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에 프린세스 메이커를 시발점으로 탄생한 장르인 육성 시뮬레이션은 딸내미 키우기를
시작으로 이후 다양한 대상을 키워내는 인기 장르로 급부상하면서 1990년대를 풍미하기도 했었습니다.
프린세스 메이커 이외에도 여러 작품들이 있었지만, 이 중에서 헤드룸/NEC 어베뉴에서 PC엔진으로 출시했던
탄생 ~DEBUT~ 같은 경우엔 연예계를 배경으로 하면서 연예인 지망생 3명을 톱스타로 키워낸다는 설정과
당시 '졸업', '동급생'등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원화가 타케이 마사키의 화력이 힘입어 꽤 많은 인기를 얻었고,
국내에도 소프트맥스를 통해서 PC로 정식발매되는 등, 당시 게임 좀 했다는 유저들이라면 기억할만한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요즘 팬들의 지갑을 탈탈 털어가고 있는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의 조상님(...) 격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탄생 ~DEBUT~의 최종 버전인 새턴판 이후 탄생이란 프렌차이즈는 꽤 조용했었는데,
1998년에 뜬금없이 플스로 DEBUT 21이란 제목으로 후속작이 출시되어 전작의 팬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1998년 당시 21세기를 얼마 앞둔 상황에서 21세기를 연상케하는 제목으로 돌아온 DEBUT 21.
전작과 달리 일단 구체적으로 시간대가 정해진 것이 특징인데, 본편은 일단 우리에겐 2020 원더키디로
친숙한(...) 서기 202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제 2020년도 6년하고 조금 더 남았네요.--;
일단 전작과 비교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멀쩡한 2D 그래픽을 버리고 무슨 자신감에 근거를 해서 그랬는지
3D 폴리곤으로 만든 미소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요즘이야 3D 미소녀 캐릭터들도 나름 감정표현이 잘 되도록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렇게 된 것도 비교적 최근에야 어느 정도 확립이 된 것인데, 하물며 15년 전인 1997~98년엔 오죽했을까요.--;
이 당시는 또 유저들이 3D의 환상에서 조금씩 벗어나 한결같이 눈이 높아지던 시절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시작부터 무리수를 두고 시작을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밝고 발랄하던 전작과 달리 표지 일러스트와 프린팅에서 왠지 모르게 자꾸 콘 사토시 감독의
'퍼펙트 블루'가 연상되는 퍼런 색이 참 미묘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밝고 화려해보이기만 하는 연예계의 이면에 소용돌이치는 더러운 어른의 욕망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건지..--;
서기 2020년.
종합 전기 에너지 회사인 네오 에너지 커뮤니티는 범용 안드로이드 개발과, 개발 이후 양산을 거쳐 상품화 되었을 때
시장을 독점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일명 'i 계획'이란 프로젝트를 발동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적은 안드로이드 실험 기체를 인간처럼 생활하게 하여 감정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실험기체에 목표 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 아이돌 대상을 목표로 한다는 다소 무모한 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하지만 기술 보안문제로 인해서 안드로이드의 수명을 1년으로 제한하여 1월 1일에 가동,
12월 31일에 있는 아이돌 대상 시상식 발표 직후에 기능을 정지하도록 설정되고 만다.
과연 안드로이드 칸자키 아이는 1년이란 짧은 시간동안 아이돌 대상에 근접할 수 있을까...
대략 이런 줄거리로 시작되는 DEBUT 21.
3D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그래픽만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고 스토리 자체도 앞뒤 생각지 않고
막 지른 듯한 무리수의 절정을 보여주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이 작품의 주된 컨셉은
'무리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듀얼 쇼크가 출시된 이후에 출시된 작품이건만, 진동은 고사하고 아날로그 스틱조차
사용할 수 없는 조작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깊은 병맛을 진하게 풍기는 것 같습니다.--;
전작에선 3명의 소속사 연습생들을 스케쥴에 맞춰 레슨도 하고, 행사도 뛰게 하면서
최고의 아이돌로 키워나가는 식이었는데, 이번 편에선 키워내야 할 대상이
안드로이드 칸자키 아이 한 명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해서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략 본편 내에서의 화면은 요런 느낌.
일단 연예인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레슨은 다양한 항목과 난이도를 선택해서 받을 수 있는데,
너무 무리하게 시키면 퍼지는 사람처럼 안드로이드인 아이도 과부하를 견디지 못해 퍼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연예인 답게 다양한 행사도 뛸 수 있는데, 이 행사 같은 경우엔 매번 내용이 바뀌게 되고,
간혹 가다 라이벌들이 일거리를 채가는 경우도 있는 등, 묘하게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여기서 얻은 수익으로 더 좋은 파츠로 교환해서 능력치 상승을 해야 하는데, 초반의 아이는 다른 라이벌들에 비해
능력치가 좀 허접한 편이라 정말 말 그대로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부분도 묘하게 현실적인 것이, 왠지 모르게 쓸데 없는 부분에 공을 들인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너 말고도 대신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라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아이의 스테이터스를 한 눈에 보여주는 패러매터 화면.
그 중에서 하드웨어 부분과 클래스 레벨 부분에 대한 설명.
특이하게 배터리란 항목이 있는데, 아마도 주기적으로 충전을 해줘야 하는 식인 것 같습니다.
아크 리엑터 같은 걸 박아두면 좀 더 효율적인 활동이 가능할텐데,
아무래도 이 회사의 기술력은 그 정도 레벨까진 미치지 못하나 봅니다.^^;
가끔 이 안드로이드 아이를 토니 스타크의 손에 맡기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토니 같으면 정말 온갖 잡다한 기능을 다 쑤셔넣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밖에도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을 가지는 날은 매달 10일에 있는데, 처음에 기동을 시작했을 때는
기계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이었던 아이가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처럼
다양한 리액션을 보이는 것도 상당히 특기할 만합니다.
기왕이면 3D 폴리곤이 아닌 그냥 깔끔한 2D 그래픽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실제로 만들어지기는 이제 막 롤아웃된 영계(?)지만, 일단 프로필 상으로는 2004년 1월 1일생,
나이 16세, 혈액형 O형으로 설정된 (아라레?) 칸자키 아이. (CV: 노가미 유카나 = 유카나)
어떻게 보면 참 멋대로 만들어져서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라 그런지,
수명이 1년으로 딱 정해진 아이를 키워내는 것이 그리 썩 유쾌한 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게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주인공으로선 치명적인 부분이기도 한데...--;
2D 일러스트는 그래도 봐줄만한데, 정말 3D 그래픽은 꼭 저걸로 해야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
(도대체 이 제작 컨셉을 말리는 놈이 NEC엔 한 놈도 없었단 말이냐~?!!!)
아이의 레슨을 담당하는 선생들을 보면 외모는 좀 많이 달라졌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전작인 탄생 ~DEBUT~의 주인공들이었던 이토 아키(CV: 토미나가 미이나), 다나카 쿠미(CV: 카나이 미카),
후지무라 사오리(CV: 카사하라 히로코)가 본편에선 아이의 레슨 선생으로 등장하는데,
전작에서의 전공을 살려서 사오리는 보컬, 쿠미는 댄스, 아키는 연기를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레슨 담당 선생들의 리즈 시절...^^:
다들 아이돌로서의 성공을 뒤로 하고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데 사오리는 작곡가 겸 보컬 트레이너,
쿠미는 안무가, 아키는 연출가로 전직했다고 하네요.^^:
본편에서 아이와 함께 아이돌 대상을 목표로 경쟁하는 라이벌들.
아마추어 밴드 출신으로 하드록을 지향하는 록커인 이노우에 미호(CV: 쿠사치 후미에),
머리 회전이 빠르고 멀티 탤런트형의 리포터 출신인 사카이 유우코(CV: 야나기와라 미와 = 호시카와 마이),
그라비아 퀸으로 활동 중인 섹시 아이돌이자 남성팬들로 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사와다 유리(CV: 나가사와 미키),
아역시절부터 꾸준히 연기활동을 해 온 청순파 연기자 아이돌인 하기와라 료코(CV: 이케자와 하루나),
보이쉬한 매력과 천부적인 리듬감을 살려 댄싱머신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정니콜??)
마키 치사(CV: 나카가와 아키코)까지 총 5명의 라이벌이 아이의 앞길을 막게 되죠.
아무래도 NEC 인터채널에서도 뭔가 좀 전방위적으로 관련상품을 내놓으면서 기대를 많이 했던 모양인데,
정작 메인인 게임이 제작단계에서부터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관련상품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작인 탄생 ~DEBUT~의 PC엔진판과 함께..
사실 가장 마지막에 나온 버전인 새턴판도 가지고는 있는데, 사이드라벨이 없어서 그냥 PC엔진판과 투샷으로 찍었습니다.^^:
차라리 자사의 다른 작품인 센티멘탈 그래피티나 다른 이식작들처럼 일러스트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
2D 게임으로 나왔으면 이렇게까지 대차게 까이고 묻히진 않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짙게 묻어나는 DEBUT 21.
어찌보면 당시 많은 제작사들에게 3D 미소녀물은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걸 보여준
좋은 반면교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론 아이돌 마스터처럼 일본식 아이돌을 키우는 게임보다 국내 걸그룹들을 키우는 게임이
좀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는 조금 힘들 것 같아 약간 아쉽네요.
(예전에 보아를 주인공으로 했던 게임도 대차게 망했었죠? 아마도...--;)
-TO BE BOMBER!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