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국밥집을 운영하는 집안의 삼남
그러나 능력이 하나도 없는 장남이 프렌차이즈를 이어받고 놀기만 좋아하는 차남이 본점을 이어받기로 한 상황에 삼형제 중에 가장 국밥에 관심이 많은 삼남은 개차반 신세
집안에선 하나정돈 공부시켜야 한다고 삼남의 국밥연구를 반대
하루는 학교 앞의 점집에서 재미삼에 손금을 봤다가 생명선이 중간에 끊긴걸 보아 조만간 죽던지 아주 죽다 살아나던지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음
별 신경 안쓰고 고사리나 캐러 갔다가 발을 헛디뎌 수풀속에 감춰진 동굴 깊숙히로 떨어지고 길을 잃고 헤매다 동굴안의 호수에 빠져 정신을 잃음
눈을 뜨니 처음 보는 세계. 정강이까지 오는 풀이 잔뜩 자란 거대한 목초지에서 말을 타고 다니는 유목민들에게 구조가 됨
유목민들은 부족의 문화적 특징상 남의 민족이 뭘하고 살든 전혀 관심이 없는데다가 손님은 극진히 대접해야하는 풍습이 있었으므로 주인공을 데려와서 돌봐줌
주인공은 소를 유목하고 뿔과 가죽을 파는 것으로 생활하는 부족민들에게 떡갈비를 만들어 대접해서 환심을 삼. 그 부족이 소 내장을 다 갖다 버리는 것을 알게됨
내장의 신선도를 보고 국밥집 아들인 주인공의 욕심이 발동
주인공이 돌아갈 곳이 없음을 알게 된 부족장은 주인공을 받아줌. 부족의 축제에서 흠모하던 아가씨를 두고 부족의 청년과 싸워 (기적적으로) 승리한 주인공은 아가씨와 결혼해서 부족의 일원이 되지만 마찰을 빚음. 결국 내장을 손질해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주자 그제서야 부족사람들은 주인공을 인정해줌
주인공은 자기가 그렇게 이어받고 싶었던 국밥을 이곳에서 되살려내고 싶어 콩을 키워 메주를 담가 간장을 만들고 소금을 구하고 향신료를 찾아다니는 등 고군분투하기 시작
국밥이 완성에 다달았을때 부족은 다른 부족과의 마찰이 생겨 전쟁을 벌이다 크게 패하고
주인공은 부인과 장인 장모 기타 몇명의 부족민들을 데리고 큰 도시로 피신
그곳에서 거지꼴이나 다름없어진 그때 주인공은 살아남은 소 몇마리의 배를 갈라 재료를 손질하고 큰 거리에 가마솥을 걸어 국밥 장사를 시작하는데...
"자넨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야
더러워서 내다버리는 내장을 말이야 고약한 냄새 참아가면서 씻고 다듬지를 않나
남들은 거들떠도 안보는 콩을 수십종이나 쓸어담아서 키워보지를 않나
저번에는 무슨 새로운 항아리를 만들겠답시고 온 마을의 도공이란 도공은 다 쑤셔보더니만
이제는 소금을 구하러 바다로 간다고?"
"이동네에는 소금광산에서 캐낸거 밖에 없잖아요 그건 너무 쓴맛이 나서 도저히 못쓰겠어요
100 자미(1 자미는 대략 1.35km) 밖에 바다가 있다고 봇짐 장수한테 들었어요 중간에 장을 거쳐서 갈거래요 길안내는 해준다니까요"
"자네가 살던 나라에서는 그렇게 입에 떠넣는게 복잡스럽고 귀치 않는게 당연한 일인가보네 그려 산짐승에 쫒기고 떼강도 당하다보면 정신나갔다는 말이 절로나올걸
암튼 죽어도 자네 맘, 살아도 자네 맘이니까 나는 모르네 자네 아가씨나 잘 달래고 가라고"
잔소리를 잔뜩하는 신발장수에게 바닥이 튼튼한 가죽신 두켤레를 사다들고 돌아갔다. 사리(이쪽 세계의 유목민 전통집, 석회암지대이기 때문에 군데군데 동공이 많다. 동공을 다듬어 바닥과 벽을 평평하게 만들고 그 위에 나무와 쇠가죽을 덮어 빗물이 들어오지 않게 하고 지붕 주위에 흰소나무로 만든 울타리를 세운게 특징이다. 몽골 유목민의 게르처럼 이동식 주택이 아니라 목초지마다 한채씩 지어놓고 돌아가며 사는데 한 가문이 수백년동안 이어 쓴다.) 울타리에 기댄 수심이 가득한 표정의 사무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이 찬데 왜 나와있어? 안에서 기다려도 될 걸. 얼른 들어가자 신발만 사온다고 얼마 안걸린다고 했잖아"
"그렇게 멀리 가야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당신말대로 이곳 소금이 쓰다고 해도 장이 열릴때마다 바다 소금은 얼마든 살 수가 있잖아? 벌판에선 늑대만 조심하면 상관없지만 숲으로 가면 곰이랑..."
"가야할 이유가 있어. 소금도 물론 중요해 내가 직접 가서 먹어보고 골라오려고 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들러보고 싶은 장소가 있어."
"그건 또 무슨소리야?"
"바다로 가는 길목에 봇짐장수가 꼭 들렀다 간다는 강헤르라는 지방이 있어. 산을 하나 넘으면 나온다는데 여기 엄청 맵고 독한 향이 나는 알뿌리 같은게 있대."
"그래서?"
"나는 그게 마늘이랑 비슷한 맛이 나지 않을까 궁금해서 확인해보고 싶은거야. 마늘이 있어야 내장의 잡내를 잡아주고 향이 살아나니깐. 중요한 재료야. 물론 여기에도 양파 종류가 다양해서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야 있겠지만 그래도 마늘을 직접 쓰는 것 보다야..."
"국밥이란게 그렇게 중요해?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겠는데... 난 진짜 당신이 하려고 하던 일들을 이해해주려고 지금까지 엄청 노력했다고 생각하거든?"
"...알아 나도 고마워 하잖아 나도 알아..."
"당신이 해주는 요리는 맛있어. 특이해. 마을사람들도 다 당신 좋아하잖아... 우리 아버지 겉보기엔 엄청 무뚝뚝한데 당신 안보이면 사위 자랑 엄청 하셔. 사위덕에 식량 걱정이 크게 줄었다고 부족의 보배라고 어린애처럼 좋아하셔."
"사무리..."
"나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미안해 그치만 이 세계에서 국밥을 끓이는 건... 국밥을 끓이겠다는 그 목적이 나를 지금껏 이 낯선 세계에서 버틸수 있게 해줬을거야."
"내가 아니라?"
"그런 뜻이 아니라... 부탁이야 그거랑은 다른거같아... 국밥을 끓인다는건 가죽옷을 입어보지도 않았고 말을 탈 줄도 모르고 왼쪽 어깨에 쌍두성 문신도 없는 내가 나의 뿌리를 증명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런 유일한 방법이야 여보 제발"
"부족 사람들은 당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다 되어 있는데 당신은 신경도 안쓰는구나..."
사무리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사리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벌판의 거센 바람에 양파와 파를 심어둔 텃밭이 마르는 것 같아 나는 말없이 물통에서 물을 퍼다 뿌렸다.