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씨, ‘건담’에 담은 생각
로봇 애니메이션계에 큰 영향을 미친 「기동전사 건담」. 전쟁의 리얼한 세계관을 반영함으로써 지금도 폭넓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감독을 맡았던 토미노 요시유키(83) 씨가, 종전 80년이라는 기념의 해에 저희 취재에 응해 주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자신의 전쟁 체험에서 건담이라는 작품에 담은 생각, 그리고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에까지 미쳤습니다.
유년기의 공습 체험
1941년 태평양전쟁이 시작된 해,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시에서 태어난 토미노 씨는 전시 중 자택 근처 군수공장을 노린 공습을 여러 번 겪었다고 합니다.
"방공호에 숨으면서 건물이 타는 걸 바로 옆에서 느꼈던 경험이 1~2번 있어요. 제일 어린 마음에 무서웠던 건, 방공호 입구에만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던 일입니다. 입구엔 바람막이 돗자리가 매달려 있었는데, 그 돗자리가 흔들리는 모습이 너무 무서웠어요."
"방공호로 도망칠 때 좋아하던 그림책을 몇 권 안고 달렸던 건 지금도 기억나요. 저를 예뻐해 주셨던 집주인 할아버지는 소이탄 진화 중에 폭발로 돌아가셨고, 그분을 매장하던 장면도 봤어요. 아마 종전 한 달 전쯤의 일이었던 것 같네요."
전쟁 체험 유무가 가져오는 차이
종전 당시 3살이었던 토미노 씨는 스스로를 '전중파(전쟁을 실제로 겪은 세대)'라고 여기지 않지만, 전쟁을 경험했는가의 여부가 가치관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고 말합니다.
"B29 편대가 상공을 날아가는 소리는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게 아마 전쟁이라는 것의 '볼륨'을 표현한 거겠죠. 하지만 겨우 3살짜리의 경험일 뿐이니 ‘전중파’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 후 제로센(구 해군 전투기)에 관심을 갖게 된 초등학교 시절, 전쟁 기록물을 읽게 된 중고교 시절을 거치며 B29의 폭음이 제 일상의 일부였다는 걸 자각하게 됐어요.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와는 이 점에서 다르다는 걸 깨닫기까지 20년이 걸렸죠."
「기동전사 건담」에 담은 생각
대학 졸업 후 데즈카 오사무의 '무시 프로덕션'에 입사해 「용자 라이딘」의 감독, 「무적초인 점보트3」의 총감독 등을 맡은 뒤, 1979년에 「기동전사 건담」을 탄생시켰습니다.
"그 당시 제작진은 전쟁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걸 악이라고 여겼어요. 일본이 패전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있었던 거겠죠."
"전투기는 조종사가 한 명이잖아요? 그래서 모빌슈트의 크기도 전투기 수준인 전장 20m 정도예요. 그런 설정으로 '1명의 파일럿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또, 외계인이 적이라는 설정은 그만두고 싶었어요. 이미 20년 가까이 거대 로봇물이 그랬거든요. 모빌슈트라는 병기를 움직이려면 산업 기반, 군수 시스템이 필요해요. 결국 국가 간 전쟁을 그릴 수밖에 없었죠."
전쟁의 리얼리티에 대한 집착
「기동전사 건담」에서 특히 중요시했던 것이 전쟁의 현실감. 탈영병 쿠쿠르스 도안에 관한 장면을 어떻게 그렸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단일 사고 방식이라면 전멸하게 된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정신을 차린 쿠쿠르스 도안 같은 인물은 그런 행동을 했을 겁니다."
"실제로 탈영해 미군 쪽으로 넘어가 포로가 된 일본 병사도 있었죠. 그런 구조를 전제로 썼어요."
애니메이션 마지막에 아무로가 아군 함선 쪽으로 흘러가는 장면에도 실제 전쟁의 기억이 반영되어 있다고 합니다.
"태평양에서 침몰당한 일본 병사나 민간인이 구조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하게 됐어요. 구출됐다는 전쟁 기록을 떠올리면서 그런 장면을 따라 그리고 있었던 겁니다."
토미노 씨가 느끼는 위기감
작품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어리석음을 전하려 했던 토미노 씨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말합니다.
"건담은 근미래를 무대로 한 전쟁물을 해보려 한 거예요. 모빌슈트는 현 전투기보다 고성능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드론이 나와버렸어요. 사람이 조종하는 병기는 이제 필요 없죠. 드론보다 더한 무인 병기도 있을 겁니다. 전쟁이라는 건, 전장의 ‘광경’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
건담을 만든 사람으로서의 괴로움도 토로했습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걸 의외로 쉽게 멈춰버려요. 건프라 만지면서 '멋지다'고만 하니까요. 그게 현대의 모습이에요. 증기기관차를 처음 봤을 때 인류가 그 위력에 매료되어, 생각하는 걸 멈춰버렸다는 실감이 있어요."
"하지만 이걸 젊은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을지 하면, 저는 교육자가 아니니까 못했어요. 모호하게밖에 말 못하는 저의 말을 주워서 제대로 전해줄 사람이 나오길 20년 동안 기다려왔는데, 아직 없어요."
앞으로의 창작 구상
83세가 된 지금도 창작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토미노 씨는 다음과 같은 구상을 밝혔습니다.
"필사적으로 전투물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작품엔 적이 없어요. 어쩌면 적은, 지구를 이용해 살아가는 인류일지도 모르죠.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애니메이션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IP보기클릭)183.97.***.***
전쟁물이 단순 멋지다 로만 표현되는게 안타깝다는 말이 왠지 와닿네.
(IP보기클릭)220.72.***.***
그래서 그런 생각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철혈을 최악의 작품으로 꼽을 수 밖에 없음..
(IP보기클릭)211.235.***.***
전쟁물을 여기는 보법이 다르다.
(IP보기클릭)121.141.***.***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IP보기클릭)211.234.***.***
요즘 드론보면 F91에 나왓던 버그의 재림 그 자체같음. 진짜 무서울정도
(IP보기클릭)211.235.***.***
(IP보기클릭)183.97.***.***
전쟁물이 단순 멋지다 로만 표현되는게 안타깝다는 말이 왠지 와닿네.
(IP보기클릭)220.72.***.***
오공블랙
그래서 그런 생각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철혈을 최악의 작품으로 꼽을 수 밖에 없음.. | 25.06.17 21:03 | | |
(IP보기클릭)183.97.***.***
저도 철혈 무지하게 싫어했는데 그런 이유였나 봅니다. | 25.06.17 21:17 | | |
(IP보기클릭)221.141.***.***
시드 시리즈 보면서도 고작해야 사람 죽이는 로봇들 연출하는 주제에 왜이렇게 멋지게 표현하지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좀 비슷한거 같네요 | 25.06.18 00:36 | | |
(IP보기클릭)121.141.***.***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IP보기클릭)211.235.***.***
전쟁물을 여기는 보법이 다르다.
(IP보기클릭)211.177.***.***
(IP보기클릭)112.140.***.***
(IP보기클릭)180.134.***.***
(IP보기클릭)157.107.***.***
(IP보기클릭)118.45.***.***
(IP보기클릭)211.234.***.***
요즘 드론보면 F91에 나왓던 버그의 재림 그 자체같음. 진짜 무서울정도
(IP보기클릭)211.234.***.***
맨날 인터넷 짤로 빌기트만 죽이는 버그 ㅋㅋㅋ 이런 드립 보다가 얼마전 f91 거의 20년만에 다시 보니....버그 장면이 생각 보다 무서웠어요. 모빌슈트 보다 버그가 더 먼저 현실화 될수 있겠구나 하고. | 25.06.17 22:57 | | |
(IP보기클릭)125.133.***.***
(IP보기클릭)1.243.***.***
근데.. 미야자키옹도 토미노옹도… 요즘 세태에 비추어 보면.. 너무 엄격하고 진지하신..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야자키 경력을 그누구도 실패라 여기지 않을듯, 애니메이션사에 거의 최상위 업적을 찍은 분인데… 작품성, 상업성 양쪽 모두에서 최고의 성과를 냈고, | 25.06.18 00:10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