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1997년의 어느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퇴근 중 들린 모 게임센터에서 가볍게 슈팅게임이나 플레이하고 가려던 참으로 게임센터 안을 둘러보던 중, 못 보던 게임이 하나 있길래 낼름 동전을 집어 넣고 플레이를 시작했는데...
...이게 뭐란 말이더냐. 적이 쏘아대는 탄환은 그야말로 쏟아붓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엄청나게 많았으며, 거기다 이상하다 싶을 만큼 플레이어의 기체가 적의 탄환에도 잘 맞지 않는 것이었다. 기존의 게임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엄청난 탄환의 홍수 속을 헤쳐 나가며 정신없이 플레이하다가...죽었다. 필자가 이 게임에 대해 느낀 그 묘한 첫 인상은 그후로 매일 게임센터를 찾게 만들었으며, 후에 새턴으로 이식된다는 정보를 보고 당시 새턴을 보유하고 있던 필자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었다. 이 게임을 집에서 즐길 수 있다니...꿈만 같았던 것이다.
당시 필자를 매일 게임센터로 불러들였던 그 게임의 이름은 [도돈파치]. 지금부터 소개하는 [도돈파치 대왕생]의 전작에 해당하는 게임이자, 시들해져가던 슈팅게임이라는 장르를 다시 활성화시킨 주역이기도 했다(대만에서 만들어진 [도돈파치2]도 있긴 하지만 케이브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니 이건 논외로 치자). 시리즈 첫 작품인 [돈파치] 이후 [도돈파치]에서 완성된 스코어배율과 별 아이템 입수조건, 스테이지 곳곳에 숨겨진 벌 아이템, 2회째를 플레이해야 만날 수 있는 진정한 보스의 존재 등, 기존 슈팅게임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유의 매니악한 시스템들은 제작사인 케이브만의 독특한 멋을 풍기며, 슈팅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케이브 스타일\'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렸을 정도였다. 이러한 도돈파치의 매니악한 시스템은, 후에 발매되는 타 제작사들의 많은 슈팅게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도돈파치]의 후속작이 플레이스테이션(PS)2로 이식되었다. 전작 [도돈파치]보다 더 엄청난 퀄리티로 무장하고 돌아온 슈팅게임의 독보적인 존재...그 게임을 소개할까 한다.
그래픽 & 사운드
플레이스테이션(PS)과 새턴(SS)으로 이식된 전작 [도돈파치]의 경우, 그래픽이나 해상도면에서 SS로 이식된 쪽이 훨씬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었던 선례덕분에 PS2로의 발매소식에 적지 않은 불안감을 느꼈었지만, 실제 게임화면을 접하고 나니 그런 염려는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아케이드 버전과 그래픽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이식도를 보여주며, 매체로 DVD를 사용한 만큼 스테이지를 넘어갈 때의 로딩속도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편이라서 쾌적한 게임진행이 가능하다.
적들만 탄막을 만드는 건 아니다. 플레이어의 기체도 지지 않을 만큼 뿌려댄다 |
전작 [도돈파치]도 비록 음악의 수는 적었지만 상당한 퀄리티의 음악을 자랑했으며, [도돈파치 대왕생]의 음악은 [도돈파치]보다도 한단계 위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5개의 스테이지마다 전용의 스테이지 테마곡이 준비되어 있고, 각각 아케이드 버전과 어레인지 버전이 준비되어있으니 취향대로 선택해 들을 수 있다(개인적으로는 스테이지1의 어레인지 테마를 무척 좋아한다). 다만, 따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사운드 테스트 모드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역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구해서 들어야 하는 것일까?
게임시스템
[도돈파치 대왕생]은 전작 [도돈파치]의 시스템을 기본으로 하며, 여기에 더욱 뜨거운 스코어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하이퍼 시스템을 추가하였다. [도돈파치]의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자면 리뷰가 아니라 공략이 되어 버리니 새롭게 추가된 하이퍼 시스템에 대해서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특정 조건(적을 레이저로 맞춘다, 콤보게이지가 최고에 달한다, 20콤보 이상인 상태에서 벌 아이템을 획득한다)을 만족하면 나타나는 하이퍼 아이템을 입수하여 하이퍼모드를 발동시킬 수 있으며, 발동 시 약간의 무적시간이 주어진다. 하이퍼 모드를 발동하고 있는 중에는 스코어배율이 통상 시보다 높기 때문에 잘 만하면 엄청난 고득점을 노릴 수 있다.
또한 가정용 슈팅게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와이드 모드(16:9)를 지원하며, 최근의 가정용 슈팅게임에는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세로 모니터 모드도 들어있다.
전작 [도돈파치]는 플레이어의 기체를 세가지 타입 중에서 고를 수 있었지만, [도돈파치 대왕생]은 두가지 타입의 기체(이동속도가 빠르고 샷은 집중형과 이동속도가 느리고 샷은 확산형)와 세가지 타입의 엘레멘트 돌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타입의 조합을 선택하여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엘레멘트 돌은 각각 샷 강화, 레이저 강화, 샷과 레이저 양쪽 모두 강화되지만 폭탄의 스톡 수가 최대 두개 등의 특성이 있으므로 신중히 선택하도록 하자.
레이저 강화형 엘레멘트 돌 레이 냥. 폭탄의 스톡 수는 최대 4
단지 아케이드용의 완전이식만 되어있다면 조금 심심할 터. [도돈파치 대왕생]의 PS2용에는 가정용만의 오리지널 요소로서, 아케이드 버전보다 더욱 사악한 공격을 퍼붓는 보스전을 즐길 수 있는 DEATH LABEL 모드와, 스테이지와 여러 가지 상황을 자유롭게 설정하여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연습모드인 SIMULATION 모드, 마지막으로 GALLERY 모드가 추가되어있다. 이외에도 일본 최고의 플레이어에 의한 플레이 동영상을 담은 특전 DVD도 포함되어 있으니 더 이상 부족할 것 없는 가정용만의 특전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스코어 경쟁에 더욱 불을 붙이는 하이퍼 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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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죽는다...
특유의 매니악한 시스템 덕분에 수많은 매니아를 양산한 게임 [도돈파치 대왕생]. 딱히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이식도를 보여주므로 슈팅게임 팬이라면 눈물을 흘리며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전 DVD의 영상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 라고 도전욕을 불태우실 분보다는 "저게 인간이냐" 라고 생각하실 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말이다. 슈팅게임을 그토록 깊게 파고들며 즐기는 매니아들도 대단하지만, 그러한 매니아들을 만들어낸 게임을 제작한 제작사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슈팅게임 사상 최악의 공격패턴을 선사하는 진정한 보스 히바치(緋蜂)는, 오늘도 자신을 찾아줄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주저하는가. 플레이어가 몸소 박살 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피하라는 건지 죽으라는 건지 모를 사악한 탄막에 몸둘바를 몰라 "어머니~" 를 외치며 절규하더라도 말이다.
2회째에 만날 수 있는 보스의 공격은 정말 대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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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녀석이 히바치(緋蜂)다 |
여담이지만, 가정용 슈팅게임은 특성 상 대부분 무한 컨티뉴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저 계속해서 컨티뉴 하며 폭탄을 남발하여 게임을 클리어하고는, 이 게임 재미없다는 둥 시시하다는 둥의 평가를 내리는 유저들을 보면 게임을 게임으로서 즐길 줄 모르는 듯 하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욱 발전된 도돈파치 시리즈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