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 사쿠라 대전 | 출시일 | 2019년 12월 12일 |
개발사 | 세가 게임스 | 장르 | 액션 어드벤처 |
기종 | PS4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PforP |
불운의 V를 마지막으로 [사쿠라 대전] 시리즈는 침체기에 들어선다.
루리웹에 마지막 [사쿠라 대전] 리뷰가 올라온지도 15년이나 되었다. [사쿠라 대전]은 1990년대 중반 일본 서브컬처계를 정의한 게임이다. 특히 가요 쇼라는 개념으로 성우와 배역, 무대의 일치라는 새로운 미디어믹스 사업을 제시해, 애니컬과 실사 라이브 무대 태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러브라이브]나 [아이돌 마스터], [노래의 왕자님] 역시 [사쿠라 대전]이 만든 길을 복습하면서 성공한 케이스다. 하지만 리뷰가 없었던 [사쿠라 대전 5]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게임 자체는 잘 만들어지긴 했지만, 악재가 너무 많이 겹쳤기 때문이다. 띄우기용으로 나온 게임들이 그다지 퀄리티가 안 좋았다는 점, 무리했던 주인공 교체, 질질 늘어졌던 발매 텀, 지나친 고가 정책까지 실패가 누적된 나머지 저평가받게 되었다.
5 이후 [사쿠라 대전]은 내리막길로 걷게 된다. 외전으로 나온 [드라마틱 사쿠라 대전]의 실패, 히로이 오지의 퇴사, 기존 제작진들의 [전장의 발큐리아] 제작까지 악재가 이어졌고, 유명한 가요쇼도 이때를 기점으로 부정기 체제로 돌입해버렸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히로이 오지의 스캔들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의외로 잘 안 알려진 스캔들이지만, 히로이 오지는 2010년 관여하고 있던 AKB48의 아키모토 사야카랑 스캔들이 터졌다.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어떻게든 시리즈를 살려보려고 운을 많이 띄웠던 게 전부 쑥 들어가 버린 것도 이 사건 때문이다.
히로이 오지가 시리즈에서 밀려난 이후 사쿠라 대전은 이대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가요 쇼는 2017년까지 계속 이어졌지만, 게임 쪽은 모바일로 진출했다가 악평만 들었던 상태였다. 그마저도 서서히 기억에 사라진 2018년, 세가는 새로운 사쿠라 대전 게임 [신 사쿠라 대전]을 만든다고 선언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리즈에서 스태프로 일했다가, 새로이 사쿠라 대전의 얼굴이 된 테라다 타카하루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쿠라 대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채로 돌아왔다.
달려라 달려라~ 화격 무스메~
드디어 풀 3D 그래픽으로 제도와 극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쿠라 대전]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과 SRPG의 조합이었다. 주인공은 화격단 단장이 되어, 여성들로 이뤄진 화격단원과 신뢰도를 쌓아야 한다. 이 신뢰도를 올리는 구간이 어드벤처 파트라 할 수 있다. 어드벤처 파트는 2D 애니메이션 CG로 이뤄진 커맨드 선택형 어드벤처(+필드 이동)로 진행된다. 이렇게 신뢰도를 쌓아 올리다가, 강마가 제도를 침공하면 대원들과 함께 출격해 전투해야 한다. 이 전투 파트가 SRPG로 이뤄져 있었다. 초기작은 [슈퍼 로봇 대전]의 영향이 강했지만, 점차 발전해 개성이라는게 생겼다.
사실 [사쿠라 대전]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전투보다는 미연시의 힘이 컸다. 전성기에도 [사쿠라 대전] 시리즈의 SRPG는 엄청나게 어렵거나 복잡한 편은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미소녀들의 아름다움과 약동감을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수려함으로 묘사한 미연시가 인기의 큰 원인이었다. 멀티미디어적 충격이 제일 컸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미연시에서 신뢰도 관리가 SRPG에 얽혀들게 만든 디자인 역시 먹혀들었고, 이후 미소녀 게임에 큰 방향성을 제시했다. [칭송받는 자]가 대표적인 후계자일 것이다.
하지만 PS2 시절이 끝나면서 2D 애니메이션식 커맨드 선택형 어드벤처와 SRPG는 모두 뒤처진 유물이 되어버렸다. 물론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 같은 게임이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다시 첫 발을 내딛는 [신 사쿠라 대전] 제작진에겐 SRPG가 아닌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때문에 [신 사쿠라 대전]은 게임 디자인에서 대격변이 일어났다. [신 사쿠라 대전]가 혁신을 위해 선택한 디자인은 풀 3D 어드벤처와 무쌍이다. 전자는 미연시 게임으로써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고, 후자는 SRPG 요소를 완전히 대체하고 있다.
물론 십자키로도 선택이 가능하지만 [사쿠라 대전] 시리즈 역시 아날로그 스틱을 완벽하게 받아들인 모습을 보인다.
송신은 안 되고 수신과 정보 탐색만 가능한 스마트론.
먼저 어드벤처 파트를 살펴보자. 사실 디자인 자체는 마지막 정규작이었던 [사쿠라 대전 V]을 의식한 부분이 보인다. 3D 폴리곤으로 구성된 일상 파트의 필드 디자인 자체는 V에서도 어느 정도 구현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겠지만 무려 2세대나 건너뛴 신작이라 질적인 차이는 상당하다. 일단 오픈 월드는 아니지만, 군중 묘사라던가 세부 묘사에서 향상을 받았다. 사실 이 정도 향상을 안 받았더라면 신규 유저층을 끌어들이기 힘들었겠지만 말이다. 빠른 이동이 없어서 장소 이동을 하려면 일일이 출구를 찾아가야 하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스테이지 자체가 작은 데다 장소 숫자도 적어도 큰 단점은 아니다. 시리즈 전통의 이벤트나 LISP에 시간제한이 걸려있는 디자인, 전통의 편의 도구인 -트론 시리즈 (본작에서는 스마트폰을 모방한 스마트론이 등장해, UI 역할을 대신한다.)도 여전하다.
여기다 전형적인 2D 그래픽이었던 V의 상호작용 및 이벤트 신이랑 달리 [신 사쿠라 대전]은 상호작용과 이벤트 신 모두 3D로 구성되어 있다. 히로인과의 신뢰도 이벤트 같은 역시,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표정이나 생동감, 상호작용 포인트 같은 부분들은 준수하게 뽑혀있다. 논란이 많았던 캐릭터 디자인도 막상 보고 있으면, 디자인의 호불호는 둘째치고 전체적인 통일감을 부여하는 데 성공해 이질적이지 않다. 한편 게임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대화 선택지 시스템인 LIPS는 V에서 도입되었던 아날로그 스틱 LIPS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다만 특정 선택지에서만 아날로그 스틱을 쓸 수 있었던 V의 LIPS랑 달리 [신 사쿠라 대전]의 LIPS는 선택지 방향을 지정하거나 감정 게이지 강도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몇몇 선택지는 아리송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어렵지는 않다.
생각보다 신뢰도가 잘 올라서 엔딩에 필요한 신뢰도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신뢰도 시스템나 히로인 엔딩 같은 경우, 상당히 여유있는 편이다. 일단 LIPS 도중 주인공이 어떤 감정으로 발언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은 사라졌지만, 대신 나오는 선택지가 극단적이라서 어떤 게 틀린 선택지인지 파악하기가 되레 쉬워졌다. 딱 봐도 정상적인 선택지, 뭔가 아닌 선택지, 정신 나간 선택지가 이렇게 제시되는 경우가 대다수라서 아 이걸 고르면 되겠구나 싶은 걸 고르면 된다. 또한 신뢰도 상승률 자체가 상당히 넉넉한 편이다. 리뷰를 위해서 선택지 공략을 체크하면서 플레이했는데, 5화가 끝나자마자 주요 히로인이 요구하는 신뢰도 기준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을 정도다.
추가로 본작의 히로인 엔딩은 일정 정도 신뢰도만 맞추면 분기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라, 무난하게 진행한 뒤 저장과 불러오기 반복으로 각 히로인 엔딩을 볼 수 있다. 다만 분기점 이전 저장 지점이 전투 문제와 겹쳐서 이런 식으로 엔딩 보는 게 다소 지루하게 다가온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크리스마스 데이트 이벤트처럼 한 회차에 한 번씩 볼 수 있는 이벤트나 수집 요소가 있기 때문에 모든 이벤트를 모으기 위해선 다회차 플레이가 어느 정도 요구된다. 한편 본작의 대표적인 수집 요소인 브로마이드 같은 경우, 코마치의 상점에서 구매하는 것 이외에도 유실물 형태로 수집해야 하는 게 있는데 2회차부터는 위치가 제공되기 때문에 굳이 1회차에서 기를 써서 모을 필요는 없다. 다만 전투 시뮬레이션 싸우미를 통한 타임어택은 꽤 지루한 편이다.
가짓수도 가짓수지만, 운 요소가 심해서 평가가 나쁜 코이코이.
[페르소나 5]보다 단순하지만, 반대로 할 것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다만 [신 사쿠라 대전]은 전반적으로 콘텐츠 구비는 그럴싸하게 해놨는데, 가짓수나 깊이가 부족한 게임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족함이라면 미니 게임이 있다. 본작에서 미니게임은 등장인물들과 치는 코이코이 하나밖에 없다. 그나마 스토리를 진행하거나, 코이코이에서 승리하면서 다른 등장인물들을 해금해 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히로인별로 미니게임을 구비해둔 구작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코이코이 역시 운 요소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불평이 있는지라 미니 게임 디자인에서는 실패한 면모를 보인다. 대신 전투 시뮬레이션이자 미션 리플레이 기능인싸우미를 통한 브로마이드 수집하기에 이런저런 조건을 걸어서 엔드 콘텐츠로 만들긴 했는데, 전투가 재미있거나 잘 만들었다고 하기 힘들어서 그다지 도움 되지 못한다.
풀 음성이 아니라는 점도 상당히 걸린다. 구작 역시 풀 음성은 아니었지만, 2D 그래픽으로 어느 정도 용인되는 구석이 있었다면 본작은 3D 모델링이 움직이기 때문에 음성 없이 입술을 벙긋거리는 게 은근히 몰입감을 방해한다. 히로인 신뢰도와 연계된 1인칭 시점 이벤트도 히로인 별로 딱 한 번씩 나오는 것도 아쉽다. 서사의 문제랑 관련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벤트 연출 역시 좀 피상적인 구석이 있어서 구작의 히로인과의 농후한 염장질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매우 단순해서 설명할 것조차 없는 공격 시스템.
당연하겠지만 무쌍 본가랑 비견할 수준은 아니다. 시원시원하게 썰 수는 있지만.
어드벤처 파트 부분이 아쉽긴 해도 평균 수준이라면, 전투 시스템은 확실히 떨어진다. 상술했듯이 [신 사쿠라 대전]은 무쌍 게임이다. 우르르 몰려나오는 적들을 광역 기본 공격으로 쓸어버리면서 선형적 스테이지를 진행한다는 무쌍 게임의 골자를 그대로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무쌍을 채택한 건 본작이 처음이 아니다. 기억하고 있을 팬도 있겠지만, [사쿠라 대전 V 에피소드 0]에서도 무쌍을 시도한 적이 있다. 다만 디자인이나 방향성은 완전히 다르다. [에피소드 0]의 무쌍은 말을 타고 탁 트인 황야를 질주한다는 지극히 정석적인 무쌍을 서부극에 옮겨놓은 수준이었다. 반대로 [신 사쿠라 대전]은 영자갑주를 타고 마환 공간이라는 플랫폼이 있는 간단한 던전을 탐색하는, 다소 변형된 무쌍에 가깝다. 이외 어드벤처 파트 중간에 긴급 출동해 히로인과 강마를 쓰는 이벤트가 있다.
당연하겠지만 무쌍 게임으로써 [신 사쿠라 대전]은 본격적인 무쌍 게임들하고 비교할 수준이 안된다. 화면 구성도 그렇고, 기본 공격과 콤보 시스템도 2진법 수준으로 단순하다. 적들도 강하지 않다, 수준을 뛰어넘어 죽을 일이 거의 없다. 회복 및 영력 아이템도 넉넉하게 주어지는지라, 게임 전혀 모르는 일반인도 하다가 죽을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좋다. 차라리 점수 대결인 화격대 대회 하다가 게임 오버 되는 경우가 더 잦을 정도다. 이것도 요령만 터득하면 금방 깰 수 있는 수준이다.
전투 자체는 본격적인 던전인 마환 공간과 간이 전투인 긴급 출격으로 나뉜다.
인연 레벨을 어느 정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다만 짚고 갈 부분이 몇 개 있다. 먼저 회피가 있다. 그 자체로는 평범한 회피지만, 공격을 맞기 전 특정 키를 누르면 시간이 일시 정지해 적을 일격사하게 만들거나 (작중에서는 다이나믹 액션이라 부른다) 마구잡이로 때릴 수 있다. 안 그래도 낮은 게임의 난도를 낮추는 주범이라 할 수 있는데, 게임 내의 저스트 회피의 횟수가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적이 공격을 한 것을 저스트 회피로 피해 때린 뒤, 다시 공격하는 걸 저스트 회피로 피해 때리는 식의 전투가 가능하다. 그 때문에 전투 시 대시를 쓸 이유가 거의 없다. 이 저스트 회피가 사실상 무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보로 전처럼 저스트 회피가 없으면 좀 귀찮겠다 싶은 보스가 그리 많지 않다.
그다음 신뢰도와 전투의 연계가 있다. 사실 구작 [사쿠라 대전] 역시 SRPG 디자인이 깊이 있는 게임은 아녔다. 팬들이 용인한 이유는, 그 가벼운 디자인이 연애 시뮬레이션 디자인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었고, 게임 전체의 밸런스로 놓고 봤을 땐 딱 적정선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하겠지만 [신 사쿠라 대전]에서 일상 파트에서 주변 사람들과 신뢰도를 얼마나 쌓았느냐에 따라, 전투의 영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 사쿠라 대전]에서는 이를 인연 레벨과 합체기랑 연계하고 있다.
히로인 선택 출격은커녕 세 명 나오는 미션이 손에 꼽을 정도다.
가끔 필살기 게이지 다 차면 히로인을 꺼내 쓰는 정도.
인연 레벨은 그 점에서 어드벤처 파트의 신뢰도랑 전투 파트의 징검다리 역할이라 보면 좋다. 한마디로 사기라고 생각하면 좋은데, 이전 어드벤처 파트에서 선택지를 잘 골라 신뢰도를 높였다면 기체가 강해지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올려놓지 않아도, 히로인 기체와 협동 전선을 펼친다던가 같은 다양한 행위를 통해 인연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반대로 강도는 그리 세지 않지만, 깎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경 써줘야 한다. 마지막 평가표에도 나름 반영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합체기가 있다. [신 사쿠라 대전]의 기술 시스템은 필살기와 합체기로 나뉜다. 전자는 흔히 볼 수 있는 개인 필살기로, 전투 도중 얻을 수 있는 영력 아이템으로 게이지를 채워 발동할 수 있다. 후자인 합체기가 신뢰도 시스템과 연결된다. 평상시 쌓은 인연 레벨로 쓸 수 있는 주인공과 히로인의 버프 기술에 가깝다. 발동하면 히로인과 함께하는 애니메이션 인트로가 등장하고, 주인공과 히로인의 공격력과 능력치가 올라간다.
솔직히 다음작에서는 저스트 회피 약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싸우미가 있긴 한데, 육성 개념이 전무하여 브로마이드 모을 사람 아니면 필요 없다.
다만 결과물은 전반적으로 얕다. [신 사쿠라 대전]의 무쌍은 어드벤처 파트랑 연계까지는 어찌 고안했는데 덜컹거리거나 묘미를 느끼기엔 부족하다. 먼저 V까지 꾸준히 구축해왔던 복잡한 신뢰도 연계 시스템 대부분이 날아갔다. 히로인 간의 연대도 삭제가 대표적인데, 구성상 히로인과 주인공 단둘이서 움직이는 미션이 많다 보니 과감하게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삭제된 결과, 전반적으로 인연 레벨을 비롯한 유대감 관리가 단조로워졌다. 적어도 구작이 주인공과 히로인 간의 관계를 SRPG 장르 속에서 유기적으로 구성해보려고 노력했던 걸 생각해보면, [신 사쿠라 대전]의 무쌍 액션과 히로인의 신뢰도 연계는 물리적으로만 붙여놓은 인상이 강하다.
전투 역시 밋밋한 편이다. 열심히 일반 공격으로 때리다가 영력 게이지가 다 차면 필살기를 쓰면서 쓸어버리면 된다. 왜 합체기를 언급하지 않느냐, 고 물을 수도 있겠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드벤처 파트에서 인연 레벨을 조금이라도 올려뒀다면 합체기를 써야 할 수준의 어려운 적이 등장하지 않는다. 종종 맷집 강한 적이나 보스가 나오긴 하는데 적당히 저스트 회피해주고 일반 공격과 필살기 쓰면 진행에 아무런 차질이 없기에 자연히 뇌리에서 사라진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클리어하고 나서 그러고 보니 합체기 어떻게 쓰더라? 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물론 쓰면 진행이 더욱더 편해지고 평가표에도 반영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미 기본 전투가 너무 쉬워서 의미가 없다. 브로마이드 얻으려고 싸우미에서 랭크 도전하는 사람 아니면 안 써도 무방할 정도다. 한마디로 인연 레벨과 필살기, 합체기 비중 조율, 나아가 난이도 간의 연계가 (아무리 미소녀랑 연애하는 게 더 중요한 [사쿠라 대전]이라는 걸 고려하더라도) 심각하게 부실하다. 최소한의 위계와 차별화가 있어야 했던 것 아닌가 싶다. 사소한 단점이지만 합체기 발동 시 애니메이션 연출이 오타쿠 기준으로도 많이 오글거려서 부담스럽다. 특히 아자미와 아나스타샤 합체기는 연출 담당이 약에 취했나 싶은 괴이한 감각의 영상을 보여준다.
나름 플랫폼 액션 게임이긴 한데….
점프 공격 등 플랫폼 및 점프 디자인이 대충이다. 불편한 시점과 지나치게 강한 원거리 공격은 덤.
플랫폼 및 점프 개념도 허술하다. 상술했지만 [신 사쿠라 대전]은 점프 개념이 있는 입체적인 스테이지 디자인을 지닌 게임이다. 심지어 대시로 벽 타기 기능도 있을 정도다. 문제는 그와 비례해 점프 디자인이 답답하다. 이 답답함을 드러나는 부분은 공중에 떠 있는 적 처리하기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개입하는데 바로 공격 타입의 밸런스다. [신 사쿠라 대전]의 원거리 공격이 지나치게 강한 게임이다. 원거리에 유도 공격이 가능한 아나스탸사가 다른 대원들을 제치고 활약을 보일 수준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지만, 아나스탸사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클라리스는 정말 애매한 캐릭터가 돼버렸다. 한편 근거리 공격을 하는 캐릭터들은 개성이 있긴 한데, 절대적으로 원거리 공격보다 못한 데다 공중에 뜬 적을 처리하기가 정말 스트레스받는 일이 돼버렸다.
추가로 카메라 시점 및 목표 조준 문제도 있다. [신 사쿠라 대전]은 적 조준 시스템이 없는 게임이다. 워낙 쉬운 게임을 또 쉽게 만들기 싫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의도랑 달리 결과물은 난잡하다. 적이 어디 있는지 은근히 파악하기 까다롭고 주변 파악이 어려워서 호쾌하지만 단조로운 전투에 단조로움과 짜증을 더한 꼴이 되어버렸다. 고작 머리 위에 날아다니는 강마 하나 잡기 위해 카메라를 빙빙 돌리며 폴짝폴짝 점프하고 있으면 얘들에게 부무장으로 원거리 무기를 하나씩 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투 파트에 대해 총평을 하자면, 무쌍 게임을 사기 위해 [신 사쿠라 대전]을 사는 것은 그리 현명치 못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많은 팬을 절망에 빠트렸던 내레이션.
새로 설정된 스미레의 캐릭터성이 나쁘진 않았는데, '위기에 처한 가극단'이란 설정에 얽매인 나머지 팬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구멍이 좀 있다.
옛날 [사쿠라 대전] 팬들이라면 [신 사쿠라 대전]에서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을 했을 것이다. 굳이 [드라마틱 사쿠라 대전]까지 안 가더라도, [사쿠라 대전 4]가 완벽하게 끝맺음한 데다 뉴욕 화격단 이야기도 정리한 상태였기에 언급되었던 베를린 화격단이나, 세대교체가 일어나리라 예측했을 것이다. [신 사쿠라 대전]이 선택한 답은 세대교체였다. 하지만 제작진은 좀 더 과격한 설정을 내밀었다: 5까지 이어져 왔던 오오가미 세대가 칸자키 스미레를 빼고 전부 사라졌고, 새로운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새 멤버들은 전부 무난하다. 아마 구작 팬이라면 이 캐릭터는 구작의 저 캐릭터 닮았고, 저 캐릭터는 구작의 이 캐릭터를 닮았고...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캐릭터 조형 자체는 큰 무리수 없이 안전하게 매력적인 수준으로 이뤄져 있다. 반대로 안전함이 지나쳐 개성이 없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히로인 중 가장 '정석적'인 아마미야 사쿠라가 희미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진구지 사쿠라의 열혈 팬이라는 설정은 재미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강렬하게 어필하는 수준은 아니라서 그렇다.
"꼴지부터 일등까지 우리 가극단을 찾습니다."
어느 정도 시리즈의 처지를 은유하는 뉘앙스의 대사들도 종종 나온다.
반대로 전개는 좀 극적이다. 일단 주인공 카미야마 세이쥬로가 초반에 처한 상황은 오오가미 이치로보다도 암담하다. 시작부터 제국화격단은 한 번 공중분해 된 상태고, 낡아가는 시설과 의욕도 실력도 없는 단원들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작에서는 세계화격단연맹이 주최하는 올림픽인 화격단 경기회가 열리는데, 중간에 '토너먼트에서 지면 그 화격단은 즉시 해체'라는 규정이 등장해 전반적인 분위기가 선의의 경쟁은커녕 너죽고 나 살자 식으로 변해간다. 피를 튀기는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후퇴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고 본다. 심지어 화격단 경기회가 뒷전으로 밀려난 후반부에도 대형 위기가 줄줄이 터져서 한숨 돌릴 상황이 그리 많지 않다.
간단히 말해 [신 사쿠라 대전]은 '꼴찌들의 역습'이라는 열혈 스포츠물/로봇물 공식에 충실하다. 어느 정도는 시리즈의 처지랑 관련이 있는데, 작중 제국화격단을 향해 가해지는 푸대접과 무시는 마치 [신 사쿠라 대전] 이전 [사쿠라 대전] 시리즈가 겪어야 했던 수난하고 일치되는 구석이 있다. 때문인지 몰라도 히로인들과 주인공이 발버둥 치는 묘사가 의외로 좀 처절한 구석이 있다. 제작진이나 각본가 둘 중 하나가 만들면서 신생 제국 화격단의 처지에 몰입했던 것이 분명하다. 물론 모든 문제를 열혈과 근성으로 돌파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전개라 할 수 있겠다.
컵라면도 못 끓이는 수준 이하 열혈물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런 열혈물 작품 중에서는 그럭저럭 평균 축에는 들 수 있는 각본이다. 오글거리긴 해도 적당히 끓어오르고, 적당히 이입이 잘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대전제에 집착하다가 상당히 거칠고 섬세하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자주 걸린다. 먼저 캐릭터 드라마가 그렇다. 설정상 고민거리가 있긴 한데, 잘 다뤄졌다고 보기 힘들다. 대부분 "문제가 있지만, 문제의 근원은 건드리지 않고 어찌 해결!" 이런 인상이 강하다. 메인 스토리의 핵심 요소 역시 아마미야 사쿠라에 몰려 있다 보니, 히로인 비중 배분 역시 잘 되었다고 하긴 힘들다. 성장 파트가 사쿠라랑 같이 묻어가는 하츠호가 대표적인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예산 부족과 후속작 전개 때문에 가능했던 플롯을 허겁지겁 잘라댄 경향이 강하다.
그다음 기존작과의 연계성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일단 이런 스포츠물/로봇물에 지나치게 충실한 나머지 기존 가요쇼나 연극 비중이 확 줄어들었다. 구작이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도 중요하게 다뤄진 걸 생각해보면 [신 사쿠라 대전]는 그 점에서는 안타깝게도 미달이다. 그다음으로 4의 해피 엔딩에 감동한 팬이라면, 기존 멤버들이 봉인되었다는 설정에 반발감을 품을 가능성이 높다. 너무 구작 관련 요소가 한꺼번에 등장하면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아서 줄였다는 변명이 있긴 하다. 하지만 구작에 대해서는 모르는 입문자들에게 뭔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인상이 입문자들에게도 남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다. 제국화격단의 몰락을 강조하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스미레가 무능해져 버린 걸 싫어할 팬들도 있을 것이다.
호브: 우와… 너무해. / 비트: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나댔습니다.
화격단 경기회랑 다른 화격단 간의 관계 묘사도 상당히 덜컹거린다. 일단 이런 스포츠물에서는 주인공 팀과 라이벌 팀 간의 관계가 중요한 편인데, [신 사쿠라 대전]은 지나치게 혹독하게 굴거나 지나칠 정도로 상대랑 접점이 적다. 전자는 상하이 화격단에 해당한다. 1화에서 상하이 화격단이 사쿠라에 가하는 린치는,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잔인하고 이성을 잃은 모습이라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명 아군임에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에 등장하는 인종차별주의자 레드넥 수준으로 잔인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이후 묘사를 보면 선의의 라이벌인 게 분명한데, 호감있게 나올 캐릭터였다면 좀 제대로 묘사했으면 했다.
반대로 후자는 런던 화격단하고 베를린 화격단에 속한다. 상하이 화격단과 달리, (독설가인 마르게리타 빼고는) 라이벌로서 정중하고 예의 바르긴 한데 엮이는 수준도 얕고 비중도 적어서 인상이 약하다. 그나마 런던 화격단은 아마미야 사쿠라를 라이벌로 여기는 랜슬롯 때문에 나은 편이다. 문제는 베를린 화격단이다. 베를린 화격단은 비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V의 베를린 화격단 떡밥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대사 한 줄이라도 구작하고의 관계성을 설명했다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차라리 대부분 자르고 난 뒤, 상하이 화격단을 조연 삼아 대회 없이 제국 화격단의 재건과 캐릭터 성장에 집중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마르게리타: 엘리스, 아무래도 우리 뭔가 빼먹은 것 같아. / 엘리스: 그렇지. 라쳇 님 얘기를 꺼내야 했던 거 아닌가?
[신 사쿠라 대전]은 어떤 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게임이다. 일단 옛날 팬들에게는, 깔끔하게 끝난 본편에다 억지로 기존 캐릭터들을 시궁창에 빠트린 뒤, 스토리를 이어가려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반대로 본작으로 [사쿠라 대전]을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다. 전투나 미연시 모두 적당히 재미있고, 내용도 그럭저럭 즐길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 걸작이나 수작에 미친다는 것은 아니다.
[신 사쿠라 대전]은 그 점에서 파일럿 게임 또는 본편의 프롤로그에 가깝다. 플레이어를 풀 스케일로 만족시키기보다는 기초적인 공사와 마감을 마친 뒤 회의실에서 세가 임원들과 투자자들에게 "저희는 이 정도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깐 차기작을 위해 투자해주세요."라고 사정사정하는 모습에 가깝기 때문이다. 향후 나올 TV 애니메이션과 차기작이 본작의 군데군데 비어있는 부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게임의 최종적인 가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판매량 자체는 복귀작치곤 성공적이나 배신감에 빠져나갈 팬의 수도 만만찮아 보이므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향후가 달라질 듯하다.
작성: PfroP /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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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진짜...야겜만도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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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사쿠라대전 팬이라면 꽤나 만족할만한 퀄리티라고 보네요. 준수한 어드벤처 파트에 비해 전투 파트는 아쉬운점이 보였지만 사쿠라대전의 부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성공작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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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빈 부분이 많아서 애니메이션을 위한 분위기 띄우기 용이 아니었나 싶은 작품이었네요. 잡고 있는 시간은 할만 했지만, 뭔가를 더하고 싶은데 할게 없는 느낌. 차기작엔 육성이든 전투의 깊이든 미연시 부분이든 뭐를 좀 더 채워서 나왔슴 좋겠네요. 사쿠라가 귀여워서 여기서 끝내면 서운하긴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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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강한말 쓰지마 약해보인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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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할만했음. 특히 연애 파트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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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사쿠라대전 팬이라면 꽤나 만족할만한 퀄리티라고 보네요. 준수한 어드벤처 파트에 비해 전투 파트는 아쉬운점이 보였지만 사쿠라대전의 부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성공작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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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빈 부분이 많아서 애니메이션을 위한 분위기 띄우기 용이 아니었나 싶은 작품이었네요. 잡고 있는 시간은 할만 했지만, 뭔가를 더하고 싶은데 할게 없는 느낌. 차기작엔 육성이든 전투의 깊이든 미연시 부분이든 뭐를 좀 더 채워서 나왔슴 좋겠네요. 사쿠라가 귀여워서 여기서 끝내면 서운하긴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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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선택지 고르는게 쉬워진 것도 문제라 봄 퀴즈 풀듯이 어느 선택지를 택해야 호감도가 오르는지 맞추는거 이게 사쿠라대전 최고의 재미요소라 생각하는데 호감도 오르는 선택지가 너무 뻔하게 보이니 오히려 재미를 위해 병맛선택지만 계속 선택하게 됨 안그래도 자유시간에 시간제한 마저 사라져서 호감도 올리기 난이도가 대폭 낮아졌는데 선택지 고르는거 마져 쉬워지니.. 게임이 더 심심해져 버린거 같음 후속작에선 3편의 로베리아 같이 샤워하는거 훔쳐봐야 호감도 오르는 그런 괴짜 캐릭터 한번더 나오길 바래봅니다 | 20.01.17 22: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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