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업일치가 되면 좋은 점이 사업 예산으로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사심 가득 담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산 집행처에 "사업 예산으로 과자집 만들어도 되나요?"하고 물어보니 전화기 너머로도 당혹스러움이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이번에 사업 주제가 문학작품 속 음식 이야기에 대한 인문학적 해설인데, 프로그램 홍보용으로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을 만들 생각이다"라고 설명하니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구입한 크라운 해태 과자집 만들기. 내돈내산은 아니지만 사업예산으로 샀으니 회사돈내산입니다.
"이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제품이나 금품 등의 협찬을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
열어보면 각종 건축자재가 들어있습니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집을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메이플콘이나 구운양파같은 스낵류는 활용도가 많이 떨어지는거 아닌가 싶지만요.
우선 종이를 접어 집의 기본 뼈대를 만들어 줍니다.
가위도, 풀도 필요없어서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지붕 위의 접합선에 스카치 테이프 조금 붙여주면 훨씬 더 내구도가 높아집니다.
과자 외에도 접착제 역할을 하는 물엿 튜브가 네 개 들어있습니다.
보자마자 걱정이 두 가지 드는데, 첫째는 '이걸로 다 붙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이고 둘째는 '물엿으로 충분히 튼튼하게 붙을까'라는 거지요.
물엿을 뜯어 과자를 붙이기 시작합니다.
참그래커와 사루비아 스낵으로 벽면을 붙이고, 웨하스로 지붕을 덮습니다.
물론 자기만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독특하게 만들어도 되는데, 기본 건축자재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로 과자를 더 구입하지 않는 한은 거의 비슷한 모양이 나올수밖에 없습니다.
마이쮸로 지붕을 덮을 순 없으니까요.
...아니 잠깐 그것도 재미있을 듯?
그래도 최대한 노멀하게 완성했습니다.
사무실에 있던 킷캣, 초코하임, 멘토스, 감자칩 스낵을 추가로 더 활용하긴 했지만요.
물엿이 모자라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안 뜯은 게 하나 남을 정도였네요.
달달한 과자 냄새가 사방에 풍깁니다.
그리고 다음 날 출근해보니 와르르 맨션이 되어있습니다.
이건 그나마 좀 정리한 다음에 찍은 사진이고, 원래는 벽면도 쓰러지고 사탕은 사방에 흩어져 굴러다니는 처참한 광경이었지요.
물엿은 절대 접착제로 쓸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대놓고 물엿 넣고 팔길래 가능한 줄 알았더니만....
아래쪽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리며 무게를 분산시키는 벽면이나, 접촉면적이 넓은 웨하스까지는 괜찮은데
조금 무게가 나가는 사탕류는 여지없이 떨어집니다.
기본적으로 동봉되어있는 초코볼은 갯수도 너무 적고 크기가 작아서 잘 붙지도 않길래 더 큰 멘토스를 썼는데 좀 더 오래 버틸 뿐이지 결국엔 무너지고 마네요.
부실건물 철거에 들어갑니다. 지붕쪽에 붙은 과자를 다 떼어내고 추가 자재와 초코펜을 사왔습니다.
가락시장이 바로 옆이라 제과제빵 재료 구하기 쉬운게 다행입니다.
초코펜을 따뜻한 물에 살짝 녹여서 사탕에 바른 다음 붙이니 손을 떼는 순간 바로 알게 됩니다.
'아, 이건 이제 안 떨어지겠구나'
"어느 날 폰디체리 왕자가 윌리 웡카 씨에게 편지를 했단다. 인도에 와서 초콜릿으로 웅장한 궁전을 하나 지어 달라고."
"그래서 웡카 씨가 궁전을 지어 주었나요?"
"그랬지. 얼마나 멋진 궁전이었는데! 방이 백 개나 되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크 초콜릿과 밀크 초콜릿으로 만들었지. 초콜릿 벽돌에다 시멘트도 초콜릿이었지. 벽이란 벽은 죄다 초콜릿이고 유리창이랑 카펫, 액자, 가구며 침대까지 어느 것 하나 초콜릿 아닌 게 없었단다. 수도꼭지를 틀면 따끈한 초콜릿이 콸콸 쏟아져 나왔지."
-로알드 달 지음, "찰리와 초콜릿 공장" 중에서
앞으로 과자로 집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이 구절을 반드시 읽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물엿으로 만들 때는 잘 붙지도 않고 미끄러지고 쓰러지고 난리가 나는 바람에 한참 걸렸는데 초콜릿을 접착제로 썼더니 금방 달라붙는데다가 안전성도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의 한 장면을 크게 인쇄해서 배경으로 세워 놓으니 이야기 속 음식이 현실로 튀어나온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예전에 한 번 만들었던 페퍼리지 팜 쿠키하우스(https://blog.naver.com/40075km/221160537068)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긴 했지만 오픈된 공간에 전시해놓는거라 눅눅해진데다 위생상의 이유로 진짜 먹을만한 물건은 아닙니다.
그래도 지나가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의 시선까지 사로잡네요.
"나는 지붕을 좀 뜯어먹을테니, 그레텔 너는 창문 조각을 먹으렴. 엄청 달콤할거야."
"하지만 그건 이 아조씨가 맨손으로 쪼물딱거리며 만든 과자집이란다."
"우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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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아직 죽지못한 동심이 자극되는 물건이다 다시 한번 만들어볼까란 생각도 들지만 그럴바엔 과자 그냥 다 쳐먹을꺼란 생각도 드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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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아이들이 엄청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저 구운감자 저렇게 붙여 두니 의외로 기와...아니, 옛날 그 슬레이트 지붕 느낌이 나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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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양갱이랑 맛동산이랑 빠다코코낫 완전 맛있는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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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릅츄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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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아이들이 엄청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저 구운감자 저렇게 붙여 두니 의외로 기와...아니, 옛날 그 슬레이트 지붕 느낌이 나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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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슬레이트 지붕 생각하면서 얹었습니다 ㅎㅎ | 22.07.12 14: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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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kel bread! | 22.07.12 15: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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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진짜 예쁜 과자집은 진저브레드와 아이싱만으로 만들어야 예쁘게 나오지만... 이런 것도 괜찮더라구요 ㅎㅎ | 22.07.12 15: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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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 | 22.07.22 15: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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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받으면 내남자
츄릅츄릅 | 22.07.22 15: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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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받으면 내남자
연양갱이랑 맛동산이랑 빠다코코낫 완전 맛있는데 ㅋㅋㅋ | 22.07.22 17: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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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껌 은단껌 ㅋㅋㅋㅋ | 22.07.22 17: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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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껌부터 치워보시죠 | 22.07.22 18: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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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랑 잘어울리는거 많네 우유만 있으면 삽가능이지 | 22.07.23 01: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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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만 빼면 킹갓인데? | 22.07.23 05: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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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먹는 것들 | 22.07.23 17: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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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진짜 레트로하셔서 세대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할매 | 22.07.24 13: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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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양갱을 안먹어? 맛알못은 처형이도다. | 22.07.24 17: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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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잘알 할머니로 인정 | 22.07.24 21: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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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틀니 압수 ㅠㅠ | 22.07.24 21: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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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아직 죽지못한 동심이 자극되는 물건이다 다시 한번 만들어볼까란 생각도 들지만 그럴바엔 과자 그냥 다 쳐먹을꺼란 생각도 드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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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따듯하다면 강하다 | 22.07.24 22: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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