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BMW M5를 타봤습니다. 시승이라기엔 턱도없이 짧은, 말 그대로 '한번 타봤다' 정도 소감입니다. 애초에 차에 큰 관심 없을 6살짜리 꼬맹이를 데리고서 제대로 된 시승이란게 가능할리가 없지요. 저보다 좀 더 풍채 좋은 건강한 남성 딜러분을 조수석에, 뒷자리에 6살 꼬맹이와 와이프를 태우고서 자유로 진입로-진출로 1구간 짧게 달려본 소감입니다.
지금은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슬로건이지만, The ultimate driving machine 이란 가치를 추구하는 bmw의 특별 라인업이 있습니다. motor sport를 뜻하는 'M' 디비젼이죠. 각종 레이스에 참가하고, 경쟁자인 amg와 rs, 포르쉐 등등과 앞서거니 뒤쳐지거니 하면서 수십년을 이어온, 어쩌면 BMW의 정신과 같은 라인업입니다. 잠시 삼천포로 새자면, 안락하고 고급스러운 차를 만들고자 하는 벤츠같은 경우, 고성능 버젼 amg가 브랜드의 핵심가치라고 하기엔 핀트가 좀 안맞는 느낌이 있습니다. 실제로 amg에서도 어느정도의 승차감과 타협하기 위해 차가 좀 출렁대면서 롤을 허용한다던지, 에어서스펜션을 달아놓는다던지 하는, '빠른차지만 우리차는 그래도 고급져야해'하는 고집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맨날 시합해보면 M한테 털리고 다닌다는;;;;
어쨌거나 빠른차, 스포츠카는 보통 이렇다더라 하는 통념이 있습니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차체를 바닥에 납작하게 붙이게 되고, 코너를 돌아나갈때 차가 출렁이면서 무게중심이 춤추며 차량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해야하기 때문에, 말랑하고 부드러운 승차감 대신 단단하다못해 딱딱한 승차감의 차량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1초를 다투는 레이스에서 승리하려면 힘세고 시끄러운 엔진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필요없는 군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없다 싶은 옵션들은 하나 둘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렇다면 작년 여름, F90 모델로 체인지 된 BMW M5는 어땠을까요... 참고로 오늘처럼 짧은 시운전을 amg는 몇대 거쳐봤지만, 저도 M5는 처음이라 인터넷 시승기를 읽고서 개략적으로 미친 가속력, 그리고 불편한 뒷좌석 정도로 예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M 특화 전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러대의 M5 시승차가 있었습니다. 흰색에 검정실내 M5도 있었지만, 저는 지금 타고 있는 차 색상 조합과 같은, 파란색에 베이지 실내 시승차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시승차를 찍어놓긴 했는데 차량 번호판이 노출되는 바람에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찍어본 M5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영종도 전시차의 전면. M의 상징인 두줄이 들어간 키드니그릴과 일반 5 시리즈 대비 주름이 더 들어간 본넷, M5 뱃지와 M 사이드 미러가 보입니다>
<디자인 외에도 타이어쪽에 생기는 와류를 바깥쪽으로 빼주는 에어벤트??라고 합니다>
<스티어링 휠 바깥에 튀어나온 빨간 M2 버튼이 보입니다>
<역시 빨갛게 칠해진 start/stop 버튼. 뭔가 이상하다 싶어 한참 들여다보니 이거 M5가 아니고 M3 CS 사진이네요;;;>
사실 제 눈에는 거의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자동차 가게에 가기 싫다며 징징대던 딸내미가 차에 타자마자 감탄합니다. '와... 이차 되게 좋다. 안에가 예쁜 갈색이야' 아이들 눈은 무섭죠. 좋은건 대번에 알아차리고 또 솔직합니다. 이때부터 m5에 대한 딸아이의 평가는 매우 후해졌습니다.
<도어 하단에도 역시 M5 로고가 있습니다>
<330까지 찍혀있는 계기판. e클래스 amg 핸들에는 없는 열선 버튼이 눈에 들어옵니다>
<기어노브 디자인이 바뀌고, DCT를 버리고 ZF 8단을 달아놓은 탓에 이전에는 없었던 P버튼이 생겼습니다>
<무릎공간은 이정도록 널찍합니다1>
<무릎공간은 이정도록 널찍합니다2. 뒷좌석을 위한 송풍구가 B필러쪽에도 박혀있네요. 5시리즈에도 있나;;;>
시동을 걸고서 차를 도로로 올리는데, 일반 주행모드에서는 이게 m5라는걸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안락하고, 편한하고, 조용하고(라기보단 시끄럽지 않고), 나긋나긋한, 그냥 고급진 5시리즈 세단의 느낌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타기에 전혀 불편함이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딱 패밀리세단입니다. 뒷자리 공간도 제법 넉넉해서 불편함이나 부족함이라곤 느껴지는 구석이 없습니다. 승차감은 에어서스펜션이 달려있는 e43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에어서스펜션으로 차량 높낮이가 조절되는건 무지하게 편하고 좋지만서도;;;
그렇다면 소문이 자자한 달리기 실력은 어땠을까요. 자유로에 차를 올려 핸들에 달려있는 빨간색 M2버튼을 눌렀습니다. 이 버튼은 운전자가 원하는 엔진, 변속기, 핸들, 서스펜션 등의 셋팅을 입력해놓아서, 아마 기존 운전하신 분이 차량의 능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게 셋팅해둔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아주 유치한 표현이지만 전 '축지법'이란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탓 때문인지 배기음이 어떻고 거동이 어떻고 신경쓸 겨를이 전혀 없이 발을 까딱이면 '와락'하고 눈앞으로 접혀서 몰려오는듯한 도로의 움직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온 가족을 태우고서 과격한 운전을 할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버버버 하면서 속도가 붙었네 싶어 엑셀에서 황급히 발을 때면, 뒷머리채를 휙 잡아채는 듯한 엔진브레이크가 붙으며 차가 거칠게 울컥대며 속도를 줄입니다. 딸내미는 아빠 속도 모르고서 재밌다고(...) 아빠 더해보라며 꺅꺅거리는데, 가속에 관해서는 그동안 체험해보지 못한 벽너머의 다른 세상에 있는 차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출력 높은 차를 좋아하긴 하지만, 고속주행을 즐긴다기보다는 순간순간 치고나가는 가속력, 즉 토크를 즐기는 편이라 보통 규정속도를 지키고 있다가 순간 빠르게 추월하는 경우 잠깐 가속 후 다시 원래 페이스대로 운전하는걸 좋아하는데, 이건 뭐 엑셀에 발을 올려놓으면 순식간에 내가 컨트롤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로 속도가 확 붙어버립니다. 컨트롤하는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과연 이걸 컨트롤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말그대로 정신 못차리고서 '차에 끌려가고 있는' 느낌이랄까.
녹음된 것을 듣고 많이 기대했던 배기음은 차량 내부에서 듣는것과 외부에서 녹음한게 많이 차이가 있더군요. 방음이 잘된 탓인지... 적어도 엔진브레이크가 걸릴때 내심 기대했던 팝콘터지는 소리는 한번도 듣지 못했습니다. 창문을 열고 들어보면 다를거 같긴 하지만요.
어쨌거나 패밀리세단으로서의 범용성과 비현실적인 폭발적인 가속력을 겪어보고 나니 왜 m5가 소위 가성비 킹이라는 평가를 받는지 쉽게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1억 4500만원짜리 차에게 가성비라는 불경한 단어를 붙이는게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미 모르는 분이 없을법한 BMW 프라이스 탓에 조건만 잘 맞으면 약 1억 3000만원가량, 즉 1억 초반대에 이 괴물을 소유할 수 있는겁니다. 608마력에 제로백 3.4초. 수년전 같으면 슈퍼카의 영역에서나 허용되는 숫자였고, 지금도 성능상 이에 견줄만한 후보들을 꼽아보면 역시 유사한 포지션의 amg나 rs 정도를 제외하고 나면 타 브랜드에선 대략 짜게 잡아도 2억~3억원 선 이상을 훌쩍 넘어서게 됩니다. 그뿐인가요?? 그 후보들의 상당수가 차가 너무 낮아서 과속방지턱이나 지하주차장을 드나들 수 없어 도심가의 주유소와 호텔, 헬스장 주위만 뱅글뱅글 돌곤 하지만 여기엔 온가족이나 친구들을 태우고서 눈길이나 스키장을 오갈수도 있죠. BMW인 덕에(?) 슈퍼카브랜드에 비해서는 부품이나 공임 등의 수리 유지비용도 합리적이죠.
딸내미 마음에는 이 차가 아주 쏙 들었나봅니다. 차에서 내리는데 '아빠, 우리 오늘 이 차 사는거 아냐??'라고 물어보며 서운해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응, 아냐.)
여기서 끝일줄 아셨다면 아직 남은 얘기가 있습니다. 혹시 뒷자리에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준중형 M3는 어떨지 궁금해서 시승이 가능한지 물었고, 그자리에서 당연히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M3도 갑자기 타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승차로 내어준 차가 M3 CS 버전. 이전 영종도에서 전시된걸 보고 왔던 M4 CS의 세단 버전입니다. 전세계에 3000대만 제작해서 판매하는 차인데, 이걸 시승차로도 쓰는군요;;;; 사진은 따로 찍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1달정도 지금 판매중인 전세대의 M3(e93)를 탔던적이 있어서 그때의 경험과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제가 변한 탓인지 그때 탔던 M3와는 좀 많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경량화를 위해 뒷좌석에는 송풍구도 없는 모델이었지만, 저는 앉아보지 않아 잘 모르겠고, 뒷자리에 앉은 와이프는 생각보다 뒷자리 공간이 괜찮다고 했습니다.
제원을 살펴보면 460마력에 제로백 3.9초입니다. 자유로에 올려 잠깐 노멀모드로 달려본 후 두근거리는 맘으로 M버튼을 누릅니다. 내심 한껏 기대했는데 이미 m5를 체험한 탓인지 이정도 가속도면 컨트롤할 수 있겠다는 착각(?)이 듭니다. 보통 혼자서 타고다니는 박스터에 비해 약 150kg이 더 차에 타고있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차에 익숙치 않은 탓인지 그냥 비슷한 정도의 속도감이 느껴집니다. 속도감뿐만 아니라 차에 앉아서 느껴지는 차량의 단단한 느낌이나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 등등 전반적인 느낌이 박스터와 매우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새로운 M3가 출시된다고 해도, 이 느낌이 개선된 연장선에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건 뒷자리가 있다고 해도 그냥 혼자타는 스포츠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만약 박스터를 정리하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확하게 색깔이 겹치게 될 것 같아 M5쪽이 더 나은 조합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원래는 다음주가 정식 출시 행사가 있다고 했는데, 이날 매장에 전시된, 그리고 정식 번호판이 달려있는 신형 3시리즈를 봤습니다. 매장에서도 모르게 갑자기 전날인 토요일에 차가 도착했다고 하네요. 매장에 전시된건 320d 모델이었는데, 전체적인 인상은 예전보다 더 예쁘고, 고급스러워졌습니다. 사진에서만 보던 뒷쪽 브레이크등(?)은 직접 보니 입체감도 있어서 더 예쁘네요. 차들의 머플러 디자인에 박해서 엔트리모델에는 싱글머플러를 달아놓는게 당연한 BMW였는데, 매장에 전시된 차가 특별한 에디션인지 무려 양쪽에 하나씩 벌어져있는, 트윈 머플러를 달아놓았습니다. 실내에서도 놀랐던건 항상 오디오가 싼티난다고 욕먹던 BMW에서, 330i정도는 되어야 달아주던 하만카돈 오디오를 320d 내부에 달아놨습니다. 실제 판매가 듀얼머플러+하만카돈으로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조합으로 판매가 된다면 평소 소비자들이 뭐가 불만이었는지 잘 캐치해서 해결한 것 같아 차량화재 같은 예상외의 변수만 없다면야 이번에도 엄청나게 잘 팔릴 것 같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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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타마마님이시다!! 항상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19.03.18 13: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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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건 역시 좋더라고요(?) | 19.03.18 17: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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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눈에만 보이는 포인트들이 M5의 멋이죠. 언제 한번 사이좋게 시승 잘 다녀오세요:D | 19.03.19 12: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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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도 하고, 국내 5시리즈에 기본적으로 M팩이 들어가면서 더 차이가 적어진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 19.03.19 15: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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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f10을 못타봐서 모르겠지만 도로가 저에게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었는데 아마도 비슷하겠죠??:) | 19.03.19 15: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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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d를 같이 안타봐서 그거 타봤으면 그걸로 집에 가자고 했을지도 모르죠^^; | 19.03.19 18:0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