기타를 연주하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주는 \'이노\' 의 테마 \'Blacklight Babe\' 등을 좋아한다. 여담이지만, \'메이\' 의 테마 \'Get Out of My Way\' 의 도입부분의 멜로디를 듣고 \'산울림\' 의 "우리 같이 놀아요~" 를 떠올리는 당신은 어엿한 나이스 미들([천주3] 때에 이어 두번째로 써먹는군요).
이번에는 평소 음악에 조예가 깊으신 루리웹의 모 괴인(이름 밝히길 꺼리셔서 익명으로 처리)에게 부탁하여, 일본판 음악과 신해철씨의 음악을 비교해보는 자리를 마련해보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평가일 뿐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길 바란다.
미향 : 일본판과 한글판 간에 각 캐릭터의 테마송의 차이점이 있습니까? 모 괴인 : 간단하게 \'바이켄\' 의 테마송을 예로 들자면, 일본판 음악에는 일본의 전통 악기 \'반조\' 를 사용한 도입부분이 인상적이지요. \'바이켄\' 이라는 캐릭터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이미지화 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한글판 음악에서의 \'바이켄\' 테마는 캐릭터가 일본인이라는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는 대신, 매우 강렬한 기타음을 보여주는 데스메탈에 가까운 음악이더군요. 미향 : 그런 차이점이 있군요. 아무래도 [길티기어] 시리즈가 오래된 만큼, 시간을 두고 완성된 일본판의 곡과 비교하기는 좀 그렇겠네요.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차이점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모 괴인 : 으음...어려운 얘기네요. 전체적으로 보자면 일본판 음악은 단촐하면서도 게임과 어울리는 신디사이저의 음색과 가벼우면서도 비트가 강한 드럼, 역시 가벼우면서 경쾌한 기타음을 주로 사용한 반면...신해철씨의 한글판 음악은 일본판 음악에 비하면 매우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신디사이저의 음색을 사용했으며, 일본판에 비해 무거운 느낌의 드럼이지만 비트가 약한 면이 느껴지네요. 기타의 경우, 일본판 음악에 비해 매우 무거우면서도 강한 비트의 트래시 계열, 혹은 데스메탈 계열에 가까운 기타음색을 들려준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양쪽 음악에서 사용된 보이스 신스(VOICE SYNTH: 신디사이저의 음색 중 하나. 주로 사람의 음성처럼 들리는 효과)의 극명한 차이인데, 일본판 음악의 경우에는 주로 여성의 음색을 사용한 반면, 신해철씨의 한글판 음악은 남성의 음색을 주로 사용했더군요. 이시와타리씨와 신해철씨의 음악적인 견해랄까, 뭐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미향 : 괴인님의 말씀을 정리해보자면...전체적으로 일본판 음악은 게임음악 다운 음악이고, 신해철씨의 음악은 게임음악과는 조금 거리가 먼 트래시메탈, 얼터네이티브메탈, 데스메탈의 경향을 띈다는 말씀이군요. 모 괴인 : 예 그렇습니다. 이번 [샤프 리로드]에서는 신해철씨가 게임음악에 여러 가지 장르를 실험적으로 도입한 듯 보인다는 인상이 깊습니다. 미향 :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샤프 리로드의 게임시스템]
[샤프 리로드]는 엄밀히 따지자면 전작에 해당하는 [길티기어 이그젝스]의 확장팩 개념의 작품이니만큼, 게임시스템은 [길티기어 이그젝스]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길티기어] 시리즈의 복잡한 시스템을 일일이 설명하게 되면 리뷰가 아니라 공략이 되어 버리므로 본 리뷰에서는 논외로 하겠으며, 자세한 시스템은 매뉴얼에 나와있으므로 매뉴얼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샤프 리로드]에서는 게임전체의 밸런스를 위해 각 캐릭터마다 기술의 판정과 대미지 등의 세세한 조정이 이루어졌으며, [길티기어 이그젝스]에서 지나치게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죠니\' 와 같은 캐릭터는 상당부분 수정이 가해졌다(그래도 여전히 강한 캐릭터다). \'바이켄\' 을 예로 들자면, \'EX 바이켄\' 의 경우 [길티기어 이그젝스]에서의 \'EX 바이켄\' 은 \'강 다다미 뒤집기\' 의 커맨드가 ↓↘ → HS 였지만 [샤프 리로드]에서는 ↓↘ →↓↘ → K 로 변경되었다던가, \'솔\' 의 경우 \'건 프레임\' 에서 로망캔슬 걸기가 까다로워진 것 등을 들 수 있겠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작까지는 \'카이\' 의 그래픽 데이터로 적당히 만들었던 \'로보카이\' 가, 그래픽과 기술 등을 일신하여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로 제작되어 게임에 당당히 등장한다는 것. \'로보카이\' 의 기술은 하나같이 로봇다운 것들 뿐이라서 그렇지 않아도 개성 넘치는 [샤프 리로드]의 캐릭터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며, 그의 오리지널인 \'카이\' 와의 대전 시 재미있는 이벤트가 다수 준비되어 있다.
새로운 캐릭터라고 불러줘야 할 \'로보카이\'
[샤프 리로드]는 가정용 격투게임이라면 빠짐없이 들어가는 \'아케이드 모드\', \'VS 모드\', \'서바이벌 모드\' 등의 모드 외에도 [길티기어]의 세계관을 맛볼 수 있는 \'스토리 모드\' 와, 게임 중 입수할 수 있는 다양한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모드\', CPU 캐릭터들끼리의 대전을 지켜볼 수 있는 \'데모 모드\', [길티기어 이그젝스]의 미션 50개에서 두배로 늘어난 100개의 미션을 클리어해 나가는 \'미션 모드\' 등 다양한 게임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문제는 \'데모 모드\' 인데...매뉴얼에는 나와있지만 정작 게임 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YBM시사닷컴 측이 한글판 [길티기어 이그젝스]를 베이스로 작업하다가 생긴 실수인 듯(\'트레이닝 모드\' 에서 가능하다고요? 그건 단순히 대전만 시킬 수 있을 뿐 \'데모 모드\' 가 아니랍니다). 이 문제는 이후 데모 모드를 선택하는 방법이 공개되어 해결되었다.
[길티기어 젝스]에 비해 세련되어진 캐릭터 셀렉트 화면
마치며...
[길티기어] 시리즈를 첫 작품부터 즐겨온 팬으로서, 이번 [샤프 리로드]는 정말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18세 이용가\' 로 발매된 것이 다행스러울 만큼 게임 내에서 접하게 되는 다소 원색적이고 과격한 표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도 하나의 \'문화\' 이고 이미 국내 유저들도 이정도는 문화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자세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국내 성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했고(특히 \'슬레이어\' 역의 강구한씨와 \'이노\' 역의 강희선씨,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성우인 이정구씨가 담당하신 \'솔\' 의 목소리는 정말 멋지다), 신해철씨의 음악도 나름대로 만족스럽다. [길티기어] 시리즈의 복잡한 시스템 덕분에 처음 접하는 유저들의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 난점이 될 수 있겠지만, 최근의 게임들이 대부분 복잡한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리 난점이라고도 할 수는 없는 듯. 격투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나 아직까지 [길티기어] 시리즈를 즐겨보지 못하신 분들에게 필자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빌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멋진 일러스트가 다수 수록되어있다
특별부록 - 샤프의 인생
오랜만에 부활한 특별부록 코너(...어이). 리뷰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분들을 위해 [샤프 리로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장면들을 모아보았으며, 흥미없으신 분들은 읽지 않으셔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코너입니다. 절대로! 찍어둔 스크린샷이 아까워서 집어 넣은 것이 아니랍니다. 저얼대...!
\'스토리 모드\' 클리어시 볼 수 있는 일러스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