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쪼금 긴 글인데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섰습니다. 출퇴근에 나눠서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재미난 감상을 가지신 분들의 댓글 환영합니다.
인생 최고로 싱싱한 시기였던 중학교 때 에바를 처음 접하고 이제는 동네 어디에나 있을 아저씨가 되어 에바를 끝내게 되었습니다. 비디오에서 CD, 블루레이, 이제는 OTT 서비스를 이용한 감상까지 하게 되었네요.
드디어 다카포가 세상에 풀리면서 후기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후기들을 보면 팬들이 이제는 지친것 같습니다. 애까지 있고 아담보다 배가 더 나온 아재들은 이제 에바를 깊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화를 좀 낮추시고 다카포를 좀 편하게 보면 어떻까 해서 글을 써봅니다.
하필 다카포가 개봉하기 전 유튜브에 대유행처럼 에반게리온에 대한 깊은 해석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몇몇은 저도 처음 아는 사실이라서 참 유익했지만 대부분은 이걸 이렇게까지 파야 하나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구의 반대편으로 뚫고 나올 정도로 너무 깊게들 파고 들어서 오히려 에바의 신비함이 하나도 없어지는 기이한 경험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답이 난 내용을 다시 가지고 와서 불을 붙이는 바람에 에반게리온은 [모든 장면 하나 하나가 의미가 있고 파고 들어야만 이해를 할 수 있다] 식의 단순펜들에게 너무 과도한 감상 자세를 강요했습니다.
이거야 원 라면 한 그릇 먹으로 평소에 가던 가게를 왔더니 손님들이 어디서 뭘 배워 왔는지 [가게에서는 조용하세요, 옆 사람과 떠들지 마세요, 먹는 소리내지마세요] 같은 생각지도 않은 주의를 받게 됩니다. 라면 한그릇 때리고 나왔더니 사람이 녹초가 되어버립니다.
에바가 좀 깊은 맛이 있지만 어쨌든 아니메입니다. 낮춰 부르는 게 아니라 아니메를 아니메의 카테고리에서 감상을 해야 하는데 최근의 과격 해석열풍에 떠밀려서 안 보이는 것 혹은 지금은 몰라도 될 것까지 나도 모르게 찾고 계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라면이 아무리 아무리 비싸도 1만원 내고 얼마만큼의 잔돈을 거슬러 받을 수 있어야 [맛있었다]고 생각할 여유가 생기듯이 에반게리온이 날고 기고 사도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도 이건 아니메로 인정해줘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에반게리온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현혹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에반게리온에는 메세지가 있는 장면도 있지만 그냥 보고 지나가도 되는 장면이 많습니다.
저는 그냥 여러분의 십덕 친구로서 가볍게 에바를 같이 봤다는 전제하에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무지개색 헤일로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런 것 의미가 있을거 같기는 한데 남들이 해석하면 코로나 이전 마트 시식대 처럼 편하게 집어 드시면 됩니다. 해석하려 하지 마세요! 현혹되지 마세요!
"나머지는 원하는 데로 하게 가롯 마리아군" / 후유츠키와 마리의 마지막 대화
가롯? 엉 가롯 유다인가? 종교적 메타포가 있는 것 같으니 성경책을 펴서 한번 들고 파볼까? 노!노! 누군가 해석해 줄 겁니다. 현혹되지 마세요!
우베신카와 역 /극의 마지막 열차역
신지의 신세계 엔딩에서 밀회를 즐기는 카오루와 레이는 [우베신카와역]에 있습니다. 에반게리온의 주된 무대는 제3동경시입니다. 퍼스트 임팩트로 남극의 얼음이 업진살 마냥 살살 녹아서 해수면의 상승으로 지금의 도쿄보다는 조금 밑의 동네가 에반게리온의 제3동경시로 되어있습니다.
왜 우베신카와인가? 지도를 보면 왼쪽의 우베신카와역과 도쿄는 거리가 멉니다. 알고 보니 우베신카와쪽에 해양산업을 하는 단지들이 많은 걸로 보아 신지는 신세계에서 바다를 살리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군!
그렇게 현혹되지 말자고 했는데 제가 당했습니다. 우베신카와는 안노 히데아키의 고향 동네라고 합니다. 아! 슈밤 당했다...여러분 에바는 절대 절대 현혹되면 안됩니다.
언제나 에바의 가장 큰 부분은 겐도의 [유이 만나기]입니다!! 이것만 꼭 붙잡고 계시면 됩니다.
#그냥 즐기시게 놔둬
제가 앞에서 에반게리온은 아니메로서 편하게 봐야 한다고 했는데요. 사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의지의 힘으로 만들어낸 창 가이우스"
에반게리온의 세상은 범죄와의 전쟁 영화도 아닌데 살아있는 놈들이 조난 많습니다. 에반게리도 살아있고, 사도도 살아있고, 전함 분더도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분더 등뼈가 창이 되고 그 창이 갑자기 가이우스의 창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롱기누스 처럼 빙빙 꼬여서 스쿠류바같이 볼품없는 모양이 아닌 조난 간지나는 형태로 변하며 아무리 봐도 창보다는 여친한테 선물했다가는 오열할거 같은 브로치 디자인이 같이 된다고??
여러분이 에반게리온 세계에서 든든한 등뼈해장국 먹다가 그 등뼈가 시박것 갑자기 가이우스의 창으로 바뀌어도 이해하세요, 에반게리온은 그런 세계관을 가진 그런 아니메입니다.
물론 다분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초월적인 어떤 극의 흐름이 있기는 하지만 저를 포함해 에반게리온을 봤던 중딩 꼬꼬마들이 이제는 좋은 작품도 보고하다 보니 네러티브를 좀 더 많이 찾기는 하지만 에반게리온은 그때도 지금도 아니메입니다.
아 물론 찾으면 이유가 있겠지만 찾지 않고 싶습니다.그냥 보이는것만 볼거에요~
#신극장판은 티비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과 이어지는가?
저는 신극장판의 경우 신극장판만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의 대사에서 마치 루프물인것 같은 낌새가 있고 비슷하지만 다른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깊게 생각하지 않고 신극장판 안에서만 답을 답을 찾아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신극장판 마지막 아스카는 소류아스카?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소류 아스카는 신극장판 마지막 즈음의 시키나미 아스카와 다르다고 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소류 아스카는 마지막에 안대와 팔에 붕대를 매고 있습니다. 이런 디자인적 요소까지 부정하며 재생되었네 안 되었네 이야기하며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과 신극장판을 이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국민 탈것 에반게리온 모두 단종 하겠습니다.
신극장판 마지막에 신지는 모든 에반게리온들을 파괴합니다. 에반게리온 비~슷하게 찌게다시 시리즈까지 모두 파괴하는데 전 사실 굉장히 조마조마했는데 설마 티비판 2호기, 파란색 0호기가 갑자기 느닷없이 나와서 [사실은 에반게리온은 모두 하나였습니다]라는 식으로 게거품물게 하는건 아니겠지였는데 신극장판 내내 수많은 바리에이션이 있던 2호기의 경우 모든 시리즈가 파괴되는 장면이 있었지만 TVA 2호기는 볼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이 연출로 신극장판은 신극장판만의 세계에서 일어나고 끝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풀린 건 아무것도 없다?
니어 서드 임팩트 14년 후 잠에서 깨어난 신지는 Q에서 떡락을 예상하고 자기만 주식을 뺀 사람처럼 주위에서 매도를 당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신지를 미워하고 있죠. 모든 캐릭터가 화만 나 있고 결국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풀리지 않았다고 보시는데 해소의 경우 나눠서 뿌려두었습니다.
신지는 그렇게 또 여자 2명과 한 공간에 있다...
14년 만에 만난 아스카가 왜 신지에게 주먹질을 한 것일까요? 드디어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여자에게 밥 먹으로 가자고 할 때 맛없는 것 먹는 것보다 뭘 먹을지 못 정하는 남자가 진짜 빵점입니다. 신지 본인의 의지로 사도화된 3호기에서 아스카를 구하지도 죽이지도 못한 신지의 결정에 아스카는 항상 화가 나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지가 마음을 먹고 아스카를 먼저 구했으면 아무 일 없었겠지만 도망치는 걸 가장 잘 하는 신지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신지 스스로 답을 찾았고 아스카는 신지를 반쯤은 용서합니다.
신지 건들지 마러 뱃대지 날아가붕게!
니어서드 임팩트 신지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도 있지만 죽은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 화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대부분은 신지를 무시하는 걸로 우회합니다. 사람들은 밤에 치킨을 시켜 맛있게 먹으며 다음날 살이 쪘다고 화를 냅니다. 사실 치킨은 죄가 없습니다.
맛있을 뿐인데 치킨을 먹은 사람은 [맛있었다] 라고 인정하면 동시에 살이 찌는 건 부정해야 됩니다. 신지에게 고마워 하면 동시에 신지에게 죽은 사람에게 죄를 짓습니다. 분노보다는 고마움이 있는것을 생존자들 스스로 알고 결말에는 빌레의 생존자들과 신지는 서로 용서와 이해를 얻게 됩니다.
'저 오늘 퇴사에요.'
티비 시리즈와 Q 전까지 항상 사람 좋아 보이던 마야는 흑화하였습니다. 퇴사전 마지막까지 야근하는 사람이 진정한 1류라고 하던데 마야는 인류의 생존을 건 마지막 격무 앞에 하나 되어 단결된 젊은 빌레대원들을 보고 드디어 웃어 보입니다.
#과학없는 사랑이야기
겐도는 드디어 유이를 만납니다.
겐도는 신지와의 대화에서 유이가 없어서 있다는 점을 인지합니다. 에반게리온에는 많은 과학적인 이론이 녹아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 장면에서 모든 사람의 수준이라고 할 수 네이버의 과학적 이야기를 한다면 양자이론 슈뢰딩거의 고양이같이 '죽었으며 동시에 살아 있는 고양이' 라고 할 수 있는 유이는 겐도 입장에서는 [죽었지만 살아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겐도는 양자를 거스르고 우주의 차원을 넘어 댄스를 춰야 유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에반게리온 내 전형적 과학적 묘사는 이렇습니다. 동네 아재라서 원리는 모르지만 뭔가 다차원 우주에 블랙홀이랑 웜홀 화이트홀 같은 느낌이 오는군요. 제가 가진 과학의 지식이라는 건 [매년 12월 24일에는 정기적으로 지구에서 산타를 관측할 수 있다] 정도 입니다. 위의 겐도와 신지의 장면에서는 이런 과학적 묘사가 없이 표현되었습니다.
겐도는 계획을 완성하지 못합니다. 실제 겐도는 열차에서 신지를 보며 [유이 거기 있었나] 했지만 유이는 거기 없었습니다. 유이가 없다는걸 인지한 겐도는 진화의 보완을 경험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실제 살아가며 사랑을 하고 헤어짐의 연속에서 헤어짐을 인정하고 나면 [그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구나] 라고 오히려 없는 사람이지만 존재를 느낄 수 있듯이 일반적인 사랑과 상실의 감정을 잘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부 계속)
(IP보기클릭)116.122.***.***
전 인류와 마누라의 등가교환이 되겠죠.
(IP보기클릭)118.38.***.***
그러니까 태생부터사회성이음수인양반이유일하게만난착한마누라의죽음을잊지못해재회하기위한집착을넘어민폐를끼치는 그런 이야기라 보면 되겠군요
(IP보기클릭)180.64.***.***
(IP보기클릭)116.122.***.***
전 딱 그까지 즐겨야된다고 봅니다. 아리송한게 매력. 더 파면 에바의 재미가없다. | 21.08.20 22:35 | |
(IP보기클릭)118.38.***.***
그러니까 태생부터사회성이음수인양반이유일하게만난착한마누라의죽음을잊지못해재회하기위한집착을넘어민폐를끼치는 그런 이야기라 보면 되겠군요
(IP보기클릭)116.122.***.***
전 인류와 마누라의 등가교환이 되겠죠. | 21.08.20 22:3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