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디 오더 : 1886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 비디오 게임이란 무엇인가?
'비디오 게임'의 정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고 경험하는 콘텐츠라는 점만큼은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고 영화적인 연출이 도입되면서 게임과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입니다. 모던 워페어의 성공 이후 액티비전의 간판 타이틀로 떠오른 이 게임은 완성도와는 별개로 매년 천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고 있으며, 여러 개발사들이 '영화적 연출'에 집착하도록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영화적 연출'을 게임계에 대중화시켰다. |
돌이켜 보면, 과거에도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영화적 게임'을 만들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가 CD나 3DO 전용으로 발매된 몇몇 게임들을 들 수 있습니다. 콘솔의 성능을 100% 활용하려는 노력보다는 CD의 고용량을 이용해 만든 조악한 인터랙티브 무비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던 시대였고, 결과적으로 이 게임들은 게이머의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인터랙티브 무비의 대표작, '용의 굴'. |
수위 높은 묘사로 논란이 된 '나이트 트랩'. |
본론으로 돌아가서, 비디오 게임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은 비디오 게임을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용 기기와 게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텔레비전이나 모니터의 화면에서 벌이는 게임'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사전적인 정의에 따르면, 세가 CD나 3DO로 발매된 숱한 인터랙티브 무비도 비디오 게임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조악한 영상에만 의존해 제작된 게임들은 대부분 실패했고, 현재 살아남은 인터랙티브 무비는 대부분 한때 PC 게이머들에게 인기를 끌던 포인트 클릭 어드벤처 게임의 후예에 가깝습니다.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의 성패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갈립니다. 첫째는 게이머의 구미를 당길만한 흥미 있는 스토리와 플롯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플레이어에게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패한 인터랙티브 무비들은 대부분 영상만 쳐다보다가 특정한 타이밍에 정해진 버튼을 누르면 그만인 아주 간단한 조작 체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반면 성공한 게임들은 퍼즐이나 추리를 도입하거나 대화의 선택지를 플레이어에게 제시함으로써 '경험'을 중시하는 비디오 게임의 기본적인 가치를 충족시켰습니다.
현세대 어드벤처 게임은 대부분 인터랙티브 무비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
지난 게임들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영화 등의 영상 매체에 모티브를 둔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조차도 게임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하여 만들어졌을 때 시장에서 성공하고 비평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거두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비디오 게임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물음은 현시점에선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잘 만들어진 비디오 게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좋은 경험을 가져다주는 게임의 본질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안타깝게도 8세대 콘솔이 출범한 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래픽에만 집착하고 게임성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현실을 보자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다룰 '디 오더 : 1886'은 인터랙티브 무비의 실패한 과거를 되풀이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물론 실패한 인터랙티브 무비들은 대부분 CD라는 고용량 매체에 안주하여 형편없는 완성도로 만들어진 것에 반해, 디 오더 : 1886은 뛰어난 그래픽과 흡입력 있는 연출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게이머가 원하는 결과물일까요?
실사를 방불케 하는 그래픽으로 무장한, 디 오더 : 1886. |
■ 인터랙티브 무비? TPS?
기나긴 서문에서 자꾸만 '인터랙티브 무비'를 들먹거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듯합니다. 왜냐면 디 오더 : 1886은 표면적으로는 TPS 게임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디 오더 : 1886의 '플레이 가능한 파트'는 대부분 은·엄폐를 기본으로 한 슈팅 파트입니다. 그러나 이 게임에는 장르에 혼동을 줄 정도로 수많은 Quick time event(이하 QTE)가 등장합니다.
QTE는 존재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마저 있을 정도로 호불호가 갈리는 시스템이지만, 잘 활용하기만 하면 게임에 긴장감과 몰입감을 더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QTE와 영화적 연출을 적절하게 활용한 게임으로는 대표적으로 '갓 오브 워' 시리즈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디 오더 : 1886이 본래 추구했던 방향성이기도 하며, 둘 다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의 독점작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게임 초입부터 플레이어를 반기는 QTE. |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
하지만 갓 오브 워는 연출과 QTE 이외에도 충분한 분량의 전투와 퍼즐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게임입니다. 반면 디 오더 : 1886은 볼륨의 상당수를 어마어마한 분량의 컷신으로 채워서 플레이어의 자율성을 상당 부분 빼앗아버렸습니다. 그나마 플레이 가능한 구간의 절반은 갖가지 방법으로 구현한 이색적 QTE로 가득 차 있으며, 심지어는 보스전마저도 QTE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잠시 딴죽을 걸자면, 게임 내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사물을 '조사'하는 부분은 마치 '이처럼 뛰어난 디테일을 구현한 우리의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라'는 제작진의 자부심처럼 느껴집니다.
갖가지 이색적인 QTE가 등장한다. |
우리가 만든 쩔어주는 모델링을 감상하라고! |
개인적으로는 컷신 파트와 플레이 파트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컷신 파트에서는 패드를 내려놓은 채 컷신만 감상하고, 플레이 파트에서는 이런저런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대부분의 게임들이 컷신과 플레이 파트의 경계가 확실한 편이지만, 디 오더 : 1886은 그렇지 않습니다.
컷신 도중에 뜬금없이 QTE가 등장하고 컷신이 끝난 후 몇 발자국 걷지도 않았는데 또 컷신이 나오는 일이 빈번합니다. 이 게임이 비판받는 요소 중 하나인 '컷신을 스킵할 수 없다'라는 점도, 실제로는 제작진이 불순한 의도로 스킵 기능을 막아놓은 게 아니라, 게임의 특성상 스킵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불시에 찾아오는 QTE 때문에 플레이어는 계속 패드를 손에 쥔 채로 화면을 쳐다보아야 하며, 이는 슬슬 스토리가 지겨워질 만한 2회차와 3회차 플레이에서도 변하지 않습니다.
단 1초도 방심할 수 없어요! |
혼종과의 격투마저 QTE. |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디 오더 : 1886은 분명 좋은 슈팅 게임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은·엄폐를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특별할 것 없는 슈팅 파트이긴 하지만, 의외로 총질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디 오더 : 1886의 슈팅 파트는 그마저도 QTE의 연장선에 불과합니다. 회피 동작은 수류탄이 날아오거나 라이칸이 근접할 때에만 X 버튼을 눌러 수행할 수 있는데, 이는 자유로운 회피 커맨드를 제공하는 여타 게임들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근접하는 적에게 △ 커맨드를 입력하면 무조건 승리하는 일격필살 공격을 날릴 수 있습니다. 이 역시도 콤보와 반격기의 도입으로 긴장감 있는 근접전을 구현한 언챠티드 시리즈 등과 크게 비교됩니다.
슈팅 파트는 생각보단 재밌지만…. |
QTE의 마수에서 벗어날 순 없다. |
게다가 디 오더 : 1886의 슈팅 파트에는 사실상 레벨 디자인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매우 좁은 일자 통로를 무대로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은·엄폐물 여러 개를 가져다둔 것이 전부이며, 그마저도 몇몇 전투는 디펜스 식으로 몰려나오는 적들을 섬멸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A.I.도 그다지 전략적으로 움직이지 않아서 전투에 긴장감이 없습니다. 딱히 은·엄폐물을 이동해가면서 싸울 이유도 없고, 2회차, 3회차 플레이를 유도할 정도로 다양한 상황이 부여되지도 않습니다.
블랙 사이트 연출은 꽤 멋지다. |
레벨 디자인은 대부분 직선적이고 작위적이다. |
잠입 파트의 완성도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적에게 발각당하면 추가 증원이 오거나 암살에 실패해도 도망쳤다가 두 번째 기회를 노리는 식의 확장성이나 자율성은 결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로지 정해진 타이밍에 △ 버튼을 눌러 암살에 성공하느냐 마느냐 하는 이분법적인 결과만 존재하며, 적들의 순찰 루트도 지나치게 분절되어서 플레이어가 죽인 시체를 다른 적이 발견하고 경계를 강화하는 상황 또한 찾아오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1차원적인 잠입 파트. |
결과적으로 디 오더 : 1886은 TPS 게임이라고 말하기엔 QTE와 컷신이 지나치게 많고, 그나마 구현된 슈팅 파트도 아주 기본적인 골격만을 갖추었을 뿐 플레이어의 자율성과 상황의 다양성은 완전히 무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세대 TPS 장르를 정립했다고 여겨지는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개발자인 클리프 블레진스키는 디 오더 : 1886을 즐긴 이후 '헐리우드에 대한 열등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게임이 시장에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차세대 그래픽을 갖춘 스팀펑크 기어즈 오브 워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그의 지적은 의미심장합니다.
레이어에게 주어진 행동의 폭은 너무도 좁다. |
■ 인터랙티브 무비로서의 가치?
그렇다면 디 오더 : 1886은 인터랙티브 무비라는 장르 내에서 좋은 평을 들을 수 있을까요? 이 점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스토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디 오더 : 1886의 스토리는 결코 좋은 평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흔히 '빅토리아 시대'로 일컫는 1886년 영국을 무대로 스팀펑크 대체 역사관을 채용한 세계관은 분명 매력적이며, 신화적인 요소와 실존 인물의 재해석 등도 나름 흥밋거리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게임 내에 제시된 갈등이나 인물 관계가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메인 스토리의 흐름과 반전 역시 예측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역사 속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
잭 더 리퍼 사건이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
게다가 디 오더 : 1886은 즐겨본 플레이어들이 '프롤로그 수준이다'라고 평했을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떡밥만을 던져놓고 성급하게 마무리 지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혼종의 기원, 원탁의 기사와 블랙워터의 진실, 탈옥한 주인공을 구해준 남자의 정체, 락슈미와 테슬라의 관계, 그리고 중반부까지 중요한 동료로 등장한 이그레인과 라파예트의 행보 등, 후속작 내지는 DLC에서 밝혀야 할 이야기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는 6만 원에 달하는 가치를 지불하고 게임을 구매한 플레이어에겐 분명 배신감으로 작용할 만한 요소입니다. 애초에 본편에서 만족할 만한 이야기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볼륨이 풍성한 게임도 아니며, 그렇다고 플레이 파트의 재미가 뛰어난 게임도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밝혀지지 않은 떡밥이 너무나도 많다. |
스토리를 떠나 인터랙티브 무비로서의 게임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역시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성공한 인터랙티브 무비로 평가받는 '워킹 데드'나 '헤비 레인' 등의 작품은 전투나 탐험 등의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 대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플롯이 바뀌고 결말이 달라지는 다양성을 부여했습니다. 물론 이 게임들도 등장 인물의 생사나 관계 구성 정도가 달라질 뿐, 엔딩의 본질은 하나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긴 합니다. 하지만 디 오더 : 1886은 그만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QTE와 연출이 등장함에도 다양한 결말을 이끄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고, 별다른 매력이 없는 스토리에 플레이어는 개입조차 할 수 없습니다.
'선택'은 인터랙티브 무비의 기본 요소. |
기술의 발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
■ 논란의 시발점, 볼륨
앞서 서술했듯, 디 오더 : 1886은 TPS로서도, 인터랙티브 무비로서도 불완전한 게임입니다. 이는 부족한 볼륨보다 더욱 큰 문제입니다. 일단 볼륨에 대한 평부터 내리자면, 저는 이 게임이 다소 쉬운 편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1회차부터 최고 난이도인 '어려움'으로 진행하여 6시간 만에 엔딩을 보았습니다. 그마저도 플레이 타임의 1/3은 컷신이고, 나머지 1/3은 의미 없는 지역 이동과 QTE로 점철되어 있으며, 나머지 1/3이 전투 파트 정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멀티 플레이와 협동 플레이마저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물론 게임의 구성을 보면 협동 플레이는 애초에 배제하고 만든 것 같긴 합니다.
4인의 기사가 등장하는 것 때문에 협동 플레이를 기대한 사람이 많았다. |
그러나 만약 디 오더 : 1886이 6시간의 플레이 시간 동안 만족할만한 게임성을 보여주었다면, 그리고 여러 번 플레이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수집 요소 등을 통해 도전할 만한 가치를 부여한 게임이었다면, 저는 볼륨 점수를 이토록 나쁘게 매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디 오더 : 1886의 볼륨 문제는 이 게임이 내포하고 있는 다른 문제점들에 비하면 정말 사소한 것입니다. 과거에도 '뱅퀴시'처럼 볼륨 문제로 논란이 벌어진 게임들은 늘 존재해 왔습니다. 그러나 결국 반복 플레이할 가치와 게임성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웠던 것처럼, 디 오더 : 1886 역시 볼륨 문제를 떠나 좋은 게임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습니다.
도전 욕구가 생길 만큼 어려운 게임은 아니다. |
수집품도 빈약한 수준. |
■ 실패한 '자원의 분배'
숱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디 오더 : 1886은 분명 공들여 만든 게임입니다. 다만 한정된 자본을 어느 부분에 투입해야 할지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고민해야 할 부분이며, 디 오더 : 1886은 그러한 '자원의 분배'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 오더 : 1886은 일단 그래픽과 사운드, 두 부분만큼은 현세대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실사를 방불케 하는 모델링과 정교한 디테일 등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멋들어진 미술 감각을 토대로 스팀펑크 대체 역사 세계관을 완벽하게 구현해냈습니다. 특히 기사단의 복식과 총기류 디자인만큼은 그 어떠한 대체재도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사운드 역시 시대상을 대변하는 아름다운 선율로 구성되어 있으며, 메인 테마의 흡입력과 성우들의 연기, 총기 격발음 등도 뛰어납니다.
숨넘어가게 멋진 총기 디자인. |
복식 디자인도 최고다. |
개인적으로 저는 디 오더 : 1886의 기술적인 성과보다는 미술적인 감각을 더욱 높게 평가합니다. 기술적으로도 분명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만한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포기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에서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레터박스와 좁은 시야각, 그리고 매우 제한적인 플레이 구간 등이 그러합니다. 기어즈 오브 워나 언챠티드 등 여타 3인칭 게임들과 비교해보면 디 오더 : 1886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돌아다닐 수 있는 구간이 얼마나 짧고 좁은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만약 디 오더 : 1886이 기어즈 오브 워나 언챠티드 수준의 스케일을 갖춘 게임이었어도 이만한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점을 낳습니다.
레터박스와 좁은 시야각에 갇힌 제한적인 세계. |
'자원의 분배'는 오로지 자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넓은 스케일을 구현한 게임일수록 고사양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게임들이 콘솔의 제한적인 성능 안에서 뛰어난 그래픽과 넓은 스케일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많은 타협과 조율을 거친 후 게임을 발매합니다. 그러나 디 오더 : 1886은 오로지 그래픽 하나를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희생하였고, 앞서 비판한 게임성 문제도 이러한 희생 때문에 불거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물 디테일과 환경 묘사 수준이 상당하다. |
눈에 보이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게임이었다면…. |
게다가 디 오더 : 1886의 그래픽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바로 모션 블러와 필름 그레일, Depth of field 등의 후처리 효과를 지나치게 남발해서 화면이 흐릿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모션 블러의 경우 잘 활용하기만 하면 30프레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만, 디 오더 : 1886에 사용된 모션 블러는 화면이 부드러운 것을 넘어 잔상까지 유발합니다. 예스러운 느낌과 영화적인 감각을 살리기 위해 도입된 필름 그레일도 원본 자체의 화질을 떨어트리는 만큼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입니다.
지나친 잔상 때문에 스크린 샷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레터박스가 게임 플레이에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에 발매된 '디 이블 위딘'이 레터박스 때문에 상당한 비판에 직면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사실 이마저도 약간 삐딱한 시각으로 보자면, 주변을 탐색하며 아이템을 수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콘텐츠인 디 이블 위딘과 달리, 디 오더 : 1886은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되는 제한적인 게임성을 지녔기에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특성상 디 이블 위딘은 넓은 시야를 필요로 하지만, 디 오더 : 1886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부실한 게임성이라는 단점이 레터박스라는 또 다른 단점을 덮은,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건 레터박스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강제적인 사항으로 두기보다는 옵션으로 선택권을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레터박스는 심각하게 거슬리는 요소는 아니다. |
■ 게임과 컷신의 경계가 무너진다!
'게임과 컷신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캐치프레이즈는 디 오더 : 1886의 게임성을 잘 대변하는 문구입니다. 실제로 본 작품의 컷신은 엄청난 완성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단순히 그래픽이 좋은 것을 넘어 자연스러운 모션에 게임에 녹아드는 스토리텔링까지 갖추어 몰입감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리뷰 전반부에 컷신에서 등장하는 뜬금없는 QTE가 거슬린다고 언급했는데,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컷신의 완성도가 워낙 뛰어나다 보니 플레이 파트와 잘 구별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별다른 재미도 흥미도 느낄 수 없는 QTE를 컷신에까지 끼워 넣은 것은, 부족한 플레이 타임을 보충하는 것과 동시에 리얼 타임 그래픽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컷신과 플레이 파트가 부드럽게 연결된다. |
떡밥만 줄줄이 남긴 형편없는 스토리가 무색하게도, 디 오더 : 1886의 컷신에서 보여주는 내러티브와 연출력은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성우들의 연기력도 뛰어나며, 무엇보다 대사가 좋고 상황 전개가 흡입력이 있습니다. 여기에 뛰어난 그래픽과 섬세한 표정 묘사, 디테일한 환경 구현 등이 더해져 정말로 영화 같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재미없는 연출과 대사로 얼렁뚱땅 스토리를 이어가려는 개연성 없는 컷신이 넘쳐나는 오늘날의 게임계에서, 디 오더 : 1886은 한 분야에서만큼은 나름 최고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멋진 남자들이 하나 가득 등장한다. |
상황 묘사도 흡입력이 넘친다. |
■ 잘못된 방향성을 바로잡을 기회
총평하자면, 디 오더 : 1886은 지나치게 영화적인 가치에 집착한 나머지 게임으로서의 본질을 잃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TPS도 아니고 인터랙티브 무비도 아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이는 '영화적 연출'을 게임계에 대중화시킨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비교됩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최근까지도 연출과 QTE를 중시하는 게임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콜 오브 듀티를 FPS 게임으로 기억하지 인터랙티브 무비로 기억하진 않습니다. 반면 디 오더 : 1886은 애초부터 방향성이 잘못된 게임이었고, 목적지를 찾지 못해 끊임없이 표류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장르의 정체성부터 찾아야 할 때. |
저는 디 오더 : 1886을 플레이하면서 차라리 잭 더 리퍼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빅토리아 시대의 수사물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이 게임의 장점은 분명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에 어울리는 것이었고, 심지어 좁은 무대나 레터박스 같은 문제점도 인터랙티브 무비에서만큼은 단점으로 지적받을만한 요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치밀한 스토리에 어드벤처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분기를 도입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게임이 되었을 것입니다.
조사와 탐색 등, 탐정물에 어울릴법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
어쨌든 디 오더 : 1886은 다소 아쉽긴 하지만 나름의 성과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미를 지닌 작품입니다. 첫 도전이었던 만큼, 명확한 방향성을 토대로 후속작을 개발한다면 개발진의 역량을 보여줄 기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 오더 : 1886의 후속작이 TPS든 인터랙티브 무비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장르와 상관없이 플레이어의 선택과 경험을 중시하는 '비디오 게임의 본질'에만 충실하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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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승리로 극도의 쾌락까지 느끼신듯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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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헤가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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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환지 게임인지 모호해서 망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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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헤가오, 더블피스!!! v(ಥ o ಥ)v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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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공감 못하겠습니다. 적들의 움직임이요?ㅋㅋㅋ 늑대 움직임 보셨나요? 무조건 똑같은 루트로 달려들고 똑같은 타이밍에 피하고 똑같은 루트로 도망가고 그자리에 다시 등장하고... 적들도 엄폐도 없고 무뇌아처럼 돌진에... 그리고 초반 화이트채플에서 나오는 그 미친 10분간의 같은 자리에서의 총질 등...구성에서도 절대 높은 점수 주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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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환지 게임인지 모호해서 망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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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헤가오요? ㅋㅋ | 15.03.12 17: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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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승리로 극도의 쾌락까지 느끼신듯 ㅋㅋㅋㅋ | 15.03.12 18: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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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헤가오, 더블피스!!! v(ಥ o ಥ)v 이거지!! | 15.03.13 03: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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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공감 못하겠습니다. 적들의 움직임이요?ㅋㅋㅋ 늑대 움직임 보셨나요? 무조건 똑같은 루트로 달려들고 똑같은 타이밍에 피하고 똑같은 루트로 도망가고 그자리에 다시 등장하고... 적들도 엄폐도 없고 무뇌아처럼 돌진에... 그리고 초반 화이트채플에서 나오는 그 미친 10분간의 같은 자리에서의 총질 등...구성에서도 절대 높은 점수 주기 힘듭니다. | 15.03.13 09: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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