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를 향한 불같은 증오와 복수심을 연료로 삼아 엘리는 스스로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며 조엘에게 바치는 복수의 장송곡을 연주해 나가지만 자신의 손에 원수들의 피를 묻혀 나갈 수록 조엘과 멀어져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정의 도입부에서 조엘과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릴 수 있었던 꿈은 복수의 여정이 깊어져 갈수록 더욱 더 어두운 기억만이 떠오르며 사라져 갈 뿐 이었다. 과연 이 복수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렇게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타인에 대한 이해라는 담론을 플레이어에게 지속적으로 던진다
그리고 이것은 애비 앤더슨(애비아버지)의 이야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음.
매년 겨울, 잭슨 인근에 감염자 무리가 이동하는 시기와 맞물려 천재일우의 기회로 조엘에 대한 복수를 이룬 애비지만 그녀에게 복수의 뒷맛은 영 찝찝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에게 있어서 조엘은 자신의 아버지, 매를린, 수많은 파이어플라이 동료들을 학살한 무자비한 밀수꾼이자 무조건 죽여버려야 복수의 대상이었으나 그녀가 막상 마주하게 된 조엘은 타인에 대한 어떠한 도움의 손길을 건내줄 필요 조차 없는 이 아포칼립스, 그것도 극한의 위기 상황 속에서 자신을 위해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용감하고 이타적인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애비를 마냥 미워하기가 어려운 이유를 단순히 아버지를 잃은 딸의 입장을 떠나 복수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서 알 수가 있다고 보는데 애비는 결코 복수를 완성하는 순간 통쾌함을 느끼지도, 그것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이다 만능주의의 천박한 인물도 아니었음.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의 뒤통수를 때리고 감정이 앞선 고문 끝에 복수를 완성 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죄책감이 내면 속 깊이 자리 할 정도로 그녀는 뭐랄까 복수심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친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야할까.
복수를 마치고 돌아온 애비는 여전히 잠을 잘 잘수 없다.
그녀는 여전히 아빠를 잃은 병원 사건의 그날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복수를 좇아 그걸 마침내 해내더라도 지옥같은 삶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사실 이 부분이 나에게 굉장히 크게 와닿았던 이유는 애비의 지금이 복수의 여정을 걷고 있는 엘리의 미래이기도 하기 때문이었음.
미친 살인광처럼 다 들쑤시고 다니는 엘리는 복수를 완성하더라도 영원히 그 산장 사건 속에 머물러 있게 될테니까.
탈영한 오언을 찾아 나선 날.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세라파이트 야라 레브 남매와의 사건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감정적 낙차를 더욱 크게 느끼는데,
서로 원수나 다름없는 각 집단의 인물들이 서로의 이름을 알려주고 서로를 도운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지난 날 조엘에게 한 짓이 도대체 어떤 짓이었는지에 대한 죄책감이 본격적으로 각인되기 시작한다.
내가 애비 파트를 굉장히 재밌게 즐기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에 있는데, 자신의 내면 심리를 일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엘리에 비해 애비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인물의 표정, 그리고 행동들을 통해 유추해야했고 그것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음.
애비는 굉장히 감정적으로 미숙하고 충동적인 인물임. 사실 조엘을 필요 이상으로 끔찍하게 고문하고 샷건으로 다리를 쏴 버린 그런 행동들도 오언과 멜의 임신으로 인해 감정적으로 굉장히 격앙되어 있는 상태에서 복수를 집행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기도 함.
아무튼 이런 조엘에 대한 죄책감은 오언을 만난 이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는데
조엘의 최후와 너무나도 닮아있는 스카 노인에 관한 오언의 이야기는 애비에게 찾아오는 많은 변화들의 계기가 됨.
결국 조엘에 대한 죄책감, 자신을 도와준 이들을 위험 속에 방치한 죄책감이 더해지며 야라 레브 남매의 악몽을 꾼 애비의 인생에서 큰 변곡점이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는것을 통해 진정한 힘도 느껴보고, (고소공포증)
누군가를 지켜주는 상냥함과 헌신을 배워감. 애비파트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
그녀는 비록 아버지와 동료들의 복수를 해냈지만,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을 죽여버린 비겁자라는것을 누구보다도 크게 통감하는 인물임
거기다 충동적으로 옛연인이자 현재 친구의 연인인 오언과 불륜을 저지른 인물이다
그리고 더 이상 그런 더럽고 비겁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을거라고 봄
딸과 같은 존재를 두번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았던 조엘.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를 저버리는 비겁자가 두번 다시 되고 싶지 않았던 애비.
내면 속 집착과 죄책감을 끝없이 연료삼아 모든 것을 져버리더라도 소중한 존재를 지키기 위한 고집스러운 싸움을 통해 그녀는 조엘과 완전히 닮아가게 된다.
실로 그녀의 피지컬은 무지막지함. 작중에서도 황소같은 체구의 여자로 언급되며 유년 시절 이미 80kg의 리프팅을 해낸 인물임
참고로 탈인간급 피지컬 로즈란 주니어 시절 최중량 체급 최고 기록이 120kg대임
한순간이라도 잠을 잘 자기 위해 자신의 피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인 결과물이라는 점, 조엘에 대한 극도의 분노와 증오 복수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봤을때
마지막 해변에서 애비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 깊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애비가 깡말라 버린 원인은 래틀러의 잔혹한 형벌에 있음..
하지만 이것은 더 이상 애비에겐 누군가에 대한 증오심, 복수심, 분노가 남지 않고 휘발 되었다는 의미로 나는 믿음.
난 애비가 조엘을 완전히 용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음.
하지만 레브, 야라와의 여정을 통해 그녀는 비로소 조엘의 선택을 이해 하게 됐고 그랬기 때문에 엘리와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던게 아닐까 생각함.
애비는 다시 한번 빛(저는 이것을 희망이라고 생각해요)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원수를 이해 할 수 있게 되었고
엘리는 자신의 원수를 통해 비로소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던 존재를 이해 하고 용서 할 수 있게 되었음
아마도 보트를 타고 떠난 애비의 앞날엔 많은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을거임. 레브와 둘이서 오순도순 살아가길 바라지만 혹은 WLF, 세라파이트 잔당에게 쫓기는 삶을 살게 될지도,
어쩌면, 아주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속죄를 위해 잭슨으로 찾아갈지도 모를 일임
저는 제발 그녀가 행복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음. 조엘에게 자신의 목숨을 빚진것을 평생 잊지 말고.
여담인데 나는 싸움의 마지막 장면에서 엘리의 첫 살인이 떠올랐음. 전작에서 익사 당해 죽을 뻔 했던 조엘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손에 처음으로 사람의 피를 묻혔던 엘리가 비로소 그를 완전히 이해하며 그 사람과 너무나 닮아 있는 애비에게 자비를 베풀며 용서로 매듭지은 이 장면은 시애틀에 도착한 엘리의 첫 대사가 첫 살인에 대한 고백임을 떠올려 봤을 때 이것만큼이나 세련된 수미상관이 있을까 싶더라.
나는 엘리가 너무너무 대견하더라.
이제 엘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거임.
엘리는 더이상 예전처럼 분노에 잠식되어 손을 떨지 않음. 더 이상 끔찍한 그 날의 기억에서 살아가지 않아도 되고 예전보다 잘 잘수 있을테고 더 잘 먹을수 있을테니까.
살 좀 찌자 엘리야! 애비한테 줘터진것도 피지컬 때문이자너! 근성장의 3요소는 운동 휴식 영양이란다!
맞음.이제 엘리에겐 디나도 없고 멋진 친구 제시도 없다. 더 이상 조엘이 가르쳐준 기타 연주도 멋지게 할 수 없음.
하지만 엘리의 마음 속에는 이 세상 유일하게 자신을 전적으로 믿고 응원해주는 조엘의 사랑이 남아있다.
난 그래서 이겜이 복수의 허무함을 가르친다고 생각하지 않음.
조엘의 사랑을 엘리가 기억하는 한 앞으로 다가올 어떤 역경이라도 그녀는 이겨내며 살아갈라고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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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애비의 서사를 너무 잘 정리해주셔서 도움이 되네요. 그래서 저도 애비의 변화에 대한 앨리의 마지막 선택, 즉 마지막 엘리가 애비를 물에 잠근 후 용서하는 장면이 종교적 의미의 세례(침례)처럼 이해되기도 합니다.
(IP보기클릭)180.189.***.***
엘리가 애비 물고문하는 씬은 제가 초회차할적엔 뜬금없이 살려줘서 의미를 알아채진 못하고 그냥 지나갔지만 여러 사람들의 감상평을 보면서 참 대단한 씬이라고 다시 느낀게 엘리 앞으로의 인생이 크게 변하게 될 선택을 할 기점에 1편과 의미가 이어지다 못해 꿰뚫어 버려 관통하는 현재 엘리의 상황을 매우 잘 보이게끔 설계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반부의 물고문을 당하는 애비는 과거 조엘의 위치에 두고, 후반부의 살인병기로 거듭난 엘리를 물고문해서 조엘을 죽이려던 사냥꾼의 위치에 놓이게 하고, 이 모든걸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는 관전자인 플레이어를 떨어진 총을 집어들고 조엘을 죽이려드는 사냥꾼을 죽일지 말지를 찰나동안 고민을 했을 14살 엘리의 위치에 놓이게 합니다. 이 순간 애비를 죽여버리게 되면 엘리 자신이 정당방위라 생각하며 여태까지 죽여온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정신이 무너져 서로를 잡아먹는 패배자들과 정확히 같아 지는겁니다. 삶의 의미가 없는 생존만으로 남을 등처먹으며 비겁하게 삶을 연명하는 사냥꾼의 길로 가거나 아니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해 자멸하거나하는 루트로 빠지는것이고. 과거의 첫 살인을 하던 엘리로서 지금의 자신이 행하는 폭력이 여전히 자신의 사람을 지키기 위한 행위로 남고 싶다면 그때처럼 조엘을 죽이려던 그 사냥꾼 즉 현재 자기 자신을 죽여야 합니다. 엘리의 머릿속에는 그런 고민들이 찰나에 순간에 지나갔고 엘리는 더 이상 살인을 하는것을 멈추고 애비를 놓아줍니다. 시애틀에 진입하며 첫 살인을 고백하며 그 후에 여정을 통해 점점 더 살인병기로 거듭나는 엘리가 끝에가서 정작 원하던 복수를 결국엔 달성하지 못 하는 이 일련의 과정을 멀리서 보면 블랙코미디 같아 냉소적인 웃음이 나오게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도 이런 비극이 따로 없죠. 물론 다 잃고나서도 조엘의 말 처럼 다시 희망을 되찾아 떠돌게 되는 엘리로 남으니까 조엘의 희생이 엘리에겐 아무 의미 없었던게 아니게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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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말 좋네요 잘 봤습니다 출시당시 1회차 끝냈을때도 이미 명작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심적부담이 컸기 때문에 그동안 2회차 시도를 못하다가 최근에 2회차를 끝냈는데 글 읽어보니 이번에 새롭게 느낀것들까지 모두 정리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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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기타치는 죠엘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울컥했었는데 눈으로 보니 더하군요 회사에서 갑자기 눈물쏟을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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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봤습니다ㅋ 역시 게임을 할 줄 아시는분 다르시네요 무조건 까내리는 유투버 놈들과는 달리.. 저역시 파트2응 명작이라고 생각하죠 1편이 내가 조엘이었다면..하는 아버지의 입장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면 이번작은 딸들의 복수자의 입장을 생각 하게끔 했던 작품이지만 아쉬운 점은 플레이가 가혹했다는 점이죠 그것만 아니었다면 고오쓰가 아닌 라오어2가 고티를 먹었을텐데 그것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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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애비의 서사를 너무 잘 정리해주셔서 도움이 되네요. 그래서 저도 애비의 변화에 대한 앨리의 마지막 선택, 즉 마지막 엘리가 애비를 물에 잠근 후 용서하는 장면이 종교적 의미의 세례(침례)처럼 이해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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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가 애비 물고문하는 씬은 제가 초회차할적엔 뜬금없이 살려줘서 의미를 알아채진 못하고 그냥 지나갔지만 여러 사람들의 감상평을 보면서 참 대단한 씬이라고 다시 느낀게 엘리 앞으로의 인생이 크게 변하게 될 선택을 할 기점에 1편과 의미가 이어지다 못해 꿰뚫어 버려 관통하는 현재 엘리의 상황을 매우 잘 보이게끔 설계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반부의 물고문을 당하는 애비는 과거 조엘의 위치에 두고, 후반부의 살인병기로 거듭난 엘리를 물고문해서 조엘을 죽이려던 사냥꾼의 위치에 놓이게 하고, 이 모든걸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는 관전자인 플레이어를 떨어진 총을 집어들고 조엘을 죽이려드는 사냥꾼을 죽일지 말지를 찰나동안 고민을 했을 14살 엘리의 위치에 놓이게 합니다. 이 순간 애비를 죽여버리게 되면 엘리 자신이 정당방위라 생각하며 여태까지 죽여온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정신이 무너져 서로를 잡아먹는 패배자들과 정확히 같아 지는겁니다. 삶의 의미가 없는 생존만으로 남을 등처먹으며 비겁하게 삶을 연명하는 사냥꾼의 길로 가거나 아니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해 자멸하거나하는 루트로 빠지는것이고. 과거의 첫 살인을 하던 엘리로서 지금의 자신이 행하는 폭력이 여전히 자신의 사람을 지키기 위한 행위로 남고 싶다면 그때처럼 조엘을 죽이려던 그 사냥꾼 즉 현재 자기 자신을 죽여야 합니다. 엘리의 머릿속에는 그런 고민들이 찰나에 순간에 지나갔고 엘리는 더 이상 살인을 하는것을 멈추고 애비를 놓아줍니다. 시애틀에 진입하며 첫 살인을 고백하며 그 후에 여정을 통해 점점 더 살인병기로 거듭나는 엘리가 끝에가서 정작 원하던 복수를 결국엔 달성하지 못 하는 이 일련의 과정을 멀리서 보면 블랙코미디 같아 냉소적인 웃음이 나오게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도 이런 비극이 따로 없죠. 물론 다 잃고나서도 조엘의 말 처럼 다시 희망을 되찾아 떠돌게 되는 엘리로 남으니까 조엘의 희생이 엘리에겐 아무 의미 없었던게 아니게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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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말 좋네요 잘 봤습니다 출시당시 1회차 끝냈을때도 이미 명작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심적부담이 컸기 때문에 그동안 2회차 시도를 못하다가 최근에 2회차를 끝냈는데 글 읽어보니 이번에 새롭게 느낀것들까지 모두 정리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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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기타치는 죠엘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울컥했었는데 눈으로 보니 더하군요 회사에서 갑자기 눈물쏟을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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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봤습니다ㅋ 역시 게임을 할 줄 아시는분 다르시네요 무조건 까내리는 유투버 놈들과는 달리.. 저역시 파트2응 명작이라고 생각하죠 1편이 내가 조엘이었다면..하는 아버지의 입장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면 이번작은 딸들의 복수자의 입장을 생각 하게끔 했던 작품이지만 아쉬운 점은 플레이가 가혹했다는 점이죠 그것만 아니었다면 고오쓰가 아닌 라오어2가 고티를 먹었을텐데 그것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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