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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뭔가 향이 좋은 과일로 식초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망고로 술을 담갔습니다.
식초를 담그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부모님이 여러 종류의 과일로 자주 식초를 만들어
드시기에 노하우를 전수 받아 크게 어렵지는 않게 담글 수 있었죠. 망고로 만든 술은
성공적이었지만 남은 술지게미를 활용해 빵을 만들다가 거하게 말아먹고 등짝스매싱...
흨흨
어머니가 만드신 크랜베리 식초와 다른 여러 식초들의 맛에 뿅 가서 한창 망고 맛이
좋을 때 술 담그기에 도전했습니다.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한데, 망고와 설탕, 이스트,
물이 필요한 재료의 전부입니다.
망고가 너무 커서 사진상으로는 네 개만 있지만 실제로는 다섯 개를 사용했어요.
잘 익은 망고는 육질이 매우 부드럽다보니 대충 썰어 넣어도 믹서기에
간 것 처럼 되더군요. 적당하게 조합을 해서 알맞은 온도면서 빛이 차단
되는 곳에 놔두면,
술이 완성됩니다. 망고주는 대략 3주 정도 걸렸어요. 옆은 열흘쯤 뒤에 담가본
사과주입니다. 사과주 역시 최종테크는 식초였고요 ㅎㅎ
망고주는 망고의 향이 그대로 살아있어 좋았더랬죠. 색도 진하고 이때만 해도
엄청 기대가 됐었습니다.
식초를 만들기 위해 술을 거르고
망고주에 물을 더해주면 식초로 만들기 위한 준비는 대충 끝납니다. 나머지는
식초 표면에 막이 생기게 될 때 매일 같이 막을 깨주다 더이상 생기지 않게 되면
식초가 완성되죠.
아까워해서 술지게미도 활용해서 술빵을 만들 계획을 했습니다. 술빵이지만
찌지 않고 굽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죠.
원래는 빵을 500g 정도의 크기로 구우려다가
술지게미가 너무 많아서 밀가루를 1.3kg나 들이부었습니다. 여기서 1차
등짝스매싱 흨흨 1차 발효로 두 시간 정도 숙성 시켜주고,
반죽을 치대 대충 모양을 잡아준 뒤
따뜻한 곳에 넣고 한 시간 동안 2차 발효를 시켜줍니다. 그 뒤엔 화씨 350도에서
45분, 화씨 380도로 올려서 40분, 그리고 불을 끄고 10분 간 뜸을 들여줍니다.
빵빵 레후
크고 무거운 빵이 되었워오 오홍홍홍
망고로 만들었다보니 색이 노랗지만 술지게미 자체는 망고향이 모조리
빠져서 그냥 일반 빵맛입니다. 망고에서 나온 심이 살짝 씹히는 정도가
특징이었어요.
다만 아주 큰 문제가 있었으니... 실수로 소금을 과하게 넣어버려 너무 짜져서
등짝스매싱을 부르는 빵이 탄생하고 말았어요...
하지만 술지게미까지 활용해서 기껏 빵으로 만들어놨는데 이제 와서 버릴 수는 없죠. 그래서
음식으로 만들어 예토전생 시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서양은 빵이 주식이다 보니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빵수프가 나라별로 있고, 저는 이탈리아식 빵수프인 리볼리타를 만들기로 했어요.
리볼리타는 토스카나의 토속음식으로, 중세 부터 먹어왔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오래된
음식입니다. 음식 이름의 뜻은 직역하면 "reboiled", 즉 "재탕"으로, 주로 농노나 하인들이
먹었다고 하며, 시간이 흘러 서민들의 음식으로, 지금은 국민음식으로 변해 집집마다 고유의
레시피가 있다고 하죠. 조리하기에 따라 나름 건강식이 될 수도 있는데, 저는 입에 달게
만드는 쪽을 택했습니다 ;)
필요한 재료로는 먹다 남아 퍼석퍼석해진 빵, 흰강낭콩, 블랙케일, 샐러리, 당근, 양파,
마늘, 로즈마리, 파마산치즈, 판체타, 사진에는 빠진 토마토랑 케이옌페퍼가루, 올리브유,
그리고 소금.
과거 유럽에서 빵은 상당히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흰빵이 귀하여
빵 표면에 제빵사의 인장을 박아 비싸게 팔 정도로 대접 받던 음식이었고, 고대보다
빵을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근세까지도 집집마다 화덕이 있던 것이 아니라 개인이
밀가루를 구해다 빵집에 가져다 주면 구워주는 형태였죠. 한 번 구울 때 크게 구워
한 가정이 며칠을 먹을 양을 만들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빵은 단단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유럽 전역에서 딱딱한 빵을 활용한 음식들이 생겨나게
되었죠.
장 발장 빌런설
물론 진지하게 믿으면 골룸입니다 ㅎㅎ
판체타 조와용 오홍홍홍
이젠 사먹는 것을 넘어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꾸물꾸물 기어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참고 있습니다 흐흫
파마산도 조와용 오홍홍홍
캐나다산이라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아닌 짝퉁이지만 맛은 좋습니다 :)
올리브유도 당연히 빠지지 않고요,
처음 먹어본 블랙케일입니다. 일반 케일은 자주 사먹어도 이건 무슨 맛일지 몰라
안 먹어봤는데 수프에 넣으니 정말 맛있더군요.
양파양파 마늘마늘
로즈마리는 싱싱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냉동고에 말려놓은 것이 있어서
이것을 쓰기로 했습니다.
제일 먼저 흰강낭콩을 살짝 익혀놓고,
양파를 양퍄양파
당근을 당근당근
샐러리를 샐러... 작은 크기로 썰어줍니다.
블랙케일은 찍!
줄기는 사용하지 않지만 꽁쳐놨다가 쌈장에 찍어먹어도 맛납니다 웅냠냠
잎파리 부분은
대충 큼직하게 썰어주면 됩니다.
마늘도 최대한 얇게 썰어주면 토마토 빼고 채소 손질 끝!
파마산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고,
판체타는 채소들과 비슷한 크기로 작게 썰어줍니다.
넘나 알흠다운 것
후욱 후욱
재료 손질이 끝나면 팬을 달궈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과
로즈마리를 넣어 향을 입혀줍니다.
마늘이 튀겨져 와삭바삭크런치한 고올든 세레브한 색깔이 되면
로즈마리만 따로 건져내어 옆에 놔둡니다.
토마토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준 뒤 옆에 놔둡니다.
다시 팬에 기름을 두르고
판체타를 구와악
판체타 소리와 향, 색, 모두 넘나 알흠다와 오홍홍홍
판체타가 모두 볶아지면 양파와 당근,
샐러리를 넣어 볶아줍니다.
모두 잘 볶아지면
토마토를 넣어주는데, 손으로 으깨서 넣어줍니다.
익으면 어차피 모양이 무너질 텐데 왜 굳이 손으로 으깨는 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올리버 형이 그렇게 시키니 착하게 따라합니다 :)
토마토도 적당히 볶아졌다 싶으면
물 2L 정도를 꽐꽐꽐
이후 한 번 부르르 끓으면 삶아놨던 흰강낭콩을 넣어줍니다.
벌써 먹어도 될 것 같은 비쥬얼
하지만 맛난 블랙케일을 빼먹으면 안 되죠.
넣고 익혀주다가 숨이 죽으면
케이옌페퍼가루를 두 숟가락 넣어주고
파마산 덩어리도 풍덩!
파마산은 빵수프의 풍미와 구린내를 담당합니다 훗
파마산을 넣으면 풍미가 매우매우 갓갓하게 되요 헠헠
이제 적당히 수프 모양세가 잡혔습니다. 드디어 이 요리의 주인공인 빵이
예토전생 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빵을 썰어서 일일히 손으로 찢어 넣어주면 됩니다. 빵을 넣기 전 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수프의 비쥬얼이었지만,
이젠 아니죠.
꿀꿀
농노의 눙물 또르르
닝겐상 왜 꿀꿀이죽을 먹는 레후?
제 일을 다 한 파마산은 건져내서 웅냠냠 해주고 필요한 만큼 소금간을 해줍니다.
저는 워낙 빵이 소태였기 때문에 소금간을 따로 안 했는데도 수프 간이 딱 맞는
어메이징함이...!
훌륭하게 꿀꿀이 비쥬얼인 리볼리타가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넣을 재료가
하나 남았죠.
수프를 만들기 전 만들어 놓은 로즈마리 마늘 오일!
꿀꿀이죽에 기름을 섞어 먹워오 오홍홍홍
슥슥 비벼줍니다.
이것으로 현대식으로 고오오오오급화 된 농노의 한끼 식사가 완성되었네요.
철퍽
그래도 접시에 담아 놓으니 그런대로 봐줄만 합니다 ㅎㅎ...
구와아악
여기에 망고빵까지 곁들여 먹으면 조와용 오홍홍홍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띠이용?!
일단 먹어보니 비쥬얼은 구리지만 상당히 맛있었습니다. 이 맛에 중세 농노가 고된 하루를
버틴 것 아니겠습니까? 는 오바지면 어쨌든 상당히 파마산이랑 판체타, 그리고 올리브유의
케미로 고소하면서 진한 맛이 나오고, 블랙케일의 씹히는 질감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흰강낭콩이 부드럽게 씹히는 것도 상당히 좋고 여튼 가난한 이들의 식탁에 오르던 음식인데도
너무 맛있어서 꽤 재밌었습니다. 물론 현대화되서 이것저것 들어간 관계로 과거의 리볼리타와는
많이 다를테지만요. 하지만 소태로 만들어서 가족들한테 욕만 먹던 망고빵이 멋지게 부활해서
넘나 기쁩니다 흨흨
어머니는 이것만 만들고 남은 빵을 버리라고 하셨지만 저는 남은 빵으로 또 다른 음식을 만들어 우려
먹었습니다 히히힣 이후 만든 스페인식 빵수프도 맛있었어요 :D
꺅 일주일만에 오른쪽 베스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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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런 말하기 죄송하지만 비쥬얼이 너무 충격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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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정성들인 비쥬얼이 조금 그렇긴 한데 되게 맛있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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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그냥 재료 듬뿍 넣은 죽같은 음식인 거네요. 술 마시고 난 다음 해장에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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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파마산은 꼭 건져내야 하나요? 아니 그전에 파마산이 녹지 않고 남아 있군요...신기...건져낸 파마산의 용도는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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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체타는 훈연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만들기는 더 쉽죠. 다만 온도와 습기가 중요해서 정말 만드려면 작정을 하고 노력을 쏟아야 할 것 같아서 아직 고민중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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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런 말하기 죄송하지만 비쥬얼이 너무 충격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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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합니다 ㅋㅋㅋ | 19.05.07 13: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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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정성들인 비쥬얼이 조금 그렇긴 한데 되게 맛있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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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진짜 좋았어요 ㅎㅎ | 19.05.07 15: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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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그냥 재료 듬뿍 넣은 죽같은 음식인 거네요. 술 마시고 난 다음 해장에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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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도 많이 들어갔고 빵도 넉넉히 들어가서 먹고나면 든든하기까지 해요 ㅎㅎ | 19.05.07 15: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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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파마산은 꼭 건져내야 하나요? 아니 그전에 파마산이 녹지 않고 남아 있군요...신기...건져낸 파마산의 용도는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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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산은 단지 향과 풍미를 더하기 위한 것이고 더이상 녹지도 않기 때문에 건져내는 것이죠. 건져낸 파마산은 그냥 따로 냠냠하면 됩니다 :) | 19.05.07 15: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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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장에서 쓰는 스프 비결로 파마잔 치즈 껍질을 스프 끓일 때 넣기도 합니다. 경성치즈라 잘 안 녹아요. 게다가 덩어리라 ㅋㅋㅋ | 19.07.26 01: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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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먹기 좋은 파마잔 덩어리보다는 다 먹고 남은 껍데기를 넣는 이유입니다. | 19.07.26 01: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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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D 스페인식도 칼칼한 게 맛있게 먹었어여 ㅎㅎ | 19.05.08 0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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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랍스카우스를 만들기 위해 몇 달 전에 솔트포크랑 자우어크라우트를 담궈놨습니다 ㅎㅎ 반 년 이상 숙성 시킨 뒤에 쉽비스킷을 만들어 먹을 예정이랍니다 :) | 19.05.08 01: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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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5.08 01: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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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 19.05.08 01: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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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국에서도 잘 찾아보시면 웬만한 재료들은 구하실 수 있으실 지도 몰라요 ㅎㅎ | 19.05.08 23: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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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체타는 훈연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만들기는 더 쉽죠. 다만 온도와 습기가 중요해서 정말 만드려면 작정을 하고 노력을 쏟아야 할 것 같아서 아직 고민중입니다 ㅎㅎ | 19.05.08 23: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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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5.17 10: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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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체타는 사랑입니다 :) | 19.05.17 10: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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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존버! | 19.05.17 10: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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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한 세 끼 나눠 먹었던 것 같아요 ㅎㅎ | 19.05.17 10: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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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긴하네요 ㄷ ㄷ ㄷ | 19.05.17 17: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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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알록달록하죠 ㅎㅎ | 19.05.17 10: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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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이죽이요! | 19.05.17 10: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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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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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 19.05.17 10: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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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죄송해요 울지마세요 | 19.05.17 11: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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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5.17 11: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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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게 정말 짜게 만들었던 지라 ㅠㅠ | 19.05.17 11: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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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 19.05.17 11: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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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 드시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D | 19.05.17 1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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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고 따듯하게 후루룩 | 19.05.17 1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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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니 캠핑 가서 먹어도 좋을 것 같은 음식이긴 하군요 ㅎㅎ | 19.05.17 11: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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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찬이십니다 //ㅅ// | 19.05.17 11:08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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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맙소사마치배설물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19.05.17 12: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