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M3로 할게요.'
리스가 끝난 다음날 제 앞으로 등록이 끝난 981 박스터에 엔진컨트롤 불량 경고등이 떠서 리프트를 불러 차량을 일산센터에 입고시켰습니다. 사실 운행 자체가 불가능한건 아니었기 때문에 며칠 더 타고다니다가 갑자기 경고등이 사라지는 일까지 있었지만 센터에 문의결과 입고 시키라고 해서 어부바시켜서 보냈습니다. 당일 수리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다음 수순은 대차를 받는 것이었죠. 가족용 차를 알아본다는 핑계로 편안한 5시리즈나 e클래스 정도를 빌려볼까 생각했었는데 정말 장난같게도 저와 같은 차량의 회원님이 똑같은 고장으로 SLK를 대차받으셨고, 그 선택지중에 M3도 있다는걸 알고서는 그때부터 M3를 대차받을 생각에 들떴습니다. 다른분한테 대차가 나갔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싶은 걱정속에 렌트카 업체와 통화를 했고, M3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최신형의 f80은 아니고, 한세대 전의 e92라는 대답이었지만 상관없었습니다. e46였다고 하더라도 저는 M3를 골랐을겁니다.
한때 유행처럼 포르쉐 입문하시는 과정중에 보통 M3를 거친 후 본격적인 스포츠카로 넘어오시는 경우가 많았었지만, 저같은 경우 SLK를 거쳐 박스터로 넘어오면서 M3를 건너뛴 탓에 과연 모두가 인정하는, BMW의 가장 BMW다운 녀석이 어떤 맛일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이제는 애기 아빠가 되버려서 뒷자리가 필요하게 되어 M3는 내 평생 건너뛰는구나 싶었는데 착한 박순이 덕분에 호강해봅니다^^ 사실 제가 3시리즈에 갖는 애정은 좀 각별합니다. 2002년 처음으로 e46 후기형 320을 시작으로, 2010년 e46을 팔아버리고 2012년 지금도 갖고있는 2012년형 335컨버터블, 그리고 현재 와이프 차량으로 2015년 3gt를 타고 있으니 이만하면 3시리즈 좀 타봤다고 할만 하겠죠. 이젠 딸내미때문에 3은 졸업하고 5를 기웃거리고 있긴 하지만요. 그래서 M3라고는 해도 3시리즌데 얼마나 다르겠어?!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요즘 BMW 실내야 다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사실 335컨버와 M3는 큰 차이가 없다 싶었는데 분명 다른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응?! 이거 컨버터블이예요?!!!!'
'네. 맘에 안드세요??'
아니 여보세요... 아까 분명 e92라고 했잖아요... 컨버터블이면 e93이죠. 근데 그래서 더 고맙습니다(...)라는 생각을 하며 쿨한척 '아뇨 별 상관없어요' 하고 받아 넘깁니다. 그리고 렌터카 업체 직원이 사라지는 뒷모습을 확인 후 M3 탐구에 들어갑니다. 신기하게 차 색깔도 제 차 색이랑 비슷하군요. 마치 일부러 골라서 준 것 같았습니다만 사실 업체에서 3대 보유중인 M3중에서 쿠페형 2대는 대차를 나가서(...) 저에게 돌아왔다고 합니다.
기어레버가 특이하다고는 들었는데 확실히 그렇더군요. 맨날 보던 친숙한 BMW의 기어노브가 아니라 작고 동그랗고 톡튀어나온, 마치 '나 수동이다~'싶은 귀여운 레버가 짧게 튀어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는대로 M3의 기어레버엔 P가 없었죠. 그냥 N에 놓고 핸드브레이크 올리고 시동 꺼주면 그게 P모드. 이미 공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거나 하진 않았지만 '이거 진짜 본격 수동차 같은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놔도 그 흔한 크리핑도 일어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요. 익숙치 않은 운전자라면 언덕길 같은데서 뒤로 밀려 사고도 나겠다 싶은 생각도 해봅니다.
도로로 나서봅니다. 평일 2시경의 가장 한산하다는 시간대의 올림픽 대로는 차들로 꽉차서 M3를 타고 있었지만 시속 30km내외밖에 낼수가 없습니다. 좀 조급한 맘도 들었지만 아직 차에 완전히 적응하지 않았으니 괜찮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335 컨버터블과는 큰 차이를 못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승기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4000정도 언저리 이상의 rpm 전에는 고출력이라느걸 느낄 수 없을거라는 얘기도 알고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고,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편하게 탈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상시에는 편안하게(?), 그리고 달릴때엔 제법 달릴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매력적이죠. 승차감도 계속 비교하는 335와 크게 차이나거나 하지 않아서 성능과 승차감을 합리적인 선에서 잘 절충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뭔가 좀 지루하다 싶은 생각이 들때 쯤 1단 2단에서도 페달을 밟고 뗄 떼마다 뒷쪽에서 들리는 '철커덕'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SMG도 듀얼클러치미션인건지 클러치가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인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박스터에서는 나지 않던 그 소리가 마치 정교하고 튼튼한 잘 만들어진 기계를 내가 연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막히는 길도 즐거웠습니다.
자유로를 지나 외곽순환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고 M모드를 올려봅니다. 이전에 타시던 분들이 파워, 변속민감도 등등을 잘 만져두신 바람에 크게 손보지 않고 저도 버튼 하나로 M이 보여주는 성능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역시 속도를 내보니 더 많은 생각들이 들더군요. 우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바로 배기음이었습니다. RPM이 올라가면 높은 하이톤은 아니지만 뭐랄까 바람개비 같은것이 파라라락 하고 돌아가는 것 같은 묘한 중독성 있는 소리가 올라옵니다. 아니 M은 amg에 비하면 배기음이 밋밋하다던데 대체 그럼 amg에선 뭐가 어떤 소리가 나는거야-.-;; 제 박스터는 초기 런칭시기에 받아보다보니 가변배기를 선택할 수 없었던 차라 항상 밋밋한 소리만 났었는데 제 차에 부족한게 뭐였는지 깨달을 수 있었죠. 그래서 수리 맡겨둔 동안 가변 스포츠 배기를 섭외해서 배기작업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 가격이면 포르쉐 순정으로 안하시겠다는 의견도 예상되지만 어쩔 수 없죠. 저는 곧 보증 연장해야하거든요. 에프터마켓 배기가 보증연장을 통과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고 들어보지도 못한 배기작업을 해달라고 주문을 넣었습니다. 아흑(...) 제가 주욱 탔었던 3시리즈들은 기어를 옆으로 툭 쳐서 밀어넣으면 D/M/S 모드 세가지가 선택 가능했었는데 제가 발견을 못한건지 M3는 S모드를 넣으니 일일이 기어를 조정해주면서 매뉴얼로 달려야하는 것 같더군요. 좀 빨리 달려야지 싶으면 그냥 S모드에 놓고 rpm만 좀 더 높게 쓰는 오토모드로 주행했었는데 조금 불편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이것도 제 운전스타일이랑 좀 달랐는데, 저는 보통 박스터를 타면서도 노멀모드로 달리다가 좀 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sport plus모드에 놓고 그냥 특별히 기어 조작을 하지 않고 달리곤 했습니다. 그도 그럴게 sport plus로 놓으면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기준으로 3단 또는 4단에 고정되어 높은 토크를 낼 수 있는 RPM에 고정되기 때문에 굳이 수동으로 일일이 만져줄 필요를 못느꼈기 때문이죠. 그리고 PDK 미션이 저보다 더 똑똑할거라고 믿기 때문에 스포츠카를 타기는 합니다만 그냥 오토차처럼만 타고 다녔습니다. 근데 M3는 아니네요. 일일이 기어를 수동으로 만져서 3단, 4단을 유지해줍니다. 가끔 속도가 떨어지면 2단까지 놓고 rpm을 레드존까지도 돌려봅니다. rpm 게이지 12시 방향에 빨간 불이 들어오며 힘들다고 징징대는 것 같은 표시도 들어오는군요. 그러다보니 확실히 내가 이 차를 정말로 내가 원하는대로 조작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흔히들 얘기하시는 수동차의 '손맛'이 뭔지를 깨닿게 됩니다. 항상 오토로만 타고 다녔던 제 박스터도 기어를 수동으로 조작하며 타면 어떤 맛일지 궁금해집니다. 어쨌거나 M모드로 주행중인 M 차량들은 이렇게 날이 바싹 서서 달릴 준비가 되어있는 차들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달리다가 마주치면 따라가기가 그렇게 힘든지 이해가 가더라는...
제 981은 315마력이고 M3는 420마력이죠. 100마력이 넘는 차이고 처음 겪어보는 400마력대의 차량이어서 성능의 기대도 컸습니다. 솔직히 흉폭하게 휘둘리는 가속력의 파도를 기대했었지만 사실 그런 느낌까지는 들지 않습니다. 시원하고 호쾌하고 기분 좋은데, 내가 끌려간다거나 감당 못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지는 않았어요. 물론 고속도로에서라고 해도 rpm을 올리고 높은 토크를 즐기면서 주행을 했을 뿐 속도는 150km이상 내지 않았기 때문에 더 높은 속도에서는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렌터카에, 타이어도 PSS같은게 아닌 금호타이어가 껴져 있는 차량을 고속으로 잡아돌리기엔 제가 좀 소심하네요. 그냥 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M3를 즐기는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코너에서의 성능이 더 인상적이었는데, 보통 다니는 길의 고속도로 진출 램프의 코너에서 박스터로도 90km/h 이상으로 내지 못했었는데 100km/h 정도로 달리는데도 안정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차량의 무게때문인지 레이아웃과 PSS가 꽂혀있다는걸 생각해보면 분명 박스터의 코너가 더 우수해야할텐데 좀 더 겪어봐야겠습니다. 컨버터블이라 무게중심도 높고 무거운 M3가 이정도의 밸런스라면 카본으로 루프를 두르고 무게중심을 낮춘 쿠페형 M3라면 더 훌륭할 것 같군요.
너무 칭찬 일색이었던 것 같은데 단점을 좀 꼽자면 당연히(?) 연비를 꼽을 수 있습니다. 리터당 6.6km정도 나오고 연료가 1/4정도 남아있는걸로 나오는데 예상 주행거리가 100km도 안나오더군요. 제 박스터는 리터당 11.7km주행할 수 있다고 나오니까 과장을 섞자면 거의 두배정도 차이가 납니다. 물론 제 차로야 쥐어짜지 않는 연비운전을 합니다만 그런걸 감안해도 제법 큰 차이가 납니다. 또 박스터에도 없긴 하지만 요즘 BMW에 당연히 달려있는 head up display가 없어 좀 불편했고, 열선히팅핸들이 안달려 있더군요(...) 별거 아닌 것 같긴 하지만 겨울철 컨버터블을 위해서는 필요한 옵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박스터 옵션짤 때 저거 넣는다고 스포츠 핸들 포기하고 일반핸들 선택했습니다. 물론 한겨울에 오픈하고 키면 있으나마나 거의 체감이 안되지만(...) 오픈하지 않은 상태에서 느껴지는 따땃함은 참 기분 좋습니다. 뭐 뒷자리야 335에서나 마찬가지일텐데 아무리 딸내미가 이제 3살이라고 하더라도 뒷자리 있으니까 이거 사자고 하기엔 좀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현행 M3야 세단이니 좀 나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박스터는 실내가 베이지인데 한동안 맨날 오픈하고 다니다가 실내에 때탄거 보고 그 먼지를 내가 다 마시고 폐에 껴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충격받아서 요즘은 거의 오픈하지 않고 다닙니다만 M3는 곧 반납해야하는 시한부 인연이니 그냥 오픈하고 탔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전의 컨버터블을 타면서 느꼈던 기분좋은 상쾌함과 개방감, 시원함도 느껴지고 뒤에서 터져나오는 기분좋은 배기음, 그리고 살짝 바빠졌지만 즐겁게 느낄 수 있던 '손맛'이 어우러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쓰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주절주절 길어졌는데 어쨌거나 벌써부터 퇴근길이 기다려집니다. 아니 퇴근길이야 매일 출근하고 나서부터 기다리는거지만 오늘은 그 기다림이 묘하게 좀 더 각별하다고요. 어제 대차받은 M3는 이번주 금요일 박스터의 엔진과 배기작업이 끝나고 토요일날 반납 예정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한밤중에 드라이브 나가고 싶은 차를 만났습니다...만 집이 오래된 아파트라 밤에 나갔다오면 주차할데가 없어 꿈만꾸고 그냥 세워둡니다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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