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참,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토모가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갑작스레 샬럿과 브라우니와 피에트로의 손에 이끌려 닥터의 연구실까지 강제로 끌려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당사자를 제외하곤 전원이 모두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죽 심각한 상황이었는지, 지금 쯤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을 응급외상외과의인 정다운과, 정신건강의학과 마키나 앤 교수도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닥터의 연구실로 찾아왔을 정도였다.
“흐음... 딱히 눈에 띄는 외상은 없어 보이고...”
“토모 양? 혹시 근래 들어서 우울감이라던가 무력감 같은 걸 느끼신 적이 있나요??”
“없어, 없어! 없다고!!”
“난 정상이란 말이야! 도대체 뭐가 문제야??”
“지금 너가 똑똑해졌다는 게 문제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난 원래부터 똑똑했다고!!”
“세상에, 토모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다니...!!!”
토모의 말에, 샬럿은 도저히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경악하였다.
“이렇다 할 외상이랑 내상은 관찰이 안 되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 원래 오늘 저녁에 샬럿 총감님이랑 저랑 378번 워울프랑 토모랑 시라유리 씨, 리히터랑 버질이랑 나타니엘, 요환이랑 하선이랑 해서 랭겜이 있을 예정이었지 말임다...”
“그래서 미리 저랑 워울프랑 토모랑 이렇게 셋이서 만나서 먼저 연습겜을 돌리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워울프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토모랑 말다툼이 벌어졌지 말임다. 그래서 막 서로 누가 더 게임을 잘 아는지 싸움이 번졌는데...”
“번졌는데?”
“그 과정에서 토모가 워울프한테 ‘나보다 게임도 모르는 녀석!’ 이라고 해버린 겁니다. 워울프는 그 말을 듣고 실의에 빠져버렸고...”
“우와...”
일행이었던 9278번 브라우니의 말에 모두가 충격을 먹은 듯 경악하였다. 토모의 입에서 저런 소리도 나올 줄이야.
당사자인 토모는 불쾌한 반응을 내비췄다.
“진짜 보자보자하니깐 너무한 거 아니야?”
“난 원래부터 요인 보호를 위해 모범생 역할로 태어난 바이오로이드 인간이라고! 내가 똑똑한 건 당연한거지!”
만약에 그녀가 제1차 연합전쟁 이전에 태어난 토모들이랑 똑같은 토모라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같은 브라우니들이라 할 지라도 외형부터 성격까지 모두 다 다르게 태어났으니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전문 분야도 다 다르고, 그러니 사람마다 당연히 성격부터 지능까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
당장 덴세츠의 유명 특촬물 시리즈인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백토 시리즈의 가장 인기가 많았던 뽀끄루 대마왕도 그렇다.
제1차 연합전쟁 이후의 태어난 이들은 신체사이즈부터 성격까지 거의 동일하게 태어났지만, 그 이전에 바이오로이드도 똑같이 인간이던 시절에 태어난 규리는 뽀끄루 대마왕들의 표준 신체사이즈인 178cm/65kg을 아득히 뛰어넘는 190cm/85kg의 건장한 신체와 비교적 활동적이며 성격도 유약함과는 다소 거리가 먼 외강내강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즉, 그 당시의 토모라면 지금 오르카의 토모의 말대로 정말 똑똑한 토모가 있는 것도 완전 이상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르카의 토모는 멸망 이후 복원된 토모였다.
제1차 연합전쟁 이전에 태어난 세대의 유전자는 사실상 그 명맥이 끊겼기 때문에 그 당시처럼 평범하고 정상 지능의 토모가 나오기란 힘들었다. 유전자 씨앗을 조작하는 것은 아무리 닥터라 할 지라도 자신의 영역 밖의 일이기도 했고. 명령 모듈을 제거하는 것과도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거기다가 사실 제1차 연합전쟁 이전이라고 해도, 그 당시의 토모들이 다른 바이오로이드 인간들에 비하면 지능이 조금 떨어져 보인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주로 학생층의 요인 경호를 담당하다보니 자연스레 그 나잇대의 비슷한 또래로 태어나게 되었고, 그렇다보니 태어난 직후에는 사실상 십대 청소년과 다를바 없었기에 다른 바이오로이드 인간들에 비하면 조금 어리숙하다는 이미지가 씌워졌던 것이었다.
말 그대로 특수 목적이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10대 청소년을 바이오로이드로 만든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물론 특수 목적으로 태어난 이상 소수 밖에 태어나지 않아 실제로 만난 이들도 많지 않았고, 그런 토모들도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로 나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하였으므로, 지금처럼 막 바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지는 않았었다. 말 그대로 학생으로 태어났기에 고등교육은 다 똑같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진짜 바보라는 이미지가 씌워진 것은 제1차 연합전쟁 이후 블랙리버가 본격적으로 기업 간 첩보전을 위하여 토모를 양산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흠... 다른 방법으로 진단을 좀 해볼까요?”
“어떻게요?”
“외상으로도 내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 거라면 일시적으로 해마(뇌에서 인간의 서술 기억을 처리하는 장소)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으니까요.”
“간단한 상식을 체크하는 것으로 환자가 지금 뭐가 문젠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어요.”
“토모? 모던워페어3에서 스트라이커45(원본 UMP-45)의 기본 스펙은 어떻게 되죠?”
“그거야 간단하지!”
“스트라이커45의 사거리는 최소 23m에서 최대 50m로, 최대피해량과 최소피해량은 머리, 가슴, 몸통순으로 각각 55의 30, 34의 19로, 가슴과 몸통의 피해량이 동일해. RPM은 600이고, 조준전환시간은 0.172초, 재장전시간은 2.695초가 걸리지. 이건 기본 탄종 말고 할로우 포인트 탄종으로 개조해도 동일해.”
“지향사격 위주로 커스텀 할려면 5mw 레이저에 용병 손잡이랑 50발들이 확장 탄창을 다는게 좋고, 조준사격 위주로 커스텀 할려면...”
“허어...”
게임 내에 등장하는 무기의 스펙을 줄줄이 욾는 토모의 모습을 보고, 질문을 던진 마키나와, 그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다른 이들 모두 점점 표정이 경악을 하는 수준을 넘어 새파랗게 질려갔다.
그런 그녀들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모는 오히려 득의양양한 듯한 반응을 내보였다.
“... 근데 작은 엄마는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내가 너희들 게임하는 거 하루 이틀 보니?”
“그러니 게임하지 말라곤 안 하겠는데, 엄마가 이런 사사로운 것까지 기억할 정도면 그래도 좀 자중하는게 좋지 않겠니, 우리 천사같이 귀엽고 예쁜 작은 아드님?”
“어... 네, 죄송합니다...”
“아니 지금 잔소리가 중요한게 아니잖아, 앤!!”
“이, 이걸로 확실해졌지 말임다... 저는 제가 쓰는 무기 스펙도 제대로 못 외우지 말임다...”
“이럴 수가...”
“그, 그럼 다른 거! 다른 거 질문!!”
“토모! 컴퓨터 마우스의 마우스는 왜 마우스라고 하는지 알아??”
“피에트로,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사람의 입 모양이랑 닮았다고 그래서 M.O.U.T.H 라고 하는 거잖아! 안 그래??”
“...”
나타니엘의 질문에 토모는 누워서 떡먹기라는 냥 대답을 하였다.
그녀의 대답을 들은 이들 사이에서 한 동안 멍 하니 의기양양한 표정의 토모를 보며 할 말을 잃었고,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스펠링만 맞은 반쪽짜리 정답을 외친 토모를 보며, 걱정하던 이들은 하나 둘 씩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뭐... 저것도 토모 답다면 토모 다운 대답이네.”
“우리가 아는 토모가 맞군요.”
“아, 정말 다행이지 말임다. 진짜 토모가 어떻게 된 건줄 알고 걱정했지 말임다!”
“그냥 일시적인 기억상실증 같은 거였던 거 같네. 걱정안해도 되겠어.”
“이걸로 한 시름 놨네.”
“자, 이만 다시 돌아가요, 브라우니. 저녁 랭겜 마저 연습해야죠.”
“넵! 알겠습니다, 총감님!”
“토모, 이만 돌아가요.”
“어? 어... 응.”
토모는 뭔가 기분이 찜찜한 듯 했지만, 하여튼 뭔가 해결된 것 같은 분위기라 본인도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샬럿과 브라우니랑 토모가 나가고 나서야, 닥터의 연구실은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잠시간의 환장에 휘말렸던 피에트로랑 다운, 앤에게 닥터는 커피를 한 잔씩 내려주며 잠시 숨을 돌렸다.
“하여튼 갑자기 휘말리느라 고생했어, 작은 아들.”
“아니예요, 작은 엄마도 고생하셨어요.”
“다운이 이모도 수고하셨습니다.”
“고마워.”
“어휴... 나는 환자 돌보다가 갑자기 뭔 날벼락인가 하고 달려왔잖니...”
“다른 사람이 들었었어도 꽤나 충격받을 사건이긴 했어요...”
“그, 아까는 나도 분위기에 휩쓸리는 바람에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
“사실 멸망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한 번 있었어. 내가 직접 보고 겪은 일은 아니지만.”
“비슷한 일이 있었다구요?”
“제1차 연합전쟁 이전에는 우리 바이오로이드들도 평범한 인간들처럼 각가지 개성을 가지고 태어났으니깐 당연한 거 아닐까?”
“아니야, 그 언니 말이 맞긴 맞는데, 그거랑 좀 달라.”
“그 당시 시기가 연합전쟁 이후에 비해서, 같은 개체라도 바이오로이드마다 외모부터 능력, 성격, 성향등이 다 상이하게 태어난 건 맞아. 당장 다운이 언니 말고도 규리 언니나 세아 언니나 나빈이 언니만 봐도 알수 있듯이.”
“그런데 원래 토모 언니들은 청소년층의 주요 요인 경호를 위해 소수만 태어났었거든. 그래서 똑같이 고등과정을 밟고 사회로 나가는 것을 상정한 덕분에 지능 자체도 원래는 10대 청소년이랑 비슷하게 태어났어. 당연히 소수로 태어났다보니 서로가 성향부터 성격이랑 능력이 거의 비슷할 수 밖에 없었지.”
“즉, 토모 언니들은 이미 그 때부터 태어나는 순간 거의 다 고만고만했었어.”
“그렇구나.”
“물론 당연히 바이오로이드 인간도 그냥 인간이랑 본질적으론 똑같았기 때문에 환경에 따라 지능이 올라가고 성향이 달라지고 할 수는 있지만, 지금 내가 말하려는 토모 언니는 그거랑 좀 결이 많이 달라.”
“어떻게 다른건데?”
“쉽게 말해서 태어날 때부터 돌연변이로 태어났던 거지.”
“제1차 연합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즐거운 토모’ 라고 불리던 바이오로이드 인간이 한 명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었어. 그 사람은 다른 토모들에 비해서 지능이 뛰어나고 능력도 다른 토모들보다 월등히 높았지.”
“음~ 피에트로는 혹시 ‘키리시마 스캔들’ 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네, 들어본적 있어요. 알렉산드라 선생님이 현대사 시간 때 가르쳐주셨었거든요.”
키리시마 스캔들.
제1차 연합전쟁이 터지기 전,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이었던 자민당의 키리시마 중의원이 일본 내 바이오로이드 인간들의 영주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부터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말하며, 일각에서는 스캔들이라고 지칭하기엔 너무나도 큰 사건이라서 아예 “키리시마 게이트” 라고까지 불렸던 사건이었다.
이 당시 셜록 키무라라고 불렸던 사설 기자와 조수인 즐거운 토모가 키리시마 중의원의 범죄 행위들을 파헤치면서 이를 세상 밖으로 알렸으며, 이 덕분에 키리시마 중의원은 내각총리대신에서 물러나 의원직을 박탈당하여 철창신세를 지게 되었고, 나아가서 일본이 국제사회에 크게 지탄을 받아 UN 상임이사국 자리를 대한민국에게 넘겨주게 되었던, 국제적으로도 대단히 큰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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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제1차 연합전쟁 이전에는 바이오로이드도 인간이었단 설정이라, 여러모로 인게임과 비슷한 스토리 라인을 가면서도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병대사령관은 퀸 오브 메인 "사자연" 해병대 대장과 해병대부사령관에 마이티R "강신혜" 대장이 각각 최선임, 차선임 지휘관으로 합동참모회의를 구성합니다.
육군과 해군, 각각의 소속 군인들이 이미지가 뚜렷한 것과 다르게 해병대는 블랙리버보다는 출신 기업 상관없이 한 데 모였다는 설정입니다.
육군과 해군에 비한다면 당연히 소수정예지만, 그 전력은 멸망 전 미 해병대와 대한민국 해병대 못지 않으며, 엄연히 독립사령부로 저항군의 군종을 구성합니다.
사자연 대장과 강신혜 대장 둘 다 제1차 연합전쟁 이전 생존자 출신이며, 해병대 장교로 군복무를 하였습니다.
메이, 나이트앤젤, 다이카가 안 나오는 이유는 결국 저항군도 공군을 창설하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입니다.
공군 창설 준비단으로 바빠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설정이니,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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